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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예술이야
미사 지음 / 페이퍼독 / 2025년 6월
평점 :

『난 예술이야 (명화 속에서 만나는 나)』는 오래된 명화들이 새롭게 태어나 아이에게 말을 걸어오는 그림책이다. 미사는 고전 화가들의 작품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시 그려, 아이 마음속 깊은 곳까지 다가간다. 그 그림들은 때론 어둠을 비추고, 때론 색으로 감싸 안으며, 아이가 스스로를 사랑하게 만드는 감정의 여행길이 되어 준다. 이 책은 아이가 자존감을 찾아가는 여정에 따뜻한 길잡이처럼 함께해 준다.
책장을 넘기자마자 가장 먼저 반기는 건 고흐의 밤하늘을 닮은 소용돌이치는 하늘과 불꽃 같은 갈기의 사자다. 누구나 한 번쯤 보았을 그 유명한 「별이 빛나는 밤」의 하늘이 이 책에서는 아이를 향한 따뜻한 말로 바뀌어 들려온다.
“낮에 뜬 태양은 네 생각을 밝혀주고, 밤하늘의 별과 달은 네 마음을 비춰주지.”
고흐가 원래의 그림에서 표현했던 불안과 고독은 이 책에서는 오히려 ‘자기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힘’으로 재해석된다. 하늘의 빛을 마음의 거울로 삼아 세상보다 스스로를 먼저 이해하라고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곧 이어지는 장면에서는 마티스의 색채가 퍼진다.
불 같은 빨강과 생명의 노랑, 그리고 춤추는 듯한 형상들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마티스의 「춤」이나 「붉은 실내」 시리즈처럼 이 장면에서는 색 자체가 감정이 되고 리듬이 된다.
“심장은 네 안에 뜬 태양이란다.
너의 태양빛이 쨍쨍하다면 어디서든, 무엇을 하든 넌 즐겁고 자유로울 거야!”
마티스는 원래도 색을 해방의 도구로 썼던 화가였다.
이 책은 그의 의도를 그대로 빌려와, 아이에게 “네 안에도 태양이 있다”고 일깨운다.
자존감은 그렇게 스스로 안에 빛이 있음을 믿는 순간 움튼다.
밤이 깊어지고, 무대가 바뀌면 살바도르 달리의 세계가 펼쳐진다.
기이하게 길쭉한 다리의 동물들, 아이스크림을 이고 가는 코끼리,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서커스가 열린다. 「기억의 지속」이나 「코끼리」 시리즈가 연상되는 이 장면은 밤이라는 시간이 아이에게 두려움이 아닌 자유로운 상상의 시간임을 알려준다.
“밤은 네 안의 달이 뜨는 시간. 감춰진 것들을 찾는 노련한 술래잡이거든.”
달리는 무의식과 환상을 다뤘지만 이 책 속의 밤은 따뜻하다.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던 나의 모습까지 천천히 드러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공간이 된다.
그림 속 세상이 조금 어두워질 무렵, 에드바르 뭉크의 정서가 번져온다.
절규하는 이의 고통처럼 두려움과 외로움이 그림 속을 휘감는다.
하지만 이 책은 뭉크의 고통을 도피가 아닌 직면의 메시지로 바꾼다.
“너에게 잔뜩 겁에 질린 모습도 있어. 외면도, 도망도 가지 말고, 가만히 들여다보렴.”
진짜 용기는 두려움이 없다는 게 아니라, 그 두려움조차 나의 일부로 인정하는 데서 온다.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운다.
마르크 샤갈의 환상적인 장면도 등장한다.
하늘을 나는 연인과 말, 사랑하는 사람들의 포옹, 동물과 사람,
마을과 우주가 한 공간에 뒤섞인 그림 속에서 이 책은 아이에게 질문을 던진다.
“사랑은 내 이웃이 누구이며, 서로 무엇을 주고받으며 살 수 있나요?”
샤갈의 그림이 과거의 기억과 사랑을 떠올리게 했다면,
『난 예술이야』는 아이의 미래를 위한 사랑과 관계의 가능성을 열어 보인다.
그다음 장면에서는 르네 마그리트의 「인간의 아들」이나 「이미지의 배반」을 떠올리게 하는 상징적 그림들이 이어진다. 사과로 가려진 얼굴, 파이프에서 피어오르는 구름, 창문으로 나뉜 수수께끼의 방들.
이 모든 구성은 하나의 선언으로 수렴된다.
“세상도, 너도 수수께끼야.”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고 드러난 모습 뒤에 더 많은 의미가 숨어 있다는 걸
아이는 이 그림을 통해 느낄 수 있다.
중반 이후 등장하는 ‘수프캔’ 시리즈는 앤디 워홀의 「캠벨 수프캔」을 그대로 패러디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메시지를 담고 있다.
“난 용감해”, “난 따뜻해”, “난 신비해”… 각각의 캔은 아이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말하는 선언이다.
“나는 나의 선물이고, 너는 너의 선물이야. 평범해 보여도 특별하단다.”
이 장면은 특히나 강력하다. 우리가 가진 개성 하나하나가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또렷하게 전달한다.
책의 마지막엔 조르주 쇠라의 점묘화 「그랑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를 재구성한 장면이 등장한다.
사람이 휴식을 취하는 풍경 위에 동물들과 자연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니? 그럼 멋진 행동을 시작하렴. 거대한 바다도 한 방울의 물이 시작했단다.”
점 하나하나가 모여 거대한 그림을 이루듯, 나의 작은 행동 하나도 세상을 바꾸는 시작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로 책은 마무리된다.
『난 예술이야』는 예술가들의 언어를 빌려, 아이가 스스로의 존재를 빛나는 작품으로 인식하게 돕는다.
이 책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나는 나만의 색을 가진 작품이야”라고 대답할 수 있게 해주는 여정이다.
이 책을 더 재미있게 읽는 방법도 있다.
아이와 함께 각 장면의 원작 화가를 찾아보며 비교하거나, 마지막 수프캔 장면에서는 “너는 어떤 캔이야?”라고 물어보며 자기만의 수프캔을 그려보게 하는 것도 좋다. 고흐의 하늘을 보고 자신만의 별을 그려보거나, 마그리트의 수수께끼 방을 만들어보는 것도 아이에게 큰 영감을 줄 수 있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에서 아이는 말한다.
“난 내가 그려요. 세상에 하나뿐인 내 지문처럼, 나만의 색을 칠해요. 난 예술이야.”
그 말은 이 책은 모든 아이에게 그리고 한때 아이였던 어른에게도 전해주고 싶은 말이다.
당신은 당신 자체로 예술이라고!
세상에 단 하나뿐인 존재로서 충분히 아름답고 존중받아야 할 존재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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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독북스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평생 두려움과 공포 그리고 외로움과 싸우며 그림을 그린 뭉클. 그의 감정은 깊고 어둡지만, 모든 걸 이겨 낸 빛을 담고 있어요. "너에게 잔뜩 겁에 질린 모습도 있어. 외면도, 도망도 가지 말고, 가만히 들여다보렴. 그 모습도 너라는 걸 인정할 때 비로소 너에겐 진짜 용기가 생긴단다."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니? 그럼 멋진 행동을 시작하렴. 거대한 바다도 한 방울의 물이 시작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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