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면 나물을 손질해 무쳤고 여름이면 쌀보다 면과과일을 가까이했다. 가을이면 저장해둔 마른 나물을 불려무치거나 기름에 지졌고, 겨울이면 뜨끈한 차를 끓여두고집안 가득 유자향이 찰 정도로 청을 담궜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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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주사를 맞았어요?"
"맞았죠."
"일주일에 한번?" - P180

"아프면 외로워요. 그렇죠?" - P183

아, 그렇구나. - P185

신아야. 다. 나는 광합을 말하네가 아무에게나 해리아를 만나게 해줄 리 없잖아.
그렇지? - P187

지겨웠다. 반복되는 이 통증과 충동이 끝없이 밀려오는 자괴감이. - P189

네가 네 몸에 죄를 지었어. -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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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내 마음을 움직인 곡을 만나고 그 곡이 더 알고 싶어어지면 절반은 시작된 거다. - P180

‘베토벤의 다섯 번째 교향곡이고, 다단조 조성으로 작곡했으며, 그의 전 생애에서는 예순일곱 번째 작품이다‘라는 내용이 이렇게 간결하게 정리되어 있다. - P184

조성우리가 ‘도레미파솔라시도‘라고 알고 있는 음이름은이탈리아어다. 이걸 영어로 바꾸면 ‘CDEFGABC‘ 이고 우리말로 하면 ‘다라마바사 가나다‘가 된다. Major (메이저)는 장조, minor (마이너)는 단조. 그래서 C Major는 ‘도‘음으로시작하는 장조 음계를 뜻한다. 음이름을 대문자로 적으면 그자체로 장조를 뜻하고, 소문자로 적으면 단조를 뜻한다. - P186

잘 차려입은 날엔 몇백 년 전 곡을 쓴 작곡가와 열정을 다해 퍼포먼스를 펼치는 출연자들에게 예를 다하는 심정으로,
편하게 입은 날엔 그들의 음악을 친근하게 생각하는 애호가의 자세로 음악회를 찾는다. 어떤 태도든, 음악가들이 싫어할이유는 없을 것 같다.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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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마다 반복해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어떤 상황이든 어떤 갈등이 있든 항상 함께 밥을 먹는 것이다. 메뉴는 찌개와 반찬이 있는 한식 백반. 가족 구성원이 모두 식탁에 자리하면 어머니가 보글보글 끓는 찌개를 식탁 가운데 놓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 P5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휴일이면 아버지는 다 읽은 신문지를 넓게 폈다. 그 위에 뿌리가 두껍고 긴 남해 시금치를 쌓고 흙을 털었다. 이어 과도로 시금치의 잔뿌리를 제거했다. 어린 나는 그 옆에 앉아 아무 말 않고 칼을 쥔 아버지의 손놀림을 구경했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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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가면 현지의 소리를 녹음해 오곤한다. 사진이나 동영상과 달리 보이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내가 간직한 주관적 기억이 더욱 생생하게, 대체로 미화된 방향으로 재생된다는 효과가 있다. - P149

팟캐스트에 음성을 담으면서 가끔은 내 주변의 누군가가이런 용도로 써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미국에 계신 고모가 자주 못 만나는 친구가 내가 모르는 사이 휴대폰을 열어 내 목소리를 듣는다고 상상하면 마이크 앞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할 의지가 생긴다. - P153

영화음악이란 기능적인 음악이다. 작곡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표현한 음악이 아니라 분위기를 형성하고 감정을 견인하라는 특정 임무를 부여 받아 탄생한 음악이기 때문에 여타의 작가주의적 음악과는 달리 듣고 읽어 내기에 어렵지 않다. 하려는 말을 쉽고 선명하게 드러낸다는 뜻이다. 귀에 거슬릴 만한 부분도 적고 길이도 짧다. 음악이 말하는 바를 주변 정보가 아닌 내부의 언어 그 자체로 알아듣는 연습을하기에 이보다 좋은 재료는 없다. - P159

그건 악보에 표시되지 않은 부분에도 드넓은 세계가 있기때문이다. 그 세계를 구성하는 대표적인 요소를 아티큘레이션 Articulation이라고 한다. - P177

말없이 전해져도 그저 그때의 내 감정을 살피면 된다. 내슬픔을 더 짙게 만들었는지, 슬픔도 기쁨으로 바꾸었는지, 참을 수 없이 바깥으로 나가고 싶게 했는지, 아니면 한없이 가만히 주저 앉게 만들었는지.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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