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어른들은 먹을 것을 잘 챙기는 일을 부양의 의무로 여겼던 듯하다. 그런 어른들이 선사한 기억이지금까지 나를 먹여 살릴 줄 그때는 몰랐다. - P8

봄이면 나물을 먹고, 여름에는 시원한 국수를 가까이한다. 사람의 몸과 입맛은 날씨와 계절에 맞게 순환한다.
순환에 따라 만들고 먹는 삶은 야망과 성공, 과업과 해결의 길에서 벗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삶은 매일 바뀌는 날씨 안에 있다. 그 삶을 통과하는 데 여기 있는 잔꾀와 먹성,
지지부진하고 궁상맞은 사연들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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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면 나물을 손질해 무쳤고 여름이면 쌀보다 면과과일을 가까이했다. 가을이면 저장해둔 마른 나물을 불려무치거나 기름에 지졌고, 겨울이면 뜨끈한 차를 끓여두고집안 가득 유자향이 찰 정도로 청을 담궜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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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주사를 맞았어요?"
"맞았죠."
"일주일에 한번?" - P180

"아프면 외로워요. 그렇죠?" - P183

아, 그렇구나. - P185

신아야. 다. 나는 광합을 말하네가 아무에게나 해리아를 만나게 해줄 리 없잖아.
그렇지? - P187

지겨웠다. 반복되는 이 통증과 충동이 끝없이 밀려오는 자괴감이. - P189

네가 네 몸에 죄를 지었어. -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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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내 마음을 움직인 곡을 만나고 그 곡이 더 알고 싶어어지면 절반은 시작된 거다. - P180

‘베토벤의 다섯 번째 교향곡이고, 다단조 조성으로 작곡했으며, 그의 전 생애에서는 예순일곱 번째 작품이다‘라는 내용이 이렇게 간결하게 정리되어 있다. - P184

조성우리가 ‘도레미파솔라시도‘라고 알고 있는 음이름은이탈리아어다. 이걸 영어로 바꾸면 ‘CDEFGABC‘ 이고 우리말로 하면 ‘다라마바사 가나다‘가 된다. Major (메이저)는 장조, minor (마이너)는 단조. 그래서 C Major는 ‘도‘음으로시작하는 장조 음계를 뜻한다. 음이름을 대문자로 적으면 그자체로 장조를 뜻하고, 소문자로 적으면 단조를 뜻한다. - P186

잘 차려입은 날엔 몇백 년 전 곡을 쓴 작곡가와 열정을 다해 퍼포먼스를 펼치는 출연자들에게 예를 다하는 심정으로,
편하게 입은 날엔 그들의 음악을 친근하게 생각하는 애호가의 자세로 음악회를 찾는다. 어떤 태도든, 음악가들이 싫어할이유는 없을 것 같다.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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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마다 반복해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어떤 상황이든 어떤 갈등이 있든 항상 함께 밥을 먹는 것이다. 메뉴는 찌개와 반찬이 있는 한식 백반. 가족 구성원이 모두 식탁에 자리하면 어머니가 보글보글 끓는 찌개를 식탁 가운데 놓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 P5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휴일이면 아버지는 다 읽은 신문지를 넓게 폈다. 그 위에 뿌리가 두껍고 긴 남해 시금치를 쌓고 흙을 털었다. 이어 과도로 시금치의 잔뿌리를 제거했다. 어린 나는 그 옆에 앉아 아무 말 않고 칼을 쥔 아버지의 손놀림을 구경했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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