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치환하는 번역은 원문이라는 제약 아래 재창조된다. 그 과정의 한가운데에 매개자가 있다. - P9
. ‘소설‘ 하면 다른 사람한테서 받은, 오래 입어서 천이 부드러워진 겉옷 같은 느낌이 있는데 그와 다르게 이 글자들의 무리는 햇볕이 달군모래알처럼 살에 껄끄럽고, 팔을 스르륵 넣어 겉옷을 입듯이 읽기를 시작할 수가 없다. 나는 겉옷이 아니라 달군모래알을 입고 걷고 있다. - P15
거기서는 ‘상처‘ 같은 건 전혀 보이지 않았거니와 ‘얼굴‘ 비슷한 것조차 안 보였으며 글자 모양을 한 동굴만 보일 뿐이었다. - P19
"이쪽이세요, 아니면 이쪽이세요?" - P20
"어느 쪽도 아녜요. 저는 번역을 하러 이 섬에 왔어요." - P21
"아뇨. 절대 그런 이야기 아닙니다. 정말로 성 게오르크가 나와서 용하고 싸워요. 공주를 현대식으로 바꿔쓰지도 않았고요. 저는 그런 식으로 바꿔 써서 손쉽게 해결해 버리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아요. 그래서 제가 바꿔쓰는 일이 아니라 번역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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