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손목으로 어떻게 정년까지 일했다. 독해." "독하니까 먹고 살았쟈!" 그런 말을 할 때 엄마는 흉진 손목을 자랑스러워했다. - P26
엄마는 어디서나 내 자랑을 했다. "나 때문에 속상했던 적 있어?" - P31
엄마는 공중에 휘날리는 복사꽃 이파리가좋아 그 순간 생에 감사했다. 천지가 이토록고우니 인간으로 태어난 것은 얼마나 고마운일인가. -김서령, 《외로운 사람끼리 배추적을 먹었다》, 푸른역사, 2019 - P34
여러 조각으로 부서졌던 나는 그 밥을 먹고 회복했다. 엄마의 제육볶음과 멸치볶음과 감자조림을 왜 이제야기억해 냈을까. 지금의 나보다도 어렸던 엄마가 빙판길을조심스럽게 걸어와서 보온도시락에 담아 온 밥을 펼쳐 놓던순간이 30년이 지나서야 생각났다. - P40
"어머님 항상 웃고 계시다. 즐거우신가봐." 웃는 얼굴이 보기 좋다고 친구들이 그랬다. 엄마는 그렇게 은근하게 수영장 물속에 녹아들었다. - P53
엄마는 음파음파 숨쉬기에서 자유형을 포기했다. - P57
엄마는 배영부터 하게 될 것이다. 배영을 하면 겁을 무릅쓰고 물속에 얼굴을 담글 필요도 없고 음파음파 숨쉬기를배우지 않아도 된다. 물에 떠올라 나아가고 있는 자신의 몸을 믿고 눈에 보이지 않는 건너편 끝을 향해 팔을 뻗는 힘이면 충분하다. 그 믿음으로 엄마는 틀림없이 나아갈 것이다. - P59
사랑은 발생한다. 물려받은 사랑이 없는 두 사람이 만나나를 낳고, 배운 적 없는 사랑을 더듬더듬 매만지며 40년을살았다. - P66
동화책에 나오는 그리스 신전의 기둥 같았던, 집을 관통하는 커다란 관은 하수구였다. 엄마는 두툼한 회색 기둥을 흐르는 물소리를 기억했다. - P89
거북이등은 무엇보다 엄마의 ‘추구미‘에 맞지 않았다. 이도구를 착용하는 강습생들은 우리 옆 레인에서 저녁 수업을하는 아기들이었다. "몇 살이니?" 엄마의 물음에 아기 거북이는 "다섯 살이요" 하고 대답했다. - P9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