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그래드 왕국의 단 하나뿐인 왕자이지만 왕명에 의해 여자로 길러진 에리얼은 지나가던 드래곤 세이퍼스에게 어머니를 살려주면 당신의 제물이 되겠다 애원하고, 세이퍼스는 5년 후 제물을 받으러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납니다. 초반 상황설정을 인물들이 '대사'로 '설명'을 해주면서 잉그래드 왕국 시절이 너무 급하게 넘어간 느낌이 들었지만, 제목답게 드래고리언 왕국으로 간 이후엔 세이퍼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달달한 일상을 이어나갑니다. 드래곤, 마녀, 기억을 잃은 어머니, 세이퍼스의 아버지, 대를 이은 악연이라는 키워드에서 생각할 수 있는 전개 그대로여서 내용 자체는 특별할 것이 없고 드래곤의 수명이 백살정도(...)라는 것과 명색이 드래곤인데 마녀에게 학살당해 둘만 남았고 그나마 한 명은 동성애자(...) 라는 것에 드래곤 왕국의 미래를 걱정하였으나, 작가후기를 읽고 마음 놓았습니다. 만난지 얼마 되었다고 커밍아웃 후 에리얼을 잡아 먹는 세이퍼스나, 동침했다고 사랑에 빠지는 에리얼은 일본 소설이나 만화에서 접하던 그대로의 인물이네요. 왕국을 이어야 하니 내 자식을 키우라며 쿨하게 아들 드래고를 넘긴 2왕자 저스틴이 가장 개성적인 캐릭터 아닌가 싶네요. 마녀의 구슬 나오고 사악한 기운 느끼고 과거의 사건을 일부 알게 된 에리얼이 빵사러 나간다는 말에 성 밖으로 그냥 내보내는(왕비라며) 설정 및 긴박감 안느껴지는 후반 진행은 매끄럽지 못한 번역과 함께 집중력을 더 떨어지게 만들었습니다. 둘의 합방에 쏟은 페이지 중 일부를 설정에 쓰거나 번역이 조금만 더 매끄러웠다면 좋았을텐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그나마 삽화가 너무너무 예뻐서 끝까지 볼 수 있었어요. 설정도 취향이고 캐릭터도 나쁘지 않고 삽화마저 최고인데 여러가지 이유로 장점을 잘 살리지 못한 것 아닌가 싶었습니다.
회사의 알아주는 망나니 김이사에게 성추행을 당했으나 꽃뱀으로 몰려 거액의 배상금을 물어 줄 위기에 처한 임나영에게 사장 조규현은 비서가 되면 무마해주겠단 제안을 하고, 사소한 사건으로 규현과 엮인 나영은 허술한 악역들의 공격을 받게 되는데...현대물은 현실이 몰입을 방해해서 잘 선택하지 않는 편입니다. 특히 오피스물의 경우 회사에서 하라는 일은 안하고 연애만 해서 더욱 피하는 편인데 나영과 규현은 연애와 일의 균형이 나쁘지 않아 좋았습니다.매사에 당당하고 진취적인 나영과 그런 나영의 모습에 반한 규현의 들이대기 및 밀당도 재미있었어요. 악역이 너무 단순한거 아닌가 싶었는데(그리고 그걸 나영이 입으로 말하게 한 작가님...존경...) 알고 보니 모두가 욕심이 많아 생긴 일이었군요. 이 작품 등장인물들은 다 욕심이 많아요. 대한민국 최고의 여행사를 만들어 '아들'에게 주겠단 욕심을 가진 규혁의 할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에게 인정받겠다는 욕심만으로 모두를 힘들게 하는 어머니, 정계에 진출하겠다는 욕심으로 결혼 후 아내와 자식을 도구로 이용한 아버지, 급 비서가 되어 아는게 없어도 최선을 다하고 싶고 늘 열정적인 나영이와 회사를 정상화하고 어머니의 욕심을 꺾어 더는 고통스럽지 않은 삶을 살게 하려는 규현, 할아버지의 욕심에 눌려 자신의 인생을 찾지 못한 아버지와 같은 인생을 살기 싫은 규현의 사촌까지 모두 욕망이 활활 타오르는 생동감 넘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두 주인공의 연애 이야기 보다는 등장인물의 매력이 더 인상깊게 남았습니다.재벌이 나오고 파벌싸움이 터지고 계략이 난무할 경우 사건이 허술하면 읽다가 집중이 흐트러지는데, 이 작품은 특별한 계략 같은 것은 나오지 않아 더 집중하기 좋았습니다. 다만, 규현을 따라다니는 악역이나 회사 동료들이 입만 열면 꽃뱀타령밖에 할 줄 모른다는 점과 경호원이 피보호인의 사생활을 타인에게 알린 점(비밀보호서약 할텐데. 위약금이 대체...) 주인공의 연애이야기가 안중요인물들 개인의 사연보다 매력이 없었다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둘이 직선적인 성격이다보니 두근두근 알콩달콩 잔잔한 밀당 이런 건 없었어요. 비서랑 사장인데 사장실에서 단 둘이.avi이런 것도 없고 일을 정말 열심히 합니다. 일 열심히 하는 건 취향이지만 사내연애의 조마조마함, 긴장감 이런 것도 없고 회사동료들은 적대적이기만 해서 중요한 무언가를 잃은 느낌이었어요. 그래도 성격 시원시원한 나영이 자신을 괴롭히는 동료들에게 말로 한 방 먹인 것은 십년 묵은 체증이 날아가는 것처럼 기분 좋았습니다. 간만에 취향에 맞는 현대배경 로맨스를 만나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