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이는 어디든지 갈 수 있다
장아미 (지은이) 자음과모음 2025-04-11, 156쪽, 한국 소설

🍉 민화를 보는 것 같은 표지와 ‘고양이‘가 들어간 제목으로 읽게 된 책. 결을 같이하는 세 편의 짧은 단편소설이 담겨있다. 난 이 책이 토종적 색을 지닌 SF물인 걸 모르고 책을 읽었다. 세 소설 중 첫 단편 은 앞 부분 다섯 장 정도를 계속 앞으로 돌려가며 읽었다. 그러자 왜 주인공 은비가 재희를 일 년에 한 번 만나는지 이해가 되었다. 세 소설의 분류를 굳이 나눈다면... 뭐랄까 무섭지 않은 귀신이나, 신이 들어간 이야기다. 한국 토종 판타지물.

🍉 <고양이는 어디든지 갈 수 있다>는 귀신들의 축제나 5일장같은 곳에 홀린 은비가 재희의 도움으로 다시 돌아오는 이야기. 재희는 이미 죽은 사람이지만 은비에게 신뢰를 주고 조용하게 상황을 잘 해결하는 인물, 아니 저세상 사람이다. 재희는 변하지 않는 소녀의 우정일 뿐. 재희는 은비를 저 세계에서 빠져나오게 할 때 자신을 믿을 수 있는지 묻는다. 만약 저 세상 인물이 자신을 믿을 수 있냐고 하면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을까? 제일 친했던 친구나 가족이라도. 이 책 철학적인 책이었나.

🍉 두번째 소설 <산중호걸>도 일 년에 한 번 산중호걸이나 범이 아닌 삵, 백운의 생일에 만나는 신들의 생일파티+동기모임으로 첫 번째와 비슷. 신들은 그리스로마 신들처럼 인격체로 나오나 그들의 능력은 많이 낮아 보인다. 여기 모이는 신들은 평소 인간세계와 함께한다. 백운은 삵이지만 산고양이 같은 모습. 파티 장소인 직녀가 운영하는 뜨개방은 좀 보잘 것 없는 허름한 가게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뜨개방이라니. 신들의 모임 장소가. 잔치음식에 떡볶이도 나온다. 운겸이 죽고 도요가 그 자리를 인계한다. 신은 자연스럽게 죽는다. 음..

🍉 세 번째 소설 <능금>은 전개는 다소 다르지만 언해피 엔딩 버젼의 미녀와 야수같은 느낌. 야수인 주인공 해수는 괴물 일까, 신 일까. 여기 미녀와 야수는 상당히 현실적이기에 괴로울 수 밖에 없다. 신과 괴물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걸 누가 나누는가. 이무기는 한 가지 실수로 용이 되지 못하는 많이 듣던 이야기. 그러면 이무기는 신 일까, 괴물 일까. 결국 인간의 관점에서 구분이 되는 건 아닌지. 괴물의 모습을 한 해수는 자신에 대해 고통스러워하고 능금은 해수의 본질이 무엇이든 연민을 느끼고 사랑한다.

🍉 이 세 편의 소설은 내게 상당히 어려웠다. 다른 독자에게는 가볍고 재미있는 소설일지도 모른다. 읽을 때 장면이 안 들어와서 두 번씩 읽으며 인물을 나누고 상황을 인지해가며 읽었다. 세 편 모두 인간과 인간이 아닌 것의 경계가 완전하지 않을 때 살며시 몰래 들어가 엿보는 이야기랄까. 그래, 나는 가보지 않은 길을 살짝 본 것에 의미를 두겠어.


🍉 나누고 싶은 구절들

🌱 ˝믿음이란 그런 거잖아. 아무런 조건도 대가도필요하지 않잖아. 고양이로 바뀌어버린 이상 이 그림도네가 밖으로 나가는 걸 막을 수 없을 거야. 거래의 상대는 인간인 너였으니까. 게다가 고양이는 어디든지 갈수 있잖아? 상대가 너를 속여 거래를 성사시켰으니 우리도 비슷한 방식으로 허점을 파고드는 거지. 자, 어서움직이자.˝
36p

🌱 나는 내가 아직도 사람이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인간으로 죽어야 한다니, 어째서일까.
94p

🌱 나는 겨우내 해수의 최후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몰랐다. 아버지와 이별하는 순간을 준비할 때처럼 비밀스럽고도 열렬하게.
120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족이라는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생활이 얼마나 안심이 되는 일인지, 프라이버시가 보호되는 공간 안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공단주택에 살면서 많은 사람이 알게 되었다. 주택은 가족의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은 이제 현대 일본인에게 상식이 되어버렸다.
- P12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 책은 여덟 살이든 여든 살이든 누구라도 읽을 수 있습니다. 모두를 위한 책이죠. 저 또한 때로는 여덟 살이기도 때로는 여든 살이기도 합니다. 저는 당신이 언제 어디를 펼쳐 읽어도괜찮은 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마음 내키는 대로 가운데부터 읽어도 좋습니다.

둘은 거친 들판을 보며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제 생각에 거친들판은 삶과 닮았습니다. 때로는 두렵지만 아름답다는 점에서.

저는 여러분이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더 많은 친절을 베풀며 용기 있게 살아가는 데에 이 책이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이 책을 쓰며 스스로에게 종종 묻곤 했습니다. 도대체 왜이 작업을 하는 걸까? 그러나 말이 말하듯 "인생은 일단 부딪쳐 보는 것" 입니다.

"‘우리가 어떤 일에 어떻게 대처하는가,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가진 가장 큰 자유야.

"때로는......." 말이 말했습니다.
"때로는?" 소년이 물었어요.
"때로는 그저 일어서서 계속 나아가기만 해도 용기 있고대단한 일 같아." 말이 말했습니다.

"가장 심각한 착각은."
두더지가 말했습니다.
"삶이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엇이 ‘공적 공간‘이고 무엇이 ‘사적 공간‘인가. 이는 본래그곳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이 결정해야 한다. 그들이 아닌 행정기관이 정한다는 것은 너무나 일방적이다.
그래도 무언가 해보고 싶었다. 이 작은 중정을 행정의 관리 공간이 아닌 주민을 위한 공공 공간으로 활용할 수는 없을까?
- P9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은비는 그렇게 믿었다. 홀려버렸기 때문에, 제발로 금줄을 넘어왔기 때문에 자신이 귓것들이 부리는재주에 속아 넘어갔다는 걸 예감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무시했다. - P18

"그야 당연히 목숨값이죠. 지전 대신 낼 수 있는걸로 목숨만한 게 없죠.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아주 넉넉해 보이는뎁쇼."
- P29

믿음이란 그런 거잖아. 아무런 조건도 대가도필요하지 않잖아. 고양이로 바뀌어버린 이상 이 그림도네가 밖으로 나가는 걸 막을 수 없을 거야.  - P36

나는 내가 아직도 사람이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인간으로 죽어야 한다니, 어째서일까.
- P94

나는 겨우내 해수의 최후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몰랐다. 아버지와 이별하는 순간을 준비할 때처럼 비밀스럽고도 열렬하게.
- P12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