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에는 의미가 있는가? 우리는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가?인간이란 무엇인가? 등과 같은 심오한 질문에 마주쳤을 때 우리는 더 이상 미신에 의지할 필요가 없다. - P45
자세히 들여다보면, 겉보기에 이타적인 행위는 실제로는 이기주의가 둔갑한 경우가 많다. - P50
그러나 집단의 절멸은 개체 간에 치고받는 경쟁에 비해 느린 과정이다.집단이 느리게 그리고 확실히 쇠퇴해 가는 중에도 이기적인 개체는 이타주의자의 희생을 발판 삼아 짧은 시간 안에 그 수가 불어난다.세상 사람들이 선견지명을 가졌는지 안 가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진화는 미래를 보지 못한다. - P56
불도저의 힘보다 망각의 힘이 더 무섭다. 그렇게 세상은 변해간다. 나도 요샌 거기 정말 그런 동산이 있었을까, 내 기억을 믿을 수 없어질 때가 있다. 그 산이 사라진 지 불과 반년밖에 안 됐는데 말이다. - P7
나는 오빠에대한 헤어날 길 없는 육친애와, 산 사람이 죽은 사람에게나 느낄것 같은 차디찬 혐오감이 겹쳐 오한이 있을 때처럼 불안하고 불쾌했다. - P16
앞날을 걱정하는 건 태평성대에나 할 짓이다. 전시에는 그날안 죽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걸 모르면 그걸 아는 자의 짐이 되기 십상이다. - P23
우리는 서로 이끌리면서도 경계하고 있었다. - P29
"다들 어른이 됐어."그런 날이 있다.어릴 적을 채웠던 싱그러운 풋풋함은 조금 옅어졌지만, 그 지난한 시간 동안 함께 해온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사람들이 있다는걸 알게 되는 날. 어른이 되어 가는 나의 나날에 그들이 섞여있는 걸 느끼는 날. - P102
"한자리에 오래 반짝인다는 건,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성장하는 이는 그게 성장인지 모른다. 그저 그러는 중이라고 믿을밖에. 들을 때마다 속에서 무언가 터져 나올 것 같은 울컥함이, 나를 어디론가 데려가 주길 바란다. 먹먹하고 막힌 것 같을 때 올려다볼 수 있는 위로를 걸어둔 채로. - P110
나는 이곳 사람들에 비해 자유롭다. 하지만 풍경 밖에서하는 관찰과 부감은 그저 부유하는 일이다. 낙엽이나 먼지 같다. - P13
가까운 일을 잊고 먼 시절의 일을 또렷이 기억한다는 알츠하이머병의 시계는 어떤 방식으로 돌아가고 있는 걸까? 그 시계는 환자의 일생 중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제일 선명하게 가리키는 걸까? - P18
외국인이 아니어도 누구나 타자일 수 있다는 생각. 모두가 서로의 타자가 되어버리면 아무도 오메라시의 터널을 이야기하지 않을 거란 생각. - P34
어느 날 아주 사소한 일에 피로를 느껴 퇴사를 결심했다. 작은 물 한 방울로 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 P51
‘사랑의 신‘이라는 별명에 대한 가장 좋은 해석은 ‘다정하다‘이고 가장 악의적인 해석은 ‘헤프다‘이다. 나는살면서 그 두 문장을 8대 2의 비율로 듣곤 했는데 나쁜말쪽이 훨씬 힘이 세다. - P10
사랑은 돈처럼 아이러니하고 불공평하게 주어진다. - P10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내내 어떤 집단이나 모임에만 속하면 그곳에서 애인이 생겼다. 그런 포지션은 언제나 나밖에 없었다. - P10
잘 안 될 거라는 시그널이 발밑에 수북한데도 자꾸만 이상하게 잘될 거라는 믿음을,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는 파랑새 같은 낙관을 놓지 못하는 사람들. 나는 그 사람들이 전부 나 같았고 그래서 좋았다. - P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