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미술이 아니다 - 개정4판
메리 앤 스타니스제프스키 지음, 박이소 옮김 / 현실문화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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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도직입적인 물음으로 시작해 보자. 다음 그림은 미술작품인가?

 


이 물음에 의아함을 가진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걸 문제시한다고? 당연히 예술품이지. 역사 교과서에도 실려 있는 그림인데!' 맞다. 위 그림은 서구방이 그린 고려시대(1323년 작)의 불화인 양류관음도. 지금 이게 미술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교양이 없는 사람으로 취급할 것이다. 고려시대의 걸출한 불화(佛畫), 고려시대 불화는 대부분 국가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그 정도로 가치를 헤아릴 수 없는 미술품이다.

 

헌데 이 작품은 원래 미술이 아니었다. 불교적 이상 세계를 염원하면서 그린 종교화(宗敎畵). 쉽게 말해서 우리가 지금 보고 감상하는 회화작품이 아니란 것. 종교적인 목적으로 제작된 그림이다. 이는 11세기 인도에서 제작된 나타라자 조각상이나 림브르 형제의 <베리 공작의 귀중한 성무일과>와 같은 목적을 갖고 제작된 종교적 성물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근대가 되자 시스티나 성당의 프레스코화는 미술품이 되었다. 위 양류관음도 역시 미술이 되었다. 우리가 현재 일상에서 쓰는 미술이라는 개념은 근대 세계가 만들어낸 일종의 발명품이라 할 수 있다. 과거에는 미술이 아니었던 많은 종교적 성물들은 현재 미술의 세계로 포섭되었고 대부분 그 나라의 박물관에 보존되어 국가유산급 미술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매리 앤 스타니스제프스키의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현실문화, 2013)에 소개된 핵심 내용을 요약한 것인데, 이 책에는 미술이 아닌 것과 미술인 것을 나누고, 언제부터 미술이 태동되었고, 현대 미술은 어쩌다가 미술이 아닌 것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는지 설명해 주고 있다. 책의 핵심은 후반부(현대 미술)에 가 있지만 초반부 사진과 함께 소개된 이것은 미술이 아니었다는 명제와 도판은 독자의 호기심과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내용이다.

 

이 책은 존 버거의 <보는 방법>과 더불어 미술을 보고 이해하게 해 주는 가장 유명한 회화 분야 입문서 중 하나임은 틀림없다. 작은 책임에도 약 300여 개의 사진과 도판이 수록된 책이지만 가격이 착하다. 그래서 그런지 한계도 뚜렷한데, 도판이 모두 흑백이라 정확한 감상을 방해할 정도로 퀄러티가 떨어진다. 가격에 비해 어쩔 수 없다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아쉬운 감이 많이 든다.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다시피 책의 전반부는 미술인 것과 미술이 아닌 것(이전에는 미술이 아니었다가 근대에 들어 미술이 된 것들)을 구분하는데 할애하고 있고, 후반부는 아카데미, 박물관, 미술사 등 근대미술의 태동과 더불어 아방가르드와 대중문화, 사진 등 현대 미술 분야를 스케치하듯 서술하고 있다.

 

도판 위주로 체계성이 없는 듯 보이지만, 이 책의 최고 장점은 명확한 그 메시지에 있다. 미술인 것과 미술이 아닌 것의 구분. 그리고 그것이 시대성의 산물이라는 것. 책 초반부에 소개된 미술이 아니었던 많은 것이 근대에 들어 미술로 포섭되었다. 우리가 아는 많은 예술품들이 이에 속한다. 이 많은 작품이 왜 미술로 포섭되었는지 그 본질을 이해하면, 후반부 현대 미술이 왜 그렇게 난해하게 됐는지 이해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마르셀 뒤샹의 <자전거 바퀴>를 생각해 보자.(<>은 너무도 유명해서 생략) “뒤샹은 우리가 문장을 만들기 위해 단어 두 개멋진 그림이군(nice picture)’를 합친 것처럼 의자와 자전거 바퀴를 결합시킨 것이다.” 자전거 바퀴와 의자는 기성품이다. 이들의 조합은 미술품이 될 수 없다. 하지만 뒤샹은 무엇인가를 창작하는 것은 자신 외부에 존재하는 것들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방식에 달려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래서 이런 멋진 작품이 탄생한 것. 이는 모든 재현의 형태가 문화적 언어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p218-219)

 

근대와 르네상스 미술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부분이다. 뒤샹 이전에는 이런 오브제는 결코 미술이 될 수 없었다. 그런데 어째서 현재에는 엄청난 작품으로 평가받는 것일까? 이 대답은 책 초반부에 미술이 아니었던 것들이 근대에 들어와 미술로 포섭되는 과정과 일맥상통하다. 알타미라 동굴벽화가 현재 미술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지점과 비슷하다. 시대정신이 현대의 미술을 만드는 것이다. 이게 이 책의 핵심이다.

 

미술이 근대의 발명품이었던 것처럼 현대 미술은 시대정신의 발명품이다. 그래서 에이드리언 파이퍼의 설치미술(p291), 퍼블릭 애너미의 랩음악(p286), 신디 셔면의 <무제영화 스틸>(p281), 왬의 <접근금지> 비디오(p274), 안토니 문타다스의 <기자회견장>(p250) 등의 작품이 핫한 현대 미술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우리가 보는 난해한 현대 미술은 모두 미술이 아닌 것 같지만 문화적 맥락 속에서 그 언어가 미술로 통용되고 있다는 점.

 

도판이 많고 스케치하듯 대상을 설명하고 있는 책이라 밀도가 떨어지는 듯하지만, 책을 읽고 나면 현대 미술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문제의식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지점이 생긴다. 그것은 바로 이것은 왜 미술이 아니고, 이것은 왜 미술인지구분할 수 있다는 거. 거창한 듯하지만 매우 실용적이고 어떻게 보면 단순할 정도이다. 책이 유명한 이유가 다 있는 거라는 걸 실감한다.



* 덧

내가 읽은 판본은 2013년 판(분홍색 표지)으로 22년판과는 쪽수에서 차이가 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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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5-17 0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 저도 탱화는 당연히 미술 작품이라고 생각했는데 글을 읽어보니 당시에는 글을 모르는 민중들을 위해 종교적인 내용을 쉽게 풀이한 도상화가 맞단 생각이 듭니다.
말씀하신대로 미술이나 예술은 시대에 따라서 그 정의가 변화되는 것 같은데 임란당시 국사발 간장종지등으로 조선에서 쓰였던 백자 그릇이 현재는 일본에서 국보 취급을 받는 것을 보면 잘 알수 있지요^^

yamoo 2025-05-17 09:52   좋아요 0 | URL
이 책은 메시지가 분명합니다. ‘미술‘이란 건 근대의 발명품이고, 현대 미술은 현대의 시대정신이 발명한 거라는 거. 알타미라 동굴벽화가 언제 미술로 포섭됐는지 그 지점을 이해하면 현대미술을 이해하는 단초가 될 것이고, 이 책은 이 메시지를 잘 전달하는 책인듯합니다. ^^

페크pek0501 2025-05-18 16: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현실(그 시대의) 반영은 미술에서도 다르지 않네요. E. H. 카가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말한,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것이 떠오르네요. 그 시대의 문화적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저는 짚게 되네요.^^

yamoo 2025-05-20 10:26   좋아요 1 | URL
미술에서 평면 회화 건 입체 건 간에 시대를 작품에 담는 게 매우 매우 중요하다는 걸 공모전에 내면서 알게 됐습니다. 화풍이나 재료의 중요성은 그 다음이더라구요. 형상이 별로인 작품도 시대성을 잘 담으면 높은 평가를 받는 게 조형 미술의 세계인듯합니다..ㅎㅎ
 


<주역>과 관련 책을 모으다 보니, 의외로 <주역>에 관계된 책들이 타 동양철학 원전들보다 그 종류가 매우 적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적어도 너무 적다. <주역> 텍스트를 다룬 책, 그러니까 집주 형태의 책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해설서들은 그래도 꽤 된다. 그럼에도 여타 4서에 비해서는 압도적으로 적다. 오래전에 명문당에서 나온 원본집주 주역본이 알라딘에서 검색할 수 있는 유일한 판본이다.

 



명문당 <원본주역>(이게 87년에 간행된 원본 집주 주역본과 같은책이다) 이외에 자세한 집주본을 찾다가 발견한 책이 <역경내주주해>란 책이다. 우리나라 책이 아니라 중국에서 출간된 책인듯한데, 도해와 해설이 정말 끝내준다.




주역에 이런 내용도 있었나, 하는 부분도 많은데, 이게 도해식으로 돼 있으니 도해만 봐도 직관적으로 이해되는 바가 많은 신기한 책이다. 이 책이 번역되면 매우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역>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원서를 구해서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이게 주역 집주본 중 최고 정평이 나 있는 책이란다. 펼쳐보기만 해도 왜 그런지 느낌이 오는 책. 빨리 번역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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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5-05-01 18: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어려운 책을!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합니다.ㅠ

yamoo 2025-05-02 11:00   좋아요 1 | URL
보려고 구매한 게 아니라 구경하려고 구매한 거고...어차피 집주 형태라 명문당 집주본 보고 보면 될듯합니다..ㅎ 시간이 오래 걸리고...언젠가 읽게 되것지요..ㅎㅎ 언제인지는 기약이 없는..^^;;

카스피 2025-05-02 2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주역은 역경으로 과거부터 사서삼경의 으뜸으로 쳤는데 사실 복서(점치는 책)인 주역은 공자와 주자를 걸치면서 너무 철학적으로 심오해지다보니 일반인들은 당최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 된것 같아요

yamoo 2025-05-11 18:18   좋아요 0 | URL
흠...댓글이 늦어졌네요. 바쁜일이 휘몰아쳐서뤼..
이게 진짜 괘와 간단한 설명으로 돼 있어서 읽어도 무슨 내용인지 몰라요. 불교의 공안 읽는 읨이랄까요. 주석과 해설을 봐야 겨우 이해하는데 그래도 어렵긴 매한가지..여러번 반복해서 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계속 읽을 계획이라 주역해설서 있으면 바로바로 구입하는 편인데 위 책은 정말 처음 보는 집주본이었습니다!ㅎㅎ
 

2022년부터 컬렉팅 해 온 그림이 50점을 넘었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온라인 경매가 이렇게 무서운 줄은 몰랐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낙찰 받은 그림이 50점을 넘은 거다. 온라인 경매가 열리면 정말 욕심을 제어하기가 힘들다. 책탐과는 비교도 할 수 없다. 중독이 책보다 심하다. 책은 '이번 10권이 마지막이야!'라는 결심을 우습게 무산시키는데, 그림도 마찬가지. '이번 경매에 이번 그림이 정말 마지막이야! 더 사면 안돼! 공간도 부족하고, 비용도 정말 한계점에 이르렀어. 이제는 정말 안돼!!' 이렇게 결심을 하지만 경매가 열리면 여지없이 입찰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치열한 경쟁이 붙으면 내가 설정한 한도가 넘어 포기를 하게 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 경쟁이 치열하지 않으면 낙찰에 성공한다. 이렇게 입수한 그림 중에 100호 유화가 있다.


[파도, 162cm x 112cm, 캔버스에 유화, 1999]


그림이 정말 내 맘에 딱 드는 그림은 아니었지만 100호 그림이 말도 안되는 가격에 올라온 거였다. 나름 수준급 그림 실력을 보여주는 파도 그림. (나는 파도 그림을 싫어한다. 바다 그림은 유화 초보자가 많이 그리는 그림이라 좀 질리는 감이 있다.) 내가 이 그림을 낙찰받은 이유는 캔버스 때문이다. 아사 100호 캔버스는 캔버스만 30만원이 넘는다. 그림이 좀 질리고 맘에 들지 않으면 캔버스를 재차 사용할 요량으로 구입한 건데, 실물을 보고 나니, 어떻게 이런 그림을 말도 안되는 가격에 업어올 수 있는지 정말 믿기지가 않는다.(심지어 액자도 있다!!)이거 보다 훨씬 못 그린 40호 짜리 파도 그림. 작년 뱅크 아트페어에서 보았다. 400만원. 경력 5년도 안된 신진작가의 그림인데, 낙찰 받은 그림에 비하면 정말 형편 없었다. 100호 이 정도 실력의 그림이면 아트페어에서 800만원은 가뿐히 넘을 거다.


갤러리나 아트페어 자주 가다보면 원화 그림의 대체적인 가격을 알 수 있는데, 온라인 경매 가격은 그에 비하면 정말 착하다. 물론 온라인 경매라 사진만 보고 판단해야 하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대체로 사진이 좋으면 실물은 대개 훨씬 좋다. 그 반대도 간혹 있긴 하지만 유화 구상화이면 대체로 좋다. 100호 그림 낙찰받기는 처음인데, 액자도 있는 상태라 정말 횡재한 그림이다. 심지어 작가 미상인 작품도 아니다. 작가 서명도 분명하다. 찾아 보니 하삼도에서 활동하는 중견 화가인듯한데, 메이저로 진출하지 못한듯. 어쨌거나 유명작가는 아니지만 작가가 분명한 작품 중 이렇게 저렴하게 나온 그림은 처음인듯하다. 물론 저렴한 가격은 그만한 가치가 있는 거겠지만 내 생각으로는 작가가 유명하지 않아서일 경우가 크다.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이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나중에 그림이 싫증나면 캔버스만 재활용해야 겠다. ㅎㅎ


이 페이퍼의 핵심 주제: 온라인 경매시장은 원화그림을 가장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루트. 원화 그림을 구입하고 싶은 사람들은 <아무래도 그림을 사야겠습니다>와 같은 아트 컬렉션에 관한 책을 보는 것보다는 온라인 그림 경매 시장을 노리는 게 훨씬 낫다. 이런 건 책에 나오지 않는다. 정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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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아 2025-04-22 15: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호오~ 안개는 없지만 다비트 프리드리히의 그림이 연상되네요. 좋으시겠다~

yamoo 2025-04-23 09:41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필리아님!!^^
음...필리아님은 이 그림에서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그림이 연상되는군요! 정말 사람마다 그림 보는 방식은 천차반별 인듯합니다.ㅎㅎ 어쨌든, 되게 좋습니다요!!ㅎㅎ

페크pek0501 2025-04-23 12: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처음엔 그림을 보고 와~~ 하다가 파도가 미지근하게 느껴졌어요. 파도가 세거나 잔잔하거나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그 중간이라서요. 그저 제 취향이 그렇단 뜻입니다. 그래도 저 정도 수준으로 그리려면 얼마나 연마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

yamoo 2025-04-24 10:11   좋아요 1 | URL
역시 그림을 보는 사람만큼 많은 감상 포인트가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낍니다.ㅎㅎ
파도가 힘차게 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고 해변에서 잔잔하게 파도가 치는 모래사장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죠.ㅎㅎ
파도 그림을 많이 보다 보니, 대가들일수록 전체적인 어두운 톤의 색을 쓰는 작가들이더군요. 이 그림이 좋았던 것은 파도가 크게 치기 전 물이 빠지는 순간을 포착해서 그렸다는 점입니다. 바위를 보면 파도가 친 흔적이 보여요. 파도의 세기가 컸을 때 파도의 흔적...전체적인 색감도 어둡고..여튼 수준급 화가가 그린 것만은 분명해요.
동네에 그림파는 가게가 새로 오픈했는데 20호 그림이 250만원 이랍니다. 우리 사생회 회원분들보다 못그린 그림이...원화 그림은 정말 비싸긴 합니다. 그에 비하면 이그림은 거의 공짜죠..^^
 
그니까 미술 작가가 뭐냐면 - 그림 그리기부터 전시, 작품 판매까지 미술계에서 아트 작가로 살아가는 법
이계진 지음 / 더디퍼런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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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니까 미술작가가 뭐냐면>(더디퍼런스, 2024)이란 책을 읽었다. 나도 초보 작가 나부랭이이기 때문에 미술작가에 대한 안내서는 눈에 띄는 즉시 구입하여 읽는다. 놀랍게도 이 책의 저자인 이계진은 30대 초반의 신진 작가이다. 이 책 역시 미술작가의 저작이기에 누구나 미술작가가 될 수 있다는 사탕발림으로 시작한다. 왜 그런지 몰라도 작가들(특히 미술!)은 누구나 미술작가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미술작가가 뭐 하는 사람인지 알려주는 책인데, 이거 괜히 사서 읽었다. 서점에서 넉넉잡고 3시간이면 초보 작가에게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빠르게 습득할 수 있는 책이다. 그냥 블로그에서 A4 4장 정도로 깔끔하게 초보 작가에게 필요한 정보를 안내하면 됐지, 이런 책은 왜 냈다 싶다. 다 읽고 돈이 정말 아까웠다.

 

책 겉표지 안내대로 이 책은 그림 그리기부터 전시, 작품 판매까지 안내되어 있긴 한데, 매우 피상적이다. 미술계에서 아트(art) 작가로 살아가는 법을 알려준다는 책치고는 밀도가 많이 떨어진다. 단체전이나 개인전 한 번 했던 이력이 있는 사람이면 건질 게 별로 없는 안내서다. 정말 이제 막 전시를 한번 해 볼까하는 사람이 보면 어느 정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점이 있기는 하다.

 

7장까지 구성되어 있는데, 1-2장까지는 미술의 기초, 즉 자기가 미대 입시 준비했던 이력에 대한 내용(미술 기초는 중요하다!)이고, 3-4장은 그리는 방법과 그림 감상하는 방법에 대한 기본 안내이다. 미술작가가 되기 위한 기초 안내 정보. 이런 내용은 유튜브만 봐도 얼추 알 수 있다. 미술 기본기에 대한 정보와 그림 감상법에 대한 정보는 이 책의 내용보다 좋은 유튜브 영상이 널렸다.

 

이런 류의 책, 그러니까 신진 작가가 예비 미술작가에게 자기의 경험을 알려주는 내용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중요한 정보가 이 책에는 빠져있다. 즉 초보 작가가 어떻게 창작하고(주제와 대상을 어떻게 선정하고), 공모전이나 레지던시에 어떻게 하면 선발되는지 그 생생한 경험담이 빠져있다는 말씀. 물론 전시계획서를 어떻게 쓰는지도 알려주지 않는다.

 

이 책에는 대관 전시와 공모 전시 그리고 개인전을 열기 위한 과정을 알려주긴 하지만 공모 작가 선정 방법이나 레지던시 선정 방법의 노하우 정보가 통째로 빠져있다. 가장 중요한 알맹이가 없다는 사실. 개인전을 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많이 드는데, 비용을 보조해 주는 협회에 어떻게 준비해야 선정되는지가 빠져있다는 말. 그냥 어디서 지원금 준다더라는 정보가 전부다.

 

물론 저자는 무료로 개인전을 할 수 있는 공모전이나 개인전을 위해 보조금을 지급해 주는 미술 단체에 선정된 이력이 꽤 된다. 그렇다면 어디 어디서 이런 공모전이 있고 이런 보조금을 주는 단체가 있는데, 여기에 선정되려면 이러이러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자신만의 방법론을 왜 빠뜨렸을까? 개인전을 준비하는 과정은 그렇게도 새새하게 나열하면서 왜 가장 중요한 선정 노하우는 왜 쓰지 않았을까? (정말 괘씸한 부분이다)

 

핵심 노하우가 없는 안내서는 읽으나 마나 한 책이다. 한마디로 돈을 벌 수 있는 자게서에서 자기가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 핵심만 쏙 빼고 나머지 부가적인 것들만 열거해서 자신의 출판이력만 추가하는 꼴과 다를 게 없는 책이다. 창작의 길을 걷는 예비 작가들에게 건네는 실질적이고 유용한 이야기라고? 이런 사탕발림에 넘어가지 말라는 의미로 리뷰를 남긴다.

 

 

1. 이 책이 궁금하면 서점에서 필요한 부분만 읽으면 되겠다. 2장의 마지막 절과 3, 4장만 읽으면 왕초보 작가가 궁금해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절대 구입하지 마시라!

2. 책에 수록된 대부분의 '정보'는 아트허브나 네오룩에 올라온 정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3. 이제 막 시작하는 작가로, 경력 10년 도 안된 신진작가가 이런 책을 쓴다는 자체가 놀랍다. 신진작가로서 자기보다 더 초보인 작가들에게 뭔가를 알려주기 위해 이런 책을 썼다고 한다면, 위에서 내가 언급한 대로 자신이 선정되어 뭔가 지원을 받은 이력이 있다면 어떻게 선정되는지 그 구체적인 방법이 적시되어야 자기가 말한 바있는 책 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텐데, 왜 정작 그 중요한 구체적인 방법론은 쏙 빼놨는지 의문이다. 대외비인가? 그렇다면 이런 책은 왜 썼을까? 자기 경력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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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4-18 0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술작가라고 하셔서 미술에 대한 감상이나 평론글을 쓰는 ㄴ방법을 알려주는 책인줄 알았더니 화가가 되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네요.미대 출신이야 굳이 읽어 볼 필요가 없겠지만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쓴 책인것 같은데 야무님 글을 보니 좀 허술한 내용인 것 같습니다,

yamoo 2025-04-18 10:12   좋아요 0 | URL
미술작가는 어떤 일을 하는가...에대한 책인데...그냥 개인전과 단체전 등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안내서입니다. 매우 피상적이고 개인전을 하면 돈이 많이 들기에 지원금을 타서 개인전을 해야 작가 이력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입니다. 근데, 가장 중요한 그 지원금을 타는 공모에 선정작가가 되는 방법이 아예 빠져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책이에요. 자기는 선정작가가 된 이력이 찬란한데 그걸 알려주지 않아서 좀 빡쳤다는...ㅎㅎ

은지 2025-04-18 2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돈굳었네요 감사합니다

yamoo 2025-04-21 10:56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글 쓴 보람을 느낍니다!^^
 

알라딘 서재를 열고 포스팅을 하면서 처음에 설정했던 프로필 사진을 한 번도 바꾸지 않았다. 엘르 페닝 어릴 적 사진. 난 엘르 페닝 어린 시절 팬이었기에 그걸로 프로필 사진을 정했다. 


근데 아무래도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인물이고 이제 성인이 된 엘르 패닝은 전혀 내 관심사가 아니기에 바꾸어야 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귀찮고 자꾸 까먹었다. 아니, 방치했다는 게 더 적절하다싶다.


최근에 내 작업의 근간이 되는 아주 중요한 주제를 확정했고 스타일도 정했기에 포트폴리오를 만들면서 내가 작업했던 그림 중 가장 좋아하는 그림을 프로필 사진으로 채택하기로 했다.



캔버스에 아크릴과 파스텔로 그린 6호 짜리 그림이다. 제목은 '상상계적 환원으로서의 풍경'이다. 그림을 완성하고 지금까지도 만족하는 구상 계열 3작품 중 하나. 작년에 그린 30 작품 중 하나인데, 일부는 여기 올리기도 했다.


어쨌거나 요즘 내 작업은 콜라주인데, 이 그림을 축소 내지 확대 복사해서 열심히 사용 중이다. 갑자기 엘르 페닝이 없어지고 이상한(?) 그림이 보이면 그것이 yamoo라고 생각하면 되시겠다.^^



[덧]

1. 아마도 올 하반기 즈음 개인전을 할 예정이다. 단체전은 6-7월로 잡혔다. 내 돈 내고 개인전 하기 싫어서(대관하면 최소 500이상 든다) 갤러리들이 신진작가에게 지원하는 공모에 지원해서 선정됐다. 돈이 전혀 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비용을 최소화 하면서 아트페어나 개인전을 할 수 있게 됐다.

2. 개인전 열기 위해서는 20호 이상 그림이 최소 10점은 되어야 한다. 그래서 계속 그려야 한다. 그래서 책 읽을 시간이 없다. 그래도 한 달에 책 2-3권은 꼭 읽으려고 하고 있다. 쉴 때는 주로 드라마를 봐서 책 볼 시간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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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4-12 15: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프로필 사진을 바꾸셨군요.전 컴치라 프로필 사진을 어떻게 바꾸는지도 잘 모르겠어서 계속 그냥 나두고 있습니다.그나저나 직접 그리신 그림이라니 참 좋은 취미를 가지고 계신것이 부럽습니다^^

yamoo 2025-04-14 10:37   좋아요 0 | URL
서재관리로 들어가셔서 내 정보에서 바꾸면 됩니다. 아주 쉬워요~~ㅎㅎ
네, 직접 창작을 하고 보니, 창작물 들이 하나씩 쌓이는 기쁨이 크긴 한데, 너무 많아지니 보관의 문제가 대두되네요..ㅎㅎ
더 많아지면 큰 문제가 될 듯합니다..ㅎㅎ

페크pek0501 2025-04-12 17: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멋진 그림, 멋진 프로필입니다. 제목은 있어 보입니다.

yamoo 2025-04-14 10:3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ㅎ
저두 저 그림에 만족하여 여러 가지로 활용을 하고 있습니다..ㅎㅎ

니르바나 2025-04-12 2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yamoo 작가님,
그림이 참 인상적입니다. 한번 보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책이야 그 동안 많이 읽었으니까 전시회 작업을 위해 잠시 휴식기를 취해도 될 것 같습니다.^^

yamoo 2025-04-14 10:4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반추상 작품이라, 상상적인 걸 그려서 현실에 저런 곳은 없지요..ㅎㅎ
고맙습니다! 전시회 준비하면 자연스럽게 책읽기는 휴식기로 돌입하는 듯합니다..^^

그레이스 2025-04-29 19: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림 분위기 너무 좋아요. 상상계의 환원으로서의 풍경이라! 한참 들여다 보게 되네요.

yamoo 2025-04-30 09:3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그레이스님^^
저도 제 그림 중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에요! 그래서 프로필 사진으로 등록했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