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 여성커뮤니케이션 연구총서 14
이희은 외 지음 /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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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미디어 관련하여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젠더 논점들을 쭉 훑어보기에 좋은 책. 여러 저자가 쓴 글들 사이에 편차가 있고 페미니즘보다는 디지털 미디어에 치우쳐 보이는 글들도 몇 꼭지 있어서 아쉽지만, 몇 꼭지는 아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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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9-30 17: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독 축하드리고 고생하셨습니다. 9/30 에 딱 맞춰 끝내주시는 센! 스! ㅎㅎ

독서괭 2022-09-30 18:1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포르노랜드 선행(절반)했다고 자랑했는데 왠지 그책도 마지막날 끝낼 것만 같은 느낌이..-.-;;

거리의화가 2022-09-30 18: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괭님 완독 축하드려요^^ 글 간에 편차가 있었던 것 같긴 합니다^^

독서괭 2022-09-30 18:1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방금 리뷰도 썼어요 ㅎㅎ 화가님 개발자 관련 글 좋아요 눌러놓고 못 읽었는데, 읽으러 가야겠어요.

건수하 2022-09-30 18: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다 못 읽었지만 독서괭님 리뷰에 매우 공감합니다! ^^ 완독 축하드려요~

독서괭 2022-09-30 18:22   좋아요 1 | URL
ㅎㅎ 감사합니다 수하님^^

- 2022-10-01 23: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독 수고하셨습니다! 깔끔한 리뷰까지!!! 괭님 혹시 - 계획형 인재?? esfp 아니었어??

독서괭 2022-10-04 12:3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쟝쟝님~ ㅋㅋ 저 esfp 아닌데요 ㅋㅋㅋ 두개만 맞추심 ㅋㅋ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이수현 옮김 / 비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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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이 필요한 순간, 기력은 떨어진 순간. 아주 재미난 소설을 좀 읽고 싶어진 순간.

책장에 가서 이책 저책을 뒤지다가, 작년에 사두고 잊고 있었던 옥타비아 버틀러의 <킨>이 눈에 들어왔다. 타임슬립 소재, 재미있을 것 같은데, 하고 펼쳐서 두어장 읽었다가, 그대로 선 채 절반을 읽고 말았다(총 514쪽짜리 책). 그만 읽어야 하는 시간인데 조금만 조금만 하며 읽다가 겨우 덮고, 내내 궁금해하다가 오늘 끝장을 냈다! 

1976년을 살던 스물여섯 살의 흑인 여성 다나가 1819년으로, 그것도 노예제가 극심하던 남부로 타임슬립 하는 이야기, 정도는 알고 있었는데, 한번 가서 있다가 돌아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여러 차례 왔다갔다 하는 이야기인 줄은 몰랐다. 게다가 백인인 남편 케빈까지 같이 타임슬립하는 일까지?! 
가난할지언정 꿈이 있고 자기 집이 있고 자유로운 시민으로 지내던 사람이 이제는 '검둥이', '그거', '저년'이라고 불리면서 툭하면 채찍질, 강간, 살해, 노예매매의 위협을 받게 되다니. 상상만 해도 몸서리쳐 지는 일이 아닌가(<시간 여행자의 아내>의 주인공은 타임슬립 할 때 딱 몸뚱이만 가버려서 고생하는데, 그나마 남자라 다행이지만, 이 책은 여성인 주인공에게 그렇게까지 잔혹하지는 않았다..). 흑인으로서, 그리고 작가로서 많은 책을 읽었고 흑인들의 참담한 역사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다나는, 두번째 타임슬립에서 자신이 이동한 곳의 연도와 지명을 알아내고 어떤 처지에 처하게 될지 직감한다. 그러나 책으로 보아 알던 것과 직접 겪는 것이 어찌 같을까. 그녀는 자기의 원래 자리를, 본래의 자기 모습을 지키고 '그곳'- 1819년의 메릴랜드주 와일린씨(농장주) 저택과 거리감을 유지하려고 애쓰지만, 머무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어려워진다. 

다나가 타임슬립 하는 원인은 루퍼스 와일린이다. 농장주의 아들인 루퍼스가 위험에 처하게 되면 다나는 타임슬립으로 그 곁에 끌려 온다. 처음 만난 것은 다섯 살 무렵. 두번째 만났을 때 들은 정보로 다나는 그가 자기의 먼 조상일 수도 있음을 깨닫는다. 백인 조상이 있었음을 몰랐던 다나. 어쨌든 그가 자식을 낳기 전에 죽으면 후손인 자신은 사라지게 되므로, 좋든 싫은 그의 목숨을 계속 구해줄 수밖에 없다.


나는 루퍼스에게 최악의 수호자였다. 흑인을 열등한 인간으로 보는 사회에서 흑인으로서 그를 지켜야 했고, 여자를 영원히 자라지 못하는 어린아이로 여기는 사회에서 여자로서 그를 지켜야 했다. 내 몸 하나 지키기도 벅찬 곳에서 말이다. 그래도 나는 최대한 루퍼스를 도울 것이다. - P124

"이건 도박이야. 젠장, 당신은 역사를 상대로 도박을 하고 있다고."
"달리 어쩌겠어? 난 시도해볼 수밖에 없어, 케빈, 그리고 나중에 살아남기 위해 지금 사소한 위험을 감수하고 별것 아닌 모욕을 감내해야 한다면, 그 정도는 하겠어."
 - P154


루퍼스는 다나가 미래에서 왔다는 사실을, 자신을 구하기 위해 온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들의 관계는 묘하게 흘러가는데, 농장주의 아들인 루퍼스와 흑인 다나는 그 시대에 평등할 수 없다. 서로에게 나름의 애정과 신뢰를 가지고 있지만, 흑인을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는 곳에서, 다나는 자신 역시 마찬가지 취급을 받는 존재임을 강제로 인지시키는 사건들을 겪게 된다. 
그녀는 싸우고, 주변 흑인들을 돕고, 루퍼스가 자기 아버지처럼 되지 않게 하려고 애쓰지만, 일보의 희망과 이보의 절망이 반복된다. 잔혹한 일들. 자기 아이가 노예상에 팔려가는 모습을 보는 것, 주인이나 감독관 침대에 불려 다니다가 버림받는 것, 도망갔다가 잡혀와 귀가 잘리고 죽도록 맞는 것... 이런 일들을 목도하는 것도 고통스럽지만, 그녀 자신에게 벌어지는 육체적 고통은 직접적으로 그녀의 정신에 타격을 입힌다. 채찍질을 당하고 나면 자기도 모르게 움츠러들고, 어느새 순종적인 노예로서 행동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나는 눈을 감고, 마음의 눈으로 노예상인 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들을 다시 보았다.
"그래서 수월하다는 사실이 무섭게 느껴졌구나. 이제 이유를 알았어."
"무슨 말이야?"
"수월함 말이야. 우리나, 아이들이나……… 노예제도를 받아들이도록 훈련시키기가 얼마나 수월한지 전에는 몰랐어."
 - P191


이 소설은 정말 재미있다. 두꺼운데 비해 글자 수가 많지 않고 문장이 간결하고 속도감이 있어 훅훅 읽을 수 있다. 그렇다고 전하는 메시지가 결코 가볍지 않다. 인간이 인간을 노예로 '만들어내는 것', 노예제가 어떻게 그렇게 오래 지속될 수 있었는지를 뼈아프게 진술한다. 그러면서도 흑인도 백인도, 노예이건 아니건 사람 사이에는 감정이 교류되므로 관계가 늘 일방적일 수 없다는 점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결말이 많이 궁금했는데, 꽤 만족스럽다. 

노예제를 생각하니 <빌러비드>가 생각났고, <가부장제의 창조>의 이 구절이 다시 떠올랐다..


다른 인간존재를 잔인하게 대하고 그/그녀에게 자신의 의지에 반하여 노동을 하도록 강제하는 것보다 한수 높은 중요한 발명은, 지배당하는 집단을 지배하는 집단과 완전히 다른 집단으로 지정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 물론 그런 차이는 노예가 될 사람들이 타지방 부족구성원, 말 그대로 ‘타인‘일 때 가장 명백하다. 그러나 그 개념을 확장하고 노예화된 사람들(the enslaved)을 어떤 면에서 인간이 아닌 다른 것, 노예로 만들기 위해서, 남성들은 그런 지정이 실제로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정신적 구성물은 대체로 어떤 현실 속의 모형들에서 나오며, 과거경험을 새롭게 정렬하는 것으로 구성된다. 그 경험은 노예제가 발명되기 이전에 남성들에게 주어졌던 것인데, 그것은 바로 자기 집단의 여성들을 종속시켰던 경험이다. - <가부장제의 창조>, P138


오늘 혼밥하는 날이라 사진을 찍어보기로. 얼마전 책나무님 서재에서 본 써브웨이가 떠올라서 주문했는데, 예쁜 접시에 담은 책나무님 샌드위치는 참 맛나 보였는데 내건.. 쩝.. 그래도 맛있었다. 
첫 사진은 <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인데 사실은 사진만 찍고 <킨>으로 바꿨다..ㅋㅋㅋ 디지털 페미니즘은 내일 읽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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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2-09-28 18: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으.... 첫번째 빵 사진, 으....., 으...... 이상하게 생겼어요. ㅠㅠ
혹시 제가 변탠가요? ㅠㅠㅠㅠㅠㅠ

독서괭 2022-09-28 18:29   좋아요 2 | URL
그렇게 말씀하시니 그렇게 보이기도 합니다만..ㅋㅋㅋ 제가 일부러 그런 각도로 찍은 건 아닙니다.. ㅋㅋㅋ

scott 2022-09-29 11:05   좋아요 2 | URL
골드문트님 댓글 먼저 읽고 보니
그리 보입니다 ^^

- 2022-10-01 23:10   좋아요 3 | URL
변태문트ㅋㅋㅋㅋㅋ 젓갈부텈ㅋㅋㅋㅋㅋ 왜이러쌔요!!!!

단발머리 2022-09-28 19: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너무 좋아했고, 근데 무서웠고, 슬펐고 놀라웠고 그랬습니다.
독서괭님 리뷰 읽는데 그 때가 새록새록 떠올라서 좋고 무섭고 막 그랬어요. 저는 <블러드차일드> 읽어봤고요 (매운맛), <씨앗을 뿌리는 사람의 우화>는 아직 읽기 전입니다. 서브웨이랑 책, 너무 잘 어울리네요. 지금 못 내려가는데.... 저는 어쩌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09-28 21:04   좋아요 1 | URL
단발님도 좋아하시는 책이군요! 작가가 꽤나 밀어붙여서 무섭고 주인공 불쌍하고 ㅠㅠ 글 빨리 마무리 하느라 깜박 안 썼는데 원래 세계인 1976년에서도 여전히 차별은 계속되고 있다는 게 제일 씁쓸한 부분이었어요..ㅠㅠ
<블러드차일드> 많이 매운가요? 궁금하네요!
저녁 맛있게 드셨죠?^^

책읽는나무 2022-09-28 20: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얼마나 재밌으면 서서 절반을 읽으시는??
버틀러...버틀러...✍️✍️
놀라운 책이군요.
서브웨이 샌드위치는 이건 무슨 맛이에요?
오이하고 야채가 엄청 많네요??
이렇게 야채값이 비싼 때에??
야채가 많아서 먹음직스러워 보입니다.
저녁 먹었는데도...^^
여성주의 책 읽을 때는 역시 서브웨이!!!
👍👍

독서괭 2022-09-28 21:07   좋아요 2 | URL
정말 홀린듯이 읽었네요. 같은 버틀러지만 주디스와 달리 옥타비아는 쉽고 재밌습니다 ㅋㅋㅋㅋ
써브웨이는 이탈리안 비엘티입니다! 야채 하나도 안 뺀 거라 그득해요. 짭쪼롬하니 맛있네여 ㅎㅎ
여성주의 책에는 써브웨이ㅋㅋㅋㅋㅋㅋㅋ 좋은 조합입니다. 혼밥하며 책 읽기 넘 좋아요~^^

다락방 2022-09-29 09: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저 진지하게 잘 읽고 있다가 서브웨이 샌드위치 사진 보고 빵터졌네요. 첫번째 사진 정말이지 뭔가 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지한 리뷰에 웃어서 죄송합니다. ㅋㅋㅋ
그나저나 제가 어제 자기전에 독서괭 님의 이 리뷰가 올라온 것만 확인했거든요? 제가 자기 전에는 폰을 안보려고 노력하다보니 제목만 보고 글은 안읽었는데 별 다섯인걸 확인했어요. 그래서!! 책장으로 가서 이 책을 꺼내가지고 왔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 책 다 읽으면 이 책을 읽도록 하겠습니다!!

독서괭 2022-09-29 09:43   좋아요 1 | URL
역시 준비된 독서인 다락방님 ㅋㅋㅋ 책장에 다 준비되어 있군요 ㅋㅋ 비타님 단발님도 좋아하신다는 말씀 보고 예상은 했습니다 ㅋ 분명 다락방님도 좋아하실 듯요!
써브웨이 사진은.. 괜히 올렸나 싶었는데.. 저의 게으름을 그대로 보여주는 날것 그대로의.. 큼;;

잠자냥 2022-09-29 10:27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난 아무리 봐도 이상한 거 모르겠는데요? 서브웨이 먹고 싶다. 서브웨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9-29 10:31   좋아요 3 | URL
저 서브웨이 사진 이상해서 빵터진게 아니라 날것 그대로여서 빵터진거였어요. 제가 서브웨이 샌드위치 먹으려고 포장 벗기면 딱!! 바로 저 상태거든요. 왜냐하면 저는 야채도 빠짐없이 죄다 넣기 땜시롱 포장 풀자마자 야채들이 후두둑 떨어지고 난리가 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09-29 10:41   좋아요 1 | URL
네.. 써브웨이 광고용으론 절대 좋지 않을 날것 ㅋㅋㅋㅋ

mini74 2022-09-29 13: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킨 넘 재미있게 봤어요. 흑인여성의 과거로의 시간여행 으악!! 악몽이죠 ~ 빵사진 ㅎㅎ 사진 참 못 찍는 저로서는 반갑고 정겨운데요 ㅎㅎ

독서괭 2022-09-29 16:11   좋아요 1 | URL
미니님도 재미있게 보셨군요^^ 타임슬립 작품 중 조금도, 1도 부럽지 않은 경우 같아요 ㅎㅎ
빵사진으로 여러분께 즐거움(?)과 놀라움(??)을 드린 것 같아 기쁩니다(?)

수이 2022-09-29 19: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의 킨 리뷰 읽으니 얼른 다시 읽고 싶다 다시 읽고 싶다, 이러고 있어요. 써브웨이 샌드위치 사진이............. 너무 사실적이라 좀 당황했습니다 ㅋㅋㅋㅋ

독서괭 2022-09-29 20:00   좋아요 0 | URL
다시 읽으셔도 재미있겠죠?^^
정말 가감없이 있는 그대로를 찍는.. 최신트렌드라고 우겨봅니다(뭔소리..) ㅋㅋㅋ

2022-09-29 1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29 1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29 20: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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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9 20: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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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9 21: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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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9 21: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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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9 21: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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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9 22: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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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9 23: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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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9 2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29 2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 2022-10-01 23: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진 ㅋㅋㅋㅋㅋㅋ 진짜 대충 찍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 대충찍는 뎈ㅋㅋㅋㅋㅋㅋ 이정도는 아니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킨 저도 읽다가 말았어요! 재밋었는데 ㅋㅋㅋㅋㅋ 왜 말았지??? 언제 날잡고 머리식힐 겸 킨 읽어야겠어요ㅋㅋㅋ

독서괭 2022-10-04 12: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쟝쟝님도 대충 찍어요? ㅋㅋㅋ 화면 편집하시는 거 보면 능력자인데 뭘~ 전 능력도 없고 성의도 없;; 성의라도 좀 가져야겠어요. 넘 날것이라 부끄럽네유 ㅠㅠ
킨 왜 읽다 마셨죠?? 엄청 재밌는데?? 한번 다시 잡아보세요^^

은하수 2022-10-19 1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 기대하지 않고 봤다가 정말 깜짝 놀란 책이예요
너무너무 흥미진진 재밌게 읽었답니다. 사실 제목의 뜻도 모르겠고 썩 끌리는 제목은 아니잖아요 근데 주인공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타임슬립이라니... 놀라운 사건의 연속이 책에서 손을 놓지 못하게 하죠 샌드위치 먹으며 책 읽기 시전하게 합니다.. 아주 바람직해 보여 부럽네요
우리동네는 저 매장이 없어요 ㅠ

독서괭 2022-10-19 12:22   좋아요 0 | URL
저도 제목 뜻도 모르고 읽고 나중에야 찾아보고 알았어요^^; 북플에서 누가 추천해서 샀을 것 같은데 기억도 안 나고 ㅎㅎ 그런데 막상 시작하니 손을 놓을 수가 없었어요!
감사합니다 mokl님, 이보다 더 맛있는 샌드위치 드시며 책 읽으시길요^^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이수현 옮김 / 비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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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제가 어떻게 사람을 노예로 “만들어내는지” SF의 형식을 빌려 고발하면서, 노예든 아니든 흑인이든 백인이든 인간과 인간 사이에는 어쩔 수 없는 감정의 작동이 있음을 잘 보여주는 소설. 게다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흥미진진하다! 내내 긴장하며 끊지 못하고 단숨에 읽어내린 책은 오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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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9-28 14: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작품 정말 좋아합니다😍

독서괭 2022-09-28 18:25   좋아요 2 | URL
스콧님~ 진작 읽을 걸 그랬어요!^^

수이 2022-09-28 15: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허허허허 끝장이죠? 저도 단번에 끝냈어요 이 소설. 지적 허영심도 느껴지지 않아서 정말 읽는 동안에 뇌가 투명해지더라구요. 저도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독서괭 2022-09-28 18:25   좋아요 1 | URL
아, 비타님, 정말 넘 재밌었어요. 작년에 샀을 때 바로 읽었으면 <빌러비드>랑 비슷한 시기에 읽어 더 재미났을 것도 같은데~ 왜 처박아 놨었나 몰라요 ㅎㅎ
 

경향신문에서 연재되는 이진송 작가의 '아니 근데'를 가끔 읽는다. 

이번에는 "프메 인기몰이 이동욱부터 청담부부 정우성·이정재까지…‘아저씨 열풍’의 이면"

이라는 제목으로 최근 2,30대 젊은 여성들이 40대 이상의 남성 배우를 좋아하는 현상을 분석했다.


기사 링크: https://www.khan.co.kr/culture/culture-general/article/202209231558005


그냥 ‘아재 열풍’이라 착각마라…# 무해함 # 헛물안켬 # 사리분별


이라고 첫줄에 써 있듯이, 과거 나이 많은 남성이 젊은 여성과 교제/결혼하면 능력 있다고 추켜세워지고, 이런 사례를 바탕으로 나이 많은 남성들이 젊은 여성들을 성적 대상으로 보던 것과 최근의 아저씨 열풍은 결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불안한 현실을 살아가는 여성들이, 나를 불안하게 하지 않는, 즉 '무해한' 남성상을 선호하게 되었다는 분석이 흥미롭다. 


요즘 어린 여성들이 아저씨를 좋아한다는 소식에 가슴이 설렌다면, ‘떼잉!’ 거기서부터 탈락입니다. 이는 결국 ‘무해한 남성상’에 대한 열망과도 통한다.

(...)

무해한 남성상의 인기에는 절박한 측면이 있다. 2022년의 이성애자 한국 여성에게 연애, 남성, 구애는 위험하고 두려운 개념이기 때문이다.

(...)

모르는 사람과 마시는 커피 한 잔도 긴장하게 되고, 안전하게 이별하는 ‘꿀팁’을 공유하는 것이 여성들의 현실이다. 아저씨 열풍은 이러한 맥락에서, 단순히 ‘나이 많은 남자’가 아니라, ‘나이가 들었음에도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어린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지 않는 최소한의 분별력을 갖춘 남자’를 안전하게 사랑하고 싶은 욕망의 반영이다.  - 이진송 칼럼 중 


* 꼭 원문을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아주 재미있고 공감가는 글입니다^^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의 두번째 글, 백지연의 '불안에도 불구하고'는 이런 여성들의 불안을 분석한다. 김예란의 첫 글이 정동이론을 바탕으로 행복을 향해 나아가는 '몸'들의 투쟁으로서 미투를 분석했다면, 백지연의 이 글은 이론보다 조금더 직관적으로 여성들의 불안을 설명하여 공감이 쉽다. 그렇다고 직관만 내세우는 엉성한 글은 물론 아니다. 현대 여성의 집단적 불안을 만들어내는 미디어의 작동 방식을 설명하고, 불안의 근본적 원인이 '젠더간 권력차이'에 있으며, 이런 불안에 대처하는 방식으로 선택하는 도피는 결국 불안을 증폭시키게 될 뿐이므로, 여성들은 '미러링 전략' 등을 통해 싸우기를 택하였다는 전개를 통해, 싸우는 여성들의 정동을 논리적으로 지지하는 글이다.



가령 미디어는 ‘세상은 너희에게 이렇게 무서운 곳‘임을 알려주는 정보를 늘어놓으면서도, 동시에 여성이 느끼는 불안을 개인적 사연의 형식을 빌려 소비시킨다. 여성들은 언제나 당하고, 울다가, 사건을 해결하지 못한 채 사라진다. 이런 이야기 구조 내에서 여성의 불안은 사회적인 실체를 가진 사실로 구성될 수 없다.
반면, ‘시스템‘은 남성의 불안 원인을 설명하는 단골 기제다. 예를 들어, 2015년 초반 즈음부터 온라인 공론장의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였던 여성혐오를 다룬 많은 기사들이, 남성이 여성을 혐오하고 차별하는 이유를 신자유주의 탓으로 돌린다(백지연, 2017). 남성의 경제적 불안(문강형준, 2016.1.15), 결혼에 대한 불안(조한혜정, 2016.2.16), 여학생과 경쟁하는 남자 청소년의 불안(백승찬, 2015.8.12), 여성과 마찬가지로 약자인 남성의 불안(박권일, 2014.8.11) 등은 모두 신자유주의 시대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기사들은 사실로서 확인해주었다. 이와 같은 결론이 도출되는 과정은 엉성하지만, ‘여성혐오는 최근에 생겨난 것이다‘, ‘여성은 성격적으로 예민하다‘는 ‘문화적 전제 (Van Gorp, 2007)‘가 그 공백을 메워주면서, ‘불안‘이라고 이름 붙여진 감정을 대하는 사회의 방식에 개입한다. - P53


감히 확신하건대, 모든 여성은 여성이라는 성별 때문에 겪었던 불안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이 기억은 개별적인 경험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지만, 집단적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특히 사회적 기억을 만들어내는 주요 에이전트인 미디어 (박동숙·이재원·정사강·강혜원 · 김해원, 2014)는 여성 집단이 불안의 기억을 축적하는 데에 적극적으로 관여한다. - p55


나 또한 감히 확신한다. 모든 여성은 여성이라는 성별 때문에 겪었던 불안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고.

옛날 교과서에 실렸던 글 중 이런 게 있었다(지금 찾아보니 계용묵 작가의 '구두'라는 수필이다). 화자는 남성인데, 어느날 밤 집으로 걸어간다. 그의 앞에는 한 젊은 여성이 걸어가고 있다. 방향이 같아 앞뒤로 걸어가던 중, 여성이 불안한 기색으로 힐끔거리기에 화자는 앞서가려고 빨리 걷고, 그러나 여성도 더 빨리 걷다가, 결국 골목으로 들어가 달아난다. 남성은 황당하고 억울한 마음으로 집에 간다.. 

대충 이런 스토리였던 듯. 문제는 이 글에 여성이 느끼는 불안에 대한 공감같은 건 없이, 남성이 '잠재적 가해자' 취급을 당함으로써 느끼는 억울함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관련 기사를 보니, 내 기억이 대충 맞다. 이 글은 계속 생각나면서 내게 불편한 감정을 일으켰다. 


한국일보 기사: 왜 사회는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의 '구두'를 신는 법을 가르칠까 

                      기사링크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80410470004832


일전에 같이 일하던 남성이 억울함을 토로한 적이 있었다. 지하철에서 손잡이 잡고 서서 한손으로 핸드폰을 들여다보는데, 바로 앞 의자에 앉아있던 여성이 가방인지 뭔지로 다리 부분을 가리더라는 것이다. 본인은 그 사람이 있는지 인식도 못하고 있었는데. 그게 그렇게 억울할까? 그전에 수많은 불법촬영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그 여성이 핸드폰의 방향이 자신을 향하고 있는 것에 그렇게 불안을 느꼈겠는가? 

저런 수필이 교과서에 실리고 남성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법만 가르치니 이모양이 되었나 보다.. 요즘 교과서에는 여성작가의 글이 많이 실려 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그렇다면 불안의 근본적 원인은 무엇인가? 연구에 따르면, 개인이나 집단 간의 권력 차이와 이를 유발하고 유지하는 구조적인 조건이 인간의 사회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불안의 주된 원인이다(Ohman, 2008;Barbalet, 2001; Flam, 1993; Kemper, 1978). 여성이 느끼는 불안은 젠더간 권력차이에서 발생하고, 남성중심적인 사회 구조가 이 원인을 존속시킨다는 뜻이다. 불안은 다양한 강도를 가지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정도가 변하며 내면적이거나 환경적인 상황에 의해 구체적인 양상이 달라질 수 있지만(Spielberger, 1966), 남성과 여성의 권력의 차이가 지속적이고 안정화되어 있다면, 이를 고질적인 문제로 이해해야 마땅하다. 구조가 바뀌지 않는 이상, 한국 여성들의 불안은 한국 사회 내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고 지속된다. - P56

궁극적으로 도피는 불안을 더욱 증폭시키는 탓에(Bourne, 2010) 안타깝게도 도망의 결말은 언제나 비슷하다. - P59

더불어 미러링의 발화자들은 자신의 언어가 남성 청자에게 거부감 없이 수용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미러링 전략의 궁극적 목적은 원본이 가진 폭력성을 지적하고, 미러링(만)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이중잣대와 이를 만든 차별적 인식을 드러내보이는 것을 통해 젠더권력의 차이를 좁히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얼마나 잡음 없이 받아들여졌느냐‘는 기준은 미러링의 성공적 수용 여부를 판가름하는 주요 기준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잡음과 거부감의 유발이 미러링의 목적 달성을 돕는다.
미러링을 통해 표현된 언어의 원본은 ‘일간베스트‘ 뿐만 아니라 ‘디시인사이드‘, ‘오늘의 유머‘, ‘엠엘비파크‘ 등 온라인 공간의 남성 중심의 커뮤니티에서 생산되고 누적되어온 여성혐오 발언과 철저하게 대립쌍을 이루고 있다. 이 대립의 구조는 미러링의 폭력성을 비판하는 순간 그의 원본이 되는 남성들의 여성혐오를 함께 비판하지 않을 수 없도록 짜여진 언어적 전략이다. 못마땅하고 기분이 나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러링을 수용하는 사람의 존재가 그렇지 않은 사람을 성차별주의자로 만드는 구도인 것이다.
 - P72


나는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때만 해도 '여자 남자 편가르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야지~ 왜 여성혐오라는 말로 편가르기를 하냐'는 남성상사의 말에 맞장구를 치던 사람이었다. 미러링에 대해서도 별로 좋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같은 말로 되받아쳐봐야 나까지 수준낮은 인간이 되는 거 아니냐는, 약간 도덕군자 같은 마인드가 있었던 것도 같다. 하지만 그 뒤 페미니즘을 자세히 접하고 이런저런 일들을 겪어가며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이 글에서 백지연이 미러링의 의의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해주니 좋았다. 



여성들은 두려움에 얼어붙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불안에도 불구하고 생각하고, 불안과 함께 말하며, 불안을 없애기 위해 싸우기를 선택했다. 여성의 불안은 젠더 권력의 차이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어디서든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에, 여성들의 싸우기는 계속될 것이다. - P74, 75


"서로 다른 수준의 관여도를 가진 여성들"(67쪽)이 존재함을 인정하고 이들이 자신의 관여도 수준에 따라 적절하게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길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열리게 되었다는 점도 강조하는데, 공감가는 부분이다. 직접 시위에 참여하거나 '마녀D'처럼 연대활동을 하지 못해도,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것, 피해자에 대한 지지의 의사를 작은 목소리나마 표현하는 것, 주변 사람들과 이런 생각을 나누는 것도 싸움에 참여하는 일이다. 





이제 읽기 시작하는 <디어 마이 네임>는 성폭력 피해자로서 원치 않는 법정 싸움에 나서야만 했고(가해자가 죄를 인정하지 않고 피해자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기 때문에) 가해자에 대해 배심원들이 만장일치로 유죄를 인정하였음에도 판사가 구형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낮은 형을 선고하는 꼴을 봐야 했던 저자가, 몇 년 동안의 가명 사용을 그만두고 자기 이름을 찾아 쓴 책이다. 자신 같은 피해자가 더이상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쉽지 않은 일을 해낸 저자에게 박수를 보내며, 책을 사 읽는 것 또한 싸움을 지지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나는 내 사생활을, 연애를, 과거를, 가족을 난자하는 불쾌하고 날 선 질문들, 내 이름을 물어보는 노력조차 하지 않고 나를 반라의 상태로 만들어놓은 이 남자를 위한 변명거리를 찾으려고, 시시콜콜 쓸데없는 사실들을 쌓아 올리고 있는 무의미한 질문들로 두들겨 맞았습니다. 육체적인 폭행 이후 나는 나를 공격하도록 설계된 질문에 공격을 당했습니다. 보세요, 그 여자가 사실이라고 하는 말들이 앞뒤가 안 맞잖아요. 그녀는 정신이 나갔어요. 사실상 알코올중독이고, 어쩌면 꼬시고 싶었는지도 몰라요. 그 남자는 멀쩡한 운동선수고, 두 사람 모두 술에 취했고, 뭐라도 했겠죠. 그녀가 기억하는 병원 관련 일들은 사실과는 관련 없는 일이고, 그걸 왜 고려해야 합니까. 브록에겐 많은 게 걸려 있고, 그래서 그는 지금 아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고 던지는 질문들에 말입니다.  - 523쪽 (책 맨 뒤에 실린 피해자 진술서 중)


관련 기사 링크: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america/848102.html




 '법대로'가 만능의, 최선의 선택지는 아니다. 그럼에도 당신이 사법 시스템을 이용해 싸우길 선택한다면, 그럼에도 당신이 피해자와 함께 싸우길 선택한다면, 

 혼자 싸우지 말자.

 혼자 싸우게 두지 말자.   - 2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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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9-26 15: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한국일보 젠더살롱은 꼭 챙겨보는 코너예요. 토요일마다 실려서 주말의 시작을 더 의미있게 만든답니다.
저는 이제야 페미니즘 관련 책을 읽는 사람으로써 아직 제 입장이 무어다 정리는 되지 않는 것 같아요. 하지만 조금씩 발을 담그다보니 제가 남성 주류의 입장에 철저히 묻어가던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저는 심지어 여사친보다 남사친이 더 편했던 사람입니다.

독서괭 2022-09-27 15:07   좋아요 0 | URL
오 화가님은 젠더살롱을 챙겨보시는 분이군요! 저도 들어가 좀 훑어보니 글들이 좋아보이더라고요^^ 종종 읽어봐야겠습니다.
저도 아직 페미니즘 초보자로서 이론적인 입장이 정리된 건 아니지만, 화가님 말씀대로 ‘남성 주류의 입장에 철저히 묻어가던 사람이구나‘라는 깨달음은 저도 느낀 바입니다! 저도 한때 남자들이 편하다고 생각했어요ㅎ 중,고,대학 때 친하게 지냈던 남자들은 다 어디갔는지 사라졌지만 ㅋ 지금 직장 동료들 중에는 좋은 분들이 많아서 잘 지내긴 하는데, 그래도 갈수록 여자들이 좋네요^^

단발머리 2022-09-26 16: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여러가지 생각이 참 묘하게 겹쳐집니다. 독서괭님 말씀처럼 ‘강남역 살인사건‘이 여러 여성들에게 ’각성‘의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전 정희진선생님의 ’메갈은 일베에 맞선 유일한 당사자다‘라는 한겨레 신문 게재글, 게임업게의 여성 성우 퇴출과 관련된 글이 오래도록 인상깊었습니다. 솔직히 지난한 여성혐오의 역사 자체가 가려져 있기 때문에 이걸 가시화하는 것 자체도 너무 어려울 일일테고. 이번의 신당역 사건 같은 불행한 경우가 반복되는 현실에 무기력함을 느낍니다.
읽고 쓰고 말하는 것… 이외에 정치적인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시작점이 어디가 될런지요.
저도 서둘러야겠어요. 좋은 글이라 천천히 읽었습니다. 고마워요, 독서괭님!

독서괭 2022-09-27 15:10   좋아요 0 | URL
단발님, 이전에 여성혐오범죄라고 생각 못하고 그냥 ‘묻지마 범죄‘라고 퉁쳐졌던 것에 대해 강남역 살인사건을 계기로 인식의 전환이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 좀 늦었지만요^^; 정희진 선생님께서 그런 말을 하셨군요. 메갈이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신당역 사건도 여혐범죄 아니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요 네 ㅠㅠ 구조적 차별이라는 게 얼마나 뿌리뽑기 어려운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되네요.
단발님 천천히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달 안에 책 마무리를 목표로 달려보아욧^^

단발머리 2022-09-26 16: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메갈리아는 일베에 조직적으로 대응한 유일한 당사자“네요, 그 글이요^^

- 2022-09-26 23:40   좋아요 2 | URL
이런 정희진 마니아! ㅋㅋㅋ >,<

독서괭 2022-09-27 15:11   좋아요 1 | URL
아 저 정희진선생님 글 읽어야 하는데.. 하는데... 여성주의책읽기 도서 읽기도 벅차네요 ㅠㅠ
 
마음을 치료하는 법
로리 고틀립 지음, 강수정 옮김 / 코쿤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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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치료를 계속 받는다면 더 나은 유년기에 대한 희망을 버려야 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래야 더 나은 성년기를 만들 수 있어요.  - 457쪽 


지인 추천으로 읽게 된 책인데, 아마 추천이 없었다면 스스로 고르지는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만족스런 독서였으니, 역시 믿을 만한 추천은 받아볼 가치가 있다. 

로리 고틀립은 심리치료사로, 이 책은 그의 실제 경험에 기초한다. 그러나 내담자들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그들의 이야기를 섞기도 하였다고 하므로, 어느 정도는 픽션의 요소가 있다. 읽는 느낌도 약간 픽션 같다. 처음에는 미드 보는 느낌이 들어 재미있으면서도 그저 그 정도였는데, 뒤로 갈수록 감동이.. 놀라움이.. 오, 삶이란 무엇인가.. 그러면서 사람이란 존재에 대한 애정이 솟아나는 느낌이 든다. 

여기 등장하는 '환자'는 다섯이다.


1. 존: '스트레스 누적'을 호소. 잠을 잘 못 자고 아내와의 관계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 사람들에 대한 짜증을 표출하면서 '멍청이들을 잘 다룰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함.(16쪽) - 처음에는 진짜 또라이 같았다. 

2. 줄리: 서른세 살의 대학 교수,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직후 암 진단을 받음.(49쪽)

3. 리타: 우울증으로 내원한 이혼 여성. '잘못된 선택들'이라고 믿는 것들과 제대로 살지 못한 인생에 대한 회한을 토로. 한 해동안 삶이 나아지지 않으면 '끝낼' 계획이라고 함. (224쪽)

4. 샬럿: 나이는 스물다섯. 지난 몇 달 동안 '불안'을 느꼈다고 호소. 최근에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니라고 함. 일이 '싫증'난다고 말함. 부모와의 관계가 어렵고, 사교 생활은 바쁘지만 진지하게 연애를 한 적은 없음. 긴장을 풀기 위해 밤마다 '와인 한두 잔'을 마신다고 함. (264쪽)

5. 로리(저자 본인): 뜻밖의 이별 후 내원한 40대 중반의 환자.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몇 번만 치료를 받을 생각'이라고 함.(27쪽) - 저자는 물론, 다른 심리치료사(웬델)에게 치료를 받는다.


이들이 겪고 있는 심리적 문제와 환경은 다양한데, 이런 다양한 내담자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사이사이에 자기 자신의 스토리(어떻게 심리치료사가 되었는지, 어떻게 아이를 가지게 되었는지:정자 기증, 심리치료를 받게 된 이유와 경과)를 함께 들려주면서 자칫 난삽해지기 쉬운 다양함을 잘 엮어냈다. 이 두꺼운 책을 관통하는 가장 굵은 줄기는, 사람과 삶에 대한 애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런저런 정신의학 용어나 심리치료 용어들이 나오고 살아간다는 것의 불확실성, 거기서 오는 불안, 늘 어려운 관계맺기, 죽음이라는 질문 등 귀담아 들어둘 만한 많은 이야기가 나오지만, 결국 나를 가장 감동하게 한 것은 저자의 내담자들을 향한 연민과 애정이었고, 그 자신이 스스로 내담자가 되어본 만큼, 의사와 환자로서 '그들'과 나를 경계짓지 않고 함께 깨달아가는 연대관계로 그려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심리치료를 꼭 받아보고 싶어진다. 


나는 관계에서 상처받는 걸 두려워하는 사람들(그러니까 심장이 있는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한다. 제아무리 최고의 관계라고 해도 가끔은 상처를 입고, 누군가를 아무리 사랑하더라도 이따금 상처를 주게 되는데, 그건 우리가 사람이어서 그렇다면 이야기다. 우리는 연인이나 부모, 자녀, 친구에게 어쩔 수 없이 상처를 주거나 받을 텐데, 상처 없는 친밀한 관계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정 어린 친밀한 관계의 좋은 점은 회복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심리 치료에서는 이 과정을 불화와 회복이라고 부른다. 자기 실수를 인정하고 책임을 지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어른이 되어 관계에서 불화를 겪더라도 그걸 엄청난 재앙처럼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어려서 불화가 회복되는 걸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불화를 감내하고, 그것이 관계의 끝을 알리는 신호가 아니며, 어쨌든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갖기까지 연습이 필요한 것이다.  - 522,523쪽


회복탄력성, 많이 강조되는 부분이다. 부모가 아이 앞에서 싸우는 게 좋지 않다고만 흔히들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싸우면서도 아이 앞에서는 아무 문제 없는 척 하는 것도 좋지 않다고 한다. 오히려 서로의 불만을 잘 이야기하고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며 결국 회복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편이 훨씬 낫다는 것. 물론 폭력이나 폭언이 난무하는 싸움은 안 보여주는 게 낫다! 


역시나 부모와 아이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가 눈길을 많이 끌었다. 샬럿은 부모가 적절히 이끌어주지 못해서 '너무 빨리 운전대를 잡아버린' 케이스다. 어느날 상담시간에, 샬럿은 과거에 본 광고 이야기를 하며 펑펑 운다. 그것은 엄마 개가 운전을 하고 있고, 뒷좌석에 앉은 아기 강아지가 잠이 들며, 이에 엄마 개가 차를 멈추고 따스한 눈으로 강아지를 바라보는데, 강아지가 깨서 찡찡대자 엄마 개가 한숨을 쉬며 다시 운전을 하는(이거 매우 공감된다), 귀엽고 재미난 광고다. 그런데 샬럿은 왜 펑펑 울었을까. 



사람들이 스스로의 감정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건 어렸을 때 표현에 제재를 받았기 때문일 수 있다. 아이가 '나 화났어'라고 말하면 부모들은 보통 이렇게 얘기한다. "정말? 그렇게 사소한 일에? 너무 예민하구나!" 또 아이가 슬프다고 하면 부모들은 말한다. "슬퍼하지 마. 어머, 저것 좀 봐, 풍선이네!" 그리고 아이가 무섭다고 하면 또 이렇게 말한다. "걱정할 것 하나도 없어. 아기처럼 굴지 마." 하지만 심원한 감정을 영원히 봉인해놓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

샬럿의 삶에는 운전석에 앉은 엄마 개가 없었다. 엄마는 우울감에 젖어 늦게까지 파티를 전전하며 술을 마셨고, 아빠는 출장으로 자주 집을 비웠다. (...) 그런 상황에서 샬럿은 너무 일찍 어른처럼 굴 수밖에 없었는데, 이를테면 면허도 없이 삶의 운전대를 잡은 미성년 운전자였던 셈이다.   - 321, 322쪽 


마음이 아팠다. 그냥 보면 매일 와인 한두잔 마시는 정도라고 변명하면서(사실은 더 마심), 늘 정착할 생각이 없는 남자를 만나다가 상처받는 걸 반복하는 샬럿은 다소 한심한 인사로 보이지만, 저런 이야기를 들으면 연민과 함께 애정을 느끼게 된다. 이 책에서 처음에 정말 별로였으나 나중엔 많이 좋아지는 인물은 존이다. 존 이야기는 자세히 하면 스포가 되므로 생략한다. 눈물 콧물 짜냈다는 건 안비밀ㅜㅜ 


저자 자신의 시련은 위에 쓴 것처럼 남친의 갑작스런 이별 통보였는데, 그것이 그동안 묻어두었던 수많은 불안들을 폭발시킨다. 처음 내담해서 저자는 심리치료사 웬델 앞에서 엄청나게 울고, 남친에 대한 험담을 끊임없이 늘어놓는다. 심리치료사로서 일하는 저자 자신도, 중은 제머리 못 깎는다지, 자기가 상담받을 때는 보통 환자들과 큰 차이가 없다. 저자가 진솔하게 풀어놓는 경험담이 재미있다. 그러나 심리치료가 계속되자, 겉으로 드러난 이별 외에 깊은 내면에 존재하던 심리적 문제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저자는 '행복'에 관한 책을 쓰기로 출판계약을 맺고 책을 쓰려고 붙들고 있으나 진도는 나가지 않고 너무너무 괴롭다. 또 저자는 진단명 불명의 증상 때문에 고통을 받지만 남친에게 그 사실을 숨겼다. 



웬델은 내가 그에게 털어놓은 관심사를 나열한다. 이별, 책, 나의 건강, 아버지의 건강, 아들의 성장, 내가 하는 얘기에는 전부 불확실성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언제까지 살게 될까? 죽기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날까? 그중에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은 얼마나 될까? 그런데 웬델에 따르면, 나도 내 환자처럼 나만의 대처 방식을 만들어냈다. 내가 내 손으로 인생을 망친다면, 그것이 일어나길 기다리지 않고 내가 직접 죽음을 설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꼭 그걸 원한다는 게 아니라, 최소한 그걸 선택하겠다는 것. 나무에 복수하기 위해 내가 앉아 있는 가지를 잘라버리는 것처럼. '맛 좀 봐라, 불확실성아!'

 통제력의 한 형태로서의 자기 파괴, 나는 이런 역설로서 내 마음을 감싸려 했다. 죽음이 일어나기 전에 죽음을 설계하는 것처럼, 끝이 빤한 관계를 지속한다면, 작가로서의 이력을 엉망으로 만든다면, 몸의 이상을 직시하는 대신 두려움 속에 숨어버린다면, 나는 살아 있는 죽음을 만들어낼 수 있다. 내가 지배하는 죽음을.  -365쪽 


또 저자에게는 "누군가 너에게 죄책감이라는 소포를 보냈다고 해서 네가 그걸 꼭 수령해야 하는 건 아니야."(415쪽)라고 말해주는 멋진 아버지가 있었지만(아 정말 너무 멋지지 않나?), 어머니와의 관계는 많은 딸들이 그렇듯 녹록치 않았던 것 같다. 그것은 성인이 된 후에도 이어져 왔는데, 심리치료가 이 관계에도 조금은 진전을 가져다 준다.



(...) 우리는 오래된 패턴에 휘말렸는데, 엄마는 당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내가 뭔가를 하길 원하고, 나는 그걸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하고 싶어 한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잭도 나를 그런 식으로 인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이에게 나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최선이라는 구실을 내세우며,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자식을 통제하려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내가 아무리 엄마와 나는 완전히 다르다고 주장해도 가끔은 소름이 끼치도록 비슷할 때가 있다.

(...)

엄마의 전화 한통이 이 모든 걸 수면 위로 불러낼 줄 누가 알았을까. 모녀의 해묵은 짜증 밑에 엄마가 사라지길 바라는 마음이 아니라 영원히 머물러주길 원하는 염원이 있다는 걸?

'삶의 본질은 변화이고 사람들의 본질은 변화에 저항하는 것'이라던 웬델의 말이 생각난다.  (...) 그런데 이 나이대에선 감정에도 노안이 오는 건지 모른다. 더 큰 그림을 보려면 멀찍이 물러서야 한다. 여전히 불평투성이더라도 지금 지닌 것을 잃게 되는 게 얼마나 두려운 일인지 알기 위해서는.  - 504~506쪽


로리 고틀립의 테드 강연도 있는 모양이다. 틈날 때 들어보고 싶다.

그런데, 서재 글에서 바로 영상 볼 수 있게 띄우는 방법 무엇인가요? 예전에 찾아봤더니 다락방님이 친절한 설명글을 올리신 적이 있던데, 다시 찾아보려니 안 찾아져요 ㅠㅠㅠ 


-> 친절하신 다락방님이 댓글로 알려주셔서 성공!!^^ 



심리 치료사의 침묵은 이제 진부한 영화적 클리셰가 되었지만, 침묵을 통하지 않고서는 누구도 자기 마음을 진정으로 헤아릴 수 없다. 말을 하는 중에는 머릿속에 머물면서 감정과 안전하게 거리를 둘 수 있다. 침묵은 쓰레기통을 비우는 것과 비슷하다. 그 진공 속으로 쓰레기(말, 말, 더 많은 말들)를 던져 넣는 걸 그만두는 순간, 뭔가 중요한 것이 표면으로 떠오른다. 그리고 침묵을 공유할 때, 그것은 환자 본인조차 존재하는지 몰랐던 생각과 감정의 금맥이 될 수 있다. - P251

비록 부모의 규칙에 갇혀 있지만 아이들은 사실상 한 가지 차원, 즉 감정적인 차원에서만은 완전히 자유롭다. 아이들은 최소한 한동안은 남의 눈을 신경쓰지 않고 울거나 웃거나 떼쓸 수 있다. 꿈도 마음껏 꾸고 욕망을 표출하는 데도 거리낌이 없다. 비슷한 연령대의 많은 사람들처럼 나 또한 자유를 느끼지 못하는데, 그건 이런 감정적 자유와의 접점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심리 치료에서 내가 추구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다시 한번 감정적으로 나 자신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 P367

가난한 집에서 자란 여자는 딸에게 새 구두나 장난감을 사줄 때마다 잔소리를 한다. "네가 얼마나 복 받은 아이인지 알기나 해?" 비판이라는 포장지에 싸인 선물. 그런가 하면 아들이 지망하는 명문 대학을 둘러보러 가지만 투어 내내 가이드와 학사 일정과 기숙사를 흠 잡아서 아들을 민망하게 만들고 입학 가능성까지 위태롭게 만드는 아버지도 있다.
부모들은 왜 이럴까? 자기 자식들의 어린 시절을 질투하기 때문일 때가 많다. 그들이 가진 기회. 부모가 제공하는 경제적, 감정적 안정. 자식에게는 창창한 미래가 펼쳐져 있고, 자신에게는 과거만이 남았다는 사실. 자신이 가져보지 못한 모든 걸 자녀들은 갖게 해주려고 노력하지만, 그러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행운을 누리는 아이들에게 미움을 품게 되기도 한다. - P414

사과는 기만적일 수 있다. 사과가 내 기분 좋자고 하는 것인가, 상대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한 것인가? 자신이 한 행동 때문인가, 아니면 나는 잘못한 게 없지만 상대가 잘못했다고 주장하기 때문인가? 그 사과는 누굴 위한 것인가? 용서는 더 어렵다. 심리 치료에서 사용하는 말 중에 억지 용서라는 표현이 있다. 이따금 사람들은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상처를 가한 사람을 용서해야 한다고 느낄 때가 있다. 자신을 성적으로 학대한 부모, 집을 턴 강도, 아들을 죽은 폭력배 같은 사람들을 말이다. 사람들은 선의를 갖고 충고하곤 한다. 용서할 수 없다면 분노에 사로잡혀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고. 물론, 어떤 사람들은 용서를 하면 엄청난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 잘못된 행동을 용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을 용서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나 용서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그렇게 하지 못하면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믿게 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 - P415

용서할 수 없다고 해서, 생각이 짧거나 충분히 강하지 못하거나 동정심이 부족한 것은 아닌데도 말이다.

그래서 내가 하려는 말은, 용서를 하지 않고도 연민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를 떨치고 앞으로 나가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있는데, 특정 방식으로 느끼는 척하기는 거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 P416

그래서 리타의 자녀들처럼 나도 엄마를 차단해버린 적이 있었다. 그 시기는 오래 전에 지나갔지만, 리타와 마주 앉아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울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내 고통이 아니라 우리 엄마의 아픔 때문에). 오랜 세월에 걸쳐 엄마와 나의 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왔지만 지금처럼 엄마가 겪어온 삶을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우리 모두에게 이렇게 부모(자신의 부모 말고)가 마음을 털어놓고 속살을 드러내면서 자신이 겪은 일들을 이야기하는 걸 들어볼 기회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모습을 보면 각자의 상황이 어떻든 부모의 삶을 새롭게 이해하지 않을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 P499

"네." 그가 말한다. "나는 또라이처럼 굴죠." 그러다가 미소를 지으며 덧붙인다. "이따금."

최근에 존과 나는 이따금이라는 말의 아름다움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그 말이 우리를 얼마나 공평하게 만드는지에 대해, 스펙트럼의 양 끝에서 필사적으로 발버둥치는 것이 아니라 안락한 중간에 머물게 하는지에 대해. 그것은 흑백 사고를 벗어나도록 도와준다. - P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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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티나무 2022-09-23 19: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독서괭님 글 보니 이 책 읽고 싶어지는데요!!!!

독서괭 2022-09-26 12:37   좋아요 0 | URL
난티나무님, 의외로 좋은 책이었습니다ㅎㅎ 누군가의 리뷰를 보니 원서가 더 좋다고 하네요!

mini74 2022-09-23 19: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운전석에 앉은 엄마개가 없었다는 귀여운 문장이 이렇게 속상한 문장이 되다니ㅠㅠㅠ 어린시절에 대한 질투와 선망 정말 맞는거 같아요. 호강에 겨운 소리한다 네가 피난을 가봤냐 굶어봤냐. 울 엄마 레파토리 ㅠㅠ 그땐 듣기싫었는데 나이드니 연민이 생기더라고요. 이 책 읽어보고싶어요 독서괭님 *^^*

독서괭 2022-09-26 12:40   좋아요 1 | URL
운전석 엄마개 정말 슬프죠 ㅠㅠ 운전석에 앉아야만 했던 미성년자.. 이 이야기에서 샬럿은 자꾸 심리치료사인 저자에게 엄마 역할을 기대합니다. 더이상 운전석에 앉고 싶지 않은 거예요.
호강에 겨운 소리한다~ 이거 정말 예전 어르신들 레파토리^^;;; 지금 젊은이들에게도 많은 어른들이 그런 말을 하죠. 음.. 그걸 극복해야 아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미니님도 한번 읽어보셔요^^

기억의집 2022-09-23 20: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궁금하네요. 존의 뒷 이야기….

독서괭 2022-09-26 12:40   좋아요 1 | URL
기억님, 궁금하시죠? 읽어보시죠! ㅎㅎ

다락방 2022-09-26 12: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유튜브에서 원하는 영상을 찾아 <공유>를 누릅니다. 그러면 바로 주소 링크가 나올텐데요, 그 링크가 아닌, 링크 위의 <퍼가기>를 누르셔야 합니다. 그러면 iframe 소스가 나오고요, 그 소스 전체를 복사합니다.
그리고 알라딘 글쓰기 화면에서는 영상을 넣고 싶을 때 위쪽 상단의 <HTML> 를 체크하시고요, 복사해둔 유튭 소스를 넣고, <HTML>체크를 해제합니다. 그러면 영상이 똭!!!!!

독서괭 2022-09-26 12:42   좋아요 1 | URL
와와 다락방님 친절한 댓글 감사해요! 저 혼자는 절대 알 수 없는 복잡한 방법이 필요하군요. 예전 글에도 내가 친절하게 알려주겠다며 적어두셨던 것 같은데 ㅎㅎㅎ 혹시 특정 서재 내에서 그 서재지기가 쓴 글 중에 특정 글을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이 있나요? 최근 모르는 기능이 많다는 걸 깨닫고 혹시나 해서 여쭤봅니당!

다락방 2022-09-26 13:47   좋아요 2 | URL
저도 그 방법은 모르겠고요, 그런데 기억해야 할만한 글이라면 읽는 당시에 제목 왼쪽 옆에 별표시를 누르면 찜할 수는 있습니다. 나중에 내가 찜한 글 보기로 그 글을 찾아볼 수 있고요!

독서괭 2022-09-26 14:14   좋아요 1 | URL
앗!! 그런 방법이 있나요? 좋아요 누르는 것 밖에 몰랐는데.. 정말 제가 모르는 기능이 많군요.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도 있네요. 감사합니다^^

- 2022-09-26 23: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괭님은 심리치료책도 많이 보신다! 따수운 공감의 사람!

독서괭 2022-09-27 15:12   좋아요 1 | URL
많이 보지 않습니다 ㅋㅋㅋ 쟝쟝님 오해 금물~!^^

scott 2022-10-07 14: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괭님 이달상 추카!

마음치료는
오늘
장바구니 탈퇄 터는 걸로 ^^

독서괭 2022-10-07 17:54   좋아요 2 | URL
앗 감사합니다, 스콧님! 요즘 몇달 당선 안 되니 잊어버리고 어제 책주문을 해버렸네요 ㅎㅎㅎ

이하라 2022-10-07 14: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독서괭 2022-10-07 17:54   좋아요 2 | URL
이하라님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2-10-07 16: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 당선 축하드립니다. 10월 책 구매는 4권까지 하시는걸로 ^^

독서괭 2022-10-07 17:54   좋아요 2 | URL
새파랑님 감사합니다^^ 저는 그런 말에 흔들리지 않겠습니다 ㅋㅋㅋ

mini74 2022-10-07 21: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괭님 축하드려요 야옹 야옹 ㅎㅎ 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

독서괭 2022-10-17 17:31   좋아요 0 | URL
앗 감사합니다 미니님!! 저도 축하드려요^^ 늦었네요;;

그레이스 2022-10-07 21: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독서괭님!

독서괭 2022-10-17 17:3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그레이스님~ 늦었네요 ㅠㅠ

거리의화가 2022-10-10 18: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괭님 이달의당선 축하드려요^^ 사람이란 존재에 대한 애정이 샘솟게 만드는 책이군요.
지인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이 좋다는 것은 괭님을 그만큼 잘 알기에 가능한 일인 것 같습니다. 10월에도 즐독하시길^^*

독서괭 2022-10-17 17:33   좋아요 1 | URL
화가님 감사합니다~! 대댓이 넘 늦었네요^^;
사람이란 존재에 대한 애정! 그거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저는 나쁜 사람도 나오고 여러 사람이 나와도 결국에는 사람에 대한 연민과 애정을 잃지 않는 책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