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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물고기 ㅣ 책가방 속 그림책
김지연 그림, 박해진 글 / 계수나무 / 2018년 10월
평점 :
아이들과 계곡이나 강가에 가면 물고기 잡기 놀이를 하고 한 마리 잡으면 아이와 기뻐하며 병에 담아 집에 오게 된다. 물론 여기 두자, 집에 가면 금세 죽을 지도 몰라, 라는 말을 하나 어렵게 잡은 물고기를 놓아 주는 것은 아이에게 쉽지 않다.
이런 경험은 어린 시절 한 번 쯤 다 있을 것이다. 그림책 『나의 물고기』는 바로 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빠와 신나게 놀며 물고기를 잡은 아이는 기쁨에 차 있다.

집으로 데려오는 차 안에서도 집으로 데려와 기쁨에 차 있던 아이는 비닐에 담은 물고기를 소중하게 가져온다. 물고기를 기르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한다.

어항을 준비하고, 자갈을 깔고, 수초도 넣고, 세심하게 강물도 넣는다. 나의 물고기를 위한 멋진 집을 준비한 거다. 물고기가 좋아하는 먹이도 주지만 물고기 얼굴은 화가 잔뜩 난 얼굴이다.
시간이 흐르며 그 물고기가 점점 시들어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물고기는 어항 안에서 위아래로만 움직일 뿐, 먹지도 않고 기운이 없어 보인다. 아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물고기를 행복하게 해주려 했지만, 물고기의 표정에는 어딘가 슬픔과 답답함이 스며 있다.
이야기는 단순한 관찰을 넘어서 감정의 전이에 이른다. 아이는 잠든 사이 꿈을 꾸는데, 자신이 거대한 물방울에 갇혀 수많은 물고기 사이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장면이 이어진다. 아무도 말을 걸지 않고, 자신을 쳐다보기만 하는 물고기들 속에서 혼자 있는 경험은 아이에게 진짜 물고기의 감정을 이해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그제야 아이는 깨닫는다. 자신이 아무리 잘 꾸며준 집이라 해도, 그것은 물고기에게 감옥일 수 있음을. 그리고 그 물고기는 외롭고 슬펐다는 것을.

이 책의 뛰어난 점은 바로 그 감정의 흐름을 '강요하지 않고' 독자가 따라가게 한다는 데 있다. 작가는 교훈을 말로 설교하지 않는다. 대신 한 아이의 작은 마음의 움직임을 천천히 따라가며, 독자 또한 그 아이와 함께 깨닫게 만든다. 무엇이 물고기를 진정으로 위한 일인지, 진짜 사랑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이별이 단지 슬픈 일이 아니라 더 큰 배려의 표현이 될 수 있다는 사실까지.
그림은 단순하면서도 감성적이다. 섬세한 연필과 색연필의 선. 중요한 부분만 컬러로 하고 다른 부분은 흑백 모노톤으로 강조하는 것을 알려준다. 물고기와 아이 얼굴은 단순하고 마치 어린아이 그림 같지만 표정이 잘 살아있다.
이 그림책은 결국 ‘존중’에 대해 말하고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가져오는 작은 생명들, 그 존재의 자유와 감정을 어떻게 존중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책 곳곳에 배어 있다. 저자는 말한다. “왜 사람들은 나무는 베어도 되고, 동물은 가둬도 된다고 생각할까?” 이 질문은 단지 환경적 윤리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중심적 사고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하는 물음이다.
『나의 물고기』는 짧고 간결한 이야기 속에, 생명에 대한 존중, 이별의 의미, 진짜 사랑의 태도를 고요하고도 확실하게 담아낸다.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며 물고기를 이해하게 되고, 어른들은 그 안에서 ‘놓아주는 사랑’의 의미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누구나 한 번 쯤 소중한 것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을 느낀다. 하지만 진정한 사랑은 그것을 자유롭게 놓아줄 수 있을 때 완성된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