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달새 언덕의 마법사
오키타 엔 지음, 김수지 옮김 / 비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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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무엇보다도 강해. 하지만 말로 하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는 것도 있지. 말은 때때로 마법보다 더 큰 기적을 일으켜."



비슷비슷한 힐링 소설들이 많이 나와서 이 책도 그중에 하나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서포터즈가 아니었다면 읽지 않았을 거다.

비슷한 이야기들에 지쳐서 놓칠 뻔했다.



세상에 마법이 존재하고 마법사와 마녀가 존재한다면 어떨까?

그들의 존재를 알면서도 그들을 배척하지 않고 그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인간들

그 인간들의 소원을 가려가며(?) 들어주는 <종달새 언덕의 마법사>.







"네 안에 망설임이 있기 때문이야."



팔에 입은 화상을 없애 달라고 찾아온 메이에게 마법사 스이는 소원을 들어줄 수 없다고 말한다.

메이도 모르는 메이의 망설임은 무엇일까?




"나와 함께한 시간, 넌 행복했니?"



반려묘를 두고 먼저 떠나야 하는 주인의 마음은 어떤 걸까?

말이 통하지 않지만 서로에게 위안이 되어 주었던 그들 사이..

화가는 반려묘를 그린 그림으로 전시회를 열게 되고, 자신의 마지막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애쓰지만 그 그림은 어딘지 비어 보이는데...

반려동물을 키워보지 못해서 알지 못하지만 그 애틋함을 잠시 느껴볼 수 있었던 시간.



결과가 하나일지라도 받아들이는 방식은 하나가 아니다.


소설을 쓰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려고 <종달새 언덕의 마법사>를 찾아온 하루코.

스이는 이 소원을 거절한다.

하루코는 실망하지만 이미 일주일 치 예약을 한 민박집에 묵기로 한다.

소원을 이루지 못했지만 일주일 동안 종달새 마을에 머무르기로 작정한 하루코.

하루코는 과연 소설을 쓸 수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마음은 무엇으로 치유할 수 있을까?

약혼녀를 잃은 형의 마음을 찾아주기 위해 노력하는 동생의 마음이 어여쁘다.

마법사.

마녀.

마법.

내가 좋아하는 단어다.

이 신비로운 기운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이야기였다.

다섯 편의 이야기가 몽글몽글하게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그래서인지 마법이 어딘가 존재해있다고 믿고 싶다.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마법에 마음이 훈훈해진다.

다들 소원을 가지고 마녀를 찾아왔지만 결국 답은 그들 자신에게 있었다.

마법이란 결국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나를 깨닫게 해주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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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코워커
프리다 맥파든 지음, 최주원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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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쩌나, 마음에 안 드는데. 거북이 인형 때문에 오싹하다. 손가락에 묻었던 검붉은 물질은 도대체 뭐였을까? 왠지 꼭..... 피 같은데.



얼마 전 <네버 라이>를 읽고 뒤통수 맞은 느낌 때문에 신작 <더 코워커>를 기대했다.

먼저 읽으신 분들의 평이 거의 전작보다 더 좋았다고 해서 기대가 더 컸다.

사무실 옆자리의 동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살육전(?)을 상상하며 읽는데 어딘지 아슬아슬하다.

거북이 밖에 모르는 회계사 돈.

회사에서 인기 있고 영업력 만랩인 내털리.

바로 옆자리에 앉은 두 사람.

시계처럼 정확한 돈이 출근을 하지 않자 걱정을 하는 내털리.

그러나 돈의 부재를 회사 사람들은 아무도 걱정하지 않는다.

계속 신경 쓰느니 돈의 집으로 그녀를 찾으러 간 내털리는 낭자한 피를 목격한다.



내털리의 이야기와 돈이 절친에게 쓴 메일이 번갈아 가며 이야기를 이끈다.

돈의 메일이 등장할 때마다 내털리에 대한 반감은 늘어난다.

하지만 속지 말아야지.

이 작가님 반전의 여왕이니까!



그나마 분명한 사실은 내가 돈에게 최악의 문젯거리가 아니었다는 것. 돈을 미워한 사람은 따로 있었다. 그 사람은 둔기로 내려쳐 죽일 정도로 돈을 미워했다.




밝혀지는 증거마다 내털리를 지목하는데 내털리 혼자서 그럴 리 없다며 부정하는 데 왜 그리 못 미더운 건지~

그래도 발신번호제한으로 오는 전화는 이 살인사건의 범인이 따로 있을 거 같은 느낌이라 전혀 범인 같지 않은 범인을 의심하는 눈초리로 인물 분석까지 해가며 읽어야 했던 <더 코워커>




"거짓말이나 하는 나쁜 년 같으니라고." 그가 씩씩댔다. "개똥 같은 회사도 망해버려라."




이러니 내가 내털리를 믿을 수 있겠냐고요!

제3자들을 통해 드러나는 내털리라는 인간의 평소 모습은 거짓말, 괴롭힘, 속임수로 점철된 삶.

하다못해 부모도 내털리가 살인을 저지르고도 남을 거라 믿는 상황이니 웬만해선 내털리를 믿을 수 없다!

그러나 점점 의심스러워지는 또 한 명의 용의자가 내 눈에 띄었으니...

내 촉이 맞나?

내 예상은 적중.

그러나 그 이유는 정말이지 생각도 못함!

이것은 이열치열?

무섭다.

아무리 정당한 복수라 해도 이건 아닌데...

이럼 <네버 라이>의 그 인간들하고 뭐가 다르지?

프리다 맥파든의 시그니처인가?

보통 사람들 틈에서 순수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이상한 사람들의 이야기.

이래서 잔인한 장면 하나 없이 잔인한 거 같다.

<더 코워커> 역시 읽고 나면 속이 편치 않다.

결국 죽은 사람만 불쌍한 거지.

거 참.

주인공을 응원할 수 없는 이야기는 또 처음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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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잃어버린 심장
설레스트 잉 지음, 남명성 옮김 / 비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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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는 말 잘 들어. 중국, 한국, 일본과 관련 있는 거면 그 어떤 것이든 가까이해서는 안 돼. 그쪽 나라말로 대화하는 걸 보거나 관련한 이야기가 들리면 즉시 자리를 뜨는 거야. 알았어?"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를 읽으며 가장 소름이 돋았던 것은 모두가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침묵하고, 외면했던 일들이.

내가 아니니까, 나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나한테는 저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침묵이 그들이 그렇게 침묵하고 외면하는 사이에 그들의 일상을 앗아가버렸다.

그러다 나에게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그때야 울부짖지만 이미 세상은 내가 아는 세상이 아니게 된다.


<우리의 잃어버린 심장>은 중국계 미국인 엄마를 둔 버드의 이야기를 통해 또 다른 <시녀 이야기>를 보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2024년 12월 3일 우리나라에 내려졌던 계엄령을 자꾸 상기시켰다.

그때 국회로 뛰어갔던 수많은 사람들이 아니었더라면 지금 나는 이 평화로운 일상을 누리고 있을까?

그때 계엄이 통과되었다면 지금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80년대 최루탄 가스를 들이마시며 눈물 콧물 흘리며 매일이 데모의 연속이었던 그 시절에도 침묵하지 않은 사람들 덕에 나는 평온함을 지니며 살았다.

이 작품을 읽는데 자꾸 그때의 두려움이 떠올랐다.

어른들은 말해주지 않았다. 그저 조심히 다니라고, 말 함부로 하지 말고, 데모대 근처에는 얼씬도 말라고 했다.

하지만 어른들이 가르쳐 주지 않아도 우리는 우리끼리 정보를 공유했다.

언니 오빠가 있는 아이들을 통해서 깨어 있는 부모를 둔 아이들을 통해서 우리는 현실을 배웠다...



시간이 지나면 누구나 익숙해진다.


'위기'의 순간이 지나고 전과 같은 듯 다른 시간이 시작되고 움츠려 있던 세상이 조금씩 다시 돌아가기 시작할 때 그 원인을 '중국'에 돌려버린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소리 없이 퍼진 그 불신은 새로운 차별을 만들었다.

조금이라도 정부에 반하는 일을 했거나, 할 예정이거나, 했다고 의심받는 사람들의 아이들이 사라진다.

경찰이 와서 아이와 부모를 떼어 놓는다. 아이들은 위탁가정에서 위탁가정으로 소리 없이 움직이고 부모와 아이의 끈은 끊어진다.

이것은 국가가 저지르는 명백한 '납치'다. 하지만 아무도 그것에 대해 알려 하지 않고, 이야기를 들어도 믿으려 하지 않는다.

왜?

나에게 일어난 일이 아니니까...







버드가 10살 때 엄마가 집을 나갔다.

어린 버드는 엄마가 집을 나간 이유를 어렴풋이 느끼지만 제대로 알지 못한다.

버드와 아빠는 엄마랑 살던 집을 나와 대학에 딸린 자그만 아파트에 살게 된다.

엄마에 대한 말은 절대 꺼내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있다.

하지만 버드는 엄마의 흔적을 찾아내고 엄마를 찾아 떠난다.


위기의 시대를 지나 이선을 만나고 가정을 꾸리면서 마거릿은 정원을 가꾸고 버드를 낳아 기르면서 시를 쓴다.

언젠가 책으로 나올 거라 믿은 그녀의 바람대로 시는 출판되었다. 100권만 팔린 시집.

그래도 그녀는 행복했다. 그 시에는 정원일을 하면서 느낀 감정과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생기는 감정들이 적혀있었다.

하지만 전혀 다른 곳에서 그녀의 시가 떠올랐다.


우리의 잃어버린 심장을 돌려달라.

우리의 잃어버린 심장은 어디에?

우리의 잃어버린 심장을 잊지 말라.


작가의 의도가 아니라 그것을 보고, 읽고, 듣는 사람들에 의해 해석되는 게 바로 예술이다...

마거릿의 시는 이제 하나의 상징이 되었다.

그로 인해 그들은 버드를 빼앗기지 않으려 마거릿이 떠났다.

그리고 그녀는 수많은 아이들을 잃은 부모들의 이야기를 모은다.


버드는 엄마를 찾아 나서면서 비로소 세상을 보게 된다.

동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이유 없이 발길질을 당하며 속수무책으로 폭력에 시달리는 여자의 모습.

그 모습을 보면서 지나치는 수많은 사람들의 무관심을...


그들에게 새로운 시대가 올까?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언론이 기능을 잃은 책 속의 세상과 내가 발 딛고 있는 세상이 너무나 닮아서.

나에게 일어나지 않으면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무관심이 결국 알게 모르게 내 일상을 쥐고 흔든다는 걸 깨닫게 된다.

잘못된 정보를 진실로 믿으며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잃고 누군가가 들려주는 소리만 믿게 되는 세상.

그 세상에 마거릿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들이 외면하고, 믿지 않았던 진실들, 아이를 빼앗긴 부모들이 절절함을..


묵직한 울림을 남긴 이야기였다.

수많은 정보 속에서 정말 가치 있는 정보를 알아보는 눈을 길러야겠다.

누군가가 내지른 소리가 터무니없이 들리더라고 그것에 관심을 가져야겠다.

무니없어 보이는 일이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고, 그걸 깨달은 순간은 이미 너무 늦었다는 걸 이 이야기가 진심을 다해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지금 난 네게 그 두 가지가 모드 있어 행복해. 미래를 돌보는 보호자면서 이미 여기 있는 것을 지키는 전사니까.



버드가 이름처럼 자신의 세상을 보호하는 전사가 될까?

언제까지 엄마를 기다릴 소년으로만 남을까?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던 시절은 끝났다.

미국은 조금씩 이 이야기 속 세상을 닮아가는 중이니까..


우리는?

우리는 온전히 벗어났나?

책을 덮고도 이 불안함이 사라지지 않는 걸 보면 확실한 건 없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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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인간
염유창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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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 아홉 명과 생존자 여덟 명 중 어느 쪽을 선택하겠습니까?


<불특정 다수>라는 작품을 재밌게 읽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으로 염유창 작가를 다시 만났다.

작품을 읽고 나니 많은 장치들을 잘 숨겨 놓은 영리한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의 이야기가 기대되는 작가로 저장해야겠다.


묻고 싶다.

극한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내 목숨을 구하기 위해 나는 어디까지 갈 수 있나?

나 살자고 누군가를 희생시켜야 하는 상황에서 나는 과연 어떤 결정을 하게 될까?


평온한 일상에서는 답이 정해져 있다.

하지만 극한 상황에 닥치면 옳다고 생각했던 일들조차 무용지물이 된다.

동물적 생존 본능은 이성을 마비 시키니까.


1년 전 포레그린뷰 아파트에서는 산사태로 지하 주차장이 침수되어 인명 피해가 있었다.

1명이 죽고 여덟 명이 구조됐다.

살아남은 사람들의 트라우마를 엮어 책으로 내고 싶어 하는 심리상담센터 원장은 각종 범죄의 반성문을 대필해 주는 작가 기시윤을 콕 집어 대필을 의뢰한다.


시윤은 생존자들과 집단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죽은 전경식의 죽음에 묘한 위화감을 느끼게 되고,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예민해지는 생존자들을 보며 전경식의 죽음에 의문을 품는다. 

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없는 죽음.

그런 찰나 가장 유력한 용의자였던 남정운이 자살했다는 비보를 듣는다.

전경식의 죽음은 사고사일까? 타살일까?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의혹이 해소되기는커녕 점차 부풀어 오르며 뒤죽박죽되고 있었다.

재난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하기에, 일반적인 인터뷰보다 힘들 거라 예상하긴 했다. 그렇지만 죽을 사람을 뽑는 투표와 살인이란 키워드가 튀어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점점 침수되는 지하 주차장.

비상 엘리베이터는 8명이 정원이다.

9명의 사람들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

내가 그 상황에 처한다면 나는 나를 희생할 수 있을까?


극한 상황에 당면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게 바로 사람의 행동이다.

<마이너스 인간>은 그런 상황을 간접 경험해 볼 수 있게 해준다.

상황 속에 내던져진 게 아니라 상황이 끝난 후에 모든 것이 다 덮였다고 생각되는 그 이후에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을 돕는 책을 집필하기 위함이라는 설정에 단체 인터뷰라는 상황이 생존자들을 뭉치게 했지만 결국엔 그들이 묻고 살았던 진실이 터져 나오게 만들었다.


그들이 보이는 끝없는 이기심.

죄를 묻기 위한 또 다른 죄.

그 어디에도 정상적인 것은 없는 데 정상적인 척하는 사람들의 모습.

진실되어 보이며, 그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못할 거 같은 사람도 단체라는 익명성이 주는 힘 앞에서 자신의 껍질을 벗어버린다.


생존자들이 일말의 양심을 가지고 살아가길 바랐던 기윤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살기 위해 모른 척 외면했던 사람들의 마음도 이해되었다.

그래서 더 갈등하게 된다.


또 다른 의문이 든다.

선택지를 주었다면 기꺼이 자신을 희생했을 사람이 있었을까?

과연 누가 그럴 수 있을까?



나는

생존자들이 아무런 자책없이 잘 살아내고 있다는 그 사실이 진짜 소름 끼쳤다.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그렇게 전처럼 살아내고 있다는 그 사실이 진정으로 두려웠다...



몰입감있는 이야기와 함께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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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연애는 모두의 관심사 marmmo fiction
장강명 외 지음 / 마름모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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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명의 작가가 '금지된 사랑'을 주제로 앤솔러지를 모의했다.

그렇게 탄생한 <우리의 연애는 모두의 관심사>엔 4편의 이야기만 담겼다.

4편의 이야기엔 모두 음악이 담겼다.

그 음악들을 들으며 이야기를 음미하면 더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투란도트의 집>  #장강명

나는 그녀에게 살아 있는 딜도조차 아니었다. 나는 성욕 해소의 도구가 아니라, 자기파괴의 도구였다.




어머니 지인의 지인의 지인 이야기를 썼다는 작가의 말.

연상의 직장 상사와 갖는 밀회.

한 사람에게는 사랑이라는 착각이었고, 한 사람에게는 덧없는 짓이었다.


슬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사람의 슬픔에 잠기지 말지.. 라고 생각했다.

스물아홉의 나이엔 그게 뭔지 모를 테니까.


장강명 작가의 투란도트에 대한 해석이 맘에 든다.






<빛 너머로>  #차무진

"성직에 계신 분이 성욕을 해결할 대상으로 귀신을 삼았단 말입니까?"

-

"빛 너머로, 온전히 가지 못하고 세상에 남아 있는 귀신들을 불러내는 주문이 있었어요."




이런 일이 어느 가정에서는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지체장애를 앓는다고 해서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모르지는 않을 테니.

아들은 점점 커지고, 힘도 세지지만 엄마는 점점 늙고 힘으로 감당을 할 수 없다.


오죽하면 수녀님이 그런 사술까지...


조금 애처롭고, 슬픈 마음으로 읽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안돼!!! 라는 비명을 지르고 있는 나를 본다.

외로움은 귀신도 불러내는구나...






<포틀랜드 오피스텔>  #소향



우연을 만든 건 너이나 우연을 받아들인 건 나다. 이처럼 너를 사랑했으니 너의 마음도 같았는지를 새로 주어질 좁은 방에서 천천히 생각해보려 한다.




작정을 하고 덤비는 사람을 알아내긴 힘들지...

모든 걸 바쳐 사랑했지만 그게 계획된 거라면?


포틀랜드는 뱀파이어 서식지라서 흐릿한 안개와 비 내리는 밤이 주인공에게는 아름다웠겠지만 나에게는 서늘했다.

왠지 서늘했던 이유가 그래서였구나... 역시 나도 모르게 오는 촉이란~




<침대와 거짓말>  #정명섭 



"뭣 때문에 그렇게 서로 목을 매는지 도통 영문을 모르겠네?"

"금지된 사랑이니까? 붕어빵 남았어?"





707대원이었던 사람과 북한 보위부였던 사람의 찰떡궁합 탐정물.

이거 시리즈로 나와도 좋을 듯~

그러나 불륜 전문 탐정만 하기에는 어쩐지 실력이 아까운 인물들~


완전범죄로 기뻐했을 범인들 후려치기가 보통이 아니시네요~









정아은 작가님...

그를 기억하는 네 명의 작가의 말에서 나는 알지 못했던 그를 느낀다.

다정함을 무기로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었던 '좋은' 작가를 만나 보기도 전에 잃었다...

그분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셨을지 궁금하다...


4인 4색의 이야기들에 빠져들었던 시간이었다.

저마다 다른 금기된 사랑들

세상엔 다양한 사랑법이 있고, 그것을 다 소화하려면 인간사 백 년으로는 어림도 없을 거 같다.


차갑고도 뜨거운 5월

봄을 맞이하는 계절의 길목에서

금기된 이야기와 함께 음악을 들으며 평소에는 해보지 않았던 생각에 잠겼다.


이런 생각을 두드리는 글들이 좋다.

내가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내 머릿속 어딘가에서는 잠잠히 솟구치고 있었던 '금기'

갑자기 나의 '금기'는 무엇인지 끄집어 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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