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에게 죽음을 (특별판) 스토리콜렉터 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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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생각보다 훨씬 위험한 사람들이에요. 그 동네에서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어요. 그것도 11년 전 그 사건 이후로 계속이요. 장담하죠."



1996년 9월 6일 토비아스 자토리우스는 친구 로라와 스테파니를 죽인 혐의로 감옥에 갔다.

그리고 그 10년 뒤 토비아스는 출소했고, 부모님이 계신 곳으로 돌아온다.

마을 사람들이 잘 감춰두었던 과거의 열쇠를 움켜쥐고...



이 범죄의 특성은 잔인성과 범행 은폐였다.



로라와 스테파니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살인죄를 쓰고 죗값을 치르고 돌아온 토비아스 앞에는 다 허물어져가는 집과 이혼한 부모님과 마을 사람들의 냉대만 남았다. 아무도 그를 반겨주지 않았고, 그가 나타난 시점부터 마을은 뒤숭숭해지고 그의 집 담벼락은 상스러운 낙서로 뒤덮이고, 복면 쓴 사람들에게 죽기 직전까지 폭행을 당한다. 그러나 토비는 이 마을을 떠날 수 없었다. 자기로 인해 상처받고, 인생이 무너진 아버지를 홀로 두고 떠날 수 없었기에...

그 와중에 누군가 어머니를 다리위에서 밀어서 어머니는 중태에 빠진다. 이 일을 바로잡지 않고서는 그는 절대 떠날 수 없다.

현재 가장 인기 있는 배우 나탈리가 다 잊고 자신과 함께 떠나자도 해도 그가 알텐하인을 떠날 수 없는 이유였다.





이야기는 토비아스가 출소하고, 옛날 군 비행장의 기름탱크 안에서 백골 사체가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이 사건을 맡은 피아와 보덴슈타인은 타우누스에서 일어나는 범죄를 해결하는 강력반 소속이다.

사건의 복잡함도 있지만 이 두 형사가 처해있는 상황도 복잡하다.

피아는 이혼 후 새로 산 농장에 개축 신청서를 냈다가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이 무허가라는 걸 알게 된다.

속아서 산 집이었다.

보덴슈타인은 25년의 결혼생활이 위기에 빠졌다. 아내가 바람피우는 현장을 목격하고 온통 자기혐오에 빠져서 수사 상황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게다가 벤케 형사는 부업을 하다 걸려서 정직당할 위기고, 자신이 수사했던 11년 전 사건을 들쑤신다며 못마땅해하던 하세는 중요한 참고인의 기록을 몰래 빼낸다.

아주 안팎으로 다들 복잡한 상황에서 문제들이 계속 발생하고, 이 마을의 이방인이나 마찬가지인 아멜리는 토비아스에게 관심을 보이며 과거의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녀의 유일한 친구인 티스 테를린덴으로 부터 그림 몇 장을 받는다.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말라는 그림엔 그날의 광경이 사진처럼 그려져 있었다...

그날의 사건에 가까워진 아멜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토비는 또다시 의심을 받는 상황에서 잠적해버린다.



마을 전체가 각자의 이기적인 이유를 핑계로 진실을 은폐하고 그를 기만했다. 그의 가게가 망하고 가정이 께지고 인생이 망가지는 것을 냉정하게 지켜보고만 있었다니!



<타우누스 시리즈>는 독일의 작은 마을로 이루어진 소도시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피아와 보덴슈타인이 이끄는 강력반이 해결해 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 시리즈가 매력적인 이유는 대도시가 아닌 한적하고 평화로운 소도시의 한가로운 풍경에서 벌어지는 끔찍하고 잔인한 살인사건을 다루는 데 있다. 작은 사회가 가진 부조리와 그에 맞서는 사람에게 가해지는 가혹함이 잘 그려져있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역시 이 작은 마을을 몇 대째 쥐락펴락하는 테를린덴 가문과 이기적인 부모들이 오로지 자기 자식들의 죄를 감추기 위해 단란했던 한 가정을 풍비박산 시키고도 아무런 반성을 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들을 더 핍박하고, 쫓아내려 한다. 그들만 사라지면 자신들의 문제도 사라진다는 '개념'. 을 탑재하고 있다.

나는 그것이 그 어떤 잔인한 살인사건 보다 더 무서웠다.



평화롭게만 보이던 알텐하인에, 그렇게 지루하고 심심하게만 느껴지던 촌구석에 이렇듯 잔인하고 무자비한 인간들이 선량한 시민의 가면을 쓰고 살고 있었다니!



우리나라에서 현재 드라마로 방영되고 있는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원작과 다르게 각색되어 있지만 본판은 같다.

자신들의 이기심과 욕망과 질투와 허물을 다른 사람으로 대체하고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누군가의 삶을 망가뜨려도 양심의 가책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모르는 사람도 무섭지만 아는 사람이 더 무섭다는 진리를 또 깨닫는 거 같아서 씁쓸해진다.

얼마나 많은 선량한 사람들이 저 집단 이기주의 안에서 희생되었을까?

이 이야기를 재독하면서 슬펐다.

첫 번째 읽었을 때는 그저 분노만 남았는데 재독하니 분노가 슬픔으로 변한다.

어째서 선량해 보이는 사람들이 이렇게 지독하게 변해야 했을까?

자신들의 허물을 덮기 위해 희생양을 찾아내는 그들의 모습이 너무 잔인하고 무섭다.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그 무리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쉽게 동조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비겁으로만 표현하기 아쉽다.

집착을 사랑으로 착각하고 자신의 소유욕을 만족시키기 위해 한 사람을 인생을 망가뜨린 자의 착각도 무섭다.

어설프게 짜인 판이었음에도 쉽게 희생양을 몰아갔다.

그리고 그렇게 10년 동안 무사한 시간을 보냈던 자들에게 이제 심판의 시간이 도래했다.

옛말에 죄짓고 못 산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현재에는 죄짓고 더 잘 사는 사람들이 많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가 희망을 주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진실은 아무리 잘 감춰도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줄 안다는 것.'이다..

과거가 현재를 덮쳐오는 걸 보았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의 묘미는 바로 그것에 있다.

사건이 벌어진 현장도, 그것과 관계된 사람들도,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형사들도 모두 삶이 있다.

그 삶의 현장에서 그들이 느끼고, 겪는 일들을 간접 경험하면서 세상을 좀 더 알아가는 기분이다.

세상엔

아주 사소한 감정으로도 몹쓸 짓을 저지르게 하는 힘이 존재한다는 것.

그것으로부터 나 자신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를 고심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어디에서건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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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한드라 김의 가면 증후군과 솔직한 고백 서사원 영미 소설
패트리샤 박 지음, 신혜연 옮김 / 서사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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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이 학교에서 손님 같은 존재야. 어떤 문제도 일으키지 말아라.



제목이 긴 <알레한드라 김의 가면 증후군과 솔직한 고백>을 읽으며 그동안 읽었던 재외 한국인 작가의 글 중 가장 이질적이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다.

그건 그들이 아주 잘 아는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다.

이민 2세대 아빠와 엄마는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한국인이다.

둘 다 미국에 왔지만 미국에 적응하지 못했다.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알레한드라 김은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라틴계 이름을 가졌고, 생긴 건 아시안이었다.

모두 중국인으로 통칭되는.

알레한드라는 백인들이 주류를 이루는 사립 고등학교에 90%의 학비 지원을 받고 입학한다.

그때 아빠가 알레한드라에게 해준 말이 바로 위의 문장이다.

흑인과 백인의 갈등과 인종차별에 대해서는 많이 알아왔지만 아시아계에 대한 인종차별엔 무지했었다.

물론 알고는 있었지만 수박 겉만 핥았을 뿐이다.

미국에서 태어난 미국인이지만 이름 때문에, 생긴 모습 때문에 묘한 차별을 받는다.

웃긴 건 백인들은 그것을 차별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배려라고 생각하지!







책을 읽는 동안 수많은 이민자들의 삶이 생각났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내 동생들과 친척들의 고달픔이 떠올라서 자꾸 울컥댔다.

내가 몰랐고, 그들이 말하지 않은 그런 차별들을 그들은 어떻게 이겨냈을까?


나는 백인들이 백인이 아닌 사람들끼리 서로 다투도록 만드는 게 정말 싫다. 개처럼 싸우다 그들이 먹고 남긴 음식이나 얻어먹으라는 식이다. 가끔 이 학교 아이들은 백인과 흑인 사이에서 발생한 인종 차별만을 중요하게 보는 듯하다.



학교에서 두드러 보이지 않으려고 웬만한 건 참아버리는 알레한드라와 동네에서의 알레한드라는 180도 다르다.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려 잔뜩 긴장한 채 보내는 학교생활이 끝나면 고모네가 운영하는 세탁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몇 달 전 사고로 죽은 아빠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을 지닌 채 그를 그리워하는 알레한드라는 고달픈 엄마와도 관계가 좋지 못하다.

이 아이가 어떻게 자신의 길을 찾아갈지 알면서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아빠는 엠파나다를 만들면서 한 번도 그 오븐을 사용하지 않았다. 일단 익숙해지면, 아무리 이상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방식이라도 그게 '정상적'이라고 느끼게 되는 듯하다. '정상적'인 것과 아무리 거리가 멀어도.



이 문장이 이 이야기를 관통하는 문장 같다.

백인들이 '정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그 모든 관념들이 자기들 쪽으로 치우친 방식이라는 거.

그들의 DNA에 박혀 있는 다른 인종에 대한 이유 없는 우월감이 곳곳에 포진해 있고, 알레한드라는 그것에 순응하며 고등학교를 다니지만 그녀의 본심은 그게 아니었다.

그것을 깨달아가는 과정이 참 찰지게 그려졌다.

한국인이지만 라틴계의 불같은 성미가 돋보이는 알레한드라.

작가 자신이 실제로 느낀 것들이 잘 반영되어 있는 거 같다.

자신이 잘 아는 이야기를 쓴다는 건 결국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과 같다.

친구와의 우정이 우정이 아니었고

몰랐던 친구가 우정이 되어 가는 과정도 즐거웠다.

각자의 선택들이 강압이 아니라 자신들의 생각으로 결정되는 모습도 좋았다.

물론 그전에 그것에 관련된 갈등들을 잘 이겨낸 탓도 있겠지만...

좋은 이야기는 긴 여운을 남긴다.

이 이야기를 통해서 자신이 속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자신의 속물근성과 마주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작은 변화로 이어져 큰 변화를 불러오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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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의 루시 - 루시 바턴 시리즈 루시 바턴 시리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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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삶에서 앞으로 우리를 기다리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다는 것은 선물이다.



루시 바턴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는 루시가 윌리엄과 함께 뉴욕에서 메인주로 옮겨가 그곳에서 생활하며 겪는 여러 가지 일들과 마음의 깨달음이 담겼다.

팬데믹이 막 시작했을 무렵 윌리엄은 가족들에게 뉴욕을 떠나라 하고 루시를 데리고 메인주로 피신한다.

크리시와 베카는 아빠의 말을 따르지 않고 뉴욕에 머문다.

홀로 텅 빈 아파트에 적응하지 못했던 루시는 윌리엄의 꼬임(?)에 잠시 피난을 가는 거라 생각하고 길을 나선다.

하지만 그 아파트로 다시 돌아가지 못한다...

팬데믹 시절이 언제였는지, 내가 그 시절을 겪은 사람이었다는 걸 벌써 잊었다는 사실이 충격이었다.

<바닷가의 루시>를 읽으며 그때의 광경이 새록새록 생각났다. 아주 먼 시절의 이야기 같았다.

나 역시 루시처럼 그 시절을 관통했는데 어째서 통째로 잊어버린 걸까?

루시 바턴 시리즈를 읽게 하는 힘은 뭘까?

책을 읽으며 나는 이 문장을 자주 떠올렸다.

소설 속 주인공 루시 바턴은 나이 든 작가다.

자신의 가난했던 시절과 그 가난을 벗어나지 못한 가족들과 그곳을 벗어난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한 문체로 적었고, 서로 깊이 통하지만 현실에선 거의 소통이 안 되었던 엄마와의 관계도 담담하게 털어낸다.

그리고 바람둥이 남편을 떠나 두 딸을 남겨두고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 첫 남편과는 친구처럼 지내며 노년에 들어가면서 그를 점점 이해하며 젊었던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일도 잔잔하게 그려낸다.

이제 그녀는 칠십이 넘은 전 남편과 팬데믹 상황으로 복잡한 뉴욕을 떠나 한적한 바닷가 마을로 피신을 온다.

그리고 그곳에서 노년의 두려움과 한순간에 빼앗긴 생활의 모습을 마치 산책자처럼 그려낸다.

산책하며 그려내는 풍경처럼 요란스럽지 않지만 깊게 각인하게 만드는 힘이 담겼다.

그래서 자꾸 읽게 된다.

마치 미래의 나를 그려보듯...





우리 모두 스스로가 큰 무게를 두는 사람들 - 그리고 장소들 - 그리고 사물들 - 과 함께 산다. 하지만 우리는 무게가 없다, 결국에는.




<바닷가의 루시> 안에는 코로나 시국의 미국의 모습이 담겼다.

그런 이야기들이 담담한 노작가의 필력으로 감정적이지 않게 그려져서 오히려 더 와닿았다.

가장 고통스러웠던 시절의 이야기를 가장 단순하게 표현하는 그 힘. 그것이 바로 스트라우트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주변에 널린 위험한 죽음.

현실을 믿지 않는 사람들의 비웃음.

떠나라는 아빠의 말을 듣지 않았다가 결국 피신해야 했던 자식들.

다른 도시 사람에 대한 반감.

아는 이의 죽음.

가족의 죽음.

서로 떨어져서 손끝 하나 스칠 수 없는 안타까움.

가난한 사람들의 분노.

인종차별에 대한 분노.

그런 문제들 뒤로

이웃에 대한 배려

약자에 대한 배려

누군가를 도우려는 친절

사소해 보이지만 중요한 결정들이 훈훈하게 가슴을 적신다.

유난히 감탄사 오! 가 많이 나오는데 그때마다 나 역시 오! 000이라고 외쳤다.

스트라우트 여사의 소설 속 주인공들의 근황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밥 버지스와 루시는 친구가 되었고, 올리브 키터리지가 나와 같이 팬데믹을 함께 겪었다는 생각을 하니 스트라우트 세계의 주인공들과 부쩍 친해진 느낌이 든다.

가정을 이룬 두 사람의 '다름'을 이혼한 후에 알게 되는 과정.

노년에 친구처럼 지내며 서로를 챙겨주다 다시 합치는 과정.

그 사실을 기쁘게 받아들이는 딸과 거부감을 비추는 딸.

세상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사람을 이해하게 되는 순간의 깨달음을 깨알같이 그려낸 <루시 바턴 시리즈>

<바닷가의 루시>는 이제야 비로소 자기만의 방을 가졌다.

마스크를 쓰고 장갑을 끼고 거리를 두고 사람들과 대화를 해야 하는 그 시절에 그녀는 전 남편이자 지금의 남편에게 작업실을 선물받았다.

성공한 작가임에도 자기만의 공간이 없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은 루시.

윌리엄 버전으로 <오, 루시!>가 나오면 어떨까?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루시가 나올 거 같지만 그럼에도 윌리엄에게 루시는 가장 아름다운 사람일 것이다.

자신의 외로움을 처음부터 품어 준 사람이 루시였으니까.

그가 루시의 결핍을 품어주었듯이...

서로가 서로의 빈 곳을 채워주었지만 젊은 날은 젊음을 모르듯 방황하게 마련이다..

나이 들어 의지할 누군가가 있다는 게 가장 행복하다는 걸 깨닫게 해준 이야기다.

그 사람이 내 가장 아픈 곳을 품어주는 사람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는 것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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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비밀 강령회
사라 페너 지음, 이미정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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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비는 대체 어떤 사람이었을까?



레나는 살해된 동생의 죽음을 밝히기 위해 강령술로 유명한 보델린의 제자로 들어갑니다.

평소에 강령술에 관심이 많았고, 고집스러웠으며 영혼이 있다는 걸 믿었던 에비에 반해 레나는 과학을 믿었습니다. 철저하게 현실적인 성격이죠.

에비와 싸운 날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에비와 화해를 하려고 에비를 찾다가 그녀의 죽음과 마주친 레나는 동생 죽음의 배후를 파헤치고자 동생의 스승이었던 보델린을 찾아 프랑스로 가서 보델린의 제자가 됩니다.

강령술.

죽은 영혼을 부루는 의식이죠.

영화 <사랑과 영혼>이 이 강령술을 잘 이해시켜주는 영화랍니다.

죽은 페트릭 스웨이지의 영혼이 깃든 우피 골드버그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네요.

이 작품에도 그런 상황이 벌어집니다.

레나의 동생 에비와 런던의 유명한 강령술 협회의 회장 볼크먼이 한 날 한 시에 살해됩니다.

해결되지 않는 사건 때문에 뒤숭숭한 분위기에 협회의 추문을 막기 위해 볼크먼의 죽음을 해결해야 하는 부회장 몰리는 프랑스에 있는 보델린을 불러 볼크먼의 강령회를 열기로 합니다.





자유분방함과는 거리가 먼, 순진한 아이였다고 믿었던 동생을 잃은 일만으로도 더없이 힘들었다. 그런데 에비는 사후에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드러냈다. 좋게 말하면 사기꾼, 나쁘게 말하면 범죄자였다. 아주 질 나쁜 친구를 사귄 사람이었다.


이야기는 레나와 강령회 협회 부회장 몰리의 시선으로 진행됩니다.

레나는 동생의 죽음을 캘수록 믿을 수 없는 사실들을 발견하게 되죠.

몰리는 볼크먼의 죽음을 해결하고 강령회에 대한 이상한 소문들을 잠재우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레나가 에비의 언니라는 사실을 알고는 놀라죠. 몰리와 에비는 어떻게 아는 사이일까요? 강령회 협회엔 남자들만 회원자격이 있는데 말이죠.



이는 진실과 환상이 충돌하며 사람의 혼을 빼놓는 사업이었다.

영혼은 정말 있는 걸까요?

옛날에 친구들하고 분신사바 같은 걸 했던 기억이 납니다.

주변에서 귀신을 봤다는 사람도 있어서 저에게 귀신이나 영혼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존재하는 걸로 느껴집니다.

이 세상이 살아있는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면 눈에 보이지만 않는다면 저는 공존을 택하겠습니다^^

몰리와 레나의 이야기가 번갈아 이어지면서 강령회를 둘러싼 비밀들이 드러납니다.

게다가 레나에게는 혼자만 간직하는 비밀이 있죠.

그 비밀을 공유할 사랑을 만나게 됩니다.

며칠 사이에 일어난 일을 긴박감 있게 엮어낸 작가의 솜씨가 좋네요.

그 시대에도 기가 막힌 사기꾼들이 판을 쳤네요.

21세기 사람들도 울고 갈 사기꾼들의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볼크먼의 강령회에서 레나는 에비의 영혼에 빙의됩니다.

에비의 영혼은 왜 그곳에 나타났을까요?

사건이 어떻게 해결될지 궁금했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남아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반전이 없을 거 같았던 소설의 반전을 온전히 즐겼습니다.

나쁜 놈은 벌받는다는 권선징악도 철저하게 지킨 이야기 <런던 비밀 강령회>

슬픔과 비탄에 빠진 사람들에게 사기 치지 맙시다!

그 벌 고대로 받게 됩니다~

이렇게 끝나는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레나!

아주 끝내주는 죗값을 생각해냈네요.

강령술이 진짜라면 죗값 치르지 않고 편하게 죽은 범죄자들 죄다 불러 모아서 레나에게 벌 주라고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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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보는 중세 유럽 역사
신성출판사 편집부 지음, 야스시 스즈키 그림, 전경아 옮김 / 생각의집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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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하면 어떤 게 떠오르시나요?

기사, 종교전쟁, 교황, 십자군, 흑사병 저는 이런 단어만 떠오릅니다.

그저 전쟁의 연속이었다는 느낌과 마녀사냥으로 기억하는 중세 유럽의 역사!

이 책은 일본 신성출판사의 편집부에서 만든 책입니다.

저는 우리나라 출판사에서 만든 책인 줄 알았는데 말이죠^^;;



일러스트 삽화와 사진을 곁들인 책은 다양한 중세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중세의 영웅들, 신화와 전승, 농촌의 모습, 도시의 모습, 기독교회, 국왕과 영주, 환상 속 동물과 괴물 등을 짤막하게 요약한 책입니다.

중세의 영웅들은 이름만 들어도 익히 우리가 아는 분들이지만 저는 엘 시드에게 관심이 갔습니다.

어딘가에서 들어 본 이름인 엘 시드는 스페인의 영웅입니다.

이베리아 반도를 탈환하려 했죠. 카스티야 왕국 산초 2세의 시동이었던 엘 시드는 수많은 전투에서 무훈을 세웠지만 산초 2세 사후에 즉위한 알폰소 6세 때 간신들의 모략으로 아내와 자식들을 남겨두고 추방됩니다.

그래도 무어인을 공격해서 얻은 전리품을 왕에게 계속 보냈네요.

그렇게 힘을 비축한 시드는 발렌시아를 정복하고 비로소 알폰소 6세와 화해하면서 아내와 자식들을 도로 데려옵니다.

시드는 이슬람 세력의 침공에 대항한 인물로 기억됩니다.

중세의 물레방앗간은 권력의 상징이었습니다.

영주가 물레방앗간을 만들어 놓고 농민들에게 사용하게 하고 사용료를 받았지요.

맷돌이 있어도 물레방앗간을 사용해야 하는 그 느낌 아시죠?

이런 제도를 바날리테라고 합니다.

좋은 제도를 이렇게 강압적으로 사용하니 농민들이 눈물을 흘릴밖에요 ㅠ.ㅠ






중세 사람들의 의복은 영화를 통해서 많이 봤는데 중세 의복의 기본은 튜닉입니다.

저도 한때 튜닉풍의 옷을 자주 입고 다녔는데 레깅스 위에 입어서 민망함을 감추는 용도로 자주 입었습니다^^

이 튜닉이 중세의 기본 의복이었다니 역사가 꽤 오래됐네요.

중세에 최초로 상인 길드가 생겼습니다. 좋은 거 같은데 독점이었네요~

하지만 도시의 질서를 유지하고, 도로와 시문의 장비 비용을 기출하고 도시 경비 등의 역할을 도맡아 했으니 길드가 하나의 자치단체라고 봐야겠네요.

14세기에 들어서면서 푸줏간 주인이 우체부를 겸비했다고 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중세의 형벌은 참 잔인했는데 보이기식 효과를 노렸기 때문이라네요 ㅠ.ㅠ

마녀사냥만 봐도 살아있는 여자를 불태워 버렸으니 그 잔혹함은 말해 뭐 하겠어요..

간통한 남자는 거세를 했데요~

상해죄를 지은 사람은 손과 발을 절단했고, 가벼운 절도죄는 손가락을 절단했고, 돈을 위조한 사람은 얼굴에 낙인을 찍었다고 합니다.



제가 가장 관심 있게 읽은 부분은 바로 중세의 환상 속 동물과 괴물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영화나 소설 속의 판타지 한 동물이나 괴물은 거의 중세 시대에 많이 알려진 존재들입니다.

용, 가고일, 크라켄, 골렘, 바실리스크 등등 영화나 판타지 소설 속 괴물들이 모두 중세의 환상 속에서 나왔네요.

근데 유니콘은 실존했던 동물로 기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유니콘 뿔에 해독 효과가 있다고 해서 그 뿔로 만든 잔을 원한 권력자들이 많았답니다.

아마도 그래서 멸종한 거 같아요~

유니콘은 순결한 처녀를 보면 넋을 잃고 다가가 무릎에 머리를 맡기고 잠든답니다.

그래서 처녀들이 유니콘을 잡는 미끼로 많이 쓰였데요.

그 외에 많은 괴물들과 전설의 동물들이 담겨있어서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중세에 대한 지식을 짧고 쉽게 알려주는 <그림으로 보는 중세 유럽 역사>

복잡한 설명 없이 간결하게 필요한 이야기만 간추려놓은 책입니다.

중세의 모든 면모를 알려주는 책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어요.

책을 읽는 동안 중세에 대해 몰랐던 게 많았다는 걸 깨달았네요.

어느 시대나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있는 건데 그저 기사도와 종교전쟁만을 생각해왔던 저의 무지를 일깨워 준 교과서 같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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