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좋음을 내일로 미루지 않겠습니다 -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기 위해'
오지혜 지음 / 인디고(글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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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작정하고 거짓을 퍼뜨리는 사람이 너무 많다. 하루가 멀다고 진실을 교모하게 가리고 왜곡하는 사람들을 보면 궁금해진다. 대체 자기 자신을 속이면서까지 얻어야 하는 건 무엇일까. 어쩌면 속일 자신마저 남아있지 않은 건 아닐까.

그런 인생은 딱하다는 생각이 든다.

 

 

 

소소함을 이야기하는 에세이가 좋아지고 있는 중이다.

고만고만한 두려움과, 고만고만한 걱정과, 고만고만한 고민들을 움켜쥐고 사는 사람이 나 말고 또 있다는 걸 알게 되는 반가움 때문이다.

  

일상에서 길어 올리는 생각의 단상들이 삶에 있어 뼈가 되고 살이 된다는 걸 이런 에세이들을 만나게 될 때마다 느낀 게 된다.

오늘의 좋음을 내일로 미루지 않겠습니다.

이 에세이에 담긴 내용이 좋은 이유는 오늘을 살아야 할 이유를 잘 이야기해주어서다.

  

늘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과정으로 오늘을 사는 사람들은 어쩌면 그 고대하는 미래가 늘 없는 것과도 같다.

매일매일이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이니까.

오늘도 내일도 늘 준비만 하다가 끝나가는 인생이 될 것이다.

 

먹고 싶고

하고 싶고

갖고 싶고

주고 싶고

가고 싶고

하는 이 모든 걸 언제나 여유 있는 미래로 미루고

지금 당장은 그 여유 있는 미래를 위해 무언가를 애써 해야만 하는 상황 속에 사는 우리들.

  

우리가 꿈꾸는 미래는 생각만 하는 미래로 끝날지 모른다.

현재가 미래를 만드는 것임으로.

 

 

 

 

직접 그린 만화가 간간이 들어 있다.

남의 삶을 들여다보는 일이 참 소소한 행복을 깨닫게 되는 것임을 알게 된다.

삼십 대 작가의 이야기는 오로지 자신의 삶에 충실하다.

그래서인지 글을 읽고 있는 내 마음이 넉넉해진다.

나는 작가보다 먼저 삼십 대를 지나온 사람이지만 작가보다 조금 더 아둥바둥하는 마음으로 지나왔던 거 같다.

여유 있는 나이에서 바라보는 다른 삼십 대의 삶과 생각이 나 보다 훨씬 어른스러워서 반성하게 됐다.

 

특별하지도, 대단하지도, 엄청난 고난이나, 굉장한 슬픔을 딛고 일어난 것도 아니지만

우리 모두의 삶이 다 고만고만하다면 모두 작가와 같은 생각들을 한 번쯤을 했을 것이다.

 

온전히 나를 들여다보고

내 생각과 내 발걸음에 맞춰서 가고 있는 사람의 모습엔 온기가 있다.

남의 생각과 남의 시선에 아등바등 쫓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선 절대 찾을 수 없는.

 

쉼의 순기능이 한 가지가 더 있었으니, 무료하게 지내는 동안 알게 됐다. 그전까지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더는 내게 중요하지 않음을. 이를테면 다른 사람과 속도를 맞추어 사는 것, 남과 비슷하게 사는 것, 더 빨리 더 많은 것을 가지는 것.

 

 

앞으로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 시간이었다.

남한테 맞추지 말고 내 발걸음과 내 호흡으로 살아가면

미래의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겠지.

 

 

늘 뭔가 배우려는 호기심을 지니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느낌을 주는 책이다.

작가님 만화 나오길 기다려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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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에 이르는 병
구시키 리우 지음, 현정수 옮김 / 에이치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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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벌이다. 정말로 지켜야 할 사람을 지키지 못하고 배신한 벌이다. 상처는 평생 치유되지 않고 질퍽질퍽하게 곪는다. 소리 없이 괴사해간다.




있는 듯 없는 듯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가는 대학생 마사야.

한때 신동 소리를 듣던 동네의 자랑거리였지만 지금은 삼류대학 법학부에 다니고 있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편지 한 통이 온다.

감옥에 갇힌 연쇄살인범에게서.


하이무라 야마토.

그는 마사야의 동네 빵집 사장이었다.

언제나 친근한 미소로 빵 한 개씩을 덤으로 주고 자신에게 격려를 해주던 그 상냥한 빵집 주인이

자신의 집에 10대 아이들을 데려와 고문하다 죽이고 마당에 묻어 버리는 연쇄 살인마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24건의 살인 기소에 9건의 살인으로 입건된 그가 1건은 자신의 죄가 아니라며 마사야에게 진짜 살인범을 잡아 달라고 한다.


연쇄살인귀, 엽기살인범, 아동살해자, 질서형 살인범, 연기성 인격장애자, 귀축, 정신이상자, 괴물.

자기 자신도 다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소년소녀를 감금하고, 고문한 끝에 죽여서 마당에 묻고는 자신의 컬렉션으로 삼아온 남자.



거절할 수 없는 이유로 마사야는 그의 흔적을 쫓는다.

그의 어린 시절부터 최근까지의 흔적을 쫓는 마사야는 사람들이 모두 하이무라를 끔찍한 살인마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과 마주친다.

모두들 그가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왤까?


이 이야기는 마사야의 이야기 사이에 보이지 않는 여자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그리고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공들여 작업한 결과물들이 하나씩 드러나게 된다.


악의를 가진 자가 자신의 본모습을 숨기고 수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세뇌시켜 왔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


읽고 나서도 그 악의가 자꾸 되새겨져서 더 질리게 만드는 이야기다.

하이무라는 연쇄 살인마이기도 했지만 수많은 사람들을 조종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들여 사람들 마음속에 하이무라라는 사람에 대한 사랑과, 이해와, 굳건한 믿음을 각인시켰다.

그래서 모두가 그가 저지른 끔찍한 범죄를 대하고도 그를 두둔하고, 그를 이해하고, 그가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다. 라고 믿고 있다.


마치 최근에 알게 된 화성연쇄살인범처럼 하이무라도 그렇게 작은 동네에 숨어 자신의 범죄를 감추며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착하고 성실한 가면을 쓰고 살았다.

마사야 역시 그에게 받은 온정을 잊지 못해 그의 주장을 그대로 믿고 그 한 건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그의 조종대로 움직인다.

그러면서 점점 자신과 하이무라 사이의 연결의 끈을 찾게 된다.


참 무서운 이야기다.

사람의 정신에 심어진 이 바이러스는 자신의 의지대로 조정할 수 없음이.

스스로 조정당하고 있다는 의식도 못한 채로 꼭두각시처럼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잔인한 살인보다 더 잔인하게 느껴진다.


하이무라의 마수에 걸려든 사람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걸까?

마사야의 눈을 통해 하이무라의 삶을 되짚어가면서 그가 받은 어린 시절의 학대와 방치가 드러난다.

머리가 좋았던 아이가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방치되었을 때 그 아이의 지능은 자신이 받은 만큼 보다 더 많은 걸 되풀이하는데 쓰이게 된다.

그렇게 사람을 조종하고, 이용하고, 자신에게 복종하게 만들었던 하이무라가 비단 이 소설 속에만 존재하는 인물일까?


겉으로 드러나는 가면엔 호의와 온정과 믿음을 담아 놓고

안으로 숨겨진 얼굴엔 증오와 살인의 본능을 담아 놓고 이중적 생활을 해온 하이무라는 어디에도 있는 사람일 수 있다.

연약한 사람의 심성을 파고들어 악의를 심어두고 그것이 꽃 피기를 기다리는 저의는 어디에서 기인하는 걸까?


이상한 사람이었어요. 그 사람과 있으면요. 어쩐지 저에게 자신감이 넘쳐흘러요.




그 이유 때문에 마사야는 하이무라의 누명을 벗기려 노력한다.

강의도 빼먹고, 자신의 삶도 밀어둔 채로 하이무라의 누명을 벗기려 노력할수록 예전의 자신을 되찾아가는 느낌을 가진다.

이것은 어떤 자신감일까?


자신의 사후에도 이어질 지배력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하이무라에게 인생 최고의 오락인 것이다.



마사야에게 드리운 하이무라의 지배력이 사라졌다고 믿는 순간.

또 다른 마수가 덧씌워지는 걸 보게 된다.

그래서 더 끔찍한 기분을 갖게 되는 이야기다.

끝났는데 뭔가 계속되는 기분이 남아서.

 

뭔가 조용히 진행되는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읽는 내내 시끄럽게 울린다.

이 점잖고 무턱대로 믿고 싶게 만드는 희대의 살인마가 세뇌시켜 놓은 인간들이 세상에 얼마나 남아있을까를 생각하면 심장이 조여오는 거 같다.

마사야가 잠깐 살인의 충동을 느끼는 장면에서 정말 작가의 의도대로 살인은 병이고 그것은 바이러스처럼 전염성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우리가 정말 두려워해야 하는 건 무엇일까?

 

이야기를 끝내고 나서도 찜찜한 이유다.

우리가 정말 두려워해야 하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없어서.

그나마 일본에 사형제도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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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 또 하나의 이야기 디즈니 오리지널 노블
젠 캘로니타 지음, 성세희 옮김 / 라곰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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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비튼 이야기가 오히려 겨울왕국을 더 돋보이게 할 거 같은 예감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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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얼굴의 여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5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비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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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다 신조 입문으로 적격인 책.
새로운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검은 얼굴의 여우.
겨울밤과 잘 어울리는 이야기가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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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지인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3
M. C. 비턴 지음, 문은실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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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독서 카페 리딩투데이에서 함께 읽는 책으로 선정된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03.

 

그러니까 당신은 일종의 사신인 거네요, 해미시 맥베스.

어디를 가든 살인이 당신을 쫓아다니니까요.

 

 

로흐두의 작은 마을 순경인 해미시에게 이웃 마을인 시노선의 맥그리거 경사가 휴가를 다녀올 동안 그곳을 지키라는 상부의 지시가 내려온다.

 

 

로흐두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 나름 알차게(?) 생활해 오던 해미시에게는 정말 귀찮은 일이다.

그에겐 부양해야 하는 가족이 있기에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번 돈을 모두 가족에게 보내고 있는 해미시로서는 당췌 듣고 싶지 않은 상부의 지시였다.

 

 

시노선은 외지인을 경계하고, 무뚝뚝한 마을 사람들이 모인 보이는 게 전부인 마을이었다.

 

마을은 어찌나 황량하고 휑한지, 해미시가 언젠가 보았던 공상과학 영화에 나오는 마을을 떠올리게 했다.

 

 

 

낯선 이를 경계하는 마을에서 그 마을의 경찰을 대리하는 임무라는 상당히 불만스러운 상황에

해미시에게 인수인계도 제대로 하지 않고 훌쩍~ 떠나버리는 맥그리거를 보며 해미시는 이곳에서의 생활이 평탄치 않으리라는 걸 예견했다.

 

 

어느 마을에나 밉상인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시노선에도 외지인이자 사사건건 간섭하기 좋아하는 밉상이 있었다.

메인워링.

어딜 가나 그 인간에게 상처받은 사람들이 있었고, 해미시 역시 그 무례함에서 빠지지 못했다.

자신의 아내가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 마녀들에게 습격을 받았다며 사건을 해결하라는 미션을 남겨주고 잔뜩 거들먹거리며 사라진다.

 

 

이런 시건방진 녀석 같으니. 내일까지 결과를 가져오지 않으면, 내 당신을 시노선에서 번개처럼 몰아내고 말 거야. 여기 땅에 발도 못 붙이게 할 거라고!

 

자기들끼리 똘똘 뭉쳐서 외부인에게 곁을 주지 않으면서도

자기들끼리조차도 서로를 믿지 않고 날선 경계를 하는 시노선 사람들.

그리고 그들 모두에게 하물며 해미시에게도 밉상으로 군림한 메인워링.

그렇게 암울할 거 같은 마을에서 화사한 모습의 인형 같은 여인이 해미시의 눈에 들어온다.

 

 

캐나다 사람인 제인은 화가이다.

그녀의 사랑스러운 모습이 해미시의 마음에 불을 댕기고

제인 역시 해미시를 유혹하는데 망설임이 없다.

닿지 않는 프리실라에 대한 마음을 한구석에 밀어 놓고, 눈앞에 있는 제인에게 손을 뻗게 되는 해미시.

그들의 러브 스토리는 잘 이루어질 수 있을까?

 

시노선은 그곳에 사는 모든 영혼을 뒤틀리게 하고 뒤바꿔 놓는

공상과학 소설 속 검은 안개 같았다.

 

 

해미시가 장난전화를 받고 출동한 날 시노선에서도 일이 벌어진다.

메인워링과 시노선의 알코올중독자 샌디 카마이클이 사라진다.

그리고 며칠 후 사람의 뼈가 공터에서 발견된다.

이 뼈는 사라진 두 사람 중 누구의 뼈일까?

어쩌다 저렇게 뼈만 남은 모습으로 발견됐을까?

 

 

해미시를 못 잡아 먹어 안달 난 블레어가 파견되고 역시나 해미시는 사건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해미시가 누구인가?

블레어가 사라지라고 해서 사라질 위인이 아니다.

그럴수록 더더욱 마을 사람들 사이를 느적느적 다니며 정보를 캐고, 단서를 찾아낸다.

 

 

작은 공동체 같은 마을.

그곳에서 왕 노릇 하고 싶어 하는 외지인.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

저마다의 비밀은 서로의 가림막이 되거나 은폐가 되어 준다.

그러나 외지인은 그 무엇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이 시리즈의 재미는 해미시의 새로운 모습이 매 시리즈마다 등장한다는 것이다.

시노선에서의 해미시는 좀 더 능청스러우면서도 자기 실리를 챙기는 쪽으로 더 발전했다.

하물며 남녀 간의 관계에서도.

 

 

그리고 살인은 조금씩 더 잔인하게 발전한다.

바닷가재가 그렇게 끔찍하게 느껴지다니 정말 눈으로 읽고도 못 믿겠다.

그래서 맛있는 건가?

 

 

한 걸음 더 다가온 프리실라.

한 걸은 더 느긋해진 해미시.

다음번 이야기에선 해미시의 어떤 모습이 공개될지 궁금하다.

읽을수록 묘한 매력을 발산하는 해미시 맥베스.

 

 

이 촌 동네 순경에겐 은근한 매력이 있다.

자꾸 궁금하게 만들고 자꾸 의외의 모습을 알아가게 만든다.

그래서 해미시 맥베스는 은근하게 독자를 중독시킨다.

그것이 해미시를 읽게 만드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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