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과학이 발견한 인간 마음의 작동 원리와 진화심리학의 관점
스티븐 핑커 지음, 김한영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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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서판>이나 <언어본능>처럼, 지적인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주는 책.

진화심리학을 바탕에 깔고 언어학과 심리학, 생물학, 철학 등을 종횡무진하며 인간의 <마음>이라는 복잡한 실체를 파헤쳐나간다. 늘 그렇듯 두껍고, 그래픽도 많고, 설명이 구구절절하다.
마음이 왜 생겨났는지, 어디에서 나오는지, 인간의 마음들은 왜 이렇게 요상하게 굴러가는지. 너무나 거창하고 광범위하고 다차원적인 주제라서, 한번에 말하기는 쉽지 않다. 저자는 시각/청각 같은 인간의 감각이 어떤 방식으로 형성되었는지를 추적해 들어가면서, 우리가 추상적으로만 느끼는 마음이란 것도 진화 과정에서 형성된 모듈들의 집합임을 보여준다.
결혼, 사랑, 유머, 분노, 종교 같은 마음의 양상들은 우리 신체(혹은 유전자)가 진화 과정에서 더 잘 적응하고 더 잘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생겨났기 때문에, 그것이 발생하는 과정을 ‘역설계’하다보면 그 작동 메커니즘을 알게 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뒷부분으로 갈수록 점점 더 흥미진진해진다. 성차별, 개독교, 심리지상주의 반대! 이런 책이 더 많이 팔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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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 2008-09-13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지루하다는 풍설을 날려버리시네요.^^

딸기 2008-09-13 23:18   좋아요 0 | URL
좀 지루한 측면이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뒷부분으로 갈수록 재미있었어요, 저는. ^^

군자란 2008-09-30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면 빈서판,언어본능,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의 시리즈는 한번은 넘어야할 산이 아닌가 생각됩니다.오늘 새벽에 언어본능을 읽다가 역시 영어가 받쳐주지 않으면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각 장마다 최소 2번이상은 봐야 이해가 쬐금 오는것 같고 하지만 핑커책은 읽는만큼 보람도 있을것이라는 확신은 있지만 쫌 힘드네요(언제 끝날지?????)...갑자기 생각이 나는 분이 있네요 이네파벨님의 리뷰가 그리워 집니다.......

딸기 2008-09-30 14:4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이런 분야는 이네파벨님이 짱인데... ㅠ.ㅠ
미국에서 잘 지내고 계시겠지요 :)
 

2001년 미국의 심장을 강타한 9·11 테러가 일어난지 내일로 7주년이 됩니다. ‘팍스 아메리카나’ 체제를 뒤흔든 당시의 충격파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알카에다와 오사마 빈라덴을 잡겠다며 ‘대테러 전쟁’을 일으킨 뒤 “세계는 더 안전해졌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전쟁은 지난 7년간 오히려 더 많은 테러를 불러왔고, 미국의 ‘일방주의’ 속에 세계는 갈등과 대립의 장이 되어버렸지요. 알카에다는 건재하며, 미국은 전쟁의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9.11테러 7주년>을 생각하다 보니 가슴이 답답하네요.


세계는 안전해졌나

부시 대통령은 9·11 추모일을 앞두고 미국인들에게 테러 뒤 보여줬던 애국심과 단결, 자원봉사 정신을 다시 한번 되새길 것을 강조했다고 AP통신이 8일 보도했습니다. 부시는 이날 백악관 남쪽 광장에서 연설하면서 “9·11 이후 1년 동안 미국 전역에서 연인원 6000만명이 테러범들의 공격에 맞선 발런티어(자원봉사자) 정신을 보여줬다”면서 “퇴색해 가는 9·11의 기억을 다시 일깨워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부시가 공언했던 것처럼 미국이 9·11 이후 대테러 전쟁에 승리해 세계가 더욱 안전해졌다고 믿는 사람들은 거의 없습니다. 
부시가 테러공격 두 달만에 아프간 전쟁을 일으키자 미국 내에서 그의 지지율은 90%에 육박했었지요. 그러나 이후 일어난 미국의 변화는 ‘안전’이나 ‘평화’와는 거리가 먼 것이었습니다. 
정보기관들은 경쟁하듯 테러범들을 잡는다며 도청을 일상화하고 외국계 이민자들에 대한 강압적인 수사를 진행했습니다. 테러용의자 ‘고문 논쟁’에서 보이듯 인권침해가 갈수록 더해갔고, 미국은 외국인들이 쉽사리 찾아가기도 힘든 ‘안보 기지’로 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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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방주의에 지친 세계

세계에 문을 닫으면 닫을수록 미국의 일방주의는 강해졌습니다. 더불어 세계가 미국을 바라보는 시선도 차가워졌습니다. 
9일 뉴욕타임스는 ‘아랍권 이슬람국가인 이집트 카이로에서 바라본 9·11과 미국’을 담은 기사를 실었습니다. “9·11의 책임은 미국에 있다는 것이 이슬람권의 공통된 시각”이라고 신문은 전합니다. 9·11 테러의 배후에 미국 정보기관이 있다는 ‘음모론’은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굳이 음모론이 아니더라도, 세계인들 중 상당수는 “대규모 테러의 원인을 제공한 것은 미국이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습니다. 쿠바 관타나모 미군기지 포로수용소의 열악한 실태,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인권침해 사건 등은 ‘인권국가 미국’에 대한 환상을 깨는데 일조했으며 범이슬람권의 반미감정에 불을 질렀지요.

더욱이 미국의 공격 속에서도 알카에다는 건재합니다. 
알자지라방송은 8일 알카에다 2인자 아이만 알 자와히리의 모습과 목소리를 담은 비디오테이프를 공개했습니다. 이 테이프에서 자와히리는 9·11 7주년을 자축하면서 서방의 ‘십자군 전쟁’을 맹비난했습니다. 
빈라덴과 자와히리는 아프간과 파키스탄이 만나는 토라보라 산악지대에 여전히 숨어 지내며 알카에다를 조종하고 있습니다. 올들어 미 중앙정보국(CIA) 등은 “알카에다가 다시 살아나 세력을 키우고 있다”는 보고서를 잇달아 내놨었고요. 

대테러전으로 알카에다가 사라지기는커녕 지난 몇년 동안 

인도네시아 발리 연쇄테러(2002·2005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연쇄테러(2003년)
모로코 카사블랑카 자폭테러(2003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매리엇 호텔 테러(2003년) 
스페인 마드리드 열차 폭탄테러(2004년)
영국 런던 지하철 연쇄테러(2005년)
인도 열차 연쇄테러(2007년)
  

한번에 수십~수백명을 살해하는 대형 테러가 잇달아 일어났습니다.

대테러전 수렁에 빠진 미국

미군이 변변한 무기도 없는 아프간을 공격해 탈레반 정권을 몰아내는 데에는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전쟁은 7년을 향해가고 있습니다. 7년! 어느새 아프간전이 이렇게 되었네요.
당초 전망과 달리 이제는 이라크전이 아닌 아프간전이 ‘제2의 베트남전’으로 변해버린 양상입니다. 탈레반 지도자 물라 오마르는 칸다하르 일대를 활보하고 있습니다. 반군은 동남부 산악지대를 벗어나 수도 카불 가까이로 세력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전선은 어느새 파키스탄까지 확장됐습니다. 미군과 다국적군은 게릴라전에 공습으로 맞서며 애꿎은 민간인들을 계속 희생시키고 있지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등에 따르면 미국의 아프간·이라크 전비는 최대 3조 달러(약 31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소모적인 대테러전 문제는 올 미국 대선 캠페인에서도 최대 이슈 중 하나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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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9.11 테러에 사라진 쌍둥이 빌딩을 떠올리는 책
    from 파피루스 2008-09-11 04:10 
     딸기님의 페이퍼를 보고 오늘이 바로 9.11 테러의 7주년이라는 걸 새삼 확인했어요. 2001년 9월 11일 테러로 사라져 버린 쌍둥이 빌딩 사이에 줄을 매고 걸어간 남자가 있었답니다. 1974년 8월 7일 '필립 쁘띠'라는 프랑스 청년이 400미터 상공에 줄을 매고 줄타기를 하며 거의 한 시간 동안 걷고, 춤추고, 묘기를 부리는데 성공한 실화가 그림동화로 만들어졌지요. 어쩌면 죽을 수도 있는 무모한 도전이지만, 젊은이 다운 열정과 참된 자
 
 
순오기 2008-09-11 0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이 세계 곳곳에 가하는 폭력이 더 큰 테러겠지요.ㅜㅜ

딸기 2008-09-11 13:42   좋아요 0 | URL
그걸 모르는 미국, 그리고 그걸 모르는 한국사람들이 아직도 많으니... ㅠ.ㅠ
 

21세기 ‘앨리스의 실험’은 성공할 것인가.

스위스 제네바의 ‘거대 강(强)입자 가속기(LHC)’가 10일 가동을 시작합니다. 인공적으로 블랙홀을 만들어내기 위한 이 실험은 태초의 상황을 재현해보기 위한 것으로서, 막대한 설비비용과 실험 규모 때문에 세계의 이목을 끌어모았었지요.

LHC를 보유하고 있는 유럽핵물리연구소(CERN)는 블랙홀을 만들어내 빅뱅(대폭발) 직후의 우주와 같은 상태를 만들기 위한 준비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예정대로 실험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AP통신은 영국 동화에 나오는 앨리스(ALICE- ‘거대 이온 충돌 실험’의 약자이기도 합니다)처럼 인류가 ‘이상한 나라’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우주 탄생의 신비를 이 기계가 밝혀줄 수 있을지에 모든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LHC는 둥근 터널 모양의 기계입니다. 지름 8㎞에 총길이가 27㎞에 달하는 이 기계는 스위스와 프랑스가 만나는 쥐라 산맥 지역의 50~170m 공간에 설치됐습니다. 이 장비를 만드는데에 15년 동안 60억 달러(약 6조1000억원)가 투입됐다는군요. 여기 자금과 기술을 지원한 나라들만 수십개국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번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80여개국 과학자 1200여명이 직접 연구소에서 결과를 지켜본답니다. 미국 방문단의 일원으로 실험 참관에 나선 케이티 유리케비츠라는 과학자는 AP인터뷰에서 “한 세대에 한 번 이뤄질까 말까 한 거대 규모 실험”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과학계에서는 태초에 빅뱅이라는 이름의 대폭발이 일어나 우리 우주가 생겼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를 ‘표준모델 이론’이라고 부르는데요. 빅뱅 직후의 어떤 요인에 의해 우주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물질·에너지가 들어차게 됐으나, 현재 인간이 관측할 수 있는 구성 물질은 우주 전체의 4%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나머지는 암흑 물질(23%)과 암흑 에너지(73%)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물질들을 구성하는 입자는 각기 다른 질량을 갖고 있으나 입자들의 질량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는 수수께끼입니다.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영국 물리학자 피터 힉스는 이른바 ‘힉스 입자’라는 것을 고안해냈습니다. ‘신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 입자에 의해 각 입자들의 질량이 전해진다는 것이죠.

정작 힉스 입자라는 것이 관측된 적은 없습니다. 즉 이 것은 아직까지는 '가상의 입자'인 것이죠.
LHC의 실험은 태초의 상황을 만들어 힉스 입자를 확인하기 위한 것입니다. 양성자가 영하 271.3도에서 자기장에 의해 가속돼 터널로 날아가 충돌을 일으키는 겁니다. 빛의 속도에 가깝게 날아간 양성자가 빅뱅과 비슷한 상태에서 부딪치면 쿼크 같은 소립자들과 함께,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입자들도 같이 튀어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CERN은 아틀라스(ATLAS), CMS 등 초정밀 검출기 6대를 설치해 튀어나오는 입자들을 잡아낸다는 계획입니다.

이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블랙홀이 생겨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몇몇 미국 과학자들은 “LHC에서 만들어진 블랙홀이 지구를 집어삼킬 수도 있다”며 실험에 반대하는 소송을 내기도 했었지요.
그러나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터널 안에서 양성자가 부딪친 충격으로 블랙홀이 생긴다 해도 너무 순식간에 사라지기 때문에 지구를 삼킬 염려는 없을 것으로 봅니다. 입자물리학자들은 이번 실험이 생물학에서 유전자 지도에 버금가는 성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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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혼 2008-09-09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가동되는군요! 고대하던 소식 올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로서는 특히나 초끈이론에서 주장하는 '미세한 중력의 차이'에 대한 실험적 검증이 LHC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을까 나름 기대하고 있습니다.

딸기 2008-09-10 10:35   좋아요 0 | URL
우와... 저는 사실 그렇게 자세한 것은 몰라요. 넘 어려워서. ^^
하지만, 뭔가 대단한 일이 벌어지지나 않을까... 하면서 기대를 하고 있답니다.

2008-09-10 0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딸기 2008-09-10 10:34   좋아요 0 | URL
네, 보았어요. 걱정마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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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이 누구인지 아시겠어요?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존 매케인 상원의원(72)이랍니다. 젊은 시절 모습이예요.
본명 존 시드니 매케인 3세. (도대체 3대가 같은 이름을 쓰는 이유가 멀까;;)

매케인이 4일 밤 공화당 대통령 후보직을 수락하는 연설을 했습니다. 이로써 나흘 간의 전당대회는 끝났고요. 민주·공화 양당 대통령·부통령 후보 공식 지명되고 전당대회를 통해 다들 출사표를 던졌으니, 이제 11월4일 대선 향한 대장정이 시작된 셈입니다. 매케인은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서 열린 전당대회 마지막날 행사에서 “겸손한 마음으로 후보 지명 받아들인다”고 밝혔습니다.


"역시 이단아"

이날 매케인 연설은 ‘매버릭’ 즉 이단아로서의 진면목을 다시 보여줬다는 평입니다. 좀 뜻밖인데요... 캠페인 기간 동안 점점 더 우경화되는 줄로만 알았는데...
그동안 보수파들 눈치 많이 보는 듯했던 매케인이 후보 자격 당당히 거머쥐면서 다시 원래의 비판적인 태도로 돌아갔다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습니다(혹시 뉴욕타임스의 희망사항이 반영된 것일까;;). 매케인은 “노후하고 돈만 펑펑 쓰면서 아무것도 하지는 않는, 나라보다는 자기 이익만을 생각하는 사람들과는 다른 길을 걷겠다”면서 공화당 기득권층과의 차별화를 노렸다고 하는군요.
“개혁을 위해서라면 누구와도 손잡을 수 있다”, 그러니 민주 공화 양당이 서로 물어뜯는 싸움은 그만하자면서 당을 넘어선 협력을 약속하고, 오바마와 마찬가지로 ‘변화’를 촉구했습니다. 부통령 후보로 페일린을 선택한 것도 주류와는 다른 사람이기 때문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매케인에게는 항상 ‘베트남전의 영웅’, ‘매버릭(이단아)’이라는 설명이 따라붙습니다.

매케인은 1958년 메릴랜드주 애너폴리스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했지요. 그리고 나서 미 해군이 자랑하는 핵심 인력인 항모 소속 전투기 전투기 조종사가 됐습니다.
베트남전에 참전한 그는 포리스털 항모 부대에서 근무하며 67년 북베트남을 폭격하러 나갔다가 전투기가 격추되는 바람에 부상을 입고 포로로 붙잡혔습니다. 그의 이름이 널리 알려진 것은 “부하들부터 풀어달라”며 북베트남군의 석방제의를 거절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지요.
5년 반 동안의 포로생활 끝에 73년3월 드디어 풀려난 ‘매케인의 귀환’은 중년층 이상의 미국인들에겐 지금도 생생히 기억되는 당대의 뉴스였다고 합니다. 위의 사진은, 그 때 매케인이 미국으로 돌아와 한 달 뒤 언론 인터뷰 하는 모습이래요.
격추 당시의 부상과 포로 시절 받았던 고문 때문에 매케인은 지금도 팔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정치인들의 전형적인 포즈인 ‘손을 높이 들어 환호에 답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없다고 하네요.

부친 존 매케인 주니어와 조부 존 매케인 시니어는 모두 해군 4성 장군이었습니다. 특히 아버지는 아들이 참전했던 베트남전을 직접 지휘했던 인물...
그런데 매케인이 선대들과 달리 높이 진급하지 못한 것은 매버릭 근성을 어릴 적부터 감추지 못했기 때문이었다는군요. 매케인은 2005년 TV다큐로도 만들어졌던 자서전 <내 아버지의 신념>(1999)에서 “사관학교 시절부터 동료들에게 인기가 많았지만 상명하복을 거부하고 상관들에 자주 대들었다”고 회고한 바 있습니다.

 



(나이들면서 오히려 귀여워진?? 매케인과, 아무리 봐도 카리스마 짱인 오바마^^)

매케인은 아버지가 근무하던 파나마 운하 코코솔로 해군기지에서 태어났습니다. 두 동생과 함께 카리브해와 아시아·태평양의 해군기지를 떠돌며 자랐답니다. 사관학교 입학 전까지 20여개 학교를 돌며 초·중등 교육을 받았던 그는 ‘고향이 없는 사람’이었던 거지요.
81년 군복을 벗은 매케인은 그래서 부인 신디의 고향인 애리조나에 터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정계에 발을 디뎠는데, 맥주유통회사 헨슬리 상속녀인 신디의 지원 덕에 단번에 하원에 입성했습니다. 82년부터 2차례 하원의원을 지낸 뒤 1986년 상원의원이 됐고요. 이후 내리 4선째입니다.(하원은 임기가 2년, 상원은 6년이예요)

“나는 당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

4일 전당대회 후보지명 수락 연설에서 보여줬듯, 매케인은 자기가 속한 공화당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적과 동지를 가리지 않는’ 돌출발언을 많이 합니다. 이민법, 동성결혼 등 여러 사안에 대해 공화당 주류 보수파와 시각을 달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요.
하지만 정계 진출 이래로 그가 언제나 ‘개혁파’였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1989년에는 저축대부조합장 찰스 키팅으로부터 불법자금을 받은 다섯 명의 상원의원들, 이른바 ‘키팅 파이브(5)’의 하나로 지목돼 당 윤리위원회 특별조사를 받았습니다. 다행히 매케인은 면죄부를 받았으나 정치생명에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매케인은 그 이후로 정치자금법 개정과 정치윤리 살리기에 앞장서며 개혁파로 거듭났다는 스토리...
2002년 통과시킨 ‘매케인-페인골드법’은 “정치자금 경로를 너무 투명하게 해 매케인에게 선거자금이 안 모인다”는 얘기가 돌았을 정도였습니다.

매케인은 2000년에도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 나왔었지만 보수파들에 밉보여 탈락했습니다. 저렇게 쓴소리들을 해대니...
뉴욕타임스는 매케인이 이번 전당대회에서 본모습을 보여줬다고 평했지만, 보수와 개혁 정책 사이를 왔다갔다(실제 그의 정책들은 '진보적'인 것하고는 거리가 멀다는군요)한다는 비판도 많이 받습니다. 화를 잘 내는 불같은 성격도 자주 뉴스에 오르내리지요. 그의 약점은 'temper'에 있다...는 기사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번역하면 '매케인은 그노무 승질머리가 문제야'가 되겠지요. ^^

부인 신디는 조강지처를 버리고 80년 재혼한 아내인데, 이것도 보수파들이 껄끄럽게 여기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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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9-05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단아 기질이 다분했군요. 이건 좀 예뻐 보이네요^^

딸기 2008-09-05 21:51   좋아요 0 | URL
그치? ^^

Kitty 2008-09-05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젊었을 때 미남이었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는데 진짜 미남이었군요 ^^ 지금 모습으로는 잘 상상이 안되는 ㅋㅋ
역시 페일린을 선택한 것 자체가 맥케인이 얼마나 특이한(?) 사람인지 잘 보여주는 것 같아요.
딸기님 벌써 읽으셨을지도 모르겠지만 데이빗 브룩스가 이에 대해 nytimes에 기고한 글이 있는데 흥미롭더라구요. ^^
http://www.nytimes.com/2008/09/02/opinion/02brooks.html?_r=1&scp=3&sq=david%20brooks&st=cse&oref=slogin

딸기 2008-09-05 21:52   좋아요 0 | URL
네, 한번 읽어볼께요~ 첫머리부터 흥미를 유발하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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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 페일린 '전국 무대 데뷔

미국 공화당의 페일린 부통령 후보가 언론과 민주당을 향해 포문을 열었습니다.
페일린은 3일 저녁(미국 현지시간) 미네소타 주 세인트폴의 엑셀에너지센터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사흘째 행사에서 부통령 후보 지명을 수락하는 연설을 했습니다. 전국 무대에서 사실상 처음으로 연설을 한 건데요.
이 자리에서 페일린은 자신은 워싱턴 정가의 엘리트와는 다른 ‘아웃사이더’라면서 차별화했고요. “내가 워싱턴 엘리트가 아니라는 이유로 나를 무자격자처럼 몰아붙이는데, 나는 평판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국민들에게 봉사하려고 워싱턴에 가고자 하는 것”이라며 기염을 토했습니다.
“자기 경력을 위해서 변화를 이용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변화를 위해서 자기 경력을 활용하는 사람도 있다” 페일린은 변화 메시지를 내세워온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를 공격하면서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후보를 칭찬하기도 했습니다.

가족들도 등장

페일린은 "나는 여러분처럼 자녀 교육 환경을 좋게 하기 위해 학부모회에 나가는 평범한 엄마"라고 소개했습니다(아무리 봐도 평범하진 않죠- 44세에 다섯 아이 엄마, 곧 할머니가 되는 총기 예찬론자라니). 페일린은 또 연설 첫머리에 귀빈석에 앉아 있던 가족들을 일일이 호명했습니다. 이라크 파병을 앞둔 18세 장남을 일으켜 세워 뜨거운 박수를 받았고, 논란을 빚었던 17세 임산부 딸 브리스톨과, 곧 사위가 될 딸의 남자친구도 소개했습니다.
(아이를 많이 낳건 적게 낳건, 혹은 '많이'의 기준이 뭐건 그것은 개인의 문제이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대가족주의를 강조하는 이 따위 입에 발린, 판에 박힌 가족사랑 캠페인을 미워합니다. 머야, 짜증나게...)

끊임 없는 스캔들과 논란

페일린은 알래스카 주지사로 있으면서 이혼한 자기 여동생 전남편 문제로 ‘트루퍼 게이트’라는 것에 얽혀든 상황입니다.
트루퍼는 미국에서 주 정부 경찰을 가리키는 말이라는군요. 이혼한 제부가 경찰이었는데, 그를 해고하라고 주 경찰국장에게 강요를 했다는 겁니다. 경찰국장이 말을 듣지 않자 아예 주 경찰국장을 해고했다는데... 지금 알래스카 주의회가 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지요. 페일린은 물론 자기가 압력을 넣은 적이 없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런데 경찰국장에서 쫓겨난 월터 모네건이라는 사람은 되게 억울했나봅니다. 3일 워싱턴포스트에 <페일린 주지사>로부터 받은 이메일들을 공개했습니다. 제부를 해고하지 않은 것에 대해 페일린이 불만을 터뜨리는 내용이라는군요.


'이라크전은 신의 뜻'?

아우 짱나... 미국 기독교 주류는 개신교 복음주의이지요. 사실상 근본주의에 가깝습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침공하면서 십자군 전쟁 운운했다가 호되게 비판을 받았는데, 페일린은 부시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골수 복음주의자입니다.
페일린이 “미국이 이라크전에 군대를 보낸 것은 신이 주신 사명”이라고 말하는 동영상이 공개됐습니다. 알래스카주 앵커리지 부근, 페일린이 살고 있는 와실라라는 소도시의 교회에서 지난 6월 신학생들에게 강연하면서 “이라크에 군대를 보내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니 그들을 위해 기도하자”고 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300억 달러 규모의 알래스카 천연가스관 건설 사업도 신의 뜻”이라고 주장했다는군요. “우리의 천연자원을 개발하고 도로를 놓아 경찰들이 제복 입고 총 차고 순찰하도록 하게 하자”고 말했다니, 이거 웃어야 하나요 말아야 하나요. 페일린이 미국총기협회 평생회원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요.
이 동영상은 와실라 기독교단체 ‘신의 모임’ 웹사이트에 실려 있다가 지금 인터넷으로 돌면서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쥐박이와 한국 개*교 똘빡이들이 이거 보면 "페일린 위해 기도하자"고 범국가적 기도회를 열지나 않을지.


'페일린 효과'는 '우경화 효과'
 

매케인은 경제를 잘 모르고 외교적으로도 이라크전을 지지했다는 것에 발목이 잡혀 있는 상태였습니다. 매케인은 또 공화당 보수파들에 비해 동성애 문제 등에서 자유주의적인 편이었는데, 극우 성향 페일린 때문에 전당대회 관심사가 시시콜콜한 사생활이나 총기·낙태문제 같은 것들로 변해버린 것 같습니다. 공화당 보수주의자들이나 개신교도들이 좋아하는 우파들의 아이템으로 선거 이슈가 우경화된 꼴이죠. 골수 기독교도들은 좋아하면서 페일린을 밀고 있습니다. 복음주의 대표주자들이 진작부터 "낙태를 하지 않는 페일린" 지지선언을 했지요.
그런데 아직 지지율 면에서는

대선 D-60, 최근 판세는

미국 대선에 대해 물어보시는 분들 많은데, 요는 "누가 이기겠느냐"라는 거겠죠. 매일매일 외신 기사를 보기는 하지만, 전들 알겠습니까.
어쨌든 지지율에서는 오바마가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지지율이라는 것이 워낙 유동적이긴 하지만, 대선(11월4일)을 2개월 남겨둔 시점에서 오바마와 매케인 간 격차는 조금씩 벌어지고 있습니다. 오바마가 지난달말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화려한 카리스마를 보여준 반면, 공화당 전당대회는 허리케인 구스타브 때문에 다소 김이 빠진 채로 시작됐지요. 또 페일린의 사생활에 대한 시시콜콜한 얘기들에 관심이 집중된 것이 오바마에게 유리한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분석됩니다.
3일 공개된 라스무센 리포트 조사에 따르면 오바마 지지율은 51%로, 매케인의 45%를 앞섰습니다. 앞서 갤럽 조사에서는 오바마 50% 대 매케인 42%로 나타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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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마의 50%' 고지 돌파

지지율 동향에서 눈에 띄는 점은 지지율 차이가 벌어졌다는 것과 오바마가 50%를 넘어서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핫라인/FD 조사에서는 지지율 격차가 9%포인트로 벌어졌습니다. CBS 조사에서도 8%포인트 차이가 났습니다. 여론조사 결과들을 종합하는 리얼클리어폴리틱스닷컴(RCP/ www.realclearpolitics.co)가 웹사이트에 공개한 평균 집계에서 오바마는 6.4%포인트 차이로 매케인을 앞섰습니다.
정치사회 현안을 놓고 미래를 예측, 투자하는 인트레이드 선물시장(www.intrade.com)에서도 오바마는 3일 현재 61.3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매케인은 38.6으로 훨씬 뒤쳐졌습니다. 투자자들이 매케인의 당선 가능성을 낮게 본다는 얘기입니다.

케리-부시보다는 오바마-매케인이 낫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이번 양당 후보들이 모두 지난번 대선에 나왔던 자기 당 후보들보다는 인기가 높다는 겁니다.
라스무센 리포트가 민주당원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2004년 존 케리 후보와 이번 오바마 후보 중 누가 훌륭한 대통령이 될 것 같으냐는 질문에 오바마를 택한 사람이 56%였습니다. 케리를 꼽은 사람은 26%에 불과, 절반에도 못 미쳤습니다.
공화당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공화당원 48%는 매케인이 부시보다 훌륭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응답했습니다. 8년째 집권 중인 부시가 낫다는 사람은 28%(이 꼴통들;;)에 그쳤습니다.
오바마는 “매케인이 집권하면 ‘부시 3기’가 될 것”이라고 맹공격하고 있지요. 그러나 정작 민주당원들 사이에서도 ‘매케인=부시’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려 있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매케인이 부시보다 낫다는 사람이 38%로, 둘 다 비슷하다는 사람(37%)보다 조금 많았습니다.
민주당원들이 매케인이 그런대로 ‘우호적인’ 반응을 보인 것과 달리 공화당원들은 오바마를 훨씬 낮게 평가했습니다. 공화당원 46%는 오바마가 케리보다 나은 점이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오바마를 높이 평가한 사람은 30% 뿐이었다고 합니다.

오바마, 이러다가 압승하는거 아냐?

RCP 4일 집계에 따르면 오바마는 대선 선거인단 538명 중 238명의 표를 얻고 있습니다. 매케인 쪽은 185명으로 추산됐습니다. 4년 전 대선에서 부시에게 표를 던졌던 미주리, 뉴멕시코, 아이오와가 오바마로 돌아선 것이 큰 보탬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CNN 집계에서는 오바마 측 243명, 매케인 측 189명으로 나타났습니다. 무디스 계열사인 '무디스 이코노미 닷컴'은 3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오바마가 33개주와 워싱턴DC에서 승리해 당선 정족수 270명을 훨씬 웃도는 388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합니다.
사실 지지율 차이는 그리 크지 않은데... 미국 특유의 '승자독식' 주별 선거인단 제도 때문에 8년 전 앨 고어가 된통 당했지만, 이번엔 오바마가 이득을 볼지도 모르겠네요. 캘리포니아, 뉴욕 같은 큰 주들이 민주당 색채가 강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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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전 지역에서도 오바마 상승세

눈길을 끄는 것은 접전 지역에서 오바마가 표심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CNN이 시사주간 타임과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3일 공개됐는데, 오바마의 전국 지지율이 49%로 매케인의 43%를 6%포인트 앞섰습니다. CNN이 최근 실시한 네 차례 여론조사에서 오바마의 전국 지지율은 42-44-49-49%로 오름세를 보였습니다. 반면 매케인은 42-42-44-43%로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특히 접전 지역에서 오바마가 표심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오바마는 아이오와주에서 55% 지지율로 매케인(40%)을 15%포인트나 앞섰습니다. 오하이오에서도 47% 대 45%로 오바마가 근소한 우세를 보였습니다. 아이오와는 2000년 대선 때 앨 고어 민주당 대선후보를 지지했다가 지난번 대선에서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지지로 돌아섰었지요. 특정 정당 색채가 강하지 않고 선거 때마다 지지후보가 바뀌는 전형적인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인 셈입니다.
철강산업 중심지였던 오하이오는 지금은 ‘녹슨 지대(rust belt)’라고 불리는 낙후된 공장지대입니다. 오하이오는 지난 두 차례 대선에서 부시를 찍었습니다. 민주당 경선에서는 블루컬러 노동자들이 일제히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밀어줬었죠. 하지만 CNN-타임 조사에서 드러났듯, 최근 들어 오하이오는 매케인 우세에서 오바마 우세로 바뀌고 있습니다. ‘레이건 민주당원’이라 불리는 보수적인 백인 남성 노동자층이 오바마에게로 가고 있다는 뜻이라고 CNN은 풀이했습니다.
공화당 전당대회 끝나고 이번 주말 지지율 변화 추이를 예의 주시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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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9-05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기사는 유익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재밌기도 해요. ^^

딸기 2008-09-05 18:59   좋아요 0 | URL
ㅋㅋ 저건 기사라기보다는, 라디오에서 리포트 했던 거랑 기사를 같이 붙인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