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쟈의 세계문학 다시 읽기 - 세계명작을 고쳐 읽고 다시 쓰는 즐거움
이현우 지음 / 오월의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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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이런 류의 책을 자주 찾게 된다. 아마 내 안에 결핍된 세계 고전 문학에 대한 욕구가 생기는 중인가 보다. 하긴 그도 그럴 것이 책꽂이에 쌓여만가고 읽은 것보다 읽지 않은 것이 훨씬 더 많은 세계문학 책들을 보면 부담감이 생기는 것이 사실이다. 뭘 먼저 읽어야 하나 싶은 고민도 하게 되어  이런 류의 책들에 눈길이 가나보다.

 

선택은 늘 훌륭했다. 지난 번에 읽은 <정여울의 소설 읽는 시간>은 보다 감성적이고 쉬운 버전이었다면 이번 책 <로쟈의 세계문학 다시 읽기>는 좀더 간결하면서도 핵심적인 버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소설 뿐만 아니라 희곡이나 시도 포함되어 있고, '세계문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여러 의견들과 저자의 생각도 함께 수록되어 있다. 다만, 그 내용이 다소 전문적이라 쉽게 읽히지 않는다는 어려움은 있다.

 

이번 책에서 느낀 것은 저자인 로쟈는 강의를 들었을 때에도 느꼈지만 군더더기가 별로 없어서 좋다. 짧은 글 안에서 독자가 필요로하는 정보를 모두 준다는 것이 큰 강점이다. 특히, 고전은 언제나 '다시 읽는' 것이라는 전제 하에 시작하는 부분이 새삼스레 신선했고, 다시 읽은 책들과 관련성이 있는 책들을 '겹쳐 읽는' 구성이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주 소재인 책보다 겹쳐 읽기를 통해 읽고 싶어진 책도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둘을 같이 읽게 될 가능성이 더 높을 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는 작가의 이름과 작품의 제목에 대해서만 아주 잘 알 뿐 실상 그 내용은 거의 모른다고 할 수 있었던 알베르트 카뮈의 <이방인>에 대하여 흥미가 급격히 높아졌다. 전에 문학동네 연재에서도 이 책에 대한 소개를 읽은 적이 있는데 책의 제목이 <이인>인 것에 대한 설명도 들었던 것 같은데 지금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책의 제목은 <이방인>이 되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난 <이방인>이라는 제목을 가진 책을 읽게 될 것이다.  또한 고골의 <외투>라는 책에도 관심이 생겼다. 고골이라는 작가가 이렇게 고독스러운 작가였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작품에서 느껴지는 추위와 고독의 느낌이 진하게 남아있다. 이렇듯 이 책을 통해 몰랐던 혹은 다시 느끼게 되어 읽고 싶어진 책들이 이 외에도 몇 있다.

 

저자가 밝히는 이 책의 목적인 '세계문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내용은 개인적으로는 중복된 내용이 많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는 등등의 문제로 인해 크게 다가오진 않았다. 통독했다. 오히려 그 앞에 요즘 세계문학에 대한 출판 동향에 대한 정보가 독자로서는 크게 도움이 되었다. 책에 관한 한 전문가인 로쟈의 분석이니 믿음도 생기니 앞으로의 독서에 영향을 줄 것 같다.

 

그는 늘 자신을 '곁다리 인문학자'라는데 그 말이 멋지다. 자신을 스스로 변방에 위치시키는 자신감이 마음에 든다. 앞으로도 쭉 애독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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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 세상에 첫발을 내디딘 어른아이에게
김난도 지음 / 오우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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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또한번 김난도식 `amor fati`에 위로 받는다. 당신이 듣고 싶었던 그 격려의 말을 고스란히 들을 수 있는 책!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니 나는 좀더 흔들려도 되겠다는 여유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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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포 킬러 - 본격 야구 미스터리
미즈하라 슈사쿠 지음, 이기웅 옮김 / 포레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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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임팩트! 하지만 사우스포가 뭔지 모른다는 함정! 그러나 몰라도 읽으면 완전 몰입! 탐정이 아닌 피해자가 자신을 해명하는 과정이 긴장감있고 공감되는 것이 가장 큰 장점! 사와무라, 당신은 매력적인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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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인의 반란자들 - 노벨문학상 작가들과의 대화
사비 아옌 지음, 정창 옮김, 킴 만레사 사진 / 스테이지팩토리(테이스트팩토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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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노벨문학상 작가들의 이름이 실린 목차만 봐도 벅차오른다. 더구나 그들의 손을 찍은 킴 만레이의 사진은 이 책을 갖고 싶다는 마음을 절로 갖게 만든다.

 

사실 노벨문학상에 대하여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 책에 실리지는 않았지만 '헤르타뮐러'의 '숨그네' 때문이었다. 그 이후  여타 다른 노벨문학상 작가들의  대표 작품을 읽어보려고 노력해봤지만 사실 쉽지 않아 포기한 경우도 적지 않다.

 

이 책을 통해 16명의 노벨문학상 작가들을 다시 만난다. 그들에 대한 세간의 평이나 작품 대신 그들의 생각을 엿보게 된다. 노벨문학상이란 여타의 다른 문학상들과 달리 수상자들이 세계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생각(철학, 세계관)을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종 인권에 대한 관심을 갖는 여성 작가들을 포함하여 국제 관계에서 약소해진 국가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하고자하는 노작가들을 볼 때 마음이 찡해지고 그들의 문학이 왜 존경받게 되는지 왜 공감하게 되는지 알 것 같았다.

 

16명 중 내가 이름이나마 들어본 사람은 주제 사라마구, 오에 겐자부로, 오르한 파묵, 도리스 레싱,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비슬라바 쉽보르스카 6명이고, 그들의 책을 가지고 있는 것은 오르한 파묵과 가보 뿐이다. 더더욱 그들의 작품 중 읽어 본 것이라고는 겨우 얼마전에 읽은 가보의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단 한 권 뿐이라니 얼마나 내 취향과 먼 작가들인가 알 수 있지 않은가?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주제 사라마구나 토니 모리슨의 책들, 나딘 고디머가 에이즈 퇴치를 위해 작가들을 규합해 만들었다는 '내 인생, 단 하나뿐인 이야기들'을 사서 읽고 싶다고 생각했을 뿐 이 작가들의 책을 다 사서 읽어야겠다는 투지는 생기지 않았다.

 

다만, 이 책을 읽고 나서 정말 이 책이 갖고 싶었고 그 중에서도 앞서 말한 16명의 늙고 아름다운 손의 사진을 간직하고 싶어졌다. 그들이 꼭 필요한 이야기를 쓸 수 있도록 그들의 생과 함께한 오래된 손의 느낌이 너무 좋았다. 그것은 그들을 대표하는 상징인 동시에 앞으로 노벨 문학상 작가들이 가져야 할 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노벨문학상은 노벨평화상을 포함하는 말이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하기에 우리의 정치인들이 문학적이었으면 좋겠다는 꿈을 꾸어본다. 문학적인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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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앙드레 드 리쇼 지음, 이재형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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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84쪽의 한 문단이 계속 머릿 속에서 머물렀다. 전쟁으로 혼자 남겨진 여인에게 남겨진 것은 남편에 대한 그리움과 절망이 아니라 여전히 뜨거운 육체적 욕망과 사랑에 대한 갈망이었다. 자신의 그 욕망과 갈망을 어찌할 줄 모르던 그녀에게 그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켜줄 대상이 나타난다. 독일군 포로 오토. 물론 그는 그녀의 조국 프랑스의 적군이다. 따라서 그녀가 만난 욕망과 갈망의 해소 대상이 오토라는 점 자체가 그녀에겐 큰 고통이 되리라는 걸 우리 모두는 알지만 사랑에 빠진 그녀만은 알지 못한다. 위의 글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설레임을 우리가 어떻게 비난할 수 있을까.



그녀가 비록 도덕성이 요구되는 미망인이라할지라도, 그녀가 비록 적군의 남자를 사랑한다고 할 지라도 그녀 개인의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에 대하여 비난하거나 조롱할 수 있는 자격이 누가 있을까. 비록 그의 아들 조르제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하물며 테레즈는 오토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았는가. 아~ 더 사랑하는 사람이 더 고통스러운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하지만 그녀의 삶이 그런 식으로 결말을 맞는다는 것은 부당하다. 작가도 그런 결말을 쓰며 몹시 분개했을 것이라 추측해본다.

사랑을 시작할 때의 설레임과 기대감을 처음 느꼈고 과감히 자신의 사랑을 선택했던(욕망에 충실했던) 그녀에게 내려진 가혹한 대가에 잠시 멍해진다. 그녀가 정숙한 미망인으로 늙어죽을 때까지 욕망을 감추고 사는 것만이 그 시대와 사회 그리고 그의 아들이 원하는 삶이라고 할 때 그녀가 그런 삶을 유지했다면 그녀는 고통스럽지 않았을까. 고통이 뭔지 조차 몰랐을 수는 있겠다. 하지만 행복의 최대치를 단 한 번도 맛보지 못한 채로 생을 마감했으리라. 비록 그녀의 선택에 대한 대가가 그녀를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통스럽게 했을지라도 그녀는 그래도 행복의 최대치를 경험한 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어쩌면 그녀의 결말은 그녀의 행복을 영원히 지켜주기 위한 작가의 배려였을지도 모르겠다.

앙드레 드 리쇼라는 작가는 처음 알게되었지만 매우 독특하다. 이 책이 소설이라는 점을 숨기지 않고 '독자', '소설'이라는 말을 그대로 드러낸다. 욕망을 가장 두껍게 가린 '전사한 대위의 미망인'이라는 주인공을 통해 인간의 육체적 욕망과 사랑에 대한 갈망을 한겹 한겹 풀어놓는 솜씨가 빼어나다. 어떻게 진행될지 짐작하면서도 궁금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왜 많은 작가들이 이 작품을 추천했는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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