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는 죽고 나서
화가로서 수퍼스타가 되었고

팬시전문점에서 이차적으로 가공생산되는
다양한 공산품으로,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서양화가 중 단연 맨앞일건데.

그가 주로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들을 묶은 이 책에서는 가난한 빈센트가
외롭고 높고 쓸쓸한 처지에 묶여 고립되고
결국 스스로를 멸하는 시간에
이르는 모습을,
일인칭 시점에서 진술하고 있다.

현대에 와서는 가장 대중적인 그가, 당대에는 무명에 가까운
늦깎이 화가였고. 자기작품에 대한
확신같은 게 없었으며, 정신분열 까지 겪는 과정을 읽으면
안타깝기만 하다.
(그런데 반 고흐는 자신의 편지가 이렇게 사후에
책으로 까지 출판되는 걸 동의했을까? )

...
사실 <반 고흐를 읽다>는 직접 대출을 해온 책이 아니었는데,
덕분에
출간일로 미루어 읽은 지 15년은 됨직한
<빈센트 반 고흐, 내 영혼의 자서전>이 책장 한쪽아래에
건재함을 확인하고 2독에 들어갈 마음이 생겼다.

<반 고흐를 읽다>를 읽으면
이중섭이 떨어져 사는 아내에게 남긴
편지들이 어쩔수 없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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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와 걷기.
요즘 내 일상의 소박한 지향. 욕심 내지 않는.

걸어서 사십여분 걸리는 출근길.
서울의 교통방송을 수신하기 위해
라디오 어플을 깔고, 아침마다 듣는 뉴스공장.

뉴스공장의 김어준이
한반도 문제의 현인이라고 칭하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대담집, 담대한 여정을 읽었다.
(사실 오늘 아침에도 등장하셔서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냐?‘는 말을 했다고 전해지는
북한 인사를 시원하게 혼내셨다.)

‘겁이 없고 배짱이 두둑하다‘
담대하다의 사전적 풀이다.
말 그대로 시시각각 변하는 한반도의 현 상황에,
우리가 어떻게 열강들, 그리고 북한과의 관계를 이어나갈지에
어떤 ‘담대한‘ 방향을 제시해 주고있다고 생각하며,

정세를 판단하는 여느 책들과 달리 현학적이거나 딱딱하지 않고
라디오 방송을 듣는 것처럼
생생한 육성이 들리는 듯 하여,
애청자가 된 기분으로 읽을 수 있다.

총 여덟 장으로 구성된 대담에서
마지막 챕터인 ‘10년 뒤, 20년 뒤를 생각하다‘는
이 책의 주장을 집약해 놓은 부분이고,
통일을 반대하는 세력에 대한 예견과
우리가 다음세대를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지
저자의 바람이 드러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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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빛 속으로 - 김사량을 찾아서 나남창작선 143
송호근 지음 / 나남출판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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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문학을 파고들어 읽은 적이 없기에
당대 다른 작가들에 비해 처음 들어보는 것과 다름없는
김사량.
북으로 갔다하여 한동안 남쪽에서는 연구가 힘들었다던
백석같은 분에 비하면 더더욱 덜 알려진 사람.

소설로 재탄생한 김사량은
남쪽에서는 월북을 한 작가, 6.25당시 종군작가였어서 금기시 되었고
북에서는 비김일성계에,
소설에서 그려지는 바와 같이 이데올로기에 복무하는
문학을 내면적으로 견디지 못한데다가
같은 민족끼리 총부리를 겨눈 참혹함 속에서
지병인 심장병으로 전쟁 당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소설은, 연안파들이 일본의 항복과 함께
중국대륙을 가로질러 꿈에 그리던 고향으로
돌아오는 장면으로부터
김사량의 아들인 신문기자 김봉현이
(실제 김사량은 두 자녀를 둔 것으로 추정만 됨)
아버지의 자취와 흔적을 찾는 과정이 큰 얼개인데,
마지막 장을 덮으며 느낀 점은
한권 분량의 장편보다는, 스케일을 키우고 디테일을 더 살려서
대하소설로 만들어도 괜찮겠다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개성적이고 매력적인
인물들의 생이 너무 축약되어서 아쉬운 마음이랄까?

김사량의 <빛 속으로>는 일본어로 쓰여져서
아쿠타가와상 후보로 선정되었다는데
국내에 소개된 김사량의 작품들을 찾아 읽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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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민수 문지 푸른 문학
김혜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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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민수는 요즘 아이 답지 않아서
중2병에 안걸린 중학교 2학년 생이고

다른 민수는 요즘 할배 답지 않아서
사춘기 소년처럼 까칠하고
좋아하는 여자앞에서 말도 잘 못꺼내네요.

그래서 어린 민수가 어른 민수보다
때때로 의젓해 보이기도 하고
어른 민수는 ‘리틀 피터‘를 보며
자기가 성취하지 못하고 지나온 것들을 깨닫기도 하는데.

민수와 민수의 이야기.
한 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을, 재밌는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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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 : In Memory of 申海澈 1968-2014
강헌 지음 / 돌베개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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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7.

책을 덮으며 그의 연보를 다시 확인한다.
신해철이 세상을 떠난지 이틀 후면 만 4년이 된다, 벌써.

그와 그가 꾸렸던 밴드의 열혈매니아는 아니었으나,
그의 음악들은 나와 친구들이 자라 어른이라 불리울 만한
나이가 되기까지,
늘 주변을 맴돌던 어떤 기운이었고,
우리 사회를 향해 거침없이 밝혔던 생각들은
‘사이다‘처럼 청량한 위로가 되기도 했다.

아직은 음악이든 다른 무엇이 되었든
나누어줄 게 많은 사람이
허망하게 떠난 것이 안타깝지만.

저자 강헌이 말했듯이
나는 아직은 그의 명복을 빌지는 않고 싶다.

나는 결코 그의 명복을 빌지 않을 것이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한
그는 여전히 나와 같이 살아갈 것이므로,
우리가 그를 호명하고 그의 음악이 가진 감동을 나누는 한
그는 여전히 살아 숨 쉴 것이므로.

그는 개인 및 개인의 자유, 그리고
그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복만이 인생의
진정한 가치라고 생각한 사람이며,
자신이 가진 모든 무기를 동원해
그것을 위협하고 훼손하는 모든 적과
두려워하지 않고 싸우고자 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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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틈에 2018-10-25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이 정말 정말 빠릅니다... 저녁에 뉴스룸 보다가 알았는데 순간 멍해졌네요.

봄날의 언어 2018-10-26 11:30   좋아요 0 | URL
뉴스에도 나왔나 보네요. 요즘 바빠서 잘 보질 못했었는데... 살아서 할 일들이 많고, 응원하는 이들이 많은 선한 사람들이 더 빨리 떠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