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되었든간에 2001년 10월부터 읽기 시작한 문학전집을 이제서야 다 읽었다.. 8권까지는 진작 읽었고 그 사이에 조정래의 '한강'도 읽었지만 횟수로는 4년이 되었다..이 책의 대부분이 사진과 함께 본 조정래의 어린시절.. 문학세계이기 때문에 그만큼 부담을 못 느끼다 보니 이제서야 완결을 보게 되었다..이 책도 오늘 도착했는데 새책이라는걸 느낄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읽었다.. 사진과 함께 한 짧막한 설명이 대부분이라 그냥 사진구경일거라 생각했는데 작가인지라 사진 설명과 추억의 솔직함이 담겨있어 사진도 아주 재미있게 보았다.. 그러나 태백산맥과 아리랑에 대한 사진을 보면서 부끄러워졌다...분명 조정래의 문학전집을 읽으면서 단편에 대한 편견이 깨지고..단박에 조정래의 팬이 되어버렸지만.. 한강을 읽고 그 생각이 더욱 더 굳혀졌지만.. 태백산맥과 아리랑을 읽지 않고 조정래를 논했던 것이 부끄러워 졌다...왠지 팥 없는 진빵을 파는 느낌이랄까...문학전집과 한강도 훌륭했지만 태백산맥과 아리랑도 꼭 거쳐야 할 조정래의 문학이다.. 그래서 올초에 세운 계획중에(100권 읽기...) 태백산맥과 아리랑을 포함시켰지만 문학전집 완결을 읽고 나니 빨리 읽고 싶어 안달이 난다.. 현재 읽어야 할 책들을 어느정도 정리한 다음 태백산맥부터 읽어야 겠다...조정래의 문학은 특별한 그의 노력이 있기에 그의 책 한권만 읽어도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 나는 특히 그의 군더더기 없는 문체와 인간 감정의 극을 보여주는 아찔한 묘사가 좋다...허구이면서 사실적인 것들.. 그래서 더 그의 글에 빠져든다...그의 고초와 고뇌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얼굴을 보면 삶 자체가 문학인 그의 세계가 보인다..그러나 분명 즐겁게 문학을 하셨고 그 사실이 나또한 즐겁다...그 결과가 나같은 독자들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온통 감사할 따름이다..
18권의 전집중에서 이제 6권을 읽었다...6번째의 책에는 '죽음의 집의 기록'과 '지하로부터의 수기' 두편이 실려 있었다.. 그러나 해설까지 하면 670페이지 정도라서 결코 짧은 건 아니였다... '죽음의 집의 기록'이 훨씬 길었지만.. 도스또예프스끼의 경험이 깃든 유형생활을 바탕으로 쓴 감옥에 관한 얘기라서 그런지 지루함 없이 즐겁게(?) 읽었다.. 그 당시의 감옥의 모습이 아주 생생했고 도스또예프스끼의 사상과 주장이 뒷따라서 감옥 생활과 개인 개인의 죄에 대한 인식등.. 주변 환경뿐만 아니라 심리에 대해서도 다양함을 볼 수 있었다...6권의 작품집을 읽으면서 도스또예프스끼는 심리학자라는 말을 인정하게 되었지만 죽음의 집의 기록에서 그 사실을 확실히 인정하게 되었다...도스또예프스끼에게 나에 대해서 묘사해 달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정확한 판단과 너무나 솔직한 그의 묘사가 감옥의 죄인이 아닌.. 그 사람의 지금까지 삶을 통째로 보여주기에 충분한 묘사이므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래서 감옥의 그들에게 때론 연민을.. 천진난만함을.. 무지함을.. 단순하을 엿볼 수 있었다...그 당시의 러시아의 처벌이나 주변 정세에 대해서도 충분히 알 수 있었고 제목 그대로 기록이기 때문에 끝도 없을 것 같은 감옥이야기를 매끄럽게 잘 이끌어 내었다.. 내가 감옥에서 관찰자로 다녀온 듯한 간접경험을 충분히 하고서 말이다...그러나 '죽음의 집의 기록'에 대한 반면 '지하로부터의 수기'는 처음부터 쏟아내는 비난이 혼란스러웠고 결말에서도 그 혼란은 계속되었다..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었고.. 지하 생활자라는 인식도 없이 혼란스러운 전개가 주인공 만큼이나 혼동스러웠다..주인공의 스타일은 몇몇의 에피소드를 보면 알수 있듯이 전형적인 도스또예프스끼 작품 다운 인물이다... 몽상가에 소심하고 우울하고 자기 세계에 빠져 있는 사람...그런 사람을 이번 작품에서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고...이해해주지 못해서 그게 아쉬움으로 남았다...그러나 그런 혼란스러움은 꼭 나쁘게 보진 않는다..해설을 읽어도 이해할 수 없는 도스또예프스끼의 세계가 있기 때문이다... 나의 무지함으로 돌려도 상관없고.. 그런 혼란하고 몽롱한.. 내가 이해할 수 없었던 세계도 나름대로 괜찮았기 때문이다...다음책도(7번째 전집) 사 놓았는데 읽기가 아깝다..8권째부터는 장편이 시작되므로 편하게 편하게 읽어야 겠다..여전히 도스또예프스끼의 세계는 매력적이다...
1999년 11월에 '키친'을 읽었다...그때 독서록을 쓴다는 것에 회의감을 갖고 있던 터라 책을 읽고 난 후의 글은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키친에 대한 기억은 특별히 없다.. 일본작가의 책을 봤다는거.. 그리고 그 책을 고를때 그냥 그 책이 끌렸다는 정도일가...그리고는 잊어버렸다.. 다시 그 작가의 작품을 접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도 하지 못한채 말이다..요즈음 요시모토 바나나 작품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데 키친에 대한 기억이(내용이 아니라 앞서 말한 일반적인 기억) 있어서 반갑기도 했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그러다가 인터넷 쇼핑몰에서 세일을 하기에 그냥 제목이 맘에 들고 반가움도 있고 해서 구입했다.. 한꺼번에 주문해서 오늘 6권이 왔는데 이 책에 가장 먼저 손이 갔다...그래서 집에 오자 마자 이 책을 읽었는데 잡자마자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너무도 빠르게 내 손을 거치면서 읽혀져버렸기 때무에 책 자체에 끼워져 이는 책깔피 줄 한번 펴보지 못하고 그냥 그대로 둔채 다음장을 넘겨 버렸다.. 책을 샀다는 기쁨.. 새책이라는 뿌듯함을 느낄 겨를도 없이 내 손을 거쳐가서 덮고나니 허무하기도 하지만...그 여운은 오래 남는다..이 책에서 가장 높이 살만한 것은 여름의 추억이다...그 추억의 한가운데 자연이 있었으므로 그 자연에서 느기는 감정들.. 생각들.. 경이로움들이 너무나 좋았다...그런것들의 한가운데 그들은 함께했고 강한 인상들을 남겼다..자연속에서 맞이하는 여유로움... 항상 그런것들을 꿈꾸는데 그런 가려움을 긁어주듯이 바닷가의 마을을 여행하고 온 기분이다..가장 높이 살만한 것을 여름의 추억이라 말한 이유는...이 책을 읽으면서 그 동안 잊고 지냈던 나의 어린시절이... 그리고 자연속에서 순수하고 맑았던 나의 모습들이 생생하게 떠올랐기 때문이다..잠든 부모님 곁을 몰래 빠져나와 밤하늘에 총총 떠있는 별을 보던일... 별자리를 헤아리고.. 좋아하던 오빠네 집에 불빛을 보고.. 그러다가 거짓말처럼 별똥별을 본 일.. 비가오는 날이면 우산을 들고 슬픈 음악을 들으며 한참을 걷던 일...그리고 그때 품었던 순수함이 섬광처럼 생생하게 밀려 들었다...발랄하면서도 엉뚱하고 솔직하고 얄미우면서도 절대 미워할 수 없는... 그러나 독하기까지도 한 츠구미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자연의 한가운데 있을때의 나는 츠구미처럼 독자적인 내 세계에 빠져있었다...그리고 마리아처럼 자연안에 속해있는 나를 한껏 만끽했고 츠구미를 있는 그대로 보듯 눈에 보이는 그대로를 진실로 아는 그런 철석같은 믿음이 있었다..나와는 상관없는 얘기라 생각했다.. 그러나 읽는 순간에 수많은 추억이 떠오르고 순수함으로 벅차오르는 나를 보고 있으니 언젠가는 존재했던 세상에 만족하며 살던... 나의 모습을 꺼내준... 나의 밑바닥에 깔려 있던 추억의 얘기다 라는 생각이 든다...그들의 낯설음에 왜 나는 이런 익숙함을 느끼는지 알지 못한다..츠구미의 병약함.. 그로인한 히스테리한 성격.. 아름다움.. 사랑.. 그것들보다... 마리아의 마음에 자리잡고 있는 츠구미.. 바닷가... 아름다운 감수성이 자아내는 여름에 대한 추억이 내게는 더 소중하게 다가온다... 늘 접하면서도 지루하다 느껴버리는 자연을 경이롭게 바라보고 그 안에서 존재해가는 그들이 오늘밤에는 내게 아련한 추억으로 다가온다...
오랜만에 박완서님의 작품을 접해본다....항상 정갈한 표현으로.. 편하게 다가오는 박완서님인데....칠순이 넘으신 할머니인데도 대단하시다는 감탄사 밖에 안나온다...310페이지 되는 책을 두번에 나눠서 읽었다..60페이정도 읽다가 오늘 집에 와서 끝까지 읽어버렸다...시계를 보니 12시가 넘어버렸다... 약간의 배고픔도 밀려왔지만 창 밖으로 들리는 빗소리가 좋아서 내친김에 독후감까지 쓰고 있다...제목이 '그 남자네 집'이여서 이야기의 감이 잡히지 않았는데 초반에 우연히 보게 된 예전의 첫사랑 집을 보게 되면서 과거를 회상하게 된다...대학생이 되면서부터 시집간 애기.. 애 낳고 사는 얘기.. 시댁 친정 얘기... 주변 이웃들이 얘기... 등을 들려주는데 정작 그 남자의 이야기는 별로 안나와서 제목에 어긋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제목이 두리뭉실한 것이였다면 이렇게 집착하지 않았을 텐데 제목에 나오는 그 남자도 나왔고.. 책에도 그 남자가 나왔는데 나는 단순하게 제목처럼 그 남자 이야기로만 채워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정말 그랬다면 지쳐서 나가 떨어졌을 지도 모를 것을....그러나 조심스레 그 남자라고 하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듯이.. 그 남자와의 추억은 그리 많지 않았고.. 장황하게 들추기엔 마음이 아픈 사람이였을 거란 생각이 든다....그 사람이 아파서 시력을 잃어버린 것 하나만 보더라도 말이다..그 남자도 평안한 삶을 살다 갔지만 완서할머니에겐 그가 시력을 잃은 후 그녀에 대해 잃기 전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것처럼...그 남자가 자기의 늙어가는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것처럼....완서 할머니도 그 남자의 시력을 읽기전의 모습으로 기억하고 있을거라 생각한다.. 늙어가는 모습을 봤어도 말이다...가슴속에 묻은건 가장 아름다웠을때를 기억하는 것처럼...그 기억이 맞을거라 생각한다...꼭 그 남자에 대한 기억뿐만이 아니라도 말이다....이번 작품 역시 편하고 재미있게 읽었다.. 시댁은 시댁인지라...시어머니와 시댁에 대한 표현은 짜증날정도로 투덜거림이 많았지만 솔직함이라 생각한다.... 일흔이 넘은 나이시라서 그런지 어쩐지...감춤없이 솔직함이 잔뜩 배어 있는 느낌을 받았다....나도 그 나이쯤 되면 어떠한 기억에도 부끄러워 하지 않고... 으스대지 않고... 너무 환상에 젖지도 않고...... 솔직해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답은 '글쎄'다...아직 25이기에.....그리고 현재는 솔직하지 못하기에....
고등학교때 언니랑 같이 살면서 언니 책 꽃이에 있는 책은 몽땅 다 읽었는데 몇달전부터.. 아니 몇년전부터 이 책이 보였다.. 읽으려고 벼르고 있다 책을 가져왔는데 생각보다 빨리 읽어지지 않았다...읽는내내 시대를 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등학교때 많이 읽었던 스타일이였다.. 책의 내용이 아니라.. 소설을 이끌어 가는 방식.. 문체.. 결말까지도 90년대에 내가 많이 읽었던 분위기라 반가워 보이기도 하고 답답해 보이기도 했다..100페이지 전후까지 겨우 겨우 읽어 갔는데.. 왜 내가 이렇게 겨우 겨우 책을 읽고 있나 생각을 했다...그랬더니 90년대의 분위기가 난다고...고리타분하다고.. 대충 읽어버릴 심산으로 읽었는데 이 책이 그렇게 놔두지 않았다...그래서 마음을 비우고 편하게 읽었더니 그때부터 술술 읽어졌다...80년대 운동을 하던.. 운동권에서 벗어나 90년대와 현재의 철저함 속에서 적응해 가는 주인공과 주변 사람들의 얘기다...시대가 달라진 만큼 그들의 생각도 퇴색할 수 밖에 없는 현실 속에 안타까움... 회의감. 상실감...그런 와중에서도 살아야 하는 존재감이 밀려온다... 80년대의 운동권 얘기라 치부해 버릴수도 있었지만...그 안에 인생이 녹아있는 거.. 계속 진행형으로 바꿔가야 한다는 걸 느꼈다.. 그런 인생에서 나는 뭘 배울 수 있을까...열정을 유지시키는 것..? 가슴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흘러가는 대로 두는 것...?아니...내 자신에게 솔직하기..그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