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몸속을 청소한 키모
이영 지음, 심창국 그림 / 예림당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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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전혀 새로운 느낌의 어린이 책을 만났다. 마치 외국 작가가 쓴 듯한 느낌이었는데 우리나라 작가가 쓴 책이다. 판타지적인 요소와 인체탐험이라는 과학적인 요소 그리고 아빠를 사랑하는 아들의 진심어린 용기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그러면서도 전혀 지루하거나 설교적이거나 딱딱하지 않다. 아주 재미있다.

또래보다 키가 모자라서 대룡이라는 이름이 있는데도 키모라 불리는 주인공은 여느 남자아이들처럼, 엄마에게는 말썽쟁이로 찍혀있는 아이이다. 키모는 모험대장이 되어 금돈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나무가 있는 부엉이 나라에 가는 것이 꿈이다. 키모는 아빠를 세상에서 제일 좋아한다. '친구처럼 다정하고 친절하신' 아빠가 없는 세상은 키모가 생각하기도 싫은 세상이다.

그런데 이럴 어쩌나! 키모의 아빠는 폐를 수술해야할 지도 모르는 큰 병에 결려 핼쓱해진 얼굴로 병원에 누워 계신다. 키모는 여름방학을 앞두고 우연히 부엉이 나라에서 얻은 요술옷을 입고 아빠의 몸 속에 들어가기로 마음 먹는다. 그 옷은 단추를 하나씩 채울수로 몸이 점점 작아져 마지막 단추를 채우고 나면, 몸이 좁쌀보다도 더 작아지는 요술옷이다. 부엉이 곳간을 얻었다더니, 키모는 횡재를 한 것이다.

키모가 아빠의 몸 속을 탐험하는 목표는 아빠의 병든 폐를 말끔히 청소하여 왕병균을 소탕하는 것이다. 키모의 몸이 작아져서 눈에 보이는 아빠의 몸 이곳저곳은 아주 새롭고 적절한 이름으로 불린다. 폐는 나뭇잎, 포도밭으로, 위장은 죽연못으로, 적혈구는 산소통을 짊어진 붉은 곶감으로 나온다. 대식 세포는 흘러다니는 청소기 대식이로 불리고 호중구는 그대로 호중구로 나온다. 키모를 끝까지 도와주고 아빠의 몸을 지켜주는 호중구를 키모는 천사라고 부른다.

온갖 고난과 역경을 잘 이겨내고 아빠의 포도밭에 도착한 키모는 포도송이를 와작와작 먹어대는 왕균들을 발견한다. 아빠의 폐가 왜 나빠졌는지를 눈으로 확인한 키모는 아빠의 포도밭을 살리기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리곤 아빠의 포도송이들이 다시 건강하게 주렁주렁 매달리기를 기도한다. 아빠를 사랑하는 키모의 마음이 진하게 묻어나는 대목이다.

우리의 아이들은 키모처럼 몸이 아주 작아질 수 있다면 아빠를 위해 어떤 일을 해보고 싶어할까? 담배를 많이 피우는 아빠를 위해 아빠와 아이가 이 책을 함께 보면 어떨까? 우리의 몸 속에서는 지금도 많은 것들이 우리 몸을 지키기 위하여 열심히 제 할 일을 하고 있다. 우리 몸이 그만큼 소중하고 신비한 것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알게 된다. 일을 마치고 아빠의 손바닥, 넓은 운동장으로 뛰어내린 키모는 헬리콥터를 타고 집으로 향한다. 엄마가 차려 놓은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헬리콥터는 뭐냐햐면... 붉은 잠자리이다. 정말 신나고 보람있는, 가슴 뭉클한 모험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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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마법사 공기 - 자연의 아이들 지구 환경 이야기 1
허창회. 임효숙 지음, 정수영 그림 / 풀빛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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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마시고 살면서도 전혀 그 고마움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공기. 우리 주위에 항상 있는데도 그 존재 자체를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공기. 이 책은 그런 공기를 '지구의 마법사'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평소에 자연현상들에 관하여 궁금하게 생각되었음직한 것들은 거의 여기에 설명되어 있다. 단계적으로 자세하게, 그림과 사진을 곁들여 이해를 돕는다. 실제 토네이도의 사진을 보며 용이 하늘로 용트림하면서 올라가는 것 같다고 느낄 것이다. 프리즘을 통하여 다른 각도로 굴절되고 반사되는 햇빛의 일곱 가지 색깔들으로 보여, 비온 뒤 무지개를 볼 수 있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과학의 발달로 사람이 사는 세상이 좀더 편해지긴 했지만 지구의 환경은 나쁜 영향을 벗어나지 못하고 혹사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동차 배기가스와 공장의 연기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는 지구 온난화 현상과 이상 기상을 가져온다. 꽃이 제철을 모르고 핀다. 지구 여기저기에서 가뭄과 홍수, 지진이 인명과 재산을 순식간에 휩쓸고 지나간다. 자연의 거대하고도 무서운 힘 앞에 인간은 한낱 힘없는 존재이며 겸허해져야 한다.

과학적인 지식으로 그치지않고 지구 환경을 위하여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은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된다면, 이 책의 장점을 잘 이용하여 책읽기를 보람되게 하였다고 아이들에게 칭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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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로봇을 만들까? 어떻게 시리즈 5
클리브 기포드 지음, 박종오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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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손에 쥐기도 좋은 크기로, 간단명료하게 로봇의 원리를 설명한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던 청동거인 탈란을 로봇의 기원으로 한다고 하며 현대의 실리콘 칩에 이르기까지, 로봇의 역사와 로봇의 개념으로 시작한다. 그외에 로봇의 작동원리와 제작원리, 기본 구조까지 알기 쉽고 재미있게 그림과 글로 설명하고 있다.

로봇을 제작하는 것은, 그 보다 훨씬 복잡하고 섬세한 뇌의 구조를 지닌 인간이다. 인간의 뇌와 관련된 섬세한 신경망을 컴퓨터의 센서가 대신한다. 인공지능의 개념과 원리, 인공지능을 로봇에게 심어주기 위한 연구에 대하여도 간단하게 설명되어있다. 로봇은 이미 여러 분야에서 사람을 대신하여 일을 하고 있다.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에 로봇이 투여되어 잘 해내고 있는 분야는 이미, 수술로봇과 우주탐사 로봇 같은 것에서 찾을 수 있으며 그 가치도 높다고 하겠다.

과학의 발달은 로봇이 사람과 함께 자연스럽게 사는 세상을 가져올 지도 모른다. 애완동물 로봇은 이미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핵가족화 현상이 심해지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해타산 없는 만남의 기회가 적어지고 있는 요즘, 사람의 감정을 최대한 느끼며 서로 감정을 나누고 위로가 되는 로봇의 출현을 꿈꾸어 봄은, 한낱 꿈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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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정원 일의 즐거움
헤르만 헤세 지음, 두행숙 옮김 / 이레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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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낭만적인 시와 산문이 아름다운 꽃그림과 함께 단아한 책이 되었다. 수선화, 목련, 백일홍, 튤립, 이이리스... 펜 소묘에 수채화로 채색된 꽃그림이 주는 여운은 길고도 향기로운 것이었다. 헤세는 식물과 더불어 사는 시간들을 통해 삶을 관조하고 통찰하며 자연과는 어긋나게 가고 있는 세상을 안타까와했다.

그의 사상은 다분히 동양적이며 신비적이다. '......신이 네 안에서 말씀하시도록 하라......고향은 너의 내면에 있든가 아니면 어디에도 없다.' '나무들에게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운 사람은 더 이상 나무가 되려고 갈망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 이외의 다른 무엇이 되려 하지 않는다. 바로 그것이 고향이다. 그것이 행복인 것이다.' 헤세는 꽃도 시들듯이 그렇게 우리도 '구원의 죽음'만을, '재생의 죽음'만을 죽는다고 한다.

헤세는 '꽃의 향기를 통해 아름답고 소중한 것들'을 떠올리고, '예전에 잃어버린 아득한 소리에 대해 명상하고 모색하고 귀를 기울이며 살아가기'를 바랐던 것 같다. '그 뒤쪽에 우리의 진정한 고향은 있을'거라고. 아이리스 꽃봉오리 속... 그 속은 '세상의 모든 형상들 뒤에 깃들여 있는 신비로운 본질 속'이라고. 예감해 왔던 내면의 세계에 아름다움을 부여하기 위해 통과해야할 몇몇 사람들만의 상징의 문이라고.

헤세는 지상의 어느 예술작품도 꽃보다 더한 것은 없다고 역설한다. '예술은 우리와 세계의 심장 사이에 존재하는 섬세하고 민감한 막'이란다. 그러나 '세계의 심장 속으로 완전히 들어가기 위해서는, 그것마저도 뚫지 않으면 안 되는 것'라며. 우리가 돌아가야 하며 추구해야 하는 고향 혹은 세계의 심장은 꽃으로 상징된다. 그의 단편 '꿈의 집'에서 '노인은 약간 원시가 된 눈으로 웃고 있었다...'

검게 그을린 주름진 얼굴, 예리하게 빛나면서도 따스한 눈빛, 마른 듯 강단있어 보이는 긴 팔로 꽃에 물을 주고, 잡초를 뽑고, 낙엽을 태우는 일들을 경건한 의식을 행하듯 하고 있는 모습을 흑백사진을 통해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사진은 선명한 색채의 꽃그림들과 대비를 이룬다. <정원 일의 즐거움>은 두고두고, 나의 정신이 무언가로 혼탁할 때, 근시안적인 생각으로 단순해지려할 때, 아무 장에서나 펼쳐들고 읊조리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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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놀이 - 우리들의 작문교실 003 우리들의 작문교실 14
현길언 지음, 이우범 그림 / 계수나무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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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놀이>는 지금도 지구상에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전쟁에 대하여, 그것이 얼마나 허구적인가와 얼마나 참혹한가를 차분히 들려준다. 8세의 어린 아이가 바라보는 전쟁이란 피상적인 것이며, 군인이란 그저 멋있고 부러운 대상이다. 칼을 차고 총을 가진 군인이 왜 전쟁에 나가 죽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전쟁에서 이기면 맛있는 떡을 먹을 수 있어 좋고 일본군 징병으로 간 삼촌이 죽어 돌아온 후, 신사에 삼촌의 사진이 걸리고 우쭐댈 수 있어 좋다. 동네 아이들과 전쟁놀이를 해도 일본군을 하는 아이는 죽지 않는다고 여기고 미군 역할을 하는 아이의 총에 맞아 죽어야하는 역할을 납득하지 못한다.

아이는 남의 새덫에 걸린 새를 몰래 훔쳐 달아난다. 그러다 새덫의 주인에게 들켜 호되게 꿀밤을 맞는다. 부끄러움에 아이는 마음을 끓이다 열병을 앓는다. 작가는 이러한 에피소드를 일제강점기의 일본을 빗대어 장치한 것으로 보인다. 아이는 일본이 전쟁에 패한 직후의 일련의 일들로, 그 허구성과 비참함을 어렴풋이나마 느끼게 된다. 전쟁에 패한 일본군의 모습은 이전의 근사함은 자취를 감추고 초췌하기 이를 데 없다. 신사는 불타고 삼촌의 얼굴이 그 불길 속에서 타오르고 있다. 영웅시 되었던 삼촌의 사진은 학교 복도 벽에서 떨어져 흙발자국으로 뭉개져있다. 그 사진을 주워들고 남이 볼까 얼른 빠져나오는 아이의 가슴은 이제 무엇으로 채워질까?

바다에 떠 있는 배를 보면 어디로든 떠나고 싶다고. 형과 아이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감옥에 갇혀 그 벽만 바라보고 그것이 진짜라고 여겼던 우매함. 감옥과도 같은 암담한 시대에서 벗어나 어디로든 떠나고 싶었던 이들의 영혼. 철없는 아이가 품고있었던 생각이 두려움과 시기의 대상이기만 했던 형의 생각과 다르지 않다는 것에서, 아이는 핏줄의 동질감을 느낀다. 아이를 이해하고 정신을 깨우쳐주는 것은 신사도 군인도 아닌 형제이다. 허상이 아니라, 형이 잡아주는 따스한 손과 용기를 주는 말 한마디이다. 헛된 탑을 쌓느라 생명을 담보로 하는 전쟁은 '전쟁놀이'에서 죽은 사람을 되살릴 수 있는 것과는 다르다. 되돌릴 수 없이 사람의 정신을 피폐하게 하고 모든 것을 앗아가는 전쟁의 실체를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희미하게 발견하는 아이, 그 아이의 성장이 객관적인 시선으로 씌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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