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박사와 하이드 씨 혜원 월드베스트 59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이호규 옮김 / 혜원출판사 / 1999년 10월
평점 :
품절


흔히 우리는 지킬의 모습으로 산다. 지킬은 끊임없는 향상심으로 우아하고 점잖은 태도를 보이는 사람이다. 오래도록 갈구해온 쾌락을 남앞에 숨기는 법도 잘 알고 있다. 자선사업을 하고, 해부학보다는 약학에 더 관심이 많은 교수이다. 고상함이 풍기는 외모와 목소리도 그의 이름을 더 빛나게한다.

하이드는 제2의 지킬이다. 그가 늘 바라면서도 드러낼 수 없었던 쾌락을 느끼게 해주는, 자신의 또 다른 얼굴이다. 어딘지 불쾌감을 주는 외모와 쉰 듯 뚝뚝 끊기는 목소리는 그 자체로 인간내면의 불안감을 잠깨우는 듯하다. 자신의 야비한 속내가 남앞에 드러났을때 느끼는 수치심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혐오를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지킬은 하이드에게서 점점 인간다운 면모를 발견한다. 위장의 옷을 입고 있지 않은, 그래서 훨씬 따뜻한 얼굴을 '거울'을 통해 보게 된다. 여기서 나는 '거울'이미지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붙들고 앉았다. 실험실에 둔 거울을 통해 수없이 자신의 양면을 보고 또 보았을 지킬.

두 얼굴의 괴리에서 오는 마음의 고통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한 수단으로 택한 길은, 이 두 얼굴을 분리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과학의 힘으로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과학의 힘으로 이룬 것이 행복한 결과를 낳지는 못했다. 하이드가 아주 작게라도 남에게 해를 입힐 때는 마음 속에 쾌락을 느끼지만, 끝내 지킬과 하이드는 자기분열이라는 고통을 안고 자살을 한다.

자기 파멸로 이끈 과학과 쾌락주의 앞에 우리가 세울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일까? 쾌락은 물질이나 외형적인 것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 대한 욕심, 정에 대한 욕심이 사람을 얼마나 피폐하게 하는지... 無心의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다. 기쁨도 슬픔도 마음을 흔들어놓는 소모성 쾌락이다. 쾌락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이면 모두 가지는 본성이다. 선과 악의 갈림길에서 순간순간 선택을 해야하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 선택은 우리에게 달려있다.

거울울 통해 '투명하게 들여다보기'를 하자. 선과 악의 두 얼굴은 모두 내가 끌어안아야 할 부분이다. 두 얼굴이 완전히 하나로 겹쳐지고 무심의 표정이 될 때, 진정 나를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어려운 숙제를 안고 오늘도 거울을 들여다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백조의 트럼펫 - 지혜가 자라는 책꽂이 1 지혜가 자라는 책꽂이 1
엘윈 브룩스 화이트 지음, 프레드 마르셀리노 그림, 윤여숙 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우정의 거미줄>로 만났던 E.B. White의 의식에 자리하는 인간미- 아니 동물의 아름다움이라 해야 하나- 를 다시 만날 수 있는 책이다. 트럼펫 백조라는 아름다운 보호 동물을 바라보며 그렸을 작가의 상상에 탄복한다. 몸길이 1.7 미터의 환상적인 백조를 보러 몬타나의 붉은바위호수로 달장 내달려 가고 싶을 정도이다. 객체에 대한 인식이 이처럼 자유롭고 아름답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형상화되는 이야기를 접하면, 내가 '그'같고 '그'가 '나'같기도 한 일체의 기분을 느낀다. 기분좋은 느낌이다.

백조를 무대의 가운데에 세우고 사람은 주변에서 역할을 하는 이 동화는, 야생동물에 대한 보호의식과 장애를 극복하는 힘에 대해서 아주 따스하고, 자연스러우며, 유쾌하게 들려준다. 야생조류의 한쪽 날개 끝을 조금 잘라 날지 못하게 하는 관행에 비하여, 지나친 보호나 간섭보다는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 지켜보며 꼭 필요한 경우에만 도움을 주는 샘의 행동 같은 것들이 비교되어 나온다.

루이는 백조로서의 권위와 품위를 강조하는 아빠백조와 아름답고 강한 엄마백조 사이에서 다섯 번째로 태어난다. 짝짓기를 할 때 트럼펫 소리와도 같은 크고 웅장한 소리를 내어 구애를 하는 트럼펫 백조 루이는 언어장애를 안고 태어난 장애아이다. 그러나 장애는 이들에게 넘지못할 벽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차선의 길로 나가게 하는, 그래서 그 분야에서 일류가 되도록 성실하게 노력하게 하는, 촉매제와도 같다.

학교에 가 글을 배우고 트럼펫을 구해 악보를 보며 열심히 연습을 하는 루이, 좀더 다양한 곡을 연주하기 위해 물갈퀴를 칼로 가르는 아픔을 고스란히 감당하는 인내. 그리고, 아빠가 자신을 위해 사람에게 물질적 손해를 입히며 구해온 트럼펫 값을 배상하기 위해 돈을 버는 루이. 마침내 루이는 큰 돈을 벌어 자신의 목숨이 위협을 당하는 상황임에도 볼구하고 그 돈을 상점 주인에게 준다. 언어장애가 있는 대신 헤엄을 제일 잘 치고 글도 읽고 쓰는 루이. 무엇보다 멋진 트럼펫 연주로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루이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어질 것이다.

루이가 우리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그를 통해서 '사람은 이렇게 살아가야해' 라고 공감할 수 있다는 점이다. 행복을 찾고 가꾸어가는 주체는 바로 다름아닌 '나'라는 점이다. 삶을 꾸려가는 성실함 앞에 어떤 것이 두려울까? 때로 나약함과 나태함이 고개를 들 때, 자기 자신과의 약속인 성실함으로 재무장해 보자.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성실하게 임할 때, 참된 자유를 느낄 수 있지 않은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소설로 그린 자화상 2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199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그리 이르지 않은 나이에 나목을 발표한 후 쉬지 않고 꾸준히 작품을 써오는 작가의 글쓰기 욕망을 늘 부러워하고 있었다. 작가 스스로 내건 부제 '소설로 그린 자화상'이란 문구가, 제목에 나오는 싱아와 무슨 관계가 있을지, 고 예쁜 이름 '싱아'란 무엇인지, 궁금증을 손에 쥐고 단숨에 읽었다. 인생의 황혼녘에 자화상을 그린다면 나는 어떤 모습으로 그리게 될까? 붓이 아닌 펜으로 그린다면.

이 소설은 작가의 기억이란는 실타래의 끄트머리를 잡고 풀어헤쳐진다. 단지 기억이라는 것에만 의존하여 쓰는 새로운 글쓰기를 시도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그것이 그리 새로운 방식이라고는 보아지지 않는다. 어느 글이건 작가가 드러나지 않기란 어렵고 어쩌면 그런 것은 공허한 것으로 독자에게 공감을 주지 못할 지도 모른다. 기억은 주관적이다. 방금 전의 상황도 사람에 따라 각자 다르게 기억되는 것이다. 기억이란 그만큼 자신의 상상력이 개입되지 않을 수 없는, 그래서 그 사람에게는 오히려 처참하리만큼 진실일 수 있는 도구이다.

이 작품을 넘기면서 싱아가 작가에게 다가가는 의미가 무엇일지 생각해 보았다. 고향 산기슭이나 길가 아무데나 있었던 새콤달콤한 맛의 싱아는, 작가가 서울 변두리에서 살 때 아카시아꽃으로 상한 비위를 가라앉히는 데는 그만일 것으로 기억되는 것이다. 차츰 도시의 생활에 젖어들면서 싱아에 대한 기억은 '여전히 지천이었지만 이미 쇠서 먹을 만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된다. 싱아는 고향 박적골에서의 작가의 아름다웠던 유년을 떠올리게 하는 상징과도 같다.

내 유년의 '싱아'는 어디있을까? 나는 지금도 밤하늘의 달을 보기를 좋아한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마알간 얼굴이 내비치는 것 같은 환상과 함께, 내 어릴 적 대사건과도 같았던 기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어린 내게는 분명 대사건이었다. 저녁에 엄마 심부름으로 외할머니 댁에 갔다오는데 커다란 보름달이 나꾸 나를 따라오는 것이었다. 빨리 가면 빨리 따라오고 천천히 가면 달도 걸음을 늦추는, 그건 황홀한 발견이었다. 집에 들어서면서부터 기쁨에 찬 목소리로 호들갑을 떨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아무도 그 일을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나만은 그렇게 신비한 경험이었다. 시골에서 자란 적은 없지만 도시 변두리 큰 우물이 있었던 그 넓은 마당을 환히 비추던 그 달을 잊을 수 없다. 내 유년의 싱아, 달은 지금도 깨끗한 얼굴을 내밀곤 한다.

이 작품은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을 잇는 아픈 현대사를 순전히 작가의 기억으로만 썼다고 해서 특별히 점수를 주고 싶지는 않다. 그 시대를 살아온 아버지 어머니들에게서 이런 정도의 아픈 자화상을 찾아내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자신의 기억에 의미있는 상상력으로 그림같은 묘사를 펼치는 작가의 순수성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묘사는 섬뜩하리만치 냉소적이기도 하고, 가슴이 아릴 정도로 아름답기도 하다. 모두 진실의 힘이 아닌가 한다. 작가가 말하는 '자기 미화의 욕구'는 그런대로 잘 자제되었다고 생각한다. 글을 씀으로써 '벌레'로부터 해방되고자 하는 작가의 열정 또한 높이 사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연둣빛 나라 - 교과서에 수록된 동시 좋은책 두두 9
이혜영 지음 / 도서출판 문원 / 2000년 12월
평점 :
품절


어쩜 이렇게 고운 마음씨를 풀어놓았나! 아이들의 눈으로 볼 수 있는 사소한 것들에서부터 자연의 품에서 느낄 수 있는 것까지, 알록달록 색깔의 물감을 풀어놓은 듯, <연둣빛 나라>는 읽는 이의 마음에 번진다. 세상 엄마들의 희생과 사랑이 사회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라는 것, 모성애야말로 보잘 것 없어 보이는 것까지도 품어 안는 힘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아버지, 동생, 언니, 누나... 아이들이 사랑을 주고 받는 대상, 가족이라는 든든한 울타리 속에서 타인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임을 가슴으로 전한다. 은은하게 전하는 그림도 재치있고 예쁘다. 동시를 낭송하는 아이들의 조그만 입이 마냥 즐겁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깨비 삼시랑 글로바다 어린이문고 18
이상배 지음 / 국민서관 / 200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삼시랑은 가족이란 뜻이었어요. 도깨비들도 우리 사람들처럼 가족을 이루고 함께 살더군요. 잘못을 저지르면 벌도 받고 장난하기도 좋아하구요. 훈장도깨비도 있고 할아버지 도깨비도 있구요. 도깨비들은 신통력을 가지고 있어요. 도깨비 감투도 쓰고 있구요.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밤새 벗어놓은 도깨비 감투를 찾아 쓰는 것이라나요. 도깨비 가족들의 이러저러한 이야기들을 읽고있으면 우리들과 도깨비가 가족같아요. 사람이 하는 짓이 도깨비가 하는 짓 같기도 하구요.

사람의 나쁜 성미를 빗대어 도깨비의 이름을 지어 놓은 것도 아주 재미있어요. 예를 들면 술덤벙 물덤벙이라든지 아기똥이라든지. 이런 도깨비들은 민둥산에 쫓겨가 벌을 받고 있어요. 그래도 하는 짓이 밉지만은 않네요. 동물원에 놀러갔다가 도깨비 감투를 잃어버린 꼬비를 도와 줄 친구는 없나요? 지혜를 짜 보세요.

도깨비 삼시랑은 우리들 사는 모습과 그리 다르지 않아요. 우리처럼 아웅다웅 살면서 착한 일도 하고 은혜도 갚을 줄 알아요. 도깨비에 빗대어 쓰는 말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을 거에요. 그만큼 도깨비와 사람은 친숙한 사이였나봐요. 이 책을 보는 친구들이 도깨비가 될 수 있다면 어떤 일을 해보고 싶을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