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리쾨르 컴북스 이론총서
이양수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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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와 문자가 동등하다고 여겼던 때. 이양수의 폴 리쾨르를 무람없이 읽고난 후 막 고등학교에 입학하고난 후 꽃샘추위에 벌벌 떨면서 했던 그 생각, 혀와 문자는 동등하다, 떠올랐다. 미세먼지 그득한 서울 하늘, 이야기들과 이야기들이 서로 얽혀서 새로운 이야기들이 생성될 것이다. 삶과 더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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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한별의 문장들을 읽다가 자꾸 멈칫거리는 순간들, 그러니까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언제나 그 첫 순간이 떠오르는데 그때가 딱 중학교를 졸업하고 막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이 시점이었던 걸로. 아침 운동 나가기 전에 오늘 아침 페이지들.

"누구와도 소통할 수 없고 아무에게도 가닿지 못한다."


우리 엄마가 지옥을 표현할 때 하는 말과 흡사.

지옥과 천국 사이일지도 모른다. 싶은 건 에밀리 브론테가 잠깐 스쳤기 때문이지만.

열락의 고통이라는 표현이 인간의 온갖 감정들을 담아낼 수도 있는 거고.

자신이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것을 다른 이들에게까지 공통적으로 아우르려 할 때

고개가 저절로 옆으로 기우는 버릇은 아마 죽기 전까지 고쳐지지 않을 거 같다.


홍한별을 읽으면서 멈칫멈칫, 자꾸 생각에 깊이 빠져들게 된다.

이런 에세이는 오랜만인지라 반갑고 또 반가운 마음뿐.

















이양수의 [폴 리쾨르]를 완독. 우연히 접한 책 [역사와 사회적 상상에 관한 대화]를 읽고 읽어봐야겠다, 싶어 그러니까 나는 코르넬리우스보다 자꾸 폴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어 언젠가는 읽겠지 했다가 또 우연히. 이양수가 들려주는 [폴 리쾨르]는 무람없이 그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길을 내주었다. 어제 친구와 공원에서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다들 미세먼지에도 불구하고 공원 벤치에서 너나없이 어울려 수다를 떠는 중년의 아줌마들을 생각없이 바라보다가 텍스트를 읽는 태도가 생을 살아가는 방식과 유사하다는 걸 알았다. 같은 텍스트를 읽어도 모두 다 제각각. 굳이 어둠 속을 헤치고 들어가야 하는가. 물어볼 까닭이 없는 건 그 길을 선택하는 이는 자신이기 때문이다. 판단 유보를 잘 하는 엄격한 얼굴이 자신의 욕망 앞에서는 어떤 표정으로 바뀌는지 그걸 볼 수 있는 이는 그 표정을 짓고 있는 그 얼굴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를 바라보는 타자가 존재한다고는 볼 수 없지만. 천천히 읽어나가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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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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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3-04 2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책 읽는 손이 멋집니다.
라캉 들뢰즈 가타리 생각만 해도 어렵고도 어려웠던.... 이제는 멀리하고싶은 철학자들이네요. 책읽는 손에 추천과 화이팅을 전합니다. ^^

수이 2025-03-05 12:52   좋아요 1 | URL
어제 친구가 바람돌이님 만나고 온 이야기 해줘서 오, 이번 여름에 바람돌이님 보러 부산 갈까 했어요. 들뢰즈는 이번 여름에 좀 읽어보려고 해요. 저는 가까이 한 적이 없어서 ^^;;;

바람돌이 2025-03-05 17:29   좋아요 1 | URL
친구??? 저랑 만난 사람은 책읽는 나무님과 프레이야님인데... 잠시 얼굴만 본분은 공쟝쟝님과 단발머리님. 누굴까요? ㅎㅎ
여름에 저는 돈없어서ㅜ어디 못가고 부산을 지킵니다. 놀러오세요. ^^

2025-03-06 0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빗방울들

무엇보다도 먼저 신유물론에서 물질은 기존과 다르게 형상화된다. 데카르트 식의 이분법 철학에서 물질은 딱딱하고 공간을 차지하면서 경계를 갖는 대상으로, 외부의 정신적 힘에 의해서 움직이는 예측과 통제 가능한 대상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신유물론에서 물질은 정신에 대립적인 수동적 대상이 아니다. 물질은 정신과 분리되어 있다가 정신에 의해 활성화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내에 변화의 활력이 깃든 살아있는 물질로 새롭게 형상화된다. 가령 스피노자에게 물질은 정신과 분리되어 대립하는 실체가 아니라 신이 내재되어 있는 존재의 다른 양태일 뿐이며, 제인 베넷에게 물질은 죽어있는 대상이 아니라 "생기"를 가진 "생동하는 물질(vibrantMatter)"이다. 신유물론이 물질의 존재론적 토대를 스피노자의 생기론(viltalism)로부터 가져오고 이를 모든 존재에 깃든 생명성을 가리키는 "조에(zoe)"와 연결시키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이로써 신유물론에서 말하는 물질은 수동적 질료 그 이상이 된다. "물질성은 항상 ‘단순한‘ 물질 그 이상이다." 물질성은 이분법에서의 물질과 달리 그 내부에 생명과 의미를 담는 ‘물질-담론‘(캐런바라드)이자 ‘물질-기호(도나 해러웨이)‘로서, "초과, 힘, 활력, 관계성, 차이이며 이를 통해 물질은 활동적, 자기-창조적, 생산적, 예측할 수 없는 것이 된다." 신유물론에서 몸은 몸 밖의 정신에 종속되는 대상이 아니라 그 자체로 "행위자성(agency)"을 가지는 존재, 횡단적으로 다층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변화하는 "자기-조직적인 물질"이다. - P57

우리는 언제나 성차화된 몸으로 체험하고 세계의 여러 층위와 얽히게 된다.
그로스에 따르면 서구의 이분법적 문화 안에서 성차는 고체성과액체성의 대조로 나타나기도 하였다. 가령 생물학적 차원에서조차 남성의 몸은 페니스와 관련하여 고체성으로 상징된 반면, 여성의 몸의 스타일은 젖이나 월경과 같은 "체액"으로 은유되어왔다. 남성의 몸은 정액과 관련될 때에도 체액이라기보다 "인과론적인 행위자"로설명되었으며, 뼈를 갖지 않는 남근조차도 "견고한 것"으로 이해되어 왔다. 정액은 체액이 아니라 수태시키는 능력, 대상을 생산하는 능력이나 이를 통해 생산한 대상으로 이해된다. 반면 여성은 "누출, 액체성으로서 재현되고 스스로를 체험하게 된다. 이로써 여성성은 전염병과 무질서를 연상시키는 액체, 결정 불가능성, 이성적 남성을 무질서로 유혹하는 비체가 되는 것이다. 이로써 서구의 이분법 안에서 남성은 동일성을 재현하는 고체로, 여성은 이완과 흐름을 상징하는 액체가 된다.
그로스는 이러한 자연문화적 성차를 "환원 불가능한 성적 특수성"이라고 표현한다. 여기서 환원불가능하다는 것은 "각 성별의다른 성별에 대한 경험과 체험된 현실의 일종의 외부성 혹은 이질성은 언제나 남아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차가 한계지평으로 남아있음을 의미한다. - P70

화이트헤드는 『과정과 실재 Process and Reality』(1929)에서 세계는 사물이 아닌 "과정"으로 구성되며 현실적 존재가 "생성되는 방식"이 그 존재가 무엇인지를 구성한다고 설명한다. 화이트헤드에게 최상의 가치는 "창조성(creativity)"이고 각 생성의 과정이 "새로움(novelty)"을 낳으며 이는 "새롭고 독특한 어떤 것, 이전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어떤 것을 생산하는 것이다." 화이트헤드는 창조성을 "보편자들의 보편자"(PR 21)라고 부르면서, 사물들이 스스로 바뀌고 변모하며 "어떤 독창성 (...) 자극에 대한 반응의독창성"(PR 104)을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화이트헤드는 이러한 생성과 창조성이 특별히 인간에만 관련되지 않고 우주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에 적용된다고 보기 때문에 포스트휴머니즘을 선취하는 면이 있다.
화이트헤드는 이러한 생명의 창조성에 대한 사유를 『사고의 양태Modes of Thought』(1938)에서 ‘자기향유(self enjoyment)‘와 ‘관심(concern)‘이라는 서로 상반되면서 긴밀히 연결된 정서적 움직임으로 잘 설명한다. 그는 "생명 개념은 자기향유의 어떤 절대성을 포함한다. (…)경험의 계기는 그 즉각적인 자기향유에 있어서 절대적이다"라고 말하며 삶의 모든 순간이 자율적인 "자기창조(self-creation)"라고 정의한다. 생명의 자기향유는 직접적이고 절대적이다. 자기향유는 어 - P150

떤 관계로부터도 구속받지 않고 자유롭게 해방되어 내가 살아가는경험 자체를 즐기는 것이다. 순전히 "나는 내 삶을 내가 살아가고있는 대로 즐긴다." 한편 화이트헤드는 곧 이어 "각 계기는 관심의 활동이다. (...) 계기는 느낌과 정향의 방식으로 본질적으로 자신을 넘어서는 사물들에 관심을 갖는다"고 말한다(MT 167). 무엇인가에 관심을 가지거나 관여한다는 것은 그것을 무시하거나 지나칠 수없고 그것이 내게 응답하도록 압박해오는 것이다. 자기향유와 달리관심은 관계적이고 타자와 연관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샤비로는 "관심은 타자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 비자발적인 경험이다. 관심은 나도 모르게 나를 바깥으로 개방한다. 관심은 나의 자율성을 제한하여 나 자신을 넘어서는 무엇인가를 향하도록 이끈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자기향유와 관심의 구분은 근본적이지만 동사에 두 상태는 서로 긴밀히 묶여 있어 우리는 한쪽 없이 다른 한쪽만을 가질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샤비로는 "관심은 그 자체가 일종의 향유이며 즉시적인 자기향유의 과정 자체로부터 생겨난다"
고 지적한다. 화이트헤드에 따르면 내가 나 자신을 넘어서는 우주에 가장 활발히 관여하는 것은 나 자신의 직접적인 자기실현에 몰두할 때이다. 생명의 자기향유는 시간을 경유하면서 관심으로 변모한다. 즉시적인 자기향유도 미래로 넘어가며 자신을 넘어선 것에 도달한다. 반대로 타자를 향한 관심은 자기향유에 필요한 전제조건이 - P151

이와 같이 화이트헤드와 샤비로처럼 타자를 향한 배려와 윤리에 대해서도 미학화된 설명을 제시할 수 있다면, 재/생산에 대한 여성의 비결정성은 타자와 전체를 위한 것이기에 앞서 철저히 자신을 위해서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판단의 문제가 된다.
화이트헤드에게 관심은 자기향유보다 우월하지 않다. 이는 레비나스와 다른 점이다. 화이트헤드에게 관심은 여전히 "자율적인 가치평가"(PR 248), 즉각 현실적 계기가 "마주치게 되는 것의 중요성에대한 미학적 판단"이다. 가치판단이란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해 내가 자율적이고 자기-생성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각 존재는 무엇이 자신을 위해서 중요한지에 대한 감각을 지닌다. 따라서 화이트헤드의 관점에서는 타자들에 대한 주목도 그 자체가 일종의 향유이며 전체적인 자기향유에 반하기보다는 그 안에 포함될 수 있으므로 윤리는 단지 자발적인 미적 결정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화이트헤드는 "우리 현존의 기저에는 ‘~할 가치 있음(worth)‘에 대한 감각이 있다. (...) 그 자신을 위한 현존의 감각, 그 자신의 정당화인 현존의 감각"(MT 109)이 있다고 주장한다. 나는 ‘나 자신을 위해‘ 미적인 가치판단을 내리고 미적인 가치를 향해 운동한다. 아이를 낳는 일이든 타인을 돌보는 행위든 모두 나를 위한 나의 미적인 가치판단의 결과이며 내 존재의 자기향유일 뿐이다. 그러므로 "윤리학은 미학을 대체할 수 없다." - P158

메를로 퐁티는 몸이 능동적 주체이면서 객관적 대상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몸의 이중감각을 통해 설명된다. 두 손을 맞잡았을 때, 손은 능동성과 수동성을 동시에 드러낸다. 앞서 말했듯이 버틀러의 수행적 몸, 즉 몸의 물질화는 언어적 힘에 의해 이끌려간다고할지라도 변신이라는 점에서 능동성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몸이
‘배치와 접속‘을 가능하게 하는 행위역량을 가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침투되는 존재다. 우리는 실체로서 존재할 수없기에 관계 속에서 실재성을 드러낸다. 몸은 내 몸이면서도 내 몸이 아니다. 그렇게 경계는 흐려진다. 버틀러의 수행이론을 통해 우리가 확인하는 것은 성적 존재로서의 몸은 성적주체로서의 몸이며, 그 몸은 관계맺음의 과정 속에서 개체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몸은 스스로를 확장시킬 수 있지만 동시에 한계적 상황에서 처해있는 주체임을 부정할 수 없다. 우리는 "늙어 죽으며 쉽게 상처받고고통받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욕망과 한계는 나의 주체적 행위뿐 아니라 내게 행해진 사회규범에도 그 원인이 있다" 우리의 논의는 몸의 물질성이다. 그리고 그 몸이 성적 주체성이라는 것에 관심을 두고 있다. 그러나 그 몸을 논하는 이가 인간인 한에서 그 몸은 인간 몸인 관점이다. 그러나 몸인 내가 다른 몸과의 관계에서 스타일화한다고 할 때, 우리는 인간 몸만을 전제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몸은 사회규범을 포함한 다양한 지각 세계의 존재들과의 관계 속에 있기 때문이다. -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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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을 입고 산자락에 놓인 학교와 집을 왔다갔다 하면서 제멋대로 감동에 겨워하며

읽었던 책 이야기가 나와 반가운 마음에 오늘 아침 재독하면서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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