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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0 BC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오마 샤리프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8년 7월
평점 :
가끔 이런 영화를 간절히 원했었다. '트랜스포머'같은 궁극의 CG, '타이타닉'같은 최고의 감동, '본 얼터메이텀'같은 리얼 액션이 판치는 21세기의 완벽한 영화 세상에서 말이다.
요즘의 영화들은 너무 매끈하고, 너무 훌륭하다. 완성도 또한 높아서 흠잡을 데가 별로 없을 정도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10,000 BC'같은 영화가 못 견디도록 그리웠다.
쓸데없는 반전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단순명쾌한 줄거리, 설득력 없는 주인공의 영웅담과 악당들의 출연, 딱히 연기라고 할 것조차 필요 없는 배우들의 단순무식한 호연(!?)...
'10,000 BC'는 마치 7~80년대 주말의 명화를 통해서 공룡과 원시인의 싸움을 구경할 수 있었던 작품 같다.
적당히 허술하고, 적당히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남자 주인공이 여주인공을 구하러 간다는 흔해빠진 줄거리와 어쩌다가(동시에 필연적으로) 영웅이 되어버리는 주인공의 운명조차 반갑기만 하다.
이 작품을 볼 때는 '반지의 제왕'이나 '매트릭스'를 봤을 때의 경이로움을 느끼지 않아도 되고, '스파이더 맨3'나 '다크 나이트'를 볼 때처럼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주인공의 고생담을 따라가면 된다.
눈이 아플 정도로 훌륭한 CG는 아니지만, 못봐줄만큼 엉성하지도 않기 때문에 거대괴수들과 인간과의 사투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마지막의 억지스러운 해피 엔딩까지 귀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