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미널 마인드 시즌 2 - 할인행사
찰스 헤이드 감독, 맨디 파티킨 외 출연 / 브에나비스타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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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의 프로파일링 미드는 2시즌에서 급격한 변화를 맞이한다.

우선 엘 요원이 빠지게 되는데 프로답지 못한 행동을 한 대가로 팀에서 탈락한다.
고의건 아니건 간에 그 원인의 책임이 일부는 하치에게 있기 때문에 그녀의 하차가 더욱 안타깝다.
엘을 대신해서 들어온 프랜티스 요원이 처음 활약하는 에피는 관타나모 수용소와 현장을 오가는 이야기 구성이 매우 박진감 넘치는 베스트 에피이다.
취조실에서는 기디언을 비롯하여 리드와 프랜티스가 활약하고, 테러 현장을 급습하는 임무는 하치와 모건이 맡는다.
48시간이라는 시간 안에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요원들의 활약은 무척이나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역시 이 시리즈에서도 아랍인에 대한 그릇된 오해와 근거 없는 편견이 가득하다.
어쨌든 전 시즌을 통틀어 가장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에피임에는 틀림이 없다.

실제 수사관들이 참여했다는 이 시리즈는 두 번째 시즌에서도 꾸준한 페이스로 완성도 높은 에피소드들을 쏟아낸다.
두 명의 연쇄살인범이 서로 경쟁하듯이 사건을 저지르는 에피소드는 용두사미로 끝나긴 했지만 나름대로 신선한 구성이었고, 리드가 납치당하는 연작 에피에서는 리드의 가슴 아픈 과거사를 볼 수 있다. 리드가 후유증에 시달리는 그 다음 에피도 훌륭하다. 흑인 소녀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지는데, 지역의 목사는 사건을 인종문제로 몰아가려 하고, 시장은 흑인들의 폭동을 두려워한다. 단지 살인범을 잡으려는 것뿐인데 피부색이 문제가 된다는 흑인 형사의 한탄이 기억에 남는다.
유명한 SF 소설에 영감을 받아서 살인을 하게 되는 범인이 등장하는 등 여전히 현실감은 최고 수준이다.
2시즌도 대부분이 에피소드들이 실제 뉴스에 나오곤 했던 사건들과 비슷하다.
그 덕분에 유머도 꽃미남도 없는 이 시리즈가 인기일 것이다.
베스트셀러 책으로 유명한 FBI의 실제 프로파일러인 더글러스와 레슬러의 이론을 언급하는 부분도 작품의 리얼리티를 더한다.

어쨌든 2시즌에서는 BAU팀에게도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엘은 용의자를 쏜 뒤에 팀에서 탈락했고, 모건은 고향에서 용의자로 몰렸다. 리드는 납치를 당해서 약물 중독이 되기도 했다.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두 번째 시즌은 이 모든 사건들을 아우르는 어수선한 에피로 끝을 맺는다.
늘 그렇지만 BAU팀에 가장 큰 위기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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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2 - 두 번째 방문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10
이종호 외 8인 지음 / 황금가지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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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 들어서 소재들이 다양해졌지만 딱히 '한국적'이라고 부를만한 작품은 두세 편에 불과하고, 책을 읽는 내내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들 정도로 몰입도 100% 수준도 아니다. 전체적으로 고른 작품 수준을 선사하고 있지만, 한국형 공포 문학의 정점을 보여줬던 1권에는 약간 못 미친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어디서 한번쯤 본 것 같고, 결말이 쉽게 예측 가능하다.

'벽'은 칼부림과 살인까지 부르는 아파트 층간 소음을 소재로 한다. 시종일관 가슴을 짓누르는 것 같은 답답함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캠코더'는 저승사자를 볼 수 있는 캠코더에 얽힌 이야기로 소재는 식상하고, 결말은 허무하다.
하지만 죽음 그 자체를 두려워하지 못하고 희생양을 찾는 인간의 고약한 본성을 엿볼 수 있다.

'길 위의 여자'는 매끈한 엔딩가지 쉼 없이 달려가는 한 편의 슬래시 무비를 보는 것 같다.

SF소설같은 '드림머신'에서는 주인공의 꿈 체험이 순식간에 악몽으로 변하는 틀에 박힌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작품은 '폭설', '벽 곰팡이', '레드 크리스마스' 세 편이다.
특히 '벽 곰팡이'는 다시 한 번 읽어봐도 흥미진진한 이야기 전개에 눈을 뗄 수가 없을 정도였다. 스릴러를 연상시키는 소재와 줄거리는 마치 미드 '크리미널 마인드'의 에피소드처럼 긴박감 넘친다.
작가의 말대로 우리들의 이웃, 그 이웃들의 끔찍한 이중성, 언제 돌변할지 모르는 인간심리를 가장 탁월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폭설'은 눈보라 속의 산장이라는 폐쇄된 공간을 배경으로 한 귀신 이야기다.
작가의 명성에 걸맞는 빼어난 심리 묘사와 잘 짜인 구성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단점이라면 역시 작가의 명성에 걸맞지 않는 익숙한 소재와 모범적인 전개를 꼽을 수 있다. 적어도 '이프', '흉가'의 이종호 작가라면 훨씬 더 세련된 공포감을 기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레드 크리스마스'는 이번 책에서 가장 더 무서운 작품들 중 하나지만 독거노인과 임대 아파트 주민이라는 소외된 계층을 통해서 현대 사회의 병폐를 꼬집고 있다. 결국 가장 무서운 것은 괴물도 귀신도 아닌 인간이라고 힘주어 말하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레드 크리스마스'는 가장 무서운 작품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가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났을 때 아직도 자신이 살아있음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는 그런 글을 쓰고 싶다.'는 작가의 말이 더욱 섬뜩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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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죽음의 가면 기담문학 고딕총서 2
에드거 앨런 포 지음, 김정아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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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고전 영화를 보면 아무리 당대에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 하더라도 최근의 블록버스터에 비해서 좀 어설프고 저렴한 면이 보인다.
마찬가지로 포우의 단편들이 시간의 세례를 받은 고전 문학이라고는 하지만, 공포 문학이라는 장르의 재미 면에서 볼 때는 조금 허전하다. 현대의 작품들처럼 매끈한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세련되고 짤막한 문장으로 긴박감 넘치는 분위기를 이끌어내지도 못한다.

하지만 포우 특유의 기괴한 상상력이 빚어낸 단편들은 충분히 흥미진진하고, 무더운 여름밤에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첫 작품 'M 발드마 사건의 진실'에서 주인공은 임종의 순간을 앞둔 사람에게 최면을 걸어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관찰한다. 흉측하고 역겨운 분위기를 마음껏 음미할 수 있는 단편이다.

'리지아'는 포가 스스로 자신의 최고 이야기라고 했다지만 읽는 입장에서는 수 페이지에 걸쳐 묘사되는 리지아의 미모와 박식함에 대한 숭배가 지겨울 뿐이다. 리지아라는 인물을 향한 주인공의 찬사를 읽노라면 마치 작가 자신이 소설 속의 인물에게 빠져든 것만 같다.
포우 특유의 오싹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후반부의 사투는 인상적이지만, 뻔하다 못해 공식에 가까운 결말은 심심할 뿐이다.

주인공의 변태적인 집착이 불러온 비극에 관한 ‘베레니체’, 전염병에 대한 공포를 형상화한 ‘붉은 죽음의 가면’, 죽음에 대한 몽환적인 공포와 반전이 인상적인 ‘구덩이와 시계추’ 등도 뭐 탁월하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한여름 밤에 읽기에는 충분히 재미있다.

폭풍우 치는 바다 위의 배를 배경으로 한 경솔한 호기심에 관한 이야기 ‘직사각형 상자’는 추리물에 가까운 구성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가장 흥미롭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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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내가 죽은 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영미 옮김 / 창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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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수작들은 일찌감치 소개되었나 보다. '비밀'이나 '백야행'을 비롯해서 좀 완성도 높은 최근작들은 국내 출판사들이 앞 다투어 번역, 출간해버린 것 같다.
요즘 소개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은 80~90년대의 초기작들이 많고 작품 자체의 치밀함이나 속도 또한 약간 허술한 편이다.

'옛날에 내가 죽은 집'은 표지부터 기시 유스케의 대작 '검은집'을 능가할 것처럼 보인다.
시뻘건 갈대밭에 촛불을 들고 서있는 소녀의 뒷모습과 그녀가 바라보는 불 켜진 검은집. 적어도 겉표지만큼은 올 여름 최고의 호러 소설 같다.

하지만 내용은 끝없이 지리하게 늘어지는 스릴러 소설이다.
주인공은 동창회에서 우연히 옛여자친구였던 사야카와 연락이 닿게 된다.
그녀의 부탁으로 돌아가신 그녀의 아버지가 살아생전에 가끔 들렀던 외딴 집을 조사하러 가게 된다.
그리고 먼지만 가득 쌓인 23년 전 11시 10분에 시계가 멈춰버린 그 집을 탐구하는 작업이 지루하게 계속된다.

한동안 두 주인공이 알아낸 것이라고는 어린 남자아이의 세 가족이 살았다는 사실, 20년도 더 지난 옛날 돈이 있다는 사실, 전기제품이나 달력이 없었다는 사실 등 그리고 사야카가 그 집에 있었다는 어렴풋한 기억뿐이다.
1/3 정도 이런 조사가 계속된 뒤에는 집에 있던 일기장을 탐구하는 작업이 계속된다.

물론 이 작품에서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깔끔한 글 솜씨는 나무랄 데 없다.
단 두 명의 주인공과 외딴 집이라는 소재만으로 시종일관 능수능란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다가 아이 방에 있던 천체망원경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촘촘하게 얽힌 복선과 반전들을 다양하게 준비해 놓았다.
역자의 허풍처럼 '실존소설'의 경지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누구에게나 모른 척 하고 싶은 '옛날에 자신이 죽은 집'이 있을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문장에는 충분히 공감이 간다.

하지만 이 작품의 불운은 너무 뒤늦게 출간되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작가의 집필 순서와 상관없이 차라리 '비밀'이나 '백야행'같은 걸작들보다 일찍 소개되었더라면 훨씬 더 후한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어쨌든 개인적으로는 무척 재미있게 읽은 편이다.
퍼즐 맞추기 스타일의 정통추리소설에 가까운 모범적인 구성의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음산하고 초초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기 때문이다.
익숙한 듯 낮선 이 작품에 몰입할 수만 있다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재능을 충분히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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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돈 - 정부와 은행이 쉬쉬하는 진짜 경제학 경제에 통하는 책 2
나선.이명로 지음 / 한빛비즈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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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전반부에서는 우리가 '경제학 원론'을 통해서 배웠던 이론들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그 설명이 너무 짤막한데다가 예전의 화폐 사진 같은 불필요한 자료보다는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표와 그래프를 사용했던 예전의 경제학 수업이 훨씬 더 이해하기 쉬웠던 것 같다.(도대체 역사 속의, 각 나라의 다양한 화폐 사진들은 왜 그리도 많이 수록한 것인지...)

그리고 저자들의 의견은 충분히 공감이 가지만 이 책을 읽는 거의 대부분의 독자들은 재테크를 목적으로 읽는 것이지 어설픈 화폐와 세금의 역사, 신용의 의미와 유동성 함정 같은 각종 경제 용어들을 익히기 위해서 이 책을 집어든 것이 아닐 것이다.(물론 진정한 재테크를 위해서는 그런 경제 지식들이 중요하다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심지어는 비트겐슈타인이나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한다.

초보 독자들이 읽기에는 의문스러운 부분도 꽤 있다.
저자는 BKX, S&P500 지수 등의 그래프를 통해서 2008년 10월의 주식폭락을 정확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 그럼 2009년 봄의 폭등세도 예상했었는지, 석유 가격과 주가지수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했는데 최근의 종합주가지수 폭등과 석유 가격의 회복은 경제의 회복이라는 설명에 적확한 사례가 될 수 있는 것인지 말이다.

물론 경제공황시대의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훌륭한 내용들도 섭섭하지 않을 만큼 충분히 수록되어 있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의 부동산의 가치를 폭등시킨다는 환상, 디플레이션에 대한 그릇된 공포심, 300억 달러의 통화 스왑의 정확한 의미 등 근거 없는 경제적 믿음을 차근차근 풀어서 설명해 준다.
'사실 대부분의 경제기사는 근본 원인에 대해서 조명하기보다는, 해당 뉴스가 어떤 영향을 줄 것이라는 희망을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심장한 문구는 특히 기억에 남는다.

최근 이 책을 비롯 인터넷의 유명한 논객의 책들을 많이 읽어봤다.
물론 이 책은 경제의 주기를 쉽고 선명하게 설명해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몇 권의 유명한 책을 읽을 시간이 없는 독자에게는 세일러의 책이 좀 더 괜찮은 책이라고 본다. 두 책이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내용도 아니고 내용이 크게 중복되지도 않지만, '흐름을 꿰뚫어보는 경제독해'가 훨씬 더 간결하고 이해하기 쉬우며 더 통찰력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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