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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볼 2 - 워런 버핏과 인생 경영
앨리스 슈뢰더 지음, 이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스노볼' 2권은 1980년대부터 최근 2008년의 경제위기까지 다루고 있다.
그동안 워런 버핏이 다루었던 굵직굵직한 거래들: 네브라스카 퍼니쳐 마트 인수, 코카콜라 주식 매입, 살로만 브라더스의 위기,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 인수 실패 등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이 세밀하고 상세하게 소개한다. 그 서술이 너무 자세하고 정밀해서 지루한 교양 다큐멘터리를 보는 기분이 들 정도다.
개인적으로는 버핏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더 궁금했지만, 독자들이 이 책을 읽는 목적은 버핏이 막대한 부를 일구어온 과정을 알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책에 수록된 지루한 이야기에서 버핏의 뛰어난 통찰력과 단호함, 건전한 원칙을 충분히 엿볼 수 있다.
물론 투자와 관련 없는 사적인 부분, 예를 들면 빌 게이츠와의 첫 만남 같은 부분도 인상적이다. 세계 제1, 제2의 부자들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소탈하고 솔직한 만남이 말이다.(빌은 버핏의 속임수 주사위 게임에 속지 않고 비밀을 알아낸 유일한 사람이었다.)
게이츠 부부의 결혼식과 찰리 멍거의 일흔 번째 생일이 겹쳤을 때에는 버핏의 성격이 잘 나타난다. 일정이 겹쳐서 한쪽을 실망시켜야 할 경우, 버핏은 보통 화를 더 많이 낼 것 같은 사람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2권에서는 버핏의 이야기 말고도 네브라스카 퍼니처 마트의 주인이었던 B 부인의 삶도 감동적이다.
맨손의 러시아 이민자 출신으로 큰 사업체를 일구어 냈으며 100살까지 현역에서 열심히 뛰었다는 점은 충분히 버핏의 존경을 받을만하다.
그리고 책에서는 수지의 헌신적인 삶을 좋게 표현하고 있지만, 개인적인 입장에서 보자면 쉽게 속여 먹을 수 있는 버핏의 부인을 아무도 가만두지 않았다는 표현이 더 정확한 것 같다. 버핏마저도 자기가 알았더라면 인정할 수 없는 방식으로 수지가 돈을 썼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으니까 말이다.
버핏은 자식들이 내미는 손을 냉랭하게 거절하며 빚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철저히 가르친 사람이었다. 수지 주니어마저도 "충분히 많이 배운 것 같으니 이제 그만 하셔야죠."라고 말할 정도로 말이다.
심지어는 공중전화 속으로 사라진 15센트를 두고두고 아까워했을 정도의 버핏이었으니 수지의 돈 씀씀이에는 얼마나 속이 쓰렸을까.
버핏이 살로먼의 보너스를 삭감하려 했을 때에는 직원들의 엄청난 반발에 부딪혀야 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아무도 몰랐다. 2008년 이후 수많은 금융회사들이 몰락하고 실직자들이 쏟아져 나온 뒤에야 사람들이 깨달았을 것이다. 그들의 화려함이 허상에 불과했고, 모래 위에 지은 성과도 같았다는 사실을 말이다.
버핏이 거둔 꾸준하고도 엄청난 수익을 시기하던 학자들과의 대결도 인상적이다.
그들은 줄기차게 효율적 시장 가설을 주장하며 버핏의 성공을 운이라고 조롱했지만, 실제로 이런 탁상공론을 믿는 독자는 없을 것이다.
버핏이 몇 번을 되풀이해서 강조했던 '난소 로또'도 기억에 남는다.
중국 여행 당시 보트를 끌던 사람 중에도 빌 게이츠가 될 사람도 있었을 테지만, 평생 힘들게 보트를 끌어야 하는 것이 그들의 운명이라는 것이다.
이는 버핏의 자신의 성공에 얼마나 겸손한지를 잘 알 수 있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이와 함께 평생 스무 차례의 투자 사용권만 있다면 훨씬 더 현명하고 큰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버핏의 말이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다. 그는 평생 같은 집에서 같은 아내와 살았던 것처럼 가볍게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버핏의 신중함을 엿볼 수 있는 일화도 있다.
만약 버핏이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의 주식을 샀더라면 첫 번째 부자 자리에 오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버핏은 일등이 되고 싶었음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위험을 피하는 것을 더 중요시했음을 잘 보여준다.
이는 IT열풍의 와중에서 그의 신중한 투자 때문에 부자 순위가 2위에서 40위로 떨어지면서 수많은 조롱을 받았던 사례를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심지어는 '추락한 천사'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들을 정도였다. 그 자신의 확고한 결심과 선명한 판단에 대한 가장 가혹한 시험대였을 것이다.
의문이 가는 문장도 있다.
흔히 버핏의 격언으로 알려진 것 중에 1원칙으로 돈을 잃지 마라, 2원칙으로 1원칙을 잊지 말라고 알려진 것이 있다.
하지만 본문에서는 '1원칙으로 돈을 잃지 말라... 2원칙은 1원칙을 잊어버리라는 것이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책의 끝부분에는 3페이지에 걸쳐서 한국 주식에 관한 내용도 나오는데, 한국의 우량기업들이 매우 싸다면서 버핏은 그것이 북한이라는 위험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후기에는 버핏의 피는 한 방울도 섞이지 않는 양손녀 니콜이 다큐멘터리에 출연해서 부적절하게도 버핏식의 모범적인 삶을 대변하는 사람으로 나왔다는 부분이 있다. 게다가 버핏의 재산에 대한 노골적인 욕심을 드러내는 부분도 그리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
따지고 보면 니콜의 어머니이자 버핏의 아들 피터와 이혼한 메리가 이혼한 뒤에도 여전히 버핏이라는 성을 버리지 않고, 버핏의 명성에 기댄 채 버핏의 이름을 빌려 여러 권의 책을 쓰고 있는 모습도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는다.(정식 이혼에 이르기까지 복잡하고 긴 사정들이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리고 '존중받는 며느리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한때 버핏의 며느리였다는 이유만으로 버핏의 투자 철학을 제대로 이해했다는 식의 주장도 그리 신빙성 있게 들리지 않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