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 살인 애거서 크리스티 추리문학 베스트 23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정성희 옮김 / 해문출판사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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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의 정교한 트릭이 빛나는 뛰어난 수작 중의 하나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마술살인'을 읽고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등장인물들의 관계가 너무나도 복잡하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간혹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산만함 때문에 흥미를 잃고는 하는데 '마술살인'에서는 본격적으로 대가족을 등장시킨다.

사건의 중심이 되는 노부인, 그녀의 첫번째 남편, 두번째 남편, 현재의 세번째 남편, 각각의 남편들의 자녀들, 아들과 딸들, 집안의 고용인, 손녀와 손녀의 남편... 정말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방만한 등장인물들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등장인물들이 본래의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가 무슨무슨 부인으로 불리곤 해서 또 한 번 혼동을 일으킨다.

본문의 내용 중에 잠자리에 든 미스 마플이 너무도 많은 생각들에 뒤섞여 윤곽을 잡을 수 없었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읽고 있는 독자들도 딱 그 심정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다행스러운 점이라면 이야기의 흐름이 매우 연극적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면, 정원의 벤치에 앉아있는 미스 마플이 한 인물과 대화를 통해서 집안의 일을 조금 파악한 뒤에 그 인물이 사라지면 또 다른 인물이 곧바로 나타나서 대화를 시작한다. 그 인물이 가버리면 또 시의 적절하게 또 다른 인물이 등장해서 필요한 정보를 이야기해주는 식이다. 이러한 체계적인 구성덕분에 그나마 조금씩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끼워 맞추면서 익숙해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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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상상
김다은 / 자음과모음(이룸)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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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 작품인 ‘위험한 상상’은 너무 짧은 이야기가 억지스럽고, 비약이 심해서 별로였다.
두 번째 작품인 ‘개만도 못한 소망’도 독일 통일, 지역 감정같은 대화가 등장하고, 성욕을 못 참아서 눈물을 흘리는 이야기를 이해할 수 없었다.

마지막 작품인 ‘초대받지 못한 그림들’은 이야기가 너무 길고 정교해서 오히려 소설적 재미는 덜했으며, 남편의 바람을 맞바람으로 풀어 버린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린 ‘교차로’는 좀 뜬금없었다.

하지만 나머지 5편의 단편들은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다.

남자를 찾아 헤매는 두 노처녀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말과 말’은 후반부의 반전이 유쾌하다.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밤’은 관계를 맺던 제자가 임신을 하자 고민에 빠지는 교수에 관한 이야기다. 결말이 좀 어정쩡하지만 심리묘사가 뛰어나다.

‘관계의 비밀’에서도 젊은 여자와 불륜에 빠져 있는 대학교수와 그 비밀을 알고 있는 보험설계사의 갈등이 흥미진진하다. 마지막 문장까지 일사천리로 매끄럽게 진행된다.

‘올림피아 호텔 입구의 회전문’은 톱니바퀴처럼 기각 막히게 맞아 떨어져 가는 정부인과 내연녀의 심리 변화가 기가 막히게 펼쳐진다.

‘귀자와 시인’에서는 외동딸을 위해 억척스럽게 돈만 벌어 온 귀자의 순박하고 어리석은 사고방식이 마지막까지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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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오늘의 추리소설 - 첫 섹스에 관한 보고서
한국추리작가협회 엮음 / 산다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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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단편집은 전체적으로 어디서 한번쯤 읽어봤던 분위기의 작품이거나 소재와 구성이 너무 뻔한 것이 아쉽다. 작품들의 분위기도 하나같이 미적지근하다.

각각 남자/여자의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보는 ‘다정다감’은 너무 모범적인 구성이 오히려 지루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마지막의 반전도 너무 관습적이다.

‘황금은 집’은 이야기가 뚝뚝 끊기는 것이 장편 분량의 소설을 단편으로 압축시켜 놓은 것 같다.

‘그녀만의 테크닉’은 뻔하다 못해 케케묵은 소재와 설정을 보여준다. 역시 ‘예전에 어디선가 읽었던 느낌’이 강하다.

‘첫 섹스에 관한 보고서’는 ‘지킬박사와 하이드’를 언급하는, 굉장히 형이상학적인 작품이다. 마지막 문장이 끝날 때까지 왜 재미가 있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나마 독특하고 색다르게 게임이론을 소개한 ‘교차로에서 만나다’가 읽을 만했고, 수록된 단편들 중 가장 드라마틱하고 마지막 반전이 인상적이었던 ‘보물찾기’가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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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티드 SE : 스틸북 DVD (2disc)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감독 / 유니버설픽쳐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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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티드’에는 총알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고 자동차가 텀블링에 가까운 묘기를 부리는 등의 말도 안 되는 장면들이 속출한다. 하지만 ‘스피드 레이서’처럼 무작정 만화적이지도 않고 원조였던 ‘매트릭스’와도 다른 발랄한 액션을 보여준다.

줄거리 또한 샐러리맨들의 판타지라고도 할 수 있는 간결한 이야기와 등장인물들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가 흥을 돋운다.

하지만 중반부 이후 늘어지는 줄거리와 마지막의 어설픈 액션은 영화 자체의 품격을 떨어뜨린다.
개인적으로 주인공이 킬러로 훈련받는 장면들에서 말이 너무 많았고, 고민이 너무 지나쳤고 결과적으로 그 부분의 분량이 너무 길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원티드’ 또한 많은 영화들이 피해갈 수 없는 ‘예고편이 전부’라는 욕을 먹어도 싼 작품이다.
킬러가 빌딩 창을 부수고 뛰어내리는 장면과 겁에 질려 웅크리고 있는 주인공을 멋지게 태우는 스포츠카가 나오는 장면은 초반에 소모되어 버리듯이 지나가고, 절벽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기차 장면도 거의 예고편이 전부이다.
정작 영화의 하이라이트여야 할 후반부의 클라이맥스는 김빠지는 반전 이후의 사족이 되어 버렸다.
쌍팔년도 홍콩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주인공의 질주와 대량난사 장면, 뚱보 칼잡이와의 어수선한 대결 장면은 작품의 마지막 부분이기 때문에 예고편에 없었던 것이 아니라 오히려 너무 식상하고 보잘 것 없는 장면이기에 빠진 것 같다.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감독은 러시아에서 이미 유명한 액션 감독이다.
부디 ‘로미오 머스트 다이’-‘엑시트 운즈’-‘크래이들 투 그레이브’ 등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만든 순서대로 점점 질이 떨어지며 소모되었던 안제이 바르코비악 감독이나 ‘페이스 오프’라는 걸작 이후 이렇다 할 성공을 보여주지 못하고 홍콩으로 돌아갔던 오우삼과 같은 길을 걷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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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시즌 6 박스세트 (7disc) - 일반 킵케이스
존 카사르 감독, 바네사 펄리토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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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인 팔머가 대통령으로 취임한지 3개월째, 11주 동안 미국 곳곳에서 연쇄테러가 일어난다.
지난 시즌에서 지옥 같은 엔딩을 맞았던 잭 바우어가 귀환하고 다시 가장 힘든 24시간이 시작된다.
첫 회부터 테러범과 자신의 목숨을 맞바꾸는 죽음의 계약을 맺게 되는데, 곧 엄청난 음모의 소용돌이 속에 빠지게 된다.

지난 다섯 시즌동안 잭의 냉혹함을 충분히 봤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시즌에서는 훨씬 더 잔혹하다. 사람의 목을 물어뜯어 죽이질 않나, 친 가족을 거리낌 없이 고문한다.

잭의 행동이 이제는 도를 넘어서서 다음 시즌쯤에는 크게 정치 문제가 될듯하다. 지난 시즌에는 중국 영사관에 침입하더니, 이번에는 러시아 영사관에 쳐들어간다.

하지만 처음으로 자신의 모습과 행동에 회의를 느끼는 바우어의 쓸쓸한 표정을 볼 수 있다.
시즌 내내 잭의 입에서는 더 이상 못하겠다는 말이 튀어나온다.

어쨌든 이번 시즌도 초반부터 쉴 틈도 없이 이어지는 재난과 위기가 펼쳐진다. 도로 위의 버스가 폭발하고, 주택가에 헬기가 추락하는 것은 오프닝에 불과했다는 듯이 분실된 다섯 개의 핵폭탄 중 한 개가 폭발한다.
그리고 이 핵탄두들은 잭의 아버지 회사에서 도난당한 것이다.(잭이 재벌가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좀 의외다.)
이번 시즌은 전체적으로 현장의 액션만큼이나 집무실이나 본부에서의 대립과 논쟁, 암투의 비중이 커졌다.
지금까지 등장했던 러시아와 이슬람 테러집단이 한꺼번에 등장하기도 한다.

클로이는 여전히 믿음직한 잭의 조력자이고 강직하고 유능한 리더 뷰캐넌과 캐런 보좌관도 변함없는 활약을 펼친다. 하지만 지난 시간 충실하게 잭을 도와왔던 커티스는 시즌 초반 허망한 결말을 맞는다.
아쉽게 사라지는 인물들만큼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도 많다.
팔머 대통령의 동생인 변호사와 클로이의 엔지니어 전남편 모리스, 잭의 결혼 전 여자이자 현재 형수인 메리언... 5시즌에 이어 등장하는 한 인물은 잭의 형으로 밝혀진다.(5시즌에서 에드워드 노튼이 잭의 동생으로 출연한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이번 형 캐릭터는 동글납작한 것이 잭과는 영 딴판이다.)
잭은 형과 아버지를 상대로 소리치고, 협박하고, 총을 겨누는 등 콩가루 집안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지난 시즌의 셰리 팔머, 니콜 지국장 등에 이어 이번 시즌에는 톰 레녹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CTU의 발목을 잡는 밉상 캐릭터로 등장한다. '넘버스'의 천재 수학교수같은 천진난만한 얼굴이 안어울리기는 하지만 초반에 확실한 비호감 모드를 보여준다.

테러-용의자-죽음-배신-음모...
지금까지 '24'를 지탱해왔던 뻔한 구성요소들이 다시 한 번 되풀이되는 시즌6은 확실히 지난 5시즌의 재미를 능가하지 못하는 범작 시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중반부부터는 폭발적인 이야기 전개를 보이며 '24'다운 긴장감을 선사한다.
또한 이번 시즌에서는 극단적인 상황이 어떤 것인지 여러 번 보여준다. 잭과 형의 관계에서 로건 전 대통령과 마사의 재회에서 말이다.
중간중간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의 굵직굵직한 비밀들이 밝혀지고, 마지막 엔딩 전에도 아리송한 여운을 남기는 관계가 밝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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