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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 초회한정 패키지 (2 Disc) - [고급 아웃박스 + 속박스 + 3단 디지팩 + 52P 책자]
윤제균 감독, 박중훈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웃음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블록버스터로서는 그럭저럭 볼만했다.
후반부의 과장된 감동에 비하면 전반부의 코미디는 역시 윤제균 감독답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야구장에서 보여주는 설경구의 추태가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그 부분을 제외하고는 부산 서민들의 애환이나 휴머니즘을 느낄만한 부분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다른 출연진인 김인권이나 이민기의 연기도 좋았지만, 늘 틀에 박힌 것 같은 엄정화의 표정들 그리고 과거의 그 박중훈이 맞나 싶을 정도로 시종일관 굳은 얼굴로 일관하는 박중훈이 아쉽다.
억지스럽다고까지 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 악다구니를 쓰고 싸늘하던 사람들이 대재난 앞에서는 갑자기 마음의 문을 열고 화합하는 것이 무작정 감동스럽지만은 않다.
감동을 위해서 무작정 나쁜 놈을 등장시키고, 악당을 개과천선시키고, 등장인물들을 죽게 만드는 것은 마치 쌍팔년도 영화를 보는 것 같아서 민망할 지경이다.
두 주연배우도 적절한 캐스팅이었는지 의문이 간다.
설경구라는 배우에 대한 다른 감정은 없지만, 아무리 봐도 설경구/하지원의 조합은 아버지와 딸을 보는 것 같아서 도무지 감정이입이 되질 않았다.(그런 느낌은 '싸움'이라는 영화에서 김태희/설경구를 볼 때도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도 아쉬웠던 것은 여실히 느껴지는 우리나라 특수효과의 한계다.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가 나올 때마다 늘 하는 말이 있다. 우리의 기술 수준과 제작비 규모에 이 정도면 잘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똑같은 돈을 내고 극장에 가고, 똑같은 가격을 주고 타이틀을 구매하는데, 언제까지 이런 변명을 들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다리 위로 떨어지는 컨테이너들의 만화스러움, 깨어져 내리는 빌딩 유리 조각들의 조악함...
'투모로우'나 '퍼펙트 스톰'에 참여했던 기술진이 합류했다고 하던데, 아무래도 그는 남의 나라 영화라고 안일하게 작업했는지 헐리우드에서 보던 수준에는 훨씬 못 미친다. 좀 심하게 말하면 마치 '용가리' 시절의 CG를 보는 것 같다.
하지만 개봉 전부터 이 작품을 대규모 블록버스터가 아닌 사람들의 이야기로 봐주길 원했다는 제작진의 말이 있었으니 조악한 특수효과를 탓해선 안 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