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파랑
견자단 외, 엽위신 / 대경DVD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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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선'을 먼저 보았기에 '살파랑'에 별다른 기대를 할 수가 없었다.
이미 '도화선'을 통해서 홍콩 액션 영화의 정점에 서 있는 견자단의 늠름한 모습을 충분히 감상했기 때문이다.
'살파랑'은 견자단이 '도화선'이라는 정점에 이르기까지의 전단계이자 과정에 불과한 미완성작이라는 선입견도 있었다.

확실히 '살파랑'의 액션 장면은 충분하지 않다.
제대로 된 액션 장면이라고는 견자단과 오경의 대결과 견자단과 홍금보의 대결 등 단 두장면 뿐이다.( 그 점은 '도화선'도 마찬가지였지만.)

하지만 이 작품에서도 견자단의 막가파식 액션은 찬란하게(!) 빛난다.

홍콩 액션 영화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는 합의 액션을 싫어하는 견자단이 본격적으로 각성하는 작품이 바로 이 '살파랑'이다.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견자단은 실제로 액션 영화에서 상대방의 킥과 펀치가 미리 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가볍게 피하거나 막아내는 스타일의 액션을 무척 싫어한다고 한다.
그는 맞을 건 맞고, 던질 건 던지면서 서로 얽히는 액션을 추구하기 시작했고, 그 첫 결과물이 바로 '살파랑'의 액션이다.
물론 아직은 관습적인 홍콩식 액션 스타일이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에 다소 어정쩡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완전히 이종격투기식의 액션에 적응한 '도화선'보다 훨씬 호쾌하면서도 박진감 넘치는 맛이 있다.
무엇보다도 견자단과 홍금보의 대결이다! 그 대결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액션 팬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데 홍금보는 아직도 충분히 빠르며, 충분히 가볍다.(성룡이 헐리우드에서 보여주는 슬로우 모션같은 액션을 생각하면 홍금보의 액션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물론 헐리우드 시스템에서는 철저한 계약에 따라 배우가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리고 '도화선'과는 다른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가 전반에 흐른다.
줄거리도 그렇거니와 마치 뭔가 잘 안풀리는듯한 답답함이 시종일관 작품의 분위기를 지배하는데 이것이 보는 이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그래서 마지막 견자단과 홍금보의 액션은 통쾌하고 화끈하다기 보다는 좀 처절하고 비극적이다.

타이틀의 서플은 홍콩영화답게 부실하기 그지없지만 굳이 볼거리를 찾는다면 견자단의 액션 장면 해설이다. 견자단의 선배(홍금보)에 대한 존경과 자신만의 무술 철학, 세월에 대한 아쉬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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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 초회한정 패키지 (2 Disc) - [고급 아웃박스 + 속박스 + 3단 디지팩 + 52P 책자]
윤제균 감독, 박중훈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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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블록버스터로서는 그럭저럭 볼만했다.
후반부의 과장된 감동에 비하면 전반부의 코미디는 역시 윤제균 감독답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야구장에서 보여주는 설경구의 추태가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그 부분을 제외하고는 부산 서민들의 애환이나 휴머니즘을 느낄만한 부분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다른 출연진인 김인권이나 이민기의 연기도 좋았지만, 늘 틀에 박힌 것 같은 엄정화의 표정들 그리고 과거의 그 박중훈이 맞나 싶을 정도로 시종일관 굳은 얼굴로 일관하는 박중훈이 아쉽다.

억지스럽다고까지 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 악다구니를 쓰고 싸늘하던 사람들이 대재난 앞에서는 갑자기 마음의 문을 열고 화합하는 것이 무작정 감동스럽지만은 않다.
감동을 위해서 무작정 나쁜 놈을 등장시키고, 악당을 개과천선시키고, 등장인물들을 죽게 만드는 것은 마치 쌍팔년도 영화를 보는 것 같아서 민망할 지경이다.

두 주연배우도 적절한 캐스팅이었는지 의문이 간다.
설경구라는 배우에 대한 다른 감정은 없지만, 아무리 봐도 설경구/하지원의 조합은 아버지와 딸을 보는 것 같아서 도무지 감정이입이 되질 않았다.(그런 느낌은 '싸움'이라는 영화에서 김태희/설경구를 볼 때도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도 아쉬웠던 것은 여실히 느껴지는 우리나라 특수효과의 한계다.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가 나올 때마다 늘 하는 말이 있다. 우리의 기술 수준과 제작비 규모에 이 정도면 잘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똑같은 돈을 내고 극장에 가고, 똑같은 가격을 주고 타이틀을 구매하는데, 언제까지 이런 변명을 들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다리 위로 떨어지는 컨테이너들의 만화스러움, 깨어져 내리는 빌딩 유리 조각들의 조악함...
'투모로우'나 '퍼펙트 스톰'에 참여했던 기술진이 합류했다고 하던데, 아무래도 그는 남의 나라 영화라고 안일하게 작업했는지 헐리우드에서 보던 수준에는 훨씬 못 미친다. 좀 심하게 말하면 마치 '용가리' 시절의 CG를 보는 것 같다.
하지만 개봉 전부터 이 작품을 대규모 블록버스터가 아닌 사람들의 이야기로 봐주길 원했다는 제작진의 말이 있었으니 조악한 특수효과를 탓해선 안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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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 리템션
존 카사르 감독, 키퍼 서덜랜드 출연 / 20세기폭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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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한번은 이런 작품이 나올 줄 알았다.
‘24’ 시리즈는 그동안 끊임없이 영화화 소문이 있었는데 작가 파업으로 인한 시즌 중단 덕분에 이런 짤막한 잭 바우어의 활약을 볼 수 있게 됐다.

두 시간짜리 연작 에피 '리뎀션'은 6시즌과 7시즌을 잇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7시즌에 등장하는 악당들이 모두 소개되며, 7시즌에서 전개되는 사건의 중요한 단서들을 제시한다.

상원의 소환명령을 피해서 세계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던 잭은 현재 특수부대시절 동료가 있는 아프리카의 내전지역 샹갈라에 머물게 된다.
이곳은 주마 장군이라는 자가 소년들을 납치해서 반군 병사로 키우고 있는 중이다.
미국에서는 힐러리를 쏙 빼닮은 테일러 대통령의 취임식을 2시간 앞두고 있다.

그리고 아프리카의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잭 바우어의 짧고 굵은 2시간이 펼쳐진다.

하지만 이번 연작에피가 다른 부작 시즌에 비하면 긴장감이 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두 시간의 실시간 액션은 잭 바우어의 활약을 담기에 너무도 짧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현대자동차가 PPL에 참여해서 미드에 등장하는 다양한 국산차들을 볼 수 있다.
영사관 직원을 태우고 초원을 달리는 SUV는 H사의 산타페다.
한 등장인물이 차의 네비게이션을 켜는데 '제네시스'라는 영문이 또렷이 보인다. 핸들의 H마크도 몇 번이나 보여준다.('본 슈프리머시'에서처럼 강에 처박히는 구닥다리 소나타가 아니라서 기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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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의 눈물 샘깊은 오늘고전 12
나만갑 지음, 양대원 그림, 유타루 글 / 알마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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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나라의 왕이 최초로 다른 나라의 왕에게 무릎을 꿇고 엎드려 머리를 처박은 굴욕적인 사건 '병자호란'을 다룬다. 당시 전쟁의 참화 속에서 왕을 수행하며 보고 듣고 직접 겪은 일들을 적어 내려간 나만갑의 책 '병자록'을 풀어 쓴 책이다.

외적의 침입이 늘 그렇듯이 병자호란도 우리 민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전쟁이다.
왕은 남한산성에 틀어박혀서 적장의 눈치 보기 바빴으며, 백성들은 청나라 군대의 유린 속에 비참한 삶을 견뎌내야 했다. 그 와중에도 벼슬아치와 장수들은 자신의 몸을 보존하기 바쁘거나, 편협하고 그릇된 시야를 버리지 못한채 상황을 점점 더 위기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병자록'을 쓴 나만갑은 격정적으로 울분을 토하거나 누구의 잘못을 쉽게 지적하지 않는다.
다만 "세월이 흘러... 그때 일을 잊을까봐 두려워 기록한다"는 뜻에 맞게 모든 상황을 너무도 차분하고 담담하게 써내려간다.
심지어는 그토록 다급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명분을 위해 자살을 시도하거나 단식을 하는 척화파 사람들조차 쉽게 비난하지 않는다.

하지만 행간마다 배어 있는 그의 안타까움과 슬픔, 분노는 읽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게다가 이 책의 저자가 자신의 감정을 이입시키지 않은 채 객관적인 입장에서 '병자록'을 쉽게 풀어쓴 덕분에 '남한산성의 눈물'은 어른들은 물론 청소년들까지 쉽게 읽을 수 있는 훌륭한 역사책이 되었다.

확실히 우리가 역사에서 배워야 할 것은 광개토대왕의 대륙 정벌, 장보고의 해상왕국같은 승리의 역사만은 아닐 것이다. 패배의 역사, 굴욕의 역사도 잊지 말고 젊은 세대들에게 가르쳐 주어야 한다.
하지만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위인전들을 보면 대부분 찬란하고 아름다웠던 시절의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그런 의미에서 '남한산성의 눈물'은 우리가 기억해야 할 소중한 기록을 담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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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모 7집 - Second Half
조성모 노래 /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Stone Music Ent.)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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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모는 여전히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하지만 그의 음성에는 다른 모기 소리 가수들과 달리 훨씬 흡입력 있는 촉촉함이 묻어있다.
그렇기 때문에 터질 듯한 클라이맥스가 없는 첫 곡 '그 사람'같은 심심한 곡도 듣는 이의 심금을 울린다. 아련한 옛사랑을 생각나게 하는 '조성모'만의 음색으로 부른 곡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깨에 힘을 뺀 이런 심심한 곡조가 이번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다.
두 번째 곡인 '이야기'도 그렇고, 심지어는 타이틀 곡 '사랑했었다'마저 폭발하는 듯한 열창이나 울부짖는 듯한 괴성, 이제 유행의 끝물에 있는 소울음 소리도 없다.

조성모는 더 이상 '발라드의 황제' 신승훈을 능가하는 '발라드의 황태자'가 아님에는 확실하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목소리에는 심금을 울리는 그 무엇이 담겨 있다.

그래서 이번 7집은 이런저런 세상풍파에 달관한듯한 원숙한 분위기의 곡들을 차분히 감상할 수 있는 앨범이다.
타이틀곡 '사랑했었다'도 처음 들으면 너무 심심한 느낌에 뭔가 허전하다. 처음부터 듣는 이의 가슴을 후비는듯한 'To Heaven'같은 흡입력은 없다. 하지만 자꾸만 듣다보면 나도 모르게 익숙해지는 선율이 편안하게 다가온다.

J와 함께 한 '너에게로 가는 길'은 언뜻 밋밋하게 들릴 뿐이지만, 가냘픈 둘의 목소리가 기막힌 조화를 이룬다.

조성모가 팬들을 위해서 작정한 듯 달콤한 목소리로 부르는 '그녀를 잘 부탁합니다'는 확실히 좀 밋밋하다.

전체적으로 잔잔한 분위기의 앨범에서 조금 강하게 부르는 '그댈 위한 나의 노래'는 팬들을 향한 뜨거운 사랑이 담겨있는 것처럼 들린다.

이승환 작곡의 '아팠잖아'도 좀 센 분위기의 곡인데 이 곡은 조성모가 잘 안 나가던(!?) 4, 5집 시절의 뻔한 노래들을 떠올리게 한다.

'사랑의 역사'는 타이틀곡으로 했어도 괜찮았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 나름 격정적인 분위기의 곡이다.

7집의 노래들은 더 이상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애절함이 넘쳐흐르는 발라드가 아니다. 피곤에 지친 밤 편안하게 소파에 앉아서 맥주 한 병과 느긋하게 감상할 수도 있고, 스산하게 낙엽이 날리는 가을날 오후 창밖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과 여유롭게 감상할 수도 있는 곡들이다.

조성모가 히트가수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버리고 좋은 노래를 위해서 자신의 색깔을 점차 찾아가는 것 같아서 다음 앨범이 더욱 기대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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