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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멜라니 로랑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확실히 타란티노는 좋은 의미에서건 나쁜 의미에서건 간에 그 자신만의 강력한 아우라를 뽐내는 작품들을 만들어낸다.
'바스터즈'도 예외는 아니다.
그저 한바탕 시원하게 즐겨보자는 식으로 막나가는 줄거리는 '뻥'이 너무 심해서 도무지 한치 앞을 짐작할 수 없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애초에 농담처럼 시작된 스토리는 타란티노 감독의 자극적인 스타일에 배우들의 과장된 연기까지 더해져서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막 나가 버린다.
무엇보다도 타란티노 감독은 매 영화마다 배우들을 재발견해낸다. 그가 이미 한물 간 중견배우이건, 헐리우드를 대표하는 톱스타이건 간에 새로운 모습을 끄집어낸다.
'펄프 픽션'에서는 존 트라볼타를 부활시켰고, '킬 빌'에서는 우마 써먼을 변신시켰다.
'바스터즈'에서는 미국을 대표하는 미남 배우 브래드 피트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여러 번 브래드 피트의 진지한 연기를 봐왔지만, 이 작품에서만큼은 똘기 넘치는 무대뽀 느끼 마초남의 전형을 감상할 수 있다.
첫 등장에서 부하들을 독려하는 걸쭉한 입담이 인상적인데, 그것보다 더 인상적인 장면은 이탈리아인 스턴트맨의 신분으로 극장에 잠입해서 독일 친위대 장교와 대면하는 부분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란다 대령의 수다에 시종일관 안절부절 못하는 표정을 짓는데, 그 터질 듯한 당혹감이 얼굴에 노골적으로 드러날 만큼 참으로 정직한 표정연기를 선보인다.
하지만 브래드 피트보다 더 놀라운 사람은 깐느가 인정한 크리스토퍼 왈츠라는 배우다.
나치 친위대인 란다 대령 역을 정말 멋지게 소화해냈다.
멋진 악역 연기라고 하면 희번덕거리는 싸이코 눈빛이나 거만함이 넘치는 것 같은 과장된 얼음 표정 연기가 대부분인데, 이 배우는 마치 자신의 일을 지나치게 성실히 하는 소시민 같은 악역 연기를 펼쳐 보인다. 너무 진지해서 우스꽝스럽게 보일 정도지만 적어도 그가 등장해서 대사를 이어가는 순간만큼은 숨조차 크게 쉴 수 없을 만큼 긴장감이 넘친다.
물론 일일이 거론하지 못한 다른 주, 조연 배우들도 훌륭한 연기를 선보인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도 타란티노 특유의 수다가 폭발한다.
영화 속 인물들은 혼자서 떠들고, 일방적으로 떠들고, 서로 떠들고... 계속 떠들어댄다.
하지만 그 수다 장면이 몇 번의 총격 장면보다 훨씬 더 흥분되고 박진감 넘친다.
그 중에 압권은 독일 장교로 변장한 미군과 스파이인 독일 여배우가 등장하는 술집 장면이다.
미군들의 정체는 계속 탄로 날 듯 탄로 나지 않는데, 중간에 한 독일 장교가 술자리에 끼어들면서 긴장감은 더욱 높아진다.
물론 타란티노 감독의 작품들이 워낙 취향을 많이 타는 작품이기 때문에 이런 쌍팔년도 스타일의 잔혹함이 황당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도 '저수지의 개들'같은 경우는 무척 몰입해서 봤지만, '킬 빌' 시리즈는 그 터무니없는 개폼이 좀 지겨웠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