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프레지던트 (2disc)
장진 감독, 고두심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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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 감독이 탁월한 이야기꾼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평범한 관객의 입장에서도 가끔은 그의 영화가 지저분할 정도로 산만하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하지만 '아는 여자'나 '킬러들의 수다'처럼 비교적 아기자기한 규모의 영화에서는 그런 단점이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쏠쏠한 웃음과 소소한 감동을 선사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장동건이라는 거대한 스타를 등에 업고 규모만 무지막지하게 키운, 장진 감독의 작품들 중 가장 엉성하고 허무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것저것 많은 이야깃거리와 다양한 장치들을 풀어놓기는 하는데, 마치 나오다 만 재채기처럼 시원하지 못한 웃음, 힘 있고 거창한 정치를 이야기하지만 낯간지러울 정도로 얄팍한 대사들, 뭔가 인간적인 면을 많이 담으려고 한 것 같은데 별로 공감도 가질 않고 감정이입도 잘 되지 않는 등장인물들...
중구난방으로 수습할 수 없을 만큼 사건들은 커지지만, 재미는 시청률 한자리수대의 시트콤 수준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작품을 너무 재미있게 봤다는 포털 사이트의 리뷰들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영화는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개봉해서 소리 소문 없이 막을 내렸으니 그런 리뷰들이 크게 신뢰가 가는 것은 아니지만.)

관객으로서의 깜냥이 고작 요 정도라면 뭐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장진 감독을 너무 좋아했기 때문에('아는 여자'같은 경우는 서른 번을 넘게 계속 보면서 여전히 재미있게 즐기고 있는 중이다.) 이번 영화에서 실망을 넘어 절망까지 느껴진다.
이 작품은 끝까지 보는 것이 힘들 정도로 재미가 없었다.
첫 대통령 이순재가 등장하는 부분은 중반부 이후에 대한 기대감으로 버텼고, 두 번째 대통령 장동건이 등장했을 때는 지루함을 이기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마지막 세 번째 대통령 고두심이 등장하는 부분은 비몽사몽간에 본 것 같기도 하고 중간에 잠이 들어버린 것 같기도 하고...

도대체 박해일 같은 배우가 뭐 하러 이런 영화에 그따위 역할로 출연했는지도 이해가 가질 않는다. 물론 초라한 배역이지만 그의 연기는 빛났다고 생각한다.
우연찮게도 박해일이 등장하는 방구 장면이 영화 속에서 가장 웃긴 장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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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10-03-25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진의 아기자기한 맛도 없고... 정말 '뭥미?'다 싶은 영화였어요...
 
다우트 (1disc)
메릴 스트립 외, 존 패트릭 셰인리 / 브에나비스타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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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꽉 짜인 긴장감이 넘치는 연극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등장인물들은 사무실이나 벤치에 앉아서 대화를 나눌 뿐이고, 그럴듯한 반전이나 마지막에 밝혀지는 엄청난 음모 따위는 나오지 않는다.
관객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결말은 커녕 제목에서 보는 것처럼 의심으로 시작해서 의심으로 서로를 비난하고, 의심으로 끝나는 작품이다. 주인공들은 상대방을 의심하고 주변 사람을 의심하고 결국에는 스스로를 의심한다.

정말로 이 영화에는 각본의 복잡함이나 이리저리 꼬아놓은 반전이 없다.
두 아카데미 수상 배우의 불꽃 튀는 연기 대결만 볼만하다.
칼로 베어낸듯한 간결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여러 배우들의 연기가 시종일관 보는 이를 압도한다.
오로지 규율만을 중시하는 깐깐한 성격의 교장 수녀역의 메릴 스트립과 자유롭고 유쾌한 분위기의 신부역의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의 연기가 이 작품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상대방에 대한 의심으로 시작해서 자신에 대한 의심으로 끝맺는 메릴 스트립의 연기가 조금 더 눈에 띄긴 했다. 물론 세상에 대한 순진한 믿음을 갖고 있는 젊은 수녀역의 에이미 아담스를 비롯한 조연들의 연기도 훌륭하다.)

특히 전화벨이 울리는 와중에도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 설전은 두 배우가 얼마나 카리스마 넘치는 명배우인지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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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멜라니 로랑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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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타란티노는 좋은 의미에서건 나쁜 의미에서건 간에 그 자신만의 강력한 아우라를 뽐내는 작품들을 만들어낸다.
'바스터즈'도 예외는 아니다.
그저 한바탕 시원하게 즐겨보자는 식으로 막나가는 줄거리는 '뻥'이 너무 심해서 도무지 한치 앞을 짐작할 수 없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애초에 농담처럼 시작된 스토리는 타란티노 감독의 자극적인 스타일에 배우들의 과장된 연기까지 더해져서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막 나가 버린다.

무엇보다도 타란티노 감독은 매 영화마다 배우들을 재발견해낸다. 그가 이미 한물 간 중견배우이건, 헐리우드를 대표하는 톱스타이건 간에 새로운 모습을 끄집어낸다.
'펄프 픽션'에서는 존 트라볼타를 부활시켰고, '킬 빌'에서는 우마 써먼을 변신시켰다.
'바스터즈'에서는 미국을 대표하는 미남 배우 브래드 피트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여러 번 브래드 피트의 진지한 연기를 봐왔지만, 이 작품에서만큼은 똘기 넘치는 무대뽀 느끼 마초남의 전형을 감상할 수 있다.
첫 등장에서 부하들을 독려하는 걸쭉한 입담이 인상적인데, 그것보다 더 인상적인 장면은 이탈리아인 스턴트맨의 신분으로 극장에 잠입해서 독일 친위대 장교와 대면하는 부분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란다 대령의 수다에 시종일관 안절부절 못하는 표정을 짓는데, 그 터질 듯한 당혹감이 얼굴에 노골적으로 드러날 만큼 참으로 정직한 표정연기를 선보인다.

하지만 브래드 피트보다 더 놀라운 사람은 깐느가 인정한 크리스토퍼 왈츠라는 배우다.
나치 친위대인 란다 대령 역을 정말 멋지게 소화해냈다.
멋진 악역 연기라고 하면 희번덕거리는 싸이코 눈빛이나 거만함이 넘치는 것 같은 과장된 얼음 표정 연기가 대부분인데, 이 배우는 마치 자신의 일을 지나치게 성실히 하는 소시민 같은 악역 연기를 펼쳐 보인다. 너무 진지해서 우스꽝스럽게 보일 정도지만 적어도 그가 등장해서 대사를 이어가는 순간만큼은 숨조차 크게 쉴 수 없을 만큼 긴장감이 넘친다.

물론 일일이 거론하지 못한 다른 주, 조연 배우들도 훌륭한 연기를 선보인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도 타란티노 특유의 수다가 폭발한다.
영화 속 인물들은 혼자서 떠들고, 일방적으로 떠들고, 서로 떠들고... 계속 떠들어댄다.
하지만 그 수다 장면이 몇 번의 총격 장면보다 훨씬 더 흥분되고 박진감 넘친다.
그 중에 압권은 독일 장교로 변장한 미군과 스파이인 독일 여배우가 등장하는 술집 장면이다.
미군들의 정체는 계속 탄로 날 듯 탄로 나지 않는데, 중간에 한 독일 장교가 술자리에 끼어들면서 긴장감은 더욱 높아진다.

물론 타란티노 감독의 작품들이 워낙 취향을 많이 타는 작품이기 때문에 이런 쌍팔년도 스타일의 잔혹함이 황당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도 '저수지의 개들'같은 경우는 무척 몰입해서 봤지만, '킬 빌' 시리즈는 그 터무니없는 개폼이 좀 지겨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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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맥스 페인
존 무어 감독, 마크 월버그 출연 / 20세기폭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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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성한 줄거리, 밋밋한 연기, 심심한 액션...
처음에는 '맥스 페인'이 우베 볼 감독의 작품인 줄 알았다.

하지만 놀랍게도 감독은 '에너미 라인스'라는 박진감 넘치는 전쟁액션 영화를 데뷔작으로 찍은 존 무어 감독이다.(물론 이후 긴장감 없는 영화들을 찍어내긴 했지만.)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와중에 맥스 페인이 경험하는 맥스 페인(Max Pain)도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심하게 말하면 영화의 모든 것이 밋밋하고, 밋밋하고 또 밋밋할 뿐이다.

원작 게임의 설정을 전혀 빌려오지 않았는데, 그럴 거면 감독이 창의적인 태도를 갖고 한 번 제대로 만들어 보던가 원작이 인물들과는 전혀 동떨어진 카리스마 제로의 악당들과 반전 같지도 않은 반전, 음울한 주인공의 심경을 전혀 느낄 수 없는 OST 등으로 관객을 김빠지게 만든다.

감독이 그토록 자신있어했다던 불렛타임 또한 '매트릭스'의 1/10에도 못 미치는 장면으로 차라리 슬로우 모션이 더 나을 뻔했다는 생각이 든다.

예고편에서 보았던 악마에 의해 창밖으로 던져지는 죽음은 영화 중간에 단역이 죽는 장면에서 단 한 번 나올 뿐이다.
이후에는 적절하지 못한 슬로우 액션과 쌍팔년도 홍콩 영화를 생각나게 하는, 총알이 떨어지지 않는 권총 액션들뿐이다.

극강의 광기와 카리스마를 갖고 있어야 할 악당 루피노는 너무 순박하게 생긴 '프리즌 브레이크'의 수크레 형님이다. 잔뜩 인상을 써보지만 악마성과 잔인함은 도저히 느낄 수 없다.

아내의 복수를 위해서 주인공이 총을 드는 영화라면 '퍼니셔2'같은 B급 영화들이 훨씬 더 나았다.
적어도 시종일관 뻣뻣한 표정으로 고뇌하는 주인공의 모습 따위는 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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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 파더
넬슨 맥코믹 감독, 셀라 워드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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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원작의 소재가 되었다는 실제 사건이 훨씬 더 오싹하다.
1971년 전직 회계사였던 존 리스트는 정신적, 경제적 문제로 고민하다고 어머니와 아내를 비롯한 온 가족을 요단강 너머로 보내버린 뒤에 다른 곳에서 다른 가족을 이루고 20년 가까이 살다가 체포되었던 사건이다.

작품 속에서 희생자가 살해당하는 타이밍이 기막히게 예측 가능하다. 괜히 오지랖 넓게 끼어드는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알맞은 순간에 알맞은 방법으로 죽음을 맞는다.
'이쯤이면 뒤에서 등장하겠군'하는 시점에 데이비드가 공격해오기 때문에 굳이 놀랄 필요마저 느끼지 못할 정도로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

시종일관 그런 식으로 밋밋한 사건들이 느슨하게 전개된다.
데이비드는 시종일관 장황하게 진정한 가족에 관해 떠들지만 별로 귀담아듣고 싶을 만큼 설득력은 없다. 불꽃 튀는 심리 대결, 숨 막히는 긴장감 따위도 찾아볼 수 없다.

마지막에 데이비드의 정체가 완전히 탄로 나는 순간부터 주인공들 간의 격투는 나름대로 손에 땀을 쥐게 하지만 너무 모범적인 구성으로 오히려 공포감이 떨어졌다.
뭐, 좋게 말해서 '모범적인 구성'이지 한마디로 너무 뻔한 결말 처리는 정말 창의성 없게 원작을 리메이크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무엇보다도 가장 아쉬운 것은 연쇄살인마 데이비드와 맞서게 되는 인물이 연약한 아줌마도 아니고, 어린 소년도 아닌 군사학교 출신의 건장한 아들이라는 점이다.
솔직히 보는 내내 걱정되는 점이 좀 연약해 보이는 중년의 아저씨인 데이비드 정도는 10대 후반의 수영선수 출신 마이클이 한방에 보내버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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