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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게인스트 더 다크
스티븐 시걸, 리처드 크루도 / 소니픽쳐스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시걸 형님은 2009년도에만 무려 4편의 영화를 찍었지만 딱히 인상적인 작품도 없었고, 누구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작품은 더더욱 없었다.
이 작품에서는 좀비를 등장시켜 나름대로 신선한 시도는 계속하는 것 같은데, 역시 문제는 소재의 단순함이 아니라 시걸 형님의 표정만큼이나 단순한 액션과 단순한 패턴, 싸구려 연기에 있다.
밀폐된 공간의 공포, 쫒기는 자의 긴장감 그런 것은 전혀 없다.
아무리 다른 등장인물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긴박감 넘치게 뛰어 다녀도 시걸 형님만큼은 시종일관 느긋한 무표정으로 어슬렁거릴 뿐이다.
'죽음의 표적'에 나오는 부두교 주술사도, '언더 시즈2'에 나오는 최루탄 먹는 특수부대도, '데인저러스 맨'에 나오는 쿵푸에 능한 중국인 군인도 시걸 형님에게는 상대가 되질 않았다.
(아! 한 명 있다. '클레멘타인'에 나왔던 한국의 이동준 형님.)
시걸 형님의 강함은 가히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었다.
결국 천하무적의 시걸은 좀비들도 날렵한 칼질 두어 번으로 그냥 보내버리신다.
'새벽의 저주'나 '레지던트 이블'같은 수많은 좀비 영화들을 봐왔지만, '어게인스트 더 다크'에서만큼은 좀비가 불쌍해 보일 지경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어게인스트 더 다크'는 기존 좀비 영화들의 한계를 극복한 새로운 영화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더 이상 좀비가 인간에게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시걸 형님이 좀비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좀비라면 어린 아이조차도 사정없이 끝내버린다.
한편으로는 스티븐 시걸의 영화라면 무조건 한 수 접고 평가하는 세간의 시선이 좀 야속할 뿐이다.
어설픈 연기, 앞뒤가 안 맞는 설정, 말도 안 되는 줄거리는 어차피 B급 영화의 특징이 아닌가.
이 작품은 2009년도에 찍어냈던 4편의 작품들 중 그나마 괜찮은 편에 속하기 때문이다.
긴장감은 물론 액션조차도 거의 없었던 '더 키퍼'같은 작품에 비하면 시종일관 쫓겨 다니는 인물들이 떼거지로 등장하고, 시걸 형님의 액션도 그럭저럭 많이 등장한다.
또한 주인공도 아닌 타오(스티븐 시걸)의 사냥꾼 부하들이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을 선사한다. 특히 더 락을 닮은 사냥꾼의 액션 연기가 눈부시다.
다만 아쉬운 점은 시걸 형님이 일본도를 들고 다니시기 때문에 특유의 우드득 액션을 감상할 기회가 없다는 점이다.
마치 맛없는 짜장면이나마 배부르게 먹긴 하는데 단무지가 없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앞으로 두 번 다시 '언더 시즈'나 '엑시트 운즈'같은 시걸 형님의 A급 영화는 볼 수 없을 것 같은 슬프고도 안타까운 예감이 든다.
P. S. 영화 소개 글에는 좀비가 아니라 뱀파이어라고 되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좀비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