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 자본주의 사용설명서 / CEO, 정조에게 경영을 묻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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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 참을 수 없이 궁금한 마음의 미스터리
말콤 글래드웰 지음, 김태훈 옮김 / 김영사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일단 저자의 이전 작들인 '아웃라이어', '블링크'의 명성을 생각한다면 이 책이 베스트셀러이건 아니건 간에 읽지 않을 수 없는 걸작임에 틀림이 없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 책이 말콤 글래드웰의 본격적인 저작이 아니라 1996년부터 기자로 일하면서 언론매체에 썼던 글들을 모은 내용이라는 것이다.
심지어는 '아웃라이어'에서 다뤘던 1만 시간의 법칙에 관한 이야기도 비슷하게 반복된다.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독창적이며 독자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훌륭한 책임에는 틀림이 없다.
개인적으로도 기존의 통념에 도전하는 내용의 글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 책 또한 마음에 쏙 들 수밖에 없었다.
피터 린치는 투자가에게 중요한 것은 통계학이나 경제학보다 역사, 철학 같은 인문학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말콤 글래드웰이 역사학을 전공했다는 사실은 그의 시각을 더욱 넓혀준 것이 아닐까 싶다.
선정적인 글쓰기를 일삼는 다른 기자들은 빅터 니더호퍼같은 거물들을 추켜세우기 바쁘겠지만, 말콤 글래드웰은 월 스트리트의 이단아인 나심 탈레브의 시각에서 조심스러운 판단을 내린다.
저자는 '지금껏 계속되어 온 과거의 성공들이 앞으로의 변화무쌍한 환경에서의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의견을 시종일관 강조한다.(그 이야기를 더욱 강렬하게 표현한 것이 나심 탈레브의 ‘검은 백조’다.)
책의 다른 부분에서 언급하는 프로에 입단한 미식축구 선수의 사례 등에서도 그렇다.
낯간지러운 칭찬일지는 모르겠지만 말콤 글래드웰은 시드니 셀던과는 다른 의미에서 언어의 마술사임에 틀림이 없다.
따라서 이 책에서 인상 깊은 구절을 찾는다는 것은 별 의미가 없는 것 같다.
한 문단 한 문단, 문장 하나하나가 대부분 인상적이며 놀라운 통찰력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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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본능적으로 세상, 사물, 사람, 일이 흥미롭지 않다고 가정한다. 그래서 텔레비전 채널을 10번이나 바꾸다가 11번째에 겨우 멈춘다. 서점에 가면 12권의 소설책을 뒤적인 후에야 겨우 1권을 고른다. 우리는 걸러내고 순위를 매기고 판정한다. 사실 이것은 당연한 행동이다. 세상에는 너무도 많은 것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글을 쓰려면 이러한 본능과 매일 싸워야 한다.
- p9
사실 우리는 니더호퍼처럼 되고 싶어 하기 때문에 그런 사람에게 끌린다. 우리는 대실패의 위험을 감수하거나 파국을 맞고도 다시 돌아오는 것을 용기라고 부른다. 그러나 탈레브와 니더호퍼의 사례, 그리고 불안정한 우리 시대의 교훈은 그것을 잘못된 시각임을 말해준다. 오히려 본능적인 충동을 억누르고 불의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고통스런 과정을 감내하는 것이 더 용기 있고 영웅적인 행동이다.
- p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