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국영 석유 기업, 글로벌 경제의 마지막 화두 지속성장, 역사에서 리더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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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국영 석유 기업 - 세계 석유시장을 움직이는 중동의 국영 석유 기업을 파헤치다
발레리 마르셀 지음, 신승미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세계 석유 매장량의 90퍼센트가 국영 기업에 위임되어 있다고 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5대 국영 석유 기업은 세계 석유의 25퍼센트를 생산하고 세계 석유 매장량의 50퍼센트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몇몇 기업의 카르텔을 통해서 유지되고 있는 곡물업계와 마찬가지로 석유 산업 또한 세계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이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람코, 쿠웨이트석유주식회사, 이란석유공사, 알제리의 소나트락, 아부다비석유공사.
이 다섯 개의 기업이 세계 경제와 산업의 혈액이라고 할 수 있는 석유의 개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석유 수입국들의 경제적 운명이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있는 몇몇 국영기업의 활동에 달려 있다는 사실이 경악스럽기만 하다. 게다가 우리는 그 기업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 그 실상을 제대로 모르고 있는 형편이다.
화교자본이나 다국적 곡물기업 등 대부분의 거대 기업이 그렇지만 석유 산업 또한 투명하지 않고 베일에 가려있기 때문에 저자의 노력은 감격스럽기까지 하다.
기업인과 정치인 등 수많은 관계자들을 인터뷰하고 역사와 경제 등 방대한 분야의 자료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았다.
(은밀하고 비밀스러울 것 같은 분위기와는 다르게 저자의 요청에 대부분의 기업과 정부가 흔쾌히 협조했다고 한다. 심지어 일부 기업은 더 적극적으로 정보를 개방했다고 한다.)
저자는 20세기 중반 중동 식민지들의 독립과 수에즈 사태, 걸프전쟁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과 연관된 국영 석유 기업들의 탄생과 성장에 관한 역사를 현미경 보듯이 자세하게 탐구한다.
뒤이어 그 과정에서 형성된 국영 석유 기업들의 성격과 직원들의 세계관까지 세밀하게 조사하고, 지금 이 시간에도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는 국영 석유 기업을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묘사한다.
이 책은 석유 산업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뿐만이 아니라 석유와 관련된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나 에너지 관련 부처의 공무원들도 읽어봐야 할 책이다.
석유라는 자원이 단순한 자원을 넘어 무기화, 권력화 되어있는 21세기에 석유산업의 주도 기업들이 작동되는 방식을 이해하고, 그들의 행태를 분석하면서 다음 시대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지독하게 국수주의적일 것만 같은 국영 석유 기업들이 의외로 자원 민족주의에서 자유롭다는 사실이 가장 놀라웠다. 그들은 특정 민족이나 자신의 국가를 우선시하지만은 않으며 이익을 추구하는 여느 기업들처럼 이윤에 민감한 태도가 이색적이기까지 했다.
이 책을 읽고 느낀 점인데 석유라는 자원은 여러 면에서 주식과 비슷하다는 것이다.(책의 앞표지 사진 또한 증권거래소의 사진과 별반 다르지 않다.)
수요와 공급이 맞물려서 돌아가는데다가 경기는 물론 정책과 심리, 전쟁이나 공황 같은 돌발적인 변수에도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석유는 이미 그 한계가 정해져 있는 유한한 자원이라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석유 산업에 얽힌 국영 기업과 국가의 밀월, 변화를 향한 노력 등은 더욱 처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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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국영 석유회사는 정부의 정책을 실행하는 수단으로 설립되었으며, 당시 정부의 기본 목적은 국가 자원의 주권을 역설하는 것이었다. 국영 석유회사는 자원민족주의라는 맥락 아래, 한정된 자원의 개발 속도와 가격 책정 권한을 국가에 넘겨주어야 했다. 또 국영석유회사는 수익에서 타당한 몫을 국가에 건네주었다.
-p.18
국영화 과정을 묻는 내 질문에 회사를 상업적으로 '매입'한 것이지 국영화를 한 것이 아니라고 참을성 있게 관리자들의 답변에서 묻어나왔다. 놀랍게도 이 국가들의 석유업계와 석유부 장관들은 석유의 정치적 특성을 토론하는 데 거의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p.73
국영 석유 회사는 탄생한 이후로 정부를 보조해 왔다. 이런 보조는 다양한 방식을 통해서 이루어져 왔다.
...
그러나 이 회사들의 임무와 영역에 대한 정부의 기대치가 변하고 있으며, 국영 석유 회사는 국가적 임무와 영리적 임무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으려고 내부적으로 지속적인 분투를 벌이고 있다.
-p.219
석유 사업에서는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다. 세계 석유 시장은 수요가 늘어나면 공급을 제한하고 유가를 높이는 연속적인 과정으로 되어 있다. 이어 생산자들은 새 공급에 투자를 하며, 이로부터 시간이 좀 지나면 새 석유가 생산되어 가격을 낮추고 다시 수요를 조성하는 흐름이 이어진다. 이런 과정은 한 바퀴를 돌아서 제자리로 돌아온다. 시기적절하게 투자를 하면 급상승한 수요를 먼저 차지할 수 있으며 시장이 긴축되거나 다른 수출국이 최대 용량으로 생산해야하는 시기에 새로운 생산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p.2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