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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레지던트 이블 4 : 끝나지 않은 전쟁
폴 W.S. 앤더슨 감독, 밀라 요보비치 출연 / 소니픽쳐스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4편의 이야기는 마치 미드의 한 에피소드처럼 간촐하고 심플하기 그지없다.
3편의 끝에서 알래스카의 안전한 곳을 향해 먼저 떠난 일행을 찾으러 갔던 앨리스는 그곳이 아무도 없는 황량한 곳이었음에 실망한다.
그곳에서 기억을 잃은 채 혼자 있던 클레어와 함께 비행기를 타고 LA로 되돌아오는데, 요새같은 감옥에서 자신들을 구하러 올 사람들을 기다리던 일행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는 클레어의 오빠이자 군인인 크리스가 감금되어 있다.
줄거리야 그렇다 쳐도 정작 중요한 문제는 초라하고 식상한 액션 장면들이다.
원작 게임과 전편들의 팬인 사람들조차도 치가 떨릴 만큼 식상하고 뻔한 액션들이 반복된다.
검은 가죽 슈트를 입은 앨리스는 시종일관 어설프고(!) 무의미한 덤블링을 반복하면서 날아가는 총알 하나하나를 관객에게 확인시킨다. 꼭 두 바퀴 반 정도 돌면서 좀비의 머리에 총알을 박아 넣는다.
좀비 영화 특유의 쫒기는 자의 긴박감 같은 것은 느낄 겨를이 없다.

(이 장면은 '미션 임파서블 2'를 보는 것 같기도.)
그나마 기억에 남는 장면이라고는 역시 무지막지한 좀비 떼들의 습격과 그들을 피해서 담벼락 밖으로 번지점프를 하는 앨리스, 앨리스를 따라 3천 궁녀들처럼 우수수 떨어지는 좀비들...
역시 좀비 영화는 좀비떼의 위압적인 규모가 가장 인상적이다.

(이 장면이 그나마...)
폴 앤더슨 감독이 제임스 카메론 급은 아니지만 이렇게 망가지는 영화를 찍을 감독이 아닌데, 아무리 봐도 진심을 다해서 찍은 작품 같지가 않다.
'이벤트 호라이즌'을 찍을 때의 그럴싸한 공포와 소소한 재미 따위는 찾아볼 수가 없다.
1편부터 꾸준히 출연했던 좀비견 두 마리도 이번에는 훨씬 징그럽게 업그레이드돼서 앨리스에게 덤비지만 역시 변변찮은 전투력을 보이며 찌그러진다.

(생긴 것만 그럴듯한 변견들.)
하지만 도저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제대로 된 3D 장면들이다.
2D로 찍은 뒤에 흥행을 의식해서 급하게 3D로 전환한 작품들과는 달리 '레지던트 이블 4'는 진실로 훌륭한 3D 액션장면들이 넘쳐난다.
특히 샤워장에서의 격투씬은 몇 번을 되돌려볼만큼 경이롭다.
영화 속의 물방울들이 실제로 튀어 오르는 것 같고, 도끼가 실제로 화면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