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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키퍼
케오니 왁스맨 감독, 스티븐 시걸 출연 / 투앤원 / 2011년 2월
평점 :
일시품절
반담과 시걸은 이제 우스갯소리의 소재로 쓰일 뿐, 그들의 액션을 진지하게 감상하려는 관객들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0년대의 B급 액션 영화를 책임지던 둘은 다시 한 번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서 이런저런 노력들을 하고 있다.
스티븐 시걸은 케이블 TV의 경찰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나름 인기를 얻고 있는 중이고, 반담의 유럽에서 개봉한 자신의 이름을 딴 제목의 블랙 코미디 영화로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더 이상 이 둘의 액션 영화에 무엇을 기대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당혹스럽다.
(제목조차 기억할 수 없는) 21세기의 스티븐 시걸 액션 영화들 중 한 편인 '더 키퍼'는 차라리 우베 볼과 함께 찍었더라면 더 재미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망신스러운 작품이다.
주인공인 LA SWAT팀의 롤랜드는 파트너와 함께 마약 현장을 급습한다.(언제부터 SWAT가 팀이 아닌 듀오로 출동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둘은 갱들을 일망타진했지만 수북이 쌓여있는 현금에 눈이 먼 파트너의 배신으로 가슴에 두 방의 총을 맞고, 요단강 직전까지 갔다가 살아난다.
꾸준히 치료를 받으면서 총을 손질하고 칼을 던지는 재활을 계속하던 롤랜드는 결국 부활에 성공했지만, 경찰로부터는 퇴직 통보를 받는다.
하는 수 없이 그는 텍사스에 있는 옛 친구의 딸을 보호하는 경호 일을 맡는다.
꽁지머리와 무표정한 얼굴이 변함없는 스티븐 시걸이지만, 한때 팬들을 열광케 했던 그의 우두둑 액션은 찾아볼 수 없다. 훤칠했던 그의 몸도 나이 때문인지 마치 레슬러처럼 육중하기만 하다.
물론 '더 키퍼'는 여전히 정신이 없다.
하지만 그건 스티븐 시걸의 액션이 정신없이 빠르기 때문이 아니라 카메라의 이동이 정신없기 때문이다.
카메라맨은 감독으로부터 열심히 카메라를 흔들어대라는 주문이라도 받았는지, 상대방의 팔, 다리를 분질러버리는 스티븐 시걸의 손놀림을 제대로 감상할 수조차 없을 지경이다.
스티븐 시걸의 액션 자체도 무미건조하기 그지없다.
'언더 시즈'나 '복수무정'같은 영화에서 보던 간결함은 찾아볼 수 없고, 상대방의 팔을 비틀고 싸대기를 날리면서 훈계를 늘어놓는 큰형님표 액션만 간간이 보여줄 뿐이다.

(이런 장면은 필요없다구!)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액션 영화에 정작 액션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영화 속 주인공인 롤랜드가 너무도 강하기 때문이다.
기껏 상대하는 것도 거리의 불량배나 술집의 불한당들이라 롤랜드가 순식간에 제압해 버린다.
게다가 마지막의 클라이맥스는 쌍팔년도 생각나는 저렴한 총격전이라니...

(그는 너무도 강했다. 너무도.)
이 영화의 가장 큰 반전은 친구의 딸 니키타가 새로운 보디가드인 롤랜드를 전혀 못마땅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른 보디가드 영화들은 정작 경호를 받는 대상이 깐깐한 경호원을 앞장서서 비난하거나 생트집을 잡기 마련인데, 이 작품에서 니키타는 오히려 롤랜드를 마음에 들어 하고, 롤랜드의 외로움까지 배려하는 친절함을 보인다.

(앞으로는 인상 좀 펴세요.)

(그래도 이건 좀... -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