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계에서는 이미 잊혀져버렸거나 그나마 기억 속에 남아있다 하더라도 퇴물취급을 받고 있는 '시사 엘리트 토익'의 업그레이드판이다. 얼마 전에는 '안박사 토익'도 최신판이 출간되더니만 '2+200 TOEIC'도 2달만에 200점을 올린다는 거창한 광고문구를 달고 출간되었다. 이미 한물 가버린 노장이 재기를 위해서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는 것만 같다.'2+200 TOEIC'이 이전의 판에 비해서는 확실히 여러모로 개선되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많은 표현들이 새로워졌으며 각 파트마다 실제 시험에 임하는 요령들을 가르쳐주고 있다.하지만 고작 이 정도의 업그레이드로 최근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이익훈, 김대균, 토마토들을 뛰어넘기에는 무리라고 생각한다. 기껏해야 겨우 따라잡을까 말까 하는 수준이라면 모르겠지만.그리고 토익계의 베스트셀러는 한 줄의 재치있는 문구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요령을 강조하는 김대균사단의 책들만 하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와 체계를 갖춘 책들이다. 2달만 공부하면 200점을 올릴 수 있다고 하는데 요즘 출간되는 다른 책들도 2달동안 열심히 머리 싸매고 공부한다면 200점을 오르는 책들이다.
엘러리 퀸의 국명시리즈 걸작인 '그리스 관의 비밀'이다. 이 작품 역시 다른 국명시리즈처럼 제목과 트릭은 큰 관련이 없다. 제목이 '이집트 십자가의 비밀'이라고 해서 이국적인 아프리카가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이 작품 또한 그리스 관에 첫피해자가 담긴다는 설정, 그리스어를 하는 조연이 등장한다는 것 뿐이다.엘러리 퀸의 다른 시리즈에 비해서 폭발적인 사건전개가 펼쳐지는데, 대략 4번의 반전이 있다. 소설의 중간쯤에서 주인공 엘러리 퀸은 첫피해자가 범인이라는 놀라운 추리를 제시한다. 논리적으로도 어느 정도 아귀가 맞아들어가는 그의 추리는 곧 형편없는 것이었음이 드러나고, 결국 작품의 끝부분에서 협박의 피해자였던 백만장자가 체포된다. 하지만 이것은 또 한번의 반전의 계기가 된다.'그리스 관의 비밀'을 비롯한 엘러리 퀸이 등장하는 작품의 특징이라고 하면 퀸경감과 엘러리 퀸 두 부자간의 대화가 많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김전일류의 간결한 추리만화에 익숙한 독자들에게는 무척이나 복잡한 전개일테지만 논리적인 추리를 지향하는 엘러리 퀸의 트릭에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일반적으로 어떤 수준의 평가를 받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또 다른 국명시리즈 중의 한편인 '이집트 십자가의 비밀'보다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다.
수학은 정석, 영어는 성문. 우리나라 대입수험생들이 가장 많이 공부하는 주요과목교재가 아닐까. 더이상 말이 필요없을 정도로 각 과목에 있어서는 성경과도 같은 존재이다. 하지만 이 두 종류의 교재가 전부 일본교재를 번역한 수준의 책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성문 기초영문법'은 한마디로 우리나라 영어교육의 뼈대를 이루고 있는 책이면서도 그 한계를 결정지어버린 책이다.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대부분의(어쩌면 전부) 학생이 '성문'시리즈로 공부를 한다. 이 책이 굉장히 뛰어나고 완성도가 높기 때문이 아니라 마땅히 따로 공부할만한 교재가 없기 때문이다.실제상황에서는 사용되지도 않는 실용영어를 위한 문법이 아닌 문법 그 자체만을 위한 영문법, 제대로 된 번역이 이루어지지 않은 일본식 문법용어등 '성문 기초영문법'의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고 할 수 있다.독해나 번역이든 회화든간에 영어를 배우는 목적이 커뮤니케이션임을 감안할 때 아직도 이런 종류의 영문법책이 판을 치고 있다는 것은 암담한 현실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학습자들은 결국 성인이 된 뒤에야 '성문'시리즈가 자신에게 선사한 문제점들을 깨닫게 되고 뒤늦게 'Grammer in use'같은 문법책으로 다시 공부를 시작하곤 한다.마땅한 대안이 되는 교재가 없는 현실에서 '성문 기초영문법'과 같은 교재의 존재는 참으로 당혹스러운 일이다.
크리슈나무르티의 '자기로부터의 혁명'은 저자의 여러 저작과 강연등을 통해서 이야기해왔던 내용들을 몇몇 대표적인 주제별로 뽑아서 정리한 내용이다. 크리슈나무르티의 저서가 아니고 그의 사상을 집대성한 엑기스라고 하기에도 부족하지만, 출판사의 편집진이 나름대로 고심한 끝에 내놓은 수작이라고 생각한다.첫번째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단 한 권의 책에 크리슈나무르티의 생각을 담기가 부족했는지 시리즈로 두어권이 더 출간되었다.누구든간에 청소년시절과 대학에 갖 입학한 신입생시절 산다는 것과 인생의 의미에 관해서 많은 고민을 하기 마련이다. 어린시절에는 정신없이 뛰어노느라 바빴었기 때문에 다 자란 후에는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을 영위하느라 바쁘기 때문에 그런 배부른(?)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것도 그때뿐이었던 것 같다. 그런 시절에 차근차근 읽어보면 정말 큰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다.딱히 한두마디로 압축해서 표현하기에는 어려운 주제이지만, 개인적으로 느꼈던 것은 '무엇보다도 내 머리로 생각하자'라는 것이다. 기존의 사상과 종교, 격언등이 아닌 나 자신의 마음과 두뇌를 통해서 말이다.(크리슈나무르티가 젊은시절에 자신을 추종하던 단체를 해산하고 홀로 수행을 해나갔던 것처럼 말이다.)전체적으로 중복되는 내용도 있고 다소 난해한 부분도 보이긴 하지만 저자의 의도가 아닌 평역과정에서 생긴 실수 정도로 생각한다.
'로마인 이야기'9권 현제의 세기를 읽고 개인적으로 가장 불만스러웠던 점은 이전의 내용들에서 느낄 수 있었던 흥분과 감탄을 느낄 수 없었다는 점이다. 건국초기의 긴박한 사건전개, 한니발의 침공에 맞선 로마인들의 끈질긴 투지, 로마제국은 물론 지중해일대의 세계를 이끌었던 카이사르, 이후의 위기와 극복들에서 느낄 수 있었던 흥분을 말이다.개인적으로 독서의 목적을 '재미'에서 찾고있기 때문에 9권의 내용은 조금 맥이 빠진다.아마도 9권에서 다루고 있는 시기가 로마 역사상 가장 평화로웠다는 5현제시대라서 그런 것일까.트라야누스, 하드리아누스, 안토니우스 피우스같은 뛰어난 황제들에 의해서 다스려진 로마제국이 커다란 위기나 문제없이 순탄하게 번영해나갔기 때문일까?개인적으로 판단해보건데 아마도 저자인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 대한 열정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 그녀의 글에서 초기의 박력과 흥분을 더이상 느낄 수가 없는데다가 제대로 쓰기도 귀찮아졌는듯 그저 사건만을 나열해놓은 부분도 눈에 띄기 때문이다.2002년에 출간예정이었던 '로마인 이야기' 10권에서는 철인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이야기를 기대하던 독자들을 배신한 것도 못마땅한 부분이고... 앞으로 남아있는 다섯 권의 '로마인 이야기'가 지금까지의 박진감과 완성도를 보여줄 수 있을런지 의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