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스미스 - 도덕을 추구했던 경제학자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다카시마 젠야 지음, 김동환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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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스미스. 경제학의 창시자. 국부론의 저자. 우리가 아는 ‘경제학’이라는 분야를 만든 바로 그 사람. 자유경제, 시장경제, 보이지 않는 손. 이것이 우리가 흔히 아는 애덤 스미스의 모습이죠.

다음은 어떤가요? 1723년에 태어나 1790년에 죽은 철학자. 인간 본성으로서의 공감 개념을 도덕적 판단의 전면에 내세운 도덕감정론이라는 전 유럽 베스트셀러 윤리학 책의 저자.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대학 도덕철학과 교수. 강의 과목은 윤리학, 법학, 문학비평. 평생 신앙을 저버린 적이 없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 그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바라본 애덤 스미스의 모습입니다.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약간의 간극이 있죠?

이처럼, 애덤 스미스도 인류의 역사 속에 실제로 살았던 인간으로서 그가 위치한 맥락이 있을 것입니다. 애덤 스미스가 어떤 주장을 했는지는 교과서 속에서 책 속에서 너무나도 많이 들어보셨을 테니, 오늘은 그런 주장이 나온 과정 그리고 그 주장이 후대에 끼친 영향을 역사적으로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그 작업에 도움을 줄 만한 책, 일본 원로 경제학자 다카시마 젠야의 애덤 스미스입니다.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꼽은 키워드는 애덤 스미스입니다.

우선 책에 대한 소개를 간단히 드리면, 이 책은 일본 이와나미 신서로 발행된 책입니다. 이와나미 신서는 특정한 주제에 대해 교양으로서 알면 좋을 법한 내용과 학자들 사이에서 거의 이의 없이 확립된 내용을 그 주제에 정통한 학자가 짧게 줄여 쓴 일본의 문고판 도서 시리즈인데요. 일본을 기준으로 삼은 것이긴 하지만, 내용의 분량이나 수준에서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또는 그에 준하는 독서인이 알아두면 좋을 소재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바로 이 방송을 듣고 있는 청취자 여러분을 위한 시리즈라는 이야기입니다. 1927년에 신서 1편을 처음 찍어 10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브랜드입니다. 그중에서도 이 책 애덤 스미스는 1968년에 초판, 1990년에 재판을 찍었네요.

이 책이 애덤 스미스와 관련해 주목하는 부분은, 그의 주장 자체라기보단 그의 주장이 위치한 역사적 사회적 맥락입니다. 그가 쓴 국부론의 핵심 근거인 ‘노동이 가치의 원천’이라는 주장은 금과 은을 가치의 척도로 보던 당대 중상주의에 대한 반대에서 나온 것이면서, 동시에 자연과 노동의 결합이 가치를 창출한다고 주장한 중농주의의 영향을 받는 결과물입니다. 노동의 분업을 통해 공업 노동의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해, 바로 옆 나라 잉글랜드 특히 런던에 비해 산업의 측면에서 뒤처져 있던 자신의 조국 스코틀랜드에 경제적 비전을 제시하려 한 사람이기도 하죠.

스미스는 경제적 활동을 사회 운영 원리의 핵심으로 들여오면서 혁신을 가져왔습니다. 이것이 바로 그가 경제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이유죠. 하지만 그 경제적 활동이 정치와 도덕 궁극적으로는 법을 경유한 국가의 활동에 의해 제어돼야만 시민 사회로서의 모습을 갖출 수 있다고 말한 점에서 정치체로서의 시민 사회라는 이전 세대 정치 사상가들의 아이디어를 고스란히 물려받기도 했습니다. 시민 사회 운영 기구인 국가의 입법 사법 행정이 분리돼야 한다는 원칙은 몽테스키외로부터 받은 영향이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이렇게 이전 세대의 영향을 담뿍 받아 만개한 결과물이 애덤 스미스인 만큼, 그의 주장은 다시 여러 해석과 비판으로 흘러나가 다양한 방식으로 변용됩니다. 이 책에서 이른바 ‘스미스의 아들’로 가장 많이 언급하는 학자는 프리드리히 리스트와 카를 마르크스입니다.

리스트는 부를 더 많이 창출하기 위해선 권력의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반-중상주의적 발상이 산업 선진국의 국제적 지배전략이라고 이야기하면서, 국제주의자인 것처럼 가장하고 있지만 실제론 애덤 스미스도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이익을 옹호한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마르크스는 애덤 스미스의 이론을 분석한 결과 노동 생산성을 올리기 위한 분업이 실제로는 자본을 소유한 자들에게 잉여가치의 형태로 이윤을 제공한다는 점, 나아가서 자본 자체가 독립적인 법칙으로 움직이며 사람들이 자본이 재생산되도록 행동하게 강제한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의 업적 모두, 스미스가 없었다면 아예 나오지 못했을 주장이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처럼 애덤 스미스는, 그의 주장이 그 자체로 중요한 만큼이나 그에게 영향을 미친 그리고 그가 영향을 미친 맥락 또한 눈여겨봐야 합니다. 초판이 1968년에 나온, 50년도 더 된 아주 오래된 책이지만 지금에도 여전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이유입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함께 추천드리는 책은, 예전에도 한 번 추천드린 적이 있는 데니스 라스무센의 <무신론자와 교수>입니다. 예전에 데이비드 흄을 다룰 때 말씀드린 것처럼, 두 사람은 학문적 인간적 절친입니다. 오늘 읽은 책에서도 나와 있는 것처럼 애덤 스미스는 병으로 죽을 위기에 처하자 유언 집행인을 흄으로 지정했을 정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두 사람의 학문적 교류, 또 애덤 스미스라는 경제학 거인의 내면을 더 잘 들여다보기 위한 시도로 이 책만큼 적합한 콘텐츠는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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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와 여우 - 우리는 톨스토이를 무엇이라 부르는가
이사야 벌린 지음, 강주헌 옮김 / 애플북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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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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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는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고슴도치는 큰 것 한 가지를 알고 있다. 고대 그리스 극작가인 아르킬로코스의 말입니다. 미국의 정치사상가 이사야 벌린은 이 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사상가들이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두 가지로 분류해봅니다. 하나는 역사의 흐름 전체를 포괄하는 법칙이 있다고 주장하는 쪽이고, 다른 하나는 역사란 단지 사람들 각자의 행동의 총합일 뿐이라고 이해하는 쪽입니다. 앞쪽이 고슴도치 타입, 뒤쪽이 여우 타입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 청취자 여러분은 어느 쪽인가요?

벌린은 이 관점으로 톨스토이의 소설을 분석합니다. 철학자도 사상가도 아닌, 소설가인 톨스토이를? 하지만 벌린의 관점에서 톨스토이는 소설이라는 수단으로 철학과 사상을 펼쳐 보인 사람입니다. 또 이 점에서 다른 사상가들과 구별되는 독특한 면모를 선보이는데, 바로 톨스토이는 고슴도치도 아니고 여우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벌린이 톨스토이의 어떤 부분에 주목한 것인지, 고슴도치와 여우에서 확인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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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면서 동시에 톨스토이의 소설에 대한 비평이기도 합니다. 의도했든 그러지 않았든, 벌린은 톨스토이의 소설이 역사의 본질에 관한 특정한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톨스토이의 소설과 논설을 분석해 들어갑니다.

만약 소설이라는 수단을 톨스토이가 의도적으로 채택했다면, 이 선택은 톨스토이가 역사의 본질을 드러내는 데 ‘구체적 이야기’가 가장 적합한 수단이라고 생각했다는 점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그 사건에 얽힌 사람들은 어떤 선택과 행동을 했는지, 그 선택과 행동을 감행한 내적 동기는 무엇인지. 한 사람의 삶에 대한 구체적 이야기는 고유하다는 특성을 띱니다. 청취자 여러분과 제 삶이 다르고, 매일 아침 같은 직장에 출근하면서도 모두의 출근 이유가 다르고 각자 서 있는 자리가 다르듯, 단 하나뿐인 각자의 삶은 고유합니다. 그 삶 속에선 옳고 그른 것과 무관하게 각자의 판단이 자리 잡고 있고, 톨스토이는 그 흐름에 대한 관찰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낱낱이 적어 내려 갑니다. 이것이 톨스토이가 ‘여우’로서 갖는 특성입니다.

하지만 이런 고유한 삶이 개인으로선 통제불가능한 갖가지 조건에 의해 규정되기도 한다는 점은, 삶을 면밀하게 관찰하는 사람의 눈에는 쉽게 드러납니다. 우리가 흔히 ‘역사의 흐름’이라고 이름 붙이는 어떤 것이죠. 다만 누가 그런 것을 만들어내는지, 누가 그런 흐름의 창조와 변화를 주도하는지 우리 눈에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모든 일이 다 벌어지고 마무리된 뒤 우리와 우리의 이웃과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되돌아보면, 우리 모두의 행동이 모여 그런 흐름을 만들어왔다는 점을 깨닫습니다. 더 나가면 애초에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는 행동을 할 수도 없는 존재라는 자각도 얻죠. 역사에 대해 이런 감각을 갖는 것은 톨스토이가 지닌 고슴도치로서의 면모입니다.

어떤 사상가들은 과학적 작업을 통해 이런 역사의 흐름을 알 수 있고, 자신이 그걸 알아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바로 이 책이 ‘고슴도치’라는 단어로 가리키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톨스토이는 이런 경향을 거부합니다. 마치 원자나 분자를 연구하듯 인간을 관찰하는 관점은 인간의 고유성이라는 또 하나의 중요한 주제를 지워버리고, 마치 색안경을 쓰고 세상을 바라보는 것처럼 그 ‘흐름’에 맞지 않는 고유성을 폐기해버린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고방식에서 그가 주장하는 ‘시골 농부의 소박함’의 소중함이 등장합니다. 세상을 설명해준다고 자처하는 온갖 지식은 오히려 지혜를 방해하는 요소가 될 뿐이므로, 오히려 그런 불필요한 요소를 떨궈버리는 게 세상을 통찰하는 힘을 갖는 방법이라는 게 톨스토이의 입장입니다. 이것이 톨스토이가 거부했던 고슴도치의 면모입니다.

흔히들 요즘이 역사의 격변기라고 합니다.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많은 것이 바뀌고 있으니까요. 이럴 때에 톨스토이의 소설과 글 속에서, 이것을 비평하는 이사야 벌린의 비평에서, 각자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찾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함께 추천드리는 책은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입니다. 뭐, 말이 필요 없는 고전이죠. 오늘 다룬 책은 장르를 구별하자면 ‘비평’인데, 무엇을 비평하는지 알아야 그 의미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톨스토이의 대표작이면서 동시에 <고슴도치와 여우>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작품을 같이 함께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학기 개학 직전인 이런 때에, 학기 시작하면 읽고 싶어도 읽을 수 없는 이런 장편 고전 딱 읽고 들어가는 것도 좋은 시도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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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의 진화
홍성욱 지음, 박한나 그림 / 김영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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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은 과학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아인슈타인? 파인만? 이상한 공식들? 어쩌면 대부분은 책상머리에 가만히 앉아서 수학 문제를 푸는 너무 지루한 과목이라는 너무 나쁜 기억 같은 것이 먼저 생각날 것입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넓은 범위의 과학자들 대부분은 실험을 합니다. 이 책에 따르면 ‘과학적 활동’의 80% 이상은 실험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앞에서 이야기한 이미지들은, 실험으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지, 과학에서 실험을 너무 간과해온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죠.

거의 주방이나 다를 바가 없었던 중세 유럽 연금술사들의 실험실에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최첨단 장비와 기술을 다루며 온갖 연구와 발명품이 쏟아져 대학과 기업에 부설된 실험실로 바뀌기까지, 실험실에선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이 책을 읽으면서 한번 확인해보시죠.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꼽은 키워드는 실험실입니다.

우선 실험실의 어원부터 설명해야겠네요. 실험실은 영어로 laboratory입니다. 라틴어 laboratorium에서 온 말이고요. 앞에 labor라는 단어가 붙어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일하는 공간’이라는 뜻입니다. 특별히 과학 실험만을 위한 공간이라는 뜻을 담고 있지는 않았죠. 이 단어가 발견된 가장 오래된 문헌이 1592년에 쓰인 것이라고 하는데, 이 때는 우리가 아는 이른바 근대과학이 아직 성립하기도 전이기 때문에 ‘과학 실험을 위한 공간’이라는 뜻을 아예 띨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대체 16세기, 17세기의 실험실은 어떤 공간이었을까요? 연금술사들의 개인 공간이었다는 게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입니다. 금속을 금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공간이다 보니 금속을 다룰 열을 내는 화덕과 금속에 첨가할 화학약품을 다루는 증류기가 기본으로 갖춰져 있고, 금을 만드는 ‘비법’을 들키면 안 되니까 연금술사의 집안 깊은 곳에 몰래 마련해놓는 게 보통이었다고 하네요. 뉴턴이나 보일 같은 우리가 아는 유명한 근대과학자들도 이런 실험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시설에서 연구했기 때문에 ‘최후의 연금술사’라고 불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하네요.

실험실을 ‘과학적 연구의 공간’이라고 부를 수 없었던 데는 철학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자연을 연구하는 학문이라면 자연을 연구해야 하는데, 실험실의 환경은 사람의 손길이 미친 것이 너무나도 분명해서 ‘자연’이 아니라는 사고방식도 실험실과 과학이 연결되는 데 걸림돌이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어떤가요? 오히려 실험실 속 실험이야말로 변인을 통제함으로써 자연의 본질을 보여준다는 게 우리가 교과서에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던 이야기 아닌가요? 이런 사고방식의 전환을 이끌어내기 위해 연금술사들은 그리고 그 뒤를 이은 화학자들은 ‘우리가 하나님이 만물을 창조하는 방식을 모사하고 있기 때문에 실험실도 또 하나의 자연이다’라고 말했다고 하네요. 이것 조금 웃기지 않나요?

이런 실험실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변화합니다. 실험실에서 이뤄지는 작업이 연금술에서 화학으로 바뀌고, 실험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공개된 공간으로 바뀌었습니다. 실험실을 유지하는 비용을 감당하는 주체도 연금술사 개인에서 과학에 관심이 많은 귀족 후원자로, 여기서 다시 대학과 국가와 기업으로 바뀝니다.

이 책은 여기서 한발 더 나가서, 과학철학자 브루노 라투르가 프랑스의 생물학자 루이 파스퇴르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인용하면서 ‘세계 전체를 실험실화’한다는 다소 문학적이고 급진적인 주장을 소개합니다. 약간 무리해서 단순하게 얘기하면, 과학자 본인의 명성을 드높이거나 또는 국가나 기업처럼 과학적 연구를 하는 기관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 자연상태로 놓여 있던 여러 사물을 마치 실험실에 있는 도구들처럼 이용한다는 것입니다. 라투르에 따르면 파스퇴르는 세균과 백신에 대한 자신의 연구 성과를 증명하기 위해 병에 걸리지 않고 멀쩡한 소와 닭에게 병균을 주사하거나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백신을 사람에게 투여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를 잘 내놓게 만들기 위해 프랑스 정부가 나서서 파스퇴르를 지원하고 대변해주기도 하고요.

이밖에도 이 책은 실험실을 둘러싼 여러 과학사적, 사회학적, 철학적 쟁점들을 우리에게 부드러운 문체로 소개합니다. 저자 홍성욱 교수 또한 시민을 위한 글쓰기나 강좌와 학술적 연구논문을 넘나들며 과학에 관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오랫동안 들려줘 온 이야기꾼인 만큼, 책의 재미만큼은 보장드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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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함께 추천드리는 책은 프랜시스 베이컨의 <새로운 아틀란티스>입니다. 베이컨은 수능 윤리와 사상에서도 항상 문제로 나오는 단골 철학자인데, 책에서 소개된 것처럼 실험을 ‘과학’의 지위로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하기도 했습니다. 실험의 철학적 기초를 놓았다고나 할까요? <새로운 아틀란티스>는 그의 대표작이고, 자신의 철학적 입장에 입각해 구상한 이상 사회의 모습을 그려놓은 책입니다. 실험실의 진화 에서는 국가가 운영하는 실험 조직에 대한 구상 부분을 소개했는데, 그 부분이 아니더라도 책 자체가 이상향을 그리는 ‘유토피아 문학’의 고전 중 하나로 꼽히니 읽어야 할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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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밖에서 듣는 바이오메디컬공학 - 한양대 공대 교수들이 말하는 미래 의공학 기술
임창환 외 지음 / Mid(엠아이디)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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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을 자주 가는 게 좋은 일은 아니겠지만, 병원에 가면 우리 몸을 진단하는 각종 신비한 장비들이 많이 있습니다. 가장 가볍게는 엑스레이부터 시작해서 심전도니 MRI니 하는 것들요. 예전엔 병원에서만 볼 수 있던 것이었는데 요새는 우리 주변에서 너무 쉽게 볼 수 있는 것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제가 차고 있는 이 스마트워치, 이런 제품군에서 가장 저렴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 X사 모델인데 기본적으로 심박수 측정을 해주고, 그에 기반해 수면의 질 체크도 해줍니다. 아주 유용하게 쓰고 있어요.

이렇게 인간의 치료와 기능적 향상을 위한 도구를 만드는 분야를 바이오메디컬공학이라고 합니다. 우리 삶의 질과 직결된 기술을 연구하는 학문인데도, 이름은 다소 생소하죠? 저도 그렇습니다. 이 분야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한양대 교수진들이 각 기술의 역사와 현황, 미래를 소개하는 책을 내놓았습니다. 학부모 청취자 여러분의 미래의 삶의 질과 아이들의 직장 취업 문제를 동시에 책임질 분야에 대해 알아보고 싶다면, 교실 밖에서 듣는 바이오메디컬공학을 한 번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꼽은 키워드는 바이오메디컬공학입니다.

바이오메디컬공학이란 의료활동에 필요한 도구를 개발 개선하는 연구를 진행하는 공학의 한 분야입니다. 의료활동이란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고, 때로는 치료 기술을 이용해 질병에 걸리지 않았거나 장애가 없는 사람들의 신체 기능을 향상할 수도 있죠. 인간의 신체와 관련된 연구를 하다 보니 아무래도 여러모로 조심스럽지만, 동시에 작은 발견이나 소소한 진보만으로도 우리 삶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입니다. 지난 2~300년 동안 많이 발전하긴 했지만, 인간의 신체 자체가 워낙 미지의 세계이다 보니 앞으로도 연구할 분야가 무궁무진한 분야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하면, 꽤 먼 미래에도 일자리가 보장될 분야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 다루는 기술을 한번 쭉 말씀드려볼 테니 들어보신 적이 있는지 한 번 생각해보세요. X레이, CT, MRI, 초음파, 근육-전기 인터페이스, 인공와우, 인공망막, 생체에너지채집, 인공근육, 뇌자극술, 신경전달물질측정, 뇌신호측정, 뇌-기계 인터페이스, 원격진료, 웨어러블 헬스케어, 빅데이터 의학, 맞춤 의학, 나노 제조기술, 세포막 수용체 분석, 면역치료제, DNA 진단기술, 소포체 진단기술, 뇌신경 모델링, 뇌모방 인공지능, 뇌신경계 시뮬레이션, 신경코드 해독, 전자약, 이식형 의료기기, 인공후각, 캡슐형 내시경, 스마트 의료기기, 광유전학. 이 많은 분야를 각 분야에 관해 연구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들이 10페이지 내외로 간략하게 전해줍니다.

목록을 읽으면서 어떤 느낌을 받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학부모 청취자 여러분께는 이미 익숙한 물건들도 있고, 뭔가 미래 첨단기술 같은 느낌을 주는 단어도 있는가 하면, 뇌자극술이나 뇌-기계 인터페이스 같은 건 잘 쓰면 좋을 것 같기도 하지만 다소 섬뜩한 느낌도 주긴 하죠. 이 모든 분야가 지금보다 더 발달해서 우리 의료현장에서 쓰인다면, 이런 기술에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도 우리 아이들의 삶도 지금보다 훨씬 더 나아질 것이 분명합니다.

청취자 여러분 각자 그런 희망찬 미래를 그려보는 데 이 책이 도움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제가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유튜브의 OCW-HYU 채널입니다.

채널 이름이 무슨 영어인가 생각하실 텐데, 한양대 오픈코스 채널입니다. 오픈코스란 대학 내에서 학생들이나 동료들의 평가가 좋은 교수들의 강의를 녹화한 뒤 공개해 시민들도 무료로 대학 강의를 시청할 수 있게 해주는 교육 과정을 말하죠. 이 책은 한양대학교 교수들이 함께 쓴 책입니다. 이 책의 기반이 되거나 이 책의 내용을 포함한 이 교수들의 수업과 강의가 유튜브에 공개돼 있습니다. 책 속 몇몇 페이지에 있는 큐알코드를 카메라 앱으로 찍으면 이 채널에 있는 관련 강의 영상으로 바로 들어가실 수 있어요. 또는 관심 가는 부분을 쓴 교수의 이름으로 검색하셔도 책보다 더 자세한 설명을 생생한 대학 강의의 형식으로 들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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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능력주의 - 한국인이 기꺼이 참거나 죽어도 못 참는 것에 대하여
박권일 지음 / 이데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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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아마 광고 때문에 이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배달의 민족’이 가장 많이 떠오르실 겁니다. 하지만 이것 못지않게 들으면 공감하실 어구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시험의 민족입니다. 우리 방송도 기본적으로는 학습 입시 정보 전문 방송이고, 이 방송을 보는 청취자 대부분은 시험 당사자인 적이 있거나 시험 당사자일 겁니다. 초중고등학교의 학업 성취 평가, 토익 토플, 입사 시험, 그 이후에도 끝없는 시험 시험 시험. 한국인은 왜 이렇게 시험에 매달릴까요?

크게 나눴을 때 진보진영에 속한다고 알려진 저술가이자, 아마도 학부모 청취자 여러분이라면 다들 아실 책 ‘88만원 세대’를 쓴 박권일 작가가 이 문제에 주목합니다. 시험이란 한국식 능력주의, 한국의 능력주의가 집약된 제도입니다. 그가 볼 때 시험이라는 제도는 불평등을 정당화하고 재생산해 한국이 그럭저럭 살 만한 건전한 공동체가 되지 못하도록 방해합니다. 우리 사회의 주요한 문제인 만큼 역사는 뿌리 깊고, 인식은 사회 전반에 넓게 자리 잡고 있으며, 다른 사회를 만들자고 주장하더라도 대안조차 마땅치 않습니다. 그럼에도 시험제도에 기반한 한국식 능력주의에 대해 성찰해보지 않으면, 우리 사회 속에서 마음과 몸이 힘든 사람은 점점 늘어날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한국식 능력주의 잣대에서 벗어나 있더라도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이 책의 문제의식에 귀 기울여보면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꼽은 키워드는 한국의 능력주의입니다.

박권일 작가가 보기에 한국은 능력주의가 지배하는 사회입니다. 능력주의란 업적의 지배, 지금까지 해온 것에 대한 대우나 그럴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 대한 차등적 우대를 뜻하는 단어입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의 능력주의와 구별되는 독특한 몇 가지 역사 사회 문화적 맥락이 있다는 점을 설명하려 합니다. 아마도 외국의 다른 능력주의, 더 정확히는 미국 보수주의자들의 개척자적 능력주의 라고 부를만한 것과는 또 다른 무엇입니다. 그 차이점의 중심에 바로 ‘시험’이 있죠.

모든 청취자 여러분들이 알고 있듯 시험은 형식적 공정성을 담보하는 꽤 합리적인 방식입니다. 그와 동시에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실질적 불평등을 가리고, 실질적 불평등이 만들어낸 실질적 불공정함을 정당화하죠. 게다가 여러 영역에서 형식적 공정성을 내세워 인력 채용에 들어가는 자원을 최소화하려는 여러 조직의 무분별한 시험 채용 때문에 사회의 모든 영역이 시험에 지배당하는 문화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이 시험들을 통과했는지 여부가 능력을 판단하는 잣대로 작동하는, 일종의 전도현상이 일어납니다.

이 책은 한국의 능력주의 맥락에서 시험이 지니는 또 하나의 특징으로 지대추구 경향을 꼽습니다. 지대추구란 생산성의 향상이나 효용 없이 개인이 이득을 가져가는 성향을 뜻하는 경제학 용어인데요. 박권일 작가는 시험이 능력을 검증하는 수단이 아니라 합격이라는 자격을 통해 시험과 무관한 영역에서 이득을 얻어가는 수단으로 작동한다고 분석합니다. 성인이 되기 이전에는 고등학교 입시나 대입 입시, 성인이 된 이후에는 변시 사시 공시 외시 등 각종 시험들이 많든 적든 이런 성격을 모두 갖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입 시험을 잘 봤다고 해서 아무 회사에서나 일을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그 사실을 우리 모두 알고 있지만, 대입 시험에서의 성과가 취업 시장에서 꽤 중요한 잣대로 작동한다는 것 또한 한국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죠. 이런 부분에서 도움을 드리기 위해 우리 방송 또한 존재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물론 이런 문화에 대한 박권일 작가의 진단이 모든 면에서 옳을 수는 없겠죠. 하지만 우리의 아이들과 아이들의 아이들이 살아갈 사회의 모습에 대해 고민하는 학부모 청취자라면 이 책의 진단을 한 번 참고해보실 수는 있겠죠. 또 사회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인문 사회 영역으로 진로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학생 청취자 여러분이라면, 이 책을 통해 사회를 진지하게 비평하는 글은 이런 형식이나 근거를 갖추고 있어야 하는구나 라는 감을 잡으실 수 있을 겁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이 책과 함께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당연히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 입니다. 샌델은 미국의 맥락에서 능력주의를 논합니다. 널리 알려져 있듯 샌델은 하버드 대학 교수이고, 그곳에 오는 입학생들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수준의 능력주의의 최정점에 있는 친구들이고요. 그들과 함께 살아가고 토론하는 가운데 샌델이 생각하고 느낀 점은 무엇인지, 우리나라를 벗어난 다른 맥락에서 능력주의는 어떻게 이해되고 비판받는지 알기 위해선 이 책이 가장 좋은 참고서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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