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박범준.장길연 지음, 서원 사진 / 정신세계원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몇 해 전 늦은 가을, 속초로 가는 차 안에서 차창 밖으로 휙휙 스쳐 지나가는
산등성이의 드문드문한 집들을 보며 남편이 내게 물었다.
“언젠가 깊은 산골에 오두막을 짓고 살아보고 싶은 생각 없어?”
“그런 생각 해본 적 없는데......그런데 괜찮을 것 같지 않아? 최소한의 일감만 확보되면
산골 오지에 사는 것도. 거기도 인터넷은 될 거 아냐!”
그러니까 나의 산골 생활 전제조건은 ‘최소한의 일감’과 ‘인터넷이 가능할 것
(컴맹이나 마찬가지인 주제에!)’, 심심하지 않도록 ‘많은 책과 영화 테이프를
미리 확보할 것’ 등이었다.
그때 남편은 왜 그런지 고개를 절레절레 옆으로 내저었다.

올해 초, ‘인간극장’이라는 한 텔레비전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자신들의 시골생활을
공개한 30대 초반의 젊은 부부가 있다.

박범준, 장길연 부부. 서울대와 카이스트를 나오고 너무나 도회적으로 생긴 이 부부는
얼마나 닮았는지 처음 봤을 때 오누이 같았다.
얼굴만 한 번 쳐다봐도 운명의 끈으로 묶여 있다는 느낌을 받는 커플이 더러 있는데
이들이 바로 그런 드문 경우였다.
이름만 그럴듯하지 벗겨놓고 보면 더욱 탐욕스럽고 사람들을 차별화시키는 웰빙,
상품화된 웰빙이 세상에는 지천인데 이들 부부가 사는 모습은 진정한 웰빙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했다.

방송으로 봤을 때 도시에 사는 시아버지의 생신선물을 준비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직접 따서 꾸덕꾸덕하게 말린 곶감을, 버리지 않고 모아둔 튼실한 상자를 예쁘게 꾸며 담고,
자신이 바느질한 조각보 같은 것으로 예쁘게 싸는데, 세상에나!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솜씨요,
예쁜 마음씀씀이였다.
그 모습에서 나는 냉장고 속에 너무 오래 굴러다닌 재료를 버릴까 어쩔까 망설이다
솜씨를 부려 맛난 음식으로 완성했을 때, 그걸 너무 맛있게 아귀아귀 먹는 가족의 모습을
지켜볼 때나 느낄 법한  희열을 맛보았다.
그것은 어느 비싼 식당의 외식과도 비교할 수 없다.

직접 고안하여 만든 마당 귀퉁이의 재래식 화장실과, 목욕 한 번 하려면 불 때랴,
물 데우랴 난리도 아닌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그들이 시골 생활을 택한 이유는?
한마디로 행복해지기 위해서였다.


--과연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두어야 그것이 건강에 대한 현실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을까?
한 20억 정도 모아두면 어느 날 갑자기 암에 걸려도 걱정 없는 훌륭한 대책을 세워둔 것일까?
건강이 인생의 목표는 아니겠지만 우리에게는 다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한 생계대책이었다.
“뭐 먹고 살려고 그래?” 이렇게 묻는 사람이 있으면 나는 글을 쓰고, 아내는 천연염색을
할 거라고 간단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건강을 잘 지키고 소비를 줄여 나갈 것이라는 말을 덧붙일 수 있을 것이다.(57쪽)

이렇게 담담한 술회처럼 그들의 결정은 뭔가 원대한 야망을 숨긴 수단으로서의 특별한 
선택이 아니었다.
가끔 도시에 나가 밀린 볼일을 보고 무주 그 산골짝 임시 거처로 돌아가면 부부는
그렇게 기쁘고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다고 한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 방그레 웃으며 눈감고 싶다'라는 길연 씨의 소망에 나의 고개도 끄덕여진다.

그뿐 아니다, 너무나 다른 성향의 두 사람이 만나서 결혼을 하고 서로 맞추어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꽤나 흥미로웠다.

'지금 살고 있는 오늘 하루하루가 행복해야 먼 훗날에도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미루지 않고,
과감하게 실천하여 땀을 뻘뻘 흘리며 밭일을 하고 자신들의 노동으로 한 끼의 양식을 버는
이 젊은 부부의 사는 모습을 담은 몇 장의 사진을 보고 있자니 그 깨끗하고 순명한 에너지가
내 속으로도  흘러들어 오는 듯했다.


‘한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도 하나의 도(道)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길연’(182쪽)

이처럼 꼭지 하나하나마다 제목 아래  부부가 교대로 가벼운 단상을 적어놓았는데
그걸 읽는 재미도 아주 쏠쏠했음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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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둥개 2005-11-26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판사 이름이 눈에 익어요. ^^ (과거의 정신세계사???)
미리보기로 사진을 보니까 정말 좋으네요. 보관함에 쏙, 넣었답니다.^^

mong 2005-11-26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덜가지고 고단하게 사는 삶을 택한 그들의
따뜻한 살림을 엿보는 재미가 있을것 같네요
로드무비님의 엄마다운(냉장고의 오래된 재료로 마법도 부리시는!)
리뷰 잘 읽고 갑니다 ^^

국경을넘어 2005-11-26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러울 따름입니다. 저도 저렇게 살고 싶은데...

울보 2005-11-26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솔직히 자신이 없어요,,
그네들 사는모습을 보고 좋다라기보다는 ,,
저는 너무 현실에 길들여져버렸나 봐요,,,

로드무비 2005-11-26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폐인촌님, 꼭 그렇게 사시길 빌어드릴게요.^^

mong님, 특히 연애와 결혼이 이상하게 어렵게만 느껴지는 청춘남녀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어요.
(저 가끔 알뜰할 때도 있어요, 뭐.ㅎㅎ)

검둥개님 맞아요.
사진들이 꽤 실려 있고요.
멋부리지 않은 은은한 사진들이 참 좋아요.^^

로드무비 2005-11-26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 저도 자신없습니다.
그래서 더욱 부러웠어요.^^

kleinsusun 2005-11-26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애와 결혼이 이상하게 어렵게만 느껴지는 청춘남녀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어요." - 꼭 읽어야 겠군요.ㅎㅎ
이 사람들 정말 용기있군요.근데....오래오래 이렇게 살 수 있을까요? 정말 쉽지 않은 선택인데....
아름다운 부부의 용기가 부럽지만...저는 용기도 자신도 없네요. 솔직히...
Thanks to하고 갑니당.^^

히피드림~ 2005-11-26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부부가 시골에 살면서 농사도 짓나요? (갑자기 궁금하다는...)

플레져 2005-11-26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골에 살면 하루종일 일이라는 어른들의 말 그대로 하루종일 끼니에 올릴 당근, 추위에 견딜 지붕을 손보는 부부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을 연상시키는 식단도! 특히, 길연씨가 만든 두부 조림이 엄청 먹음직스러웠던 그 장면, 두부조림 할 때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되버렸어요. ㅎㅎ

로드무비 2005-11-26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그 자급자족의 검소한 식탁이 정말 좋아 보였죠?
둘의 연애사도 재밌었고요.
두부조림, 저도 잘하는데...ㅎㅎ

펑크님, 쌀농사는 짓지 않고요.
웬만한 채소는 다 직접 키워 먹더라고요.
그것만 해도...^^

수선님, 사람마다 취향이 다른데요, 뭐.
저들은 제가 보기에 절반은 스님이고 수녀였어요.
인생길을 함께 걸어가는 도반.
수선님껜 수선님과 어울리는 사람이 준비되어 있을 거예요.
확실합니다.^^


2005-11-26 2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히피드림~ 2005-11-27 0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말씀처럼 시골에서의 일상이 보통일이 아닐텐데 젊은 분들이 대단하네요.^^

로드무비 2005-11-27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펑크님, 그렇죠?

하루(春) 2005-11-27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저도 이 부부 나온 프로그램 봤는데 책도 냈군요. 공감가는 얘기 잘 읽었어요.

로드무비 2005-11-27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재밌게 보셨죠? 그 프로?^^

2005-11-27 17: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11-27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사진 너무 마음에 들고요.
말씀하신 대로 주문은 좀 미룰게요.
고맙습니다.^^
(주말 잘 보내셨어요?)

DJ뽀스 2005-12-27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길연씨가 제 친구의 친구의 친구라는 -_-;;
정말 읽고 싶은 책인데 매번 대출중입니다.

김찬성 2011-11-05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선 어머니와 가족의 살고 계신 자본주의적 바람에 대해, 설득할수 있는 타당성을 지닌 건강한 영에 무한한 생명력을 느낍니다. 우주의 법칙을 바라보고 그에 따르려는,순리를 어렵게 발견하려고 노력하다가 늙으막 하게 찿아서 이재서야 찿았네 하고 눈물짓곤하는 원리를, 찿아서 행동하는 당신들 부부에게서 무한한 POWER를 지닌 따뜨함을 느낍니디.
 

조금 전 모 영화잡지의 한 기사를 읽다가 무언가 목에 걸려서 다시 앞으로 돌아가 그 문장을 읽었다.

--서강대에서는 청소부마저 영어 가능자를 쓰겠다는 판이고......

다시 읽어보아도 역시 목에 걸린다.  잔가시가 아니다.
내가 너무 까탈스러운 걸까?

'아무 생각 없이 열중하여 글을 쓰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 뭘 그걸 가지고 페이퍼까지 쓰고 그러냐?
넌 얼마나 잘나서?'

일단 나에게 딴지를 걸어 보아도 목에 넘어가지 않는 건 마찬가지다!
평소 엄청나게 날카로운 필봉을 휘두르는 척하는 이 필자는  평소 나에게 미운 털이 박혔다.

조사 하나에 얼마나 큰 뜻이 숨어 있는데?

'청소부마저'에는 청소부를 폄하하는 필자의 평소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는 게 나의 생각이다.
'청소부도'라고 쓰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에스비에스의 한 여성  아나운서는 대종상인가 백상인가 영화제 시상식 진행 도중 안성기를 소개하면서
"참 보기좋게 늙어가시는 분!"이라고 소개하여 한동안 나의 의심(그의 소양, 혹은 양식)과 미움을 받았다.
나이 쉰도 안 된 사람 보고 '늙어간다'고 표현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나이가 몇 살이더라도......"참 보기좋게 나이 드시는 것 같다"고 표현해야 옳다.
(고백하자면 마흔을 앞두고 나이에 굉장히 민감할 때였다!ㅎㅎ)

그런데 최근에 이 아나운서가  생방송을 진행하면서 작은 일에도 눈과 코가 벌겋게 변해(눈물을 참느라) 
어쩔 줄 모르며 방송하는 모습을 보고 그녀가 좋아져 버렸다.

'그렇게 큰 방송을 진행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는 일이지, 뭐!'로 생각이 바뀐 것!

공인으로서의 글쓰기나 말하기는 정말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 나같은 꼴통 독자나 시청자를 만나 사소한 일에 욕을 덤테기로 얻어먹을지 어떻게
알 수 있겠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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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5-11-17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꼴통 기자 맞네요. 뭐!

로드무비 2005-11-17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분이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용기 백배!^^

라주미힌 2005-11-17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이란게 쓰다보면 그럴경우가 많더라구요.. 의도하지 않았어도, 뉘앙스가 개떡같은..
저건 진짜 개떡같네요 ...

로드무비님 마흔? 헉... 내 또래인줄 알았는데.. ㅋㅋㅋ

로드무비 2005-11-17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주미힌님, 그렇죠? 개떡같죠?
(입이 좀 험하시구려. 저 입 험한 거 좋아해요!)
나이 얘기는 못 들은 걸로......^^;;

라주미힌 2005-11-17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사실 따지고보면 계급의식은 모두다 갖고 있는거 같아요.. (저 또한..)
사는 지역, 교육 수준, 재산, 나이, 직업...
숨긴다고 고상한 것 같지는 않고, 드러나면 천박하고.. 어려워요..

로드무비 2005-11-17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요.
그런데 전 그 부분을 좀 민감하게 생각하는 편.
(허위의식이 아닌가? 스스로 찔리는 부분이 있어서인진 모르겠지만...)

숨은아이 2005-11-17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자요, 마자.

물만두 2005-11-17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억~~~~~~~

하루(春) 2005-11-17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 참 마음에 드네요.

mong 2005-11-17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아 다르고 어 다른데
저도 그런거에 가시 걸리면 넘어가기 힘들더라구요
로드무비님 저도 입 험한거 좋아해요! (어째 분위기가....)
마지막에 골똘....한 우디 알렌두 좋아요 ^^

진주 2005-11-17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마저'라고 했다면 괜찮은 문장이었는데....쯔쯔...

국경을넘어 2005-11-17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말씀이 '마저'요 '마저' ㅋㅋㅋ

가시장미 2005-11-17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폐인촌님 말씀이 '마저'요 '마저' 으흐흐흐

산사춘 2005-11-18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편견으로 떡칠된 세상이라서 스스로 경계하고 살지 않으면 남에게 상처를 줄 수 밖에 없는 듯 해요. 검열은 이런 데 사용되어야... 무비님표 레이다 짱!

로드무비 2005-11-18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사춘님, 어라? 이미지 사진 바뀌었네요. 구경 가야겠다.
맞아요, 편견으로 떡칠된 세상!
그나저나 제 레이다 아찍 쓸만하죠?^^

가시장미님, 웃음소리가 심상치 않은 것이 폐인촌님 팬이신가 보다.
'마저'요?^^

폐인촌님, 제가 언제 틀린 말 하는 것 보셨나요오?(애교랍시고 + 잘난척!)^^

진주님, 도대체 그 사진 속 소녀 누굽니까?
너무 이쁘잖아요.
다음엔 '진주마저'라고 적을게요.^^

mong님, 입 험한 거 좋아하신다니 우린 같은 과?
우디 알렌 얼굴 이 페이퍼와 잘 어울리죠?^^




로드무비 2005-11-18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마지막 문장이 뭐였죠?
아아! 꼴통 독자요오!
님도 그런 거 좋아하시는구나.^^

물만두님, 크억~~ 음향이 심오합니다.^^

숨은아이님, 님이 맞다고 하시니 정말 제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으쓱=3

비로그인 2005-11-18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주미힌님 댓글을 보다 생각난 건데요..
저도 제 자신을 변화시킨다는 것이 솔직히 좀 힘들더라구요. 비민주적이고 전근대적인 말과 행동이 튀어나올 땐, 좌절감 느끼죠. 갈 길이 바빠요, 도 닦아야 돼요, 도를..

로드무비 2005-11-18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이님, 사실 우리는 각자 자신만의 편견들도 꽤 가지고 있을 거예요.
그리고 자신이 입으로는 이렇게 저렇게 그럴싸하게 말하지만
무엇을 속이고 있는지 잘 안되는지 또 알 거고.
그래도 의지를 천명하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요?^^;;

릴케 현상 2005-11-18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책마저 추천을 하고

로드무비 2005-11-18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산책님마저......
고마워유.^^
 
김종삼 전집 나남문학선 3
권명옥 엮음 / 나남출판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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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부터 나는 김종삼 시인의  ‘묵화(墨畵)’라는 시를 무척 좋아했다.

물 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묵화’ 전문)


목숨을 부지하는 인간의 노고와 적막을 이토록 간명한 시로 표현할 줄 알았던 김종삼 시인.
어젯밤부터 오늘 오전 내내  마음먹고 그의 전집을 읽는데 나도 모르게 머릿속으로는 수묵화
몇 점이  펼쳐지고  귀에는 헨델의 ‘메시아’에서부터 ‘드빗시’까지 듣기 좋은 음악이 흐른다.


늘 속 맑은

새 소리 하나

물방울 소리 하나

마음 한 줄기 비추이는

라산스카 (‘라산스카’ 전문, 255쪽)


평생 변변한 직업을 가져보지 못한 시인은 단칸방 월세살이를 벗어나지 못하였다고 한다.
(이런 말을 옮기는 것도 시인에 대한 결례라는 생각이 든다.)

‘라산스카’라는 제목으로 시인은 모두 여섯 편의 시를 남겼는데 라산스카는
지상 어디엔가 있는 지명도 아니고 생전에 그는 이 말뜻의 풀이를 완곡하게 거절했다고 한다.
이 전집을 엮은 이(권명옥)의 해설에 의하면 라산스카는 그러니까 시인이 꿈꾸는 내세의
어떤 장소 귀거래의 처소를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


‘살아가노라면 어디서나 굴욕 따위를 맛볼 때가 있다. 그런 날이면 되건 안 되건 무엇인가
그적거리고 싶었다. 무엇인가 장난삼아 그적거리고 싶었다
.(산문 ’이 공백을‘ 중 300쪽)


어느 날의 시인의 진술대로 그의 시들은 하나같이 장난삼아 긁적여 본 것들 같다.
그런데 그의  무욕이 도리어 기가 막힌 절창들을 낳는다.


나의 本은 선바위, 山의 얼굴이다.

사이

그루의 나무이다.
희미한 소릴 가끔 내었던

뻐꾹새다.
희대(稀代)의 거미줄이다.


해질 무렵 나타내이는 石家이다. (詩 ‘나의 本’ 전문, 85쪽)


소주병을 꿰차고 산으로 올라가 혼자 바위 위에서 술을 즐겨 마셨다는 시인은 그렇게
선선하고 적막한 산의 얼굴을  하고 희미한 뻐꾸기 울음소리 같은 시를 썼다.

‘아침엔 라면을 맛있게들 먹었지 / 엄만 장사를 잘할 줄 모르는 行商이란다’(시 ‘엄마’ 첫 연 136쪽)


자신은 시인이 아니라고 하고 또 자신의 시를 시가 아니라는 뜻으로 ‘非詩’라고 제목을
적어 넣었던 높은 자존의 시인은 이렇게 대수로울 것 없는 구절들로 오늘 아침
나의 마음을 울리고 웃겼다.


김종삼 시인의 시를 가지고 어쩌고저쩌고 길게 이야기하는 것만큼 웃기는 일도 없을 것이다.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물통’ 북치는 소년‘ ’어부‘ 등 그의 널리 알려진 시들 외에도
앞에서 소개한 ’나의 본‘이나 이어서 소개할 ’오늘‘ 같은 시들이 나의 수첩 속에 새로이
추가되었으니 이 기쁨을 나누고 싶어 리뷰를 올린다.


이 하루도 살아가고 있다. 토큰 열여덟 개를 사서 주머니에 깊숙이 넣었다.
며칠 동안은 넉넉하다.

나는 덕지덕지한 늙은

아마추어 시인이다.

그마치라도

지덕지함을 탈피해 보자.

골짜기로 가 보자.

기 좋은 그 바위에 또 앉아 보자.

두 홉들이 소주 반만 먹자. 반은 버리자.(시 ‘오늘’ 전문, 2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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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11-09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함께 나눌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2005-11-09 1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11-09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좋아하실 줄 알았습니다.
시들의 향에 취해서 가슴 두근거리며 쓴 리뷰예요.^^

따개비님 안녕하세요?
다른 분 방에서 몇 번 댓글로 뵌 것 같은데.
시를 나누어 읽고 싶다는 마음 알아주셔서 고맙습니다.^^

2005-11-09 1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11-09 14: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5-11-09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따~ 이십 오도 짜리 막쐬주 한 잔 입에 턴 거 맹키로 조옿습니다~ ㅡ_ㅡ;;..흐..짧은 단문이지만 긴 여운을 주는 시!! 그리고 로드무비님의 조심스럽고 겸손한 리뷰!! '묵화'와 '오늘'이란 시가 애잔하네요..너무 애잔해서 지금 딱 낮잠 한숨 때렸으면 좋겠시유..어엉~

로드무비 2005-11-09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시하고 소소하고 사사로운 속물님, 마지막 말씀에 동감입니다.ㅎㅎ
시를 찾는 수고를 덜게 했다니 기뻐요.
엑스레이에 드러난 뼈, 처럼 견고하고 단순하게!
저도 그걸 꿈꿉니다.^^

속삭이신 님, 전 진심을 알아보는 사람입니다.
다행이죠?^^

로드무비 2005-11-09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이님, 막쐬주!
저도 술병 하나 꿰차고 동네 뒷산을 오르고 싶어요.
김종삼의 시를 읽으면 하염없어지는데 또 이상한 용기가 생겨요.^^
그나저나 낮잠 한숨 꼭 때리시길...^^

산사춘 2005-11-09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비님이 아니시면 전 시를 전혀 읽지 않아요.
무비님의 덧글 때문인가 합니다. 감사해요.

mong 2005-11-09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는 잘 모르지만
질박한 삶의 얘기 같아 가슴이 찌르르 하네요
로드무비님 덕에 좋은 시 읽고 가네요 ^^

로드무비 2005-11-09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ng님, 시를 옮겨 적는 게 행복했어요.^^

산사춘님, 좋은 시 읽으면 정화되는 느낌이 있어요.
가끔 그 기쁨을 누리게 해드릴게요.^^*

검둥개 2005-11-09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이 시인의 시들은 교과서에서만 읽어서 이렇게 좋은 시들이 더 많은 줄 몰랐어요. *^^* 감동만빵입니다.

플레져 2005-11-09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너무 좋습니다. 늙은 아마추어 시인.
로드무비님이 추천해 주시는 다른 책들 보다 시집은 특히, 맘에 듭니다.

달팽이 2005-11-09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묵화를 보고 감동했던 기억이 있는데....음 김 종삼 시인이었군요...
그리고 저는 라산스카도 너무 좋군요...
가슴이 떨리네요...
좋은 시 보고 갑니다. 보관함으로...

로드무비 2005-11-09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팽이님, 일부러 너무 많이 알려진 시는 안 올렸어요.
가슴이 떨리신다니 저도 가슴이 떨립니다.
오늘 아침에 살짝 흥분했었거든요. 시 읽으며......^^

플레져님, 전집이 좀 실망스러운 경우가 많은데
김종삼 전집은 너무 훌륭합니다. 이 정도로만...^^

검둥개님, 펼치는 시들마다 다 좋습니다.^^

니르바나 2005-11-10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주한잔 마시고 소금한손가락 목에 털어넣던 시인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인간이란 우주의 세계, 그 영성을 그리려면 천상 자신의 생명력을 소진해야 하는
시인의 운명이란게 로드무비님이 소개하신 김종삼시인의 시를 보며 갖게 되는 상념입니다.

2005-11-10 1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연사랑 2005-11-10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아침을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한 잔 커피와 갑 속의 두둑한 담배,
해장을 하고도 버스값이 남았다는 것.

오늘 아침을 다소 서럽다고 생각하는 것은
잔돈 몇 푼에 조금도 부족이 없어도
내일 아침 일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난은 내 직업이지만
비쳐오는 이 햇빛에 떳떳할 수가 있는 것은
이 햇빛에서도 예금 통장은 없을 테니까...

나의 과거와 미래
사랑하는 내 아들딸들아,
내 무덤가 무성한 풀섶에서 때론 와서
괴로웠을 그런대로 산 인생 여기 잠들다, 라고,
씽씽 바람 불어라......(천상병 -나의 가난은-)

그냥 말없이 추천만 하고 가요...

로드무비 2005-11-10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연사랑님, 저도 이 리뷰 쓰면서 저 시를 떠올렸답니다.
좋은 시 다시 읽게 해주셔서 고마워요.
추천도!^^

속삭이신 님, 외출했다가 좀전에 돌아왔습니다.
나중에 님 방에 갈게요.
저녁준비할 시간이라...^^

2005-11-12 08: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11-12 1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브리즈 2005-11-16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젊었던 어느 때 혹은 어렸던 어느 때 한동안 들여다보던 시인이에요, 김종삼은.
간결한 시구만큼이나 마음이 쓸쓸해져서는 산책을 나가던 기억이 나네요.
잘 읽었습니다. :)

로드무비 2005-11-17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리즈님,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무해한모리군 2007-10-31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로드무비님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시인의 글을 이 아침 읽으니 참 좋습니다.. 단점은 바위에 앉아서 소주한잔 하고 싶은 기분이 드네요 ..
 
습지생태보고서 - 2판
최규석 글 그림 / 거북이북스 / 201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규석의 <습지생태보고서>라는 새 만화 제목을 처음 봤을 때 나는 곰팡이 시커멓게 핀
골방에 서식하는 꾀죄죄한 청춘의 몰골들이 딱 떠올랐다.
아니나 다를까, 때에 전 이불, 담뱃진이 켜켜이 찐득하게 달라붙은 조그만 방에
작가 자신인 최군, 바가지 머리에 보라색 추리님 하의의 패션(!) 감각이  돋보이는 재호,
넙데데한 얼굴의 사람 좋은 정군, 아예 컴퓨터 안에서 살다시피 하는 작업벌레 몽찬,
없는 자는 당당하게 괄시하고 있는 자는 공공연히 존경하는 사슴 녹용이가
빈대 붙어 살고 있었다.(그들을 보면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즐겁다'는
신경림 시인의 시구가 절로  생각난다!)

동네 골목의 옷 수거함에서 입을 만한 옷을 몇 개 발견하고 희희낙락하는 최군과 재호를 보니
나의 어느 시절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길에서 주운 낡은 책상이랑 조잡한 비키니 옷장, 이불 한 채가 살림의 전부였던 북아현동 문간방.

갑자기 취직이 되어 상경하는 바람에 연남동 고모의 호화주택에서 신세를 지고 있었는데
남동생의 취직이 연달아 결정되는 바람에 아예 방을 얻어 나오기로 한 것이다.
내 수중에는 돈이 없었고 아버지가 몇 백만 원을 빌려주신다고 해서 예전부터 막연히
호감을 품고 있던 북아현동 한옥 골목을 샅샅이 훑게 되었다.

냉장고나 세탁기는 언감생심 꿈도 안 꿨고 황학동 벼룩시장에 같은 출판사에 다니는
후배를 데리고 가서  중고텔레비전이랑 남이 쓰던 전기밥솥을 하나 사왔으니
지금 생각하면 나도 참 고지식하고 늘푼수없는 인간이었다.

어느 날 남동생이 당분간 밥상 위에 숟가락 하나만 더 놓자고 하며 수배중인 후배를
데리고 왔다.

한데나 다름없는 부엌 옆에 조그만 창고 같은 게 딸려 있었는데 남동생은 그곳을 치우고
전기담요를 깔고 후배랑 그곳에서 잠을 잤다.
이불만 달랑 한 채 있는 방에서 녀석은 무려 6개월을 웅크리고 지냈다. 담배만 뻑뻑 피우면서......
그 때 그 방의 냄새가 아마 이 책에 나오는 최군과 그 친구들의 아지트 냄새와 비슷하지 않을까!


나처럼  자기중심적인 성향이 강한 인간이 텔레비전에 비친 쓰러져가는 움막을 보고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이 여름 무더위에 샤워는 제대로 할 수 있는지,
모든 연료 사용이 여의치 않을 때 전기장판이라도 한 장 있어 겨울을 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마음이 쓰이는 것은 다 그런 습지 서식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어쩌다 미팅에서 만나 부잣집 아가씨의 고생 않고 자란 특유의 한 점 티 없고 해맑은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설레게 된 최군의 일화는 나의 일처럼 가슴이 두근거리고 짠하다.
자기 아버지의 한 달 용돈이 4만 원인데 아르바이트로 어렵게 번 돈을 옷 사 입고 명색이 남자이니
데이트 비용으로도 써야 하고... 그건 최군의 독백처럼 절대 죄가 아니다.
남들 다 하는 연애도 빈털터리 지지리 궁상 청년들에게는 왜 그리도  어렵더라는 말이냐!

청춘은 죄가 없는데......


‘팔이 잘려본 사람은 손가락이 잘린 사람을 위로하지 못한다’는 일화도 아주 인상 깊었다.
가난이나 고통은 타인과의 비교를 통한다면 끝이 없다.
언젠가 전세금을 몽땅 날리고 이미 벌어진 일이니 겉으로는 선선한 얼굴로 받아들이면서도
속으로는 조금 끙끙대고 있을 때,  안양에서 식당을 하는 친한 언니에게서 50만 원을 급히
빌려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마침 그때 내 저금통장에는 모 출판사로부터 받은 교정료가 그 정도 들어 있었다.
나는 나의 사정을 말하고 그 돈이라도 지킬까 하다가, 몇 천만 원을 모르는 이 때문에 날렸는데
시장 볼 돈 50만 원이 없어서 전화한 언니에게 너무 야박한 짓이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내 사정은 말하지 않고 빌려주었고 결국 그 돈을 못 받았다.
지금 생각해도 어이없는 일이고 알 수 없는 이상한 심리였다.
일주일만 쓰겠다고 사정사정을 하여 나에게서 50만 원을 빌려간 그 언니는 그 뒤 돈도 안 갚고
연락을 끊었다.
그에게 또 내가 모르는  무슨 기막힌 사정이 있는지 내가 어떻게 알겠는가!


어느 페이지나 펼치면 쿰쿰하고 시나부로 궁기가 줄줄 흐르지만 그래도 한편
무척이나 발랄한 구석이 있는 이 만화 청춘 보고서를 읽고 있으면
그 허름한 방의  청춘의 몰골이 꼭 서럽고  외면하고 싶은 것만은 아니다.
일화 하나하나를 만날 때마다 줄줄이 떠오른 나의 과거 장면들이 그리 부끄럽고 슬픈 것이
아닌 것처럼. 그렇다고 뭐 자랑할 것도 없지만......

다소의 낭만성까지 느껴지는 건 나의 가난은 어느 정도 자발적인 가난이었고 최군과 친구들의
것도 뭐 그리  참혹한 경지의 가난은 아니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이 세상에는 정말 못 보고 못 들은 것처럼 귀막고 눈을 돌리고 싶은 가난과 엄청난 고통이
엄연히 존재할 것이다.


아무튼 궁기 흐르는 인간의 모습과 관계와 심리와 방안 풍경을 사실적으로 심도있게
그려내는 재주가 탁월한 젊은 작가 최규석.  그에게 주목한다.

그들의 방에 멋들어진 술상을 봐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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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런스 2005-11-06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나 멋진글

mong 2005-11-06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규석이라는 이름을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비애'를 그린 작가라기에 냉큼 주문을 해놨어요~
또 제가 아는 누군가가 이 사람을 주목해야 한다며
난리를 치길래 오-때마침 잘되었네 했는데....
로드무비님의 리뷰까지~차고 넘치는 우연속에
멋진 글이 마구 저를 기쁘게 하는군요 ^^

sudan 2005-11-06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왜 저 제목에 시큰하죠? (난 별로 궁상 아닌데. 흠)

히피드림~ 2005-11-06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제목만 보고 이게 뭐지? 무비님이 생물학을 전공하셨나?? 했답니다.^^;; 이 책 방금 구경하고 왔더니, 인디만화로 분류되어 있네요. 리뷰 제목도 너무 멋집니다.^^

울보 2005-11-06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로드무비님

뚜유 2005-11-06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룡 둘리...> 보고 사려고 했었는데 가난대폭발로 궁상 모드라 표지만 보고 얌전히 내려놓고 왔다는...T.T

로드무비 2005-11-06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칼슘두유님, 이 만화 저는 마음에 쏙 들어요.
다음엔 과감하게 사셔요.^^

울보님, 역시 로드무비님이라니, 좋은 뜻이겠죠?^^

펑크님, 쓰다보니 제 이야기를 너무 많이 집어넣어 조금 불쾌해요.
하지만 이왕 쓴 것 고치지 않을래요.
이 책과 함께 제게 빌려보고 싶은 책들 메모해서 신청하셔도 되는데....
(빈말 아닌 거 아시죠?)

수단님 궁상도 아니면서 제목만 보고도 시큰하다니 '알쪼'있습니다요.^^

mong님, 주문 잘하셨습니다.
님도 분명 좋아하실 거예요.^^

싸이런스님, 고맙습니다. 올려놓고 조금 찜찜했거든요.^^

2005-11-06 19: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11-06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이 책은 꽤나 발랄하고 경쾌해서 웃으며 볼 수 있어요.
걱정 안하셔도......
그리고 짭잘한 정보 감사합니다.
마일리지냐 현금이냐, 그것이 문제로군요.^^

플레져 2005-11-06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오랜만에 리뷰를 썼더니 글이 잘 안써져서 애먹었어요 ㅎㅎ
님의 잘 쓴, 맛있는 리뷰에 침 흘리고 갑니다요...

날개 2005-11-06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리뷰는 님의 옛날얘기 듣는 재미가 더해요..^^

서연사랑 2005-11-06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바로 그 '자발적인 가난'조차도 부끄럽게 여기는 시대가 되어버렸잖아요.
우리들에게 '자발적인 가난'의 낭만을 느끼게 해주신 리뷰에 한 표!

비로그인 2005-11-06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술상은 언제 봐주실 건가요? =3=3=3

비로그인 2005-11-06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최규석이다!! 아, 여기저기서 리뷰가 막 뜨는군요. 에이구, 최규석의 연필 끝을 따라가다보면 정말 꾀죄죄한 내 자신과 딱 마주친다니깐요. 그 방안 풍경과 사람들이 딱 울덜 인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거더라구요, 건배!! 흐흐.

산사춘 2005-11-06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들의 방에 멋들어진 술상을 봐주고 싶다"
날린 전세금에 심장이 울렸는데, 마지막 이 말은 심금을 울리네요.
각자 기억하는 방식으로 오감을 가동시키게 하는
'궁기'란 단어를 곱씹어 봅니다요.

검둥개 2005-11-07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게 당하고나면 생각하는 방식이 이상해지는 경험 저두 해봤답니다. 그래서 그 상황에서 50만원을 빌려주는 로드무비님의 행동이 저는 아주 잘 이해가 돼요. 으흐흐 못 받을지도 모른다는 것도 머리 한 구석에서는 이미 알고 있으시지 않으셨나요? ^ .^ 정말 멋진 리뷰예요!!!

로드무비 2005-11-07 0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둥개님, 그 기분 아신다니 너무 반갑습니다.
덥썩!!!
까짓거, 하는 느낌도 있었고, 못 받을 것 각오했답니다. 물론!^^

산사춘님, 넘으 총각들 멋들어진 술상 봐주는 대신 식구들 밥이나 좀 제대로
챙겨야 되는데...
님의 댓글 보고 제정신이 돌아왔답니다. 찔려서~~
산사춘님의 궁기는 궁기라는 단어가 무색한 그런 것일 거라
상상해 봅니다.^^

복돌이님, 님도 읽으셨군요.
첫 책에서 치킨 한 마리 시켜먹는 장면 보고 배를 잡았는데
가공할 유머라고 생각했어요.
개인적으로 복돌이님의 습지 리뷰가 무지 기대됩니다. 건배!!

노파님, 술도 몬 드신담서...
노파님이 술상을 원하시면 '수수하게' 한상 차려야지요, 뭐.^^

서연사랑님, 자발적인 가난이라고 표현하고 보니 좀 거시기하네요.
그래도 뭐 여차하면 손을 벌릴 데가 있었으니까.
네, 스스로 구차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니 분명 낭만도 있었던 거겠죠.^^

날개님, 리뷰 쓰는데 옛날 이야기가 줄줄이 떠올라가지고 좀 낭패스러웠어요.
님이 재밌다고 하시니 만족합니다.^^

플레져님, 별 말씀을...좋기만 하던데!
어여 빨리 최상의 컨디션으로 회복되시길...
님의 기분 저조는 느껴집니다.^^

니르바나 2005-11-07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록 나라 가난이 시민의 궁기를 만들어내지만
로드무비님같은 성정을 가진 분들과 같이 하늘을 머리이고 산다면
그래도 견딜만한 세상처럼 여겨집니다.

로드무비 2005-11-07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르바나님, 저 때만 해도 성정이 괜찮았던 것 같은데
요즘 많이 강팍해졌습니다.
더이상 나빠지지 않도록 노력 좀 해보겠습니다.^^
(님의 말씀에 찔려서!=3)

인터라겐 2005-11-07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햐~ 전 아마 속으로 셈하느라 친정엄마가 사정해도 안줬을것 같아요..

로드무비 2005-11-07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이라면 저도 어림없습니다!^^

부리 2005-11-08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옹졸했습니다. 장안의 추천을 님이 다 쓸어가신다는 소문을 듣고 이 글을 읽었습니다. 하지만 열다섯개를 넘은 추천갯수에 놀라 추천을 못했습니다. 두고두고 맘에 걸려서 지금 다시 와서 추천 꾸욱 누릅니다. 로드무비님, 정말 멋진 분입니다. 주하는 틀림없이 우리 사회를 맑게 만드는 데 일조할 것입니다.

로드무비 2005-11-08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님, 추천 안 누르신 게 두고두고 마음에 걸리셨다고요?
어째야 쓰까나 우리 부리님!
님이 예뻐 죽겠습니다.^^*

2005-11-09 1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11-09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잘 다녀오너라!
너무너무 좋은 여행이 되기를 바란다.
그런데 니가 여행간다는데 왜 눈물이 핑 돌지?^^
 

80년대 초중반, 크리슈나무르티와 라즈니쉬의 책들이 베스트셀러로 속속 떠올랐다.
석지현 스님과 전위무용가 홍신자가 번역한 <마하무드라의 노래>,
<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나 <자기로부터의 혁명> 등 지금 생각하면 명상서적이라기보다
자기 계발서의 성격이 짙은  크리슈나무르티의 저작들.

J. 크리슈나무르티의 무슨 책인가는 밑줄을 좍좍 그어가며 읽은 기억이 난다.

--너희들은 아는가, 너희들이 왜 집착하는가를?
너희들은 다른 것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이다.
너희는 집에 매달리고 에 매달리고 너희들의 우상과 신,
여러 결론들과 애착물들과 슬픔들에 매달린다.
(...)너희가 강을 건너가고자 한다면 너희는 이쪽 강둑을 떠나야만 한다.

<바람처럼 물결처럼>이라는 크리슈나무르티의 책을 빌려준 사람은 동국대 학생인 스님이었다.
친구의 친구의 친구쯤 되는데 어느 날 성북동 자신이 기거하는 암자에 놀러오라고 해서 몇 명이 갔더니
정태춘의 '서해에서'와  '북한강에서'가 나오는 테이프를 틀어놓고, 벽장에서 한과와 떡을 꺼내 대접했다.
여느 여학생의 공부방과 다를 바 없던 아기자기하고 고소한 냄새가 폴폴 나던  방.

그런데 정작 당시 내 마음을 강타했던 책은 임정남 (그 자신 시인이며 강은교 시인의 남편이었다) 씨가 
엮은 조그만 책자  <나를 찾으시오>.
내가 기억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자기계발서!(어쩌면 기초단계의 의식화 서적?)

명상을 통해 쓸데없는 집착을 버리고 마음의 평화를 얻는 거랑,
자신의 단점을 받아들이고 장점을 적극 개발하여 한 번뿐인 인생을 풍요롭게 사는 것이랑
사실 뭐가 크게 다를까!
세속적인 의미의 성공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도리어 세속적인 의미의 성공을 이루고 사는 예가 많으니
인생은 가끔 참으로 오묘하다는 말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몇 해 전 헬렌 니어링 스콧 니어링 부부의 <조화로운 삶>인가 스콧 니어링의 <자서전>을 읽는데 
오래도록 잊고 있던 크리슈나무르티의 이름이 등장했다.
헬렌 니어링의 젊어 한때 연인으로......
그런데 헬렌 니어링의 연인으로 나오는 그는 깊이 있는 철학자이기보다 한없이 유치하고 경박한,
한마디로 전혀 호감이 가지 않는 인물이었다.

-그대, 명상은 보는 것이다.
아무런 언어도 없이, 아무런 판단도 없이, 아무런 의견도 내세우지 않고,
매일의 생활의 모든 일들을 주의깊게 지켜보고 듣는 것이다
.
(-크리슈나무르티 <바람처럼 물결처럼> 중)

헬렌 니어링의 책을 읽으며 그동안 크리슈나무르티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떼인 것처럼이나
불쾌했었는데 오늘 아침 문득 생각하니 그럴 일도 아니다 싶다.

한 철학자나 명상가가의 입이나 손끝으로 쓰여진 멋진 말이나 글은 그것으로 스스로 존재하고
살아숨쉰다.
멋진 강연을 하고 사람의 마음을 후벼파는 글을 쓰고 난 뒤 그 철학자가 무슨 짓을 하든
사실은 나와는 상관이 없는 것이다.

--강을 건너가고자 한다면 너희는 이쪽 강둑을 떠나야만 한다.

그럼, 그렇고 말고! 
새삼스런 깨달음처럼 오늘 아침 나는 이런 나의 균형감각이 무지 마음에 든다.
이것도 알고보면 그 알량한 독서의 힘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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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 2005-11-03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균형감각이라...
토,일을 쉬고 월요일날 영화를 봐야 하므로
오후 두시이후에나 출근 가능하다고 겁없이 이야기 하는
저는? ㅎㅎ

로드무비 2005-11-03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ng님, 그게 바로 균형감각인 줄 아뢰오.^^

숨은아이 2005-11-03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강물에 휩쓸려갈까봐 강둑에 악착같이 매달리고 있습니다.

로드무비 2005-11-03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아이님, 그것도 일종의 균형감각!^^

blowup 2005-11-03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산하세요! 너무 높이 올라가셨잖아요.

로드무비 2005-11-03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mu님, 아니 산에 오른 적도 없는 사람보고......^^

날개 2005-11-03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표현은 언제봐도 재밌어요..^^
- 크리슈나무르티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떼인 것처럼이나 불쾌했었는데
- 오늘 아침 나는 이런 나의 균형감각이 무지 마음에 든다.
흐흐~ 저도 무지 맘에 듭니다.. 님의 글이~ ^^*

릴케 현상 2005-11-03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에 든다'

이누아 2005-11-03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헬렌 니어링의 글 읽으면서 크리슈나무르티가 좀 유치하게 그려졌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의 미묘함은 그 둘만이 알 수 있겠지요. 헬렌의 눈으로 본 그이지만 그의 눈으로 본 헬렌은 또 어떤 모습일까요? 님의 말씀대로 그들의 몫은 그들에게 주고, 우리는 우리의 강을 건너요.^^

인터라겐 2005-11-03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의 힘이 딸리나 봅니다.. 균형감각이 없어져 버렸어요...

가시장미 2005-11-03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량한 독서의 힘이겠지? -> 알량한 독서의 힘이라도 느껴보고 싶네요.
알량한 것이 아니라.. 내공의 힘 아닌가요? ㅠ_ㅠ 아~~ 부러워요!!!
( 댓글 수랑 추천 수가 같아서.. 왠지 추천을 해야 할 것 같은 압박으로 추천! ㅋㅋ)

산사춘 2005-11-04 0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텐진 빠모 스님도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는 경험이 부족할 수 밖에 없는 여성현실에 대한 고려는 좀 부족하시더라구요. 그럼에도 실제로나 글에서나 가슴치는 가르침을 전해주시니 그것만으로도 감사하지요.
진정한 내공인은 넘치면 끊어주고 더 멀리가게하는 스승의 중요성을 잊지않는데,
무비님께 그 냄시가 느껴집니다. 책뿐만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계속 스승들을 찾으시잖아요.

로드무비 2005-11-04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 쓴 것 다운되어 날려먹고 간단하게 다시 씁니다.^^;;

산사춘님, 진정한 내공인이 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의 냄시가 좀 꼬숩고 콤콤하죠? 헤헤~

가시장미님, 추천 고맙고.
'알량'이라고 표현한 속에 저의 애정이 담겨 있다는 것만 알아주심...^^

인터라겐님, 모두가 인터라겐님 정도만 되라고 하세요.^^

로드무비 2005-11-04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누아님, 저도 그 점을 염두에 둔 겁니다. 아시죠?
우리 함께 강을 건너자는 말이 참 정답고 좋습니다.^^

자명한 산책님, 뭐가요? 뭐가 마음에 든다는 건지 모르겠네.^^

날개님, 전 님의 댓글이 마음에 쏙 듭니다.^^

건우와 연우 2005-11-04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로드무비 2005-11-04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 연우님, 가보니 방이 텅 비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