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인간이 아직 모르는 문제, 문제가 되는지 아닌지도 미처 모르는 문제들에 대한
숨은 해답들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위대합니다.
종 다양성이니 생물 다양성이니 하는 것이 소중한 이유가 그겁니다.
은행나무 잎에 혈액순환 촉진성분이 있는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새끼누에에서 혈당 강하제를 얻을 수 있다는 것도 최근에야 알게 된 일입니다.
이렇게 보면 어떤 잡초도 '잡초'가 아닙니다.
잡초라고 해서 뽑아버리고 다 죽여 없애면 우리가 모르는 문제에 대한
비장의 해답들을  없애는 일이죠.

                                           -도정일,  최재천의 <대담> (2005년, 휴머니스트 刊) 258쪽



<대담>을 재미있게 읽고 있는데
이상하게 한번에 진도가 확 나가지 않는다.
위에 소개한 부분은 어젯밤 읽은 부분.
그리고 조금 전 '영혼은 존재하는가'하는 주제에 대한 두 사람의 견해를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과학도로서 결정론과 자유의지가 절대 함께 갈 수 없다고 믿는 통념에 대해 말하며
최재천 교수는 대니얼 데넷의 <자유도 진화한다>에서 한 귀절을 인용하고 있다.

'유전자 결정론이 결코 인간의 자유의지를 속박하지 않는다고 단언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유전자가 우리로 하여금 자유의지를 갖게끔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 말이 아주 마음에 들어서 저자 이름과 책 제목을 수첩에 옮겨 적었다.

 이 책을 읽을 때 어떤 잡초도 잡초가 아니라는 최재천 교수의 말이
특별히 마음에 와닿았다.  어제 낮 <위대한 밥상>을 읽은 여파이기도 할 것이다.

십몇 년 전 업무상 부산의 소설가 요산 김정한 선생님 댁을 방문했을 때,
그분이 주장하신 것도 그것이었다.
요즘 문학 하는 사람들은 걸핏하면 자신의 글에 '이름모를 새'니 '이름 모를 꽃이라고 표현하는데
그건 아주 잘못 된 것이라고.
세상에 이름 모를 꽃이나 이름 모를 새는 없는 것이고, 적어도 문학 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무식을 그렇게 뭉뚱거려서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사실주의 문학의 대가다운 말씀이었다.

<대담>의 '잡초'에서 갑자기 김정한 선생이 오래 전 말씀하신 '이름 모를 꽃'으로 생각이 넘어갔다.
그런데 그 말씀을 댁을 방문한 내가 예뻐서 특별히 해주신 줄 알았더니(꿈도 야무지지!),
언젠가 선생의 어떤 글을 읽는데 그 내용이 그대로 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어느 여름 소설가 이문구 선생님  댁에 수박 심부름을 자청하여 간 일이 있었는데,
그분도 김정한 선생님 이야기가 나오자 자신이 인상깊게 들은  '이름 없는 꽃'  이야기를 해주셨다.
아이고,  이제 두 분 다 고인이 되셨구나!

뜬금없지만 갑자기 생각이 나서 기록해 둔다.

 






댓글(29) 먼댓글(1)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6-02-21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이름모를 꽃은 없죠.
제 이름은 000이예요..^^

mong 2006-02-21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정한 선생님의 말씀, 참 좋네요
얼마전에 읽은 HOOT에서도 아이들은 물고기나 뱀이름도
그냥 지나치지 않더라구요, 읽으면서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어요
그만큼 관심이 멀어지고 그냥 지나치게 되는것이 많아지는것 같아서요

로드무비 2006-02-21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만 해도 그 말씀 들으며 무슨 수로 꽃 이름 풀 이름을 다 알겠냐며
속으로 멀뚱멀뚱해 하는 부분이 있었죠.
나이가 드니 생각도 달라지는군요.
이런 건 바람직한 변화라고 봐요, 몽님.^^

그 이름을 잊을 리가 잊나요? 000 씨!
(영문 소문자 대문자 이응 전부 눌러보고 같은 000 찾았어요!ㅎㅎ)

물만두 2006-02-21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의 무지에 대한 이기심이죠...

로드무비 2006-02-21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너무 멋진 말씀!^^

sudan 2006-02-21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저도 이것저것 눌러보고 찾았는데. '000'

sudan 2006-02-21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꽃이나 새들도 있을 법 하지 않아요? 저기 어디 아마존 밀림 같은데. 그치만, 굳이 이름이 필요한 건 아닐 것 같아요.(주제를 벗어났나?)

로드무비 2006-02-21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단님, 님은 젊은 분이!=3=3=3

따우님, 그런 머리가 안 돌아가는 걸 어쩌란 마립니까! 버럭=3

로드무비 2006-02-21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단님, 인간에 의해 이름이 붙여지지 않은 동식물조차
그 스스로 이름을 갖고 있다, 뭐 저는 그런 맥락에서 이해합니다.
김정한 선생님의 말씀은 조금 다른 이야기고요.
공부하지 않는, 게으른 문학인들에 대한 질타라고 할까.^^

sudan 2006-02-21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복사해서 붙여넣는 거야 금방 생각했지만서두. 로드무비님 따라 해본거에요. 재밌잖아요.

sudan 2006-02-21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혼은 존재하는가'부분이 궁금해서 저 책 지금 주문했는데요. 이번엔 아예 땡스투가 없잖아요.. 책이 없음 땡스투도 없는건가봐요.

로드무비 2006-02-21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좀 창피한데...^^;;
(수단님과 같은 과인 줄 알고 좋아했더니 아니구려. 흥=3)

로드무비 2006-02-21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단님, 깜빡했네요.
책 넣었어요.
'영혼은 존재하는가'에서 도정일 교수의 딴전 부리는 모습 압권입니다.^^

따우님, 저 이야기는 사실 많이 퍼져 있죠.
이오덕 선생도 어느 글에선가 그런 말씀을 하셨고.
아무튼 송수화기 이야긴 너무 웃겨요.^^

mong 2006-02-21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정일 교수님 경우에는 정말 '아트 오브 구라' 혹은 말빨...이라는
표현이 들어 맞죠 ㅋㅋ

로드무비 2006-02-21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로 보는 도정일은 매력적이에요.ㅎㅎ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결정적인 차이가 구라의 유무라는 이야기
지금 읽고 있어요.ㅎㅎ
컴 꺼고 나가서 책 읽어야 하는데 왜 이리 나가기가 싫죠? 몽님?

urblue 2006-02-21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는 책이죠? 최재천 교수가 약간 밀리는 분위기긴 하지만, 둘 다 구라쟁이는 맞는 것 같습니다. ㅎㅎ
얼른 책 보세요. =3=3

로드무비 2006-02-21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재천 교수의 열린 태도와 유연성 마음에 듭니다.
블루님, 3시까지 놀면 안될까요?ㅎㅎ

oldhand 2006-02-21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잡초는 역시 나훈아의 "잡초"가. =3=3=3

로드무비 2006-02-21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드핸드님, 맞아요.
그 구성진 목소리와 야성미가 물씬 느껴지는 자태!ㅎㅎ

플레져 2006-02-21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나훈아의 잡초와 모 책과 관련된 글일까...하고 왔어요 ^^
이름 모를... 은 풀이든 사람이든 가히 듣기 좋지만은 않아요.
무슨 유행어처럼 이름 모를...이 회자된 적도 있었는데.
호랭이 구공탄 피우던 시절이었나? ~

로드무비 2006-02-21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저도 무명인의 비애를 톡톡히 느낀 적이 있습니다.
언제 내키면 페이퍼 쓸게요.
아까 하나 쓸까 했더니 블루님이 책 빨리 읽으라고
어찌나 채근하시는지...^^

urblue 2006-02-21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제가 언제 채근했다고. 놀거 다 놀고 계시면서. 흥.=3
제 핑계 대지 마시고 페이퍼 쓰세요.

로드무비 2006-02-21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 헤헤 들켰다!
아니, 다시 와서 댓글 읽을 건 뭐유? 역시 감시 모드였던 것 아니오?

명색이 주부 저녁준비 해야 됩니다.
나중에 그 슬픈 이야기 한번 읊어보지요.^^

2006-02-22 1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2-22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소 확인했습니다.
저야 좋지요, 뭐. 헤헤~~
이왕이면 제가 읽고 싶은 걸로!
좋은 책이 무지 많더라고요.^, . ~

Mephistopheles 2006-02-22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MAP의 世界に一つだけの花 (세상에 하나뿐인 꽃) 생각 났어요.
작은 꽃과 큰 꽃, 무엇하나 같은 건 없으니,
NO.1이 되지 않아도 되요, 원래 특별한 Only one
이라는 마지막 가사가 생각나네요..^^

비로그인 2006-02-22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클로버꽃을 좋아합니다. 언젠가 기르던 토끼가 시계꽃으로 불리던 그 꽃을 먹는 걸 봤습니다. 그래서 토깽이냠냠꽃, 이라고 불렀습니다. 으흐흐.. 그, 근데 땡볕이 내리쬐는 한 여름, 논의 피잡초 뽑는 건 정말 힘들어요. T^T

산사춘 2006-02-22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모를 음식이라 가끔 읊었던 것에 대해서 반성합니다.

로드무비 2006-02-24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사춘님, ㅎㅎ 이름 모를 음식. 너무 웃겨요. 걀걀~~

복돌이님 토깽이냠냠꽃 너무 좋은데요?
님은 천상 시를 쓰셔야 한당께요.^^

메피스토님, 저 모르는 노래예요.
가사가 좋아서 한 번 들어보고 싶군요.^^
 
희망의 밥상
제인 구달 외 지음, 김은영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딸아이가 2학년으로 올라가면서 학교에서 급식을 하게 되었다.
1학년 때는 일주일에 하루 도시락을 싸갔는데 반찬이 걱정이었다.
달걀말이와 미니돈가스가 제일 간단한데, 아이가 싫증을 내어 나중에는 초간단 꼬마김밥이나
조그맣게 주먹밥을 뭉쳐 싸주는 일이 많았다.
그러니 학교에서의 급식 소식이 얼마나 반가웠겠는가.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하니 마냥 좋아할 일만도 아니다.
학교급식, 얼마나 말도 많고 탈도 많은지......

아프리카 오지에서의 침팬지 연구로 명성을 얻고 일흔 살을 넘긴 지금도
세계 곳곳을 누비며 야생동물 보호와 자연환경 보존에 앞장서고 있는 제인 구달 박사,
그리고  게리 매커보이, 게일 허드슨 공저의 <희망의 밥상>을 읽었다.
그동안 하마하마  짐작만 하고 있었지 애써 외면하고 있던 문제들과 대면하고 말았다.
콜라를 마시지 않는 것과 패스트푸드점을 거의 이용하지 않는 것을 알량한 위안으로 삼고 있었는데
사실 그 정도에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건 이 책을 읽기 전에도 잘 알고 있었다.
내 개인이나 가족의 건강 문제와도 직결되어 있는 먹거리, 그리고 그것이 나아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환경 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

<희망의 밥상>에 의하면 대형마트에서 사온 신선한 채소나 과일, 최근 건강식품으로 알려지면서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등푸른 생선이며 새우 등의 해산물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바다는 썩었고, 도축장의 내막과  풍경을 알고 나면 이 세상 사람들은 전부 채식주의자로 전환해야 한다.

평소 나는 마트를 이용하면서 시든 채소 앞에서의 주인 할아버지의 상심이 안쓰러워
동네 노점에서 채소를 많이 사는 편인데,  그렇다면 그 시들시들하고 울퉁불퉁한 야채들이
유기농에 가까운 것이었던 걸까?
중간소매상들의 농간으로 산지에서는 거의 똥값인 배추며 작물들 때문에 시름에 잠긴 농민들을 보면
어떻게 저 농민들과 직접 연결하여 좋은 농작물을 값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곤 했는데
제인 구달 박사 역시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내 고장에서 나는 식품을 먹자'고.
농가와 소비자의 직거래, 찬성이다!

침팬지며 사슴이며 돼지들의 경우 유기농 야채와 유전자 조작 야채를 함께 코앞에 들이대면
귀신같이 유기농만 골라서 먹는다니, 겉만 번지르르하고 깨끗한 것에 손이 가는 사람들보다
몇 배나 낫다는 생각도 든다.

환경의식이 투철하지 못한 나는 유기농에 대해 막연히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어떻게 100프로 유기농만 고집할 수 있겠어!  좀 농약을 덜 친 것, 될 수 있으면 유전자 조작을
안한 것,  비교적 친환경적인 정도에서 만족해야지!'

그런데 아침에 마시는 커피 한잔도 열대우림의 보호를 생각하며 '셰이드그로운'인지
'페어 트레이드'인지 유기농 표시를 확인하고 마시라는 것이 아닌가!
골치 아프게 생겼다.
채식으로의 완전전환도 어렵겠다는 생각이다.
무분별하게 먹지 말고 되도록 횟수를 줄이고, 감사하며 맛나게 먹어야지. 이왕 먹는 것......

리뷰 맨 앞에서도 썼지만 딸아이의 학교 급식이 코앞의 일이다 보니 이 책에서도
'에더블 스쿨야드 프로그램'이라는 것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학교의 정원을 텃밭으로 만들어 학생들이 직접 심고 가꾸어 그 수확물을 가지고
학생들이 직접 조리하여 점심을 먹는 프로그램!
고급식기나 전자레인지도 없이, 가장 소박하고 간단한 식탁에서.
그런 꿈같은 일이 실현되고 있는 곳이 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지구의 환경을 해치지 않는 음식들을 먹고, 더 많은 자원을 재활용하며,
땅에 남을 자신의 흔적을 가능한 한 적게 한다.(350쪽)

우리 아이들과 지구를 위해서라도 이 이상 좋은 교육이 어디 있겠는가!





댓글(32) 먼댓글(0) 좋아요(4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드무비 2006-02-20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우님, 그런데 흥~은 왜 들어가나유?^^

urblue 2006-02-20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대체 뭘 먹어요~

2006-02-20 15: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06-02-20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실히 요즘 식자재의 문제가 크지요..이대로 가다간
텃밭의 의무화, 내가 직접 키운 농작물과 축산물만이 믿고
먹을 수 밖에 없는 세상이 올꺼 같아요..

커피우유 2006-02-20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사서 보려고 생각중이었는데...정말 따져보니 먹을게 없네요.
어제 뉴스에서 본 도축장의 비위생적인 환경을 보니, 정말 고기먹을 기분이 싹 가시더만요.
배불리 먹는 단계에서 업그레이드해서 이젠 안전하게 먹는 것도 더더욱 신경써야 할듯 싶어요. 1인당 1텃밭 가꾸기 운동이라도 해야할덧.

혜덕화 2006-02-20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기가 나오는 날은 언제나 반찬이 동이 나고, 야채나 나물이 나오면 거의 선생님께 잔소리 듣지 않기 위해 한줄기 정도 받아오는 아이들의 가난한 식판이 떠오릅니다.
채식은 어릴때부터 습관들이기 나름인데, 이미 입맛이 고기에 길들여진 아이들을 바꾸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_()_

mong 2006-02-20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손바닥만한 텃밭이라도 가꾸어야지...
먹을게 없네요 에효~
임신 캘린더 보다 무서운 내용은 따로 있군요

로드무비 2006-02-20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ng님, 그러니까요.
님의 댓글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혜덕화님, 그래도 부모 역할이 제일 큰데,
저부터도 자신이 없어요. 우선 잘 먹는 것 위주로 해주고
아이가 한번 맛있다고 하면 그걸로 뽕을 빼고......^^;;

커피우유님, 이 책은 한 번 읽으실만합니다.
도축장, 그러니까요. 양계장도 마찬가지고.
주말농장 그런 걸로 성에 안 차고 귀농을 해야할까요?

로드무비 2006-02-20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땅이 깊이 병들면 내가 직접 농사 짓는 것도 크게 의미가 없겠지요.
텃밭, 그거 정말 탐나네요.
새싹야채 세트라도 주문해 길러볼까요?^^

블루님, 찬찬히 생각해 보자고요.^^

새벽별님, '대충 먹고 살자' 어찌 보면 멋진 말 같기도 하고.
저도 가리는 게 많아요. 어울리지 않게......^^

코마개 2006-02-20 16: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는 간단한 일부터 하죠. 육식 줄이기. 제가 항상 식구들에게 "세계평화를 위해서 육식을 자제해야해"라고 말하면 다들 콧방귀를 뀌던데.
다함께 합시다. 육식 줄이기.
그리고 다국적 회사의 제품 사용 자제하기. 뭐 이런 쉬운것 부터.

마태우스 2006-02-20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식물이 오염되었다는 애기는 일부러 안들으려고 합니다. 콜레스테롤이 많다는 얘기두요....식도락은 제가 추구하는 몇 안되는 즐거움인지라... 구달이 침팬지에만 조예가 있는 게 아니군요. 추천은 접니다.

로드무비 2006-02-20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저도 사실 그 비슷합니다.
모르는 게 약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쥐님, 옳은 말씀입니다.
고기 외식 절반으로 줄이려고요.
다국적 기업 제품 불매, 그것도 참고할게요.^^

sudan 2006-02-20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밥하기 싫어서 나간 김에 햄버거 사왔는데.(걍 안 읽은걸로 할래요.)

2006-02-20 16: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6-02-20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맛있고, 내 입에 맞는 거 먹을래요.
환경을 생각해서 덜 기름지고 그런걸루다가...
설거지할 때, 좀 더 신경쓰겠습니다!

로드무비 2006-02-20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제 생각도 뭐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도 쬐끔 신경은 쓰려고요.
따로 결심할 필요가 없이 절로 신경 써질 듯......^^;;

속삭이신 님, 헤헤~ 맞아요.
제가 영어에 많이 약합니다.
님이 이 문제에 관심이 많으시단 건 이미 알고 있었고요.^^

수단님, 이왕 사온 햄버그는 맛있게 먹어주는 게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전 새우버거 좋아해요.
거의 안 사먹지만...흑.^^;

하루(春) 2006-02-20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 서평 쓰기로 하고 받으신 건가요? 되게 빨리 읽으시네요. 저도 읽기 시작했어요.

로드무비 2006-02-20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아니오.
며칠 전 어느 님께 선물 받았어요.^^

이누아 2006-02-20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결혼하고 유기농 먹어보겠다고 지방 생협에 가입했었어요. 근데 우리집은 식구가 둘이라 주문해서 먹는 게 적절하지 않아서 결국 관뒀어요. 4인 가족 정도 되면 그런 곳에 가입해서 주문해 먹는 것도 괜찮을 듯한데, 둘이 살면서 주문해서 뭘 먹을 양이 안 되더라구요. 유난떠는 것 같기도 했고.
근데 아는 한의사분 말씀이 아이들은 유기농 먹는 게 좋다고 해요. 우리야 덜 오염된 음식을 먹고 자란 일정 시기가 있어서 좀 쌓여도 괜찮은데 아이 때부터 오염된 물질이 쌓이면 나이 들어서 안 좋다고 하네요. 전 여름에 이사하는데 베란다에 흙놓을 자리가 있더라구요. 거기 상추 키울 생각이에요. 신랑이 워낙 좋아하는 메뉴고, 그냥 둬도 잘 자라는 류라. 근데 이렇게 적고 보니 대선 때 오염된 식품에 대한 질문에 "우리집에선 콩나물 키워 먹어요"하던 정몽준 씨의 대답이 생각나는군요.--;;

울보 2006-02-20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반성하고 반성합니다,,

사마천 2006-02-21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들었다고 꼭 유기농에 가까운 것은 아니겠죠 아마.. ^^

로드무비 2006-02-21 0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마천님 온, 농담도.
시든 건 팔리지 않아 오래 된 거라는 증거죠.
제가 좀 낙관적으로 몰고 가는 구석이 있습니다.^^

울보님, 아이고 알뜰살뜰하신 살림꾼 울보님이 왜요.
반성을 하려면 저야말로 10박 11일로 손 들고 있어야죠.^^

이누아님, 생선 많이 먹는 아이들에게서 다량의 수은이 검출됐다고 해요.
어제 신문을 보니.
우리 가족만 유기농 챙겨 먹고 싹 빠지는 걸로는
해결되지 않는 일인 것 같습니다.
생협 저도 이용해 본 적 있는데 된장이 너무 맛있었어요.
현미유도 잠시 먹어봤고.
아이들은 신경 써서 좀 덜 오염된 걸로 골라 먹여야죠.
먹거리에조차 안심할 수 없다니 새삼 사는 일이 암담하게 느껴집니다.


라주미힌 2006-02-21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식물 낭비만 줄여도 상당한 효과를 볼텐데요....
특히 음식점, 술집`!!!!

paviana 2006-02-21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성하고 또 반성은 하는데, 어떻게 몰 먹어야 될지는 정말 모르겠어요.ㅠㅠ

2006-02-21 15: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2-21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사무실님, 님 방에 메모 남겼습니다.

파비아나님, 그러게 말입니다.
이왕 그렇다면 입맛 땡기는 대로 먹어버릴까, 하는
난폭한 생각도 듭니다.^^

라주미힌님, 음식물 남기는 게 아까워 전부
제 입속으로 넣어주다 보니 그 또한 문제점이 많습니다.;;;
식당과 술집들 남은 음식은 모아서 양돈업자 등에게 바로바로 넘기면 좋은데.
뭔 방법이 없나 몰러요.^^;


검둥개 2006-02-21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텃밭이 있으면 꼭 토마토를 키우고 싶어요. 줄기의 그 상쾌한 향기 때문에 ^.^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린지!!! =3=3=3)

비로그인 2006-02-22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구, 이거 강원도 두메 산골에 들어가 감자나 구워먹으면서 살아야 할래나..알면서도 사 먹고, 모르면서도 사 먹고..예전엔 말이죠. 밥상에 깰랑 간장 종지 한 그릇에 김치 몇 가닥 밥 우에 얹어 먹었어도 그럭저럭 큰 병 걸리지 않고 살았는데..
모든 무한경쟁, 이 주는 비극이 제 몸을, 삶을 파괴시키고 있다니깐요..

산사춘 2006-02-22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땅에 남을 자신의 흔적을 가능한 한 적게 한다...
뭘 새로 하려고 하지 말고 뭘 덜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게 어느 분야든 해당되는 듯 싶어요.

로드무비 2006-02-24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사춘님, 책부터 그만 사들여야 하는데.
책은 그나마 나을까요?^^;

복돌이님, 예전처럼 먹고 살면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너무 구수하게 말씀하시니 간장종지만 놓고 김치 몇 가닥에
밥 먹고 싶은데요?^^

검둥개님, 방울토마토 키우는 마당 본 적이 있는데 참 신기하더라고요.
토마토의 소박한 향, 좋지요.^^

kleinsusun 2006-02-24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인구달, 헬렌 니어링 이런 책들 몇권이나 읽었는데요.
그래도.....고기를 포기할 수가 없어요. 고기가....좋아요.ㅎㅎ
나는 나는 meat lover.^^

로드무비 2006-02-25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그런 책을 100권을 읽더라도...
입맛을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죠.
저도 1주일에 한 번은 꼭 고기를 먹어줘야 하는 체질로 바뀌었어요.
책장수님 때문에...ㅎㅎ
 
임신 캘린더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받자마자 단숨에 읽으셨다는 분이 이 책을 주문해 주셨다.
나 또한 기대에 부응하고자  읽던 책을 덮어두고 바로  책을 읽어치웠다.
그리고, 그분의 방에 가서 이런 댓글을 남겼다.

--이런 종류의 공포도 있군요.

지난주 친구가 초등 2학년 아들을 데리고 집으로 놀러왔다.
녀석은 지난해 책을 1,100권이나 읽고 그 기록을 공책에 남겨 나의 감탄을 자아냈는데,
사실 나는 그 아이를 보면  갓 태어나 배냇옷을 입고 면이불에 둘둘 싸여 누워 있던 아랫목이 생각난다.
내 아이가 꿈 속에 등장한 것도 몇 년 안 되었으니, 지금도 가끔 아이가 "엄마!"하고 부르면
나는 깜짝깜짝 놀란다.

'너가 누군데 나를 엄마라고 부르지?'

세상에 없던 것이 생겨나고, 버젓이 존재하던 것이 어느 날 갑자기 감쪽같이 없어지는 것,
사람의 탄생과 죽음은 영원한 미스테리가 아닐 수 없다. 신비이면서 또 공포이고......
모처럼 집에 놀러온 친구와 점심을 먹으며, 어느 새 다 큰 아이들이 바둑을 두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탄식했다.
아이들은 쑥쑥 자라고, 우리는 늙는구나!

'임신 캘린더'는 한 여동생이 기록한 언니의 임신에서 출산까지의 기록이다.
그런데 이 자매 좀 이상하다.
새로운 생명을 가족으로 맞이하는 기쁨이나 설렘은 눈곱만큼도 없고, 초음파사진으로 처음 보는
아기에 대해서도 입덧의 근원으로만 생각한다. 임신한 아내를 무지 챙겨주는 듯한 남편도
사실은 아이에 대한 기대 따위는 없어 보인다.
극심한 입덧도 임신에 대한 공포와  연결된 것으로 보일 정도.

무서운 장면이 나와서 무서운 게 아니다.
그 이상한 무관심과 방기, 체념처럼 무서운 게 세상에 또 있을까!

개인적으로 제일 오싹했던 작품은 두 번째에 실린 '기숙사'.
외국에 미리 나가 아내를 기다리는 남편은 아랑곳없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사촌동생을
자신이 오래 전 생활했던 기숙사에 소개한 뒤 그곳을 뻔질나게 드나드는 무표정한 여인의 이야기다.

이 책에 실린 마지막 작품 '해질녘의 급식실과 비 내리는 수영장'.
그 제목만 듣고도 뭔가 쿵, 마음속에 공명되는 부분이 없는지?
나는 이 쓸쓸한 소설에서 특히 다음 대목이 인상깊었다.

--나는 수영을 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최대한 노력했어요. 아무도 내게 신경쓰지 않기를 바랐죠.
그런 한결같은 노력도 내가 수영장에서 배운 것 중에 하나죠.(167쪽)

나에게는 이런 말을 무심하게 하는 사람의 마음이 세상에서 제일 익숙하고 무섭다.

오가와 요코는 책날개에 실린 차분하고 냉담한 표정의 사진으로 내 가슴을 철렁하게 하더니
작가 후기에서 잊을 수 없는 한 마디로 아주 쐐기를 박았다.

--양파가 싱크대 수납장에서 아무도 모르게 고양이 시체로 변화하는 과정에
소설의 진실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181쪽)

나도 모르는 새 어느 서랍이나 바구니 밑에서 양파가 썩어 뭉개져 있는 걸 본 사람이라면
작가의 이 말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ong 2006-02-19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나 오싹해요~덜덜

Mephistopheles 2006-02-19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의 반대말이 미움이 아니라고 하잖아요...
그건 무관심이라고 하더군요...^^
왠지 책보다 로드무비님의 리뷰가 더 오싹할꺼라는 생각은 왜일까요...

플레져 2006-02-19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가와 요코의 저 말은, 다음날 지인들에게 퍼트렸어요.
암기력이 없는 제가 저 두줄은 너무나 잘 외운답니다. ㅎㅎ
기숙사, 저도 제일 오싹했어요.
참, 박사를 사랑한 수식, 읽고 있는 중이랍니다~ ^^
오가와 요코 소설 섭렵...? ㅎㅎㅎ

sudan 2006-02-19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포소설이나 추리소설 장르에 있겠지 했는데, 뜻밖에도 도서 > 문학 > 문학상 수상작 > 해외 문학상 > 아쿠타가와상 카테고리에 있네요?

숨은아이 2006-02-19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 잘 모르겠는걸, 하고 생각하며 리뷰를 읽다가, 마지막에 "나도 모르는 새 어느 서랍이나 바구니 밑에서 양파가 썩어 뭉개져 있는 걸 본 사람이라면" 하신 부분에서 아차 싶었어요. 저의 집 냉장고나 베란다에서 양파는 아니고 고추나 파가 말라 비틀어져 있곤 하죠. 아아.

서연사랑 2006-02-19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저께 서연이가 겨울성경학교에 간 틈을 타서 이 책을 신나게 읽었더랬죠.
책은 금방 읽혔는 데 계속 소설 속의 장면들이 머리 속에 그려져요. 음침하고 건조하게,......

urblue 2006-02-20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날 냉장고에서 야채가 썩어 나가고 있지만...

로드무비 2006-02-20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 특히 양파가 썩은 건 처참해요. 모양도 냄새도......

서연사랑님, 겨울성경학교도 있나요?
정말 이 책 단숨에 읽히죠?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스산함이 밀려오는 작품.^^;

숨은아이님, 양파는 한편 상징적인 거고 우리가 모르는 새 놓치고 있는 것들,
뭐 그런 걸 말하는 듯해요.

수단님, 본격적인 공포소설은 아니에요.
그런데 워낙 작품이 으스스하고 스산하다보니
감상이 그쪽으로 치중되는 듯.^^


로드무비 2006-02-20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저도 박사가 사랑한 수식 한달 전쯤 샀어요.
어느 님의 리뷰 보고 미친듯이 주문했는데 아직 손도 안 대고 있네요.^^;;

메피스토님, 그렇죠.
미움받는 여자보다 슬픈 게 잊혀진 여자라 했던가?
로랑생?
뭐 그런 말도 있었지요.^^

mong님, 오싹하기보다는 쓸쓸하고 말할 수 없이
스산한 작품들입니다.^^

검둥개 2006-02-21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로드무비님은 쿨한 인간이 되시기는 어렵겠어요. ㅎㅎ
하긴 다시 보니 쿨하기보다는 좀 무시무시한 인간군상인 것 같기도 한데, 왜 이 두가지가 헷갈리는 걸까요. 무서운 세상여요...

2006-02-22 14: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2-22 15: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산사춘 2006-02-23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방치된 양파는 무엇일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요.

로드무비 2006-02-24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사춘님, 으으 방치된 양파, 저도요.^^


검둥개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쿠울하고 싶어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머릿속에 떠오른 건 간장게장이 아니고 간장게장 국물이었다.
어제 저녁 우리 가족이 일산까지 가서 먹은 한정식 반찬 중의 하나.

먹는 걸 무지 밝히는 나이지만, 요즘 우리 나라 사람들 이렇게 맛난 음식을 밝히는지 몰랐다.
처음 우리가 가기로 한 곳은 일산 시내의 한 씨푸드 레스토랑이었다.
나도 텔레비전 음식 소개 프로그램에서 보고 한 번 꼭 가봤으면 하던 집이었는데 해산물 뷔페로,
세상에나, 각양각색의 회초밥과 길쭉하고 넙적한 연어살을 몇 접시나 갖다먹어도 된다는 거였다.
며칠 전 마침 남편도 어디서 그 이야기를 듣고 와 동생네와 함께 가자고 했다.
자기 용돈으로 쏜다고.
그리하여 드디어 어제 저녁 우리 가족은 부푼 가슴을 안고 두 시간 걸려 일산까지 진출했다.

점심은 거의 거르다시피 하고 일곱  시 무렵 도착했는데, 이게 웬일?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한 로비가 따로 있었고, 내가 보기에 7,80명의 사람들이 바글바글 앉아 있었다.
어여쁜 여성 둘이 데스크에 앉아 전화를 받고 예약 손님들을 안내하고 있었다.
얼마나 기다려야 하느냐고 물으니 두 시간, 평일에는 일주일 전, 주말에는 2주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곳을 빠져나와 구 백마역 부근에 조성되었다는  먹자골목으로
차를 달렸다.

결국 두 바퀴나 뺑뺑이를 돈 끝에 우리가 안착한 곳은 고급 한정식집이었다.
평소 우리 가족의 외식비라야 동생네와 함께 움직여도 3, 4만 원 내외.
마이 도러와 동주가 환장하는 동네의 댓잎돼지갈비집이 고작이었는데, 어제는 차를 타고
두 시간 가까이 달린 데다 예상 경비도 그 세 배였으니 말을 안해서 그렇지 모두 엄청 흥분해 있었다.
한정식집이 부디 우리 기대를 배반하지 않아야 하는데......

1인당 2만 원짜리 한정식 2인분과 2만 원짜리 갈비찜 정식을 2인분 시켜 먹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종업원 왈, 3만 원짜리 한정식 3인분을 시키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이다.
그렇게 시키면 갈비찜에 게장까지 한 마리 통째 나온다니, 우리는 그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주위를 살펴보니 그 집은 20년 전통의 한정식집으로 방송에 소개된 것만도 여러 차례, 특히
간장게장으로  유명한 집인 듯했다.

음식은 정말 맛있었다, 전복죽부터 시작해 구절판에 조기구이에 갈비찜에 잡채에 장어구이에
다섯 가지 나물에 각종 쌈과 젓갈에 된장찌개에 돌솥밥까지 정말 한 가지도 맛없는 것이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양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
갈비찜은 딱 네다섯 조각이 나왔는데 주하가 배고프다고 난리 부르스를 쳐가지고설랑
한 조각 가지고 쪼개어 맛만 보고 전부 주하의 뱃속으로 들어갔다.
입에 넣자마자 슬슬 녹는 장어구이도 한 점 집어먹으니 끝, 간장게장은 국물까지 짜지 않고 맛있었다.

돌솥밥에 미리 부어둔 물로 숭늉까지 깨끗이 바닥을 내고 나자, 흥건하게 남은 간장게장 국물에
자꾸 눈이 갔다.

"저 국물 가져가면 밥을 다섯 공기는 비벼 아이들 먹이겠는데 싸달라고 하면 안될까?"

책장수님은 물론 우리 올케는 그렇다 치고 짜기로 유명한 남동생까지 고개를 흔들었다.

"그게 그렇게 탐나면 1인분 사가지고 갈까? "

책장수님의 말에 나는 완강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1인분 한 마리에 16,000원 하는 간장게장 한 마리를 누구 코에 붙이려고. 어림도 없는 소리!"

아무리 미련이 남기로서니 간장국물을 싸달라고 하는 건 좀 쪽팔리는 것 같아서 그 집을 나왔는데,
올케가 카운터에서 뭐라고 뭐라고 이야기를 나누며 지갑을 꺼내는 모습이 보인다.

'시누이의 게장국물에 너무 집착하는 모습을 보고 안쓰러워서 한 마리 싸고 있는 건가?'

나는 은근슬쩍 그런 기대를 품었다.
그런데 어럽쇼,  달랑달랑 지갑을 흔들며 빈손으로 나오는 게 아닌가!
뭐 했냐고 물었더니 우리 올케 대답.

"부산(우리 부모님 집)에 네 마리 택배로 보내기로 했어요. 너무 맛있어서!"

내가 본 중 최고로 유능하고 멋진 올케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나는 왜 오늘아침 눈을 뜨자마자 간장게장도 아니고 그 간장게장 국물이 눈앞에 삼삼하지?
이런 제길,  인생이 초라하기 짝이 없구나!

 












 

 

 

 

 

 

 

**먹느라고 정신없어서 사진은 못 찍고 이미지는 구글에서 가져왔습니다.^^


댓글(19)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mong 2006-02-19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참 로드무비님이 음식 얘기를 어찌나 감칠맛 나게 써주셨는지
간장게장 안먹는 제가 다 침이 막 고여요 풉

sudan 2006-02-19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이 초라하긴요. 유쾌해보이는데요 뭘.

sudan 2006-02-19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접 찍으신 사진인 줄 알고 감탄했다는 댓글 남기려다가.

로드무비 2006-02-19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단님, 게장국물 때문에 모처럼 페이퍼 하나 쓰게 되네요.
유쾌하게 보인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휴=3
(사진 찍을 정신이 없었어요. 나오는 족족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으려 하다보니...)

mong님, 간장게장 안 드세요?
저도 뭐 그렇게 밝히는 편은 아닌데 저 집 건 왜 그리 맛나던지......^^

Mephistopheles 2006-02-19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마리 정도는 시누이에게 보내도 크게 해가 되지 않을텐데 말이죠.....^^
혹시 올케가 간장계장으로 감정을 표현한...것인가요~~ (후다닥~~)

로드무비 2006-02-19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멀뚱멀뚱. 이해합니다. endo님!
그러실 수도 있겠지요.^^

메피스토님, 어머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을!
제가 사람이 너무 좋은가 봐요.=3=3=3

부리 2006-02-19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간장게장은 그다지 안좋아합니다. 다만 예약손님들을 안내하던 어여쁜 아가씨 둘,이란 대목에 잠이 확 깨네요&&

비로그인 2006-02-19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는 지금 제가 삿포로역에서 택배로 보낸 대게를 막 먹었어요..점심전 도착한 신랑이 어찌나 좋아하던지..
각자 보낸 시간들과 섞어가며 신났는데 또 이 페이퍼를 보니 간장게장도 먹고 싶군요..ㅎㅎ
로드무비님 올케 참 보기드문 며느리인거 같아요. 멋지다고 전해주세요..^^

Kitty 2006-02-19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같으면...조금 찌질해도 그냥 싸가지고 옵니다;;;
전 한(?)을 품으면 오래가거든요 ㅠ_ㅠ;;;

비로그인 2006-02-19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글부글 입에서 침 괴는 소리..간장 게장은 밥도둑이라잖아요. 사실 전 밥에다 비벼먹기 보다는 숟가락으로 조금씩 간을 보듯 게장 궁물을 떠먹는 걸 좋아해요. 혀를 녹이는 짭쪼롬한 비린내! 아뛰, 게장이 날 소외시키는구나..

조선인 2006-02-20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 우린 어제 점심에 빕스에 갔다가 본전 뽑으려고 너무 과식을 하는 바람에 옆지기랑 나는 저녁을 못 먹었다지요. 캬캬캬

urblue 2006-02-20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장게장이 글케 맛있어요? 으음...

로드무비 2006-02-20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 전 양념게장 더 좋아하는데 저 집 것은 확실히
다르더군요.^^

조선인님, 빕스는 한 번도 못 가봤습니다.
그래 본전은 뽑으셨는지요?^^
(빕스 샐러드바도 괜찮다고 하던데...)

복돌이님, 저 집 것은 하나도 안 짜서 숟가락으로 듬뿍 떠 먹어도
괜찮을 정도였습니다.
미련 안 남게 홀랑 마셔버릴 걸 그랬나?^^;;

키티님, ㅎㅎ 다행히 오늘은 생각이 안 납니다.
제가 또 이미 지난 일은 체념이 빠르거든요.^^

사야님, 삿뽀로의 대게는 맛이 여기 꺼랑 똑같겠지요?
두 분이 각자 따로 여행하고 돌아온 풍경이 참 근사합니다.
얼마나 사랑스러우셨을까? 서로!^^

부리님, 대기석의 여인들도 보통 이쁜 게 아니더군요.^^

날개 2006-02-20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싸오시지 그러셨어요...^^ (간장게장 국물 싸와본 경험자~)

로드무비 2006-02-20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달랑 간장만요?
놀라워라!^^

검둥개 2006-02-21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싸올 것 같아요. 아하하하 ^^

산사춘 2006-02-22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송해요. 저 사진을 보구 제가 무비님만큼이나 간장게장을 사랑한다는 걸 알았어요. 막 눈물날라케요. 흑흑

로드무비 2006-02-24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사춘님, 흑, 언제 간장게장이나 원없이 함께 먹을까요?^^

로드무비 2006-02-24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검둥개님, 그런데, 과연 그럴 수 있을까요?ㅎㅎ
 
사이시옷 - 만화가들이 꿈꾸는 차별 없는 세상 창비 인권만화 시리즈
손문상.오영진.유승하.이애림.장차현실.정훈이.최규석.홍윤표 지음 / 창비 / 200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외국인 노동자들을 불법으로 고용한 업주들이 구속되었습니다.
특히 이들 업주들 중 일부는 불법취업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내국인 직원과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한 것으로 밝혀져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2006년 회사에서 신상품 개발 실험 도중 이상한 약을 마시고 홍 대리는 2106년의 세계로 날아간다.
그런데 이 100년 뒤의 세상이 요지경이다.
외국인 노동자에게 내국인 수준의 임금을 지급한 업주가 구속되고, 그것이 큰 뉴스거리로
텔레비전에 나오는 것이다.
미혼의 직장여성에 대한 적당한 언어폭력은 법으로 보장되어 있는데 이유는
그렇게라도 눈치를 주지 않으면 결혼할 생각을 않고, 그것은 곧 저출산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란다.
날씨가 화창한 날의 외출도 자제한다.  왜냐?
피부색 측정기가 있어 16등급 이하로 피부색이 짙어지면 취업, 사회보장 등에서 차별을 받게 된다.

홍윤표의 만화  주인공 천하무적 홍 대리는 탄식한다.

"미쳤구나, 이런 세상에서 어떻게 사람이 살아?  내 비록 생각 없이 살아온 인생이지만
이건 아니야!"

그런데 그를 감시하고 지도하는 국가차별위원회에서 파견된  요원은 홍 대리의 말에 콧방귀를 뀐다.

"이 차별들은 우리가 발명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홍 선생이 살던 시대에 존재했던 차별들을
모두 법으로 만들었을 뿐이라고요!"

작년에 읽은 <십시일반>에 이어 8인의 만화가가 다시 인권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이시옷>을 읽었다.
그런데 여덟 편의 만화 중 비정규직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맨 앞 손문상의 작업과, 홍윤표의 만화
'이상한 나라의 홍 대리'가 제일 시선을 끌었다.
한밤중에 자고 일어나, 부의 세습이며 등급제 사회를 말하는 텔레비전 앞에서 작업복도 벗지 않고 앉아
한숨 쉬고 있는 부모에게, "잘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열심히 살아볼게요."라고 말하는
어린 아들의 대사라니!(손문상의 한 컷 만화)

<사이시옷>은  비정규직 노동자,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비혼모 들이 받는 차별뿐만 아니라, 
'해리포터와 호구왔다 마법학교'라는 정훈이의 작품을 통해 인생의 한 시기를 아주 당연하게
간섭받고 억압받는 입시생들의 애환까지 비틀어서 폭넓게 다루고 있다.

최규석의 '용서 받지 못한 자'라고 할 수 있는 '창'은 군대 내의 한 으슥한 막사 풍경을  리얼하게 보여준다.
공부를 집중적으로 하기 위해 당분간 합숙하러 떠난다고 집에 거짓말을 하고 한 시설에 틀어박혀야 했던
열여덟 살 소녀의 실화 '축복'은  가슴 먹먹한 이야기지만, 유승하의 독특한 펜선이 살아 있는
그림 때문인지  조금도 칙칙하지 않다.
소녀들과, 소녀가 사는 집과, 분식집이 있는 골목과, 동네 목욕탕 속 쭈그렁 할머니까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 같은 게 느껴진다.
이애림의, 형식적인 면에서 아주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만화도 인상 깊었고.

두 낱말이 어울려 한 낱말을 이룰 때 그 둘 사이를 이어주는 사이시옷, 그리고 '사람 인(人)'이라는
글자와 연결시킨 '사이시옷'이라는 제목은,
만화가들이 꿈꾸는 차별 없는 세상과 참 잘 만났다.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ong 2006-02-18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이시옷' 책이 로드무비님 리뷰와 참 잘 만났는걸요?
^^

로드무비 2006-02-18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ng님, 헤헤헤~
제가 생각해도!=3=3=3

검둥개 2006-02-18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너무 재미있겠어요. 아아아 >,<

Mephistopheles 2006-02-18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리뷰를 보면 자꾸 주문할 책만 늘어나요..
책임지세요~ 하면 혼나겠죠..ㅋㅋㅋ

로드무비 2006-02-18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십시일반 보다는 조금 느슨한 것 같기도 한데 그래도 괜찮아요.^^
(검둥개님 가까이 계시면 책 박스로 빌려드리고 싶은데...)

로드무비 2006-02-18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제 리뷰를 보고 주문할 책이 늘어난다는 분은 많은데
땡스투는 몇 푼 안 됩니다요. 그것도 감지덕지지만...헤헤헤=3

sudan 2006-02-18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만화가 다 있네? 하고 생각했다가, 작가이름을 보니 낯익은 작가들이군요. 소개해주셔서 감사.
그리고 어제도 말씀드렸지만, 땡스투가 안되더라니깐요. -_-

로드무비 2006-02-18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단님, 해마다 한 권씩 펴내려나 봐요.
몇 편은 아주 재밌으니 꼭 보세요.^^

플레져 2006-02-18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십시일반도 참 좋았는데.
로드무비님의 취향덕분에 저도 알게되는 책, 좋아하게 된 책이 참 많아요.
요런 종류는 정말 로드무비님 덕분 ^^

sweetmagic 2006-02-18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리뷰도 참 인상적이었느데... 로드무비님 책 리뷰 넘 맛있어요 !

urblue 2006-02-19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대사, 절망스러운 것 같으면서도 희망스러운 말이네요. (반대인가..아무튼)
로드무비님의 감식력은 확실합니다!

로드무비 2006-02-19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런데 희망 쪽으로 밀어붙여야죠.^^

스윗매직님, 제 리뷰를 맛있다고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맛있다'는 표현 해주신 분은 님이 처음이세요.^^

플레져님, 제 취향을 모두 꿰차고 계신 건가요?
하나 아직 드러내지 않은 거이 있는데...뭘까요?^^

산사춘 2006-02-19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비님의 레이다는 역시 레이다입니다.

로드무비 2006-02-19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사춘님, 아침부터 반가워유,
바닷가는 잘 댕겨오셨는지요?^^

산사춘 2006-02-22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잘 댕겨왔어요. 돌아와서도 마이 업된 상태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