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만화 전2권 세트 강풀 순정만화 5
강도영 지음 / 문학세계사 / 200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강풀의 두 권짜리 장편 <순정만화>를 읽었다.
'순정만화'라는 곧이곧대로의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책값이 너무 비싸서 등등의 이유로
계속 미루다가 보는 사람마다 울었다는 리뷰와 페이퍼를 올리는 통에
어느 외롭고 허전한 밤, 주문하고 말았다.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아침마다 마주치는 18세 소녀와 30세 순진한 띠동갑 청년이
처음에는 데면데면 쳐다보다가 서로의 눈에 들고 마음에 스며드는 과정이
너무나 자연스러워 좋았다.

헤어지자는 말에 한마디도 묻지 않고 연인을 떠나보낸 처자가 찾아와 담배를 피우는
그 공원 벤치도 좋았다.
어느 해인가 심야의 합정동 놀이터에서 내 몫의 남자와 함께 그네를 타며 캔맥주를 우그러뜨리고
남부럽지 않게 나무 밑을 빙빙 돌며 술래잡기를 하던 날도 있었지.
내 생에도 이런 날이 있을 줄이야,  하면서......

사랑에 빠지면, 연인을 생각하면 콩나물값을 깎을 수가 없다고 썼던 소설가 김채원의 글이 생각난다.
사랑하는 이를 생각하면 눈앞이 아득해지고 최고로 순결하고 예쁜 여자가 되고 싶다고 했던가?
그 글을 읽을 당시 나는 콧방귀를 뀌었는데, 다행히 딱 한 번 그런 마음상태를 경험하긴 했다.
(나는 아무리 사랑에 빠지더라도 콩나물은 한 줌 더 얻어오고 싶더라.)

남편이 자하문 밖 셋방에 자취할 때 카나페라는 생뚱맞은 이름의 안주를 직접 준비하여
우르르 함께 술집으로 노래방으로 몰려다니던 친구들을 부른 적이 있었다.
나도 그 중 1인이었다.
축구경기를 보며 카나페와 치킨을 안주로 맥주를 마시고 버스가 끊기기 전 우르르 일어섰다.
나는 일어서고 싶지 않았지만 눈치가 보여 할 수 없었다.
우리 집 골목에 들어서던 나는 갑자기 뭐에 홀린 듯  택시를 불러 타고 다시 그에게로 갔다.
그가 뛸 듯이 기뻐하며 나를 맞았다.
그 장면이 우리가 찍은 순정영화의 클라이막스로 기억된다.

거절 같은 건 절대 못할 것 같은 어리숙한 청년이 자신에게 찾아온 사랑의 확신 가운데
문득 단호해지고 용기가 충천한다.
야근을 부탁하는 상사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야근이요?   안되겠습니다.  오늘은 중요한 일이 있어서요.
내일까지는 책임지고 완수하겠습니다.

사랑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소중한 것이, 꼭 지켜야 할 것이 있는 사람에게 세상은 두렵기만 한 것은 아니다.
강풀의 <순정만화>를 읽고 나면 사랑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관계가 소중해지는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놈의 사랑 때문에 흐느적거리는 것이 아니라, 문득 눈빛이 맑아지고 깊어지는 것이다. 










댓글(37) 먼댓글(0) 좋아요(3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딧불,, 2006-03-13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니터로 나오자마자 열시미 보았었어요.
만화 정말 좋죠??

mong 2006-03-13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에 홀린 듯 택시를 불러 타고 그분께 가신
로드무비님이 더 사랑스러우신데요~

Mephistopheles 2006-03-13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회생활 초반에 저말을 했더니 그 스키타는 차장이 대놓고
왕따를 시키던걸요..ㅋㅋㅋ(아 또 글내용과 상관없는 댓글이네..)

비로그인 2006-03-13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택시를 타고, 로맨틱한 로드무비를 찍으셨군요! 흐흐.
옳소! 옳소! 두말하면 잔소리죠.
아뛰, 개코나 야근! 고까이꺼 절대 몬하죠. 아니, 안 해요. 왜 해요? 그 사람을 만나는 날이면 퇴근 버스조차 왜 글케 느리게 달리는지, 아주 속이 터져 죽겠다구요, 크헤헤헤..@,.@

반딧불,, 2006-03-13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복돌이님 댓글 땜에 부러워서 죽겠습니다.
정말 정말 궁금타^^

blowup 2006-03-13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뛸듯이 기뻐하며,라는 표현이 예쁩니다. 로드무비 님은 늘 시큰둥한 척 하시지만, 저런 표현은 여간한 순정파가 아니면 못 씁니다.

로드무비 2006-03-13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 복돌이님 정말 귀여워 죽겠어요.ㅎㅎ

복돌이님, 인생의 큰 기쁨을 경험하고 있는 중이시죠?
을매나 다행인지 몰라요.
막연하게 저 같은 타입이 아닌가 생각했거든요.연애가 좀 어려운...
그런데 그런 발언을 막 하고 다녀도 되남유? 주책!=3=3=3

메피스토님, 에이, 그러게 눈치가 좀 있어야지요.
리뷰 내용과 상관있는데요, 뭐. 삼천리로 빠져서 그렇지!=3=3=3

mong님, 호호~ 제가 생각해도 저때 제가 좀 귀여웠어요.^^

반딧불님, 전 만화든 글이든 모니터로 잘 못 읽겠어요.
이 만화는 아주 잘 샀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로드무비 2006-03-13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mu님, 제가 늘 시큰둥한 척했다고요? 은제?('' )( ..)
오랜만에 딱 마주쳤어요.
너무 반가워요.^^

Mephistopheles 2006-03-13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큰둥하다는 표현에 이 캐릭터가 생각 났습니다.



투덜이 스머프입니다..=3=3=3=3


날개 2006-03-13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레리 꼴레리~ 나무밑 술레잡기래~~~~>.<

플레져 2006-03-13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정만화 연재할 때 본건데요,
청년이 편의점 알바 아가씨를 좋아해서 자신의 손목에 바코드를 그려서 내밀었던가? 그랬는데, 겨우 백원짜리라고 아가씨가 찍어줬던...암튼 이런 야근데...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웃다가 짠해진 장면이었어요.
로드무비님 리뷰랑 이 만화랑 넘 잘어울려요 ^^

로드무비 2006-03-13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별것 아닌 제 이야기도 슬쩍 넣어주니까
좋아들 해주시네요. 헤헤~
만화 읽는데 문득 생각나서......
그리고 바코드 그려서 내미는 장면은 없었는데?
알바 청년 무지 귀엽더군요.^^

날개님, '나무 밑에서 남자랑 빙글빙글 돌아보지 않고 청춘을 말하지 말라'
는 유명한 말 못 들어봤수?ㅎㅎ

메피스토님, 시큰둥도 좋고 투덜이도 좋아요.
딱 저네요.^^

니르바나 2006-03-13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인생에는 이런 결정적인 순간들이 가끔 있어주어야
화학적 발전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런 비등점들이 있어주어야 인간이나 자연이나 역사나 진화한다니까요. ^^

비로그인 2006-03-13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왠지 로드무비님은 그 날을 기억하며 책장수님과 술잔을 기울일 거 같아요..^^
(그리고 나무님말씀에 올인..ㅎㅎ)

urblue 2006-03-13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과거가 있으셨단 말이군요! 좋아요 좋아~ ㅎㅎ

2006-03-13 2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DJ뽀스 2006-03-13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풀님 만화 재미있죠. ^^" 울다가 웃다가...바보 보고 진짜 많이 울었답니다. ㅠ.ㅠ
(바보는 강풀님이 다음에서 연재하실때 실시간으로 봤어요. 회사에서 몰래 보면서 눈 벌개지고 눈물이 나서 매번 수습하느라 혼났답니다.)

kleinsusun 2006-03-13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멋져요, 멋져! 넘 화끈해....^^
근데...님의 글을 읽으며 왜 이리 가슴이 벅차죠?

"그놈의 사랑 때문에 흐느적거리는 것이 아니라, 문득 눈빛이 맑아지고 깊어지는 것이다."
저도......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강해지고, 또....흐느적 거리지 않고 눈빛이 맑아지고 깊어지면 좋겠어요.^^

로드무비 2006-03-13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가슴이 왜 벅차실까요오?!
님이야말로 정말 멋진 연애와 결혼을 완성시킬 수 있을 거예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DJ뽀스님, <바보>도 그렇게 좋나요?
아이고 보관함이 또 늘게 생겼네요.
전 '궁서체'에서 엄청 웃었답니다.^^

깍쟁이같은 느낌의 도시님, 왜 상자가 하루 늦게 도착했을까요?
아무튼 잘 도착했다니 다행입니다.
그리고 믿으세요, 그러셔도 될 것 같습니다.^^

블루님, 뭐가 좋단 말인교?ㅎㅎ
청순한 저의 이미지와 좀 안 맞는 행동이었죠?=3=3=3

사야님, 술잔은 항상 기울이는 것.
책장수님은 오늘 늦게 옵니다.
아무튼 지가 순정파라는 말씀이쥬?^^

니르바나님, 결정적인 순간과 화학적 발전, 정말
멋진 연결입니다.
비등점과 진화도요. 헤헤~
님의 결정적인 순간도 듣고 싶네요.
연애에서 결혼으로 이어지는......^^



산사춘 2006-03-14 0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경험이라고는 쥐뿔도 없는 산사춘...
훔쳐볼 기회를 주셔서 감사해요.

산사춘 2006-03-14 0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대신 눈만 디럽게 높아지잖아요!

로드무비 2006-03-14 0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사춘님, 우리 보면 눈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눈을 버렸다 할지도 모르는데?!=3=3=3
그 놀이터(홀트 바로 뒤)에서 산사춘님도 꼭 한 번 재연해 주세요.^^

조선인 2006-03-14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낫, 저도 휴가를 빙자하여 어제 다시 본 만화에요. *^^*

비로그인 2006-03-14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이 너무 멋지네요.

근데 전 흐느적 거릴 때가 더 많은것 같아요 --;

로드무비 2006-03-14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셔고양이님, 저도 저 말 마음에 들어요.
불쑥 나오는 대로 뱉고보니......
그리고 때로는 좀 흐느적거려 주는 데 인생의 맛이 있는 것 아닐까요?^^

조선인님, 사흘 휴가 받으셨다고요?
아니 지금 서재에서 뭐하세요? 나가서 영화도 보고 신나게 노셔야지요.^^

oooiiilll 2006-03-14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의 이야기가 순정만화보다 낭만적입니다.

로드무비 2006-03-14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디트님, 별 이야기 안했는디.ㅎㅎ
그렇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2006-03-17 0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3-17 1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3-17 1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3-17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나다' 순서가 아니고요?ㅎㅎ
그러고 보니 기억납니다.
근사한 대사예요.^^

2006-03-17 1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3-17 17: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3-18 0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3-18 1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3-19 0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3-19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얀 면사포님, 성글어진다, 라는 표현이 마음에 쏙 들어옵니다.
고맙습니다.
님도 주말 쾌적하게 알차게 보내시고요.^^
 
장미 도둑
아사다 지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4월
평점 :
절판


아사다 지로의 소설 중 처음으로 읽은 작품집이다.
나는 왠지 이 작가를 오해하고 있었다. 달짝지근한 연애소설이나 써서 이름을 얻은 사람으로.
연애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부터 취향이 확실해서 로맨스 소설을 읽어본 기억이 없다.

이 책에 실린 여섯 편의 단편 중 '수국꽃 정사'와 '나락'을 특히 재밌게 읽었다.
그러면서도 '장미 도둑'을 표제로 삼은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장미 도둑'은 화장으로 치면 맨살이 보이는 듯한 투명한 화장법인데 나이브하면서도 울림이 있다.

친애하는 대디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메이 프린세스 호에게,로 시작하는 편지 형식도 그렇고
이국 품종의 장미들이 지천인 정원이 딸린 집에서 아름다운 어머니와 사는 어린 소년이
세계를 항해중인 아빠에게 떠듬떠듬 영어로 작문을 하다시피 써서 띄우는 편지라니
가벼우면서도 애상이 느껴진다.

남편이 옆에 없는 젊고 아름다운 엄마라고 하면 이 책 속에 나오는 '히나마츠리'라는 단편도
빠트릴 수 없다.
12세의 소녀, 소녀를 극진하게 보살펴주는 24세의 이웃집 우직한 청년,
술냄새를 풍기며 가끔 새벽에 귀가하기도 하는 36세의 엄마......
'장미 도둑'과 달리 '히나마츠리'에는 구차하고 고단한 생활의 냄새가 물씬하지만
엄마를 짝사랑하는 이웃집 아저씨와 결혼을 하겠다고 결심하는 소녀라니,
웃음이 절로 난다.

'나락'의 주인공은 임원 오찬 모임 후 38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기다리다가
승강기가 미처 도착하지 않은 채  문만 열린 것을 그대로 발걸음을 옮겼다가 추락사한
52세의 총무부 직원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승강기가 도착하지 않고 문만 열린 것을 분명 알았고
걸음을 옮기면 시커먼 엘리베이터 속 나락으로 떨어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가 웃는 얼굴로
발을 들여놓았다는 주변 사람들의 증언이다.
그에게는 또 무슨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나락인 줄 뻔히 알면서도 웃으며 발을 옮기다니, 너무나 매력적인 설정이 아닐 수 없다.

'수국꽃 정사'에는 전날 하루종일 뺑뺑이를 돈 평일 대낮 비오는 유원지의 대관람차,
혹은 간밤에 단체예약손님을 정신없이 치러낸 시골 요정의 룸 같은  피로와 퇴폐가 덕지덕지 묻어난다.
그런데 인생 막장에 이른 중년의 고독끼리 스산하게 만나는 장면에서 피어나는 온기가
그렇게 따뜻한 풍경을 연출할 줄이야.

밤새워 술을 마시고 아침 일찍 북창동의 한  전주국밥집에 해장을 하러 간 적이 있다.
색동 한복과 무릎까지 깡뚱한 치마 밒으로 하얀색 속바지를 입고 다소 요란한 화장으로
손님을 맞던 여종업원들이 막 세수를 마치고 티셔츠 차림에 떼꾼한 눈으로 우리들을 맞았다.
점심시간에 가면 기다리는 손님이 하도 많아서 뜨거운 국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밥을 퍼넣다가, 종업원들의 맨얼굴과  고요한 적막 속에 콩나물국밥을 먹고 있자니
이상하게 쓸쓸하면서도 만족스러웠던 기억.
생의 이면을 흘낏 본 것 같은......

'수국꽃 정사'는 까맣게 잊고 있던 콩나물국밥집에서의 그날 그 기분을 다시 느끼게 해주었다.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6-03-12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강장 사건이 매력적인 설정이라니 로드무비님도 참..ㅎㅎ
읽고 싶어지는 책이고 리뷰예요
갑자기 저도 해장하던 아침의 어느 식당도 생각나고..^^

로드무비 2006-03-12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술이 덜 깬 채 함께 해장국 먹으러 가던 친구들이 보고 싶네요.
그리고 '승강장'을 '나락'으로 바꾸면 매력적이지 않은가요?^^

mong 2006-03-12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도 아사다 지로를 읽으셨군요
괜히 반가워요 ^^

로드무비 2006-03-12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사다 지로의 소설을 네 권 확보해 두었습니다.
몽님도 아는 분이 빌려주셨어요.ㅎㅎ

하이드 2006-03-12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걸로 처음 아사다 지로를 시작했었네요.
'철도원'도 재밌는데 ^^

비로그인 2006-03-12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사다 지로가 너무 좋아요.....;;;;;;;

플레져 2006-03-12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사다 지로와 로드무비님과 궁합이 잘 맞으리라 예감했습니다 ^^

sudan 2006-03-12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은 취향이 분명하신 분이셨군요. ^^; 에스에프, 로설, 추리소설 등등의 장르 구분 없이 소설쪽 취향이 늘 불분명했던 저이지만, 아사다 지로는 여태껏 못 읽어봤어요. 익히 들어왔던 이름이라 뭘로 시작할까 생각했는데, 이 책으로 결정.

로드무비 2006-03-13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단님, 예. 비교적 그런 편인가 봅니다.
다른 책은 저도 읽어보지 않았지만 이 책 재밌었으니
결정에 찬성합니다.^^

플레져님, 찰떡궁합은 아닌데 괜찮은 편이었어요.^^

비숍님, 아사다 지로 좋아하시는군요.^^

하이드님, <철도원>도 바로 읽으려고요.^^

Mephistopheles 2006-03-13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콩나물국밥은 서울대입구 전철역 부근에 있는 `완산정'이라는 집이 참 맛있습니다.
모주도 곁들여서 드셔보세요....^^ (진짜 뜸금없는 댓글이군요 ㅋㅋ)

DJ뽀스 2006-03-13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리즌호텔이 괜찮다고 하던데요. 저도 아직 이 작가 작품 하나도 못 읽어봤답니다. "파리로 가다"는 제목에 끌려 도서관에 신청해 놓고는 입고된 후에 나몰라라 해버린..만행을 저지르기도 했지요. ㅋㅋ

sandcat 2006-03-13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에 해장하러 가던 청진옥은 해장국 맛이 아닌 분위기 때문에 갔었던 것 같아요. 옆 사람들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고... 역시 딴 소리지만 광화문 쪽 삼백집 콩나물국밥도 맛있어요, 모주는 그저 그렇지만.

로드무비 2006-03-13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샌드캣님, 모주가 전 맛있는 줄 잘 모르겠어요.
서울막걸리 정도가 딱인데.....
청진옥은 못 가봤고, 삼백집은 가보고 싶네요.
북창동 저 집 전주콩나물국밥만큼 맛있는 건 아직 못 먹어봤습니다.^^

DJ뽀스님, 프리즌 호텔도 이 작가 것인가요?
도서관에 신간 신청해 놓고 나몰라라, 저도 그런 경험 있습니다.
무슨 심뽀인지 몰라요. 그죠? ㅎㅎ

메피스토님, 완산정이요?
기억할게요.ㅎㅎ

kleinsusun 2006-04-04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지로 아저씨 책을 처음 읽으셨군요.
사실...<장미도둑>이 최고라 생각됩니다. 특히 "나락"은... 섬뜩하면서도 공감되죠?
<낯선 아내에게>, <러브레터> 이런 단편집들도 좋아요. 근데...장편들은 단편에 비해 쩜 별로라 생각되요. 전 지로 아저씨 짱 좋아한답니다^^

로드무비 2006-04-05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심각하지 않게 무거운 이야기들도 풀어내더군요.
감각적으로.
짱 좋아하실만합니다.^^
 
엘리베이터 여행 풀빛 그림 아이 3
파울 마르 지음,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하 그림, 김경연 옮김 / 풀빛 / 2005년 11월
장바구니담기


저층이라 엘리베이터를 잘 타지 않지만 시장바구니가 무거울 때 엘리베이터를 탄다. 그리고 거울을 보고 머리를 헤집어 눈에 띄는 새치(!)를 뽑기 시작한다. 잡힐 듯 자꾸 손에서 빠져나가는 새치 두 개를 뽑으려다 맨 꼭대기 층까지 그냥 올라갔다 내려온 적도 있다.

빨간 머리 소녀 로자, 넙데데한 얼굴에 찌푸둥한 표정이 아주 눈에 익다. 학교가 그리 즐거운 곳도 아닌데 나는 어느 해인가 독감에 걸렸던 사흘을 제외하고 졸업할 때까지 결석 한 번 해본 적 없는 성실한 소녀였다. 아니 성실하다기보다 너무 수수하고 무던한......그런 내가 내심 지겨웠던가?

부모님이 외출하신 어느 날 로자는 밤늦도록 잠 못 이루다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문을 열고 복도를 내다본다. 엘리베이터가 멈춰 있고 꽃무늬 벽지의 방 속에는 대머리 땅딸보 아저씨가 아주 천연덕스런 표정으로 앉아 있다.

멋진 왕자님이 짠~하고 나타나지 앉은 것이 마음에 쏙 든다.
엘리베이터 방의 소박하고 쾌적한 인테리어도.


"드디어 왔구나. 이제 여행을 떠나도 되겠다. 이리 와서 앉으렴."
로자가 7층을 누르고 소파에 앉자 땅딸보 아저씨는 케이크를 자기 것은 아주 두툼하게, 로자의 것은 얇게 자른다.
이 대목도 마음에 든다. 나라도 그렇게 했을 테니까......내것은 아주 두툼하게, 다른 사람 것은 아주 얇게!

케이크와 딸기주스를 다 먹고 나자 희한하게도 엘리베이터는 7층에 딱 멈췄어.그리고 문이 열리자 펼쳐진 건 벨러스호프 씨네 집이 아니라 일곱 마리 까마귀, 일곱 마리 아기 염소, 그리고 삽과 곡괭이를 걸쳐맨 여섯 명의 난쟁이.(한 명은 어디 갔을까요?)

"요 게으름뱅이야, 이리 나와! 우린 일하는데 넌 빈둥거리다니!"

여섯 난쟁이가 로자와 땅딸보를 발견하고 달려와 소리쳤다나 어쨌다나.

그 다음주 저녁에는 또 엘리베이터로 3층을 여행했어. 세 쌍둥이가 3차선도로 위에서 세발자전거를 타고 있는 풍경이 펼쳐졌지.

아니 우리 아파트 엘리베이트에는 그런 땅딸보 아자씨가 안 계신가? 로자처럼 누르지 마라는 지하층(U)은 안 누르고 그와 더불어 언제까지나 먹고 마시며 신기한 구경을 하고 인생 이야기를 나눴을 텐데......



"아니 로자야, 너 여기서 뭐 하고 있니?"
외출에서 돌아온 엄마아빠의 눈에 띄어 집으로 돌아가는 로자.

어느 날 엘리베이터 안에서 새치(!)를 뽑느라 낑낑거리다가 그런 나를 보며 킬킬거리는 땅딸보 아자씨와 거울 속에서 눈이 딱 마주칠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이렇게 말해야지.

"아자씨, 나도 좀 데려가 주면 안 될랑가요? 그곳으로..."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ong 2006-03-11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저도 흰머리 많아요 ㅡㅡ;;;

로드무비 2006-03-11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ng님, 흰머리가 아니고 새치!('' )(.. )

Mephistopheles 2006-03-11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리에 새치는 안나는데 코털로 간간히 보이는 흰털은 대체 뭔가요...??

로드무비 2006-03-11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으 코털 사정까지는 모르겠어라. 메피스토님!=3=3=3

sudan 2006-03-11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리베이터 방 아늑하고 좋네요. 케이크는 자기것을 두껍게 자를때 자르더라도, 좀 덜 티나게 해야하는거 아니에요? 저건 너무. 크크.

로드무비 2006-03-11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단님, 너무 표가 나는가요? ㅋㅋ

2006-03-11 17: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6-03-11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넘넘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림과 이야기!
조카한테 줄 책 선물 야금야금 모으고 있는 중인데,
요것도 넣을래요! (세 권 모았음 ^^)
로드무비님, 제가 새치 엄청 잘 뽑아요.
이왕이면 엘리베이터에서 절 만나주세요 ^^
 

--영문 모를 이 인력,  수많은 파편,  자장(磁場).
도취라는 이름의 각성, 축복의 천사가 내려온다.
나만의 퍼즐이 완성된다.
                    (<고고 걸즈>  중에서, 나카야마 노리코)



어제 날개님이 보내주신 만화 <고고 걸즈>를 읽었다.
좋아하는 만화 <맘보걸 키쿠>의 전편이랄 수 있는 이 만화는 다시 읽어도 너무 재밌었다.
이 만화의 주인공 세 자매 중 둘째딸 키쿠가 가장 매력적인 인물이었으니 작가가
그녀를 주인공으로 하여 여덟 권짜리 <맘보걸 키쿠>를 다시 그린 것도 무리는 아니다.
위의 내레이션은, 키쿠가 애인이 일하는 헤어숍에서 취미이자 특기인 꽃꽂이를 하며
자신도 모르게 삼매경에 빠지는 상황이다.


이 장면을 보니 지난주 어느 저녁 '인간극장'에서 만났던 소녀 재즈 피아니스트가 절로 떠올랐다.
연주회날 아침 마지막 연습 후 기진맥진해서 소녀가 픽 쓰러지는 장면이었다.
나랑 나이가 비슷한 소녀의 엄마는 119구급대를 부르고 혼이 빠진 얼굴로 동분서주했지만,
나는 소녀가 부러워서 가슴 한켠이 뻐근해 왔다.

재능은 빼자.
일단 자신이 가장 즐거워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 무서울 정도로 집중하는 그 일을
이 나이까지 한 번도 못해봤다는 것.
연애도 마찬가지다.
나는 어느 누구와 자신을 통째 내어줄 정도의 사랑은 못해 보았다.
사랑은 가지가지의 모습인 것이니 열렬한 사랑에 대한 판타지나 미련은 없다.
그런데 어떤 일에 무서울 정도로 집중하고 매진해 보지 않은 것에 대한 미련은 지금도 남아 있다.
나에게도 '회한'  비슷한 것이 있구나 생각하고 의외였고 한편으로는 다행이었던 그 저녁.

그런데 '집중'하고 '노력'하는 사람이 다 부러운 것은 아니다.
난 아직 초라한 꽃다발을 꾸릴 생각이 없다.

그러면서도 언젠가 밤의 마로니에 공원에서 누군가  혼자 불렀던 '나에게로의 초대'가
이 지상에서 내가 들은 가장 아름다운 노래로 남아 있으니......








댓글(19)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06-03-09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어떻게 보면 죽도록 빠질 그 무언가가 없었다는 얘기는 그렇게 절망적이지도 않았다는 얘기니 제겐 부러운 모습이기도 해요.
뭔가로 채워지지 않으면 미칠것 같은 그런 빈 영혼들이 있거든요..^^;;
근데 그 노래를 불러줬다는 그 이가 로드무비님이 이쁘다고 했던 그 이인가요?
알고 보면 로드무비님도 연애를 많이 하셨군요..ㅎㅎ(우메보시도 있잖아요ㅎㅎ)
전 지금 머리속에 떠오르는 연애이야기를 마구 쓰다가 노래를 부르다가 백지영을 들으며 몸을 흔들다가 그런 중이었는데 이런 페이퍼를 만나는 군요..^^

Mephistopheles 2006-03-09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있었던 것 같아요..
학생 때 과제에 집중을 하다 보니 해가 뜬 줄도 모른 적이 있었드랬죠...^^
그리고 사랑은 언제나 올인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결국엔 거덜나고 다시 채워서 다시 거널나고...반복이였던 기억이...)

mong 2006-03-09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가끔 이러다가 얼토당토 않은것(마약, 술, 도박...)에 중독 될까봐
가끔 두렵기도 해요...평소에는 결코 멀쩡(?)하다가 문득 무섭게
집중한다고들 그러더라구요(그것도 본인은 잘 모르게...)ㅎㅎ
요즘은 알라딘과 주하에게 집중하고 있답니다 음하하하
=3=3=3

blowup 2006-03-09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고 걸즈, 맘보걸 키쿠, 다 좋아요. 시원시원하죠. 제 멋대로인 엄마도 멋지고. 모범답안도 아니고 백지답안도 아닌, 어설프게 맞추고 틀리고 찍은, 소심한 답안만 써본 사람들은 저런 호탕한 삶이 부럽죠. 늘.

날개 2006-03-09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래요..
어느 하나에 무섭게 빠진다는 것 자체가 겂이 나서 그래보지를 못했어요..
아마 앞으로도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히피드림~ 2006-03-09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곰히 생각해 보건데, 저도 뭔가 미친 듯 집중하고 그래서 작은 것이나마 성취감을 느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네요. 이제부터라도 그런 일을 찾아야 할텐데,,,

어룸 2006-03-09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만화 재밌죠!! ^ㅂ^)b
이걸 사려고 중고시장을 헤매는데...흑!! 구할수가 없어요구할수가...!! TㅂT

니르바나 2006-03-10 0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열정의 절반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말씀은 저리 하셔도 틀림없이 멋진 사랑이야기를
저장고에 감춰두고 계시진 않을까 싶은데요. ^^

urblue 2006-03-10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봐야할 만화가 또 늘었군요.
그렇죠, 집중하고 노력하는 사람이 다 부러운 건 아니에요. 여전히 그런걸 부러워하는 친구에게, 좀 편히 살라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상처받을까봐 참았습니다. -_-;

2006-03-10 09: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6-03-10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냥 세 끼 밥 먹음서 대충 뒹굴뒹굴 사는 게 좋아라우. 빠릿빠릿한 사람들이 그닥 부러워보이진 않더라구요. 역시 게으른 종자들이 속은 편하죠..

2006-03-10 1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3-10 1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3-10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맘보걸님, 상자가 꽉 차서 그건 다음에......^^

쐬주에 닭똥집님, 너무 잘됐습니다.헤헤~
제가 그럴 거라 했잖아요.
그리고 울덜이라니, 전 님만 좋아한당게요.=3=3=3
(안 그래도 보고 싶은 영화가 그 상자 속에 있었는데
고마워유.^^)

복돌이님,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이상하게 그날은
가심이 뻐근하더라니까요.^^;

블루님, 그렇게 자기를 완전히 소진시키며 사는 사람을 보면
너무 멋져 보여요. 샘도 조금 나고요.^^


로드무비 2006-03-10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르바나님, 열정이라곤 태어나서 가져본 적이 없답니다.
멋진 사랑 이야기도 없고요.
실망시켜 드려서 지송합니다.^^;

투풀님, 그게 구하기가 그렇게 어려운 책인가봐요.
다시 읽고싶으심 말씀하세요.
빌려드릴게요.^^

펑크님, 전 아이에게도 완전집중이 안돼요.
산만한 인간!
펑크님의 집중력과 의지는 대단한 것 같은데.
좋아하는 분야 페이퍼 쓰시는 것 보면...^^

날개님, 님도 만화 모으는 것 보면 대단한 열정의 소유자이신데?!
아무튼, 님도 그러시다니, 그럼 우리 함께 서로를 위로하자고요.^^

namu님, 제가 또 호탕한 면은 좀 있는 것 같은데. 아닌가?!
물론 소심하기도 하고.
아무튼 자기자신에게 올인하는 사람이 부러워요.

mong님. 알라딘과 주하 ㅎㅎ 좋지요.
그리고 님은 결코 알코올이나 도박 이런 쪽에 빠질 분이 아니어요.
남자라면 모르겠다.=3=3=3

메피스토님, 우와, 그럴 줄 알았습니다.
님께는 뭔가 그런 기운이 느껴져요.^^

사야님, 절망조차 집중해서 해본 적이 없다니까요.
항상 흐리멍텅한 상태.
이제 그러려니 합니다.
아니 자신의 단점을 장점으로 포장하는 기술까지 배웠다지요.ㅎㅎ
그리고 밤의 마로니에 공원에서 노래 부른 사람은 내가 모르는 이인데
어두워서 얼굴도 보이지 않았고, 그런데 전율을 느꼈답니다.
우메보시는 내 축제 파트너였고요.
하루하루 만남을 연기하며 데이트라는 걸 하긴 했지만
연애라는 생각은 안 듭니다.
무슨 통과의례 같다는 느낌.
전 사실 타인의 연애 이야기에도 별 관심이 없어요.
못해본 연애, 심술이 나서일까요오?^^





2006-03-10 14: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릴케 현상 2006-03-18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네요

2006-03-18 2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3-19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봐주시던 님, 별일 없고요.
서랍이 차고 넘치고 섞여서 엉망이네요.
깨까시 정리해서 다시 열게요.
정리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새 서랍을 하나 사는 게 나을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안부 물어 주셔서 고마워요.^^

재밌네요님, 전 님이 재밌습니다.^^
 
페르세폴리스 1 -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
마르잔 사트라피 지음, 김대중 옮김 / 새만화책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장래 희망이 '선지자'인 이란의 한 소녀가 있다. 이름은 마르잔, 나이는 막 열 살이 되었다.
소녀는 자신만의 경전을 만든다.
그런데 그 계명들이 참 마음에 든다.
아빠는 캐딜락을 모는데 주변에는 차 없는 사람이 너무 많고, 자신이 태어날 때부터 정성껏 돌보아준
가정부가 한 식탁에서 식사하지 못하는 것이 너무 안타까운 나머지 지은 계명이다.

--제 6계명, 모든 사람이 차를 가져야 한다.
--제 7계명, 모든 가정부들은 주인과 한 테이블에서 식사해야 한다.

'어떤 노인도 아파서는 안된다'는 제 8계명에 감복한 할머니가 소녀의 첫 제자가 되어준다.
마르잔은 이렇듯 다정다감하고, 총명하고 정의로운 소녀이다.
이슬람 혁명이 일어난 다음 해(1980년), 학교에서는 베일을 써야 한다는 명령이 내려졌다.
혁명이 나던 해 소녀는 선지자로서의 운명을 잠시 밀어놓고 이마에 띠를 두르고 친구들과 마당에서
시위를 벌였으니,  생각하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가이기도 하다.

<페르세폴리스>의 소녀는 이란에서 열네 살 때까지 살다가  오스트리아로 떠나 혼자 살게 된다.
소녀의 부모는 자유분방하고 정의에 기초하여 거침없이 말하고 행동하는 어린 딸의 신변에
위험이 닥치는 걸 더이상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청재킷과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좋아하는 가수의 포스터를 사서 자신의 방 벽에 붙여놓을 수
있는 그 정도의 자유가 허용되지 않았던 것이다.
자유가 허용되지 않는 정도면 괜찮게, 청재킷을 입고 거리에 나갔던 소녀는 큰 봉변을 당할 뻔한다.
입바른 소리를 했다가 학교에서는 퇴학 당하고.

미래의 제국주의자들을 길러내는 구실을 할 뿐이라고 대학을 폐쇄하는 나라에서
무슨 꿈을 꾸고 어떤 공부를 할 수 있겠는가!
여성이 베일을 쓰고 다니지 않는다고 거리에서 끔찍한 공격을 일삼는
근본주의자들이 활개치는 나라에서......

그런데 어린 소녀 마르잔의 눈에 비친 1980년대 이란이라는 나라의 이모저모가
뭐 그리 낯설지만은 않다는 느낌이다.
'베일'로 상징되는 여성에 대한 구속과 억압만은 상상을 불허했지만.

어린 시절부터 변증법적 유물론에 관한 만화를 제일 좋아하던 소녀 마르잔은  그렇게 부모와 헤어져
타국에서 혼자 성장,  잊을 수 없는 조국 이란의 초상을 <페르세폴리스>라는 만화로 완성했다.

마르잔이  짝사랑했으나 어느 날 갑자기 미국으로 가족과 함께 이민 가버린 소년,
소녀가 세상에서 제일 존경하고 따랐던 아누쉬 삼촌,  또 옆집 총각과 창을 통해 서로를 바라보고
마르잔의 대필 편지로 사랑을 키워나가다가 가정부임이 밝혀져 사랑을 잃는 메흐리라는 처녀 등
주인공의 주변 인물들이나 에피소드들도 흥미롭다.

참, 소녀의 따뜻하면서도, 쿨하면서도, 너무 인간적인 부모를 빠트릴 수 없다.
 이라크전 때문에 생필품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슈퍼마켓에서 사재기 소동이 일어나는데
머리 끄뎅이를 잡고 싸우는 두 여인을  보자 그 앞에서 있는 대로 경멸해놓곤
슬그머니 쌀을 한 봉지 더 사러 가는 엄마나, 역시 차에 기름을 꽉꽉 채우지 못해 조바심을 내는
아빠를 보고 있으니 웃음이 나왔다.

흑백의 단순하지만 강렬한 느낌을 주는 그림들이  몇몇 장면에서는 판화작품과 같이
묵직하게 다가오는 것도 이 만화의 매력.





댓글(24)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udan 2006-03-06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을 딱 보는 순간, 페르세폴리스인줄 알았지 뭐에요.
헤헤. 이제 리뷰 읽어야지.

로드무비 2006-03-06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읽고 한 말씀 남겨주세유. 수단님, 비굴비굴~~

sudan 2006-03-06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인들이 어떻게 하면 안 아플 수 있을까?"하는 질문에, "금지하면 돼요"라고 대답하는 주인공 소녀는 정말 귀여웠어요. 이 귀여운 소녀가 주인공이 아니었으면, 아주 끔찍하고 우울한 얘기였을텐데 말이에요.(주인공이 바뀐다고 '사실'이 바뀔리는 없지만요. ^^)

Mephistopheles 2006-03-06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봤던 뉴스가 생각나네요..
아프카니스탄인가 중동 어느 나라에서 평상복을 입고 나와 여성인권에 대해 역설을 하는 여성앵커를 자기 오빠와 아빠가 살해하고 자신들은 명예롭다고 떠드는 뉴스요.. 에고에고에고..

sudan 2006-03-06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리뷰 읽고 댓글 적고 있었어요. 로드무비님의 저 댓글은 대체. (우하핫)

로드무비 2006-03-06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단님, 감사!
제가 님께는 좀 엉겨붙는 경향이 있지요?ㅎㅎ
소녀의 시점으로 끌고가는 이야기여서 어쩌면 더욱 가슴 아프면서
또 뭔가 상큼한 구석이 있었지요.^^

메피스토님, 자신이 믿고 있는 것 외에는 아무 관심도 없고
바늘구멍만큼의 변화도 미리부터 봉쇄된 그런 곳, 그런 사람들이
더러 있더군요. 생각하면 가슴 답답합니다.

mong 2006-03-06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참, 이책이 장바구니에 담겼다가 나가기를 몇번
이제 사야할 때가 온것 같습니다 ^^
오늘 서재의 달인 된 기념으로....이제는 저도 포기할래요~

로드무비 2006-03-06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몽님, 이 만화 기대했던 것보다 더 좋더군요.
서재 달인 되신 것 축하드려요.
무지 진도가 빠르십니다.
그럴만하시고요.^^

urblue 2006-03-06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점가서 보려고 했는데, 없더라구요. 흑흑.

비로그인 2006-03-06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동안 친하게 지냈던 이란애가 생각나네요.
저 비슷한 환경이었던 거 같았는데..^^
어쨌든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은 생각할 수록 암담해요
지인들중에도 몇 있었는데 정말 머리 아팠죠..ㅜㅜ
그리고 가정부는 아니었지만 파티하면서 청소부랑 같이 밥먹으려다 걔랑 저랑 둘만 부엌에서 밥먹은 아픈(?) 기억이 있어요.
하긴 뭐 저라도 남편회사 전무이사 이런 사람들과 밥먹은 걸 좋아하지 않는답니다..^^::

히피드림~ 2006-03-06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같은 나라도 조금씩 변화하는데, 왜 중동쪽은 변화의 바람이 이렇게 더디죠? 이슬람문화권에서 요즘도 가끔 가족에 의한 '명예살인'같은 뉴스가 흘러나오면 참 씁쓸해요... 무엇보다 종교와 일상이 너무 밀착되어 있어서 그쪽 문화의 장점이나 우수성이 그만큼 가려지는 듯 하죠?

날개 2006-03-06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넘 귀엽더군요..^^일단 보관함에~

로드무비 2006-03-06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그림도 내용도 아주 독특한 만화네요.^^

펑크님, 그러니까요.
여자들을 자기 물건 다루듯이 하는 나라에 태어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그 이상한 믿음과 확신 때문에 사람 여럿 잡습니다. 에고.=3
마르잔 사트라피는 이란을 이상한 나라로만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좀 바꿔보려고 이 만화를 그리기도 했다네요.

로드무비 2006-03-06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야님, ㅎㅎ 댓글 또 놓칠 뻔.
이란 친구도 있어요?
정말 다양하시군요.
저도 마르잔 같은 의문을 품은 적이 있어요.
어느 소설가가 기사님이 모는 차를 타고 다니며
점심 값 따로 손에 쥐어주고 우리는 고급 식당에서 밥먹고 할 때
기분이 너무 이상하더라고요.

블루님, 어느 서점에 가셨길래.....

비로그인 2006-03-06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그게 너무 이상하셨다니 좀 뜻밖인데요? ^^;;
아 이란 애는 친구가 아니라 한동안 만났던 아이예요(마유미 수준이 절대 아닌..^^)
저처럼 떠돌면 누군들 못 만나겠어요.ㅎㅎ

로드무비 2006-03-07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야님, 그게 뜻밖이라고요?
전 너무 이상하던데.
아, 물론 이해는 되는데 그게 올바르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는 말이죠.
그리고 떠돌다 만난 다양한 친구들, 부럽습니다.^^

2006-03-07 0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6-03-07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화, 같다는 말씀에 동감 ^^
사회를 알고, 깨닫고, 부딪치며 성장한다는 건 귀한 일 같아요.
스무 살이 되서야 사회를 알려고 했으니... 부딪치는 것들이 죄다 벽이더라구요.

로드무비 2006-03-07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저는 서른 살이 넘어서......
아직도 세상이 거대한 벽으로 느껴지죠?
저도 그렇습니다.

2006-03-07 17: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3-07 18: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3-08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슴판님, 에구, 괜한 말을 해가지고서리!=3=3=3
제 입으로 한 말 기억할게요. 건망증이 워낙 심하지만.....
그리고 책은 바로 주문했습니다.
메모 남겨 주셔서 고맙습니다.^^

2006-03-10 0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DJ뽀스 2007-02-02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서 딱 반 읽고 왔는데 좋았어요. 무지한 저에게 많은 정보도 주었고, 흑백의 강렬한 그림체도 좋더군요. 나머지 반이 무지 기대되는 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