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아이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알뜰장터를 한다고 작아진 옷이며  낡은 책, 인형 등을
서너 개 챙겨 보내라는 쪽지가 왔다. 100원짜리 동전 10개와 함께.

나는  예쁜데 작아진 아이의 티셔츠와 작은 베가방과 함께,  한참을 망설이다가
아이들이 달려들어 서로 사겠다고 경쟁이 붙는 광경을 상상하며 저 인형을 보냈다.
난 바비 과의 공주풍 인형보다 양배추 과의 복스러운 인형을 좋아했으니까.

그런데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아 저 인형이 집으로 돌아왔다.
표정도 의상도 좋고, 굽 높은 샌들도 리얼하고, 더구나  꽤 유명한 ty 인형인데......

오늘 아침 아이의 가방에서 발견하고 너무 어이가 없다.
100원에도 팔리지 않았다니, 아이들이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니,  내가 널 괜히 보냈구나 싶다.
아이들이 기뻐하라고 큰맘먹고 내가 아끼는 인형을 보낸 건데......

이 아이가 어때서?!
(정말 안 예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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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magic 2006-05-12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살게요 ~
이쁜데 ~ 쩝

로드무비 2006-05-12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거 물어보는 자체가 저 아이에게 모욕이겠죠?ㅎㅎ
스윗매직님이 이쁘다고 하시니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집으로 온 녀석을 다시 보내긴 그렇고...
제가 님 방으로 갈게요.

물만두 2006-05-12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님을 떠나기 싫었던 모양입니다~

조선인 2006-05-12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이 속으로 주술을 걸었겠죠. 팔리지 마라, 팔리지 마라. 아이들은 원래 영적 기운에 우리보다 민감하죠. ㅋㅋ

mong 2006-05-12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0원에 팔리기에는 로드무비님과의 정이 끈끈해서
가기 싫었던 거에요....^^

하늘바람 2006-05-12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쁜데요?

로드무비 2006-05-12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ng님, 그, 그, 그럴까요?
자기를 닮은 주인 곁을?^^

조선인님, 어머 어쩜 그리 깜찍한 생각을?
듣고보니 그럴듯하군요.ㅎㅎ

물만두님, 그렇게 말씀해 주시는 마음이 어여쁘십니다.^^

플레져 2006-05-12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 인형은 어디서 구하신거래요?
넘넘 이뽀요 >.<
특히 저 포즈는 넘 맘에 들어요 ^^*

urblue 2006-05-12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만든 '현'이랑 나란히 놓으면 더 예뻐 보이지 않을까요? =3=3

icaru 2006-05-12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구두굽이 맘에 드는데요 >.< ~

로드무비 2006-05-12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 지금은 저렇게 높은 굽 안 된다는 것 아시죠?
사실은 저도 높은 통굽 좋아합니다.>.<

블루님, 현이를 제게 보내시는 건?=3=3=3

플레져님, 씨네큐브 위층 플로어숍에서도 예전엔 팔았는데.
요즘도 파는지는 잘 모르겠어유.
포즈, 귀엽게 섹시하죠?^^

하늘바람님, 호호~~ (좋아서!)



nada 2006-05-12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조선인님 해석이 정말 멋져요. 요즘 애들이라니..흥!

Mephistopheles 2006-05-12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각하게 생각해봤지만...결국 주인곁이 떠나기 싫었던 거라고 생각할래요..^^

인터라겐 2006-05-12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저렇게 예쁜애를 보내고 어찌 사실려고 그러셨답니까???

우리 조카는 옷에 먹물튄 못입는 옷을 500원주고 사왔다가 언니한테 혼났어요.. 가끔 장터에 정말 못쓸 물건을 들려 보내는 엄마들도 있던데.. 로드무비님은 어쩌자고 저렇게 예쁜 아이를 보내셨을까요? 통굽신고 뛰던 로드무비님이 저 모습이셨습니까? 궁금해집니다..ㅋㅋ

치유 2006-05-12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ㅎㅎㅎ
우리랑 아이들이랑의 차이가 아닐까요????ㅋㅋㅋ
저에게 200원에 파세요..호호호~~~
우리들도 모여서 알뜰 장터하면 좋겠어요..

2006-05-12 15: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5-12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꽃님, 님도 얘가 마음에 드시는군요.
그러실 줄 알았어요.^^

옥수수빵파랑님, 월요일에 우체국에 가서 보낼게요.^^

인터라겐님 주하는 뭔 인형을 200원에 사서 100원에 팔았다면서
빈손으로 왔더군요.
이상하죠?
조카 야단 맞았다니 안됐네요.^^

메피스토님, 심각하게 생각해 주셔서 감사.
님밖에 없당게요.^^

꽃양배추님, 제가 "흥!"을 꼭 넣고 싶더라고요.

올리브님, 그렇죠?
비쩍 말라가지고설랑은. 흥=3


sudan 2006-05-12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심 모드)저도 껴들고 싶은데요.. 전 저 인형 이쁜 줄 잘 모르겠어요. ㅠ.ㅠ

로드무비 2006-05-12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udan님, 취향 차이죠, 머.
댓글이 30분 만에 처음 한 개 달려서
일반적인 취향의 미모는 아님을 짐작했습니다.^^

chika 2006-05-12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물로 보면 앙증맞게 이쁠것 같은데요?
근데 전 저~ 위에서 본 오르골땜에 인형이 눈에 안들어온다는....;;;;

로드무비 2006-05-12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쉐~가 어떻다고요 치카님?ㅎㅎ
이름 참 재밌슴다.
실물하고 똑같아요.
그나저나 치카님은 마녀 키쿠 오르골 갖고 계신가요?

chika 2006-05-12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헷~ ^^;;
우리 동네 애니랜드는 문 닫아버렸네요. 전번에 가서 사려고 했는데...ㅠ.ㅠ

저도 그나저나 ..동주 보면 '희동이'가 떠오르는데 그런 얘기 하는 분은 없는거 같아요. 동주의 저 무표정 얼굴, 너무 귀엽지 않나요? ^^
(근데 주하는 쌩뚱맞은 표정을 지어도 이쁘더군요! 흥~! 부러워욧! ^^;)

로드무비 2006-05-13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주가 희동이?ㅎㅎ
정말 그런 느낌이 있는데요?
동주가 너무 귀여워서 잘 나온 사진 올리고 싶을 때가 있는데
자제합니다.
주하도 마찬가지고요.
작은 소녀일 때는 뭐 어떠랴 싶었는데 2학년이 되니
좀 거시기하더라고요.
그런데 이쁘다고 칭찬해 놓고 흥~은 뭡니까?
흥흥흥~~

반딧불,, 2006-05-13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글이 좋아해요^^

반딧불,, 2006-05-13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집엔 바비가 없습니다..
엄마가 절.대.로. 싫어하거덩요.

로드무비 2006-05-14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우님!^^*

반딧불님, 우리집엔 바비가 두 명 있는데 별로 귀여움을 못 받고 있습니다.
둥글둥글 친슥한 얼굴이 좋지요?^^

어룸 2006-05-14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닛!! 저런저런!! T^T
구매자들이 죄다 둥들둥글 친숙한 얼굴이었다고 생각하삼^^a (둥글둥글 친숙한 얼굴들의 대변인으로써 말씀드리자면 저렇게 둥글둥글 친숙한 얼굴은 매일매일 자기 얼굴보는 것만으로도 벅차거덩요...ㅋㅋㅋㅋ)
로드무비님, 넘넘넘넘넘넘넘넘 올만이어용~~~♡

로드무비 2006-05-16 0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 저야말로 대표적인 둥글둥글 얼굴인데 하나도 안 벅찼단 마립니다.
투풀님의 익숙한 호들갑 기운충천 댓글 보니 너무너무 반갑네요.
잘 지내셨죵?^^*

박예진 2006-05-16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뇨? 귀여운데요? ^^
 


1993년 3월 4일자  나의 신문 스크랩. (기사 이주헌)




--조양규는 내가 좋아하는 화가이다.
1980년 중반 어느 날 나는 처음으로 센다이를 방문했다.
(...)센다이에서는 미야기 현립미술관을 찾았다. 거기서 처음으로 조양규의 '맨홀 B'를 보았다.
인물도 하늘도 없다. 이 화가는 왜 지면과 맨홀만을 그린 것일까.
꿈틀거리는 호스는 화가 자신의 몸부림일까.
화가가 그린 어두운 구멍을 계속 들여다보는데 조금도 질리지가 않았다.

조양규는 1926년 일본식민지하의 조선 경상남도 진주에서 태어났다.
1945년 해방 직후, 한반도가 미국과 소련에 의해 분할 점령당하고,
마침내 남쪽에 친미반공 정권을 수립하기 위해 단독선거가 강행되자,
그는 저항운동에 가담했다.
그러나 1948년 대한민국이 수립되었고 초대대통령으로 선임된 이승만은
좌익운동과 통일운동에 가혹한 탄압을 가했다.
결국 조양규는 일본으로 밀항해 도쿄 네다가와의 재일 조선인 밀집지역에 정착했다.
이듬해에는 무사시노 미술대학에 입학해 미술을 배웠다.
재일조선인 조직에서 기관지의 표지나 삽화를 그렸고,
그 후 일본의 미술계에서도 그의 실력을 인정받았다.
"재일의 인권전"에 출품한 '밀폐된 창고'나 '맨홀 B'는 그의 대표작이다.
(......)조양규의 북조선 귀환에는 그 자신만의 동기가 있었던 듯하다.

"재일 생활이 길어져 조선의 풍경도 조선인의 풍모와 거동도
기억과 상상을 통해서밖에 알 수가 없는 게 내게는 답답한 일이다.
북조선에서는 도구도 표현도  일본보다 자유롭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공중에 매달린 듯 어중간한 지금의 상태를 벗어나 조국의 현실 속에서 싸우고 싶다."
(
어느 미술 평론가에게 남긴 말)

조양규는 북조선을 '지상의 낙원'이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곳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 있어 일본에서 살아가는 것은 '공중에서 매달린 상태'일 뿐이었다.
예술가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진정한 인간적 삶을 찾아 그는 도약했던 것이다.
                                                          --서경식 <디아스포라 기행>120~124쪽, 돌베개 刊



13년 전 신문기사로 보고 너무 좋아서 보고 또 들여다봤던 조양규의 그림 '맨홀 A'.
<디아스포라 기행>에는 도쿄국립 미술관에 소장된 <밀폐된 창고>와
미야기 미술관 소장의 <맨홀 B>가 컬러로 실려 있다.
'예술가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진정한 인간적 삶을 찾아 그는 도약했던 것'이라는 표현이
가슴을 친다. (1928년생이고, 북에서의 그의 행방은 묘연하다.)
자신의 예술적 감수성을 특별한 것으로 규정하고,  친일이니 뭐니 아랑곳없이
예술가로 누릴 수 있는 건 모두 누리면서,  종국에는 자신의 삶을 변호하기에 급급했던,
자칭 예술가들이 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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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5-11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폐된 창고 조양규 1957년



맨홀 B 조양규 1958년

저작권에 문제가 있는 댓글이면 삭제해주세요..^^


환희 2011-07-22 05:01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이그림이 소개된 책이름 알고싶어요

mong 2006-05-11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도 좋아하시는 화가군요

로드무비 2006-05-11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ng님, 너무 인상적이더라고요.
삶의 이력도 끌리고......

메피스토님, 스크랩 사진 찍어 올리는 것만 생각했지
책에 실린 그림은 소개할 생각 못했는데.
동작 시원시원해서 너무좋아요.
감사, 감사!
(설마 문제가 되겠어요?ㅎㅎ)

Mephistopheles 2006-05-11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말씀을...덕분에 맨홀 A의 실체를 확인했습니다..

비로그인 2006-05-11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드디어 시작하셨군요..ㅎㅎ
그림 궁금했는데 잘보고 갑니다..^^

로드무비 2006-05-11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야님, 어제 메피스토님 리뷰 보고
생각나서 부랴부랴 책을 찾아봤지 뭡니까.ㅎㅎ

메피스토님, 그림 멋지죠?^^

waits 2006-05-11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요즘 보고 있어요. 서울 가는 길 전철에서 보면서, 평택분들도 이 시대의 '디아스포라'에 다름 아니라는 생각이.. 어렸을 때 뭣모르고 읽었던(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나의 서양미술 순례'부터 다시 보고싶더라구요.

로드무비 2006-05-11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의 서양미술 순례> 참 좋았죠?^^

sandcat 2006-05-11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아침 막 끝냈답니다, 저는. <청춘의 사신>도 참 좋았댔는데...

에로이카 2006-05-11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시네요. 책을 보고 13년 전 스크랩해 놓은 것을 기억해내시고, 또 그 스크랩을 여지껏 갖고 계시다니... 로드무비님처럼 (좋은 기억은) 잊어버리지 않고, (좋은 사람은) 잃어버리지 않고 그렇게 살면 좋겠습니다... 나쁜 것들은 흘려보내구요.. ^^

히피드림~ 2006-05-11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디아스포라 기행] 읽어야지 하면서 여태 못읽었는데,,, 잘 봤어요.^^
조양규씨는 혹시 수용소 같은 곳으로 끌려간 건 아닐까요?
예전에 강철환 기자의 [수용소의 노래-평양의 어항] 읽었을때 재일교포 출신으로 북송선을 탄 사람들이 특히 수용소로 많이 끌려갔대요...

로드무비 2006-05-12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펑크님, 수용소에서의 삶도 각오했던 것일까요?
그림을 못 그리는 것도?
그에 대해 좀더 알고 싶어요.

에로이카님, 너무 과찬을 하셔서리.
기억력이 아주 안 좋은 편인데 워낙 그림이 인상 깊었나 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꼭 그렇게 사시길!^^

샌드캣님, 책은 모두 사놓고 안 읽는 심뽀는 뭘까요?ㅎㅎ
전 어제 페이퍼 올린 뒤로 딴짓했답니다.
청춘의 사신, 제목도 참 좋아요.^^

 




무슨 사진을 찾다보니 이 사진이 눈에 띈다.
유치원 놀이를 하다가 사촌 동주를 벌 세워 놓고 마이 도러가 룰루랄라 하는 모습.
동주가 너무 귀엽고, 가해자의 얼굴이 흔들려서 다행이다.





우리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안방 창가.
처음 이사할 때 와보니 어떤 사람이 베란다 확장공사를 하고 있었다.
다른 층으로 잘못 알고.
남의 집 멀쩡한 안방 벽을 부수고 있었으니 이를 어째!

그가 너무나 사정사정하여 최소한의 경비만 주고 베란다 확장공사를 해버렸다.
그랬더니 침대 옆이 바로 창가고,  그 창가 풍경이 장난 아니다.
뉴욕 마천루가 부럽잖고(ㅋㅋ), 겨울에는 눈발,  비오는 날에는 빗방울이 바로 눈앞에서 춤을 춘다.
2층이라 조촐한 풍경이긴 하지만......

좋아하는 영화 포스터를 창에 붙여놓아야 직성이 풀렸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없다.
날개님께 선물받은 구슬지갑을 들고 뚱한 표정으로 한 컷.
마이 도러의 복장도 불량하고, 표정이 마음에 안 들어서 안 보여드렸다.

 



지난해  가을......
기둥에 붙어있는 건 야클님이 <하늘의 문>  1권 보내주실 때 메모하신 포스트잇.




올 겨울 눈 오던 날......




현재는 화이트데이에 남편에게 갈취하다시피 선물받은  빨간소파가 떠억하니 버티고 있다.
고양이버스의 휴식처였던 가습기 물받이용 푸른 유리접시는 깨어져, 
돼지봉제인형 커플이 자리를 잡았다.



(사진 찾다가 뜬금없이 올리는 페이퍼라 축소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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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 2006-05-10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주의 골난 표정하고 주하의 뚱한 표정...
정겨운 창가와 어울리는 얼굴들이네요 ^^

Mephistopheles 2006-05-10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뉴욕 마천루보다 정겹고 아름다운 풍광입니다...^^

진주 2006-05-10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멋진 풍경입니다....

하늘바람 2006-05-10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이트 데이에 소파를 선물받으시다니 멋져요

sandcat 2006-05-10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주를 보고 있는 고양이버스의 표정이라니!

날개 2006-05-10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주하의 뚱한 표정도 사랑한단 말여요!!!!^^

물만두 2006-05-10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멋있어요~ 영화같아요^^

로드무비 2006-05-10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헤헤, 뚱한 건 주하의 트레이드 마크.^^

샌드캣님, 그러게 동주를 바라보고 씨익 웃고 있네요.^^

하늘바람님, 선물이 아니라 갈취 수준이었습니다.
지금도 빨간소파를 보면 서먹서먹합니다.ㅎㅎ

진주님, 창가를 내다보면 절로 사진기를 찾게 돼요.
맑은 날은 맑은 날대로, 흐린 날은 흐린 날대로.^^

메피스토님, 마천루라는 표현은 좀 거시기하지만...
제 오두막이 좋다는 표현.^^

mong님, 동주 표정 특히 너무 귀엽죠?
그런데 둘 다 지금은 저 때의 귀여운 꼬맹이가 아니에요.^^


싸이런스 2006-05-10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주하 표정 장난이 아니네요. 창 밖이 넘 예뻐요! 빨간 안락의자도 멋지구요!

로드무비 2006-05-10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싸이런스님, 개그 콘서트의 유 머시기라는 개그맨하고
표정이 똑같아요.
의자는 잘 앉게 되지는 않네요.ㅎㅎ

물만두님, 헤헤, 허접한 페이퍼를 영화같다고 해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BRINY 2006-05-10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저 소파 어때요, 로드무비님?

하이드 2006-05-10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의 포스트잇을 기둥에 붙여두시다닛! -질투에 불타는 하이드 -

하루(春) 2006-05-10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겨울만 합니다. 좋네요.

로드무비 2006-05-10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헤헤~~

하이드님, 저 포스트잇은 접착력이 을매나 좋은지 원.=3=3=3

브리니님, 조그만 아이 셋이 앉아도 폭 파묻힐 정도예요.
편합니다.^^


반딧불,, 2006-05-10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너무 좋다....

달팽이 2006-05-10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잡을 수 없는 아릿했던 행복들이 님의 가슴에 남겼던 것이 무엇일까?
삶의 슬픔과 기쁨이 나에게 남겨놓은 흔적이 무엇일까?
내 삶이 끝나는 날 이 기억들이 다 내게 행복이었음을 알까?
하루 하루 허물어져가는 삶의 단편들 앞에서...
우리는 울고 웃고 행복해하고 슬퍼합니다.
님의 행복...그 따스함....
느껴집니다...마치 내가 느끼듯이...
사진 속에도 그것을 바라보는 님의 따뜻한 눈길이...

kleinsusun 2006-05-10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주하 넘 섹시해요. 어쩜 저런 포즈를....ㅎㅎㅎ
빨간색 소파도 넘 예뻐요. 거기서 책 읽으면 여왕님 같겠는데요? 폐하!

치유 2006-05-10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후..룰루 랄라 하는 모습 넘 귀여워요..벌서고 있는 저 눈좀 봐..둘다 너무 너무 귀여워요....넘 정겹고...평화스런 창가입니다..저 소파도 넘 맘에 드네요..폭 파묻혀 책 보면 좋겠어요..난 책보단 밖에 풍경에 더 관심갖고 보느라 한장도 못 볼것 같은..

인터라겐 2006-05-10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럴땐 아파트로 이사가고 싶다니깐요.. 저 판교 떨어졌어요.. 흑흑

플레져 2006-05-10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해자의 얼굴에 홀렸어요... @*@


2006-05-10 2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nada 2006-05-10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눈오는 날 사진이 제일 좋은데요... 저 희미한 격자는 모기장인가요?

balmas 2006-05-10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흐흐, 동주와 주하, 이 귀여운 놈들 ...

waits 2006-05-11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동주가 둘째인 줄 알았어요, 너무 딸래미만 이뻐하신다 했는데... 사촌이었군요...^^

푸하 2006-05-11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주군의 표정이 살아있네요....
아마 벌선 경험은 동주의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되지 않을까싶네요....^^;

비로그인 2006-05-11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좋습니다 ㅎㅎㅎ 꼬마들도 귀엽고 , 고양이버스도 맘에 드는군요.

야클 2006-05-11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ㅠ.ㅠ 제 포스트잇을 붙여 두셨다니. 이런 감격할 일이!
그런데...그때 제가 뭐라고 썼었죠??? -_-+

로드무비 2006-05-11 0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 '로드무비님께 반가운 선물이 되었으면 합니다.'
귀한 책 헐어서 뚝 떼어주신 것 잊지 않으려고 붙여놨어요.ㅎㅎ

캐서린님, 그 중에서도 특히 고양이버스가?^^

푸하님, 저 표정 보고 너무 귀여워서 급히 사진을 찍은 듯.
전환점까지는 모르겠고, 아무튼 무척 분했나 봐요.
그래도 시키는 대로 하고 있었으니...요즘같으면 어림도 없답니다.^^

나어릴때님, 어머머, 모르셨구나.
하긴 그럴 수도 있겠네요.^^

발마스님, 으, 저 사진 보고 아이들 정말 귀여워하시는 게 느껴져요.
가실 때가 임박했나 봐요.=3=3=3

꽃양배추님, 방충망입니다.
먼지가 끼어 좀더 분위기가 살아나죠?^^*

로드무비 2006-05-11 0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가해자는 룰루랄라~~
우리도 가해자가 되자구요.ㅎㅎ

인터라겐님, 아아, 판교!
동생네도 말만 하고, 아예 넣지도 않았다죠.
에고, 고생하셨네요.
앞으로 더 좋은 보금자리를 얻으실 거예요.^^

배꽃님, 창가가 좋죠?
집에서든 식당이든.
소파는 제가 침대에 누워 읽고 던져두는 책들로 가득합니다.
그런 용도로 전락.ㅎㅎ

수선님, 아이, 식모과라니까요.ㅎㅎ
주하 포즈 깜찍하죠?
가끔 저런 표정과 자태를 보여줍니다. 엄마들의 특권!^^

달팽이님, 문학평론가 김화영 교수의 '사진에 관하여'라는
산문이 생각나는군요.
어디 스크랩해놨는데.
달팽이님의 댓글을 보니 그 글이 생각나요.
글의 내용과 분위기가 비슷해서인지......
찾으면 페이퍼로 올릴게요. 약속!^^
(무지 좋아하는 글이라서요.)

반딧불님, 그렇게 말씀하시니 저도 너무 좋군요.^^

2006-05-11 1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룸 2006-05-14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피해자님은 가해자님보다 사진찍으시는 가해자님의 어머님을 더 원망하는 눈치이옵니다만....헤헤헤헤헤~ =3=3=3

로드무비 2006-05-16 0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투풀님, 어머 어디 그런 눈치가?ㅎㅎ
아이고, 반가워요. 투풀님!^^
 
길에서 만난 세상 - 대한민국 인권의 현주소를 찾아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박영희 외 지음, 김윤섭 사진 / 우리교육 / 2006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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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 영화 시간을 맞추려 빠른 걸음으로 전철 역 계단을 올라가는데
노인들만 보면 다짜고짜 달려들어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인근 교회에서 나온 일군의 여성들이 눈에 띄었다.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고 있지 않은 노인들이 표적인 듯했다.
한 할아버지가 손사래를 치며 거부의 뜻을 표했지만, 그 할아버지를 맡은 중년의 여성은
넉살좋게 웃으며 끝까지  카네이션을 다는 기염을 토했다.

난 저런 광경을 보면 화가 치솟는다.
사람이 싫다고 하면 그 의사를 받아들여야 할 것 아닌가.
아니나 다를까 할아버지는 전철이 도착하기 직전 가슴의 카네이션을 떼내어
사나운 손짓으로 주머니에 쑤셔넣으셨다.
저들은 어버이날 좋은 일을 한답시고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하고 있는 것이었지만
내 눈에는 그런 강제적인 행동이 지독한 자기도취로만 보인다.

자리를 잡고 앉자 10년도 더 된 어떤 일이 생각났다.
서울에서 혼자 자취를 하며 직업을 구하던 가난한 친구 A가 있었다.
비슷한 나이에 한 괜찮은 출판사의 편집장이며 두 아이의 엄마인 친구 B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봄날 홍대앞에서 A와 마주친 B.
그녀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한마디로 완전히 지치고 절망한 사람의 모습이었다고.

B는 A를 다짜고짜 잡아끌고 근처 단골 미용실로 데려갔다.
그리고 미용실 거울 앞에 그녀를 강제로 앉혔다.
꽤 비싼 미용실의 커트비를 내주고 머리를 잘라준 걸 그녀는 무척 자랑스러워 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날 강제로 머리를 깎였던 A는 살다살다 그런 기막힌 일은 처음이라고 내게 하소연했다.
나는 B에게 못을 박았다.

"미래의 어느 날 혹시 나와 우연히 마주쳤는데 내 몰골이 그렇게 절망적으로 느껴지면
모른체해 주거나, 미용실로 끌고 가지 말고 밥이나 사줘. 내 머리에 손만 대었다 봐!"

적령기를 넘긴, 애인 없고 직장 없는 여성에 대한 B의 무시무시한 편견은
나에게 공포 그 자체였다.

영화를 보고, 동대문시장  단골 옷가게에서 남편의 여름 셔츠를 하나 고르고
건널목을 건너는데 나이키 매장 옆 모퉁이에 두툼한 겨울 코트를 입고 머리를 산발한 
할아버지 노숙자가 그 땡볕에 미동도 없이 앉아 계셨다.
주머니에서 집히는 대로 천 원짜리 지폐 몇 장을 내밀었더니 고개를 흔드신다.
아침에 그녀들을 욕해놓고, 나도 똑같은 결례를 저지른 건가?

그나저나 그 할아버지는 이렇게 화창한 봄날, 옷이란 옷은 모두 껴입고
백발을 어깨까지 풀어헤치고 앉아  무엇을 견디고 계시는 것일까?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획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탐방 보고서 <길에서 만난 세상>을
가고오는 차 안에서 읽었다.
비정규직 노동자, 폐광 이후의 광부들, 외국인 이주 노동자, 공원을 배회하는 노인들,
보안관찰처분대상자,  탈학교 청소년, 한국 남성과 결혼한 아시아 이주 여성 등
세상 구석구석 사람들의 편견과 차별에 꼼짝없이 갇힌 사람들을 사진과 함께 생생한 글로 접하니
가슴이 답답해 왔다.
어쩌면 편견은 자신이 세상에서 점한 조금의 우위를 누리고 지키는 데 꼭 필요한
당의정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늦은 나이에 이르도록 결혼하지 못했던 농촌 총각과 그의 가족들중 일부는
세상에 대한 분풀이를  '비싼 돈을 들여 사온' 외국인 아내에게 몇 곱으로 풀어내고 있었다.

다음은 탑골공원에  10년째 출근해  이태백 정약용 신익희 선생의 글 등을 
붓글씨로 옮겨 적으며 시간을 보내고 계신 공재규 할아버지의 말이다.

"(......)워쪄? 이것이 인생 아니겠어?"(1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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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6-05-09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

urblue 2006-05-09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얘기 보면 저도 가슴이 답답해요.

치니 2006-05-09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면 편견은 자신이 세상에서 점한 조금의 우위를 누리고 지키는 데 꼭 필요한
당의정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 정확한 말씀. 제가 뭔지 모르게 스스로 찝찝해온것이 이 문장에서 아쌀하게 축약되네요. 고개 숙임.

로드무비 2006-05-09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님, '당의정' 말고 더 적확한 단어가 있을 것 같은데
생각이 안 나네요.
이제 이런 책 안 읽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인간세상이 너무 짜증스러워서.;;

블루님, 감기는 깨끗이 나으셨어요?
어젯밤 이차저차 술 좀 마셨습니다.^^

라주미힌님.^^;

Mephistopheles 2006-05-09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로 다른 생활이 있는데 그걸 인정해주지 않고 자기의 삶의 방식을 주입을 하면서
쾌락을 느끼는 걸까요....도통 이해가 안가는 사람들이 참 많군요..

로드무비 2006-05-09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그러니까 말입니다.
초라하고 가소롭기 짝이 없는 자부심이라고 할까요!

oldhand 2006-05-09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때이른 더위에 단비같은 멋진 리뷰입니다! ^-^

nada 2006-05-09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멀리 갈 것도 없이 저 범주에 드는 사람들이 제 주위에 몇 있죠. 이젠 하도 골치가 아파 제 방에만 처박히고 싶답니다. 본인들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마치 남의 인생이라는 듯 살고 있는데, 그들을 보며 안타깝다고 생각하는 제가 웃기다는 생각도 가끔 듭니다. 그나저나 저도 버스 정류장에 앉아서 게걸스레 뭔가 먹고 있다가는 친구 B님께 끌려가기 십상이겠습니다.

sweetmagic 2006-05-09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

kleinsusun 2006-05-09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B란 친구 정말........지독하네요. 다른 친구들한테 생색은 또 얼마나 냈을까...
A란 친구는 또 왜 끌려갔을까요? 카네이션 부대들도 웃기고....
로드무비님은 어쩜 이렇게 별 상관 없어 보이는 사건들을 먹음직한 샐러드처럼 버무려내세요? 정말...대단해요.^^

2006-05-09 2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owup 2006-05-10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가 밥도 사주고 미용실에 데려가 머리도 잘라주고 하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요즘같이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기 싫은 시절엔 말이에요.^-^

로드무비 2006-05-10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mu님, 아이구, 제가 그렇게 해드릴 수 있으면 좋으련만.
지난주 산에 다녀오는 길에 미용실 들러 머릴 확 잘라주니 살 것 같더군요.
옛날에 머리 한 달 안 감은 친구도 있었어요.^-^(처음 사용)

수선님, 그냥 그날 있었던 일, 떠오르는 일들을 적어나가요.
어찌어찌 용케 이야기가 마무리되더군요.
할 말이 없어서 리뷰 아예 못 쓸 것 같다가
얼렁뚱땅 하나 올리고 나면 안도의 한숨을.
그런데도 먹음직한 샐러드 같은 리뷰라니 감사!^^
(그리고 꽤 오래 어울렸지만 B, A 둘 다 아주 묘한 친구들이었어요.)

스윗매직님, ^^

꽃양배추님, 전 또 미리 선제공격을 하기도 하는 타입이라
끌려가는 일은 없었답니다. 휴~~
제가 책 읽고 영화 자주 보는 것도 미혼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절반은 무시, 그러면서도 질투하던 친구였어요.
아무튼 그리운 얼굴이네요.^^

올드핸드님, 오늘 정말 단비가 내릴 모양입니다.
을매나 말씀도 다정하신지......^^*
 



 

 

 

 

 

 

 

 

 

어쩌면 나는 무능한 인간인진 모르겠지만 아주 나쁜 사람은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잠깐 한 적이 있다.  최근.
우리 동네 매립장 반대 집회에서 목이 쉰 부녀회장이 연단에 올라 연설을 할 때,
그녀 집에 가서 나의 장기인 얼큰한 소고기국을 한 솥 가득 끓여주고 오고 싶다는
생각을 간절히, 아주 간절히 했을 때.
그녀의 쉰 목도 풀어주고 싶고, 그의 가족에게 맛난 국을 몇 끼 먹여주고 싶었다.

그런 형이 있는가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분류해 보면 나는  
'식모형 인간'이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내 곁에 있어주'의 가수 이수미를 어린 나이에 얼마나 좋아했는지,
그녀를 좋아했던 시점이  DJ  이종환과 치정에 연루된 험악한 사건을 겪고 모 프로그램에 나와
백순진 작사작곡의 '사랑의 의지'를 부르는 모습을 보고나서였다.
사월과 오월의 '화'와 '사랑의 의지'는 그 뜻도 잘 모르면서 어린 내가 무조건 좋아했던 곡들이다.
어린 아이 주제에  나는 저 가수를 '구체적으로' 위로해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그렇게 좋아하던 이수미가 나왔는데 철모르는  동생들이 짓궂게 채널을 돌려서
울음을 터뜨렸던 날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오늘, '내 곁에 있어줘'라는 제목의 싱가포르 영화를 보았다.
에릭 쿠 감독.
컴컴한 객석에서 나는 눈이 퉁퉁 부을 정도로 울었다.
내가 한때 식모살이를 꿈꿀 정도로 좋아했던 세 사람이 문득 생각났다.
지금은  거의 잊혀진 그 여가수와 한 여성 시인, 그리고 권정생이라는 작가.

그 여성 시인은 현실 속에서 나와 잠시 만나 술도 몇 번 마시고, 내가 아이를 낳았을 때는
뜬금없는 메뉴인  족발과 분유를 몇 통이나 사들고 합정동의 자취집을 찾아 주었다.

인생은 정말 쓸쓸한 것이다.
그렇게 좋아했던 시인에게 나는  빌려준 돈 5백만 원을 돌려받아 보태어 나의 결혼식을 치렀다.
그때 그는 참 어려운 시기였는데, 나는  빌려준 돈 5백만 원을 못 받을까봐 속으로 가슴 졸였다.
내가 외로운 건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매정함에 상처를 받은 건 바로 나 자신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내가 어쩌면 아주 나쁜 인간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잘난 인간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는 바로 그 점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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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5-08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면 나는 무능한 인간인진 모르겠지만 아주 나쁜 사람은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잠깐 한 적이 있다.-
너무 겸손하신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얼큰한 소고기국 레시피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 건가요..??

물만두 2006-05-08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주 해로운 인간만은 되지 말았으면 했던 적이 있어요.

hnine 2006-05-08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곁에 있어주~ 내곁에 있어주~ 내게는 오직 당신 뿐이야~~
저도 이 여가수 알아요.
'사랑의 의지'도 아는데... '그대 날 버린다 해도, 나 서럽지 않아요...'
그런데 그 여자 시인은 누구실까요?

perky 2006-05-08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너무 오랫만에 들어온 알라딘서재..이렇게 멋진 로드무비님 글을 오랫만에 접하니 감회가 새로워요. 그동안 잘 지내셨죠? ^^

nada 2006-05-08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부녀회장님 옆에 숟가락 하나 놓고 꼽사리 끼고파요.. 갑자기 어디 사라지실 것 같은 글을 쓰시면 어떡해욧!

mong 2006-05-08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의 매정함에 상처를 받은 건 바로 나 자신이었다....
아이고 가슴을 쿡 찌르는 한 마디

DJ뽀스 2006-05-08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구님 닮은 할아버지, 김지수&김지연 닮은 레즈비언 아가씨, '시티즌독'의 오토바이귀신 닮은 경비원 ->이런 생각하면서 봐서 눈물이 안났나봐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ㅠ.ㅠ) 그래도 참 좋다~ 뿌듯했답니다.

날개 2006-05-08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넘 센치하셔요~^^
웬지 같이 감상적이 되네........

비로그인 2006-05-08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외로운 건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매정함에 상처를 받은 건 바로 나 자신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내가 어쩌면 아주 나쁜 인간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잘난 인간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는 바로 그 점 때문에......

chika 2006-05-08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양배추님 페이퍼 퍼오신거 보고 이 영화 얘기겠거니.. 싶었어요.
울어서 퉁퉁 부은 눈은.. 가라앉았을까요? 로드무비님은 나쁜 인간이 될 수 없는 사람이라는거 다~ 아는데, 로드무비님만 모르셨나봐요? ^_________^

waits 2006-05-08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안 그래도 보고 싶었는데.. 더욱 보고 싶게 하시네요..^^

2006-05-09 0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5-09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핌형 인간으로 바꿔주신 님, 짐작하셨겠지만 음주 페이퍼입니다.
님은 그러니까니 공주님 타입이라는 말씀이신가요?ㅎㅎ
다행히 제가 이때까지 저런 마음을 먹어본 사람이 딱 세 명입니다.
보통땐 천진난만 안하무인 스탈이지요.
라면물 같은 건 아무 걱정하지 마시고요.
그런데, 저런저런, 돕고 싶은 사람이 누굴까요?
궁금합니다.^^

나어릴때님, 보통땐 눈물만 주르르 흘러내리는데
어제는 아주 흑흑거렸습니다.
이 영화 정말 좋습니다. 놓치지 마시길!^^

치카님, 퉁퉁 부은 눈은 좀 과장된 표현이었고 아무튼,
지금은 다시 사악한 로드무비로 돌아왔습니다.ㅎㅎㅎ

캐서린님, 옮겨주신 글 보니 제가 어제 좀 감상적이었군요.
좋은 영화와 술이 짬뽕되어.^^;

날개님, 어제 뭘 잘못 먹었는지...ㅎㅎㅎ
페이퍼 치우면 더 수상하게 여기실까봐 마음에 안 들지만
그대로 둡니다.^^

DJ뽀스님, 이런 영화를 가끔 만날 수 있어서
세상이 살만하다고 여겨집니다.
그런데 정말 신구 좀 닮았네요.ㅎㅎ

mong님, 자기자신만이 아는 그런 것 있잖아요.
인색함, 매정함.

꽃양배추님, 숟가락만 말고 아예 냄비를 하나 가지고 오세요.
가득 퍼담아 드릴 텡게.
이 페이퍼 올리고, 퇴근한 세 사람 꼬셔 동네 임시장터로 진출,
술 마셨습니다. 늦게까지.
도토리묵이랑 파전이랑 닭갈비랑 안주로 해서요.
그 와중에 애들 먹일 도시락은 싸가지고.^^

차우차우님, 아이고 반갑습니다.
출산 임박했나요?
님 방에 가볼게요.^^

hnine님, 자자, 제가 뒤이어 부를게요.
그대 가버린다 해에도 나 외롭지 않아요.
나는 알고 있답미이다.
당신의 온 마음 차지하기엔, 나의 마음 너무 적다는 걸.~~
(그 여성 시인은 빔일입니다.)

물만두님, 폐만 안 끼치는 걸로도 만족.
그거죠?
그나저나 우린 어쩜 이렇게 겸손할까요?^^*

메피스토님, '허름한 밥상' 뒤져보면 나옵니다.
제가 특히 잘하는 음식이 소고기국과 매운탕이랍니다.(자뻑파!)
아, 먹고 싶어라.
아직 해장을 못했어요.;;

치니 2006-05-09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이거 봐야겠네요.

2006-05-09 1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oldhand 2006-05-09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잉. 너무 소녀 같으십니다. ^-^

2006-05-09 1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瑚璉 2006-05-09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새 국밥에 심취해 있어서요, 로드무비 님의 소고기 국밥 페이퍼를 잠시 업어갑니다.

Apple 2006-05-09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갑자기 기분이 슬퍼지네요...ㅠ ㅠ에휴....

로드무비 2006-05-09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플님, 슬퍼하지 마세요.^^

虎叱님, 심취라니, 호호, 너무 재밌어요.^^

어지러운 마음님, 얼마든지 떠들어도 됩니다.
종달새가 지저귀는 소리로 들려요. 무거운 이야기도 님이 하시면...^^

올드핸드님, 아잉.^^

아니시구요 님, 깔깔깔~~

치니님, 극장에서 꼭 보시면 좋겠는데.^^

마태우스 2006-05-09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네21에서 이 영화에 관해 읽었어요. 보고 싶단 생각이 마구 났어요. 근데 로드무비님 글이 시네21보다 훨씬 더, 이 영화를 보고싶게 만드네요. 식모형 인간이라... 님한테 고깃국을 대접하고픈 전 뭔가요?^^

반딧불,, 2006-05-10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978833

 

특이한 수라서..

이 글을 읽으면서 괜스리 눈물이 날 듯 했어요..

식모형인간이라..;;

 

님은 정말 진솔해서 좋아요...;;


로드무비 2006-05-10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 자기 입으로 식모형 인간이라고 말한다 해서
식모가 되는 것도 아니고, 인생에서 제일 좋아했던
세 사람 이야기예요.
다행히 한 분은 직접 교유도 했고.
이 글 읽으며 눈물이 날 듯했다니 님도 호, 혹시?ㅎㅎ
다정한 인사 고맙습니다.
잡아주신 숫자 정말 멋지네요.^^


앗, 마태우스님, 국밥이라니, 겨울에 만나 감자탕이라도...
이 영화 꼭 보셨으면 좋겠어요.
이 말이 절로 나오네요.
태엽이라도 감긴 것처럼.^^

플레져 2006-05-17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이상하다 했어요.
로드무비님이 분명 이 영화를 가만 놔뒀을리가 없는데.
보셨을 거란 직감이 왔는데, 저는 이 페이퍼를 정말, 지금 보았어요.
눈이 퉁퉁 부을거란... 대목에 밑줄 그었어요.
어제 버블 보러 갔다가 이 영화가 밟혔지만
시간이 되지 않아 다음 기회로 미뤘거든요. 혼자, 보러 갈까 봐요.
나의 매정함에 상처를 받은...나이기도 하니까요...

로드무비 2006-05-18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를 볼 당시, 좀 감상적인 기분 주간이었나 봐요.
제 기분을 떠나서 이 영화는 정말 좋습니다.
한 번 더 보고 싶을 정도예요.
꼭 챙겨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