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에 뛰어들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여성 둘을 만났다.

토요일 오후, 동생네 가족이랑 남자들 여름 양복을 사러 갔는데
마음에 드는 양복을 고른 후 내친김에 반팔 와이셔츠와 넥타이도 한 장 사기로 했다.

연한 하늘빛 셔츠를 고르고 나서 남편이 95 사이즈를 달라고 했더니 이상하게  멈칫하며
줄자를 챙겨 가지고 온다.
그리고는 목둘레를 재더니 손님은 100 사이즈를 입어야 한다는 거다.
(남편은 95와 100의 중간 체형인데 내가 혼자 쇼핑 갈 경우 무조건 100을 사왔었다.)

95 사이즈가 없냐고 물었더니 그런 건 아니란다.
95로 하겠다고 목이 조금 끼더라도 95를 입겠다고 말해놓고
바로 옆 매장에서 그 와이셔츠에 맞는 넥타이를 고르고 있었다.

그런데 와이셔츠 판매여성이 다가와 내 팔을 몰래 잡아 끈다.
95 사이즈를 가져가면 바꾸러 올 확률이 100프로라며 그냥 100으로 가져가라는 것이다.
집에 가서 남편이 막상 입어보면 100으로 가져온 걸 잘했다고 할 거라며......
마침 넥타이를 골라서 온 남편에게 한 번 더 말해 보았다.

"전문가들이 도저히 안되는 사이즈라고 하는데 그냥 100으로 입지?"

남편이 판매원들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95 사이즈가 없어요?"

"아니 그건 아니고, 우리가 사이즈가 없어서 그러는 건 결코  아니고,
손님은 100이 딱 맞다니까요."

"작아도 괜찮으니까 그냥 95로 주세요."

남편의 단호한 태도에 판매원 두 여성은 사이즈 찾는 시늉을 한참 하더니
그제서야 우물쭈물 없다고 말한다.

마침 옆 매장에 마음에 쏙 드는 와이셔츠가 있어 그걸로 고르고
줄자로 남편의 사이즈를 정확하게 재어봐 달라고 했다.
딱 맞게 입으려면 95, 조금 넉넉한 걸 좋아하면 100으로 사라는 그 판매원의  말.

상품을 판매할 욕심에 좀더 넉넉한 사이즈를 권유하는 정도는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두 판매원의 태도는 오늘아침까지 계속 생각날 정도로 불쾌하다.
그녀들의 말을 믿고 나도 덩달아 전문가의 권유를 따르는 게 어떠냐고 딴지를 걸었는데
 와이셔츠를 집에 와서 입어보니 95가 딱이다.

그녀들은 그렇게까지 했어야 할까?
뛰어난 연기력을 살려 탤런트나 하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을 제멋대로 하다보니
95 사이즈 찾는 척하던 어설픈 연기가 생각나 안 되겠다.

어느 사이트에서 이번 선거에 후보들이 내세운 헛공약들 정리해 놓은 걸 읽다보니
그녀들의 얼굴이 다시 생각난다.
무조건 우기고 보는 것, 시치미 딱 떼는 것, 거짓말이 들통나도 미안해 하지 않는 것.
그래, 정치판이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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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5-29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통과된 문제있는 의원들 국민소환제에 반대하는 작자들의 말이 생각나네요..
위축된 환경에서 올바른 정치와 의정활동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웃기는 걸 직업으로 삼고 있는 개그맨들보다 더 웃기다니까요..^^

가랑비 2006-05-29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나. 그 직원들 뒤에는 그렇게 하라고 가르친 인간이 또 있었겠죠? 그렇게 해서 매상 올리면 유능하다고 칭찬하고. 어휴...

nada 2006-05-29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멋, 책장수님 멋져요. 웬만한 남자들 저럴 때 얼렁뚱땅 주는 대로 받아올 텐데. 저런 단호함.. 섹시해요. (흠...남의 남자에게 이런 말을? 쿨럭..)

하루(春) 2006-05-29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 허를 찌르는 유머라고 해도 되려나? 아무튼 되게 재밌네요.

로드무비 2006-05-29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벼리꼬리님, 물불 안 가리고 판매하는 게 능사인 세상 아닙니까.;;

메피스토님, 그것도 말이라고 뱉어놓고 면상이 안 뜨뜻헌지 몰러유.
국민소환제 반대든 뭐든 차라리 대놓고 솔직하게
자신의 밥줄이 걸린 일이라고 말하는 인간 한 명이라도 봤으면 좋겠어유.

mong 2006-05-29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제가 책장수님 이었으면 두말 않고 사왔을 꺼에요...
우씨 무서운 매장 언니들 ㅜ.ㅡ

瑚璉 2006-05-29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매장직원들을 무작정 비난하기도 어려운 것이 세탁을 몇 번하면 대개는 한 사이즈 정도 줄어드는 경향이 있긴 하거든요.

로드무비 2006-05-29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ng님, 책장수님이 이제 자기 옷은 자기가 사서 입겠다는군요.
그동안은 내가 무서워서 주는 대로 입었다니, 이럴 수가!^^;;

호질님, 맞아요.
세탁하면 줄어드는 경향이 있긴 하죠.
그래도 그렇지 불쾌했어요.
처음 세탁은 드라이크리닝 할랍니다. 900원에.
그럼 문제 없겠죠?^^

waits 2006-05-29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며칠 안보이셔서 궁금했는데... 가족동반 셔츠 나들이하셨군요...^^;;
제 의사와 무관하게 강권하는 판매직원 저도 싫지만, 그분들도 아마 어떻게든 팔아먹으면 또 그게 능력으로 대접받는 이상한 상식의 피해자겠지요? 양심까지 갈 것도 없이, 님 말씀대로 얼굴 뜨뜻해지는 불편함에라도 각자 좀 민감해지면 참 좋을텐데요.

瑚璉 2006-05-29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개인적인 경험을 말씀드리면 드라이를 해도 옷이 조금씩은 주는 것 같아요(절대로 제가 점점 살이 찐다든가 하는 변수가 있는 건 아니고요... 거기서 웃는 분, 절대 아니라니깐요! (버럭)).

로드무비 2006-05-29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양배추님, 내 눈에는 마누라에 대한 반항, 봉기로 비치는데
섹시하다니!ㅋㅋ
듣기 좋네유. (발그레~?!)

하루님, 좀 더 재밌게 쓸 수 있었는데.
칭찬해 주셔서 고마워유.^^

호질님, 드라이를 해도?
흠, 책장수님은 목 부분만 좀 끼니까 크게 문제 될 건 없을 듯.
그리고 저도 함께 버럭=3 아, 호질님이 아니라면 아니라니까요.
몸이 불어서 끼는 건 절대 아니라고요.^^*

나어릴때님, 일주일 할 일 사흘 만에 얼렁뚱땅 끝내고 메일로 부치고
쇼핑 가는데 뒤통수가 뜨끈뜨끈.
님의 그 균형감각은 어디서 오나요? 궁금.^^

건우와 연우 2006-05-29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도 세번에 한번쯤은 판매원한테 넘어가는데....
멋있는 단호함이에요^^

바람돌이 2006-05-29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판매원은 그 매장에서 가장 물건을 잘 파는 사람일까요? 저러면 나는 다시는 찾기 싫던데.... 진짜로 어떤지 궁금해요. ^^

2006-05-29 1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6-05-29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잘 안넘어가는데요, 거의 안넘어가는데요,
아주 가끔 넘어가면... 바로 후회해요. 그래서 고집쟁이 고객이어요 ㅋㅋ

조선인 2006-05-29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도 맘에 안 드는 정치인이 넘쳐나는데, 2명이나 더 추가된다니 싫어요!!!

로드무비 2006-05-29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저도 그렇게 되는 것 싫어요.^^

플레져님, 우린 순둥이 고객입니다.
양복도 첫 집, 제일 처음 입어본 걸로 끝!
와이셔츠에서 남편이 의외로 강경한 자세를 보이더군요.
님이야 워낙 멋이라면 일가견이 있으셔서 고집 안 부리는 게 이상할 듯.^^

바람돌이님, 끈질긴 자세나 약간의 편법 사용으로 짐작해보건대
실적은 괜찮은 편일 듯.
그러나 절대로 최고 판매자는 될 수 없어요. 저런 자세로는.
그렇지 않나요?^^;

건우와 연우님, 순둥이 남편이 슬슬 반항을 하기 시작해
저는 걱정이 많아요.^^

sooninara 2006-05-29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전 마지막 반전은 95가 작아서 100이 좋았다가 될거라 생각했는데..ㅠ.ㅠ
95사이즈가 아예 없었군요. 무서븐 세상.

2006-05-29 1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5-29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저 님의 메모 참 좋아해요.
자주 속삭여 주시와요.^^*

수니나라님, 끝까지 잡아뗀 게 좀 거시기하죠?
그 점만 아니라면 불쾌할 것까진 없었을 텐데......^^

마늘빵 2006-05-29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없으면 없다고 할 것이지 왜 그랬대요. 거참. 어떻게든 하나 팔아보려는 술책.

oldhand 2006-05-29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책장수님은 아직도 슬림하신 몸매를 가지고 계시는군요! 전 올해부터 105가 되버렸습니다. -_-a

로드무비 2006-05-29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드핸드님, 콩주 요즘 사진 좀 올려주세요. 보고 싶어요.
아, 그리고 사이즈는 복부 쪽은 100인데 어깨 쪽은 95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어, 그런데 샤프한 미모의 올드핸드님이 사이즈 105 입는다굽쇼?
안 믿어집니다.^^

아프락사스님, 마지막 물었을 때 솔직하게 말했으면 됐을 텐데......
어찌 보면 셔츠 한 개 팔아먹기 그만큼 힘들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겠지요.;;

 

조금 전 학교에서 돌아온 마이 도러.

"엄마, 집에 오는데 길에서 어린이집 맑은 반 아이들이 선생님이랑 지나갔어."

"동주도 봤겠네? 동주야, 하고 불렀어?"

"응, 그런데 동주가 나를 못 보고 벽을 보고 중얼중얼 지나가는데
동주를 보니까 이상하게 눈물이 나오려고 했어."

그 말을 듣는데 나도 덩달아 콧잔등이 시큰하다.

"응,  가족은 본래 그런 거야. 길에서 보면 너무 반갑고 이상한 기분이 들고, 눈물이 나오는......"

그렇게 말하며 나도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평소에 무뚝뚝하고 터프하기 짝이 없는 아이가, 때로는  동생을 구박하는 아이가
그렇게 말하는 게 반갑고 대견해서......









인생의 고달픔과 외로움을 슬슬 아는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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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6-05-25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뚝뚝하고 터프한 사람들이 속정이 깊어요. 저도 그래요.^^*

mong 2006-05-25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하가 정말 대견해요...

로드무비 2006-05-25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ng님, 정말 대견했어요.
그것보단 안도의 한숨이랄까! 헤헤~~

파비아나님, 속정, 어머. 그러세요?
전 연하기가 배같이 사근사근한 인간이라!=3=3=3

nada 2006-05-25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도라니...주하가 외계인인 줄 아셨나요?ㅋㅋㅋ

저런 속엣말을 누가 나에게 해주면 너무 찡할 거 같아요. 저도 어릴 땐 엄마에게 그랬겠쬬. 언젠가부터 말이 안 통하기 시작했지만...ㅋ

산사춘 2006-05-25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 부라더는 지금도 길에서 저를 마주치면 뒷걸음질쳐요. 전 주하얼굴 아니까 주하 마주치면 아는척 할래요. 춘 아점마라고 이름대면 도망가거나 신고하지 말라고 해주시길 부탁드려요.

플로라 2006-05-25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님이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요~ ^^

urblue 2006-05-25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 뒷모습은 외로움과 고달픔이 묻어나는 듯.
(그런데, 왠지 머리 묶어 주느라 고생하셨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군요. =3=3)

건우와 연우 2006-05-25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하가 마음이 자라나봐요. 쑥쑥.
뒷모습이 애틋해요.

Mephistopheles 2006-05-25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창밖을 바라보는 주하 사진이...짠....~ 해요...

플레져 2006-05-25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하, 머리 이쁘게 묶었네~
나도 괜히 울먹울먹...흑흑...

2006-05-25 17: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주미힌 2006-05-25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세히 보면 전도연 삘이 나요... 이마가 동글동글해서 그런가...
전 길에서 동생 보면 모른체 합니다 하하하하.. ㅡ..ㅡ;

로드무비 2006-05-25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주미힌님, 며칠 전 꽃양배추님도 그런 말씀을 하셨던 것 같은데.
정말 이마 하나는 예술이랍니다.=3=3=3
(사실 어른이 되고나서 가족을 길에서 만나면
좀 민망하지요. 뻘쭘하고.ㅎㅎㅎ)

플레져님, 어제 농구장에서 놀고 있는 남자친구를 발견하고
애타게 부르다가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에요.
(머리를 이틀 감기지 않았더니 머리가 얼마나 잘 묶어지는지.ㅎㅎ)

메피스토님, 쿨쩍.=3

건우와 연우님, 전 다소 철없이 밝게 커줬음 좋겠어요.
섬세한 아이는 싫어요. 사는 게 힘들까봐.^^

블루님, 어찌 아셨수?
내가 매일 아침 머리 잘 못 묶어 씨름하는 것.ㅎㅎ

플로라님, 참 다정한 인사예요.^^

산사춘님, 정말 오랜만입니다.
춘 아점마.ㅎㅎ
춘 언니로 입력시킬 게요.
부라더가 뒷걸음질 치면 님은 뛰어가서 팔짱을 끼실 듯.^^

꽃양배추님, 외계인까지는 아니지만
이상한 구석이 있긴 있어요.
전 아이가 나중에도 엄마를 세상에서 제일 좋고 편한 친구라고
생각해 주길 바라는데 욕심이겠죠?

waits 2006-05-25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을 보고 십여 년 전의 어느 날이 떠올랐어요. 하필 엄마는 베란다에서 아파트 앞마당을 내다보고 있었고, 가시거리 안에 있던 오빠와 저는 서로를 외면하고 살짝 시간차 귀가를 했던. 그날, '별 것도 아닌'(?) 일에 엄마는 어찌나 절망스러워했던지... 가족이 눈물겹다고 말할 수 있는 나이는 인생의 초반 혹은 후반에만 있는 것도 같아요. 혹은 무지 용기를 필요로 하거나. 그나저나 주하 정말 예뻐요. 저 가녀림...^^;;;

로드무비 2006-05-25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어릴때님, 머리에 꽂은 예쁜 핀(님이 주신) 보이시죠?
자세히는 안 나왔네요.
10년 전 엄마의 마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절망스러운 건 아니고 안타까워서 그러시지 않으셨을까.
전 좀 드라이하게 굴려고요. 결정적일 때만 다정하게.
어때요? 작전 좋죠?^^
(주하는 얼굴과 몸피는 가녀린데 태권도와 축구를 좋아하는
씩씩한 아이랍니다.)

waits 2006-05-25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여요..^^;;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하게 하는지...
태권도와 축구라, 주하는 전천후가 되려나요. 볼수록 제 스타일이라는. ㅎㅎ

가랑비 2006-05-25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문득 길에서 남동생을 만나는 장면을 떠올렸어요. 이상하고, 눈물이 날 것 같아요.

히피드림~ 2006-05-25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생을 보고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는 말과 창밖을 내다보는 두번째 사진이 묘하게 잘 어울려요.^^ 서원이도 어린이날에 제 사촌동생과 만났는데 둘이 얼마나 잘 놀던지,,,

프레이야 2006-05-25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공 마음도 얼굴도 넘 예쁘네요. 가족이란 그렇게 낯설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하고 그렇더군요..

반딧불,, 2006-05-25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하 참 조숙해요..
이쁘다..^^

인터라겐 2006-05-25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하 다 컸어요. 시집 보내세요..^^

치유 2006-05-26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훗..넘 이뻐요..그 맘이..어째 애들은 이렇게 이쁘기만 하는지..가족..참 좋은 것..때론 콧끝 찡하게도 하는 가족..

마태우스 2006-05-26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길에서 로드무비님 만나는 게 소원입니다.^ㅆ^

비로그인 2006-05-26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나게 댓글 읽다가 마태님땜에 철퍼덕 ㅋ



주하야~ 주하는 은근히 철학적이다~ 아줌마한테 개념없이 사는 뚝뚝한 2 학년 딸 있는데 ~~ 갸도 주짜 돌림이다 ^^?
주하랑 같이 어케 안돼겠니?

니르바나 2006-05-27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벌써.
저는 주하양 나이에는 배만 채워주면 세상에 시름이 없었는데...
돌이켜 생각하니 너무 개념없이 산 것만 같아요. ㅎㅎ
 

청전 이상범의 '귀려'

에 빠져 있다가

고등어 조림을 태우고 말았다


손기정 가슴에서 일장기를 지워

옥살이를 했으나 훗날

일장기 아래서 나팔 부는 병사를 그려

부역자로 몰린 청전


학비가 없어

미술 강습소에 들어가 화가가 된 그가

 말년에 정성을 쏟아 그린 소재는

누룽지였다

가마솥 바닥에서 조심스레 뜯어내

쟁반에 엎어 놓은 듯

입맛이 당겨 자기도 모르게 손이 가는

누룽지 모양의 구릉이었다


평생 짓눌리고 타서 구수해진 탓일까

외진 산골 구릉과

가난에 찌든 오두막을 그리며

그 속을 드나들며


1960년대

수묵담채

 77 x 196cm

--<토종닭 연구소> 장경린 시집, 2006년, 문학과 지성사 刊




 


                                                                             청전 이상범, '귀려(歸旅)'

 

 

어떤 이의 경우 딱 인생의 어느 부분까지의 그만 알았으면 참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친일을 하기 전, 변절하기 전, 그리고 그의  치명적인 과오를 알기 전 등.
돌이킬 수 없는 일이어서 안타깝고 서글프다.

예전에 내가 다니던 사무실의 여주인은 예술에 대한 조예가 남달라
당대의 유명 예술가들을 초대하여  점심을 먹는 게 취미였다.

재벌 사모님이 부르면 거절하지 않고 무조건 달려와 문앞에서부터 굽신굽신하던 예술가들.
거기에는 정말 의외의 인물도 포함되었다.
둘아갈 때는 사모님이 벽장 속에서 꺼내어 주는 선물(남자는 넥타이, 여자는 스카프)을
병신같이 품에 안고.
(그들은 그 순간 자신이 누군가의 눈에 그렇게 초라한 존재로 전락했다는 걸
몰랐을 것이다.)

청전 이상범 화백의 귀퉁이가 헐은 산수화 한 점을 한 작고문인의 집에서 기증받아
사무실의 비밀창고에 보관하고 있었는데 잘 복원하면 몇 억이라고 귓속말로 얘기해 주시던
어느 분이 생각난다.

그 기억이 먼저가 아니고, 어디까지나 오늘 아침 읽은 시가 마음에 당겨
소개하다 보니 저절로 따라 나온 이야기다.
아주아주 낡았지만, 정갈하고 담백하고, 이상한 기운이 서려 있는 듯하던 청전의 그 산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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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 2006-05-25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예술가의 天品이란 게 거기까지라고 봅니다.
그에게 지조까지 기대하고 또 거기에 부응하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러나 예술가에게는 후원자가 따라야 활동이 가능하지요.
서구의 음악가들에게 왜 유부녀를 포함한 유한마담들과의 관계가 뒤따랐을까 생각해보아도 거기까지가 그들 몫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물론 지조를 지키시고 절개를 잃지 않은 예술가에게는
마땅히 더욱 더 찬사를 보내야겠지요.^^

로드무비 2006-05-25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르바나님, 전 사실 어떤 실수도 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예술 속에서는 이해 못할 것이 없는 것 같기도 해요.
그런데 명명백백한 자신의 실수나 과오에 대한 태도는 문제가 됩니다.
니르바나님의 인간 이해가 너무 깊어서 다시 한 번
님의 서재 이미지를 쳐다보게 되는군요.^^

blowup 2006-05-25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룽지, 토종닭연구소(헤헤)
어제 오랜만에 막걸리 마시고 배달시킨 짬뽕 오기 기다려요.

로드무비 2006-05-25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mu님, 그런데 진짜 이상범 화백이 말년에 누룽지를 그렸나요?
시인의 상상력이겠지요? 아무튼.ㅎㅎ
전 방금 무파마 라면 고춧가루와 파 듬뿍 넣어 얼큰하게 끓여 먹었어요.^^

waits 2006-05-25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하지 못하는 예술가는 고독하게 내버려지거나 세상을 떠난 후에나 몇 배의 찬사를 받는 것도 같아요. 문득, 예전 언제 삐까뻔쩍한 벤츠를 함께 얻어타고는 감탄과 흥분과 부러움을 감추지 않았던 한 민중가수가 떠올랐어요. 비난할 마음은 없었지만 좀은 실망스러웠던...ㅎㅎ

로드무비 2006-05-25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핏 내비치는 표정과 한마디 말에서 의외의 모습을 볼 때가 있지요.
그런데 또 어찌 보면 그게 천진한 마음 아닐까요?
예술가의 개인적인 사정까지 일일이 헤아려주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좋은 건 좋고, 아닌 건 관심을 끄고.^^

비로그인 2006-05-26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인생에서의 지조와 굽신거림과 초라함을 누룽지 씹듯 씹을까 했으나..



배가 고픕니다.

2006-05-26 0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우와 연우 2006-05-26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도덕하다해도 욕망은 어쩔수 없다고 봐요. 그것까지 비난할수는 없지만 부도덕한 욕망을 행동으로 옮긴다면 범인이든 예술가든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은 또한 어쩔수 없는 일이죠. 다만 두고두고 사족이 붙겠죠, 그의 예술은 훌륭하였으나....
평범하디 평범한 저는 그저 안타까이 타산지석으로 삼는거죠뭐...

검둥개 2006-05-28 0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그림으로라도 좋으니 당장 누룽지를 먹어보구 싶어욧. ^^

로드무비 2006-06-03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둥개님, 누룽지 좀 부쳐드릴까요?
연말에 카드 대신?^^

건우와 연우님, 그렇지요.
우리는 반면교사, 타산지석, 그런 걸로 위안을......^^

캐서린님, 가끔 님은 시인 같아요.^^
 

스칸디나비아라든가 뭐라구 하는 고장에서는 아름다운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업을 가진 아저씨가 꽃리본 단 딸아이의 손 이끌고 백화점 거리 칫솔

사러 나오신단다. 탄광 퇴근하는 광부들의 작업복 뒷주머니마다엔 기름 묻은 책

하이덱거 럿셀 헤밍웨이 壯子 휴가여행 떠나는 국무총리 서울역 삼등대합실 매

표구 앞을 뙤약볕 흡쓰며 줄지어 서 있을 때 그걸 본 서울역장 기쁘시겠오라는

인사 한 마디 남길 뿐 평화스러이 자기 사무실문 열고 들어가더란다. 남해에서

북강까지 넘실대는 물결 동해에서 서해까지 팔랑대는 꽃밭 땅에서 하늘로 치솟

는 무지개빛 분수 이름은 잊었지만 뭐라군가 불리우는 그 중립국에선 하나에서

백까지가 다 대학 나온 농민들 추럭을 두 대씩이나 가지고 대리석 별장에서 산

다지만 대통령 이름은 잘 몰라도 새 이름 꽃 이름 지휘자 이름 극작가 이름은 훤하

더란다 애당초 어느 쪽 패거리에도 총 쏘는 야만엔 가담치 않기로 작정한 그 知

性 그래서 어린이들은 사람 죽이는 시늉을 아니하고도 아름다운 놀이 꽃동산처

럼 풍요로운 나라, 억만금을 준대도 싫었다 자기네 포도밭은 사람 상처내는 미

사일 기지도 땡크 기지도 들어올 수 없소 끝끝내 사나이 나라 배짱 지킨 국민들,

반도의 달밤 무너진 성터가의 입맞춤이며 푸짐한 타작소리 춤 思索뿐 하늘로

가는 길가엔 황토빛 노을 물든 석양 大統領이라고 하는 직함을 가진 신사가 자

전거 꽁무니에 막걸리병을 싣고 삼십리 시골길 시인의 집을 놀러가더란다.

                                                             
                                                --신동엽 시인(1930~1969), <한국대표노동시집> 217쪽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함을 가진 신사가 자전거 꽁무니에 막걸리병을 싣고
삼십리 시골길 시인의 집에 놀러가는 풍경을 그려본다.
웃음이 절로 난다.
이 시의 마지막 부분도 그렇고, 이 책에는 이상하게 평택이라는 지명을
떠올리게 하는 시들이 유난히 많다.
문제는 하나도 해결되지 않고, 현재진행형의 역사여서 그렇겠지.
문병란 시인의 '땅의 연가'를 읽고는 기절하는 줄 알았다.
처음 읽는 시도 아닌데 말이다.
다음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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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6-05-23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햐... 로드무비님의 감성의 무게는 몇 근일까요...
반근만 신문지에 싸 주오.

로드무비 2006-05-23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주미힌님, 반 근 떼드리면 아무것도 안 남아유.^^
님이야말로 보태서 뭐하시게?
안 그래도 넘치시는구만.=3=3=3

건우와 연우 2006-05-23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등학교 무렵 무척이나 좋아했던 시인이네요. 로드무비님덕분에 좋은시 많이 읽어요. 감사...

nada 2006-05-23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거 헹궈서 육수라도...

가끔 옛날 시의 모던함에 놀라요. 근데 왜 학교 땐 그걸 모르는 걸까요.

waits 2006-05-23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는 이상하게 평택이라는 지명을 떠올리게 하는 시들이 유난히 많다.'
도처에 황새울이 있다는 어느 시인의 기고가 생각나네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소극적인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지금 함께 안 하면 너희들도 저렇게 된다"라는 저열한 설득(?)을 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는, 어느 노동운동하시는 분의 말이 떠오릅니다. 내가 그렇게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모두 가난하더라도 함께 평화롭기 위해서,라는 말을 꺼내는 것이 이미 불가능해진 세상인지도...

바람돌이 2006-05-23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저 시를 읽었을 때가 생각나네요. 아직은 앳된 고등학생이었는데 그 때 저 시가 참 충격적이었어요. 아 시를 이렇게도 쓰는구나... 이렇게 손에 잡힐 듯 아름다운 풍경도 있구나... 잠시 그 시절로 돌아간듯합니다. 하지만 시인의 소망은 아직도 이리도 멀다니...

2006-05-24 02: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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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6-05-24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맑아지면 님, 마이리스트에 간단한 인사 남겼어요.
이해합니다. 그런 마음.^^
(약속 꼭 지키세요!)

바람돌이님, 신동엽 시인 전집에도 저 시가 실렸던가요?
어떤 시는 몇 년 만에 말을 걸어오는 경우도 있어요.
어떤 사람처럼.^^

나어릴때님, 하는 일도 없으면서, 시 하나 올리면서
평택, 평택, 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이상하게 그래요.
모든 시가 그런 쪽으로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네요.
사실 전 자신의 이익을 좀더 지키려고
비정규직 문제를 외면하는 정규직들도 문제가 크다고 생각해요.
먹고살기 힘든 거야 모두 마찬가지라지만 최소한의 정의를 외면하면
결국 철퇴를 맞는 건 자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고통을 겪는 인간을 바라보는 같은 인간으로서의
연민과 우정, 진심은 전달이 되겠지요.

꽃양배추님, 저도 그 모던함에 깜짝깜짝 놀랍니다.
오래 전 지하련(임화의 아내로 유명)의 짧은 소설을 읽는데
소름이 쫙 끼치는 거예요.
이런 감수성으로 이 시대를 어떻게 살았(견뎠)을까?
아무튼......

건우와 연우님, 시 한 편 옮기며 저도 모처럼 시를
온전히 즐기는 기분이 듭니다.^^

2006-05-24 2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waits 2006-05-25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처럼 팬많은 분이 계속 평택, 평택, 해주시면 좋지요...^^;;
정규직의 비정규직 투쟁 연대는, 참 어려운 것 같아요. 그 말씀을 하신 분은 공공연맹 분이셨는데... 실제로 연대투쟁을 제안하기 어려울 만큼, 정규직 노동자들도 직무관련한 난관과 갈등(?, 팀 단위 성과급 같은 미끼들...)이 많은 게 현실이라고 하시더라구요. 국가와 자본의 노동자 분리정책은 노동자 집단 전체를 짓밟고 있는 것 같아요. 자꾸 떠들기라도 하면 한 번, 두 번, 세 번 들은 사람들의 마음도 더불어 움직이리라는 희망으로...^^;;;;

2006-05-25 0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5-25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어릴때님, 저 팬 하나도 안 많은데.ㅎㅎ
노동시는 당분간 계속 올릴 거예요.
단 두세 명에게라도 소개하고 싶은 시가 더러 있어서요.
저도 옮겨 적으며 한 번 더 즐기고.

무슨 이야기든 깊이 들어가면 저 무지 버벅거립니다.
정색을 하고 심중의 이야기를 하는 버릇이 아직 붙지 않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어릴때님은 제게 좋은 모범을 보이시는 것 같아요.^^

2006-05-25 1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검둥개 2006-05-28 0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속 올려주세요. ^^ (좋아서 헤벌쭉.)
 



 

 


<또 다른 여인 Another Woman>, 우디 앨런 연출,
지나 롤랜즈, 미아 패로우 주연, 1988년




--더이상 당신은 숨을 곳이 없으니, 이제 삶을 변화시킬 때...

텔레비전을 끄러 마루에 나갔다가 아무 생각 없이 채널을 돌리는데
13,4년쯤 전에 본 영화의 한 장면과 내레이션에 꼼짝없이 붙들렸다.

나이 쉰을 맞으며 그 사실에 새삼 당황한 철학교수 마리온(지나 롤랜즈)은  
시내에 집필실을 따로 마련하는데,
심리상담을 하는 옆 사무실의 방음벽이 문제가 있는지 상담 내용이 너무나 또렷이 들려온다.

임신을 한 젊은 여성 호프(미아 패로우)의 밑도 끝도 없는 인생에 대한 의문과 불안.
낯선 여인의 목소리를 들으며 흔들리기 시작하는 그녀.
인생에서 바라던 모든 것을 거머쥐었다고 자족하고 있었는데 
눈앞에 갑자기 낭떠러지가 펼쳐진다.

자기자신에 대한 의문과 회의에 붙들리자 그녀의 불안은 걷잡을 수 없다.

마리온에게 여전히 친절하긴 하지만 둘이 있는 걸 슬금슬금 피하는 눈치인 남편 샘.
결혼기념일 선물을 사러 들어간 골동품 가게에서 울고 있는 호프 양을 마주치는데,
그녀가 울고 있는 곳은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 액자 '희망' 앞.
그림 속 모델은 만삭의 배를 드러낸  여인이다.
호프 양이 그림 '희망' 앞에서 울고 있다니!

그녀와 저녁을 먹으며 자신의 혼란과 불안을 모두 털어놓는 마리온.
늙어간다는 것,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잃어버린 기회에 대한 아쉬움 등을 털어놓다가
문득 저쪽을 보니 남편 샘과 자신의 절친한 친구가
연인의 포즈로 앉아 밀어를 나누고 있는 게 아닌가.

--더이상 당신은 숨을 곳이 없으니, 이제 삶을 변화시킬 때...

그만하면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이 사실은 얼마나 위선적인 인간이었으며,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몰인정했으며, 이기적이었는지 깨닫는 그녀.

마지막으로 상담을 하러 온 호프 양이 벽 속에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 들린다.

--한 여자를 만났어요. 무척 성공하고 똑똑한 여자였어요.
그런데 내 눈엔 그녀가 얼마나 방황하고 있는지 다 보여요.
난 그 나이에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아요.

오래 전 이 영화를 비디오로 빌려 보고 충격을 받았다.
거의 모든 대사와 장면에.

그리하여 언젠가 꼭 한 번 다시 보고 싶었던 영화를 조금 전  케이블로 우연히 다시 보게 되었다.
내게는 여전히 가슴 철렁한 영화였다.
이렇게  우연히 다시 보게 된 것도 신기하기 짝이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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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its 2006-05-23 0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간에 페이퍼가 올라와서 깜짝 놀랐어요. 그러셨구나...
(아싸 일등~ 이런 거라도 해얄 듯해서 왔다가..^^;;) 안녕히 주무세요..^^

로드무비 2006-05-23 0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안 주무셨어요?
마음은 심란하고 일은 해야 하고.......
나어릴때님도 안녕히 주무세요.


중퇴전문 2006-05-23 0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가 들어 다시 변해야 한다는 것이 딱히 나쁘진 않겠지만.. 그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에겐 좀 잔인하게 느껴지겠죠. 예전에 본 기억이 나네요, 저도. 마구잡이로 영화를 보는 터라 '글로리아' 의 그 제나 롤랜즈인줄은 나중에야 알았죠.

로드무비 2006-05-23 0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퇴전문님, 스스로를 기만하는 가짜 행복보다는 늦은 깨달음이 낫겟죠?
지나 롤랜즈는 '글로리아'에서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저도 마구잡이예요.^^

에로이카 2006-05-23 0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간에 읽는 로드무비님의 페이퍼 다른 맛입니다. ^^

건우와 연우 2006-05-23 0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보고싶네요. 가슴이 철렁할것 같아 겁이 나지만..

hnine 2006-05-23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디 앨런의 영화를 좋아할수 밖에 없는 이유가 분명히 있어요 ^ ^

로드무비 2006-05-23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그렇죠?^^

건우와 연우님, 전 가슴 철렁한 영화가 좋아요.^^

에로이카님, 또 다른 맛이라니, 심야에, 뭔 맛이었을까나요?^^

twoshot 2006-05-23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더이상 당신은 숨을 곳이 없으니, 이제 삶을 변화시킬 때..."는 릴케의 시구로 알고 있는데요.(박찬욱의 책을 보고 알았음) 어떤 시에서 인용된 것인지 혹 알 수 있을까요?..

blowup 2006-05-23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번에 이 영화 보고 싶다고 했는데, 이런 염장 페이퍼를 올리시다뇨. 이건 어둠의 경로에서도 구하기 힘들다구요--;; 지나 롤랜즈가 나오는구나. 아, 더 보고 싶잖아요. 케이블을 달면 폐인 될까 두려워서 망설이고 있어요. 흑.

2006-05-23 14: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5-23 14: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nada 2006-05-23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케이블은 괜찮은 거 많이 해주더라구요. 콜린 영화도 많이 해주던데~ 놓치면 맘 상해요..

로드무비 2006-05-23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양배추님, MGM에서 요즘 우디 앨런 영화를 해주나봐요.
일요일 낮에는 '한나와 그 자매들'을 상영했거든요.
프로그램 좀 챙겨봐 보세요.
(이상하게 프로그램을 안 챙겨 보게 돼요.)

앗, 동경님, 저 그것 정말 갖고 싶은 거였는데.
이르케 기쁜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네요.
기대됩니다. 얏호!!^^*

포근당님, 정말 포근한 소식입니다.
너무 기뻐서. 훌쩍.^^*

namu님, 전 케이블로 영화 거의 안 보는데
이 영화와는 인연이 있나봐요.
케이블 털어놓고 자는 남편에게 짜증내며 끄러 나갔다가
우연히 또 보게 되다니!
너무 신기했습니다.
일종의 염력 같은 것 아닐까요?
어제 사진 찾느라 영화 검색중 비됴테입 파는 곳이 눈에 띄었는데
바쁜 일 끝내놓고 문의해 볼 생각입니다.
혹 구하게 되면 님께 제일 먼저 빌려 드릴게요.^^

marcus님, 아, 그렇군요.
릴케의 시.
그럴싸합니다.
어떤 시에서 인용한 것인지 알게 되면 달려가 메모 남길게요.
저도 궁금합니다.^^


플레져 2006-05-24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이 영화 보고 싶어요.
점점 모르는 영화가 하나씩 생겨요.
나의 관심은 어디에? 흑.

로드무비 2006-05-25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우디 알렌을 좋아한 게 이 영화를 통해서였던 것 같기도 하고.
기회 닿으면 꼭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