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어 특대(35000원)를 시키면 어른 둘이 실컷 먹는다.


묵밥을 시키면 나오는 푸짐한 묵. 내가 먹어본 중 최고!

우리 동네 앞산 기슭, 개천가에는 언덕바지에 대형 천막을 치고 손님을 받는
노천 장어구이 식당이 있다.
주인은 장년층의 형제인데 형은 왠지 소설가 염상섭을 떠올리게 하는 풍모로
토요일 밤에 갔을 때는 반팔 러닝셔츠 바람이었다.

달포 전 중국에서 모처럼 반가운 이가 찾아왔을 때도 우리 부부가 안내한 곳이
바로 이 허름한 식당이었다.
오후 세 시쯤인가 갔는데 주인은 손님들과 한 테이블에 죽치고 앉아
맥주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아무리 손님이 많고 정신이 없을 때라도 그의 잘생긴 동생은 얼굴 찌푸리는 일 없이
장어 손질이며 숯불  피우는 거며 자신의 일만 묵묵히 수행한다. 

무뚝뚝한 이 아저씨, 마이 도러는 꽤 예뻐하는 눈친데, 알고보니 이 지역의 터줏대감으로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를 졸업했다니, 이후 우리는 갈 때마다 마이 도러에게
"선배님께 깍듯이 인사해야지!"하고 바람을 잡는다.

그런데 부추무침이랑, 생강 채썬 것, 마늘, 총각김치, 된장 등속을 기본으로 주는데
이 김치 맛이 장난이 아니다.
한결같은 맛에 삼삼한 듯하면서 감칠맛이 나고 깔끔하고 깊고.
시키면 따로 나오는 2천 원짜리 맑은 된장찌개도 맛본 것 중 우리 동네에서는 최고!
(어흠, 두 번째가 내가 끓인  된장찌개다.)

묵밥은 최근에야 먹어봤는데 이 또한 예사롭지가 않았다.
서빙을 하는 이는 중국에서 온 것 같은 우리 조선족 여성이 두어 명.
숯불 전담 총각 한 명.
손을 씻으러 가서 주방을 염탐했더니 할머니 한 분이 총지휘를 하고 계셨다.

된장이며 총각김치며 묵이며 누가 만드는지 궁금하다고 석쇠 위의 장어를 뒤집으러 온
주인에게 물어봤더니 "늙으신 어머님"이란다.
그 솜씨를 누가 배우고 있냐고 조심스레 물었더니
"물려줄 며느리도 없으니...원" 하면서 한숨을 쉰다.


지난주 토요일 모처럼 남편과 단 둘만의 데이트, 묵밥을 먹으며 이런 이야길 나눴다.

--내가 이 식당에 취직해서 열심히 일하여 자질을 인정받은 후에
할머니의 솜씨를 전수받는 건 어떨까?

남편은 말도 안 된다며 고개를 내저었는데 도무지 그 속은 알 수 없는 일이고......

즐거울 일도 보람 있는 일도 따로이 없다.
가족 중 누구도 아프지 않고 책이나 사볼 형편이 되는 것만 감지덕지하며
책 읽다가 문득 땡기는 게 있으면 알라딘과 접속한다.

장어구이집 할머니의 된장과 총각김치, 묵 비법을 넘보는 건 주제넘은 일일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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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6-06-21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묵밥 먹고파요. 우리 도토리 가루로 직접 만든 쫀득쫀득한 그 묵밥...생각만 해도 군침이 도네요. 전수 받으시면 안 될까요?

urblue 2006-06-21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저녁에 묵밥 만들어 먹었어요. 묵은 산 거지만.

Mephistopheles 2006-06-21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O,2에 만족하지 않고 NO.1을 노리시는 욕심쟁이 로드무비님..=3=3=3

mong 2006-06-21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묵밥이라고도 하고
대전에는 물묵도 있더만요
둘다 제가 좋아라 하는 음식...츄릅

플레져 2006-06-21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수받은(을) 사람이 나타나면 그때 또 페이퍼 써주세요.
꾸벅. =3=3

nada 2006-06-21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염장 페퍼........ 근디 그 솜씨 꼭 며느리가 물려 받아야 하나요? 일류 요리사는 다 남자잖아요. 어쨌든 아저씨 장개는 가시고 싶은 모양인디 무비님께서 중신을..=3=3=3

瑚璉 2006-06-21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수받은 후에는 한 턱 쏘실거죠(^.^)?

건우와 연우 2006-06-21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우리가족이 껌벅하는 메뉴로군요. 묵은 전에 대전살때 종종 먹었는데 이사온후론 도통...

물만두 2006-06-21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어를 싫어하는지라^^:;;

플로라 2006-06-21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어와 묵밥,,,앗 너무 환상적인 조화에요...너무 맛있겠다....ㅎㅎ 로드무비님 꼭 전수받으시옵소서~^^

하루(春) 2006-06-21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어구이 먹은지 오래됐어요. 정말 침 질질 흐를 지경. ^^

chika 2006-06-21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어는 그닥 좋아하지 않지만 묵은... 아, 침넘어가요. (사실 침 넘어가는 것만 아녔으면 댓글 없이 스르르~ 가버렸을텐데... 아, 꼴까닥...;;;;;;)
전수 받으시면 꼬옥 알려주세요. 먹으러 가게. ㅎㅎㅎ

페일레스 2006-06-21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 누님 어서 전수받으셔서 가게 차리세요. 먹으러 가게 ^^

sudan 2006-06-21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묵밥 만드는 방법을 전수받으시면 허름한 밥상 카테고리에 올려주셔요.(하지만 자고로 비법은 며느리도 몰라야 하는 법. ^^)

에로이카 2006-06-22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방까지 가서 염탐하시다니... ^^ 배고프네요..

마태우스 2006-06-22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묵밥....맛있겠다!!! 전 신사동에 있는 부산아구에서 먹는 묵밥이 젤 맛있어요

끼사스 2006-06-22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수 받으신 후 저와 동업을 해보심이… ㅎㅎ

조선인 2006-06-22 0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단계 : 삼삼한 여자를 골라 중신을 든다.
2단계 : 며느리든 아들이든 비법을 전수받게 한다.
3단계 : 중신의 대가로 당당히 비법을 얻어낸다.
이건 어떨까요?

달팽이 2006-06-22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도 어제 비오는 낙동강변의 둔치도에서 장어고기집을 잘 하는 곳을 지나갔는데요...
오늘 같이 비오는 날엔 바로 옆에 낙동강물을 보고 그렇게 장어 한 점에 소주 한 잔 걸치고 싶군요..

ceylontea 2006-06-22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요리솜시면 충분히 장어구이집 할머니의 솜시를 넘볼만 하다 생각합니다..
그래도 무비님의 본업은 다른데 있지 않나 생각해요..이렇게 술술 풀어놓으시는 글재주는 아무나 넘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요.. ^^

로드무비 2006-06-22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팽이님, 낙동강변 하시니 을숙도가 생각납니다.
'전원'이라는 카페 이름도 떠오르고요.
주말에 남쪽에 비가 온다니 그렇게 해보시는 것도 좋을 듯.^^

조선인님, 참으로 치밀하고 합리적인 생각이군요.
전 한 1년 욜심히 일한 뒤 할머니를 구워삶아(?) 직접 비법을
전수받을 생각이었지 뭡니까요.;;

끼사스님, ㅎㅎ 누군가 했네요.
동업에 필요한 자금은 확보하셨습니까?=3=3=3

아아, 제가 가진 상황님, 무슨 일이랍니까?
어디 아프신 건 아니죠?
그럼 됐어요.
그런 게 제일 걱정.
제가 님의 유니크한 글 좋아하는 것 아시죠?
나중에 따로 찾아뵐게요.

마태우스님, 묵밥 좋아하신다니 반갑네요.^^

에로이카님, 손 씻으러 갔다가 궁금해서. 헤헤~

수단님, (그리 말씀하시니) 직접 묵 쑤고 할 자신이 없어요.
사먹고 말랍니다.=3

페일레스 동상, 그리 되면 을매나 좋겠수.^^

치카님, 묵은 여차하면 택배로 부칠 수도 있을 거인디.
양념이랑 잘 싸서.ㅎㅎ

하루님, 저게 생긴 건 저래도 담백하고 꼬숩고 무지 맛납니다.^^

플로라님, 비법은 전수받고 싶은데
자신이 없어졌어요. 깨깽.=3=3

물만두님, 왜요? 기름져서요?
장어가 피부미용에 그렇게 좋다는데.=3=3

건우와 연우님, 논산에 그렇게 유명한 묵밥집이 있다면서요?
수첩에 적어놨는데 너무 오래 되어 가게 이름도 생각 안 나네요.
묵은 충청 지역이 특히 강세인 듯.^^

호질님, 비법 전수 말고는 뭐 한턱 쏠 일이 없을까 궁리해 보지만
별다른 게 없네요.;;
(표정이 너무 깜찍하십니다.ㅎㅎ)

올리브님 꼭 큰 식당이라야 되겠습니까요?ㅎㅎ

꽃양배추님, 그 아자씨 혹시 제게 마음이 있는 것 아닌가 몰러유.=3=3=3

플레져님, 다음에 가면 식당 풍경과 염상섭 닮은 주인을
몰래 찍어 올릴까요?ㅎㅎ

mong님, 묵밥 좋아하실 줄 알았어요. 저도 츄릅.^^

메피스토님, 제가 욕심꾸러기라고요?
어떻게 아셨을까? ^^

블루님, 사진으로 기록을 좀 남기시지요.
안 믿기는데.=3=3

따우님, 님이 그리 말씀하시니 또 솔깃.ㅎㅎ

파비아나님, 전수받고 싶은 마음이야 이루 헤아릴 수 없지만
묵 직접 쑤는 것 너무 힘들지 않을까요?;;


로드무비 2006-06-22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론티님, 어쩜 그리 말씀도 포근하고 다정하신지.
사실 요리 솜씨는 제가 뻥친 거고요.ㅎㅎ
저도 맛난 건 돈 주고 사먹고, 책읽고 영화 보고
알라딘에서 노는 게 제일 좋아요.^^*

urblue 2006-06-22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헉. 안 믿긴다니, 어쩜 그럴 수가!

로드무비 2006-06-22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한 번 안해본 묵밥을 블루님이 벌써 해 자셨다니
믿어지겠수?ㅋㅋ(심술)

2006-06-23 0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6-23 0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묵밥이랑 장어구이 사줄게.
놀러오니라.
아이들 시험기간에 같이 앉아 있어줘야 하나?
미래를 생각하니 아찔하다 동생아.^^

로드무비 2006-06-23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리브님, 이렇게 고마울 데가!^^

로드무비 2006-06-23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지하련 전집
지하련 지음, 서정자 엮음 / 푸른사상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릴 때부터 왠지 내가 인생에서 제일 경계했던 것이 '허위의식'과 '허영심'이었다.
세상에는 하고많은 악덕들이 있을 텐데 하필이면 왜 그런 걸 골라들었는지.
덕분에 나는 남 눈치뿐만 아니라 자신의 스쳐지나가는 마음까지 감시하느라
인생을 아주 건전하고 재미없이 살았다.

사소한 예를 하나 들어보자.
2년 정도 꽤 마음을 붙이고 글을 올렸던 모 인터넷 신문 때문에
기자시사회에 참석해 달라는 초대장도 메일로 엄청나게 받았지만
맨 처음 딱 한 번('질투는 나의 힘') 가보고는 그만이었다.
잔뜩 부푼 그 시사회장의 분위기가 어색했고, 도무지 영화에 몰입할 수가 없었다.
개봉된 화제작을 두고 경쟁적으로 빨리 기사를 올리는 그곳 시민기자들의 분위기도
영 마뜩찮았다.
어쩌면 이 또한  또다른 종류의 허위의식과 허영심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얼핏했다.
하지만 '내 입맛대로'를 고수하는 것까지 구박하고 의심한다면
도대체 어떤 얼굴로 살아야 할까.

십몇 년 전 회사 서고에서 지하련의 어떤 글을 자료정리 중에 읽고 마음을 빼앗겼다.
 허위의식에 직격탄을 날리는 구절이라고 생각했다.

--정예는 제 말대로 흉악할지는 모른다. 그러나 거지는 아니다.
허다한 여자가 한껏 비굴함으로 겨우 흉악한 것을 면하는 거라면
여자란 영원히 아름답지 말란 법일까?(<지하련 전집> '가을' 중 62쪽)

정예라는 여자는 아내의 제일 친한 친구로 소설 속 주인공에게 추파를 던져오는 여인이다.
아내는 그녀와 달리 너무 현숙해서 이혼을 하고 연애 소문이 많은 친구임에도
자신의 남편을 소개하고 둘이 만나자는  편지를 보내왔다는 말을 듣고도 친구를 믿어준다.

그의 소설에서 내가 빨려들었던 건 그렇고 저런 스토리의 전개가 아니라
멋을 부리지 않고 불쑥 던지는데 무엇인가를 관통하는 표현이었다.

사람 사는 일이 얼마나 지랄맞은지 나름대로 온갖 자구책을 강구하고 폼을 잡고 살아도
스스로를 "거지같다"고 여기는 순간이 얼마나 많은가.
"비굴함"으로 간신히 자신이 두려워하는 "흉악"을 면하는 정도의 삶을 산다는 기분.

다음과 같은 아무렇지 않은 구절도 왠지 나를 소스라치게 했다.

--안해(아내)란 훨씬 늙고 파렴치한 겁니다.('산길' 102쪽)

지하련의  단편소설은 소설로서의 형식적인 완성도를 떠나서
인간의 허위의식과 위선을 비틀고 통렬하게 자조한다는 점에서
일찌기 보지 못했던 아주 독자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지하련이라는 자신의 필명보다는 '임화의 부인 이현욱'으로 원고를 청탁받고
수필이니 편지니 쪼가리 글을 발표하다가, 여섯 편의 단편을 <도정>이라는 창작집에 묶고,
임화의 뒤를 따라 1년 뒤 월북하여 자신의 문학세계를 펼치기는커녕
남편의 몰락과 죽음을 겪어야 했던 그의 신산한 삶.

절친한 친구로  알려졌던 최정희의 소설 <인맥>은 지하련이 등단하지 않았을 때
찾아와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하는 이야기를 듣고 밤새 써내려간 것이라고 한다.
<인맥>으로 지하련과 최정희는 서먹서먹한 관계가 되고, 전혀 다른 시점에서 전개되는
세 편의 단편 '가을' '결별'  그리고  '산길'을 완성한다.
오래 전 <인맥>을 읽고 뭔가 편치 않은 기분을 느꼈는데, 이렇게 해서 의문이  풀어지고...

총명하고 예민한데 어딘지 불안정해 세상 살아가기가 영 어색한 지하련 소설의 주인공들이
자조하듯 내뱉는 말이나 일촉즉발의 날이 선 대화는 이상하게 나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 주었다.

첫 작품 '도정道程'에는 사상범으로 6년을 살고 나와 헤매이는 중 친구들의 종용으로
마지못해 공산당 사무실을 찾았다가 '동무'라는 호칭에 멀미를 느끼면서도
마지못해 입당 수속을 밟는 청년이 나온다.
"계급"란에 자신을 비웃듯 "소뿌르조아"라고 쓰고 도망치듯 나오는데......

인간의 허위와 기만을, 작중 인물의 입을 통해
까발렸던  이 예민한 작가에게,
사랑과 사상은 과연  일생을 통해 어떤 의미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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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6-20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는 허영심과 허위의식이 넘쳐나는데.....
내입맛대로 사는 것은 결코 위의 것들과는 상관이 없을 듯 한데요.? ^^

로드무비 2006-06-20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그래봤자 교만한 구석도 있고 시건방지고.
어디 가겠습니까?
아무튼 어릴 때 생각이었다는 거죠.^^

국경을넘어 2006-06-20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 임화의 부인이군요. 한번 읽어봐야 겠군요.

sandcat 2006-06-20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지금의 제 상태야말로 늙고 파렴치한 허영덩어리에요.


건우와 연우 2006-06-20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구누구의 무엇이라는 것은 때로 예민하고 영민한 사람들에겐 족쇄처럼 느껴졌을지도...

waits 2006-06-20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제가 읽는다고 로드무비님처럼 잘 알아듣지 못하겠죠?
어, 어, 어, 하며 읽었어요. 결국 수많은 사람 중에 하나의 인간일 뿐이야...
갑자기 남의 면죄부를 내 품에 안은 느낌이예요. 좋은 글에 감사..^^

2006-06-21 0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6-21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를 쓰다 마신 게 아닌지 님, 으윽.
이 리뷰 쓰기 무지 힘들었어요.
임화의 아내로서의 삶을 써야 이야기가 풍성해지는데
왠지 제가 그 삶이 편치 않게 느껴져 피해갔고,
사상 문제도 마찬가지거든요.
이 작가 또한 저런 식으로 암시만 하고 소설 속에서 그 문제와
정면대결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제가 처음 만났던 인상적인 한 구절을 붙들고
옹색한 리뷰를 쓰게 된 것인데.
그러려니 하세요.
명쾌하게 대답해 드릴 부분이 없네요.
궁금하시면 책을 한 번 읽어보시든가.ㅎㅎ
(그리고 님과는 정반대 상황이네요. 뭐.)

나어릴때님, 알아듣고 말고는 오로지 관심이 닿았느냐 아니냐
하는 부분에 의해서.
그게 뭔지는 자기자신만이 알겠지요.
좋은 글이라고 해주셔서 감사.^^

건우와 연우님, 지하련이란 작가를 더 알고 싶어졌어요.

샌드캣님, '늙고 파렴치한'만 할래요. 저는!=3=3=3
(님도 하나는 빼세요.ㅎㅎ)

폐인촌님, 모르긴 몰라도 그로서는 임화의 아내라는 소리가 지겨울 거예요.
이상하게 끌리는 소설가.^^

buru 2019-08-04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리뷰 감사합니다 여쭤볼 것이 있어 댓글 남겨요
최정희가 지하련과의 대화를 토대로 인맥을 썼다는 이야기나 그 후 관계가 틀어졌다는 등등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그러는데 어디서 더 자세히 읽을 수 있을까요?

로드무비 2019-08-04 23:3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뒷이야기에 저도 관심이 꽤 많았는데 지하련과 최정희의 모든 글을
읽은 것도 아니고...저도 아는 게 없어요.
소문은 듣고 있다가 지하련의 저 책에서 알게 된 것 같은데...
(지하련을 읽고 최정희의 <인맥>은 다시 읽었어요.^^)
 

<지하련 전집>을 읽고 있다.
임화의 아내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오래 전 옛책들을 만지는 일을 할 때 우연히 내 눈에 띈
'가을'이라는 그의 단편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수첩에 이름을 적어놓았었다.

십몇 년 전에 읽은 짧은 글 하나가 기억 속에 그리 오래 남아 있는 일도 신기한 일이다.
좋아하는 건 꼭 챙겨먹는 식탐은 책이라고 예외가 없나보다.
그의 전집이 나와 있는 걸 알고  화들짝 얼마나 반가웠는지.

오늘 아침, 축구경기가 끝난 뒤 덮어두었던 그의 책을 펼쳤더니 두 번째가
문제의 작품  '가을' 인데,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산모가 젖이 안 나올 때  돼지족이 좋다는 얘기가 있어서 사려고 들렀다가 좋은 게 없어서
대신 돼지고기를 두어 근 샀다는......
(그러니 돼지족이 산모의 젖을 잘 돌게 한다는 이야기는 옛날부터 있었나 보다.)

아이고, 그것도 모르고!

마이 도러를 낳고 집에 누워 있을 때 내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시인이 족발을 사들고 왔던
8년 전의 일이 불현듯 떠올랐다.
늦은 저녁, 산모답게 헐렁한 면원피스를 입고 택시에서 내리라고 가르쳐 드린 지점까지 마중을 나갔다.
분유 몇 통과 족발 봉지를 바리바리 손에 든 시인이 택시에서 내렸다.

족발 봉지 속에는 상추와 깻잎 등속과 서비스로 넣어주는 소주까지 한 병 들어있었는데
그게 '두꺼비'였다.
분유 봉지가 더 무거울 것 같아 그쪽을 받아들며 시인을 놀렸다.

"산모 집에 오면서 돼지족발이랑 두꺼비 한 마리까지 챙겨오시는 분
아마 대한민국에 선생님밖에 없을 거예요."

내 구박 아닌 구박에 시인은,

"이상하게 족발이 사오고 싶더라고,  그리고 술은 이제 한잔 마셔도 되지 않나?"

"젖을 먹이지 않으니까 한잔쯤은 상관없겠죠!"

간단하게 준비한 저녁상에 족발이 올라와 그날 시인과 나는 아주 푸짐하게 저녁을 먹었다.
사실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족발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보쌈은 가끔 먹었지만.

그 시인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나는 막연히 그의 노후를 책임지겠다고 결심했다.
내가 몇 살이라도 젊고, 아무래도 시인보다는 세상을 잘 아는 편이니까 그를 끝까지 보호하겠다고......
그런데 지금은 연락조차 끊어졌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살아간다.

아이는 금요일 오후 삼촌네 따라 부산에 가고, 다음날 남편과 단 둘이
동네 산 기슭의 노천 장어구이집에 갔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아무튼  개천 옆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아
모처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금은 연락이 끊어진 나의 옛 친구들 이야기도 나왔고,
냄새가 나서 그냥 보자기로 슬쩍 덮어두었던 문제들이 하나하나 모습을 드러내었다.

문제는 결국 나자신.
골백 번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뾰족한 결론이 있을 수는 없었다.
눈물이 좀 났고,  가슴이 뻐근했다.

우리는 늙고, 세월은 이러구러 지나가는 거겠지.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이야기도 지나는 말로 가볍게 넘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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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19 1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06-06-19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마지막 후 18줄짜리 여백이 왜이렇게 쓸쓸하게 보이나요....

아키타이프 2006-06-19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줄인데.....
그나저나 여백을 읽는 님도 대단하세요.

로드무비 2006-06-19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키타이프님, 여백까지 읽어주시는 님들이 있어
오늘 아침 다소 행복하네요.^^

메피스토님, 18이든 19든, 고마워요,(그런데 뭐가 맞는겨?)
모처럼 쓸쓸하자 작정하고 쓴 뻬빤데요.=3=3=3

눈물냄새님, 한 방울밖에 안 흘렸는디.^^;;
고마워요.

2006-06-19 1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우와 연우 2006-06-19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하가 없으니 많이 쓸쓸하셨나봐요 ^^

날개 2006-06-19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락이 끊어진 친구들이 꽤 되요.. 저도..
그게 다 무심함에 게으르기까지 한 제 탓이지만....ㅠ.ㅠ
근데, 아키타이프님이 서재에 댓글도 다시는군요!

로드무비 2006-06-19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엊그제 저도 아키타이프님 발견했어요.
세월 흐르면서 연락 끊어지고 하는 것도 당연한데
어떤 날은 그게 너무 애통하게 느껴져요.
술 한잔 하며 이야기가 그날 이상하게 흘러갔어요.;;
(무심과 게으름, 하면 아조 뜨끔뜨끔합니다, 저는!)

건우와 연우님, 헤헤, 그 정돈 아니고요.
어쩌다보니 옛날같이 오만 가지 이야기를.
주하가 무지 보고 싶긴 하더라고요.^^;

속삭이신 님, 왜 요즘 자주 볼 수가 없나요?
저도 뭐 거시기하지만.
함께 찔끔 눈물 한 방울 흘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사실 열 마디를 세 마디 정도로 줄인 페이퍼예요.
너무 많이 속내를 털어놓는 것이 때로는 불결하게 느껴져서요.;;


2006-06-20 1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마이사 1
히로카네 겐시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시마 계장이 어느덧 55세로 시마 이사가 되었다.
보통 사람들이 감원이나 조기퇴직의 칼바람을 맞을까 전전긍긍하며
납짝 엎드려 사는 것과는 달리, 안 되는 일도 그 특유의 낙관과 유능과 매력으로
되게 하며 승승장구, 이사로 취임했다.
그리고 그가 활약할 무대는 이제 중국 상하이다.

시마 과장이 너무 재밌어서 전부 사모으고, 시마 부장도 두 권인가까지 읽다가
어느 순간 그의  유능과 매력과 여자관계에 질려서 내팽개쳤다.
처음에는 어떤 어려운 일도 모두 헤쳐나가는 그의 씩씩한 모습에 반했다면,
나중엔 그 모습에 싫증이 났다.

객관적인 체하면서 교묘하게 일본의 입장을 두둔하고 나서는 자세도 그렇고,
술집의 여인이든 비서든 재벌 딸이든 그를 만나는 여성들은 첫날 전부 그의 포로가 되어
게슴츠레한 눈으로 그를 유혹하는 장면도 다소 역겨웠다.

그런데 역시나, 오랜만에 읽어도 재밌다.
여자들이 모조리 그에게 반하는 것, 그리고 현실의 어려운 문제를
날카로운 현실 인식 위에서, 어디까지나 휴머니즘에 입각하여
풀어나가고 '어렵사리'(이게 중요하다!) 승리하는 장면은 여전하지만.

어제 모 방송 뉴스에서 얼핏 들은 바로는  중국 정부에서 한류 바람을 막기 위해
요즘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우리나라 드라마의 수입과 방영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역시 중국, 이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우리 정부는 과연 어떻게 대처할까?

근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상하이는 아주 매력적인 도시다.
그런데 시마 이사는 상하이 진출 직전, 대단히 드라마틱한 사건을 겪는다.
그의 입사동기이자 연수 때 같은 조였다가 시마와의 토론에서 28 : 0으로 패하고
원치 않는 부에 배속되어 근근이 지내다 얼마 전 정리해고 당한 하마사카가
고위급의 회의가 열리고 있는 본사의 로비에서 할복하겠다며 소동을 벌이다
시마 이사를 불러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35년 전,  동기 연수생들이 토론 내용을 듣고 전부 시마의 손을 들어준 것이
잊을 수 없는 치명적인 굴욕이었다는 것이다.
그때부터 삐그러지기 시작한 인생, 일도 가족도 아무것도 남은 게 없다고,
그게 모두 너때문이기도 하니 같이 죽자고 거품을 무는데.
그 장면에서 마치 내가 하마사카의 누이라도 되는양 가슴이 아팠다.
시마 이사, 너는 뭐가 그리 잘났지?
어이하여 당신은, 어쩌다 겪는 마음의 낭패나 그 고독이란 놈마저도
감미롭게만 느껴지냐고!

새로 부임해온 일본인 상사를 상하이의 뒷골목에 안내하여
서민층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게 하고, 싸구려 음식을 맛보고,
상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밥값을 따로 칼같이 계산하는 똘똘한 중국 여비서는
제발 시마에게 반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2권을 보니 다 글렀다.
그럼에도 책을 읽는 중에 컴 앞으로 달려와 몇 마디 끄적이게 만드는 힘이라니.

(히로카네 켄시 양반, 독자에게 희망을 주는 것도 좋지만 ,
연애에 대한  자신의 로망을 꼭 그렇게 시마에게 대입시켜야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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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하 2006-06-17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욕구불만이 예술로 승화되는 경우라고 할 수 있겠네요...
욕구불만(켄시의)이 또 다른 사람(독자)에게 욕구불만을 부르는듯...ㅎㅎ

릴케 현상 2006-06-17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시마이사 2권까지 보다 말았는데^^

로드무비 2006-06-17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그렇게 심술은 안 나요.
시마가 너무 매력적이라.ㅎㅎ
그래도 리뷰는 좀 이성적으로 써야 하니 짐짓 심술을
부려봤지요.^^

산책님, 책장수님이 웬일로 이 만화를 무더기로 사왔네요.
뭘 좀 배우고 싶은 부분이 있능가?ㅎㅎ

Mephistopheles 2006-06-17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마이사의 가장 큰 능력은 여자를 후리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속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이것만큼 딱 맞아 떨어지는 표현을 못찾겠습니다.)

2006-06-17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6-17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그건 절대 배우면 안 되는 능력인데 말입니다.
하긴 배운다고 될 것 같으면.=3=3=3

속삭이신 님, 님은 그의 교활함(?)을 아주 조금만 가져다 쓰시면 좋겠어요.^^

mong 2006-06-17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어느새 이사로군요
보다 말아서 이제 가물가물한 시마,
그래도 얄미웠던 기억이 모락모락 떠올라요 히히

로드무비 2006-06-17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ng님, 얄밉죠?ㅎㅎ
그런데 뒷부분 읽다보니 인간이 좀 더 나쁘게 변했네요.
인재 중심 교육론을 역설하지 않나,
일본에 대한 자기연민은 도가 좀 지나치고,
이 부분까지 읽지 않고 리뷰 후딱 써올리기 잘했다는 생각이!^^;;

BRINY 2006-06-18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핫핫핫, 정말 '로망'이네요~ 혹시 작가의 대리 만족??

페일레스 2006-06-18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 누님, 이 만화도 보시는군요! 시마과장은 좀 보다 말았는데. 근데 일본 만화 중에는 저런 시각(객관적인 체하면서 그렇지 않은)의 만화가 좀 있는 것 같아요.

로드무비 2006-06-19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일레스 동상, ㅎㅎ
저 정도면 사실 양호한 거지요.
시마 이사는 8권으로 끝나네요.
상무인지 전무인지 되었는데 이젠 끝이겠지요?^^

브리니님, 유력합니다.^^

검둥개 2006-06-20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권을 보니 다 글렀다."
에서 제 가슴이 다 무너집니다. ^^;;
 

 현대사회에서 가장 화려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연예인들이다.
예룬 크라베 씨는 네덜란드의 연예인 중에서 외국에 가장 잘 알려진 인물이다.
<도망자><노 머시>  등의 헐리우드 영화에 출연하면서 악역 배우로
명성을 쌓았기 때문이다.

영화 출연료로만 일 년에 수백만 달러씩 버는 예룬 크라베 씨의 집은
암스테르담의 평범한 주택가에 있다.
집안 내부도 특별할 것은 없다.
닳아버린 마루바닥에 오래돼서 낡은 가구들, 그는 이곳에서 가족과 함께
주변의 이웃들처럼 평범한 삶을 살아간다.

--외국에서 거둔 성공을 여기서는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그냥 그럭저럭 괜찮았어요" 정도로 이야기할 뿐입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과장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부나 재능을 과시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저는 그런 점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인생을 제대로 보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인생은 영화 속의 스타 같은 것이 아닙니다.
인생은 집에 살면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같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게 진짜 인생이죠.

예룬 크라베 뿐만 아니라, 네덜란드의 연예인들은 다 비슷하다.
연예인이라고 해서 특별한 대접을 기대하거나 유별난 행동을 하면,
곧 대중의 사랑으로부터 멀어진다.
거리에 나가도 조금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는 표시 정도는 해도 사인을 해 달라든가,
사진 찍자고 달려드는 사람들은 없다.

--처음 LA에 갔을 때 사람들이 저를 대하는 태도에 너무 놀랐습니다.
저를 마치 왕족처럼 대접하더군요. 무엇이든 해주려고 하고, 리무진을 태우고,
레스토랑에 가면 가장 좋은 자리를 주는 그런 식입니다.
네덜란드에서 그렇게 행동하면 저를 제정신이 아니라고 하며 이 나라에서 쫓아낼 것입니다.

거리 연예인들조차 특별히 대접해 주기를 거부하는 것.
그것은 네덜란드 사람들의 평등의식 때문이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자기보다 잘났다고 해서 우러러 보지도 않고,
자기보다 못났다고 해서 업신여기지도 않는다.
                                    (2003년 KBS TV  일요스페셜  '네덜란드의 기적'  1부
                                             '인간을 위한 자본주의' 중에서)


---------------------

알라딘에 들어오니 왠일인지 낸시랭과 유밀레에 대한 페이퍼가 이곳저곳에서 많이 보인다.
가진 실력과 재능을 뻥튀기하여 명성과 부를 거머쥐고 잘사는 사람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면
못 가진 자의 비틀린 열등감으로 보일 터이니 그것도 재미없는 일이고,
3년 전 텔레비전에서 아주 인상깊게 보고 수첩에 메모해둔 네덜란드의 배우
예벤 크라베 씨의 인터뷰가 생각나서 자료를 찾아보았다.

국민소득 2만 5천 불의 나라 네덜란드,  높은 경제성장과 빈부의 격차를 최대한 줄여 
사회적 평등을 달성, 세계 각국에서 '제3의 길' 을 제시한 모델 국가로 칭송받고 있다.
마약, 매춘, 안락사도 합법적이고 동성간의 결혼과 그들에게 아이 입양권도 허용되어 있는 나라.

지난 16년간의 정치권 최대추문이, 페퍼 전 내무장관의 4백만 원 판공비 남용 사건.
그는 그 일로 장관직을 사임해야 했다.

국회의원들이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고, 조그만 사무실에서 보좌관 한 명과
방을 딱 이등분하여 사이좋게 근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기사 달린 승용차를 모는 의원이 한 명도 없는 나라.

그때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얼마나 속시원하고 부러웠는지 
우리나라 기업주나 국회의원, 몸값 부풀리기에 여념없는 연예인들이
단체로 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네덜란드의 왕궁조차 보통사람들이 사는 집보다 조금 컸다.
빈부격차 해소나 인간의 평등 실현이 그렇게 불가능한 일로 보이지 않았다.
네덜란드의 경우를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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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둥개 2006-06-15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미국과는 정반대잖아요! 이 곳에선 부자를 보면 존경하는 분위긴데.
이러니 도저히 희망이 없어요. 꺼이꺼이.

건우와 연우 2006-06-15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나 인간을 위한 자본주의라는게 존재는 하는걸까요? 애시당초 인간을 위한 이데올로기가 있기는 한건지...
그래도 오로지 희망이라면 인간, 그자체일뿐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늙는걸까요?...

로드무비 2006-06-15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 연우님, 인간을 위한 자본주의라니
말장난같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올바른 대안 제시와 실천을 통해 조금 개선시킬 수는 있지 않을까요?
뭐, 이런 말도 공허하긴 마찬가지네요.
'인간'에 대해서는 억지로라도 믿음의 끈을 놓으면 안된다는 게
지금 저의 생각.^^;;

검둥개님, 이곳도 마찬가지.
오히려 더한 것 같은데요? 꺼이꺼이.

치유 2006-06-15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국회의원들이 자전거 타고 출근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나라는 언제 저 반이라도 따라갈까??라는 생각 참 많이 했었던 기억이네요..

nada 2006-06-15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정도면 천국이 따로 없단 생각까지 드네요. 당장 네덜란드 이민을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다......가....어느 날 바다에 잠기면 어쩌죠? 차가운 물 속에서 죽긴 싫은데. - -a

날개 2006-06-15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치 딴세상 같군요..
전 어느나라나 사람 사는데는 다 똑같다고 생각을 해왔거든요..ㅡ.ㅡ;;;;

Mephistopheles 2006-06-15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모 업체 하청사무실에 다니는 친구 이야기가 생각나는군요...
그 기업 회장 구치소에서 빨리 나오게 해달라고 H사에서 서명받고 있데요...
생각같아선 안해주고 싶은데 안해주면 그 뒷감당이 무시무시해서 거지같은
마음을 가지고 싸인을 했다고 합니다.

2006-06-15 1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6-16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 두 여성 많이 닮은 것 같아요.
얍삽한 외모도 그렇고.ㅎㅎ
아참, 모른다고 하셨지?!=3=3

살살 눈치만 보고님, 뭐 그러실 것까지야.ㅎㅎ
어제는 갑자기 화가 좀 치밀더니만 지금 생각하니 그럴 일도 아니네요.
뭐든 자발성이 중요한 것.
여차하여 못 쓰셔도 할 수 없고요.
저, 안 삐집니다.
물어보길 잘했네요.
두 권 잘 찾아볼게요.
다음주 금요일에 그러면......
만화 먼저 부탁!^^

메피스토님, 그렇죠. 뒷감당이 무시무시해서......
아유 정말 치사해서!
거지같은 마음 이해합니다.;;

날개님, 방송 프로그램이니까 좀 미화시켰다고 감안하더라도
놀랐어요.
저 배우의 인터뷰를 듣자마자 저도 모르게 수첩에 따라 적었다니까요.
잊고 싶지 않은 말이어서.^^

꽃양배추님, 아일랜드 편도 재밌었어요.
일요스페셜 가끔 너무 괜찮아요.
물에만 안 잠긴다는 보장이 있으면 이민 가실 건가요?
알라딘은 계속 하실 거죠? 히히~

배꽃님 보셨군요.
뇌물을 받은 것도 아니고 공금을 횡령한 것도 아니고
판공비를 좀 남용했다고!
자전거 출근은 그렇다 치고 저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2006-06-16 19: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6-16 2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6-17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잇힝님, 아침에 메모 보고 바로 주문했습니다.
동서문화사가 아직 그 건물에 있나요?^^

연보랏빛 베개님, 선물을 따로 챙기지 못했어요.
옆에 있는 걸로 간단하게.
고맙다는 말씀도 빠트리고 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불현듯.^^

2006-06-17 1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6-17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동서문학이요.
그 건물에 있었거든요. 십몇 년 전.;;

하루(春) 2006-06-18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 네덜란드 우리 입장에선 좀 특이하다 싶으면서도 멋있네요. 저렇게 담담하게 아무렇지 않게 그냥 평범한 척(?) 사는 게 좀 의아해요. 근데 그렇게 평범하게 살면 그 많은 돈은 다 어떻게 쓰는 걸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