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부산에 다녀온 동생으로부터 아버지가 불면증으로 밤에 잠을 잘 못 이루시고
그 여파로 한쪽 눈에 염증이 생겨 안과 치료를 받고 계신데 별로 차도가 보이지 않아
불편하고 의기소침한 가운데 생활을 하고 계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듣는 순간 가슴이 철렁, 정도가 아니라 아주 내려앉았다.
무슨 생각이 그리 많아 잠을 못 이루시며 눈의 염증으로까지 나타났단 말인가!

친구분들 만나러 잘 나가지도 않으신다니 엄마 안 계실 때 식사는 어찌 하시나 하여
모 홈쇼핑을 샅샅이 뒤져 간단하게 해동하여 비벼 먹을 수 있는 비빔밥 세트와
봉지째 끓여 먹으면 되는 삼계탕을 몇 봉 주문해 보내드렸다.
워낙 효녀랑은 거리가 먼 인간이고, 해드릴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딸아이 키우고, 아주 가끔 아르바이트도 하고, 책도 많이 읽고, 그런데 뭔지 허방을 짚고 있는 듯
불안하고 외롭다.
새벽 다섯 시에 반짝 눈을 떠서 한참 동안 이리 뒤척 저리 뒤척하는 버릇까지 생겼다.
내가 이럴진대 우리 아버지의 불면증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엄마는 풀무원의 노인 공략 프로그램에 빠져서 그곳에서 사시는 눈치다.
밥도 거기서 해먹고 유흥도 하고 휴지뭉치나 프라이팬을 얻어 나르다보니
구석방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몇 푼 안되는 통장도 거의 바닥이 난 듯.

두 분이 서로 다정하게 위로하면서 재미나게 지내시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젊었을 때 별로 정없이 지내던 부부가 어느 날 서로 늙어버린 것을 발견하고
연민에 가득 차서 상냥하고 그지없이 다정하게 대하며 지내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부부라는 메커니즘에는 아주 견고한 그런 구석이 베이스로 깔려 있다.

"이 세상 언제 하직해도 난 상관없어, 그런데 지금 죽는다면 내가 좀 아깝군!"

아주 어릴 때부터 그런 생각을 한 자락 깔고  살다보니 도대체 인생에서
움켜쥐고 용을 쓸 일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 손바닥 안에 나도 뭘 움켜쥐게 된 건가?

아무튼 아버지의 불면증 소식을 전해 듣는 순간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아버지가 밤에 잠을 못 이루신다니, 얼마든지 그럴 수도 있는 일인데.....
무엇인가를 각오하고 산다는 것과 구체적인 현실 체험은 확실히 차이가 있다.

허튼 생각과 말을 더욱 줄이고, 필요없는 일(적어도 그게 뭔지는 알겠다!)에는
마음과 시간을 쓰지 말며, 현재에 감사하며, 구체적인 일에 집중하자.

그런데 오죽잖은 그런 결심이 나는 왜 다소 서럽게 느껴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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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07-05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이리 글이 가슴에 와 닿는 것인지...

건우와 연우 2006-07-05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날이 많지 않으신 부부는 다정해도 슬프건만 더구나 소원하다면야...
저희 친정부모님 얘기같네요...

2006-07-05 16: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만두 2006-07-05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버님도 하고 싶으셨던 취미같은 거 하심 좋을텐데요...

가랑비 2006-07-05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 들수록 내가 약하다는 거 알게 되어 겁나지만, 한편으론 나만 그런 게 아냐 싶어 느긋해지기도 해요. 노령사회란 강한 이들의 힘이 아니라 "약한 이들 사이의 연대"가 중요해지는 사회라고, 그렇기 때문에 도리어 희망이 있다고 어느 책에서 읽었거든요... 문제는 제가 "배려"와 "연대"를 잘할 줄 모르는 인간이란 거예요.

혜덕화 2006-07-05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모님께서 우울해 하시면 마음이 참 무겁습니다. 동생이 아프고부터 저도 어머니 아버지의 한숨 소리를 자주 듣게 됩니다. 비 오거나 흐린 날, 아니면 연락 없이 잠깐을 찾아가도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가능한 자주 찾아 뵙는 것이 가장 큰 효도임을 요즘 절감하고 있습니다. 멀어서 자주 가시지는 못하더라도 전화라도 자주 해 주세요. 아버님이 빨리 불면증을 벗어나기 바랍니다._()_

nada 2006-07-05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필요없는 일" 중에 혹시 서재 활동이 들어가나요? 그건 너무 슬픈데. 부부라는 건 정말 묘하더군요. 한껏 생각해주는 것 같다가도 영원히 녹여낼 수 없는 견고한 앙금이 있는 모양이어요. 무비님은 그래도 주하가 있는데 외로우실 일이 무어 있어요오오. 치! =3=3=3=3

날개 2006-07-05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 들어서 부부끼리 마음맞게 재미나게 지내는 분들이 생각보다 참 적은것 같아요.. 난 나이들어서 과연 어떨른지.........

BRINY 2006-07-06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찾아온 졸업생 애가 '나이 들은 후를 생각하셔서 결혼하셔야죠'하던데, 그 '나이 들은 후'를 생각하면 더 부질없어보이는 게 결혼이라서요.

sandcat 2006-07-06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주변에도 "당장 오늘 죽어도 미련 없다."라고 얘기하는 매우 유능한 후배 하나가 있습니다. 그의 자기애가 결핍된 염세가 언젠가는 자신감으로 바뀌길 바랐는데 말이지요. 다소간만 서러워 하시고, 얼른 기운 내시길.

마태우스 2006-07-06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세상에서 받은 게 많아서 일찍 죽는다해도 별로 여한이 없을 것 같았어요. 하지만 꼭 이런 말을 하지요. "한 2년은 더 살아야 한다. 할일이 있다." 그놈의 할일은 계속 있더군요...

로드무비 2006-07-06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한 2년은 더 살아야 한다, 라는 말이 왜 그리 우스운지.....
제 귀에는 20년으로 들려서요.ㅎㅎ
세상에서 받은 게 많다는 말씀이 듣기 좋습니다.^^

샌드캣님, 지금까지도 자신감으로 안 바뀌는데요, 뭐.
덕분에 기운은 벌써 차렸습니다. 불끈!=3

브리니님, 꼭 그렇게 생각하실 일도 아니예요.
마음 맞는 남자랑 지지고 볶으면서 한 지붕 밑에 살아보는 건
꼭 필요한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다소간 의지가 되는 것도 사실이고요.^^

날개님, 두 분이 사이가 무지 안 좋다는 건 아니고
좋은 편은 아니예요.
따로따로 외로워 하시는 게 눈에 보이니 안타까워서 그만.;;

꽃양배추님, 아니 그 대목에서 왜 서재가 나옵니까?
전 싫은 건 아예 상대 안하는 사람입니다.
이곳은 지금으로서는 거의 유일한 놀이터.
안 그래도 새벽 미명에 옆에서 주하가 자고 있는 얼굴 보며
위로를 받습니다.
그게 불끈, 의욕이나 힘으로 연결되어야 하는데!^^

혜덕화님, 합장 아이콘이 또 구체적인 위로가 되는군요.
전화라도 자주 걸어야 하는데 그게 어려워요.
무뚝뚝한 장녀의 역할에 워낙 익숙해서요.
하지만 님의 충고에 따르겠습니다.^^

FTA반대벼리꼬리 님,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게 정말
위로가 되기도 하더라고요.
치사한 인생 같으니라고!ㅎㅎ
배려는 좀 하는 편인데 연대 쪽이 어렵습니다.
혼자 팔짱 끼고 있을 때가 많아요.
벼리꼬리님의 말씀은 겸손 쪽으로 들립니다.^^

물만두님, 케이블로 바둑 보시고 인터넷으로 고스톱 치시고.
취미 프로그램이 좀 다양했으면 좋겠어요.

일단 출석하면 님, 전 사실 알라딘 서재활동도
노인공략 프로그램과 뭐가 다른가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자신의 시간을 제일 맘 편하고 즐거운 곳에 갖다바치고 있다는 의미에서.
다들 자신의 시간을 견뎌내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
적극적으로 만류하기도 힘들어요.
그래서 갑갑한 거고.;;

건우와 연우님, 살 날이 많지 않은, 이라고 하시니 섬뜩합니다.
무조건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셨으면 좋겠어요.
아웅다웅하시면서.^^

반딧불님, 어제 플라시보님 페이퍼 읽고 갑자기 뭔가 울컥,
이런 글이 쓰고 싶더군요.

 

--대통령 아저씨, 향미장을 기억하시나요?
거기서 일하던 박화자 씨 큰딸입니다. (...)
부디 옛정을 생각하시어 내 가엾은 동생을 도와주십시오.

청와대로 덜컥 편지를 보내고 찾아온 경찰관에게 미친년 소릴 듣고.

그 일을 겪은 뒤 정인은 깨달았다.
사는 문제는 그 누구도 해결해 주지 않는다.
스스로 벌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다.
그래, 살아야 한다!

그니는 당장 의욕을 추스리고 다시 맥주집에 나갔다. 여름 치마를 입고.
 
                                                                           (윤정모 <고삐> 중에서)


'나의 문주文酒 40년'이라는 제목으로 어딘가에 연재된 적 있는 
언론인이자 정치인 남재희 선생의 <언론 정치 풍속사>가 책으로 묶여 나왔다.
박정희, 김대중, 김영삼, 전두환 등 대통령들과의 교유를 비롯하여
요정이며 고급 살롱이며 대폿집에서 벌어진 온갖 이야기들은
술과 각종 요리, 안주, 여인의 분냄새가 한데 섞인 가운데
우리 현대사 이면의 고린내를 전한다.

제2부에서는 '현대의 황진이들'이라고 하여 정재계 거물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살롱계의 여왕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민음사 박맹호 사장의 호의로 출판사 건물 1층에
'사슴'이란 술집을 낸 '낭만'의 미스 리를 소개하는 대목에서
난데없이 소설가 윤정모의 이름이 나온다.

--윤정모 소설가가 어디에 쓴 것을 보니까 그녀도 초년에 한때 맥주홀에 나갔는데
틈틈이 상 위에 있는 땅콩을 요령껏 집어먹었다고 털어놓고 있다.(<언론 정치 풍속사> 73쪽)

굶어죽을 지경에 이르러, 고민 끝에 청와대에 편지를 보내고, 답장을 받기는커녕 
집으로 찾아온 경찰에게 미친 사람 취급을 당하고, 할 수 없이 엄동설한에 여름치마를 입고
맥주집에 나간 건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알고 있다.
1989년에 <고삐>를 읽고 그 대목이 좋아서 수첩에 옮겨 적었다.

남재희 선생은 홍대앞 단골 헌책방 '온고당'에서 몇 번 마주친 일이 있다.
장관까지 지낸 분인 건 서점 직원에게 들어서 알았지만  책벌레에 엄청난 장서가라는
이야기에 더 관심이 갔다.
그런데 그가 고은 시인의 <만인보> 제11권에도 나왔다는 건 미처 몰랐다.
그 시가 또 재미있어서 소개한다.


의식은 야에 있으나 / 현실은 여에 있었다.
꿈은 진보에 있으나 / 체질은 보수에 있었다.

시대는 이런 사람에게 술을 주었다. / 술 취해 집에 돌아가면
3만 권의 책이 있었다. / 법과대학 동기인
아내와 / 데모하는 딸의 빈방이 있었다.(고은 <만인보> 중)



그로서는 참 풍요롭게 잘 살아온 인생이겠는데, 책장을 덮으며 드는 생각, 얄.밉.다!
어쩜 그렇게 잘 먹고 잘 살았냐?(아니 뭐, 잘 살았다니 좋습니다만.)
조선일보 기자로, 여당의 국회의원으로, 장관으로 오랜 세월 유유자적 살아놓고도,
시인에게서, "의식은 야에 있고 꿈은 진보에 있었다"는 칭송씩이나  받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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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이카 2006-07-04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남재희를 이렇게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다니... 그렇군요... 로드무비님의 통찰에 감탄하고 갑니다. 얄미운 사람들의 몫이란 또 뭔가 생각해 보게 되네요... 몫을 거부하는건가?

중퇴전문 2006-07-04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식은 여에 있으나, 야를 벗어날 수 없는 현실 때문에 깝깝한 사람들도 많은데 말이죠..:P
여담으로, 데모하던 딸은 FTA 담당 공무원이 되었더군요.

2006-07-04 17: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waits 2006-07-04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고은 시인이기 때문에 그런 칭송이 가능했던 건 아닐까요? 너무했나...;;;

로드무비 2006-07-05 0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어릴때님, 그럴지도 모르지요.

중퇴 전문님, 예춘호 씨 아들과 결혼했다는 따님인가요?;;
FTA 담당 공무원이라니, 부디 예전의 총기를 가지고
잘해주어야 할 텐데....

에로이카님, '얄밉다'는 표현이 뭐 그리 신통하다고!=3(콧김)
아무리 똑똑하고 거기다 나름대로 인간적이고 잘난 남자도
두어 군데 꽉 막히고 부패한 구석이 꼭 있어요.
재미있게 읽었지만 리뷰 쓰기 싫은 책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마태우스 2006-07-04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대앞이 나오니까 좋네요. 근데 왜 전 무비님을 한번도 못뵜을까요...?

반딧불,, 2006-07-04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2888886

기다리다 기다리다 그냥 가요.

정말 아깝습니다. 어쨌든... 88888 축하드립니다.

비가 그칠 듯 그칠 듯 오래옵니다.

행복한 밤!


반딧불,, 2006-07-04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3088888

잡았다! 혹시 싶어서 잠깐잠깐 들렀는데^^

축하축하!


건우와 연우 2006-07-04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인연이 있었다고 해야하나 없었다고 해야하나...
로드무비님, 어쨌든 참 팔자는 타고난사람이로군...하고 생각했습니다.로드무비님이 리뷰를 쓰기 싫으시다니 갑자기 책도 안궁금해지는것이 ㅎㅎㅎ

하루(春) 2006-07-04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온고당이 어디예요? 전 한번도 못 봤는데... ^^;;

치니 2006-07-05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처럼 저도 온고당이 어딘지 궁금. 집이 그동네거든요

로드무비 2006-07-05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홍대정문에서 산울림 가는 쪽, 맞은편에 큰 책방이 있어요.
그 동네 살 때 자주 놀러갔습니다.^^

건우와 연우님, 재미있게 읽기엔 좋은데(뒷담화도 많이
들을 수 있고) 좀 그렇죠?
눈살 찌푸린 대목은 많았는데 다 읽고나서도 남재희 선생이
그리 싫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얄밉다고 한 겁니다.ㅎㅎ
(그분과 인연이 좀 있으신가요?)

반딧불님, 아이고, 고맙습니다.
저도 생각 못한 88888을!
읽고 싶으신 책이나 찜해 놓은 ㄸ출판사 책(파랑이 노랑이 것)
두어 권 선물로 드릴게요.
속삭여 주세요.
고맙습니다.(_ _)

마태우스님, 여러 번 모르고 지나치지 않았을까요?^^




로드무비 2006-07-05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님, 어딘지 아시겠죠?
미술학원 밀집 대로변입니다.
마포시민도서관 정문에서 나오면 언덕길 있잖아요.
왼쪽으로 꺾으면 바로 나옵니다.
(지하에는 미술서적과 외서들이 많아요.)

sandcat 2006-07-05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라고 하시지만 알고보면 부지런, 꼼꼼하신 로드무비 님, 책 보다가 수첩에 자주 옮기시는군요! 그 수첩의 전모가 정말 궁금해요.

2006-07-05 1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7-05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샌드캣님, 수첩이라는 게 별 게 아니고 연말에 회사에서 주는
납작하고 조그만 것 있잖아요. 고객들에게도 살포하는.
책 읽다가 영화 보다가 인상 깊은 건 더러 메모했는데
요즘은 그나마도 귀찮아서 못하겠어요.
대신 밑줄 좍좍 긋습니다.
부지런하고 꼼꼼하지 않다는 걸 꼭 납득시키고 싶어서. 히히~~

야클 2006-07-05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온고당에 절판된 무협지 사러 간적 있는데. 그때 저도 남재희씨 본 적 있어요. ^^

로드무비 2006-07-05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 인상도 좋지 않던가요? 푸근하고.
헌책을 사보고, 대폿집을 좋아한다는 게 믿음직하더군요.^^

속삭님, 그럼 제가 알아서 두세 권 보낼게요.
책장수님께 주문을 해야 하니.^^

2006-07-05 16: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대로 두기 - 영국 안드레 도이치 출판사 여성 편집자의 자서전
다이애나 애실 지음, 이은선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훌륭한 출판업자는 작가를 발굴하는 것이 임무이다.
하지만 내 경우에는 어쩌다 보니 연결이 되었다.(175쪽)

소설가 김승옥의 원고를 받기 위해 문학사상 편집부 직원들이 사무실 근처
여관에 그를 감금(?)해 놓고 옆방에 진을 치며 감시하여
몇 날 며칠 만에 원고를 받아냈다는 이야기는 편집자들에게 전설처럼 다가온다.
더구나 그 당시의 편집부 직원들이 지금 이름만 들어도 입이 벌어지는 우리 문단의
중진들이었으니.(이어령, 서영은 등)

1990년대 초, 춘천 모 소설가의 집에 육필원고를 받으러 갔더니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에 상자같은 조그만 다락이 하나 달려 있는데
ㄷ출판사의 편집부 여직원이 상주하고 있었다.
주말에만 서울에 올라가고 거기서 먹고 자고 한다고 했다.
아무리 작가의 집필을 독려하기 위해서라지만, 한편으로는 소설이든 산문집이든
내는 족족 베스트셀러가 되는 작가의 주변에 다른 출판사의 접근을 차단하는
의미도 있었다.
나는 그이가 그렇게 안쓰러울 수가 없었다.
소설가와 가족같이 지낸다고 해서 그도 덩달아 소설가의 가족인 것은 아니다.
내 눈에 그는 쓸모없는 일에 자신의 자유를 저당잡힌 다락방의 베키
(<소공녀>의 주인공 세라의 친구) 정도로 보였다.

"영국 출판 편집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우는  다이애나 애실의 출판 인생 자서전
<그대로 두기>를  단숨에 읽었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흥미진진한 책이었다.

"다른 훌륭한 출판업자들과 달리 어쩌다 보니 작가들과 연결되었다"는 말과는 달리,
'노먼 메일러, 존 업다이크, 잭 케루악 등 20세기의 비중 있는 전후 영미권 작가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작품을 다듬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는 그이다.
우리가 몰랐던 작가들의 극적인 삶이나 숨은 이야기보다, 너무나 담담하고 솔직한 어조로 회상하는
그의 50년 출판 인생의 하루하루가 내게는 더 박진감이 넘쳤다.

80년대 중반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사건 범인들과의 옥중 인터뷰를 통해
인간과 죄악의 어두운 심연을 파헤치는 책을 내겠다는 야심찬 시도가 있었다.
그런데 교도소를 방문, 범인 중 한 명인 마이러 힌들러를 만나보고 나서 그는
책을 출간하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그녀가 멀쩡한 성인의 입장에서 저지른 살인사건의 기억들과 함께 계속 살아야 한다면
'나는 죽어야 된다'고 인정하거나 정신분열을 일으킨들 이 사회가 얻는 수확은 무엇일까?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그녀를 도와 원고를 완성하고 안드레 도이치 출판사에서
책으로 출간한다면 우리는 저질 포르노를 싣는 쓰레기 신문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런 신문이 될 수는 없었다.(88쪽)

그날 대화를 통해 연쇄살인범 여성의 현재 상황과 그녀의 성격을 이해한 후
책을 내는 것이 당사자에게 이롭지 못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야심찬 기획을 접는 순간
그의 통찰력과 용기와 결단은 눈부실 정도였다.

또한 어느 날은  진 리스라는 소설가의 새 원고('임페리얼 대로')  출간을 반대하는데
이유는 사랑하는 작가가 그 작품을 펴냄으로써 인종차별주의자로
세상에 낙인 찍히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어릴 때 흑인이 되고 싶었다고 서슴없이 말하는 작가였지만 평소 대화에서
마음에 드는 흑인이 있으면 "충직하다"고 표현하는 등 그의 뼛속에 또아리 틀고 있는
차별을 본 것이다. 그것이 새 작품에 은연중 나타난 것이고.
진 리스라는 작가는 멋진 편집자를 만나 정말이지 적절한 보호를 받았다.

함께 일한 사람들이나 친하게 지냈던 작가들에 대한 묘사도 얼마나 구체적이고 생생한지 
바로 옆에서 차를 한잔 마시며 직접 이야기를 전해듣는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감탄한 건 그의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유머.
'책'이나 '출판'에 대한 그의 사유도 어찌나 공감이 가는지 나도 모르게 밑줄을
북북
그어가며 읽었다. 가령 다음과 같은 구절.

--내가 책을 사랑하는 이유는 위대한 문장에 희열을 느껴서라기보다
내 좁은 경험의 한계를 넘어 복잡한 인생에 대한 감각을 넓힐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잡아먹을 듯한 인생의 어둠과 고맙게도 그 속을 애써 뚫고 나오는 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1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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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우와 연우 2006-07-03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만 꾸욱..

DJ뽀스 2006-07-03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0권에 도전하느라 느무 가벼운 책을 많이 읽었더니 머리속이 허합니다. 대출대기목록 0순위로 올려놨습니다. ㅋㅋ

sandcat 2006-07-03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그대로 두기>가 말이예요. 왜 교정볼 때, 고치지 말고 원래 그대로 가라는 뜻에서 '生'이라고 쓰잖아요. 그런 건가요? 아무래도 이 책을 살 때가 된 것 같아요.

瑚璉 2006-07-03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 기회가 되시면 이번에 나온 이사야 벌린의 '자유론' 중 서문만 읽어보세요. 편집자의 애환이 뚝뚝 묻어나오는 재밌는 글이더군요. 본문은 재미없었지만...(-.-;).
아, 그리고 이 책은 보관함으로 보냈습니다.

로드무비 2006-07-03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질님, 수첩에 적어놨다 서점에 가게 되면 읽어보겠습니다.
본문은 재미없다니 안 사도 되겠군요.^^

샌드캣님, 맞아요. 그대로 두라는 의미. 生!!
웃으며 감탄하며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DJ뽀스님, 도서관의 책이 모두 뽀스님 것 같아요.
부럽습니다.^^

건우와 연우님, 을매나 감사헌지. 꾸벅.^^*

날개 2006-07-03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이거.. 리뷰가 너무 재밌군요....^^

로드무비 2006-07-04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호호~ 책이 재밌으니 리뷰도 덩달아.^^

따우님, 生, 그대로 두자고요.^^

瑚璉 2006-07-04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시기 벌린의 자유론 본문이 재미없는 건 제 이해력이 떨어져서 그런거지 벌린의 잘못이 아니거든요, 구입하시는 것도 좋겠습니다요(휙).

로드무비 2006-07-05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질님, 호호~ 서문 읽어보고 결정할게요.^^

nada 2006-07-05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500cc 잔에 쓰인 生 자가 떠오르던디...=3=3=3

로드무비 2006-07-05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투!=3=3=3

맑음 2006-11-26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편집 사례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땡스2 누릅니다.^ㅅ^
 

--게다가 그녀는 겉으로 너무 씩씩해 보이는 게 문제였다.
1957년에 편지를 주고받기 시작했을 때 그녀는 "6개월이나 9개월"이면
작품이 완성된다더니 1966년 3월이 되어서야 탈고 소식을 알렸다.
그런데 배수관이 막혔다든지 부엌에 쥐가 생겼다든지 하는 등의 집안 문제로
집필이 늦어졌다고 하면서도 아주 재미있는 사건을 이야기하듯 전했다.
진을 직접 만난 뒤에야 깨달은 사실이지만 그녀에게 그런 일들은 끔찍한 사고였다.
그녀는 정상인의 범주를 넘어설 만큼 일상에 대처하는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그런 사고가 벌어지면 넋을 잃곤 했다.(132쪽)

--이처럼 무능력하고 불완전하게 보이는 여자가 어쩌면 그렇게 또렷하고 우아하고
힘이 넘치는 작품을 남길 수 있었는지에 얽힌 수수께끼는 지금도 해결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녀가 태어난 카리브해 동쪽의 섬나라 도미니카를 알게 된 이후,
진이 삶에 서툰 이유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

                                                        ( <그대로 두기>  다이애나 애실 著, 134쪽)



뻔한 말이지만 어떤 사람의 겉모습, 표정, 그 입에서 나오는 말 등으로
그를 속단하면 종종 낭패를 당한다. 
특히 작가들!
영국 안드레이 도이치 출판사에서 평생, 그러니까 70세를 넘길 때까지 일한
다이애나 애실의 여성 편집자로서의 자서전 <그대로 두기>를 재미있게 읽고 있다.
위에 소개한 주인공은 진 리스( Jean Rhys)라는 여성 소설가.

많은 작가들을 가까이에서 만나는 건 독자들로 봐서는 편집자의 특권에 속할 텐데
사실 그 편집자의 역할이라는 게 요즘은 어떤지 몰라도 예전엔 심하게 말해
심부름꾼에 지나지 않을 때도 더러 있었다.

나는 출판사에 오래 근무하진 않았지만 직업의 특성상 작가들을 단기간
가까이에서 많이 만났다.

한때 절친하게 지낸 한 소설가는 오밤중에 자는 사람을 깨워 칠순의 어머니가
제습제를  설탕인 줄 알고 커피에 넣어 마셨는데 어떻게 하면 되냐고
놀란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오기도 했다.
나의 대답, "물을 많이 마시면 되지 않을까요?"

십몇 년 전 전화기에 부착하는 음성녹음기가 처음 나왔을 때
어떻게 해야 음성이 녹음되는지 집에 와서 좀 봐달라고 하여 퇴근후 달려간 적도 있다.
문제는 내가 글도 쓰지 않는 주제에 그 방면의 무능력자여서 아무 도움도 되지 못했다는 것.

언젠가 스페인 여행 중 플라멩코를 추는 한 무희에게 반해 돌아와 싱숭생숭해 하더니
그녀를 만나기 위해 다시 스페인행 비행기표를 끊은 여성 작가도 있었다.
새로운 사람에게 무섭게 열중하고 가차없이 등을 돌리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다 보니
나중엔 그 열정이라는 것이 의심스러웠다.

동서양 사상과 철학, 명상과 선禪, 구도에 대한 책이 사방 벽을 덮은
어느 여성 시인의 서가를 보고 감탄했더니, 다음날 술집에서 취하여 사소한 다툼 끝에
입에 담지도 못할 욕을 하며 친구의  머리채를 잡고 뒹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작가들의 열정과 집착, 좋게 말해서 그렇고, 불성실하고 무능한 면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아주 지긋지긋한 구석이 있었다.
'글을 쓰는 사람은 아예 종자(!)가 다른가?'  하는 의심을 품기도 했으니......

아무튼 그 시절에도 친구로 교류한 사람은 몇 안 되고 지금은 모두 연락이 끊어졌다.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누구에게도 속을 터놓지 않았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계속해서 그 일을 했다면 명맥은 이어 나갔겠지.

내가 가까이에서 잠시 지켜본 혼자 알고 있기 아까운 문인들에 대한 일화를
언젠가 실명으로 글을 써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것이 그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단초를 제공하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가십거리밖에 안 될 바에야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책에서는 한 작가의 작품세계를 넘어서 영혼을 이해하려는 편집자 다이애나 애실의
균형감각과 노력과 자질이 돋보인다.
한수 배우는 느낌이랄까. 뒤늦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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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02 1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7-02 2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DJ뽀스 2006-07-02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읽어보고 싶네요. ^^:

치니 2006-07-02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의 '안목'은 역시 쉽게 생긴 것이 아니었군요.

바람돌이 2006-07-03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 제 주변은 너무나도 상식적인 사람으로만 가득찬 느낌이 드네요. 약간 재미없어요. ^^

중퇴전문 2006-07-03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가쉽거리, 적극 환영. 실명과 사건들의 공개를 두려워하지 않는 증언 문화가 하루빨리 정착되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합니다..;

nada 2006-07-03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반가워라. 무비님을 뵌 적은 없지만 이 책 읽으면서 왠지 무비님 생각이 많이 났어요. 다이애나 애실처럼 인간적이면서 화끈하고 유머러스한 분일 거 같아서요. 저도 나이폴과 진 리스가 가장 기억에 많이 남던데.. 진 리스의 삶은 정말 안타까워요.

(종자가 다르다는 데 한 표 던집니다...)

로드무비 2006-07-03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양배추님, 씨네21에서 김소희 기자가 신간을 소개했고요,
님의 리뷰 읽고 바로 주문한 책인데 정말 재밌게 읽었어요.
그녀의 샤프함, 통찰력, 균형감각, 유머, 인내심 등에
경탄을 금치 못했어요.
전 뭐 편집자라고 부를 수도 없습니다.
문장 고치는 일 위주로만 일을 해서 책 제작과정도 모르고
얼치기입니다.('종자'라는 표현 산뜻하죠?)

중퇴전문님, 그게 거시기한 것이 주로 어두운 쪽,
치부에 속한 일이라 글로 쓰기가 거시기합니다.
제가 지껄인 말에 누가 상처 받으면 어떻게 합니까.
가끔 생각나는 대로 페이퍼에 재미난 일화 소개할게요.
이니셜로...

바람돌이님, 글쎄, 전 상식적이면서 지루하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더라고요. 님도 그러시죠?^^

치니님, 헤헤, 안목이라고 하시니, 정말 그런 게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어깨를 으쓱해 봅니다.=3=3=3

DJ뽀스님, 이 책 무지 재미나요.^^

이런 경향님, 저라고 왜 저런 점이 없겠습니까.
특히 남녀관계는 냉혹한 부분이 있어요.
먼저 끝내고 싶을 때 눈에 띄지 않게 최대한 상대를 배려하는
센스가 필요한데, 어려워요.
자신의 열정도 한 걸음 떨어져서 빤히 바라보는 과정도 필요하고.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게 인간관계.;;

2006-07-03 1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7-03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월 한달은 님, 알았어유.^^

건우와 연우 2006-07-03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의 리뷰는 심하게 지름신을 부추기십니다.^^

sandcat 2006-07-03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가끔씩 새어나오는 이런 비화들만으로도 충분히 즐겁습니다. 제가 좀 소박한 편이라 =3=3

로드무비 2006-07-03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샌드캣님, 예상과 달리 엄청 소박하시군요.ㅎㅎ

건우와 연우님, 이 책은 바로 지르시기를!
(땡스투 확인 잊지 마시고요.^,.~)
 



 
책읽는 내 옆에서 심심하다고 자꾸 찝적대는  마이 도러에게
아르바이트로 흰머리를 뽑으라고 했다.
열 개를 오 분 만에 뽑고 1천 원을 거머쥐게 되자 필 받았는지
신발장 정리를 하면 얼마를 주겠냐고 묻는다.

500원을 받기로 하고 신발장 문을 열어보니 받기로 한 돈에 비해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보였나 보다. 관두겠다고.
문득 욕실 세숫대야에 담아놓은 실내화에 생각이 미쳤다.
동주 것까지 모두 합해 세 켤레, 그리고 실내화 가방까지.





솔에 비누를 문질러 박박 씻는 시범을 보여주고 들어와 책을 읽다가
15분 정도가 지나서 가보니 헹구고 있었다.
제법 실팍해진 궁둥이를 흔들며.......(그래서 한 컷!)

바닥까지  깨끗하게 씻은 실내화와 가방을 보니 싼 값에 앞으로 종종
부려먹어도 좋겠다는 생각에 흐뭇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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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its 2006-07-02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 너무 이뻐요! 빨아놓은 거 보니 아주 야무지기까지.
이제 유리구두 찾으러 가는 건가요? 앗, 독에 물 채워야되나~ ㅎㅎ

실비 2006-07-02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심히 하네요.. 벌써 사회교육 시키시는군요..똑똑해서 잘해낼거여요^^

달콤한책 2006-07-02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넘 이뻐요. 딸내미가 몇 살인데 저렇게 할 수 있나요...울아들은 9살인데 하려고 하지도 않더이다. 돈을 좀 높게 걸어야 하나...쩝

딸기 2006-07-02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세상에.. 아동노동이닷!

저도 열심히 배워야겠군요. 불끈!
(근데 너무 연약해보이네요... 살을 좀더 찌우셔야겠어요)

플레져 2006-07-02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그니깐 로드무비님께 보람찬 하루인거죠? ㅎㅎㅎ
앞 이마를 살짝 덮은 잔머리가 넘넘 사랑스러워요.

로드무비 2006-07-02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키스탄의 아동풍이죠? 저 얼굴은?ㅎㅎ
월컵러버딸기님, 제법 토실토실해진 거랍니다.;;

달콤한책님, 안녕하세요?
아드님처럼 아홉 살인데요.
일곱 살에 처음 실내화를 빨아봤고
이번이 두 번쨉니다.
한 켤레에 500원이니 너무 많이 준 건가요?ㅎㅎ

실비님, 15분 동안 끽 소리없이 혼자......
앞으로도 실내화는 아이에게 맡기려고요.^^

나어릴때님, 솔직히 저보다 깨끗하게 빨았네요.
대청소를 자기가 혼자 하면 얼마를 줄 거냐고 물어보는군요.
우리 부부 노후걱정은 안해도 될까요?ㅎㅎ

플레져님, 긍게요.
저는 손에 물 안 묻혔으니 보람차고,
마이 도러는 수입이 짭잘하니 즐겁고. 호호~~

kleinsusun 2006-07-02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깨끗하게 잘 빨았네요.
일주일에 한번씩 빠나요? 넘 깨끗해요.ㅎㅎ
실내화 가방도 귀여워요. 물론 주하는 넘넘 귀여버요!^^

마태우스 2006-07-02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비님 흰머리 있으시군요. 글 보면 언제나 젊으실 것같은데, 세월이란 참 나쁜놈이어요

로드무비 2006-07-02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새치예요.
요즘 급격히 늘어나는군요. 어찌 된 일인지......=3=3

수선님, 2년 만에 빨았어요.
앞으론 계속 자기가 빨기로. 물론 돈 받고...^^

starrysky 2006-07-02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모나, 오모나, 대청소까지!! 주하가 필 단단히 받았군요. 흐흐.
주하야~ 이모 방은 어떻게 안 되겠니? 용돈도 주고 좋아하는 돼지갈비도 마이마이 사주께~~ ^o^

mong 2006-07-02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하의 아르바이트~~
종로로 출장은 안돼나요?
저랑 놀아주기만 하면 되는데...히히히

로드무비 2006-07-02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ng님, 애가 돈독 오르면 안 되는데.
방학 때 한 2박 3일로 보낼까요?^^

스타리스카이님, 산낙지 한 접시도 추가해 주세요.
애가 보기보다 많이 먹습니다. 메뉴도 좀 거시기하고요.^^

라주미힌 2006-07-02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큭... 저는 왜 20년 후의 '주부 주하'가 상상이 될까욤 ㅎㅎㅎㅎ

로드무비 2006-07-02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주미힌님, 20년 뒤에는 또 얼마나 이쁠까요?=3=3=3

플로라 2006-07-02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정말 장한 이쁜 따님!! ^^ 가지런하고 깨끗한 실내화와 신발주머니를 보니 추억이 방울방울이에요~^^ 로드무비님의 따님이 너무 어여뻐 제 맘까지 흐뭇해져요~^^

바람돌이 2006-07-03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닛 세상에 저 실내화 깨끗한 것 좀 보세요.
우리집 딸래미들은 시키려도 아직 돈을 모른다는 치명적인 단점이....ㅠ.ㅠ

조선인 2006-07-03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오, 이 페이퍼 마로에게 꼭 보여줘야겠어요. 불끈!!!

urblue 2006-07-03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 귀여운 것! 애를 낳으면 꼭 저렇게 키워야지. 불끈!!!

nada 2006-07-03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이 고되다는 듯한 저런 표정! 밥공기 같은 궁둥이 깨물어주고 싶네요. 느무 이뽀요.^^

로드무비 2006-07-03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 곧 좋은 소식 있기를!=3=3=3

조선인님, 마로는 주하 알아요?
주하는 마로 알아요.ㅎㅎ

새벽별님, 따우님 근황에 정통하십니다?

따우님, 부엌데기로 전락할 텐데.
그래도 좋아요?ㅎㅎ

바람돌이님, 1년만 기다리세요.
주하도 일곱 살에 실내화를 처음 빨아봤거든요.
그때만 해도 공짜로.
아이가 크니 귀여운 맛이 떨어지는군요.^^

새벽별님, 총 3천 원입니다.
엄청난 수입이죠.^^

플로라님, 이쁘게 봐주시니 저도 모르게 헤벌쭉.
손끝이 야무진 것 같아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전 그렇지 못하거든요.^^

로드무비 2006-07-03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양배추님, 인생이 고되다는 표정이라고요?
밥공기같은 궁둥이라고요?
헤헤~ 그렇게 보니 그렇네요.^^

건우와 연우 2006-07-03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저렇게 여릿여릿한 아이를 부려먹고는 다들 이렇게 즐거워하다니..^^
생긴것보다 무지 야무진 딸내미로군요.

sandcat 2006-07-03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년 만에!
....
영특한 주하는 그 돈을 어디에 쓸까 궁금해요.

해리포터7 2006-07-03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닌 정말 딸래미는 낳을만 하죠? 어쩜그리 꼼꼼하게 씻는지 저두 시켜보고 놀랬지 뭡니까..두살많은 지 오빠보다 열배는 더 잘하던걸요.님의 딸래미 넘 이뽀요!

로드무비 2006-07-03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리포터7 님, 맞아요. 딸래미가 주는 기쁨이란!
남매를 두셨군요.
부럽습니다.^^

샌드캣님, 그때도 제법 깨끗하게 씻었는데 저나 나나
까먹고 있었네요.
가온이는 언제, 싶으시죠?
금방입니다.ㅎㅎ

그리고 돈은 지갑에 신주단지 모시듯 넣어놓고 뭐 사먹을 땐
따로 동전 얻습니다. 약았어요.^^

건우와 연우님, 제가 상대적으로 눈총을 많이 받습니다요.
애가 말랐는데 힘은 좋아요.
마른 사람이 더 강단 있는 것 같아요.^^;;


혜덕화 2006-07-03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닥까지 제법 깨끗하게 씻은 실내화와 가방을 보니 싼 값에 앞으로 종종
부려먹어도 좋겠다는 생각에 흐뭇하기 짝이 없다.

로드무비님, 꿈이 너무 크신 듯, 우리 딸도 어릴땐 용돈 500원에 실내화 빨기는 물론 아빠 구두 닦기 등등 했는데, 크니까 돈 준다고 해도 안하네요.^^
어쨌든 주하 너무 예뻐요.

로드무비 2006-07-03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덕화님, 그런가요?ㅎㅎ
아무튼 한 1년간은 제 의도대로 움직여줄 것 같습니다.
미래의 일은 생각 안할래요.
그래도 각오는 해둘게요.
충격받지 않도록.^^

ceylontea 2006-07-04 0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주하 넘 이뽀...그리고, 정말 깨끗하게 잘 빨았군요..^^
그런데.. 저임금 고노동이라 생각되옵니다.. ^^;

로드무비 2006-07-04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론티님, 전 사용자의 입장에서 너무 비싼 임금이라고 생각했는데요.ㅎㅎ
가격을 좀 낮출까 했더니 안되겠군요.^^

반딧불,, 2006-07-06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을 보여주면서 파랑이에게 하라고 햇더니 그냥 돈 안받는다고ㅜ.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