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의 실체 - 세상의아침 시집 1
우영창 지음 / 세상의아침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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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동네 간이횟집에서 전어구이를 먹고 바로 그 옆 새로 개업한 맥주집에서 간단하게
생맥주를 한잔 마시기로 했다.

전어구이를 먹을 때 남편의 핸드폰이 울렸다.
어찌저찌 동네에서 알게 된 또래의 혼자 사는 이인데 맥주나 한잔 마시자는 전화.
동생네와 함께 어울리는 자리였는지라 나는 남편의 말을 듣고도 그냥 고개만 끄덕이고 말았다.

맥주집으로 장소를 옮기는데 좀전의 전화가 생각났다.
처남네 가족도 함께인데 괜찮다면 나오라고 했더니, 기다렸다는 듯 남편이 잽싸게 전화를 걸었고
5분도 안 되어 그가 나왔다.

어디서 본 듯한 인상이었지만 인사랍시고 고개만 끄덕하고 말았다.
맥주를 한잔 마신 후 내가 시를 좋아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누런 봉투를 내민다.
시집을 꺼내드는 순간 깜짝 놀랐다.
까맣게 잊고 있던 시인의 이름.
<구미시 이번 도로>의 우영창.

그는 16, 17년 전 새파란 나이에 이런 시를 썼다.


내 심장에 칼을 겨누는 자여
내가 왜 그대를 두려워 하랴
백 년 후 이 자리에 없을 우리인데
                                (詩 '無' 전문)

<사실의 실체>라는 제목으로 오랜만에 나온 시집을 들춰보니 빨리 집에 돌아가
내 침대에 드러누워 시를 읽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이 괴로움이 사실이라면
이 사실은 끝이 난다

이 기쁨이 사실이라면
이 사실도 끝이 난다

우리는 다행히
끝이 있는 존재
우리의 부재 속에
태양이 뜬다 한들
우리는
사실의 실체를 알고 있다.
                                  (詩 '사실의 실체' 전문)


오래 전의 시 '無'와 이번 시집의 표제작이 된 '사실의 실체'가 숨어서 시를 쓰는
학승이나 젊은 사제의 일기장에서 발견할 법한 시라면,  저잣거리의 꼬질꼬질한
"생활의 書"에 해당되는 여러 편의 시들은 동년배의 독자인 내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그러고 보니 '동년배'라는 단어는 참 눈물겹다.

귀가길이 / 외롭다는 건 개똥도 안다 /
구두가 알고 / 담벼락이 알고 /
지나가는 자동차가 안다 /
할 수 없이 하느님이 알아준다
                                     ( 詩 '귀가' 중에서)

나는 안개에 승차하고 / 안개의 손잡이를 잡는다 /
차창에 달라붙는 생의 축축한 내음을 맡으며 /
살아가야 했던 이유가 근사한 그곳에서 /
무례하게, 늙은 몸이 하차하여야 한다
                                        (詩 '안개 속으로' 중에서)


"나의 갑옷은 올이 풀린 츄리닝으로 변했고", "사실은 더 비참" 하며
바야흐로 우리가 당도한 건
"식어가는 찻잔의 시간"이다.
그냥 그 사실을 담담하게 술회하는 시인의 시들이 그렇게 위로가 될 수 없다.

세 남자가 일어설 줄을 모르길래, 아이를 데리고 먼저 집으로 돌아와 선물받은 시집을 읽었다.

오늘 아침 남편에게 그의 이름을 물었다.
이럴 수가!  한창때 날리던 시인이었으며 90년대 초, 몇 차 국민대회 때
최루탄 자욱한 동대문 로터리에서 오합지졸의 우리들을 이끌던
젊은 시인의 얼굴이 갑자기 거짓말처럼 생각났다.

가까운 날, 직접 지은 뜨신 밥 한 그릇으로 그의 지난밤 선물에 화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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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6-08-16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으로 ! ^-^

에로이카 2006-08-16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동안, 여러번, 한참을 읽었습니다......

꼬투리 잡을라고...
행여 술이라도 마시고, 말씀드릴 기회가 있다면...
왜 그 식어가는 찻잔의 시간이 위로가 되는지..
공감과 더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 스스로에게 티꺼워 하며 시비 걸고 싶습니다.

시... 참 좋습니다.. ^^

로드무비 2006-08-16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로이카님과 치니님께 이 시집 한 권씩 선물하고 싶습니다.
좋은 시집은 나눠 읽어야 한다는 생각.
살짜쿵 주소 남겨 주세요.
거절하지 마시고요.^^

중퇴전문 2006-08-16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 년 후 이 자리에 없을 우리인데

케인즈의 경구를 연상케 하지만, 느낌은 참 다르군요..

mong 2006-08-16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동년배'라는 단어는 참 눈물겹다...
아 참 와닿는 말씀인데요...^^

건우와 연우 2006-08-16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슷한 시기를 비슷한 마음으로 지나왔을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시, 좋네요...^^

2006-08-16 16: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8-16 17: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해리포터7 2006-08-16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이시 참 좋군여^^

2006-08-16 18: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루(春) 2006-08-16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시가 참 좋아요. 無,라는 시. 접수합니다. ^^

플레져 2006-08-16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이 읽어주시는 시들마다
알콜 지수도 조금 희석되어 있는 것 같아요.
괜스레 짠해지거든요...

달팽이 2006-08-16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시가 좋군요...찾아봐야지...우영창

nada 2006-08-17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도, 사연도 참 뜨신 밥처럼 정다워요. 앞으로 음주 멤버 한 명 더 느는 건가요?

로드무비 2006-08-17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르죠, 또 제 남동생이랑 눈이 맞았는지도.
새벽 두 시에 들어왔더라고요.
꽃양배추님, 음주 멤버는 더 늘면 안 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ㅎㅎ

달팽이님, 이 시인의 시들을 좋아하실 듯합니다.^^

플레져님, 모처럼 마음에 쏙 드는 시집이었으니까요.
안 그래도 올리고 맥주 한잔 생각이 간절했답니다.
그럴 처지가 아니어 꾹 참았지만......^^

FTA반대 하루님, 아아, 이런 풍의 시를 좋아하시는군요.^^

웃으실 또 한 분 님, 오늘아침 주문했답니다.
기다려주시와요.
그리고, 이름 이쁘기만 한데요?^^

해리포터 7님, 좋아해 주셔서 저도 기쁩니다.^^

청량음료 백 개님, 제가 더 즐거운걸요.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듯합니다요.^^

새삼 반갑다는 님, 저도 새삼 반갑다는 인사를 꼭 드리고 싶네요.^^

건우와 연우님, 비슷한 시기를 비슷한 마음으로......
정말 그런 것 같죠?^^

mong님, 님의 동년배는 아직 새파란 청춘이라
눈물겨울 것까지는 없을 것 같은데.=3=3=3

중퇴전문님, 이 비슷한 케인즈의 경구가 있나요?
궁금합니다.^^

중퇴전문 2006-08-17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we are all dead in the long run, 장기적으론 우리 모두가 죽는다 는 유명한 말을 남겼죠.

로드무비 2006-08-17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그랬군요.
'장기적'으로는 '언젠가는'으로 고쳐도 시적으로는 무방하겠군요.^^

2006-08-17 17: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owup 2006-08-17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가을인가 봅니다. 전어구이라니^^
맥주 한캔 들고 혼자서 읽어보고 싶습니다.
좋은 시집 알려주셔서 고마워요.

kleinsusun 2006-08-18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시인님, 참 예의 바르신 분인 것 같아요.
5분도 안되어 나오시면서, 로드무비님이 시를 좋아한다고 시집을 챙겨 나오는 그 따뜻한 마음 씀씀이. 참 좋은 분인 것 같아요.
담에 꼭 맛난 저녁 대접하시길...^^

로드무비 2006-08-21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뭐라도 하나 주고 싶어하는 마음.ㅎㅎ
어질고 좋아보였습니다만 또 모르죠.
저도 어질어 보인다는 말 많이 들었습니다만
그렇지 못하거든요.
좀더 선선해지면 저녁 초대 한 번 하려고요.^^

나무님, 시를 읽는데 그 다음 페이지의 시도, 그 다음 페이지도,
너무너무 좋은 거예요.
그런 경우 사실 흔치는 않잖아요.
우리 동네는 전어가 한달 전에 나와서 벌써 네 번쯤 먹었습니다.
앞으로 몇 번 더 먹을지는 몰라요.
이 시집의 시들이 나무님 마음에도 드실지 궁금하네요.^^

삶은 무거운데 님, 그러셨군요.
반가이 댓글 읽었습니다.
누구를 의식하고 글을 쓰지는 않는데 어떤 때는 님의 말간(!) 눈빛을
떠올리게 됩니다.
얼마전에도 무슨 페이퍼에 사족을 달았는데 그런 종류랍니다.
아무튼 반갑고요, 가끔 뵐 수 있었음 좋겠습니다.
건강 챙기시고요.^^



릴케 현상 2008-11-17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휴 이전 시집들도 함께 구해봐야겠네요.절판인가 뜨지도 않네요.
 

주말 이틀, 바닷가에서 정다운 이웃과 어울려 잘 먹고 잘 놀고 집에 돌아와,
뒷풀이랍시고 치킨과 생맥주를 먹으며 텔레비전을 시청하다가 
책장수님과 언쟁이 벌어졌다.

KBS 일요 스페셜인가?
세 여성이 주인공이었다.
강제로 징용되어 전쟁에 끌려갔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위패를
일본 야스쿠니 신사에서 빼오려고 투쟁중인 초로의 우리나라 여성과,
딴에는 일본의 역사를 바로 세우겠다며 선봉에 선 일본의 초로의 여성,
그리고 역시 당시 자국의 피해 상황을 연구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인
대만의 한 여성.

각 여성의 삶을 세미 다큐 형식으로 보여주다가 마지막에 셋이 한자리에 모였다.

일본 할머니는 처음부터 끝까지 흥분한 기색도 없이 얌전하고 차분한 외모에 걸맞게
야스쿠니 신사에 국적을 떠나 참전한 군인들의 위패를 모신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은혜를 베푼 것이라는 식으로 자신의 논지를 전개해 나갔다.

자식들이 원하지 않으니 우리 아버지 위패는 야스쿠니 신사에서 빼달라고
우리 나라 할머니가 계속 강경하게 요구하니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는 일본의 군인으로 전쟁에 참여하여 기쁜 마음으로 싸우다 전사하셨는데
왜 아버지의 뜻을 무시하는 거지요?" 라고.

우리 할머니 참다참다 못해 벌떡 일어나,
"말이 아예 안 통하니 도저히 대화를 계속할 수 없다"고 선언하셨다.
그러자 일본 할머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왜  대화중에 흥분을 하고 화를 내는지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지 모르겠다고, 정말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 말에 내 분통도 폭발했다.
오래 전 우리 할머니들이 자신의 체험을 증언하기 위해 일본에서 주최한
어떤 행사에 참석했을 때 자신의 이야기를 하다가 울음을 터뜨리고 종내에는 흥분하여
소리를 지르고 하는 모습을 보고 일본인이나 일본 언론은 꼭 저 할머니 같은 반응을 보였다.
피를 토하며 그 자리에 고꾸라지고 싶은 그 절통한 스토리를
아니 그럼 생글생글 웃으며 보고하라는 건가?

얼핏 보면 논리적이고 지적인 데다가 겸손하기까지 해 보이는 일본 할머니가의 입에서
나불나불 나오는 아집으로 똘똘 뭉친 말 같잖은 말에 나도 부르르 몸이 떨렸다.

"요사스러운 할망구"라고 흥분하여 욕을 하자 책장수님이 나를 흘끗 보더니,
"우리측  할머니도 잘못한 부분이 있는데 뭐!"라고 대꾸하는 게 아닌가!

대표로 저런 자리에 섰으면 어디까지나 흥분을 가라앉히고 최대한 노력하여 끝까지
논리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말이었다.
아니 누가 그걸 모르냐고, 하지만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일본 할머니를 함께 욕해줘도 분이 풀릴까 말까인데 도리어 우리 할머니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나오니 노발대발했다.
이상한 인간이라는 식으로 그의 태도를 문제 삼으니 책장수님도 언성이 높아졌다.

좀체 보지 못한 엄마아빠의 말싸움에 주하가 애가 타 중재에 나섰다.

"엄마, 아빠는 아빠가 생각하는 걸 말하는 거고,
아빠, 엄마는 엄마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뿐이야!
엄마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고, 아빠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거야."

아이가 겁에 질려 중간에서 교대로 팔을 잡아끄니 할수없이 상을 주섬주섬 치우는 걸로
그 자리를 파했다.
그리고 뛰쳐나와 동네를 두 바퀴 돌았다.(운동 겸 생각 정리 겸)

조금 전 문득 생각나서 아이에게 물었다.
어제 아빠랑 싸우고 나서 엄마가 집을 뛰쳐나갔는데 왜 붙잡으러 나오지 않았냐고.
개그콘서트가 눈에 들어오더냐고......
(집에 돌아왔더니 개그콘서트를 보며 부녀가 낄낄거리고 있었다.)

그러자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하는 말.

"엄마가 언제 집을 나갔었어? 난 몰랐지.
그리고 엄마가 나갔으면 짐을 싸서 나갔겠지.
뭘 먹어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엄마가 어디 빈손으로 집을 나갈 사람이야?"

아이의 태도와 말이 너무 신통방통하여 어젯밤과 오늘 아침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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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08-14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저도 먼저 감정이 앞서는 적이 많은지라 무비님과 같은 반응을 내는 수가
백에 아흔아홉번은 될 것 같아요. 어쨌든 아이들은 어쩜 그렇게 신통방통한지.
주하에게 추천을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습니다.

waits 2006-08-14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머니들의 언쟁을 읽으며, 오늘 내내 포털에 떠다니는 연대 행사 불허, 단전단수 어쩌고 하는 얘기가 겹쳐져 심각했는데... 마지막 주하 말에 무너졌습니다. 아이의 태도와 말이 신통방통~ 괜히 그런 게 아니겠지요? ^^

nada 2006-08-14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데굴데굴..

(집에 돌아왔더니 개그콘서트를 보며 부녀가 낄낄거리고 있었다.)

이 부분, 상상하니까 너무 귀엽고 재밌어요. 맺힌 게 없으니 '논리'적일 수 있는 거겠죠. 논리란 것도 그들식의 논리인 거겠지만... 내일도 고이즈미는 신사 참배를 하러 갈 테고..

건우와 연우 2006-08-14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주하의 완승입니다.
그리고 저도 뭐 그 일본할머니 교양있어보이지만 요사시럽다고 생각합니다.
진정 반성의 자세가 되어있다면 흥분하는 할머니앞에서 무릎이라도 저절로 꿇어져야 참회의 자세가 되어 있는거 아닐까요? 그저 세련된 교양으로 남들앞에 포장할 만큼만 반성하고 있었던게지요...^^

해리포터7 2006-08-14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공 주하님의 말씀이 지당하옵니다..못당하겟군여^^ㅋㅋㅋ 두분이 참으셔야겟어요!ㅎㅎㅎ

아영엄마 2006-08-14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젤루 똑똑한 건 주하! 흠.. 그리고 로드무비님은 나가도 빈손으로는 나가지 않으시군요.. ^^ (당사자들은 자기 생각을 주장하면서 싸우는데 옆에서 보는 3자 입장에서는 왜 그런 문제로 다투나 싶을 때가 있죠.. 하긴 뭐 저는 혼자 열받고 삐쳐서 제 주장도 제대로 못 해보는 사람이지만... ^^;;)

oldhand 2006-08-14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하는 이미 인생의 진리를 통달한 것처럼 보이네요. 오오.. 천재소녀 같아요! ^^

에로이카 2006-08-14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 열받아서 분통 터지는 상황이 그대로 전해져 오는 것 같습니다. 따님 또한 역시 압권... 정말 훌륭한 기록입니다. ^^

치니 2006-08-14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저 프로 은근히 많이들 봤나보네요. 저도 후반부만 봤습니다.
벌떡 일어서는 아주머니 쪽이 심정적으로 이해가 가지만, 시각의 차이란건 무시할 수가 없는 거라, 일본인들 혹은 냉담한 제3자가 보면 저러니 자꾸 지지 라는 소리가 나올거 같기도 했어요.
결국 힘의 논리가 밑바탕에 깔려 있어서, 이러구 저러구 하다가도, 그 옛날에 식민 시절 되기 이전에, 좀 더 치열하게 버틸 수 있는 국력이 되었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고. 찝찝한 여운을 남겨주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라주미힌 2006-08-14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말이 안통하면 막 흥분하는 스타일인데, 예전에 한일 번역 채팅으로 일본애들하고 얘기를 해봐도 다 저런 반응이었어욤. 모르거나 그럴 수도 있다식..
흥분하지 않고 대화를 잘 이끌어가는 것이 맞다고 봐욤.
주하가 제일 현명하네욤 ㅋㅋㅋㅋㅋ TV를 보면서도 엄마가 집을 나가면 그냥 나가지 않을 거라는 통찰력을 보여주다니욤. 대단합니다. 30년 내공은 쌓아야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sandcat 2006-08-14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육아의 노하우를....

mong 2006-08-14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맙소사
엄마가 어디 빈손으로 집을 나갈 사람이야?"
털썩~~~주하 만세~~~

마노아 2006-08-14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아이가 자라서 저런 토론회에 나가면 제대로 이겨주지 않을까요. 저의 반응도 로드무비님과 거의 같을 것 같아요^^;;

딸기 2006-08-14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으으... 읽고만 있어도 열받는군요, 그 일본 할머니의 태도...

근데 주하는 .. 짱입니다 ^^

Mephistopheles 2006-08-14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송합니다..순간 `심슨가족'이 떠올랐습니다..=3=3=3=3=3

BRINY 2006-08-14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봤어요. 다리미질하면서 땀 주루룩 흘리면서. 처음에는 그 일본 할머니가 '서로가 서로의 입장을 어쩌고..'하길래 '그래, 저 할머니도 할아버지가 저렇게 죽었으니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했는데, 자기 할아버지는 미일 강화조약 전에 죽었기 때문에 전범이 아니라 전사자며, 독일인이 유대인 죽인 건 독일인이 자기 국민 죽인 거니까 일본인과 비교가 안된다라느니, 야스쿠니에서 차별 안하고 한국 사람도 모셔주고 있는데...하면서 계속 일본 법만 들먹이는데는 '정말 말이 안 통한다!'란 생각밖에 안들더라구요.
하지만, 타이완 국회의원의 냉정함도 배워야할 거 같아요. 감정을 드러내면 진다고 하잖아요.
근데, 주하 정말 깜찍해요^^ 앞으로 어떻게 성장해갈지^^

날개 2006-08-14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에 글 읽다가 열이 파라락 올랐는데.. 주하의 <엄마가 어디 빈손으로 집을 나갈 사람이야?>란 말에 그만 웃음이......흐흐흐~

플레져 2006-08-15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는 로드무비님께서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이런 시간을
갖게 되지 않을까...ㅎㅎㅎ 주하, 명재판관입니다! ^^
참참, 어디 외출할 땐 식구들이 다 알아들을 수 있도록 요란하게 나가야겠다는
생활 지침서도 하나 배웠습니다... =3=3

로드무비 2006-08-16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필화사건'도 있고요, 아직 풀지 못한 야그가 많습니다.
주하는 평소에는 똑똑한 편이 아닌데 아주 가끔 똑똑해지더군요.
부부싸움 후에는 서랍을 소리내어 닫고 열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세요.
저도 이제 그렇게 하려고요.^^

날개님, 참 의외의 말이죠?
바람처럼 표표히 사라질 엄마를 보고.=3=3=3

FTA 반대 새벽별님, 저는 돌아가시는 줄 알았어요.

브리니님, 타이완 여성 참 멋졌죠?
전 이성적으로 조곤조곤 말하는 사람, 낯빛 한 번 안 바뀌는 사람이
좀 무서워요. 흥분상태에서도 그런 사람.
사실 부럽기도 하고요.
아무튼 그 일본 할머니는 꼬집어주고 싶었어요. 너무 얄미워서...

메피스토님, 심슨가족이요?
마음에 듭니다. 호호~~

딸기님, 한편으로는 제가 그렇게 물질에 집착하는 탐욕스런 인간으로
딸아이 눈에 비쳐졌는가,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럴만하다는 결론을 얻었답니다.;;

마노아님, 아아, 희망을 주시는군요.
그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님도 저처럼 흥분부터 먼저 하는 스타일이시라고요?
반갑습니다.^^

mong님, 주하에 대한 애정이 식은 줄 알았어요.
님의 만세 소리가 정겹습니다.^^

샌드캣님, '솔직함으로 승부한다'가 제 육아 캐치프레이즈.
그런데 아이에게 존경 받는 건 포기해야 합니다.=3=3=3

Fuck TA 라주미힌 님, 흥분하지 않는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아서요.ㅎㅎ
주하의 말은 별 말이 아니고 다문 식빵 한 봉지라도 챙겨서 나갈 사람이다,
그런 뜻이었습니다.
아무튼 우아한 엄마상과는 아주 거리가 멀지요.
이미지 쇄신의 필요성을 느낍니다.^^





로드무비 2006-08-16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님, 심정적으로 이해는 가지만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아는데도
저도 그렇게 하거든요.
냉정과 무심을 가장하는 것도 어렵고.
어려운 문제예요.
좋은 방법이 없는지 궁금합니다.
짚이는 생각은 있는데......

에로이카님, 기록으로 남기길 잘했네요.
잊어먹을까봐 재빨리 썼답니다.^^

올드핸드님, 보통땐 아주 어리숙하고 걱정되는 면이 많은 아이인데.
콩주가 말을 하기 시작하면 올드핸드님도 여러 번 기절하실 듯.
육아일기라 생각하고 페이퍼 기록으로 남겨주세요.^^

아영엄마님, 싸울 것까진 없는 일인데.
흥분이 도를 넘었나 봅니다.
주하가 두는 훈수는 흥분 중에도 귀에 쏙쏙 들어오더군요.
아이 무서워 부부싸움도 하기 어려워요.^^;

해리포터 7님, 딸아이가 어떻게 나오나 싶어 싸움을 좀더
자주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3=3=3

건우와 연우님, 저와 거의 생각이 같으시군요.
'요사스럽다'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르더군요.
입술에 침만 바른 반성이요, 얄팍한 세련이었습니다.

꽃양배추님, 고이즈미는 어제 신사참배를 강행했고.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였다고 하는데 다른 공약이나 제대로 지킬 것이지, 췟.
그건 그렇고 정말 데굴데굴 구르셨어요? 히히~~

FTA 반대 나어릴때님, 연대 행사 단전단수가 아니어 그나마
다행이었어요.;;
엄마는 엄마의 생각 어쩌구 하는 말은 가만 생각해 보니
제가 평소에 잘 쓰는 류의 말이더군요.
아이들은 엄마아빠의 말을 기억해놨다가 필요한 순간
꺼내어 쓰나봐요.^^

반딧불님, 님도 저처럼 흥분부터 하는 스타일?
헤헤, 반갑습니다.
좋게 표현해 인간적이고, 신랄하게 말하면 어리석은.
그래도 할 수 없어요. 그죠? 반딧불님.^^

sooninara 2006-08-21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프로그램은 못 봤지만 글만 읽어도 가슴이 답답하네요.
일본 사람들은 혼네가 어떻고..국화와 칼이라고들 하죠.
우리나라 사람들이 욱하긴 해도 진실적이라면 일본사람들은 가식적으로 보여요.
그냥 이렇게 욕하고 말자구요.
주하는 정말 깨물어 주고 싶네요. 주하가 가방을 많이 싸더니..이젠 엄마가 꼼작을 못하시는군요.(전에 주하가 가방을 싸다가 풀다가 했죠?)

로드무비 2006-08-21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나라님, 어제 또 이어서 방송하더군요.
천불이 나서(시간도 없고) 안 봤습니다.
입으로만 나불나불하는 친절 싫어요.
입만 웃고 눈은 안 웃는 식.
주하 보따리 싼 것 오래 기억하시는군요.ㅎㅎ
은영이는 언제 쌀지 궁급합니다.=3=3=3
 


 

 

 

 

 

 

 

 

이번 주말 만리포 모항항에서 배를 빌려 낚시를 했답니다. 파도를 가르고......

 




전속력으로 배가 달릴 때 무서웠습니다.  이내 자욱한 바다에 빠질까봐.......

 





두 남자 중 책장수님이 누군지 알아맞혀 보세요.

 





 





 

 

 

 

 

 

 

 





네 가족이 두 시간 동안 잡은 고기입니다.
우럭과 놀래미, 고등어도 한 마리......



저는 놀래미를 한 마리 잡았습니다.
2년 전엔 엄청나게 큰 우럭을 잡아 모든 식구가 그것으로 배를 채웠는데......
배 위에서 선장님이 직접  회를 떠주셨는데 얼마나 맛난지,
다음날  돌아오는 길에 횟집에 들러 먹은 양식 우럭과는 비교가 되지 않더군요.

밤에는 숙소 앞마당에서 챙겨온 뼈와 머리로 매운탕을 끓여 먹었습니다.
삼겹살과 소시지 바비큐를 메인 요리로 해서요.

플레져님 흉내내어 여덟 장 연속사진 올리려다 실패,
서해안 낙조와 해수욕 사진으로 다시 도전해 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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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8-14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만리포의 똑딱선인가요^^ 신나셨겠어요^^

瑚璉 2006-08-14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맛있어 보입니다. 갑자기 배가 고파지는군요(-.-).

로드무비 2006-08-14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똑딱선과 쾌속정의 차이를 모르겠는데......
아무튼 FTA 반대 물만두님, 즐거웠답니다.
회가 너무 맛있어서요.^^

호질님, 곧 점심시간입니다.
맛나고 푸짐한 걸로 드세요.
제 앞으로 달아놓으시든가.=3=3=3

하늘바람 2006-08-14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나 시원해 보여요 그리고 회도 맛나보이고요

waits 2006-08-14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어컨도 안나오는 사무실에서 헥헥대고 있는 중인데...
바다 보니까 시원도 한데, 그보다 넘 부러워서~ 좋으셨겠어요...^^

건우와 연우 2006-08-14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밀짚모자요~
바다에서 막잡아올린 우럭과 놀래미... 소주한잔이 절로 생각납니다...^^

산사춘 2006-08-14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오늘은 책장수님 보이지도 않으요. 맨 아래 사진땜시...
엉엉... 저 두툼한... 싱싱한...
넘 배아파서 한마디 해야겠어요. 직접 잡아서 회쳐드신(움, 말이 왜 이랴... '회를 쳐서 드신'이란 뜻이어요) 무비님만은 못하겄지만, 저도 이따 회먹으러 바다가기로 했으요!

플로라 2006-08-14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란한 가족여행 너무 좋아보여요. 마지막 회 사진, 으흑.... 저거이 진짠데... 회 먹어본지 너무 오래돼서 사진만 봐도 광분임다~^^

마노아 2006-08-14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의 블루톤이 너무 근사해요. 멋진 휴가 보내셨나봐요^^

nada 2006-08-14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다 색깔 쥑이네요. 아니, 어딜 그리 매주 댕기십니까? 넘 부럽잖아욧!!!

반딧불,, 2006-08-14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맛나겠어용. 밀짚모자!

해리포터7 2006-08-14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정말 회가 먹고시퍼요..날이 더워서 지금 자제중인데 이페파가 염장페파엿군요..저도 9월만 되면 삼천포로 빠질라구요 ㅋㅋㅋ 회먹으러요!정말 저도 해보고싶은게 선상낚시인데요..혹 저 캡쓴분이 아닐까요?

플레져 2006-08-14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왼쪽이 책장수님이시죠? 오른쪽은 동주랑 넘 닮으신 동주 아버님 같은데요?
(아니라면 초난감...-..-)
덩달아 배 탄 느낌이어요. 저 시원한 물살이라니!
연속사진 다시 해보셔요. 기둘릴게요! ^^

sandcat 2006-08-14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왼쪽이시지요?
음. 로드무비 님 몫의 남성은 허우대가 참으로 멀쩡하시군요 =3=3
(용서하세요, 마감이라...키 크고 날씬하다는 의미랍니다)

기인 2006-08-14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부럽습니다. ~~~ :)

날개 2006-08-14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해보고 싶은게 저겁니다..
바다낚시 해서 그 자리에서 회 쳐 먹는거.....

Mephistopheles 2006-08-15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왼쪽의 남성이 책장사라고 찍어 볼렵니다...아 저것이 진정한 활어회!! 군요..^^

로드무비 2006-08-16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저거이 바로 두툼하고 거친듯하면서도
구수하기 짝이 없는 진정한 활어회인 거딥니다.^^

날개님, 오후에 배를 빌리면 싸게 빌릴 수 있어요.
부모님이랑 언니네 가족 모두 출동하면 본전을 뽑고도 남을 듯.
바다낚시 꼭 해보시길요.^^

댓글에 오타님, ㅎㅎ 제가 바쁘게 써서 올린 글 나중에 보면
오타가 얼마나 많은데요.
창피할 정돕니다.
그런데 오타가 아니고 진짜 오자일 경우도 많아요.
그래서 숨어서 살짝 빨간펜 선생 노릇을 하지요.
제 실력 뽀록날까봐.^^

기인님, 더 멋지고 푸짐한 시간 꼭 가지시길요.^^

샌드캣님, ㅎㅎ 저 분 뒷모습이 문득 선승 같이 느껴져 한 컷 찍었는데.
제 몫의 남자는 오른쪽 배불뚝이 다소 불량한 차림의 남자랍니다.
결혼하고 우리 둘 다 10킬로그램 이상 쪘다고 얼마전 페이퍼에도 썼었는데.
그런 걸 기억하실 리가 없지요.ㅎㅎㅎ

플레져님, 연속사진 올리는 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서
나중에 천천히 하려고요.
그리고 오른쪽이 책장수님입니다.^^

해리포터 7님, 9월에 삼천포로 가신다고요?
지명이 사천으로 바뀌었죠?
저도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9월만 기다리고 계신 것 아닙니까?
그리고 님 혼자 맞추셨네요.
너무 재밌습니다.^^

반딧불님, 땡~~~
=3=3=3

꽃양배추님, 갈 상황이 아니었는데 무리 좀 했습니다.
덕분에 지금 정신없고요.
글고 곧 먼곳으로 여행 떠나실 분이 부럽긴 뭐가 부러워욧.^^

마노아님, 바다는 언제 봐도 좋지요.
역시 여름엔 바다 한가운데라고 생각했답니다.
물벼락을 맞으며.......^^

플로라님, 재밌게 놀고 왓습니다.
어른들은 아구아구 먹는 맛에, 아이들은 저녁이고 아침이고 바닷물에 풍덩.
저렇게 먹는 회맛을 아시는군요.^^

산사춘님, 어느 바닷가를 다녀오신 겁니까?
무슨 회를 드셨고요?
산사춘님에게 관심이 많습니다. 아시죠?^^

건우와 연우님, 저 회를 안주로 남자들 소주 한 병씩.
저도 반 병 마셨답니다. 헤헤~~

따우님, 땡~~~
=3=3=3

FTA반대 나어릴때님, 사무실 에어컨이 고장났나요?
이 더위에, 우짜꼬.
눈이라도 시원하시라고 바다 사진 올린 건데
낚시해서 '회' 먹은 것 자랑하는 페이퍼가 돼버렸군요.;;

하늘바람님, 이내가 자욱하고 전속력으로 달릴 땐 물살이 덮치는 게
시원하다기보다 좀 공포스러웠어요.
그게 바로 피서였겠죠?^^


 

꿈꾸었던 적막, 그러나 성취하지 못했던 적막이
내 마음을 큰 파도 속의 보트처럼 흔들리게 만들었다.
만나는 모든 얼굴들에게, 나는 작별을 고했다.

깨끗한 해안을 따라 하얗게
부서지는 커다란 파도여......
언제 내가 저 섬에 닿을까?
즐거이, 오 매니큐어 칠한 손톱들과 면도해 버린
겨드랑이들이여, 나는 너희들을 그만 보리라.
즐거이 즐거이, 나는 너희들로부터 오래도록 멀리 떨어져 있으리라.
오 인간의 소음과 악취여!

나는 작별을 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누구를 떠났던가? 내 소유물들 중의
어느 것을 버리고 갈 계획인가?
단 하나도 없다. 이렇게 활짝 깨어 있으면서도
자고 있는 체하고 있는 것, 이것이
내가 달성하게 될 고독의 전부이다.

                                         --<죽음의 엘레지>, 빈센트 밀레이, 1988년, 청하 刊

 

 

나는 이상하게 예전부터 빈센트 밀레이와 실비아 플라스가 몹시 헷갈렸다.
최승자 시인이 번역한 빈센트 밀레이의 이 시집은 아무리 훌륭한 번역이라도
시인의 시를 최대한 독자에게 전할 수 없다는  그런 느낌을 강렬하게 준다.

갑자기 '쥑이는' 시 한 편이 읽고 싶어서 알량한 책꽂이를 노려보고 있자니,
<죽음의 엘레지>가 눈에 띈다.
그리고 펼쳤더니 이 시가......

아무리 용을 쓰고 살아도, 인생이,  '내가 달성하게 될 고독의 전부'로 느껴지는 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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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8-11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풍이 비슷하네요 정말 번역문으로 읽어서 그럴지도.

Mephistopheles 2006-08-11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의 레이져를 한눈에 받은 시집들이 무사한지 걱정이 되는군요..^^

nada 2006-08-11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운대 엘레지 한 곡조 뽑아 주시와요..

blowup 2006-08-11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알게 되었어요. 빈센트 밀레이라는 시인은.
생각해 보면 실비아 플라스의 시를 특별히 좋아해 본 적은 없네요.
시인의 삶이 시를 압도해 버린 것 같아요.

건우와 연우 2006-08-11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나처럼, 그러나 매번 특별히 잘 읽었습니다...^^

sandcat 2006-08-14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처음 들어본 시인입니다. "꿈꾸었던 적막, 그러나 성취하지 못했던 적막"이라니. 다른 색깔로 칠하신 연은 왜 그리 하셨는지 궁금해요. 가장 마음에 드는 연은 아닐 듯 싶은데...
 


누나의 티셔츠, 고모부의 챙모자를 빌려 쓰고......

 










 

 

 

 

 

 

 

 


너무너무 더워요.^^;;;



어제 불쾌지수를 팍팍 올리는 페이퍼를 올리고 찝찝해서......
며칠 전  동주를 중심으로 찍은 아이들 사진 몇 장 올립니다.
동네 놀이터에 잠자리 잡으러 갔다가 한 놈도 못 잡고 그냥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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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8-11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잠자리가 벌써 나왔다고 하시더구요. 울 엄니께서요^^

Mephistopheles 2006-08-11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하나도 안 찝찝했어요..^^

로드무비 2006-08-11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캄사합니다.^^

FTA 반대 물만두 님, 그 날, 잠자리를 대여섯 놈 봤는데 잡을 수가 없었어요.
멋진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chika 2006-08-11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보고 일부러 피한 그 페이퍼, 얘기 같군요. (이제 슬슬 읽어볼까...싶은디;;;;)
동주의 변함없는 뚱한 표정은 정말 귀엽군요! (주하사진도 좀 많이 올려주시지는;;;)

야클 2006-08-11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하 웃는 모습이 모 알라디너랑 굉장히 많이 닮았네요. ^^

sandcat 2006-08-11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 마지막 표정, 맘에 들어요!
저는 휴가 때 세 마리나 잡았어요. 그것도 맨손으로다 =3=3
(잠자리는 잠자리채보다 그냥 손으로 잡는 것이 더 빠르던데요.)

건우와 연우 2006-08-11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하의 좀 껄렁해보이는 표정...우하하 터프해보여서 좋아요..^^

로드무비 2006-08-11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 연우님, 저도 껄렁 & 터프 좋아합니다. 하하~

샌드캣님, 맨손으로 세 마리나!@,.@
가차이 살면 한 마리 분양해 달라고 조를 터인데.....
(얼마나 날렵하시믄. 그리고 유능하십니다.
'유능'에 목을 맨 우리! 물귀신 작전.)

야클님, 모 알라디너가 누군데요? 궁금.
H모님? K모님?=3=3=3

FTA 나빠! 외친 치카 님, 제목 보고 일부러 피하는
페이퍼도 있나봐요?
그렇지요, 뭐. 제목만 보고도 감이 오지요.^^

기인 2006-08-11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어렸을 때 잠자리 잡으러 다녔던 거 생각나요. 사마귀도 잡고.. 나중에 다 놓아주었나, 그러지 않았나 기억이 잘 안나네요 ^^;
아이들 이뻐요 :)

달콤한책 2006-08-11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자리채로 날아다니는 잠자리는 한 마리도 못 잡고 매미만 잡았어요. 매미 잡기가 훨씬 쉬워요. 앉아있는 잠자리를 손으로 잡아야 할텐데....무서워요 @..@ ㅎㅎ

하늘바람 2006-08-11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자리 나온지 꽤 되었어요 그런데 전 잠자리 무서워서 잡지도 못한다는

waits 2006-08-11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애기들 넘 귀여워요. 동주랑 주하랑 친하게 지내고 싶다..ㅎㅎ
잠자리 잡아 멋진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말씀이 정겹습니다...^^

반딧불,, 2006-08-12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와~~~ 아이들 너무 이쁩니다.
그저그저 노는 모습만 봐도 좋습니다.
잠자리는 뭐 나중에 잡아도^^

어룸 2006-08-12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잠자리는 나중에 잡아도 되잖아요!! 재밌게 놀았으면 된거죠~^^

해리포터7 2006-08-12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저표정이 죽이는데요.잠자리 많이들 날아다니더군요..몇년전에 잠자리 잡으러 나갔다가 너무 많이 날아다니는 잠자리를 채로 휙휙 이리저리 휘둘렀더니 후두둑 잠자리가 떨어지더군요.그뒤로 잠자리 잘 안잡아요.ㅠㅠ&

로드무비 2006-08-14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리포터 7님, 만리포 해수욕장에선 저공 2층으로 포개어 교미 중인
잠자리 커플도 봤습니다.
무섭더라고요.^^;;

투풀님, 별로 안 재밌었으니까요.
덥고 귀찮은데 사진만 몇 장 강제로 찍히고......^^

반딧불님, 잠자리채 다 망가졌습니다.
얼마나 허술하게 만들어졌는지......
나중에 손으로 잡지요, 뭐.^^

FTA반대 나어릴때님, 아이들은 잠자리나 나비 잘 잡는 엄마를
원할 것 같아요.
무능 콤플렉스에 시달리다 보니 나온 말입니다.
동주랑 주하랑 친해지면 싸움 말리느라 골치 아픕니다요. ㅎㅎ

하늘바람님, 날개는 잡을 수 있겠는데, 잠자리 눈이 좀 무서워요.;;

달콤한 책님, 여기도 아침이면 매미 소리가 장난이 아닌데......
그런데 전 매미도 무서워요.
님이 잡으셨다니 저도 어디 용기를 내어 볼까요?^^

기인님, 메뚜기라면 구워 드셨을 텐데...ㅎㅎ
팔다리나 날개를 부러뜨리지 않고 놓아주셨다니
착한 소년이었던 듯.^^

chika 2006-08-14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헷~
제목보고 일부러 피하는 페이퍼는...기분이 무지 안좋을 때 그 기분을 더욱 처참하게 만들 것 같은 (세상 참... 을 보면 딱, 감이 오잖겄슴껴? ^^;;;).
그럴땐 나중에 기회될 때 읽어보고 그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