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난데없이 '시래기'에 필이 꽂혔다.

일요일 오전에 즐겨보는 텔레비전 맛 프로그램이 있는데
시래기를 듬뿍 넣고 끓인 민물새우 매운탕이 나온 것.
민물새우와 시래기가 반반인 얼큰하고 걸쭉한 매운탕을 보고
입맛을 쪽쪽 다셨다.
'인생을 알면 국물맛을 안다'는 박중식 시인의 유명한 시구도 있는데.....

그 맛집에서 보물단지처럼 모셔놓고 애지중지하는 건 다름아닌
지난해 석 달 동안 햇볕과 바람에 말린 무청 시래기.
시래기를 한 뭉텅이 꺼내 가마솥에 푹푹 삶다가 열 시간이나 찬물에 담가놓고
헹궈주길 반복하는데, 그 시래기를 된장으로 무쳐 민물새우매운탕에 듬뿍 넣어준다는 것.

여성 진행자가 완성된 매운탕에서 시래기를 한 젓가락 집어 맛보더니
"예술이네요!" 하며 감탄하는데,  그 순간 전류가 찌르르 흘렀다.
살다살다 시래기에 이렇게 반하기는 처음!

가족과 외출했다가 돌아오는 길, 아이의 학용품 등 살 게 있어
모처럼 대형마트에 들렀다.
삶아놓은 시래기는 한 뭉텅이 샀는데 민물새우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하여 차 안에서 부랴부랴 결정한 저녁 메뉴가 민물고기 매운탕.
동네 초입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되는 수락산 계곡에
동생이 봐둔 매운탕집이 몇 개 있다는 것이다.

사설 수영장처럼 계곡의 물 웅덩이 주변으로 천막을 치고 평상을 펴서
손님을 받고 있는 식당들.
여름의 끝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는 사람들로 만원이었다.

차를 대는 동안 먼저 내려 식당 음식맛 염탐에 들어간 책장수님이
파전을 부치고 있는 주인장에게 물었다.

"이 집 메기매운탕 맛있어요?"

"글쎄요,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니......"

그 솔직하고 덤덤한 대답이 나는 마음에 들었다.

차려내온 짠지며 파김치며 마늘쫑도 얼마나 맛나던지,  혹시나 뜨내기 손님 위주의
엉터리 식당이면 어쩌나 하는 마음 한구석의 염려를 깨끗이 접었다.
그리고 이렇게 시원하고 좋은 곳이 집 가까이 있는데 모르고 여름을 나다니
안타깝다는 흰소리를 하며 매운탕을 기다렸다.

닭볶음탕이며 파전을 시켜놓고 먹다가, 꽤 깊은 계곡 물웅덩이에 들어가서
첨벙첨벙 놀다가, 술도 한잔 먹고, 졸리면 낮잠도 자고, 화투도 치고,
그렇게 하루종일 노는 곳이란다.
둘러보니 정말 그렇다.

유원지 매점 수준의 허름한 식당 꼴과 달리, 맛은,
여름 휴가지에서 먹은 유명 맛집의 매운탕과 견주어  조금도 뒤지지 않았다.
오매불망 고대하던 시래기도 듬뿍.

오늘아침 눈을 뜨자마자 제일 먼저 생각난 게 냉장고 속에 넣어둔 어제 사온 시래기.
넙적한 냄비에 된장과 멸치가루를 풀고 시래기국을 끓였다.
내 고향 부산에서는 '시락국'이라고도 한다.

어느 집구석 부럽지 않게 알뜰하고 구수한 냄새를 풍기며 시작한 하루였다.

 

 



 
**구글에서 업어온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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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09-04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후...침넘어갑니다. 저도 시래기 엄청 좋아한답니다^^..
민물생선 아니어도 지지면 정말 맛나요!! 들깨가루도 넣구요^^

건우와 연우 2006-09-04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맛나겠어요, 저 시래기. 물자박하게 넣고 들깨가루 넉넉하게 뿌리고 볶아도 맛있는데...^^

치유 2006-09-04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참..저도 밥 먹어야 겠어요..꿀꺽!@@

urblue 2006-09-04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저도 그 프로 보고서, 저녁에 대하랑 꽃게랑 사다가 굽고 쪄서 엄청 잘 먹었습니다. 같은 음식을 보고도 떠올리는 게 다르네요. ^^

로드무비 2006-09-04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 채썬 감자 휘감고 튀긴 왕새우도 먹고싶었어요.
그런데 이런 시가 있습니다.
늙으면 국물맛을 안다.=3=3=3

배꽃님, 아직 안 드셨어요?
아점이겠군요. 맛나게 드시길.^^

건우와 연우님, 아참, 들깨가루.
고등어 지져먹을 때 무청시래기 넣어도 맛있고.
언제 님 말씀처럼 자작하게 볶아서 먹어볼게요.^^

따우님, 시래기 넣은 음식 좋아하시죠?
다 알아요.^^

반딧불님, 금목걸이보다 잘 말린 시래기가 탐납니다.^^


클리오 2006-09-04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래기 된장국 정말 맛있어요... 그리고 문득, 전 매운탕을 안먹으니 그런 집에서의 닭백숙과 한가한 오후가 엄청 그리워지네요...

로드무비 2006-09-04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닭백숙과 한가한 오후, 라는 말에 울림이 있습니다. 클리오님!^^
(매운탕을 못 드시는군요. 저런!)

물만두 2006-09-04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래기에 묵은지 넣고 국끓이면 죽이죠^^

비자림 2006-09-04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로드무비님, 중견주부신가 봐요. 시래기국 뚝딱 끓이시니.ㅎㅎ
아, 매운탕 먹고 싶어요. 밥 금방 먹고 왔는데 넘치는 이 식욕은 어찌 하누..쯧쯧

Mephistopheles 2006-09-04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를 통해 시래기가 산삼으로 둔갑해 버렸습니다...^^

urblue 2006-09-04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저도 국물맛 안다구요, 다만 만들지를 못할뿐. 어제도 살 통통하게 오른 꽃게를 쪄 먹으면서, 이걸 탕으로 끓이면 얼마나 맛있을까 했답니다. 그치만 꽃게탕을 제가 어찌 끓이겠어요. 흑흑.

sooninara 2006-09-04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주에서 시누이가 사주는 민물새우 시래기 먹었었는데..
정말 맛나더군요.
전 시래기 맛나게 할 자신이 없어서 무조건 ..감자탕 해먹어요^^

반딧불,, 2006-09-04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블루님. 꽃게탕도 된장국 끓이듯이 끓이면 되는데 안타까워요..

로드무비 2006-09-04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 호호~ 앞으로도 좀 갈챠드리세요.^^

수니나라님, 님의 감자탕은 정말 맛나 보이더군요.
전 민물새우탕이 있다는 것도 어제 처음 알았습니다.^^

블루님, 꽃게탕은 무 큼직하게 썰어넣고 마늘과 고춧가루만
풀어넣으면 되는 것 아닌가요?
된장 조금만 넣고.
꽃게 살 발라먹는 것 귀찮아서 안 끓입니다.
뭐 저도 할 말이 없는 처지네요.^^
그나저나 국물맛을 정말 아실까?( '')

메피스토님, 산삼으로 변한 시래기라니, 헤헤~~

비자림님, 어머 제가 너무 유능해 보였나요?
제 스스로 지은 별명이 '명색이 주부'랍니다.=3=3=3

물만두님, 맞아요.^^

하루(春) 2006-09-04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그거 봤는데요. 저는 중새우 또띠가 먹음직스러워보여서 사실 시래기는 안중에도 없었어요. 저희 엄마도 시래기 좋아하시는데...

하루(春) 2006-09-04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사진은 매운탕집에서 찍으신 거예요?

로드무비 2006-09-04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참 출처를 안 밝혔네요.
아침부터 시래기 이미지 검색하느라.
구글에서 가져온 사진입니다.
그리고 그 음식 왕새우 또띠가 아니었나요?
정말 먹음직스러웠습니다.
그래도 전 국물 쪽! 술꾼답게.=3=3=3


sudan 2006-09-04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실런지 모르겠는데, 전 로드무비님때문에 국물 컴플렉스가 생길라 그래요. 아직 국물 좋을 줄 모르겠어서요. 전에는 국물맛을 알아야 인생을 아는거라고 말씀하시더니. -_-

로드무비 2006-09-05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udan 님, 와라락=3 반가워서.....
제가 요즘 총기가 바닥나 시구를 엉뚱하게 착각했지 뭐예요.
고쳐줬습니다.
어쩌면 저것도 예전에 제 마음대로 바꾼 건지도 몰라요. 히히~
아무렴 어떻습니까.
sudan님을 만나니 반갑기만 한걸요.^^
(전 어려서부터 국물 맛을 알았던 것 같은데.=3=3=3)
 

얼마 전 딸아이의 남자친구 엄마에게 전해 들은 말이다.
같은 아파트에 살던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좀 멀리 이사를 가셨는데 그곳에 처음 가본 녀석이 시무룩하더란다.

할머니가 새로 옮긴 아파트와 이전의 아파트의 차이점을 묻자
녀석이 했다는 말.

"여기는 주하가 없잖아요."

그 말이 얼마나 달콤한지,  듣고 기절하는 줄 알았다.


개학을 앞두고 나는 밀린 일 때문에 좀 바빴고, 남자친구의 엄마가 아이들을 데리고
광릉숲이며 재난방지 체험 어쩌고 하는 곳에 데리고 다녔다.
방학숙제 사진 스크랩을 위한 벼락치기 현장학습.

그리고 또 마지막날은 고맙게도 아이 둘을 데리고 앉아 직접
풍선공예를 가르치는 장면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프린트로 사진들을 뽑고, 또  사진관에서 현상한 사진들을 모조리 챙겨 주는 바람에
나는 코 한 방울 손에 안 묻히고 시원하게 코를 푼 격이랄까.

스크랩도 알아서 하라고 아이 손에 맡겼더니 나비 사진이니 소방 방재 사진이니는
뒤로 미뤄놓고 대문짝만한 남자친구 사진을 척 붙여놓았다.
그리고 연필로 빼뚤빼뚤 썼으니.

--내 남자친구.

그래놓고는 아주 태연한 얼굴이다.

이 동네로 이사 와서  어린이집에서 만나 사귄 지 어언 4년째.
둘의 우정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기를......




***피아노 연주회날 찍은 예전 사진 한 장 올립니다.
카메라가 고장나 요즘 사진을 못 찍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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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7 2006-09-01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로드무비님 주하요정같아요^^ 음 남자친구도 멋있네요! 어쩜 그런 달콤한말을 다 읊다니...ㅎㅎㅎ

mong 2006-09-01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하 남자친구도 이뻐요 흐흐

waits 2006-09-01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ㅎㅎ 안그래도 요즘 주하 사진 너무 안올리신다 했는데...

물만두 2006-09-01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하도 남자친구가 있건만 ㅜ.ㅜ 부럽습니다~

진/우맘 2006-09-01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 ㅏ.....예진양...다이어트가 필요해....ㅠㅠ

내이름은김삼순 2006-09-01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로드무비님,처음 인사드리네요, 주하가 너무 이뻐요~도도한 매력을 지니고 있는걸요? 저도 만두님 따라 부럽습니당,,에공,,저는 이 좋은 나이에 뭘하는지요,,ㅋㅋ
긍데 좀 더 다정하게 찍지는!!아쉬워요,,^^;;

BRINY 2006-09-01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아~ 진심에서가 아니면 할 수 없는 말이죠, 그런 말~

로드무비 2006-09-01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이름은 김삼순님, 반갑습니다.
도도한 매력이라니 처음 듣는 칭찬이군요.
그런 거랑은 거리가 멀고 애가 좀 순진합니다. 엄마 닮아서요.=3=3=3
그리고 서른 훨씬 넘겨 결혼한 사람 여기 있으니 너무 아쉬워 마세요.
앞날이 창창하십니다.^^

진/우맘님, 다이어트가 필요한 사람은 따로 있다고요.
(예진양의 야무진 매력이 전 부러운뎁쇼. 진정으로.....)

물만두님, 어째 좀 빵이라도 사드려야 할 것 같은.
너무 구슬픈 어조로 말씀하셔서. 헤헤^^
(저도 가끔 부럽습디다.;;)

평택, 나어릴때님, 아이 사진 올리는 게 이젠 좀
거시기하더라고요.
깜찍한 기운도 없어지고 제가 봐도 여엉.^^

mong님, 녀석이 얄미울 때도 있어요.
서방처럼 굴 때.ㅎㅎㅎ

해리포터7 님, 요즘 아이들 정말 깜찍합니다.
둘이 지나가면 아이들이 쑤근쑤근한다는데 신경도 안 쓰는 눈치.
그리고 요정 같았어요, 저 날은.^^



chika 2006-09-01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주하도 남자친구가 있건만 2 (서글픈 만두네 빼미리~ ㅜㅡ)

Mephistopheles 2006-09-01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리미리 준비한 예비 사위 후보 기호 1번 이군요...^^

건우와 연우 2006-09-01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하가 없잖아요....정말 달콤해요...^^
귀여운 것들....^^

sooninara 2006-09-01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이쁜것..4년간 사귀다니 정말 대단하네요^^
장래의 시어머님도 외조를 잘해주시고..(농담임돠)
다 로드무비님이 잘하시니 오는것도 많겠죠?

진/우맘 2006-09-01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이 야무진 건지 0가지가 없는 건지 살살 헷갈리기 시작했고.....그리고 밖에서는 조용한 헛똑똑이 랍니다.^^;

blowup 2006-09-01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주하 사진 기억나요. 주하도 한 사람과 오래 가는 스타일인가 보군요.^-^
이런 기록들이 나중에 주하를 얼마나 웃게 만들까요.

마노아 2006-09-01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이뻐요. 그림 같네요^^

로드무비 2006-09-01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고마워유.^^

namu님, 아이가 숫기가 너무 없는데 딱 한 명하고만
절친하게 지내는 경향이.
예전 살던 동네에서도 한 살 많은 언니랑 그랬거든요.
이런 페이퍼도 나중에 주하에게 좋은 기록이 될까요? 흐뭇.

진/우맘님, 사실 알고보면 대부분의 인간이 헛똑똑이.ㅋㅋ
엄마 앞에서만 다소 어리숙해 보이는 모습을 노출하는 것 아닐까요?

수니나라님, 책 빌려주는 것 외엔 잘하는 것도 없습니다.
아이 가끔 강제로 밥 먹이고요.^^
(시엄마로 정말 따봉인 여인. 제가 좀 문제가 많은 장모감.ㅎㅎ)

건우와 연우님, 주하가 없다니 무신 말씀?
분홍드레스를 입으니 몰라보셨나?ㅎㅎ

메피스토님, 주니어도 줄 세우실래요?=3=3=3

아주모테 치카님, 아아니, 이 경쾌한 페이퍼에
탄식이 웬말이오.^^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삽니다. 명심하세요.=3=3=3)

내이름은김삼순 2006-09-01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랏? 도도한게 아니라 순진한 아이였군요^^
그러고 보니 저 분홍드레스 이뻐요!! 살도 뽀샤시 한게 부럽습니다,,^^
저는 언니만 넷이고 형제가 많아서뤼 저런 이쁜 옷 꿈도 꾸지 못했답니다,
교복도 죄다 물러입은지라,,제가 막내딸이라서 ㅠ
저도 이제부턴 주하의 매력에 빠져보렵니다^^
긍데,,로드무비님 닮아 순진하단 말씀이 진짜??ㅎ 제가 아직은 확인할 길이 없네요^^;;

ceylontea 2006-09-01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하 역시나 이번 사진도 무척 예뻐요... 주하의 카리스마에 휘둘릴 듯 한데요.. ^^
주하 사진 직을 수 있도록 빨리 사진기 고치세요.

아영엄마 2006-09-01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끈끈한 우정이나 애정이냐... 후후~ 주하가 워낙 매력적이라 남자 아이가 다른 아이한테 눈 줄 생각이 없나 봅니다. ^^

2006-09-01 2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실비 2006-09-01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정하게 찍은사진이 보고싶네요~ 다른남자들에게도 인기 많을텐데
남자친구가 불안하겠어용~

날개 2006-09-03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재를 좀 닮았어요...^^ 그래서 더 귀여운것 같다는....ㅎㅎㅎ

로드무비 2006-09-04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아이가 순하게 생긴 것이 좀 그렇지요?
저도 언젠가 성재 사진 보고 그런 생각 잠시 했답니다.^^

실비님, 다른 남자아이들에겐 인기 없습니다.ㅎㅎ
녀석도 그런 생각은 전혀 안하는 것 같고요.^^

어린 남자애 님, 제가 보기엔 천생연분인데요.=3=3=3

아영엄마님, 후후~ 매력적이긴 하지요. 사진으로 보면.ㅎㅎ
정든 친구 한 명과만 사귀는 타입이랄까요.
커면서 좀 달라지길 기대하고 있답니다.^^

실론티님, 카리스마 하면 지현이죠.
그 표정, 그 맵시.ㅎㅎ
카메라 대리점이 어딘지 몰라서 처박아 두고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면 나올라나요?;;

내이름은김삼순 님, 아아 형제 많은 집의 막내딸.
듣기만 해도 부러운 걸요.
드레스는 피아노학원에서 대여해 입힌 겁니다.
대강 사이즈 맞추어.
주하는 분홍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에요.
레이스, 꽃무늬도 싫어하니 공주과는 아닌 듯.^^

올리브님, 고마워용.^^

산사춘 2006-09-07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움머, 4년이라고라. 멋진 남자친구이긴 하지만 그 나이 때는 한곳에 너무 오래 정착하믄 아니대, 주하야~
 
무슈 장 1 - 서른이 된다는 것 세미콜론 그래픽노블
필립 뒤피 외 지음, 황혜영 옮김 / 세미콜론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얼마전 필요에 의해 한 포털에 새 메일 주소를 만들었다.
그런데  '나에게 보내는 메일'이라는 단추가 눈에 띄었다.
지금은 메일로 살뜰하게 편지를 주고받는 친구도 하나 없는 형편,
기념으로 짤막한 편지를 한 통 나에게 보내기로 했다.

로드무비야, 사는 거 힘들제?
애 많이 쓴다.

그런데 세상에, 딱 두 줄 쓰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도는 거다.
애를 쓰기는커녕 게으르고 방만하기 짝이 없는 모습으로 사는 주제에......
너무나 같잖아서 편지 쓰기를 중단하고 왼쪽 팔뚝을 세게 꼬집어주었다.

그 멍의 푸른빛이 아직 남아 있는데 여태까지 보지 못한 프랑스 만화를 한 권 읽게 되었다.
<무슈 장 1권, 서른이 된다는 것>.
서른 살 생일을 며칠 앞두고 친구 앞에 오만상을 찡그리고 있는 남자가 주인공이다.
다음주면 서른 살이 된다며 툴툴거리자,
"서른 개 이상은 케이크에 초를 꽂기가 싫다는 거냐?"
라며 핀잔을 주는 가난뱅이 친구 팰릭스.
장에게 빈대 붙어 살다시피 하면서도 도무지 은공을 모르는 놈이다.

집에 돌아왔더니, "생일에 전기오븐을 선물할까?"라고 자동응답기에 녹음된 엄마의 목소리.
외로워는 죽겠는데 아직 누군가 자신의 삶에 깊이 개입하는 걸 참을 수 없어
여자도 귀찮고, 아아, 어쩌란 말이냐, 이 가슴을.

생일날 오후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다 실패하고 결국 풀 죽은 모습으로
부모님의 집에 가서 밥을 얻어먹는 장.
부모님은 생일선물이라며 '드릴'을 내민다.
콘크리트 벽에도 쉽게 구멍을 뚫을 수 있는.

서른 살이 되면 전기오븐이나 드릴 같은 것들을 생일선물로 받게 된다.
슬퍼해 봤자 소용없다.
나 또한 2년 전, 포천에서 농사 짓고 사는 고모의 생일에 맞춰 고등어를 한 상자 주문하면서
 '실용성'과 엿 바꿔먹은  '낭만'을 생각했다.

어느 날, 자신이 번역한 책이 리스본의 한 출판사에서 출간되어 초청을 받는데,
며칠 집을 비운 사이 도둑이 훔쳐갈까봐 그가 상자에 챙기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슬픈 노래를 부른 여인 빌리 홀리데이의 음반이며
할아버지에게 열다섯 살 생일에 선물받은 한 권의 시집이다.
서른 살이 되었다고 재산목록 1호가 바뀌겠는가!

그리고 그가 애타게 찾는 건, 서른 살의 자신을 수신인으로 하여
자신이  열다섯 살 때 쓴 편지.
잘 간직한다고 한 그 편지는 도대체 어디에 숨었을까?

책의 뒷부분, 냄새의 기억과 관련한 프로스트의 마들렌빵에 대한 언급을 읽고는 깜짝 놀랐다.
바로 2, 3일 전 바로 그 부분을 길게 인용한 책을 읽으며 밑줄을 쳤던  것이다.
(나의 가을은 마들렌빵 냄새와 함께 왔다.)

먼 옛날의 것들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을 때, 사람들이 모두 죽고,
물건들이 모두 깨어져 흩어져버린 후에도, 그보다 더 연약하지만 더 활기차며,
더 끈질기고, 더 충실한 냄새와 맛만이 오랫동안 자세를 갖추고 있다.
마치 다른 모든 것들의 잔해 속에서 자기들의 순간이 오기를 기다리며
우리 기억을 일깨워 주려고 준비를 갖춘 영화처럼.
                                                --<나이 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 중에서.



무슈 장이 막연하게 기대하는 인생의 그 순간은 과연 언제 도래할 것인가?
올컬러의 코믹한 그림과 말풍선 속의 빽빽한 대사들이 마치 박영규 선우용녀가
등장하는 장면의 옛 시트콤을 보는 것 같다.
2권, 3권을 함께 주문하지 않은 것이 아쉬운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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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wup 2006-09-01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 님은 낭만을 실용성과 엿 바꾸듯 교환하지 않으실 분이세요.
가만 보면, 어찌나 낭만적이신지.
부러 그렇지 않은 척 너스레를 떠시는 것 같은데요. 감추기 위해서죠.^^
신랄한 생의 감각과 허무한 낭만을 늘 함께 품고 계시죠.
2, 3권은 제가 나중에 선물해드릴게요.

진/우맘 2006-09-01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지하게 땡기게 만드는.....흠........역시, 로드무비님의 리뷰, 여전하십니다.^^

urblue 2006-09-01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저께 점심에 혼자 밥 먹으면서 이 책을 봤더랍니다. 2,3권도 재미있을 듯. 저런 무슈 장이 아빠가 된다잖아요. ^^

BRINY 2006-09-01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일날이라고 케익에 나이수대로 초 꽂아본 게 3년쯤 된 거 같아요. 그후로는 케익 사도 먹을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케익도 안사고...내년에 다시 한번 해볼까요~

waits 2006-09-01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일선물 받은 전기오븐에 머리를 처박나 했어요. 다행히, 아니군요.
바뀌지 않는 재산목록 1호에 왕공감...^^

로드무비 2006-09-01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리니님, 저는 케이크 별로 안 좋아하는데,
아이가 좋아해서 케이크는 사게 됩니다.
초 꽂고 생일축하 노래 안 부르면 생일잔치 아닌 줄 알잖아요.
요즘 작고 예쁜 케이크 많던데 내년에는 꼭 기분 내세요.
이왕이면 멋진 분과 함께......^^

블루님, 이 책 읽으며 엊그게 블루님이 단 댓글 뜻을
뒤늦게 이해했다우.
아빠가 된다니 기대되네요.^^

진/우맘님, 헤헤, 무지 재밌는 만화입니다.
꼭 읽어보시길.^^
(읽는 동안 유쾌해요.)

namu님, 아니 제가 뭘 감췄다고.
그렇게 보아주시니 너무 황홀합니다.
그리고 2, 3권을 선물해 주신다고요?
책값이 너무 비싸서.=3=3=3




mong 2006-09-01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책 리뷰도 어쩜 이렇게 짠하시게 쓰시는지~
로드무비님 가을이 성큼 다가왔어요 ^^

로드무비 2006-09-01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택, 나어릴때님, 무슨 그런 무서운 말씀을!
님의 재산목록 1호는 음반들인가요?^^

mong님, 아침에 난간에 매달려서, 학교 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지켜보는데 가을이더군요. 정말.
낮에는 아직 좀 덥죠?^^

2006-09-01 1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9-01 1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06-09-01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제가 선물해드리고 싶었는데 나무님에게 선수를 빼앗겼네요.
책값이 비싸다는 로드무비님 댓글을 보니, 나무님하고 저하고 2권, 3권 나눠서 하면 어떨까 그런 생각도 해보고. ^-^

sandcat 2006-09-01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바구니에 집어넣으면서 왜, 메세지 넣을 수 있잖아요. 상품 주문할 때. 저도 스스로에게 뭐라고 써볼까, 하다가 그만뒀어요. 쓴다 해도 "책 좀 읽어라", "밥은 먹었냐?" 정도겠지만..

로드무비 2006-09-01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샌드캣님, 전 그런 생각 한 번도 못해봤는데.....
책 주문할 때마다 한 마디씩 써넣으면 재밌을 것 같아요.^^

치니님, 무슨 말씀을요. 헤헤~~
그렇게 말씀해 주신 것만 해도 배가 부릅니다.^^

다음 주 양식 벌어놓은 님, 야곰야곰 읽기 좋은 책입니다.
앞의 책에 대해선 두어 번 페이퍼에 썼는데.
그 작가의 책 리뷰도 썼고요.^^

귀엽기도 하고 님, 주하와 함께 읽을게요.^^*

건우와 연우 2006-09-01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들렌빵 냄새가 궁금해지네요...^^
로드무비님덕에 읽고 싶은 리스트가 자꾸 길어집니다.

로드무비 2006-09-01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 연유님, 버터와 우유가 섞인 스몰 쎄미 카스테라.ㅎㅎ
사실 그 향을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전 옥수수빵(술빵) 넙적한 것이 더 좋아요.

에로이카 2006-09-04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왜 이 페이퍼를 이제야 봤을까요? 별로 할 일없고 찾아주는 사람도 없다면, 생일날, 10년 후 생일을 맞이하는 자신에게 편지를 쓰는 것도 아주 좋겠네요... 만약 그렇다면 올해 생일에는 서른다섯의 에로이카에게... ㅎㅎㅎ...

로드무비 2006-09-04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로이카님, 그럼 님의 나이가 지금 25세?
아구구구, 청춘의 초입에 서 계시는군요. 부럽사옵니다.
생일 언젠지 알려주시면 카드 한 장 보낼게요.

전 10년 후의 자신에게 편지를, 그런 거 낯간지러워서 몬하겠어요.
멋과는 담을 쌓은 인간.=3=3=3

2006-09-05 0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9-06 0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9-06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썽......
고맙습니다, 귀한 글 보여주셔서.

산사춘 2006-09-07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 많이 쓰시며 사셨군요. 왼쪽 팔뚝 호호~ 좋은 글들 감사합니다.
 
박찬욱의 오마주
박찬욱 지음 / 마음산책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시드니 루멧은 최소한의 것에서 최대한의 감동을 이끌어낸다.
'정의는 반드시 이긴다'기보다는 '정의가 이길 때도 있다'는 깨달음에서
비롯한 것이지만, 깨달음이 이렇게 소박할수록 감동은 절실하다.
(
364쪽, <폴 뉴먼의 심판>, 시드니 루멧 감독의 영화)


박찬욱의 <오마주>를 재밌게 읽었다.
영화에서 받은  감동을 과장하지 않고,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명쾌하게, 또 통찰력 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이런 책은 뭐니뭐니 해도 독자에게 미지의 감독과 영화를 소개하거나,
눈 뻔히 뜨고 놓쳤는데 까맣게 잊고 있던 영화를 다시 상기시켜 준다는 데
최대의 효용가치가 있다.
<박찬욱의 오마주>를 읽고 내가 수첩에 기록한 영화는 다음과 같다.

<가르시아> <'84 찰리 모픽> <제3의 기회>, 록 허드슨 주연의 <세컨드> ,
<이브의 모든 것> <죽음의 카운트 다운> <섹스의 반대말>

그런가 하면 한 번 본 것인데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한 영화들도 있다.

<아이스 스톰> <로드 투 웰빌> <네트워크> <사랑과 경멸>  <글로리아>

<아이스 스톰>의 경우, 출장에서 돌아온 아빠가 "나 왔다!" 하니까 아들놈은,
"언제 가셨더랬어요?" 하질 않나,
또 추수감사절의 식탁에서 감사기도를 시키니까  마지못해 딸아이가 기도를 하는데,
"인디언과 민중이 학살당할 때 이렇게 잘 처먹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읊었다는 것이다.
화면이 하도 컴컴해서 아주 어렵게 본 영화로 기억되는데, 그런 주옥같은 대사가 있었다니.......

--과연 고다르는 고다르, 그는 적의 총으로 적의 심장을 겨눈다.
(159쪽 영화 <사랑과 경멸>)

다른 사람 같으면 200자 원고지 두세 장으로 지껄이고도 남았을 내용의 글을 
딱 한 줄로 처리하는 능력이라니!
그나저나 보느라고 챙겨 봤는데, 세상에는 왜 그리 모르는 작가와 영화들이 많은지......

박찬욱이 생각하는 그동안 과대포장되어 소개된 감독과 영화들을 살펴보는 일도
무척 흥미로웠다.
예를 들어 왕가위의 <중경삼림>에 대해,

'고독한 게 뭐 자랑인가? 고독하다고 막 우기고 알아달라고 떼를 쓰는 태도가 거북하다'(491쪽)

고 써서 나를  한참 동안 웃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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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8-30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가르시아가 샘 페킨파의 가르시아라면..어제 봤습니다....^^

건우와 연우 2006-08-30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경삼림에 대한 글을 보니 저도 저 책이 읽고 싶어집니다...^^

로드무비 2006-08-30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 연우님, 무지 웃기죠?ㅎㅎ

메피스토님, 왜 아니겠습니까.
그 가르시아입니다요.^^

국경을넘어 2006-08-30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화가 거의 예술이군요. 갑자기 머리가 환해집니다 (대답을 찾기가 어려워) ^^*

비자림 2006-08-30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박찬욱 영화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님의 글을 읽으니 이 책이 땡기는군요.
그런데 언제 살라나?~~~~~~ 아이들 책 위주로 문화비를 지출하는 비자림 올림

치니 2006-08-30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런데, 일반적인 루트로는 너무 찾기 힘든 영화들이네요, 골라놓으신 것들이...
혹시 어디서 찾아보시는지요...? 저도 보고싶은데...

Mephistopheles 2006-08-30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참..묘하네요..어제밤에 본 영화를 오늘 로드무비님 페이퍼에서
언급을 하시다니..?? ^^

2006-08-30 2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06-08-30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궁금했는데 여기서 보게 되었어요. 헌데 이 책을 보고나면 자동으로 그 영화들을 찾아보게 되는 순서죠? ^^;;;

waits 2006-08-31 0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스스톰"의 대사는 기억 안나지만, 영화 분위기로 봐서 충분히 그럴 법도 하네요.
왕가위를 특별히 좋아하진 않지만 자기는 소시 적에 '달은 해가 꾸는 꿈' '삼인조' 같은(?) 것도 찍었으면서, 좀 박하군요...^^;;;

로드무비 2006-08-31 0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택, 나어릴때님, 하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군요.
<달은 해가 꾸는 꿈>은 정말 의외였지 않습니까?
나현희와 이승철의 불협화음이라니......
삼인조 때만 해도 저 이경영 무지 좋아했어요.
보고 싶어라.^^

마노아님, 두어 편은 꼭 챙겨 보려고요.
이런 식으로 영화 소개 받는 것 재미있어요.^^

풀어놓고 싶은 이야기가 님, 님의 그 이야기 기대하고 있을게요.
누군가 기대한다는 게 부담도 되지만, 한편으로는 동력도 되더라고요.
모쪼록 멋진 시간 되시기를......^^

메피스토님, 희미한 인연의 그림자가...=3=3=3

치니님, 저도 뭐 일단 적어놓는 것에 불과합니다.
기억해 놓으면 두어 편은 얻어 걸리겠지 싶어서.
전 옛날에 홍은동 영화마을에서 대부분의 영화들을 빌려봤는데,
요즘은 어떤가 모르겠어요.^^

비자림님, 전 제 책 열 권 살 때 아이 책 한 권 사는데.ㅎㅎ
박찬욱에 대한 호오를 떠나서 그의 영화 얘긴 재밌어요.^^

폐인촌님, 저 대사가 없었으면 이 책 리뷰를 안 썼을 거예요.^^*

2006-08-31 07: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8-31 1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8-31 1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8-31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다행이어유.^^*
 

아침에 즐겨보는 맛집 프로그램에 '병어회 무침'이 나왔다.
기억은 마음 내키는 곳에 드러눕는 개와 같다더니,
병어라는 생선을 보는 순간 잊고 있던 한 여성작가의 단편소설이 생각나면서
그 선량하고 맑은 눈망울과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떠올랐다.
'병어회'의 이순(李旬),  80년대 초에 활발하게 작품활동을 한 이이다.

당시에는 미모가 뛰어난  작가가 흔하지 않았는데, 조분조분한 말솜씨와
탤런트 뺨치는 해사한 얼굴로  텔레비전의 한 문학 프로그램 진행자 자리도 꿰찼었다.
초대손님으로 나온 작가와 책 이야기를 나눌 때 보면 그이는 꽤나 논리적이고
빈틈이 없었다.

<소설문학>이라는 문예지의 표지모델이 되었을 때, 그는 말했다.
이 나이에 기미와 주근깨투성이의 확대한 얼굴 사진을 표지에 싣다니, 무모한 도전이라고......
이상하게 그 말이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다.
(그 때 그이의 나이가 30대 중반, 혹은 후반?)

'백부의 달'이니 '네게 강 같은 평화'니 하는 그의 대표소설들을 발표된 지 몇 년 지나 
겨우 챙겨본 터이지만,  그의 작품들은 뭐랄까, 하나같이 조미료를 치지 않은
삼삼한 맛의 음식 같았다.
다소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는 나의 입맛에는 별로 맞지 않았다.
한 소시민 가족의 일상을 세세하게 묘사한 '병어회'는 꽤 재밌게 읽었다.
TV문학관인가 아무튼 어떤 방송에서 단막극으로 만들어 방영했던 것도 기억난다.

그런데 소설을 발표하고 대학 강의도 맡고 한창 열심히 일하던 인생의 절정에서
어느 날 그이는 쓰러졌다.
그리고 다시는 이전의 그로 돌아올 수 없었다.
나중에 의식이 돌아왔다고는 하나 어린아이의 단계에 머물렀다고 하니
얼마나 기가 막힌지.
처음 그 소식을 접하고 말할 수 없는  공포를 느꼈다.
커다랗게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인생이란 놈에게 언제 어떻게 잡아먹힐지 모른다!

그의 남편이 바로 소설가 한남철(혹은 한남규, 두 가지 이름을 썼다.).
창작집 <바닷가 소년>이 1991년인가 창비에서 나왔는데, 그 무렵 가진 어른들의 술자리에
운좋게 나도 낄 수 있었다.
내가 무지 좋아하던 <사양>의 작가 다자이 오사무 풍의 얼굴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쓰러져 어린아이가 되어버린 아내와 사는 세월이 어떠했는지
그의 얼굴이 그 눈빛이 고스란히 말해주고 있었다.

소설가 이순 씨 부부의 자세한 이야기는 90년대 초반, 나이를 떠나 우정을 느낀
한 초로의 여인에게서 들었다.
그는 유명한 작고문인의 아내이며 딱 한 편의 소설을 써서 등단한 이후
이십여 년째 소설을 발표하지 않고 책만 열심히 읽고 있었다.
업무 때문에 만났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끌려  카를린 봉그랑의 <밑줄 긋는 남자>가 막 나왔을 때
재미있게 읽고 그녀에게 한 권을 사서 부쳤다. 간단한 엽서와 함께......
그랬더니 어느 날 나를  점심에 초대한 것이다.

그가 사는 용산의 주택가,  분위기 좋은 스파게티집이었는데
그날 나는 난생 처음 스파게티란 걸 먹었다.
또 사람이 나이를 떠나서  친구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은 날이기도 했다.

점심을 다 먹고 차를 마실 때 그녀의 가까운 이웃인 소설가 부부 이야기가 나왔고,
젊은 아이가 이순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게 대견하다며
얼마 뒤 그들의 저녁식사에 나를 불러주었다.

그로부터 불과 몇 년 뒤 그 소설가는 아내를 남겨두고 먼저 세상을 떠났다.

병어회, 하면 그들 부부의 얼굴이  연이어 떠올라서  즐기지 않는다.
그런데 언젠가 어느 식당에서 먹어본 병어조림은 살이 아주 연하고 고소하고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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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8-30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만 발라 먹을 때는 즐겨 먹었던 생선이 전체적인 이미지를 봐버렸을 때...
가까히 안하는 음식이 되버린 생선이 병어...랍죠..

물만두 2006-08-30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가 들수록 기억만 남아 작은 것 하나 예사롭게 보게 하지 않는군요.

니르바나 2006-08-30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작가님은 아기같은 아내를 두고 어떻게 눈 감았을까요.
소설가 이순의 '병어회'
저도 읽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갸름했던 얼굴과 눈동자가 기억납니다.
최근 문학전집에 포함되었는지 모르겠으나
전에 발간된 전집에는 한 몫 했지요.
결코 가볍지 않은 로드무비님 이야기입니다.

로드무비 2006-08-30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르바나님, 오늘은 오랜만에 영화 리뷰나 하나 써야지, 하고 들어왔는데,
병어회가 머릿속에 먼저 들러붙는 바람에.......
기억하시는군요.
저도 생생하게 그 모습 기억합니다.
(와락=3 더더욱 반갑습니다.)
그리고 검색해 봤더니 창비에서 나온 20세기 한국소설 몇 권인가에
이순 씨의 두 작품도 포함되어 있네요.^^

FTA반대 물만두님, 지나간 기억만 끈질기게 껌처럼 들러붙는 듯.
<나이 들수록 왜 시간은 ~~> 어쩌고 하는 책 어제 재밌게 읽었답니다.^^

메피스토님, 병어는 솔직히 맛없게 생겼어요.
그런데 그렇게 맛나다고 사람들이 짭짭거리더군요.
무 넣고 조림은 한 번 해볼 생각도 있습니다.^^

2006-08-30 1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딧불,, 2006-08-30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제 사촌입니다. 입이 작아서 늘 병어라고 놀림을 당한지라 절대 그 생선은
안먹어야지 했었는데 요사이 울집 주식이 언니가 준 병어군요ㅠㅠ;
그이가 누구인지 저는 모릅니다. 단지 이렇게 추억을 풀어놓는 무비님은 어쩐지
이상하게도 친근감이 느껴지고 그리고 애잔한 물기가 비쳐서 왠지 마음이
안좋습니다. 물론 좋은 내용이 아니지만요.
사람의 기억이라는 것이 이상하게도 오감을 자극하는 것들은 쉬이 잊히질 않는다싶어요.....

urblue 2006-08-30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심 시간에 본 책에 과거를 회상하게 하는 '마들렌빵'이 나오더군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나왔다나 어쨌다나. 근데 그보다는 '마음 내키는 곳에 드러눕는 개와 같'은 기억이라는 표현이 훨씬 더 눈길을 잡아끕니다.

로드무비 2006-08-30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 마들렌빵 인용한 부분도 재미있었어요.
'개'가 어쩌구 하는 표현에는 밀렸지만요.ㅎㅎ

반딧불님, 오늘아침처럼 강렬한 기억으로 떠오르는 건 짧은 글로나마 기록하려고요.
그래야 나중 늙어서 저의 소소한 기억의 서랍을 펼쳐보는 재미가 있겠지요.
반딧불님은 가만 보면 참 예민하세요.
제가 이 글 덤덤하게 쓰려고 꽤 노력했는데 '감상'의 기미를 포착하시다니.^^
(병어 보내주는 언니라니, 너무 정답습니다요.)

파견근무님, 저도 한 권만 더 읽으면 끝납니다.
가을이 깊어갈 때 한 번 더...어때요?^^

건우와 연우 2006-08-30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소설가 이순의 흑백사진이 가물가물 기억납니다. 그이가 그렇게 되었다는게 잘 믿기지 않네요...
로드무비님 글을 읽으니 좀 쓸쓸하네요, 가을도 오는데....

oldhand 2006-08-30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좋은 글을 읽고도 병어 조림 맛만 떠오르는 저의 형이하학적 머리가 원망스럽습니다. 저희 집은 제사상에 병어찜도 올라가요. ^^

로드무비 2006-08-30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 연우님, 참 기막힌 일이지요.
그나저나 쓸쓸하게 해드렸다면 좀 죄송한데요?

올드핸드님, 저도 그런걸요, 뭐.
먹는 것이 최우선 가치인 인간입니다.ㅎㅎ
(아하, 병어찜을 올리는 제사상도 있군요.)


국경을넘어 2006-08-30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병어회 무침이 뱅어회 무침하고 같은 건가요? 가느다랗고 하얀 물게기... 당진의 고모댁에 4-5월 경이면 진짜 맛있는데...

nada 2006-08-30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를 떠나서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그거... 한 번 해보고 싶어요. 병어를 한 번도 먹어본 적은 없지만.. 앞으로 어디선가 병어를 만나면 로드무비님 생각이 나겠네요~

로드무비 2006-08-31 0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양배추님, 우리 그것 한 번 해볼까요?^^*
병어말고 고등어를 보면 저를 떠올려 주세요.=3=3=3

폐인촌님, 뱅어는 멸치보다 가늘고 작은 그것 아닌가요?
전 밴댕이회 강화도에 꼭 먹으러 가던 몇 년 전이 생각나는군요.
봄이면 연례행사였는데.
병어는 좀 묘하게 생긴 물고기랍니다.^^

진/우맘 2006-08-31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선을 먹지 않는 바닷가 출신....진/우맘입니다. ^^;
병어회는 다른 회와는 좀 다르답니다. 갖 잡아 신선한 병어를 회 뜨는 게 아니라, 꼭 냉동을 시켰다가 살짝 녹혀 썰어 먹지요. 참치회처럼요. 그래야 제맛이라나요.
여수지역도 병어회를 즐겨먹지요, 먹는 사람들은 회중 최고라고 입을 모으더군요. ^^

로드무비 2006-08-31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 그런 말 얼핏 들은 것 같아요.
그런데 병어회를 먹어볼 기회가 없었다니.
부산 지역 횟집엔 병어가 잘 안 보이더라고요.
냉동시켰다 살짝 녹여 먹는다니 한 점 입에 넣으면
무지 시원하겠습니다.
오랜만이에요, 진/우맘님.^^

진/우맘 2006-08-31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