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하

어제 아침 학교 갈 때 비상금으로 천 원짜리 한 장을 접어 책가방 속에 넣어주었다.

"이건 비상금이야.  학교에 갔는데 미처 준비물을 챙기지 못했다거나
그야말로 비상사태 때 꺼내어 쓰는 돈이야."

"엄마,  갑자기 배가 고픈 것도 비상사태 맞지? 그런 때 성민이랑
짜장떡볶이 사먹어도 되지이?"

하긴,  아이들에게 배가 고픈 것 이상의 비상사태가 또 있으려고!


   동주

며칠 전 저녁, 텔레비전 웰빙 건강정보 어쩌고 하는 프로에 가수 임희숙이 나왔다.
혈까지 눌러주는 삐쭉삐쭉한 것이 전체에 박힌 요상하게 생긴 훌라후프.
살을 빼는데 그만이라며 허리로 열심히 돌리는 시범을 보여주는데.

"고모, 저 훌라후프는 왜 저렇게 생겼어?"

"응, 저렇게 생긴 훌라후프로 열심히 운동하면 뚱뚱한 사람 살이 빠진대!"

했더니, 바로 하는 말.

"그런데 고모는 왜 저런 훌라후프가 없어?"

허거거걱,  뻔히 알고 있는 사실도 객관적으로 확인 당하면 그렇게 충격적일 수가 없다.

 


돼갈녀 주하와 동주, 돼지갈비를 너무 좋아해서 붙여준 이름.
한달 전 생일에도 1차는 돼지갈비, 2차는 산낙지를 먹었다.
꼬마 아가씨의 요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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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6-09-07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하~~ 동주, 주하 막상막하네요.
특히 꼬맹이들이 무심결에 내뱉는 듯한 한마디는 '핵심' 이지요...킬킬... =3=3

Mephistopheles 2006-09-07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꼬마들 입에서 나오는 그 한마디에 어른이 얼마나 상처 받는데요...
그 심정 이해 갑니다..^^

urblue 2006-09-07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동주 표정이... ^^;;

건우와 연우 2006-09-07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상사태에 대한 주하의 간명한 결론...^^
주하, 짱이다!!!

로드무비 2006-09-07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 연우님, 연우가 짱입니다.^^

블루님, 저 날 자신이 주인공이 아니어서 불만이 많았어요.ㅎㅎ

메피스토님, 그 정확한 눈!
그래서 더더욱....^^

플레져님, 요즘 알라딘에 건우와 연우라는 오누이가
얼마나 신통방통한 말을 많이 하는지
주하와 동주는 명함도 못 내밉니다.ㅎㅎㅎ

물만두 2006-09-07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 장만하세요^^

hnine 2006-09-07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고모가 그게 왜 필요하니? 하고 빵긋 웃으시며 대답하셔야죠 ^ ^

해리포터7 2006-09-07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정말 그건 비상사태입니다..울딸의 경우 거의 매일 점심먹고 하교할때 그런일이 발생합니다..그러면 전 꼼짝없이 비상금을 털어야 합니다.ㅎㅎㅎ

뷰리풀말미잘 2006-09-07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인으로 '당'할수도 있는거구나.. ^^;; 예리한 꼬마들이에요. 후후..

에로이카 2006-09-07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참.. 많이 웃었습니다... 요즘도 계단 오르기 하시나요?

산사춘 2006-09-07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하동주~ 아하하, 미쵸미쵸... 근데 내용들이 왤케 다 친근할까요. 그저께 돼지갈비도 먹었고... 호호호

마노아 2006-09-08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편식도 안하다니, 분명 크면 더 미인이 될 거야요^^

waits 2006-09-08 0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사람' 페이퍼 읽고 시큰해졌다가, 이거 보니 바보가 된 느낌...
동심의 힘만은 아닌 것 같아요. 감출 수 없는 핏줄의 신랄함을 주하에게서 자주 봅니다.^^

sweetmagic 2006-09-08 0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

페일레스 2006-09-08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 주하의 센스도 센스지만 동주는... -_-)b 로드무비 누님 상처 많이 받으셨겠어요. -_-;;

로드무비 2006-09-08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일레스님, 뭐 그 정도에.(애써 괜찮은 척?!)
이번 여름 휴가 때 동생 부부에게서 얼마나 연타를 맞았는지
저 정도는 암시랑토 않습니다.^^
(누님이라는 호칭이 참 듣기 좋구만요.)

스윗매직님, ㅎㅎㅎㅎㅎㅎ

평택, 나어릴때 님, 기분전환삼아 올린 페이퍼니 봐주세요.
감출 수 없는 핏줄의 신랄함이라니 으시시합니다.
한편으로는 괜찮다 싶기도 하고요.^^

마노아님, 우짭니까.
돼지갈비와 산낙지만 좋아하는걸.
편식 습관이 고치기 어려워요.ㅠ..ㅠ

산사춘님, 주하가 님의 식성이랑 비슷한가요?
미쵸미쵸, 도 님의 입에서 나오면 노래 같습니다.^^

에로이카님, 계단 오르기를 하긴 하는데 꾀가 나서
바로 집 앞 아래 위의 계단만 되풀이해서 스무 번쯤 오르내립니다.
운동이 되는 건지 의심하면서....^^

뷰티풀말미잘 님, 예리하면서도 맹한 구석이 있습니다.
그게 다행이죠?^^

해리포터7 님, 그건 제가 바라마지않는 상황입니다.
함께 군것질 하는 것.^0^

hnine님, 제 생각엔 너무 파렴치한 대답이라...^^

물만두님, 가격 알아보고 만 원 안짝이면 하나 살까 합니다.^^


비로그인 2006-09-08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하사진은 볼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늘 포샵처리를 한것같이 이쁘네요 ^^

sandcat 2006-09-08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쁜 주하에게 '돼갈녀'는 너무하다구요. ㅜ.ㅜ

ceylontea 2006-09-08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쁜 주하에게 돼갈녀는 너무 해요..
지현이도 갈비는 좋아해요.. ^^
주하의 말은 항상 명쾌해서 좋아요.

달콤한책 2006-09-08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돼갈녀라니...너무해요!....좀더 이쁜걸로 없을까요...

로드무비 2006-09-11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콤한책 님, 그러면 '산낙지 소녀'로 할까요?^^

실론티님, 아이가 가끔은 똑부러지고 자주는 맹합니다.
항상 명쾌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샌드캣님,주하랑 '돼갈녀'랑 잘 어울리는데.ㅎㅎ
갈비 뜯는 모습을 안 보셔서...^^

체셔고양이님, 저 사진은 좀 흔들렸죠?
포샵 처리 어떻게 하는지 모릅니다.
사진 사이즈 줄이는 것도 겨우겨우 배운 걸요.^^

이쁜하루 2006-09-11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돼갈녀..넘 웃겨용..^^;;;;
저도 그 뾰족 뾰족 훌라우프 없는데..전 잘 안되더라구요
요령이 없어서 인지 골반뼈에 멍만 잔뜩 들고..
그거 무거워서 한번 바닥에 떨어지면 소리도 요란하잖아요 ^^
 

엊그제 서재의 어느 분과 공통으로 아는 이가 있어, 이야기를 잠시
나누었더니만  어제, 오늘, 계속해서  그의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그는 신촌의 한 카페 주인이다.
3년 전 겨울, 유명을 달리했다.
내가 이곳으로 이사를 오고 다섯 계절이 지난 뒤의 일이다.
그 카페에서 종종 만나던 후배로부터 그의 부음을 전해듣고, 솔직히,
내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보다  더 충격을 받았다.

나와 특별한 사이도 아니고, 그저 주인과 손님으로 만나 낯을 익힌 정도의 관계에 불과한데,
그는 나에게 알수없는 영향을 끼쳤다.

맨 처음 친구들과 어울려 그 카페에 갔을 때가 1990년.
어쩌다 보니 카페의 주인장과 어울려 술을 마시게 되었고
문 닫을 시간이라는 말에 그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졌다.
살면서 내가 이때까지 잡아본 바짓가랑이는 딱 두 개.
교복 치마 외에는 치마를 입은 적이 한 번도 없었을 것 같은 
여성들의 그것이었다.

이야기를 좀 더 나누고 싶으니 다른 곳으로 가자고.
그 카페에서 계속 마시면 안 되느냐고 자꾸 묻는 친구의 입을 나는 틀어막았다.
자신의 가게에서 손님과 밤새워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옆의 허름한 주점인지 식당인지로 자리를 옮겼다.
생선구이와 찌개를 안주로 새벽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주로 그의 살아온 이야기였다.
자신의 이야기는 절대 하지 않을 것 같은 그런 인상이었는데
의외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슬며시 어느 순간, 모르는 이 앞에서 자신의 어릴 적 이야기를 털어놓는
그 심사가 마음에 와닿았다.

그리고 다시 그곳을 찾은 건 후배와 함께 2년쯤 뒤.
술김이지만 '일생의 친구가 되고 싶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에 비하면
너무 늦은 발걸음이었지만,  내 하는 짓이 그렇지 뭐.

이후, 그 후배와 신촌에서 만날 땐 언제나 그곳으로 갔다.
냉장고에서 마음대로 맥주를 꺼내 마시고, 아무 이야기나 지껄였다.

홍대앞의 주점으로도 진출해 봤는데 그곳만큼 마음 편한 곳이 없었다.
어느 날, 퇴근하다가 버스 안에서 문득 생각이 나 약속도 없는데 내렸다.
맥주 두 병을 혼자 마셨으며, 그날은 카페에 손님도 없었지만
별 이야기를 나누지도 않았다.
그래도 내 집 내 방인 듯 편해서 세상에 이렇게 잠시 기어들 곳이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결혼하고 몇 년 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를 보러 갔다가
내려오는 계단에서 그와 마주쳤다.
고개만 끄덕하고 지나치려는 그를 문득 불러세워 술 한잔 하자고 했다.
(그때 나에겐 구체적으로 심란한 일이 있었다.)
잠시 망설이는 눈치더니 점심이나 먹자고 응해주어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언젠가 페이퍼로도 쓴 적 있다.)

우리는 심상한 표정으로 그 무렵 본 책과 영화, 사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얼마 전엔 읽은 책을 가게에 쌓아놨더니 손님들이 좋아하며 가져가더라고 했다.
다음 책 처분 때는 나에게 먼저 슬며시 소식을 넣어달라고 말했더니
낄낄 웃었다.
허무를 깔았지만 아주 귀여운 데가 있는 웃음이었다.
(사람들이 모르는 그 웃음을 아는 이를 이곳에서 만나다니!)

이상하게 그의 앞에선 웬만한 엄살이나 허튼 소리는 절로 쑥 들어갔다.
그에겐 그런 힘이 있었다.

백반을 시켜 반주를 몇 잔 마셨다.
대낮에 두 여성이 터억하니 두꺼비를 한 마리 시키니 주인 눈이 화등잔만해지고.
마음 같아서는 어린이집에 전화를 걸어 부탁하고 그를 따라가고 싶었다.
카페 문을 함께 열고 청소를 간단히 한 후 맥주를 한잔 시원하게 마시는......
그러나 시장도 좀 봐야 한다 해서 아쉽게 돌아섰다.

그리고 그 얼마 후 동생 부부가 그 카페에서 모처럼 친구들을 만나 한잔하고 왔다며
쿠킹호일로 싼 무언가를 내밀었다.
극장에서 우연히 만나 그와 점심 먹은 걸 그날 저녁 자랑했더니,
근방의 학교에 다닐 때 연극부 활동을 하며 나름대로 그곳의 단골이었다는 우리 올케가
기억을 했다가 아는 체한 것이다.

우리가 올케 시누이 사이인 걸 너무너무 신기해 하더란다.
그리곤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마침 그 날 안주로 마련해둔 수제햄 좋은 것이 있다며
푸짐하게 한 접시 썰어서 보낸 것이다. 형님 갖다주라고.
받아드는데 이상하게 가슴이 뭉클했다.
그런데 얼굴빛이 너무 나빠서 걱정이라는 동생과 올케의 말에  철렁 내려앉는 가슴.

그 햄 한 접시!
맥주 안주로 아구아구 잘 먹었다.
어쩌면 생각만큼 그의 건강이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애써 자위하며.

서울을 뜨기 전 꼭 한 번 들러 햄 잘 먹었다는 인사를 하고 싶었는데,
나중을 기약하다 영원히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꼭 한 번쯤 쓰고 싶었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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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07 14: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우맘 2006-09-07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면, 너무 자기본위로 해석하는지 모르지만....세상 한 구석, 기댈자리 하나 잃었다는 상실감....이상하네요, 왜 이렇게 님의 기분이 낯익은지.

건우와 연우 2006-09-07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않은 기억을 정작 모르는 이앞에서 털어놓는것은, 낯설다는게 때로 바람막이처럼 저이가 내 과거를 타박하지 않으리라는 안도감 때문일까요...
동지처럼 좋은벗이었을텐데 그렇게 떠나간 이가 안타깝네요....

2006-09-07 15: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9-07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마 한켠 님, 그냥 좀 쓸쓸할 뿐이지요.
잘 먹고 잘 살고 있지 않습니까. 이렇게......

건우와 연우님, 믿지 않으면서 다 내어주는.....
신기생뎐 읽다가 만난 구절인데 어쩌면 뜻이 통하는 건지도.

진/우맘님, 제가 아쉬운 건 그 카페의 구석자리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니면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건지도 모르고요.

맘에 떠오르는 님, 그분 맞지요?

비자림 2006-09-07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마치 그 분과의 만남이 영화처럼 그려지네요.
살다가 이따금 많이 친하진 않은데도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기쁨이 있는데, 님과 그 분이 다시 만날 수 없다니 안타깝네요...

2006-09-07 16: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9-07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답글님, ( '')

비자림님, 마음 통하는 사람이 사실 그리 많지는 않잖아요.
많은 사람이 그를 각별하게 생각한다는 걸 알고 기뻤습니다.
그럼에도 안타까운 건 또 사실이고요.

플레져 2006-09-07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페이퍼 생각나요...
가슴이 먹먹해지네요. 제게도 그런 카페가 하나 있어요. 내가 알아서 술을 갖다 마시고 바쁠땐 조금 도와주기도 하는... 문인들이 많이 와서 그이들 훔쳐보는 맛에 다니곤 했던... 그곳 주인장은 제게 아주 좋은 일이 있었을 때 셔터문을 내리고 피아노를 쳐주며 와인 파티를 열어주었답니다. 축하 받아놓고... 발걸음을 접기 시작했으니... 어쩐지 그날의 파티가 제겐 부담이었던 것 같아요...

urblue 2006-09-07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득, 오래 전 연락 끊긴, 친구같던 선생님 생각이 나네요. 연락 한 번 해 봐야겠어요.

로드무비 2006-09-07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씨네21에 대학로 LP판 틀어주는 카페가 소개되었는데요.
생각해 보니 카페를 드나들던 시절도 나름대로 좋았다는 생각이.
그땐 또 뭐가 불만이어서 입 쑥 내밀고 다녔는데....
셔터문을 내리고 와인 파티라니, 플레져님이 그에겐 각별한 존재였을까요?
발걸음을 접은 건 너무하셨어요.
(뭐 저도 이런 말 당당하게 할 입장은 아닙니다만.)

블루님, 연락해 보고 나서 페이퍼 올려주세요.^^

sudan 2006-09-07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중을 기약하다 영원히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하시고 비우신 저 한 뼘 정도의 공백이 가슴에 확 와닿아요.

oldhand 2006-09-07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페이퍼를 보다보면 대책없는 저의 빈약한 문장력이 무지 원망스럽습니다. 그저 추천만...

2006-09-07 2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06-09-07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싸아합니다. 딱 가을 문턱 들어서는 이 계절의 느낌이네요. 그렇게 추억 한자락만 남기고 가시다니...ㅠ.ㅠ 제목부터 내용까지, 로드무비님은 시인이세요.

산사춘 2006-09-07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의 사람과 음식 이야기는... 언제나 절 부끄럽게 하셔요. 흡...

뷰리풀말미잘 2006-09-08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익숙하지 않은 종류의.. 이를테면.. 우정.. 이네요. 알듯모를듯 뭉클합니다..

waits 2006-09-08 0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콧등이 시큰해지네요. 괜히 지쳐 있다가 반가운 편지 한 통으로 마음을 다잡고 있었거든요.

마태우스 2006-09-08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이분 얘기를 읽은 기억이...책에서 읽었는지 님 페이퍼에서 읽었는지... 그 마음 저도 알 것 같아요.

로드무비 2006-09-08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페이퍼에 쓴 적 있거든요.
오래 전에 쓴 건데 기억이 나신다니.....^^

평택 나어릴때 님, 그 언니가 읽고 눈살 안 찌푸렸음 좋겠어요.
허튼 짓을 할 때 의식되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분입니다.

뷰티풀말미잘 님, 현실에서는 우정으로까지 발전시키진 못했지만
그렇게 스치듯 만난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산사춘님, 사실 음식 & 술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해서 좀 부끄럽더라고요.
그런데 님이 계셔 든든하다는 말씀.^^

마노아님, 아아, 처음 들어봅니다. 시인 같다는 말.
덤덤하게 쓴 글에서 시를 봐주시니 고맙고 황송하군요.^^

목로주점과 계란말이 님, 그러고 보니 상호가 생각나네요.
희미한 인연의 그림자, 좋습니다.
문패는 안 걸었지만 홍등가라고 하여 새벽까지 여는 매머드급 포장마차촌이
부근에 있었는데 거기서 피조개 드신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계란말이 이야기 인상적입니다.
계란 한 판 통째 넣고 푸짐한 계란말이 만들어드리고 싶네요.ㅎㅎ

올드핸드님, 아무렇게나 내갈기듯 쓰는 글인데 문장력 어쩌구 하시니,
안목이 보통이 아니십니다.=3=3=3
(너무 심한 겸손을 뭐라 하더라? 님의 너무 겸손한 댓글에 대해
한마디 하려고 하니 생각이 안 나네요.;;)

수단님, 한자 덧붙인 걸 보셨군요.
님이 보셨으면 했는데......^^

2006-09-08 1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9-08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나 다른 궤도의 님, 감사하긴요.
그런 원칙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제가 생각해도 힘들 것 같아요.
님이야 지금 학문에 용맹정진 중이시니,
이런저런 생각들은 한구석에 꿍쳐두시고
지금의 삶에 매진하시길 바랍니다.
건강도 챙기시고요.
 
신 기생뎐
이현수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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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읽는 책마다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올리는 리뷰마다 계속해서 별 다섯 개니 내가 너무 헤퍼졌나 하여 별 하나를 깎으려 해도
도저히 그럴 수가 없다. 
소설 뒤에 실린 작가의 말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소설은 소재가 작가를 선택했다.
기생들이 불현듯 나를 불렀고, 나는 그들이 불러주는 말을 받아 적었다.(254쪽)

살아 있는 캐릭터들을 따라 울고 웃게 되는 이런 소설을 읽으면,
소설가의 운명은 태어날 때부터 이미 정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뒤란의 꽃들도 '라도레미솔~' 계면조 음계로 진다' 는(이 기막힌 표현!),
이 지상의 마지막 기생집 부용각.

어느 날 지방 출장길에 해장할 식당을 찾다가 골목길에 낭자하게 흐르는 어느 여인의 소리와
활짝 핀 능소화에 홀려  담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가 그만 20년을
아침마다 기생들 방 앞에 꿀물을 갖다바치는 삶을 택한 남자.

여덟 살에 권번에 입문, 그때부터 예순이 된 지금까지 단 한 순간도
기생이 아니었던 때가 없었다는 소리 기생 오 마담.
'이것이다 저것이다 생각하지 않고 내 마음가는 대로 살았다'(218쪽)는 멋진 여인의
남자를 믿지 않으므로 모든 걸 다 줄 수 있었다는 기막힌 역설이라니!

기생집을 드나드는 정재계의 인사나 문화건달들, 그 중에서도 '자칭 사색형 인간'인
미스 민의 애인이나  '자칭 향토사학자 '같은 이중적인 인간들은 오 마담의 호기를
죽었다 깨어나도 흉내조차 못 낼  것이다. 아무렴 그렇고말고.

이 소설 최고의 장면은 '소리 기생'으로 정식 입문하는 화초머리 올리는 날,
미스 민이 추는 살풀이춤.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듯 신명나게 섬세하게 또 에로틱하게 무려 3쪽에 걸쳐 묘사하고 있다.

기생 화초머리 올리는 날보다 내게 더 인상적인 장면은, 홍어와 돼지고기를 삶느라
쾌쾌한 냄새와 훈김으로 자욱한 부용각 부엌에서 어느 날 밤 타박네에게 일어났던 일.
이 기막힌 홍어삼합을 만든 사람이 누구냐며 기어이 주방까지 얼굴을 보러온 취한 남정네는
타박네에게 있어서는 단순한 치한일까, 아니면 그 사건은 일생의 로맨스인 걸까?
그 남자는 기생집 주방장으로 늙고 있는 타박네의 홍어삼합을, 이를테면 그녀의 진면목을
한눈에, 아니 한입에 알아봐준  왕자님인가?

타박네와 오 마담의 잘 삭힌 홍어 같은 우정도 빠트릴 수 없다.
그리고, 부용각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어쩌면 이 땅의 마지막 기생이 될지도 모르는 미스 민이
자신의 어머니와 다름없는 오 마담에게 수치와 모욕을 준 손님을 대하는 태도를 보라.

--세상엔 못 참을 일도 못 볼 꼴도 없다.
모호하면서도 정확하게, 친절하면서도 심술궂게,
교활하면서도 솔직하게, 정중하면서도 무례하게,
민감하면서도 냉정하게 가는 것이 기생의 길일진대.(177쪽)

기생의 길뿐 아니라, 그것은 더듬더듬  내가 지향하는 길이기도 하다.
(내가 만약 영화감독이라면 <신기생뎐>이라는  제목의 영화를 만들 텐데......
그리고 타박네 역할은 윤여정에게 맡길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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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09-06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헤퍼지신 것이 맞아요3=3=3=33=3

반딧불,, 2006-09-06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인용하신 구절 참 좋네요. 삶에 참 유용합니다.

Mephistopheles 2006-09-06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지 마시고..로드무비님이 타박네를 해보실 생각은 없으신지요...?? =3=3=3

플로라 2006-09-06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옷이나 물건도 자기 주인을 부른다는 이야기도 있죠. 소재가 작가를 부른다니 정말 얼마나 재밌을까, 하는 기대가 듭니다.^^

조선인 2006-09-06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마담으로 한혜숙은 어떨까요?
타박네로 난 박원숙도 생각했구요.

진/우맘 2006-09-06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지금 읽고 있는 '더러운 책상'의 철인동 창녀촌에도 부용이란 이름의 아줌마가 있는데....^^
로드무비님, 요즘 저에게 지름질이 심하다는 걸 아심까? ^^;;

치니 2006-09-06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이 지향하는 바와 제가 지향하는 바도 같습니다만...아 너무 어려워보여요. 아무래도.

urblue 2006-09-06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번엔 도서관서 이 책 빌려야쥐~
실은 그동안 살까말까만 계속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건우와 연우 2006-09-06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이 지향하신다는 부분을 보며 끄덕끄덕했습니다....
로드무비님이 이래저래 넉넉하다는 인상을 받았었거든요...^^

국경을넘어 2006-09-06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꿀맛이네요. 요즘은 읽고 싶은 책좀 읽었으면 좋겠는데 당위로 읽는 책이 너무 많아서 힘드네요. 서재질도 그렇고...

마노아 2006-09-06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어머, 이 책 넘 궁금해지네요. 책이 로드무비님을 선택했어요. 저는 낚였구요^^

로드무비 2006-09-06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헤헤, 리뷰를 써달라고 부르더군요.
며칠 전에 읽은 책은 제 경우 리뷰 쓰기가 쉽지 않은데
어쩐지 꼭 쓰고 싶단 생각이 들어서.
(잘 낚이셨어요. 소곤소곤...)

폐인촌님, 정말 꿀맛 같은 소설.
어느 날 소리와 꽃에 홀려 그 대문 안에 기어들어가 눌러붙어
집사로 사는 남자도 너무 멋졌어요.
폐인촌님에게서도 약간 풍기는 냄새?=3=3=3

건우와 연우님, 전 하나도 안 넉넉한데......;;
그래서 지향하는 거라니까요.^^

블루님, 사든 빌리든 꼭 보세요.^^
(이왕이면 땡스투 누르고 사서 보시구랴.=3=3=3)

치니님, 그게 참, 어렵지요? 저 또한......^^;

진/우맘님, 부용이란 이름 참 좋지요?
그런 제목의 책도 있군요. 한 번 검색해 볼게요.
그리고 저도 하루에 서너 권 꼭 지름질 당하는데요.^^





로드무비 2006-09-06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운되어 날릴까봐 댓글 나누어 씁니다.

FTA반대 조선인님, 한혜숙? 생각해 보니 괜찮을 듯.
그런데 좀더 적역인 배우가 없을까요?
요염하면서도 퇴폐미가 물씬한.......
박원숙은 그림이 잘.....=3=3=3

플로라님, 무르익어서 저절로 꽃을 피운 소설 같아요.
억지로 쥐어짜낸 게 아니라.^^

메피스토님, 저도 그러고 싶사오나 타박네는 삐쩍 마른 사람이
맡아야 하는데요.
전 소설에서 타박네에게 구박받는 주방 보조 뚱땡이를.=3=3=3

반딧불님, 그렇죠? 저런 구절.
저같은 찔찔이에게는 아주 유용합니다.
그리고 요즘 제가 아무래도 가을을 타나보아요.(이혁재 버전)
헤퍼진 것 맞습니다.^^

미완성 2006-09-07 0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재밌죠? 꼭 이 책이 동인문학상;을 탔음 좋겠는데....
열심히 기원하고 있슴다.

플레져 2006-09-07 0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라 말할 수 없을만큼 인상적인 소설이었어요.
로드무비님과 잘 통할 줄 알았습니다 ^^

로드무비 2006-09-07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리뷰와 사야님 리뷰를 재밌게 읽은 기억이 나더군요.
기생 이야기와 저는 안 통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낚였어요.
님 덕분입니다.^^

미완성님, 아이고, 반가워라.
동인문학상 후보에 올랐나요?
저도 정한수 떠놓고 빌어야겠군요.^^

2006-09-07 1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9-07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월에 좀 한가해진다는 님,
그때 책 한 보따리 보낼게요.
소파는 안 살 겁니다. 껍데기만 새로 씌워 쓰려고요.
바쁜 때일수록 건강 조심하기를!^^

2006-09-12 06: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9-12 08: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9-12 2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9-13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도 안하고 님, 헤헤, 저도 그 무렵 하던 일 밀쳐놓고
밤낮으로 탐독했던 기억.
언젠가 대형 리뷰 하나 쓰겠다고 포스트잇꺼정 붙여가며.
불발에 그쳤지만.ㅋㅋ
아이고, 고맙습니다.
부담을 크게 드렸군요.
하지만 좋아서 입은 찢어지고 있습니다.^^

2006-09-14 0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안녕, 캐러멜! 중학년을 위한 한뼘도서관 3
곤살로 모우레 지음, 배상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6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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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모로코의 침략을 받고 조국을 떠나, 뜨겁고 삭막한 알제리의 사막에서
난민 생활을 하는 사하라위족.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그런 민족이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코리는 여덟 살,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아이인데, 그 난민촌의 한가운데 살고 있습니다.
태어나서 본 거라곤 끝없이 펼쳐진 자갈들과 모래, 진흙집, 낙타......
시집 간 큰누나가 가끔 가지고 와 읽어주는 책들이 큰 즐거움이랍니다.

언제부턴가 몰라볼 정도로 뚱뚱해졌다가 어느 날 요술처럼 날씬해진,
코리가 제일 좋아하는 삼촌 집의 낙타.
털이 보드라운 캐러멜 색의 아기 낙타는 그렇게 코리 곁에 왔고 둘은 친구가 됩니다.

장애아와 어린 동물의 우정이라니 아름다운 이야기이긴 하지만 어딘지 좀 식상해서
흥미를 끌지 못하는 소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읽어나가는 중에 남은 페이지가 얼마인지 눈대중으로 자꾸 확인해 볼 정도로
마음을 잡아끄네요.
사탕 한 개를 새로 깔  때마다 남은 사탕이 몇 개인지 세어보는 아이처럼......

낙타가 입을 오물거리는 걸 자기에게 뭔가 말을 한다고 생각하고 공책에 받아적는 소년.
그런데 그 시들이 참 슬프고 아름답습니다.

--해와 다리 사랑해서 하느레서 만나지요.(42쪽)

어느 날 학교에서 하늘이 깜깜해지는 '일식'을 경험하고
코리가 처음으로 쓴 시입니다.
코리는 캐러멜이 불러주는 대로 받아적었고요.
그렇게 낙타가 소년에게 불러준 시들이 단정한 활자 속에 삐뚤빼뚤한 아이의 글씨로
적혀 있어, 진짜 아이가 쓴 시를 아이의 낭송으로 듣는 것 같습니다.

'쫓겨난 난민의 아이들 중에서도 가장 어리고 주눅 들고 가엾은 아이였던 코리'가
갖은 어려움을 헤치고 어른이 되어 시인으로 우뚝 서는 것처럼, 
멀쩡한 제 땅을 두고 26년 넘게 사막에서 고된 난민생활을 하는 사하라위족이
자기 땅에서 자유롭고 당당하게 살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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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09-04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유롭고 당당하게 살게 되기를 저도 빌어봅니다.

로드무비 2006-09-04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 어여쁘셔라.^^

건우와 연우 2006-09-04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같이 빌께요...

로드무비 2006-09-04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 연우님, 우리 같이......^^

국경을넘어 2006-09-04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꾸욱 누르고 갑니다...

로드무비 2006-09-04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폐인촌님, 꾸벅, 고맙습니다.^^

sudan 2006-09-04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읽으면서 아름답지만 좀 식상한 얘기인 것 같다고 생각할 즈음에 어떻게 알고 딱 꼬집어서 그렇지 않다고 말씀해주시네요? 요쯤 읽었으면 그런 생각이 들겠지,하고 예상하신 것 처럼요. ^^

로드무비 2006-09-05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udan 님, 조금 시들한 기분으로 집어들었는데
이 책 아주 재밌게 읽었습니다.
'아름답지만 식상한 이야기들'에 대해 님과 밤새워
얘기 나누고 싶군요.
아니, 다문 30분이라도.^^
(언젠가 마음 내키는 날 페이퍼로 쓸게요.
이런 약속은 제가 좀체 잘 안 잊는 것 아시지요?)

poptrash 2006-09-05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좋아해요. 울뻔했어요. 사실 조금 울었는지도 ;

2006-09-06 1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9-06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optrash 님, 우와, 이 책 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읽다가 깜짝 놀랐답니다.
너무 좋아서.

저도 조금 울었는지도 몰라요.( '')

산사춘 2006-09-07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도 리뷰만큼 쌉쌀뜨뜻해요.

urblue 2006-09-11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주의 리뷰에 이름 올리셨네요. 축하. ^^

반딧불,, 2006-09-11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mong 2006-09-11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폴짝~ 축하드립니다~ ㅎㅎ

마노아 2006-09-11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 주의 마이리뷰가 되었어요. 따뜻한 이야기일 것 같아요. 저도 궁금해집니다. ^^

해리포터7 2006-09-12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축하드려요!!로드무비님..저도 담아갑니다^^

2006-09-12 0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6-09-12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선 축하드려요. 이 책 좋은 책으로 추천된 도서더군요. 추천되었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지만, 정말 좋은 책 같아요^^

paviana 2006-09-12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리뷰 당선 축하드려요.^^

울보 2006-09-12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로드무비 2006-09-12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산사춘님, 블루님, mong님, 마노아님, 해리포터7님,
배혜경님, 파비아나님, 울보님,
축하해 주셔서......
알라딘은 가끔 생각지도 않은 선물을 주는군요.^0^

저도 나중에 님, 수첩에 적어놨습니다.
아시죠?^,.~
이 책 정말 예뻐요.^^

아영엄마 2006-09-13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역시!! 리뷰당선 축하드립니다~ ^^ (음.. 좀 늦게 발견. ^^*)

로드무비 2006-09-13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 님의 바통을 이어 받았습니다.^^

하늘바람 2006-09-15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었지만 축하드려요 리뷰당선^^

로드무비 2006-09-15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고맙습니다.^^
 


**  EBS 2006 다큐멘터리 한마당 중 사진전시회에 걸린 작품, 퍼왔습니다.



우리 동네 큰길 건널목 바로 앞  담벼락에는 낮이고 밤이고
가방들이 주렁주렁 걸려 있습니다.
알록달록한 무늬의 작은 손가방부터 배낭, 핸드백까지......

주인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작은 봉고와 소형차 두어 대가 부근에 항상 서 있는데
가방들의 주인은 그 차들 중의 하나에 숨어 앉아
하염없이 손님을 기다리는 건 아닐까요?

남편이 출퇴근시 드는 가방 하나가 더 필요하다고 말해서
그 앞을 지날 때마다 눈여겨 보는데 마땅한 게 눈에 띄지 않습니다.
입성은 허름해도 가방만은 고급으로, 하는 이상한 고집이 있어서
양에 차지 않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디자인이며 가방의 재질이며 꽤 괜찮아 보이거든요.

지지난주엔 슈퍼에서 장을 보고 오다가 그 건널목 바로 앞 수레에서
2000원짜리 보리튀밥을 한 봉지 샀습니다.
먹고 싶어서가 아니라 심란한 얼굴의 주인 아저씨와 문득 눈이 마주쳐서.

조리퐁의 달콤함에 이미 입맛이 길들여진 아이는 심심한 보리튀밥을 외면했습니다.
주둥이를 잘 묶어놓았는데도 어느새 바람이 들었는지 엊그제 열어보았더니
약간 눅눅해졌더군요.

금요일 밤 놀이터에서 잠시 놀다 모기에 물린(팔뚝을) 아이의 손등이 어제 아침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퉁퉁 부어올랐습니다.
가슴이 철렁할 정도로.
잠을 못 이루고 새벽에 소파에 나와 앉았더니,
자다가 팔뚝을 긁어 손등이 더 부어오를까봐 걱정이 되어 그랬답니다.
어제 외출중에 안심이 안 되어 약국을 두 군데나 들렀더니,
얼음찜질 해주다가 그래도 안 되면 병원에 데리고 가 주사를 맞히라고.

새벽에 자지 않고 소파에 혼자 나와 오도마니 앉아  
아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살다보면 너무나 외롭고 두려운 인생의 시간이 있습니다.
단지 모기에 물려 수북히 부어오른 아이의 손등에도 이렇게 기겁을 하는데......

방금 도착한 책 속에 저자가 사랑하는 곡들을 수록한 음반이 들어 있었습니다.
네 번째 곡 차이코프스키의 '오직 외로움을 아는 자만이' 에 눈길이 꽂혀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담벼락 가방 노점상과 눅눅해진 보리튀밥 얘기로
페이퍼를 하나 쓰는데...... 2분 48초, 곡이 너무 짧네요.

그래서 이렇게 쓰나마나한 싱거운 글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참, 아이 손등의 부기는 많이 가라앉아 오늘아침 시락국에 밥 말아먹고
씩씩하게 학교에  갔습니다.
얼마나 다행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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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6-09-04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행입니다.

반딧불,, 2006-09-04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행입니다. 주하 많이 놀랐겠습니다.
가끔 그렇게 붓더라구요. ..이제 괜찮은거죠???
주하가 참 야무집니다. 그와중에 울지도 않고..

건우와 연우 2006-09-04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기물려 부은덴 얼음찜질에 알로에를 붙여주니 가려움증도 가라앉고 쉬 낫더라구요.^^
사진속의 늘어진개가 인상적이예요...^^

로드무비 2006-09-04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 연우님, 그렇군요.
저도 저 개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대문 색깔하고요.^^

반딧불님, 팔뚝을 물렸는데 손등이 어마어마하게 붓다니.
얼마나 놀랐는지요.
그러게 말입니다. 엄마를 깨우지도 않고 혼자......^^

블루님, 정말정말 다행!!
휴~~~

Mephistopheles 2006-09-04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제목이 더 좋았어요..^^

로드무비 2006-09-04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너무 감상적이어서요.=3=3=3

Mephistopheles 2006-09-04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첫 제목에서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라는 영화가 떠올랐어요..
그게 외로움의 척도를 알 수 있는 영화라고 하잖아요..^^

waits 2006-09-04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하는 이제 괜찮아졌나요? 새벽에 홀로 나와 앉았을 아이의 외로움과 두려움까지 헤아리는 엄마의 마음도 너무 짠하네요. 낯선 존대가 어쩐지 로드무비님의 안심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사진을 보고 뜬금없이 문명의 바람에 휩쓸린 라다크가 떠올랐어요. 날씨 때문인지 어쩐지 좀 스산하고 쓸쓸하고... 주하 빨리 나아야지요.

라주미힌 2006-09-04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은 너그러운데, 마음은 그렇지가 않죠? :-)
부모의 마음은 다 똑같은 것 같아요.. 옆에서 늘 지켜주고 싶은데, 그게 또 인간의 운명에서 비껴갈 수 없는 것이고, 막상 고독하지 않을 힘이 충분해져서 '에구 다컸네'라고 말하는 순간이 다가오면 세월의 야속함이 느껴지고...
주하의 미래의 모습이 보입니다. 딱 로드무비님 얼굴을 하고 있을 거에요.

아영엄마 2006-09-04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기 중에 독한(?) 모기가 있어서-주로 산모기- 물리면 물린 부위가 크게 부어오르고 딴딴해지는 증세를 보이죠. 거기다 가렵기는 또 얼마나 가렵고 잘 낫지도 않고... 많이 가라앉았다니 다행이네요.

로드무비 2006-09-04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산모기요?
모진 놈입니다.
물린 자국 부위가 거무죽죽하고요.
독성이 아주 강한 놈인가 봅니다.;;

산새아리님, 나중에라도 아이가 제 얼굴을 하면 곤란한데......ㅎㅎ
어쩜 그렇게 부모 마음을 잘 아시는지. 꽃미남 청년께서.
아무튼 어제 식겁했습니다.
페이퍼를 올려서 님들의 자문을 구할까, 하는 생각을 했을 정도니까요.^^

평택, 나어릴때 님, 존대말로 쓴 건 저 음반이 든 책을 선물한
....님께 엽서 형식으로 써볼까 하다 그리 된 것이랍니다.
어색해서 집어치웠지만요, 말투는 살아남았네요.
그리고 님, 참 섬세하세요.
영화 '세 친구'의 섬세 소년이 아니라...아시죠?
주하는 님의 염려 덕분에 거의 다 나아서 남친 집에 놀러갔답니다.
깨춤 추며...^^

메피스토님, 전 멋을 좀 냈다 싶은 건 제목이든 뭐든 못 참겠어요.
좀 도취되어 살고 싶은데.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는 오역이라고들 하는데 뭔지 전해지는 게 있어요.
외로움의 척도라는 말이 근사하군요.^^

날개 2006-09-04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조카는 피부가 예민해서 어떤 모기든 물렸다하면 퉁퉁 부어올라 주먹만한 크기가 되더군요.. 그거보며 깜짝깜짝 놀래곤 했는데 주하도 그랬다니...ㅡ.ㅜ
문체를 달리해서 글을 쓰니, 마치 시를 읽는 것 같네요.. 이런 느낌도 참 좋아요...

로드무비 2006-09-04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전 또 독이 심각한 종류의 것이어서 점점 악화되고...
온갖 무서운 상황을 상상했습니다.
처음 봤거든요.
약국에서도 특히 예민한 피부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문체랄 것은 없고요, 어느 님께 엽서로 쓰려다
이리 된 것이랍니다.^^

blowup 2006-09-04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쓰나마나 한 싱거운 글이라뇨.
이런 멋진 글을 쓰는 데 2분 48초밖에 안 걸렸다구요?
믿을 수 없어요.--;
가끔씩 누구에게라도 엽서가 되는 이런 글 써주세요.
원래 제목도 가르쳐 주세요. 전 이제서야 봤다구요.

2006-09-04 19: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루(春) 2006-09-04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색 대문, 널부러진 개.
눈에 확 들어와요.

로드무비 2006-09-05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그 잠이 편안해 보이진 않습니다.^^

유능은요 눈치밥님, 눈치밥은 유난히 살이 찌던데.=3=3=3
님은 아주 마른 몸이죠?
일본소설 <만가>의 주인공 같은 얼굴이라 생각했답니다.^^

namu님, 2분 48초라니 그럴 리가요.
게다가 저 독수리타법이란 마륍니다.ㅎㅎ
네 번째 곡이니 시간이 얼마쯤 걸렸을지 짐작해 보세요.
제목은 소개한 차이코프스키의 곡 이름.
너무 폼 잡은 것 같아 부랴부랴 고쳐주었습니다.=3=3=3


해리포터7 2006-09-04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눈에 띄는 대문색깔...제가 잘 입고다니는 남방색이네요.ㅎㅎㅎ 여름엔 저런색이 최고로 시원해요..그나저나 주하손등이 가라앉았다니 다행이어요..로드무비님...

로드무비 2006-09-05 0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리포터 7 님, 우와, 저 색이 시원하긴 해도 소화하기 좀
어려운 색 같은데.ㅎㅎ
멋쟁이신가 봐요.
전 짙은 남색 좋아합니다.

지금은 주하 손등 아주 조금 부어 있어요.
어제 아침에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를 뻔했거든요.
염려해 주신 덕분입니다.^^

페일레스 2006-09-05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어. 주하가 걱정이 많았겠군요. 로드무비님께서도 걱정이 대단하셨겠고.
다행입니다. 우후후. ^^

로드무비 2006-09-06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일레스님, 긍게요. 그 어린 게......
아이 때문에 무서워진 게 많아요.
전전긍긍하게 되고.
지금은 말짱합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페일레스 오빠의 응원 덕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