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전 로그인을 하지 않고 내 방에 찾아들어갔다.
들창문으로 발돋움하고 남의 단칸 자취방을 훔쳐보는 기분이랄까?
그런데 페이퍼 제목들이 참 거시기하다.

     마지막 행주 (16)
   [퍼온글] 알라딘과 저작권법 -> 명랑한 알라딘? (0)
   빗자루와 쓰레받기 (25)
   탐나는 모아이 티슈 곽 (19)
   작가 권정생, "교회나 절이 없다고 세상이 더 나빠질까" (5)
   가을의 구멍가게 - 고은의 시 (28)
   묵호, 곰치국 (25)
   축구화 (35)
   푸른 방, 욕실 (23)
   파주 보광사 (6)



오래 전, 반지하 연립을 중심으로 방을 구하러 다닐 때 어둑하고 좁은 집구석에
너도나도 대형 결혼사진을 화려한 액자에 넣어 걸어두고 있는 걸 보고 질리는 기분이었다.
열 집 중 아홉이 그랬으니......
(그런데 그건 호화아파트의 거실이나 침실에 걸린 걸 봐도 마찬가지다.)

나는 그에 반발씩이나 하여 보험 아줌마에게 얻은 1천 원짜리 손바닥 반만한 주석 액자에
조그만 결혼식 사진을 넣어 화장대 위에 올려놓았다.

성대 앞의 인도 가게에서 분홍과 파랑 구슬이 보석처럼 박힌 예쁘장한 액자를 하나 사서
사진을 바꿔 끼운 건 이곳에 이사 와서였다.
그래도 결혼사진인데 너무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마음 깊숙이 있었던 것일까?

싸구려 주석 액자처럼 지나치게 멋을 부린 것으로 보이지 않으려고 
무심한 척 고른 제목들인데 멀찍이서 바라보니 단어들이 좀 우습다.
누가 보면 엄청나게 알뜰한 주부의 방인지 알겠다.

지금은 사소한 것들에 반발할 때가 아니라 감싸안고 깊숙이 뿌리를 내릴 때.
예쁘장한 액자를 하나 새로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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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 2006-11-09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근히 멋있는 제목들인걸요. 전 결혼하고 한 3년 지날 때까지도 결혼식 사진을 액자로 만들지 않았어요. 그러다 신창원이 잡혔을 때요, 신고한 사람이 집에 결혼 사진도 없는 게 이상해서 그랬다잖아요. 결혼 사진이 없으면 이상해 보이나 싶어서(-.-) 신혼여행 때 가이드한테 낚여서 찍힌 사진을 패널로 만들어 걸었죠. ^^

가랑비 2006-11-09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사소한 것들에 반발할 때가 아니라 감싸안고 깊숙이 뿌리를 내릴 때"라는 구절에 추천을...

Mephistopheles 2006-11-09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도.안.거.시.기.합.니.다.

기인 2006-11-09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어요~ 안 거시기 해요 ^^; ㅋ

해리포터7 2006-11-09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력적이어요.로드무비님..그 제목에 끌려 들어오는걸요..

물만두 2006-11-09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하는 님들은 거시기에 반해 오는 거라구요^^

날개 2006-11-09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대형결혼사진 걸려있는거 별로 안좋아해요...^^ 울집꺼는 창고속에....ㅎㅎ
애들 사진만 자꾸 걸린다는...

인터라겐 2006-11-09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방이며 거실이면 결혼 사진으로 도배한 집도 있습니다. 크크
왜냐.. 귀찮아서 그냥 두는 거예요.. 액자떼어내면 도배해야 하잖아요...

waits 2006-11-10 0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가끔 그거 하는데요, 빼꼼~ 온통 퍼온글 투성이더라는..;;;
로드무비님의 들창 안에는 '생활'이 가득하네요. ^^

nada 2006-11-10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생활'의 산 증인이세요, 로드무비님은..

건우와 연우 2006-11-10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단스럽게 불러세우지 않아도 가만히 들여다보고 싶게 하는 힘이 있는걸요.
그래서 로드무비님이 정말 좋아요.^^

플레져 2006-11-10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모아놓았더니 로드무비의 삼거리 점방이 됐군요ㅎㅎ
오붓하니 난롯가에 앉아있는 것 같아요.

로드무비 2006-11-12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 님, 호호 삼거리 점방.
맞아요.
따뜻한 호빵이라도 하나 드실래요?^^

건우와 연우 님, 헤헤 고맙습니다.
떠들썩한 호객행위 싫어하는 건 님도 똑같으시죠?^^

꽃양배추 님, 제, 제가요?
기뻐해야 할지 서글퍼 해야 할지......
기뻐할래요.^^

평택, 나어릴때 님, 퍼온글이 어디 보통 글들입니까?
그리고 종종 소중한 일기의 한 자락을 보여주시면서.^^

인터라겐 님, 그런 면도 있겠군요.
저도 게으름 하면 결코 남에게 빠지지 않는지라.^^

날개님, 애들이 엄마아빠를 밀어내는 형국이군요.
창고로 밀려난 결혼사진 보관 잘해놓으세요.
예쁜 얼굴 흠집 안 나게.^^

물만두님, '거시기'라는 말을 더욱 자주 써야겠구만요.^^

해리포터7 님, 우와 매력씩이나요?
헤헤, 앞으로도 제목 지을 때 신경 쓸게요.^^

기인 님, 메피스토 님, 안 거시기하다고 말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요.^^

FTA반대벼리꼬리 님, 추천 고맙고요.
자연스러운 스냅 사진 패널 좋지요.
말씀하신 사진 보고싶어라.ㅎㅎ
그런데 집에 결혼사진 없다고 수상하게 보고 신고했다는 사람이
전 더 수상하네요.;;
(포상금 액수 엄청 났겠죠?)








가랑비 2006-11-13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타깝게도 자연스런 스냅 사진이 아니고... 왜, 관광지 가서 가이드가 이렇게 저렇게 포즈 취해봐라 해서 그대로 했더니 몇 시간 뒤 사진 앨범이 떡하니 나오더라 하는 거 있잖아요. 바로 거기에 걸렸는데, 20만원쯤 됐을 거예요. 마음에 안 들면 안 사도 된다고 하지만, 내 사진이 앨범으로 돼 있는데 안 살 수가 없더라고요. -.- 결혼식 때 야외 촬영 같은 거 안 했으니 그거 한 셈 치자 하고 말았지요. 아무튼 그때 서비스로 액자 만들 만하게 크게 두 장을 따로 뽑아주었거든요. 그걸 썼다는 야그여요.

로드무비 2006-11-13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20만 원이라니!
엄청나군요.
전 해운대에서 1만 원 주고 폴라로이드 한 장 찍고도 투덜거렸는데......
야외촬영 그런 건 당연히 안했고, 식장 사진기사가 찍어준 딱 석 장의
결혼사진이 있을 뿐입니다.
신랑신부, 양가 친지들과 함께, 친구들과 함께.
그 정도면 벽에 걸어둘 만했겠어요.^^
 

슬슬 이사 준비를 할까 하여 싱크대 서랍을 정리하니,
결혼할 때 친구가 챙겨준 행주가 눈에 띈다.
도대체 몇 년 전이냐?

30대 중반에 아르바이트로 약간의 용돈을 벌며 해가 지면 술집으로 노래방으로
친구들과 몰려다닐 때 그 허랑방탕한 세월 속에서 남편을 만났다.
(한 1년 그러면서 놀았다, 무엇에 홀린 것처럼.)

평소 얌전한 샌님처럼 보이던 남자가 어느 날 노래방에서 한 친구에게 무례하다고 화를 내는데
내 딴에는 싸움을 만류한답시고 몸치인 주제에 블루스를 추자며 그를 일으켜 세웠다.
그날부터 블루스 커플로 정해지고,  그게 결정적인 인연이 되었다.

세월이 한참 지나 내가 눈을 빛내며 나의 무엇이 그렇게 좋았냐고  물어보았더니
유흥의 마지막에 다른 사람 배려 안하고 먼저 택시를 잡아 타고 사라지는
쿨한 모습이  좋았다고 했다.
혹시 술 더 마시고 퍼질까봐 내뺀 것에 불과한데......

왜 하필 자기였냐고 물어보길래, 샌님같은 남자가 한 덩치 하는 xx에게 따끔하게
야단 치는 모습이 멋졌다고 거짓말을 했더니, 일생 딱 한 번 내본 화라고 한다.
그리고 살아보니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지금은 걸핏하면 내게 화를 내지만.

아무튼 우리는 서로에 대한 잘못된 오해로 맺어졌다.
운명적인 만남이 별거더냐?
오해로 연결되어 안 싸우고 그럭저럭 사는 것도  운명이지.

(행주 이야기 하다가 옆길로 샜다.)

결혼 선물로 이것저것 다양한 것을 받았지만,
먼저 결혼하여 아이를 키우고 있던 한 친구는 내가 보기에 참 이상한 선물을 해왔다.
'타파웨어' 밀폐용기 세트랑  칼, 도마, 주방가위, 행주 등.
자취를 오래 하고 있었다곤 하나 나는 그런 용품들에 관심이 없었다.
살림을 따로 장만하지 않고 쓰던 세탁기와 텔레비전을 그대로 가져가겠다 하니
옹색한 살림에 뭐라도 보태주고 싶었나 보다.

나는 친구가 가져온 보따리를 풀어 여기저기 챙겨 넣는 것을 보며
'진짜 선물은 뭘까?'하고 마음속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타파웨어가 얼마나 비싼 브랜드인지 꿈에도 모르고, 
밀폐용기는 선물로 치지도 않던 낭만적인(?) 시절이었다.
행주는 아예 안중에도 없었고!

그리고 몇 년 후에야, 그 보따리가 엄마 같은 마음으로 그녀가 꼼꼼하게 준비한
선물이었음을 깨달았다.(깨달음은 항상 너무 늦게 온다.)

결혼식과 관련되어 또 한 가지 떠오르는 것.
사진 찍기에 꽤 조예가 있어 결혼식 스냅사진도 그녀에게 일임했는데
결혼식이 끝나고 며칠 뒤 그녀의 집에 강도가 들어 필름까지 모두 분실했다.
그래서 결혼 기념사진 몇 장 외엔, 친구나 하객과 찍은 사진 한 장  남아 있지 않다.

어제는 싱크대 서랍을 정리했다.
맨 아래 맨 구석에 숨어 있던 면 행주가 한 장 나왔다.
결혼할 때 친구가 챙겨준 바로 그 행주 중 하나.

가슴이 뭉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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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 2006-11-09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꼼꼼하고 고마운 선물이네요. 저는 왜 이렇게 싸우고 살까요. 어리광도 좀 받아줄 줄 알아야 하는데... 제가 너무 빡빡해서. 어휴.

BRINY 2006-11-09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뭉클해요. 방학 때밖에 볼 수 없는 친구가 놀러갈 때마다 고구마 몇개, 옥수수 하나라도 싸주려고 하는게 생각나요.

해리포터7 2006-11-09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그죠..깨달음은 항상 너무 늦게 다가오죠..

깍두기 2006-11-09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과 책장수님과의 스토리가 은근히 궁금했었는데
드디어 밝히시는군요^^
오랜만입니다. 아는 척 좀 해 주시죠?^^

로드무비 2006-11-09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리포터 7님, 너무 늦었지만 그렇게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깨달았는데 그 관계를 돌이킬 수 없을 때는 억장이 무너지죠.

BRINY 님, 그 울퉁불퉁 꼬질한 보따리가 예전엔 별로 반갑지도
고맙지도 않더니.......지금은 환장하지요.^^

FTA반대벼리꼬리 님, 저도 요즘 무척 빡빡하게 굽니다.
너무 금슬 좋은 부부로 오해들 하실까봐 '잘산다'에서 '잘'은 뺐습니다.
님의 옆지기, 무지 좋아 보이던데요?^^

로드무비 2006-11-09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 님, 행주 이야기 하다가 옆길로 새는 바람에.
뭐 그렇게 얼렁뚱땅 이야기하는 게 적성에 맞아요.
님도 그러시죠?
안 그래도 아까 님의 방에 가서 최근 리뷰 읽었어요.
멋집디다.
'아는 척'이라는 말이 거시기하군요.
'사교'를 거의 접다 보니, 좀 어색해서.
반가워요.^^

깍두기 2006-11-09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죄송해서 드린 말씀이야요^^

blowup 2006-11-09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 왜 저는 저런 '모멘트'가 기억이 나지 않을까요.
이제는 볼 수 없는 친구가 아니라면. 지금도 너무 늦은 건 아니죠.^-^


에로이카 2006-11-09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 번 이사 때에도 그 행주가 마지막으로 나오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저도 이사를 무지 많이 다녔는데요... 몇년 째 고이 모시고 있는 물건들을 어쩌지 못하고 계속 끌고 다니고 있습지요... 애물단지들에 대해서도 딴 사람들 쌩가고 (헤헤) 택시타는 것처럼 쿨해야 하는데 말이예요.. 이사 잘 하시기를.. ^^ 너무 일 많이 하셔서 힘드시거나 그러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oldhand 2006-11-09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분들끼리의 저런 곰살맞은 우정이 저나 제 친구들같은 "불한당"들한테는 참 신기할 뿐이야요. ㅎㅎㅎ

로드무비 2006-11-09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드핸드 님, 제가 별로 곰살맞은 편이 아니어서리.
불한당은커녕, 콩주 아빠가 제겐 곰살맞은 남성으로 보입니다.
증거 - 위의 댓글 중 '참 신기할 뿐이야요.'

에로이카 님, 서랍을 얼마나 정리 안했으면......ㅋㅋ
저도 스크랩이니 뭐니 상자 두 개 고스란히 끌고 가게 생겼습니다.
이사 올 때 가져왔던 그대로.
그게 참, 정리하기도 처치하기도 곤란하더군요.
그건 그렇고, 제가 가끔 쿨~ 정도가 아니라 아주 매몰찹니다.
책장수님은 그 점도 좋다네요.=3=3=3

namu 님, 정말 신통찮은 모멘트죠?
그 친구는 지금도 서로 오가며 각별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다행이지요.^^

깍두기님, 제가 송구하지요.^^



Mephistopheles 2006-11-09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자 뭉클하기 억울하셔서 이런 페이퍼를 통해 여러사람 뭉클하게 하시는군요..^^

nada 2006-11-09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맛, 깜찍한 모멘튼데요. "싸움을 만류합다시고는" 무슨요.. 점잖게 만류할 수도 있건만 하필 블루스를...흐흐 오늘 읽은 책의 한 구절이 딱 떠오르네요. "의사소통은 성공한 오해이다." 서로의 오해가 찌리릿 맞닿기도 힘들 텐데.. 인연이시겠죠.^^

치유 2006-11-09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세심한 친구분을 두셨네요..

2006-11-09 18: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perky 2006-11-09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진 친구분 두셨어요. 결혼준비로 바쁠땐 그런 세세한 것엔 신경쓸 틈이 없는데, 그걸 친구분이 대신 해주셨네요.
그리고, 남편분과 만난 사연도 재밌어요. 역시 인연이란게 정말 있나봐요. ^^

ceylontea 2006-11-09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정말 다정하고, 제게도 고마운 친구분이시네요.. ^^
덕분에 책장수님과의 러브스토리도 듣고.. ^^

waits 2006-11-10 0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마침 제 정리모드때 결혼한 친구가 있었답니다. 짐도 줄일 겸 둘다 운동하느라 워낙 가난들도 해서 온갖 부엌살림들을, 냄비세트부터 그릇에 수저까지 반으로 딱 나눠서 줬더랬지요. 나중에 놀러가서 부엌 보고 우리집인 줄 알았답니다..ㅎㅎ

끼사스 2006-11-10 0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의 파란만장(!)했던 삶의 편린을 엿본 듯한, 매우 실속있는 페이퍼였습니다. ㅎㅎ

마태우스 2006-11-10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살아보니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지금은 걸핏하면 내게 화를 내지만.
---> 갑자기 화를 잘내게 된 비결은 뭐죠??^^

플레져 2006-11-10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함께 놀다가 먼저 택시를 타버리고 가버리는 여자...
와. 저도 그래요. 먼저 가버려요. 하지만 로드무비님처럼 남자를 일으켜세워 블루스를 출 용기는 없어요. 저는 그저 취하고 어둑한 밤이면 내 이불로 달려가 누워 자고 싶어요... 행주를 챙겨줄 정도의 마음, 해본 적 없지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걸요.

로드무비 2006-11-12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래요 님, 전 행주를 챙겨주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우선 저만 해도 시시하게 생각하고 선물로 치지도 않았잖아요.ㅎㅎ
블루스를 추자고 한 건 혹시 큰 싸움으로 확대될까봐 무서워서.
용기하고는 거리가 멉니다요.^^

마태우스 님, 저랑 살아보면 절로 그렇게 됩니다.=3=3=3

끼사스 님, 그놈의 행주 때문에 본의 아니게 사생활 유출을......ㅋㅋ

평택, 나어릴때 님, 저도 남자 후배가 집 근처에 자취방 얻었을 때
그릇 등속과 프라이팬 나눠준 적 있어요.
그 친구는 결혼식 날짜를 기가 막히게 잘 잡았군요.^^

실론티 님, 러브스토리라니요,
처음 접선의 모멘트 정도.^^

차우차우 님, 제가 즐겨 하는 말 중에 '희미한 인연의 그림자'가 있어요.
부모님이 부산에 계셔서 살림준비는 제가 알아서 했거든요.
야물딱지지 못한 친구가 걱정되었는지 그렇게 바리바리
챙겨주더군요.^^

오늘에야 은행 님, 전화할게요.^^

배꽃 님, 님도 그런 편이시죠?^^

꽃양배추 님, 그 구절 멋집니다.
의사 소통은 성공한 오해.
거참, 제 생각에도 그래요.^^
(제가 작업을 걸었다고 믿으시는 건감유? ㅎㅎ)

메피스토 님, 어머, 뭉클하셨어요?
저 혼자 뭉클해야 하는데...=3=3=3
 
호문쿨루스 1
야마모토 히데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시내의 최고급호텔과 노숙자들이 진을 치는 공원 사이에 차를 세우고
엄지손가락을 빨며 자궁 속 태아의 자세로 몸을 웅크리고 자는 나코시.
그는 공원의 노숙자들에게 '자가용 형씨'로 불린다.

공원의 수돗가에서 얼굴을 씻으며 노숙자들과도 격의없는 인사를 나누는 그에게는
자신은 저들과 다르다는 남모를 자부심이 있다.
어느 날 돈이 떨어지고 자동차 기름이 떨어지고 거기다 견인까지 당하자
'두개골에 구멍을 뚫게 해주면 거액을 주겠다'는 피어싱에 문신이 장난이 아닌 
무시무시한 펑크족 청년의 인체실험 제안에 응하게 되는데,
알고봤더니 그는 유명한 병원집 자제에, 꼴에 의사이다.
의학, 심리학, 오컬트를 포함하여 수상한 정신세계까지 다양한 각도에서
인간을 연구하고 있다나.

두개골에 구멍을 뚫는 수술(트리퍼네이션)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과연  
어떤 변화가 나타날까?  제6감(식스 센스)이 갑자기 생겨 유령을 볼 수도 있고
초능력이 생기는 사례가 왕왕 있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오싹.

스포일러의 위험이 있는 이야기를 다소 길게 소개한 것은 <호문쿨루스>의 경우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수술 후 나코시의 눈에 비친 사람들.
거리에서 먼지가 들어간 오른쪽 눈을 비비는데 문득 이상한 세상이 펼쳐진다.

머리통 뚜껑에 해당하는 부분이 비스듬하게 3분의 1쯤 날아가고 없는 사람,
아주 뚱뚱한 청년의 몸피는 철판처럼 얇아 여기저기 구부러지고,
옷은 그대로인데 상체와 하체의 위치가 바뀌어 다리를 번쩍 들어올리고
물구나무 서듯 두 팔로 걷는 처녀.
제각각 기괴하게 비틀리고 변형된 모습으로 보이는 사람이 절반, 나머지가 반.

갑자기 벌어진 눈앞의 광경에 놀라  비틀거리다가 정면으로 부딪힌 사람이 있었으니,
남의 새끼손가락 자르는 게 취미인  야쿠자 패거리의  우두머리.
평소라면 도망가기 바빴을 험상궂은 얼굴의 그 떡대는 이상하게 그의 눈에
거대한 로봇 속에 갇혀 벌벌 떠는 소년의 형상으로 비친다.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다 마주친 건너편 테이블의 할머니 둘 중 한 명은
목이 없고 얼굴이 몸통에 바로 달라붙어 있다.
언젠가 사귀던 남자에게서 목이 졸린 경험이 있어 그 상처를 꽁꽁 숨긴다는 것이
그만 그런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단, 나코시의 눈에만.
다른 사람들의 눈에 그 할머니는 화장과 옷차림이 요란한 늙은 여인에 불과하다.

다음은 나카시의 눈에 금방이라도 부서질 모래성처럼 보이는 한 소녀에게
다각도로 인간을 연구한다는 의사 청년이 하는 말.

-- '진정한 자기자신'이 없는 게 아냐. 진정한 자기자신을 아는 게 무서운 거지.
(...) 부모에게 저항하려고 해도 그 저항이 다시 매뉴얼이 되어버리고 만다는 것도
눈치채고 있는 거겠지?  매뉴얼이나 방정식의 개미지옥에 빠진 것처럼,
끝없이 자기자신을 잃어가지.(제4권)

인간의 숨겨진 상처와 억압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무섭고 매혹적이다.
나카시의 눈에 나는, 그리고 이 리뷰를 읽는 당신은 어떤 형상으로 비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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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리풀말미잘 2006-11-08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한번 잡으면 다시 놓기 어려운 만화죠. 하지만 근 1년째 다음권 출간이 지연되고 있다는 거. 여하튼 요거 만화역사에 일획을 그을만한 작품이 되지 않을까 사료됩니다. ^^

Mephistopheles 2006-11-08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만화 은근히 섬짓한 구석이 많았습니다..
개개인의 아킬레스건이 눈에 보인다니... 식스센스..
그리고 여자의 마음속 목소리가 들리는 왓위민원트도 생각나더군요..^^

로드무비 2006-11-08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뷰리풀말미잘 님, 작가는 왜 그렇게 뜸을 들이고 있을까요?
너무 재밌어서 저도 단숨에 읽었습니다.^^

메피스토 님, 은근히가 아니라 노골적으로요.
그런데 님의 아킬레스 건은 뭔가유?=3=3=3
(도대체 안 본 영화가 있긴 한지 궁금 & 감탄.)

2006-11-08 1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11-08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만나러 갑니다 님, 아마 제 4권의 제가 소개한 저 대사에도
답이 있을 거예요. 평가가 엇갈리는 이유 중에는.
질문 자체의 매뉴얼화.
묵직한 저 질문 자체가 되려 식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고요.
전 무척 좋았습니다만.

25일입니다.
바쁘시군요.
그럼 나중에 부탁할게요.^^

Mephistopheles 2006-11-08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아서 뭐하시게유~~~~=3=3=3=3=3

릴케 현상 2006-11-08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권만 읽고 요즘 만화를 못 보고 있었는데... 한방에 다 봐야겠네요^^

로드무비 2006-11-08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책님, 호호, 한방에. 그러셔야지유.^^

메피스토 님, 흥=3 비밀!^^

nada 2006-11-08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무서워요. 두개골에 피어싱이라니. 나카시 눈에 저는 밥통을 이고 다닐 것 같으네요. 요즘 왜 이렇게 밥을 마니 먹는지..=3=3

2006-11-08 16: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날개 2006-11-08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만화 딱 3권까지만 좋았어요.. 4권 5권 읽으면서 좀 실망했고 6권은 읽지도 않았다는...ㅡ.ㅜ

에로이카 2006-11-09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의와 상관없이 정신분석 당한다는 기분, 타자에 의해 성찰당하는 자아란... 정말 무섭고도 매혹적인 폭력이군요. 아마 그런 사람이 옆에 있는 것은 옷을 입어도 그 속의 알몸까지 볼 수 있다는 안경을 쓴 사람이 옆에 있는 거 같겠네요. 나는 쓰고 싶지만 (그래서 매혹적) 다른 사람이 써서는 안되는 (그래서 무서운) 그 안경... 이 만화 진짜 재미있을 것 같아요..

로드무비 2006-11-09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로이카님, '무섭고 매혹적이다'고 무심코 썼더니 님이 멋지게
보충설명 해주시는군요.
이건 어때요?
둘이 동시에 그 이상한 안경을 쓰고 있는 거예요.
공평한 건가요, 최악인가요?ㅎㅎ

이 만화 재밌어요.
날개님 말씀처럼 뒤로 가면 좀 질리는 부분이 있는데
그래도 전 최고라고 우기고 싶어요.
작가가 6권을 끝으로 1년 넘게 뜸을 들이고 있는 이유가
희미하게 짐작됩니다.
기회 있으면 읽어보시길.^^

날개님, 왜 그렇게 말씀하시는지 알겠어요.
1권의 흡인력은 정말 무시무시하죠?
뒤로 갈수록 중언부언도 그렇고 밀도가 좀 떨어지는데.
그래도 전 재밌게 읽었다는 말씀.
모래소녀와의 차 안의 대화와 행동은 역겨웠어요.

곧 저녁이 오네요 님, 어제는 꼬막을 삶아서 양념간장을
끼얹어 먹었어요. 김치찌개랑.
님은 멋진 저녁시간 보내셨는지요?
'당신은 언뜻 강해 보이지만 사실은 마음이 너무 여려
세상살기가 힘든 타입입니다.'
어떤 설문 문항에 이런 게 있으면 열 사람 중 아홉이
동그라미를 치지 않을까요?
너무 일반화시켜 버리면 재미없지만.^,.~

꽃양배추님, 밥통이 술통보다는 낫겟지요?=3=3=3

페일레스 2006-11-09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6권까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정말이지 작가가 어떻게 전개해 나갈까 매일밤 머리 싸매고 고민할 거라는 짐작이 들 정돕니다. 이 고비를 잘 넘기면 진짜 걸작이 될 것인데... 어 제 팔이 로봇팔로 보여요!!! 농담입니다 -_-;;;

2006-11-10 1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11-12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볼수록 무서운 아이 님, 왜 남자들이 님을 보고 겁을 먹었을까요?
화사하고 다정한 님의 얼굴에 말입니다.
전 그런 말 한 번 들어보는 게 소원이랍니다.
하도 얼빵하여......
그리고 우짭니까? 이 책은 동네 대여점에서 빌려 읽었답니다.
다른 책 몇 권 골라보세요.^^

페일레스 님, 제 생각과 같군요. 호호~~
이 고비를 잘 넘기면......
우리 함께 작가를 위해 기도합세다.^^

비로그인 2007-02-27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호문쿨루스]라... 그렇구나. 나는 '모래성 인간' 이었던가.
오늘도 또 하나 '로드무비의 강'에서 멋진걸 건졌다. 후훗-
 

'빗자루와 쓰레받기'는  전북도청 미화노동자들이 오늘 어디메선가 연다는
일일주점 이름이다.
아침 일찍  출근하며 배가 고파 빵과 우유를 사들고 출근하다가 걸려 시말서를 쓰고
해고된 사람도 있다는데,  솔직히 원인은 눈엣가시인 그의 노조활동이겠지.

아무튼 '빗자루와 쓰레받기'라는 일일주점 이름을 보니 갑자기 먼 옛날,
명동의 어느 호프집에서 열린 일일주점에서 맹활약하던 나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페이퍼로 적고 싶다는 충동이......
마침 그 페이퍼를 퍼오신 님이 올려놓으신 또 한 개의 페이퍼에는
양심수 후원회 회장님의 사진이 실려 있었는데, 예순에 이르도록 지금껏 독신인  그는
오래전 명동 호프집 일일주점 행사의 주최자나 진배없었다.

장기수가족 후원회.
매달 약간의 후원금을 내고 큰 행사가 있다고 하면 머리수를 채우러 참석하는 정도의
활동이랄 것 없는 활동을 몇 년째 하고 있었는데, 내게도 몇 장의 티켓이 배분되었다.
티켓이든 뭐든 다른 사람에게 아쉬운 소리 하는 게 영 자신없고 싫었지만
여차할 경우 내가 소화하지 뭐, 생각하며 받아왔다.(강제적인 건 절대 아니었다)
1만 원짜리와 오천 원짜리 섞어서 2십만 원 분량.
그런데 전부 다 팔았다.

놀라운 건 내게 티켓을 사간 사람들 중 내 남동생만 빼고 그 일일주점에 모두
참석했다는 것이다.
일일주점 티켓은 주최하는 단체가 하는 일을 지지하는 의미에서,
혹은  파는 사람의 얼굴을 봐서 사게 된다.
하지만 나같은 경우 티켓을 사고 그 행사에 참석한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이 그러하리라.

명동의 한 호프집을 몽땅 빌린 그 일일주점에서 나는 서빙하랴, 밀려드는 내 손님들 맞으랴
하루종일 정신이 없었다.
결혼식날보다 더 정신이 없었다면 말 다 했지 뭐.
행사의 주인공인 장기수 선생님들도 맥주를 드시며 무척 즐거워 하셨다.

그 무렵 우연찮게 나랑 <애정만세>를 보고 엄청나게 우는 바람에 내가 다시 보게 된
시인 지망생도 그의 절친한 친구인 함 모 시인과 함께 왔고,
그와 담뱃불을 던지며 싸우다 내 손등에 화상을 입힌 박 모 시인도 왔고, 
유학 가기 사나흘 전 난데없이 사무실 앞으로 찾아와
고정희 시인의 유고 시집을 주고 간 교회 친구도 찾아왔고,
약혼식을 마친 내 절친한 친구는 화사한 모습으로 약혼자와 함께 일일주점에 들렀다.
(내 페이퍼에 등장했던 사람들은 거의 다 참석했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솔직한 말인데, 찾는 사람 수로나 매상으로나 회원들 중 최고이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코 평수가 좀 커지더라.)

'나는 무능하고 오죽잖은 인간'이라고 생각, 짝사랑만 하며 시들시들 풀이 죽어 살던 내게는
정말 경천동지할 만한 날이 아닐 수 없었다.

열 시 넘어서 행사가 끝나고, 나를 기다려주던 한 무리의 친구들과 함께 간 술집에서
나는 크게 취했다.
너무 기분이 좋아서.
살다보면 믿을 수 없는 그런 날도 있더라니!

그나저나 그 친구들은 지금 다 어디에서 뭘 하며 살고 있을까.
갑자기 쓸쓸해져서 술 한잔 생각이 슬그머니 나는 저녁이다.

**'빗자루와 쓰레받기' 일일주점이 부디 성황리에 마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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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02 17: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1-02 18: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nada 2006-11-02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내, 믿을 수가 없어요. '나는 무능하고 오죽잖은 인간'이라고 생각하며 사셨다니. 무비님만 보면 시들시들 풀이 죽는걸요. 어디 가나 인기 짱이시잖아요. 그나저나 '빗자루와 쓰레받기' 은근 중독성 있는 제목이에요. 패러디 연구를 해봐야지..

Mephistopheles 2006-11-02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봐도 로드무비님은 사람을 몰고 다니시는 듯 합니다...
동업으로 주점이라도 하나..차릴깝쇼...^^

sooninara 2006-11-02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진공청소기와 스팀청소기랄까요?
3학년 사회에 예전 물건이 현재에 어떻게 사용되나 배우는데..
빗자루가 청소기로 변했다고 배우더군요. 빗자루 아직도 사용하는데..ㅋㅋ

페일레스 2006-11-02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집니다. 우리 어머니가 항상 말씀하시는 게 '사람은 인복이 있어야 한다'는 건데. 부러워용 누님.

에로이카 2006-11-03 0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뱃불로 지지면서 싸우시다니... 과격하셔라.. 재떨이도 던지지 않던가요? ^^
저도 오래 전에 일일호프를 한 적이 있었는데, 제 업무는 장보기와 "접대"였답니다.

2006-11-03 1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owup 2006-11-03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코아아트홀에서 <애정만세>를 보면서,하염없이 울었어요.
얼마 전 차이밍량 감독이 앞으로는 부산영화제에 오지 않을 것 같다고 했대요.
영화제에서만 환영받는 영화라는 거죠. 영화제에서는 금세 매진이 되고 환호도 받는데, 정작 개봉되는 건 무지 어렵고, 어렵사리 단관 개봉이 되어도 별 호응 없이 간판을 내리게 되니, 부산영화제의 반응이라는 것이 거품처럼 느껴졌을 것 같아요.
되게 쓸쓸하던걸요. 그 말도, 그 말을 할 수밖에 없는 이 땅의 영화관 풍경도.

로드무비 2006-11-03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측했더랍니다 님, 어머, 지금이라도 그럼?=3=3=3
그런데 뭐 내게 찔리는 것 있나요?( '')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군요.
마음엔 드셨는지?^^

에로이카 님, 시인이나 시인 지망생이나 술 마시면 과격해지는 건
마찬가지더군요.
전 괜히 옆에 있다가 불똥을 뒤집어 썼죠.
일일호프에서 접대는 기본인데 장보기까지 하셨다니
꽤나 비중 있는 인물이었나 봅니다요.^^

페일레스 동상, 문제는 내 인생에 그런 날이 딱 하루뿐이었다는 것.
인복은 내가 만드는 거라 생각해요.
지난날 나의 모든 행동이 지금의 내 꼴을 결정한다.
특별히 불운한 경우는 빼고.
아무튼 저 때와 달리 지금은 무지 외롭단 말씀.^^

수니나라님, 맞아요. 많은 것이 변했어요.
그래도 간단청소에는 작은 빗자루와 걸레가 최곤데.
청소기는 잘 사용하지 않게 돼요.
아이들 교과서 내용 보면 저도 놀랄 때가 많아요.^^

메피스토님, 딱 하루 그랬다니까요.
그러니 제가 이렇게 떠벌리는 것 아니겠습니까.
제게 술집 동업하자고 제안했다가 급히 철회하는 사람이 몇 있었습니다.
원인은 모르겠어라.( '')

꽃양배추님, 일일주점 이름에 필이 꽂히니 안 나오던 페이퍼가
하나 나오더군요. ㅎㅎ
엄마에게도 이렇게 인기절정의 날이 있었다는 걸
나중에 나중에 주하가 읽고 즐거워 해줬으면 하여 쓴 거랍니다.
추억 보관 차원이기도 하고요.^^
(알라딘 서재에서만 그나마 기가 좀 사는 편이랄까.=3=3=3)

연구감이라는 님, 헤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기분 좋은데요?
이야깃거리가 되지도 않는 일을 가지고 너무 떠드는 것 아닌가
살짝 염려하며 썼더니, 님께 저으 마음이 그대로 전달된 것 같습니다.^^

쓸쓸하고 거시기하게 님, 그 영화 제목은 처음 들어보는데요?
한번 찾아봐야겠다.
페이퍼를 얼렁뚱땅 마무리한 감이 있지요?
기분좋게 쓰다보니 결국 저런 결론이 나오는 게 '당황시러버'서.
제가 문제에 정면으로 달려들어 아주 솔직하게 글을 쓴다면
좋을 텐데.
언젠가는 그런 날이 있겠지요.
님이 이 페이퍼의 어떤 부분과 만난 건지 짐작이 갑니다.
그리우면서도 쓸쓸한 일이지요.
퇴근 무렵에 남겨주신 촉촉한 답글 정말 고맙습니다.






로드무비 2006-11-03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mu 님, 저도 그 이야기 들었어요.
차이밍량의 영화는 꼭 극장에 가서 보고 했는데
저번 영화는 어쩌다 보니 놓쳤네요.
그걸 알고 감독이 그런 발언을 했을까요? 히히~~
전 극장 개봉에 앞서 씨네21에서 한 무슨 행사에서 봤는데요.
입장권 두 장을 가지고도 같이 보고 싶은 사람이 없어 혼자 가려고
집을 나서는데 전화벨 소리.
다시 문을 열고 들어가 전화를 받았더니 시인 지망생이더군요.
(그때는 그런 꿈을 품고 있는지 몰랐죠.)
그런 연유로 남자와 함께 영화를 보게 된 거랍니다.
기골이 장대한 남자가 너무 흐느껴서 이상하게 마음이 짠했어요.
나중에 알고봤더니 시인의 감수성인 걸 모르고. 흐흐~
양귀매, 그 영화에서 최고였죠?
님의 댓글 보고 반가워서 오만 이야기 보따리가...^^


2006-11-03 1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우와 연우 2006-11-03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이간 남자는 여기저기 넙죽넙죽 인사에 바쁘고, 구석에서 소리없이 술만 홀짝이며 몇몇사람하고 눈인사만 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저였을지도 모릅니다...^^

로드무비 2006-11-03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 연우 님, 우리 구면인지도 모르겠어요.ㅎㅎ
같이 간 남자가 없었달 뿐 가끔 참석한 일일주점에서
술만 홀짝이는 모습은 저와 같았군요.^^

캥거루 님, 아아, 궁금한 게 풀렸습니다.
전 그런 말도 아이에게 못하는 것이,
엄마의 의지력이 제로에 가깝다는 걸 아이도 이미 알거든요.
눈물 쏙 빠지게 야단은 잘 칩니다.
그래놓고는 허겁지겁 안아주는 꼴이라니!
사실은 그 사진 보고 싶다는 말을 하려 했는데
지나친 부담을 드리는 것도 같아서리.
페이퍼 하나는 살짝 긁어왔어요.
그냥 기념으로.....^^

해리포터7 2006-11-04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저도 방금 책+책 이벤트 발표보고 왔는데요..우와 축하드려요!!

2006-11-06 08: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1-07 0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11-07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리포터 7님, 축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올리브님도 적립금 받으셨죠?
그럴 줄 알았어요.
축하드립니다.^^

2006-11-07 16: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1-08 09: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11-08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자 가라사대 님, 구석구석 잘 살펴보시면 몇 권.^^
(제발 몇 권 있어야 할 텐데...)

오뎅이라도 님, 모임 끝나고 오뎅 드셨는지?
따뜻하게 입고 다녀오셨죠?
그럼 오마주는 아닌 걸로 알게요.
금요일쯤 보내겠습니다.
제 책 중 읽고 싶으신 것 있으면 말씀하세요.^^

2006-11-08 1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1-08 2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1-09 07: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아이 티슈 곽에 상자째 휴지를  넣고 한 장 한 장  뽑으면 콧구멍으로 술술 나온다니.....
평소 차량 뒤나 자신의 화장대 앞이나 간에 휴지를 돈 주고 산 예쁜 통에 넣어
신주단지처럼 모시는 듯한  사람들을 비웃어 왔는데 이것을 보는 순간  띠용~~~

<핑퐁>의 소설가 박민규 씨가 보면 무지 좋아할 것 같은.

그보다도 비염 증상 때문에 감기만 걸렸다 하면 휴지통을 품에 안고 사는 딸아이에게
좋은 선물이 되지 않을까? 혼자 묻고 대답하고.(좀 솔직해 지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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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7 2006-11-02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벽걸이 해놓고 쳐다보면 웃음이 터질것 같아요.ㅋㅋㅋ 감기걸린 모아이라니..

마노아 2006-11-02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핫, 너무 인상적이에요. 저도 핑퐁 생각났어요^^ㅎㅎㅎ

Mephistopheles 2006-11-02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코에서 티쉬가..ㅋㅋ

로드무비 2006-11-02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리포터7 님, 그럴 것 같죠?^^

마노아 님, 메피스토 님, 마음에 드신다는 얘기죠?^^

물만두 2006-11-02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찢어졌나 했어요^^ㅋㅋㅋ

waits 2006-11-02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과연 주하도 모아이 티슈곽을 좋아할런지.
그냥, 로드무비님을 위한 선물로 지르심이...^^;;;

로드무비 2006-11-02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택, 나어릴때 님, 쑈 하지 말고 그냥 그, 그럴까요?^^

물만두님, 코의 구멍이 콧구멍. 이것도 유머랍시고.=3=3=3

클리오 2006-11-02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ㅎㅎ 그나저나 문제예요, 이제는 모아이,란 글을 보기만 해도 핑퐁과 관계된 물건인가? 싶다니까요.. 사실 그 소설 읽지도 않았으면서.... ^^

조선인 2006-11-02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하 (주하가 아닌) 로드무비님이 탐낼만 하네요. =3=3=3

nada 2006-11-02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크 잼난 녀석이네요. 가격은 좀 세지만 볼 때마다 웃음 나겠는걸요~

가랑비 2006-11-02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하하하하! 저도 탐나요. 저렇게 비싸지만 않다면 저도 사러 달려갔을지도 몰라요.

로드무비 2006-11-02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FTA반대벼리꼬리 님도 은근히 저런 것 좋아하시더라.
아니 노골적인가요?ㅎㅎ
고민 끝에 질렀습니다요.
평생 쓰면 되지요, 뭐.^^

꽃양배추님, 이렇게 탐나는 물건은 만나기 어려워요.^^

FTA반대 조선인 님, 아이참, 그런 건 좀 모른체해 주시잖고.=3=3=3

클리오님, 박민규 효과일까요?^^

2006-11-02 1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퍼겜보이 2006-11-02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엽기예요~~~ 허걱.

책읽는나무 2006-11-02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저도 탐나네요...아주 기발한 제품이에요..^^

ceylontea 2006-11-03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하하//정말 재미있네요.. ^^

로드무비 2006-11-03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론티님, 님의 웃음소리도 재밌네요.^^

책읽는 나무 님, 아가들 미소만큼 탐나는 건 없지요.^^

슈퍼겜보이 님, 사랑스러운 엽기랄까요.^^

장필순 님, 가끔 음악과 좋은 그림 숨은그림찾기 하듯 뒤지게
여기저기 숨겨 주세요.^^

루니앤 2006-11-03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와_

로드무비 2006-11-07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millsally님, 님도 이런 종류 좋아하시는군요.
상품 받아보니 사진과 똑같이 근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