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기행 - 나는 이런 여행을 해 왔다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규원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 이 책은 늘 뭔가를 생각하고, 언젠가 어떤 통찰을 얻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하는 것만을 기대하며 살아온 한 남자가 여행을 계기로 머릿속을 스쳐간 다양한 생각들을 기록한 것이다. 거기에다 취재를 겸한 여행에서 얻은 정보를 보태고, 그런 여행을 하면서 사색한 내용을 서술한, 농도 짙은 보고서 몇 개가 실려 있다.(85쪽)

다치바나 다카시의 <사색기행>을 읽었다. '세계인식은 여행에서 시작된다'는 제목의 90쪽짜리 서론에서 미리 밝혀놓은 것처럼 그의 기행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여행기와는 많이 달랐다. 관광객으로 들끓는 명소 위주의 여행도 아니며 그렇다고 아무 목적 없이 휘파람을 불며 어슬렁 뒷골목을 산책하는 배낭여행과도 거리가 멀었다. 

 낯선 나라의 도시 뒷골목이나 바닷가, 혹은 시골의 한적한 길을 유유자적 한달쯤 배회해보고 싶은 꿈이 나에게도 분명 있었는데 나는 어쩌자고 여러 번 걸어들어온 그 기회를 발로 걷어차버렸다. 인도도 마찬가지. 서른 초반에 나의 절친했던 친구 둘은 나를 유혹하다 하다 포기하고 저희들끼리 유럽에도 가고 인도에도 다녀왔다. 친구들이 배낭여행을 간 동안 극장으로, 또  희귀비디오를 소장한 비디오가게로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다녔던 나의 선택은 과연 현명한 것이었을까?

제 1장, '무인도에서 보낸 엿새'(1982년)는 문명사회에 중독된 인간의 엿새간의 단독 무인도 체류기이지만 한 잡지사의 기획의도처럼 너무나 가볍고 뻔해서 다치바나 다카시 본인으로서는 상당히 독특하고 유쾌한 경험이 되었는지 몰라도 독자로서는 별로 신통치 않았다. 일본의 한 무인도에 약간의 식량만 가지고 들어가 엿새를 혼자 보낸다는 설정이다. 그런데 단  며칠간의 경험일 뿐인데도 저자는 돌아와서 굉장히 중요한 깨달음을 얻는다.

--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어떤 일도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렇게 악착같이 일할 필요가 어딨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요컨대 나는 업무중독에서도 헤어나고 만 것이다.(119쪽)

제2장 몽골에서의 '개기일식' 체험(1997년)을 하게 되는 경위도 마찬가지이다. "몽골에 개기일식 보러가지 않을래요? 테레비아사히의 프로듀서가 이런 제안을 했다. (...) "개기일식으로 하늘이 새카매지면 헤일-봅 혜성이 육안으로 보일 겁니다. 이런 일은 두 번 다시 만나기 힘들지요."(121쪽)

그런데 그가 꼭 글을 쓰는 사람이어서 이렇게 멋진 제안을 받고 거기에 응하고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이른바 준비가 돼 있는 사람이었다. 가령 그는 중학생 시절에 망원경을 직접 만들어 별이나 달을 즐겨 관측했다. 

그뿐 아니다. 그는 대학시절 이슬람 문화에 관심이 많아 아라비아어 수업과 페르시아어 수업을 들었던 사람이다. 그가 팔레스타인 지역을 여행하고 보고서를 쓰는 것도 필연적인 것으로 보인다.

제 3장 '가르강튀아 풍'의 폭음폭식 여행(1983)은 일본의 최고 소믈리에와 프랑스의 와인 산지를 돌며 최고급 와인과 치즈를 원없이 먹어본 체험인데 이런 류의 취재여행을 제외하고는 다치바나 다카시이기 때문에 가능했고 온전히 그의 것이 되었던 독특한 기행들로 이 책은 채워져 있다.

내가 제일 부러웠던 기행은 제6장 신을 위한 음악(1982년) 편으로 세속과는  절연되어 사람의 발길도 거의 끊어진 수도원 엘 에스코리알 대성당에 들어갔을 때 울리기 시작했던 오르간 연주곡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를 듣고 아무 이유 없이 그가 눈물을 흘렸던 시간이다. 슬퍼서도 아니고 심란한 일이 있어서도 아니고 그냥 저절로 흘러내리는 눈물이었다.  마침 그 시간에 오르간주자는 연습을 시작했을 뿐인데 그 음악이 그의 영혼을 건드렸다. 나는 여행의 최고 순간을 그러한 장면이라 생각한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그가 열아홉 살에 떠났던 유럽 반핵무전여행(1960년)이다. 대학 1학년 때 이런 종류의 여행을 구상하고 모금을 통해서 엄청난 경비(요즘으로 치면 1천만 엔?)를 마련, 친구와 함께 떠난 그의 기상과 호기 앞에서 나는 너무 부러워 할 말을 잃었다. '원폭수폭 금지 세계 홍보운동 추친위원회'를 고마이 군과 달랑 두 명이서 결성,  1년 동안 모금을 받아 원폭피해 사진집과 관련 다큐멘터리 필름 세 통을 들고 유럽 여행길에 오른다. 그들이 만난 유럽의 평화운동 단체나 운동을 하는 개인의 모습들도 상당히 인상깊다.  "시위현장에서 놀랄만한 강인함을 보여주는 것은 대부분 개인의 신념이나 신앙(퀘이커 교도 등)에 의지하는 사람들입니다. " 그뿐인가, 다치바나 다카시는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떠났던 이 6개월간의 여정에서 예술과 문화를 몸으로 체험한다.  어느 시골 구석에 가도 놀랄만한 미술작품들이 그의 눈에 띈 것이다. 

그는 6개월간 유럽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자칭 인생에서 최고의 공부를 한다. 체리나무가 있는 엑상프로방스 젊은 미망인의 집 마당에서 체리를 실컷 따먹던 그 일주일만큼 호사스러운 인생의 순간이 어디에 또 있겠는가! 그는 이 여행에서 돌아온 후 학생운동을 그만두고 자신의 관심사인 공부에 매진한다.

그 뒤를 잇는 '팔레스타인 보고'나 '뉴욕 기행'도 무척 흥미로웠지만 저자의 말대로 그것은 보고서의 성격을 띤 것이니 너무 바쁜 사람은 건너뛰어 읽어도 무방할 것이다. 나의 생각으로는 이렇게 다양한 기행과 보고서를  한 권의 책으로 무리하게 묶지 말고 두 권으로 따로 엮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다.  별로 바쁠 것 없는 나는 팔레스타인 보고서나 뉴욕 연구까지 꼼꼼히 흥미롭게 읽었지만 처음에 이 책을 읽으며 느꼈던 흥분과 즐거움은 나도 모르게 반감이 되는 느낌이었으니까......그 점이 아쉬웠다고 하면 내가 너무 욕심이 많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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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05-05-10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무실에 굴러다니던데...마르스를 먼저 보고 기회를 노려야겠군요.마르스 재밌어요^^선인장하고 남녀 스타일이 약간 비슷한듯...

달팽이 2005-05-10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에게 있어 기행은 지식의 첨단을 걷고 있는 지적 여행이 아닌 것 같군요. 다만 자신의 내면에서 자신이 이전에 발견하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기행이 아닐까 싶군요. 살까 말까 한참을 고민했더랬는데...님의 리뷰로 사서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잘 쓰셨습니다.

로드무비 2005-05-10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팽이님, 바로 그거예요.
목적이 있는 실용적인 성격의 여행에서도 그는 자신이 기다리던
한 소식을 얻고야 말더군요.^^
자명한 산책님, 사색기행이 굴러다니는 사무실이라, 근사합니다.
마르스 재밌죠?^^

2005-05-10 15: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날개 2005-05-10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깨달음의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도 복이로군요. 아니다. 그건 본인의 능력이겠죠? 같은 여행이라도 관광지를 둘러보는 수박겉핥기 식의 여행과는 다른 느낌이군요..

마냐 2005-05-10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초절정 염장질이라 할 수 있군여..흠흠..

사마천 2005-05-10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네요. 남과 다른 독특한 체험을 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군요. 책만 많이 읽는게 아니라 삶도 두루 넓혀가며 사는 사람이죠.

로드무비 2005-05-10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마천님, 그런 사람이 부럽습니다.
마냐님, 제 맘에는 쏙 드는 기행이었어요.^^
날개님, 뭐 그런 이가 따로 있을라고요.
날개님이나 저도 기회만 되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속삭이신 님, 기대보다 좋았어요.
이틀동안 이 책만 읽었답니다.
그리고 비디오가게 드나든 저의 시절도 꽤 괜찮았어요.^^

urblue 2005-05-10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로드무비표 리뷰!

로드무비 2005-05-10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듣는 말!^^

히나 2005-05-11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이 너무 두껍고 무거워서 살까 말까 고민중인데 로드무비님 리뷰 읽으니까 더 고민이 되요.. (별 걸 다 고민하는 여자야 암튼..) 이상하게 들고 다니기 무거운 책과 상, 하권으로 나뉜 책은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구요.. ^^:

로드무비 2005-05-11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노드롭님, 이 책 사세요. 팔레스타인 보고서와 뉴욕 이야기도 전 무척
재밌게 읽었어요. 그리고 어쩌면 제목이 '사색기행'이니 좀 두꺼워야
맛이 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책 살 때 꼭 땡스투 누르시고요.^^

인터라겐 2005-05-11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거워서 들고 다니면서 보기엔 힘들어요.... 그래도 두고 두고 펼쳐볼수 있어 좋은것 같아요... 헉 그런데 로드무비님은 어찌 이렇게 글을 잘쓰신데요... 저 다시 한번더 볼래요.... 같은 책을 읽고도 이렇게 표현하는 방법이 다르다는게 참 신기하지요?

로드무비 2005-05-11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라겐님, 워낙 재밌게 읽으면 리뷰도 술술 나오더라고요.
하나도 힘들이지 않고......
님도 잘 쓰셨으면서 귀엽게 엄살은?!^^
(결국 내가 잘 썼다는 말;;;)

2005-05-11 1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루(春) 2005-05-11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임자 잘 만났군요. ㅎㅎ~ 언젠가 그런 여행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겠죠? 함께 꿈꿔 보아요. ^^;;

kleinsusun 2005-05-11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정말 감칠 맛 나는 리뷰네요.
근데 로드무비님....저도 울어봤어요.아무 이유 없이....너무 평화로와서....
그런 느낌....정말 뭐라 말할 수 없이 충만해요.

로드무비 2005-05-11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그런 경험이 있으시다니 부럽네요.
전 눈물이 터지진 않았지만 하염없는 마음으로 여기저기
다녀보던 어느 한때가 자주 그립습니다.
하루님, 그려요. 함께 꿈꿔보자고요.
떠나게 되면 서로에게 엽서도 한 통 쓰고요.^^

플레져 2005-05-12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저기 떠돌아 다닌 적 없는 제게는 부럽기 그지 없는 책이네요....어흑...ㅠㅠ

chika 2005-05-12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저한테도 엽서 쓰는거 잊으시면 아니되옵~! ^^
근데 정말 로드무비님 말처럼 다치바나 다카시였기에 가능한 여행이었다는데 동감요~!!

로드무비 2005-05-12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카님, 그런 부분이 있죠?
엽서는 무,무,물론이죠.^^
플레져님, 저도 그냥 1박 2일로 여기저기 혼자 다녔던 걸 부풀린 것에 불과해요.
너무 부러워하지 마세요.^^

비로그인 2005-05-13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립된 수도원에서 '토카타와 푸가'를 듣고 눈물을 흘리다니..물아지경의 경지였을까요? 그냥 듣기에도 성스러운 곡을 알맞은 공간 안에서 들었을 때, 궁합이 딱 맞아버린 거였군요. 크하..저도 그런 경험 함 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로드무비 2005-05-13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이님, 요즘 님이 제 리뷰 읽어주지 않아 속상했다고요.
님도 인생에 꼭 저런 진한 순간을 경험해 보시길 빌어드립니다.^^

내가없는 이 안 2005-05-15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휴, 이 리뷰에 달린 댓글들... 로드무비님 서재는 1년만에 빌딩도 살 수 있을 것만 같은, 잘나가는 삼겹살집 같아요. 여기저기 벌어지는 이야기들이며, 고기 굽는 냄새도 나는 듯하고, 다들 여기서 술 한잔씩 하시는 느낌이라니! ^^ 사색기행, 저도 읽어보고 싶어지게 쓰셨네요. ^^
 
뚝딱뚝딱 인권짓기 - 만화 인권교과서 뚝딱뚝딱 인권 짓기 2
인권운동사랑방 지음, 윤정주 그림 / 야간비행 / 2005년 4월
구판절판


인권운동사랑방에서 짓고 펴낸 만화 인권교과서 <뚝딱뚝딱 인권 짓기>를 읽었다.
내가 어린이라면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이렇게 말했을 것 같다.
"엄마, 우리나라는 뭐가 이래요?"

차례 : 같으면서도 달라요 / 생각하고 말하고 전할 수 있어요 / 깨끗한 환경을 사랑해요...등 인종이나 남녀, 장애인 등 사람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인권보호와 자연보호의 필요성까지 열세 가지로 나누어 조목조목 만화로 보여주고 있다.

(내용이 궁금하시면 클릭해서 크게 보세요.)

같으면서도 달라요.(제목)

만약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인형가게에 있는 인형들처럼 똑같이 지낸다면 지루하고 따분하겠죠. 또 모든 사람들의 직업이 의사라면 아플 때는 좋겠지만, 빵이 먹고 싶을 때나 공부를 하고 싶을 때는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성적으로 인한 차별-같이 지각을 했는데도...
"범생이 네가 웬일로 지각이냐? 다음부턴 일찍일찍 다녀라."
"뭐하느라 늦잠을 자다 지각해?! 그러니까 성적이 만날 그 모양이지!"

性에 의한 차별 - 할머니는 나보다 오빠를 좋아하신다. 배고프다 말하면.
"아이고, 우리집 장손 배고팠구나. 자, 이 고기도 먹고...욿지, 잘 먹는다."
"아니, 너는 여자애가 그런 것도 못하냐? 알아서 챙겨 먹어라."

마이 도러는 초등학교 입학선물로 아디다스 가방을 받았다. 조기축구회에 든 남편은 사무실 사람들에게 생일선물로 축구공과 축구화를 선물해 달라고 해 마침내 받아냈다. 우리집엔 맥도날드와 롯데리아에서 햄버그를 사면 주는 장난감 인형이 쌔고 쌨는데......

--파키스탄의 세 자매. 6살과 7살의 동생 두 명이 가죽조각에 구멍을 뚫고나면 8살짜리 언니는 그 조각들을 꿰매어 축구공 만드는 일을 해요.
--맥도날드의 장난감을 만드는 사람들 중 대부분이 14세 이하의 어린이들이거든요. 어쩌다 쉬는 날에도 아이들은 갈 곳이 없어 공장에 있어야 해요.

만약 아이가 자기의 가방이나 장난감이 제3세계 가난한 아이들의 노동력을 저임금으로 착취하여 나온 것임을 안다면 뭐라고 말할 것인가?

회장 되려면 쏴야 해!(제목)
전교어린이회 회장 부회장 투표 전 합동 소견 발표회.
부잣집 아이 민호가 내거는 공약이 재밌다.

"그동안 정수기가 한 대밖에 없어서 불편하셨죠? 저를 만약 회장으로 뽑아주신다면 한 층마다 정수기를 설치하도록 하겠습니다. 또 지금은 흰우유가 매일 나오지만 다양한 우유가 나올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세 번째 '깨끗한 환경을 사랑해요' 편.
사람의 건강과 환경을 파괴하는 맥도널드 이야기를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펼치고 있다.

우리 몸은 소중해요(제목)

제 동생 지연이가 얼마 전부터 많이 아파요. 병원에도 갖다왔어요. 며칠 전에 어떤 아저씨가 지연이가 혼자 있을 때 뽀뽀도 하고 껴안으려고 해서 그렇대요.

으으, 그림만 봐도 정말 끔찍하다.

진짜 부끄러운 일은...(제목)

가난한 집안형편으로 급식비를 못 내서 쩔쩔매는 하남이에게 선생님이 일러주신다. 급식비를 지원받는 일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당한 권리인데 정말 부끄러운 일은 이런 걸 창피하게 생각하는 거고. 또 국가가 책임지지 않으려 하는 것이라고.

한 아이가 학교에 와서 돈을 잃어버리자 가방 검사를 하는 선생님.(우리는 예전에 이런 걸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신체검사에서 미정이의 체중을 살짝 훔쳐보고 돼지라고 놀리는 친구들.

이 책을 초등학교에 다니는 내 아이에게 읽히려면 부모로서 단단히 결심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세상의 문제들, 빈부의 격차니 눈 뻔히 뜨고 자행되는 인권 훼손 문제니 잘못된 일들이 어디 한두 가지여야 말이지. 아이가 눈 똑바로 뜨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해 줄 건가?
아니 그건 차치하고라도 부모로서 나는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공평하고 열린 시각을 가졌으며 또 사회 구성원으로서 작은 정의를 부지런히 몸소 실천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서 온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책 마지막에 부록으로 실린 UN 어린이 권리조약.
아이 방 책상머리에 붙여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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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5-05-06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이로군요.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하는 데에 도움이 되겠어요.

숨은아이 2005-05-06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에 담았습니다. ^^

인터라겐 2005-05-06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는 뭐가 이래요 라는 제목이 가슴에 와 닿아요...
진짜 마음 단단히 먹고 읽혀야 겠다는 생각이...

로드무비 2005-05-06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라겐님, 숨은 아이님, 하루님.
처음엔 그냥 리뷰 쓸 생각을 했는데요.
그림이 재밌고 내용 전개가 좋아서 포토리뷰로 올렸답니다.
잘했죠?ㅎㅎ
이 책을 읽고나니 우리나라는 뭐 이래? 하는 뜬금없는 생각이
떠올라서 제목으로 잡았고요.
추천 고마워요.^^

날개 2005-05-06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내용이군요.. 애들에게 보여주기 전에 정말 제 자신부터 바로 세워야겠군요..

플레져 2005-05-06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뭘 알아야 가르친다는 걸, 절감해요. 우선 나 부터 좀 제대로 된 생각을 해봐야겠어요. 추천해요, 저두요!! ^^

난티나무 2005-05-07 0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부터 먼저 봐야 할 책이군요. 추천!!!

로드무비 2005-05-07 0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티나무님/ 어른도 한번 읽어볼만한 책이에요.^^
플레져님/ 님이야 그이상 어떻게 제대로 된 생각을 갖추시려고요.^^;;
날개님/ 다음 보따리에 넣을까요?^^
새벽별님/ 님은 벌써 읽으셨죠?^^
따우님/ 저 페이지에 나온 저게 다예요.(클릭해서 보세요!)
두 쪽짜리라 따우님 말씀하시는 것까지 집어넣긴 무리가 있었던 듯.
정말 필요한 건데 말이죠.^^

히나 2005-05-07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노트북이 바이러스를 먹었는지(아니면 단순히 오래된 거라 성능이 떨어지는지) 포토리뷰는 로딩되는 데 한~~~참 걸리는 까닭에 이제서야 읽네요.. 로드무비님 리뷰는 뭐 이래요 어흐흐흑 감동먹고 갑니다 --_--b

로드무비 2005-05-07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포토리뷰에 이렇게 많은 추천 받은 것 가족관찰기 이후 처음이에요.
스노드롭님, 감동씩이나요;;
고맙습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사유리 1호 1
무라카미 카츠라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모든 약속을 스트레스라고 생각하는 당돌하기 짝이 없는 여자아이와 노메이크업이라는 화장을 한 매력적인 여자아이를 만났다. 유키와 치코.

치코와 어릴 때부터 옆집에 살며 형제처럼 지내던 우에다란 남자아이는 치코와 같은 대학에 입학하여 지금 또 바로 옆집을 얻어 자취하고 있는데 꼬맹이 때부터 친구였던 치코가 여자로 보일 리 없다.  그는 독특하게도 어릴 때부터 '사유리'라는 이름을 지어놓고(사실은 치코가 지어줬다. 그녀는 우에다에 관해 모르는 것이 없다)  상상 속의 그녀와 섹스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그런데 어느 날, 현실 속에서 사유리를 만나버렸다. '해양모험동호회'라는 자신이 회장을 맡아하는 서클에 상상 속의 사유리와 똑같은 미모의 유키가 들어온 것이다. 모든 남학생들의 시선은 유키에게 가 꽂히고......

자신이 여성이라는 성을 타고난 것을 부끄러워하는 듯한 털털하고 씩씩한 치코와, 자신의 미모를 이용하여 남자아이들을 마음대로 가지고 놀다가 싫증나면 내팽개치는 유키는 우리가  주위에서 언젠가 한 번씩은 만났음직한 인물들이다.  그런데 유키는 처음부터 아예 어떤 사람에게도 호기심이나 기대를 품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적 인간으로 보인다.

이 책은 누가 누구를 좋아하고 어쩌고 하는 스토리 전개보다는 세 명의 주인공들의 마음속의 말, 서로가 서로에게 내뱉는 말들의 파워가 엄청나다. 이미 예전에 청춘을 졸업했다고 믿고 있는 나조차도 그 입에서 나오는 말들에 흠칫흠칫 놀랄 정도이니.

같은 여성들끼리의 상대 간파하기는 무당의 손에 들린 무엇처럼 으시시하고 무시무시한 데가 있다. 가령 자신에게 반한 게 틀림없는 우에다랑 당분간 좀 어울려볼까 하는 유키는 우에다와 항상 함께여서 신경쓰이는 치코 선배를 친구에게 이렇게 설명한다.

--시원시원하다고 동성에게 굉장히 인기있는 선배인데, 내가 볼 땐 그런 부류의 자연스러움은 부자연스런 거나 똑같거든. 예를 들어 남자 앞에서 말투가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중, 약간은 행동이 부드럽게 변하는 쪽이 자연스럽잖아. 오히려 조금도 변하지 않는 쪽이 부자연스러운 거 아니니? 남자에게 잘 보이고 싶은 게 당연한 거잖아!...내 생각에 그 선배는 '노메이크'라는 화장을 하고 있어.

도대체 자기가 뭘 원하는지 모르는 것 같은 우에다란 남자아이도 첫 데이트 약속을 잡고 유키의 매력을 이렇게 명확하게 설명할 줄 안다.

--유키는 남자에게 인생에서 첫 데이트를 체험시켜 주는 여자다.  신중하게 입고 갈 옷을 고르고 신중하게 식당을 찾아두고...그런 식으로 차분하고 자연스럽게 되어 있는 자신이 좋아서...이런 순간은 인생에서 여러 번 있어도 좋다. 아낌없이 멋을 부리자. 그 순간을 위해 남자는 태어났다.

치코는 우에다를 마음속으로 좋아하지만 유키를 비난하는 친구들의 대화에 휩쓸리지 않고 오히려 두둔해 주는 편이다. 그런 그녀의 어느 날 독백은 어떤가!

--언제나, 나는 그녀를 미워할 수 없었다. 미워하면 지는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도 오래 전 그 누구에겐가 치코의 마음을 품은 적이 있었다.  분명히...

이 만화를 읽으면서 우스울 정도로 몰입되는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을 나이만 잔뜩 먹었지 어린아이 같다고, 미숙하다고 불안하게 생각하는 이들,  이성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행동 노선이 명쾌하지 않아 마음이 어지러운 청춘들이 일독하면 참 좋을 만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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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05 1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날개 2005-05-05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을 읽고 어떻게 리뷰를 써야하나 고민하다가 패스해버렸는데, 어찌 이리 멋지게 잘 쓰셨나요? 네.. 전부 제가 하고 싶던 말들이예요~~!

하루(春) 2005-05-05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권짜리군요. 제가 읽어도 되겠죠? 2권짜리라 마음에 드네요. ^^

로드무비 2005-05-05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이거 2권에서 끝난 거 아닌데요?
계속 나올지 3권에서 완결일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재밌어요.
소장용 만화로 강추!^^
날개님, 그냥 쉽게쉽게 썼어요. 떠오르는 대로.
리뷰 안 쓰고 넘어가는 게 아쉬운 책이라......^^
속삭이신 님,
그럴 줄 알았어요.(뭐가?ㅎㅎ)
우리 나중에 실시간 리플로 본격적인(?) 얘기 좀 나눠보아요. 추천 고맙고요.^^

하루(春) 2005-05-05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 그렇군요.. --;

플레져 2005-05-05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성에 대한 노선은 확실한데 그 외에 것이 어지러운 사람이 읽어도 되겠지요? ^^
호기심 자극하는 리뷰여요...!

로드무비 2005-05-07 0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이 책 재밌어요. 님도 좋아하실 듯.^^
하루님, 님 책(생존) 반납할 때 이 책 빌려드릴까요?^^
 
세계의 동화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100편의 동화와 민담
크리스치안 슈트리히 지음, 김재혁 옮김, 타치아나 하우프트만 그림 / 현대문학 / 2005년 4월
품절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민담을 두 번에 걸쳐 두 가지 방식으로 읽게 된다. 첫번째는 어릴 적에, 온갖 다채롭고 생생한 이야기들이 펼쳐지는 세계가 진짜라는 믿음을 가지고 소박하게 읽는 것이고, 그 다음엔 훨씬 어른이 되어서 그 이야기들이 모두 꾸며낸 것이라는 점을 뚜렷이 의식하면서 읽는 것이다.(슈테판 츠바이크)

'백파이프 부는 꼬마'(아일랜드 민담)
--지금으로부터 그리 오래 되지 않은 어느 시절에 티퍼레리 백작령 근처에 한 성실한 부부가 살고 있었다. 그 부부의 이름은 마이클 플라니건과 쥬디 멀든이었다.

나는 이렇게 구체적인 지명과 이름을 부여해 주는 것이 좋다. 어느 아저씨와 아줌마, 혹은 어느 부부 그런 걸로는 뭔가 양에 차지 않는다. 작중 인물이 고유한 이름을 부여받음으로써 리얼리티가 획득된다고 믿는다. 아무리 동화나 민담이라도...

--네 명의 아이 중 셋째의 경우는 사정이 완전히 달랐다. 그 아이는 하느님이 이 세상에서 생명을 준 존재들 중에서 가장 초라하고 가장 혐오스럽고 가장 못생긴 괴물딱지였다.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인정받고 있다는 천재적인 작가 타트야나 하우프트만이 5년여에 걸쳐 그렸다는 일러스트와 컷. 책읽는 재미를 배가시켜 준다.

'베네치아 총독의 보물창고에 들어간 도둑들'(이탈리아 민담)
--고색창연한 도시 베네치아에 한 총독이 살았다. 그 사람은 부유하고 현명한 사람으로서 매사에 조심스러웠고 지혜로웠다. 그의 이름은 발레리아노로 바초노 아체타니의 아들이었다.

제법 깊고 푸른 밤의 색감이 잘 나타나 있다.

'파랑새' (돌느와 부인)
--옛날에 돈과 재산이 아주 많은 왕이 살았다. 아내가 세상을 뜨자 그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는 일주일 내내 조그만 방에 처박혀 벽을 머리로 들이받았다.

역시 두 번째 왕비는 간악하여 자신이 데리고 온 못생긴 딸만 예뻐하고 전 왕비의 딸 꽃님이는 구박을 일삼는다. 꽃님이니 사랑 왕자니 이름이 우리 식으로 바뀌어진 것은 꽤 흥미롭다만...

그림동화와 안데르손의 동화가 몇 편인가 세어봤더니 30여 편으로 전체 100편 중 30프로를 차지한다.
그러나 언뜻 봐도 처음 보는 제목의 동화나 민담이 많아 앞으로의 독서가 기대되는데 아이들보다는 어른을 위해 나온 책같다는 생각이 무럭무럭 든다.



책에 실린 대표적인 일러스트들이 수록된, 출판사에서 독자들을 위해 사은품으로 마련한 노트도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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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5-05-02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 책 사셨어요? 무,무려 5만원이 넘는...

로드무비 2005-05-02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 이벤트 해서 4만 몇천원 돈.
망설이다 질러버렸어요.^^

nemuko 2005-05-02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비싸서 눈만 꿈뻑거리고 있었는데 사셨군요...^^

릴케 현상 2005-05-02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사야겠다(영수증끊고^^)

하이드 2005-05-02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지금 원서(독일)를 살까 번역본을 살까 엄청고민중입니다 -_-;;

panda78 2005-05-02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동안 잊어먹구 있었는데.... 불을 지르시는군요... 크흑..

숨은아이 2005-05-02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생일 선물로 이 책 받기로 했습니다. 크하하!

인터라겐 2005-05-02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1년 지나면 기본 20%는 하겠지요? 헉 그래도 비싸다....

icaru 2005-05-02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페이지 수도 만만치는 않지만...가격이 헉!
근데...참 예쁘네요...저런 아기자기한 그림이 나오는 책이 좋더라고요..가격은 아기자기하지가 않지만...

로드무비 2005-05-02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순이 언니님, 요런 거 한 권 있으면 폼 나겠다 싶어서요.ㅎㅎ
하루에 두세 편씩 자기 전에 읽는다든가 그래야 할 것 같아요.^^
인터라겐님, 그렇겠지요?^^
숨은아이님, 생일이 혹시 오늘 아니에요?
페이퍼에서 며칠 전 본 것 같은데?
선물로 받으면 정말 기분좋을 거예요.^^
판다님, 전 어제 님 소장 미술책 리스트 보고 입이 딱 벌어졌는데요, 뭐.^^
미스 하이드님, 원서를 소화하신다면 원서로 사는 게 좋지 않을까요?@,.@
산책님, 영수증 꼭 끊으시기를......^^
네무코님, 님도 눈 딱 감고 질러버리세요.
5천 원 쿠폰 줄 때...^^

하이드 2005-05-02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 말을 기다렸습니다. 오늘 당장 질러야지요. ^^; 헤헤~

로드무비 2005-05-02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되게 화끈하시구나.
멋져요.^^

어룸 2005-05-02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오오오♡ 이것이 바로 그!! >.<
지름신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슴당...으으으...

로드무비 2005-05-02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투풀님, 큰일났어요.
님때문에 이동건이 점점 좋아지고 있어요.(두근두근)
그리고...지름신의 유혹과 한번 정면대결해 보시죠?ㅎㅎ

날개 2005-05-02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이거 포토리뷰 올라오길 손꼽아 기다렸어요..!!@.@ 책이 굉장히 두꺼울것 같은데, 좀 더 찍어 올려주시지....

바람돌이 2005-05-02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비싸서 엄두를 못내고 있었는데.... 어떡하나
사고 싶어 미치겠네...
며칠전에 누군가 북해의 별 애장판 나온거 자랑해서 그것도 사야되는데....헉!!!!

하이드 2005-05-03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오늘 실물 봤는데 , 생각보다는 안 두껍고, 크기는 생각보다 크더군요.

하루(春) 2005-05-03 0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실물 보고 싶어요. 이리도 비싼 동화책을 살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그래도 심히 땡깁니다. 특히 그림..

로드무비 2005-05-03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컬러 그림이 생각만큼 아주 많지는 않아요.
그래도 전 만족합니다.
하이드님, 그렇죠?
저울에 달아봤더니 2.5킬로그램이더구만요.^^
바람돌이님, 둘 다 사버리세요.^^
날개님, 이거 나중에 빌려드릴까요?
비싼 책 사서 포토리뷰 올렸더니 제 심정을 아시고 추천을 많이 눌러주셨군요.
고맙습니다아.^^

아영엄마 2005-05-03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로드무비님, 이 책 사셨군요. 미스 하이드님은 원서로...@@

로자 2005-05-03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죠? 언제나 열심히 맛깔나게 사시는군요.
가격때문에 망설이고 있던 책인데 로드무비님 포토리뷰
보니까 마음이 동하네요. 잘 보고 갑니다.

날개 2005-05-03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빌려주시면 감사히지요!! 헤헤~ ^_________^

로드무비 2005-05-04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수첩에 적어놓을게요.^^
로자님, 정말 오랜만이에요.
요즘 많이 바쁘신가요?^^
아영엄마님이야말로 이 책을 손에 넣으셔야 하는데......

바람돌이 2005-05-08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은 질러버렸음다. 너무 맘에 들어요. 아이는 관심도 없고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제가 보면서 어린 시절의 추억에...
근데 들고 읽기 너무 무거워요. 이리도 무식한 무게가...연약한(?) 저에게 너무 과한 무게군요. 쩝

로드무비 2005-05-10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님 덕분에 530원이 들어왔습니다. 헤헤.
책이 너무 무겁죠?
그래도 좋아요.^^
 

8500원에 학교 앞 문방구에서 파는 꼭두각시 의상에 뭐 멋진 색감이나 꼼꼼한 바느질까지 기대하지는 않는다.  나도 그 정도는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건 정말 심했다. 전체적으로 한복을 흉내만 내었달 뿐 앞섶에 고름 달려 있고 저고리 동정이랍시고 목부분에 있으니 한복이라고 짐작하는 정도다. 저고리에도 치마에도 단추나 호크가 하나씩은 있어야 옷을 입었을 때 매무새가 정리된다. 그런데 어떻게 된 셈인지 단추가  하나도 달려있지 않다.(장난감이든 학용품이든 어린이용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 제발 대오각성 좀 하길!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뭘 보고 배우라고 그렇게 조잡하게 엉터리로 만드는지......)

급기야 선생님은 알림장에 '꼭두각시 의상 아래위에 단추를 달아서 다시 보내세요!'하는 메모를 붙여 보내셨다. 마침 바지 수선 맡길 게 있어 그걸 갖다주고 단추 좀 달아달라고 슬그머니 엉겨붙을 속셈으로 세탁소에 갔다. 그런데 내가 우리집 겨울옷 드라이크리닝을 몽땅  다른 데 맡긴 걸 눈치챈 것일까? 세탁소 안주인은 쌀쌀맞게 똑딱이 단추와 호크만 내밀며 나보고 직접 달아주라고 한다. (가슴 철렁.)

하기 싫은 일은 끝까지 미루다가 더이상 버틸 수 없을 정도가 되어야 마지못해 하는 못된 버릇을 아직도 가지고 있는 나. 마이 도러가 바느질 언제 할 거냐고 몇 번이나 채근하는데도 모른척하고 있다가 밤 아홉시경 드디어 바늘과 실을 찾아 손에 들었다. 얼마만에  만져보는 바늘과 실이냐!  그런데 충격적인 건 눈이 침침해진 건지 형광등이 침침한 건지 실을 바늘에 꿰는 데만 10분쯤 걸렸다는 사실이다.

똑딱이 단추가 그 중 좀 만만해 보여 대강 눈치로 위치를 잡고 저고리에 꿰맨 것까진 좋았는데 볼록부분과 오목부분을 바꾸어서 다는 바람에 뜯어내고 다시 바늘에 실을 꿰고 단추를 맞춰보니 저고리가 심하게 울어서 다시 뜯어내고......그렇게 해서 간신히 치마와 저고리 단추를 다 달고 나니 열시 반.  무려 한 시간 반이 걸렸다.

그 시간까지 엄마가 제대로 단추를 달고 있나 책을 읽으며 감시하느라 마이 도러는 안 자고 있었다.  단추 다 달았다고 의기양양하게 아이를 불렀더니 아이의 얼굴이 흐려지며 너무나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묻는다.

"엄마, 왜 빨간 치마에 흰실로 달았어? 빨간 실 놔두고......"

그 순간 든 생각. ' 아아아, 나는 죽어야 돼!  여덟 살 아이도 하는 생각을 왜 못했단 말인가!'

하지만 나는 시치미를 뚝 뗐다.

"그대신(?) 엄마가 절대 안 떨어지게 엄청 튼튼하게 달았거든. 엄마 허리 아파 죽겠다!"

이렇게 얼렁뚱땅 달래며 옷을 입혀봤더니 뭐가 잘못됐는가 저고리와 치마 사이에 10센티미터 정도 벌어지며 내복이 허옇게  드러난다.

오늘아침 엉망으로 단추를 단  꼭두각시 의상을 그대로 아이 손에 들려보냈다.  저고리와 치마 사이가 왜 그렇게 벌어지는지 원인을 규명하지 못했기 때문에......

조금 전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왔는데 세상에나 꼭두각시 의상을 다시 들고 왔다.

"엄마, 선생님이 치마 옆을 '꼬매어' 오래!"

'도대체 치마 옆 어디를 어떻게...날더러 어쩌라고???'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를 뻔했다.

그놈의 꼭두각시 의상 하나 때문에 인생이 이렇게 고달플 줄이야......대낮부터 맥주를 한 캔 따려다가 꾹 참고 바느질 못하는 비애를 페이퍼로 올린다.

 

 


 내성적인 성격의 세일즈맨. 집집마다 현관에서 문전박대를 당하고 대낮의 공원에서 우두망찰, 맥주를 한 캔 마시는.(내맘대로 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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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04-28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 정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십니다. ;;;;
(로드무비님의 내맘대로 캡션은 정말 딱! 인 거 같아요. ^^)

icaru 2005-04-28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맘대로 캡션!! 훌륭하옵니다 ^^

BRINY 2005-04-28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놀다가 치마 튿어졌다고, 교복 단추 뜯어졌다고 담임에게 와서 꿔매달라는 여중생들도 많이 봤지요. 엄마는 바쁘셔서 그런 거 못해주신다나요.

미누리 2005-04-28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아닌 밤중에 왠 꼭두각시 의상이예요? 학교 학예회인가...
그나저나 고생하셨네요. 그런데 저는 읽으면서 왜 그렇게 웃음이 나는지.죄송.
대신 추천 누르고 가는 거 맞지요?

하루(春) 2005-04-28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꿋꿋하게... 그런 일로 좌절하시면 주하가 얼마나 서럽겠어요

깍두기 2005-04-28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한테 보내요. 나 작년 1년동안 애들 바느질 가르쳤어^^(똑딱단추도 포함되어 있지요)
오늘 조선인님 번개에 실이랑 바늘이랑 가져오면 해드릴텐데....

난티나무 2005-04-28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 웃고 갑니다... (저도 죄송... 추천...^^;;)

클리오 2005-04-28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초등용 애들 대상으로 파는 것은 정말 1회용이예요.. 왜들 그러는지..

마냐 2005-04-28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안. 로드무비님...남의 불행에 이렇게 웃음이 나오다니, 저 못된거 맞죠? 으하하(흠, 하지만...님의 위기가 곧 제 상황이겠군요. -,.-)

날개 2005-04-28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로 웃으면 안되는데...ㅎㅎㅎ 주하를 빨리 가르치는 수밖에 없겠군요..^^

인터라겐 2005-04-28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면 울 언니는 참 행복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어요...꿰멜것은 온통다 엄마가 해주시거든요..조카들도 으레 실밥이 뜯어지거나 하면 엄마네로 들고 오거든요..
고생많으셨어요...가까이 살면 저희 엄마한테 부탁해서 멋지게 해드릴텐데.. 앤드 저두 재봉틀질좀 하는데... 안타까워요...

로드무비 2005-04-28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라겐님 언니가 부럽군요. 전 미니 재봉틀 장식용(?)으로 사긴 했습니다.^^
날개님, 저도 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마냐님, 2,3 년 뒤 로드무비의 이 페이퍼를 떠올리며 미안해 하시기를...
클리오님, 심각합니다. 정말...
난티나무님 추천해 주셔서 용서해 드릴게요.^^
깍두기님, 오늘 재밌는 시간 되시길.
어쩐지 수상해서 님께 부탁하고 싶은 생각은 안 드네요.=3=3

로드무비 2005-04-28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예! 꿋꿋하게 잘난척하겠습니다.^^
미누리님, 저랑 처지가 같은 것 아니신가요?^^
(추천은 고마워요.)
브리니님, 제 딸은 기필코 그렇게 안 만들게요.^^;;;
복순이 언니님, 판다님, 저 내성적인 세일즈맨에게 추천 좀 해주고 가시지
그러셨어요.^^

어룸 2005-04-28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쩝니까...저도 우,웃음이...^^:;;;;;;;;;;;;;;;
(얼른 분위기바꾸며) 내맘대로 캡션에 감동했어요!!! 추천도 했어요!!! ^^

로드무비 2005-04-28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투풀님, 고마워요.
내맘대로 캡션 좋아해 주셔서 얼마나 기분좋은지......
새벽별님, 좋으시겠어요.
그것도 위로라고.=3=3=3

nrim 2005-04-28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사연이 있었던거로군요. ^^

하얀마녀 2005-04-29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역시 어머니는 위대합니다. ㅜㅜ

2005-04-29 0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4-29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그렇게 말씀하시니 제가 미안해지잖아요.^^;;;;
하얀마녀님, 그렇게 말씀하실 것까지야.....술 드셨남유?^^
느림님, 사연이라고 말씀하시니 슬픔이 복받쳐오르는 느낌이...^^

nemuko 2005-04-29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새벽별님도 저랑 비슷하시군요. 저도 단추 다는데 1시간씩 잡아 먹기 땜에 떨어진 단추들은 맨날 주워서 통안에 담아 두었다가 시어머니께 내밀거든요. 그러는 와중에 대부분 잃어버리구요.
로드무비님 수고하셨습니다^^

딸기 2005-04-29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꼭두각시 무용은... 제가 국민학교 2학년 때 운동회에서 했던 건데,
요즘도 하나보군요.
로드무비님, 그런 일 있으면 택배로 저한테 보내세요. 제가 또 한 바느질 하거든요.ㅋㅋ

로드무비 2005-04-29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월의 딸기님 나중에 딴소리하시기 없기예요.
5월 4일에 운동회를 한답니다.^^
네무코님, 반가워요. 바느질 못하신다니!
동지를 만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