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 오브 아트 - 80점의 명화로 보는 색의 미술사
클로이 애슈비 지음, 김하니 옮김 / 아르카디아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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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이 애슈비(Chloë Ashby)’의 ‘컬러 오브 아트: 80점의 명화로 보는 색의 미술사(Colors of Art: The Story of Art in 80 Palettes)’는 색을 주제로 미술과 미술사를 담아낸 책이다.

대게 작품을 구분한다고 하면 작풍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시기별로 잘라 나누기엔 같은 방식이 계속된 경우도 있고, 반대로 같은 시기에도 여러 방식의 작품이 나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흔히 듣는 것처럼 인상파니, 사실주의니, 추상화니 하는 대중적인 분류가 만들어졌고, 대부분 미술이나 미술사를 얘기한다고 하면 이 비교적 잘 알려진 분류에 따라 소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화풍이 아니라 색과 색조합에 초점을 맞춘 이 책은 꽤 신선하다. 기존에 색에 대한 것을 전혀 다루지 않았던 것은 아니나 이 책은 아예 핵심 화두로 올려 살피기 때문이다.

과거부터 현대까지 시대 순으로 만들어졌던 작품들을 살펴보고, 거기에서 사용한 색 조합과 주요 색을 꼽은 후, 그 색을 사용한 이유와 색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나 작품 또는 작가와 관련된 일화라든가 작품 자체에 대한 분석 같은 것들로 각 작품에 대한 해설을 채웠다. 이로써 작품 소개와 당시에 대한 해설을 함께 하려는 셈이다.

색은 셀 수도 없이 다양하게 만들어질 수 있을 것만 같지만, 의외로 꽤나 유행을 잘 타는 것이기도 하다. 화려한 색감이 아름다워서, 강렬한 대비가 좋아서, 때로는 쉽게 구할 수 없는 귀한 재료로만 만들 수 있는 소위 값비싼 색이라서 그러기도 한다. 그래서 미술작품과 미술사를 색이라는 관점으로 보는 것은 꽤나 적절하고 흥미롭기도 하다.

색을 주요 화두로 삼은만큼, 책 곳곳을 여러 색 조합을 나열한 팔레트로 구성한 것도 재미있는데, 작품에 사용한 정확한 색과 색 조합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핵심이라 할만한 색들을 잘 보여주며 각 색에 대한 CMYK와 RGB 값을 나타내어 그것들을 직접 사용해볼 수 있게도 했다.

팔레트를 바꿔본다면 작품이 어떻게 바뀌게 될지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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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한강
권혁일 지음 / 오렌지디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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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인 자살자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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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한강
권혁일 지음 / 오렌지디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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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한강'은 잠시 머무는 일종의 사후세계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마치 한강처럼 생겨서 제2한강이라고 부른다는, 온토 푸르댕댕한 모습이 가득이 그곳은 자살자들만이 와서는 완전히 떠나가기 전에 잠시 머무는 곳이다.

끝내고 싶어서 죽었지만 그대로 끝을 맞지 못하게 만들고서는 정말로 끝내고 싶다면 한번 더 자살을 하라는, 그러지 못한다면 언제까지고 그 파란 곳에 머무르면서 계속해서 끝내고 싶었던 삶을 떠올리고 괴로워하라는, 이 이상한 공간은 마치 변태적인 사디스트 신의 잔혹한 모형공원같다.

저자는 이곳에 오게된 사람들은 어떤 특별한 경향성이 있는 이들로 그리지는 않았다. 사람들에겐 모두 다른 각자만의 사정이 있고, 자살을 선택한 이유가 있으며, 금세 '다시 자살'을 하거나 수년이 지나도록 계속해서 제2한강에 머무르기도 한다.

저자는 또한 그들이 어떠해야 한다고 얘기하지도 않는다. 그런 일로 죽지 않았어야 했다거나, 왜 죽지 않을 이유를 알아보지 못했냐고 하지도 않고, 그들의 죽음이 누구의 책임이고, 어떻게 하면 죽지 않았을지를 명확하게 규정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단지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았고, 또 왜 죽음을 선택했으며, 제2한강에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그저 보여줄 뿐이다. 그것이 때로는 잘 이해가기 어렵더라도 말이다.

그들이 제2한강에서 다시 자살하여 완전한 무로 돌아가기까지의 이야기는, 그래서 사후세계에 대한 것이라기 보다는 실제 자살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것에 더 가깝다. 그래서 더 현실감과 안타까움이 있다.

대놓고 얘기하지는 않지만, 자살에 대해 부정적인, 만류같은 것도 느낀다. 애초에 환생이 없는, 완전한 소멸만이 기다리는 정류장같은 곳으로 제2한강을 설정한 것도 그렇고, 그들의 소멸을 그린 것 역시 좀 그렇다.

애써 의미를 찾고 희망적인 무언가를 가지려고도 해보지만, 결국엔 그러니 자살따윈 하지 말라는 근본적인 생각으로 돌아온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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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딩에서 너를 기다릴게
산다 치에 지음, 이소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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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 치에(三田 千恵)’의 ‘해피엔딩에서 너를 기다릴게(太陽のシズク: 大好きな君との最低で最高の12ヶ月)’는 불치병을 소재로 한 학원 로맨스 소설이다.

또 불치병이야?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그리기 위해 너무도 많이 써먹어, 이젠 익숙하다 못해 지루할 정도로 너덜너덜하게 우려진 소재이기 때문이다. 그걸 처음부터 꺼내놓으며 결국 안타까운 결말, 소위 배드엔딩으로 이어질 것임을 대놓고 이야기하고 시작하기 때문에 소설은 좀 뻔하게 느껴진다.

이것은 이 소설에서 이야기하는 ‘국한성 심근경화증’, 즉 심장에 종양이 마치 보석과 같은 형태로 생긴다는 가상의 병을 통해 더욱 강화된다.

마치 소설에서도 주요하게 등장하는 진주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낸 듯한 이 병은 심지어 다분히 판타지적인 면모까지 갖고 있어 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학원 로맨스란 부분에도 그렇게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유독 이것만이 판타지적이라 잘 어울리지 못하고 튀기 때문이다.

다만, 그것을 주요한 요소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심정을 보다 선명히 알아볼 수 있게 하는 장치 정도로만 사용했고, 두 사람이 만나고, 때론 감정을 소비하기도 하면서, 가까워지고, 결국 자신의 진심을 알아가는 것 자체는 꽤나 클리셰적이라 할 정도로 전통적인 그것을 따랐기 때문에 이야기 전개 역시 썩 나쁘지는 않다.

곱씹으면 씁쓸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우울하게 가라앉지만은 않는, 그렇기에 배드엔딩이면서 또한 해피엔딩이라고도 할 수 있는 로맨스를 결론적으로는 나름 잘 그렸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소설에서만 줄 수 있는 즐거움을 꽤나 잘 담았다. 몇몇의 장치들은 자칫 뻔할 수 있었던 이야기를 신선하게 느끼게 하고 이야기의 구성과 결말도 더 괜찮은 것으로 보이게 한다.

실로 소설적 재미 중 하나를 잘 느끼게 하기에, 꽤 좋은 읽기 경험을 준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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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심령들이 잠들지 않는 그곳에서
조나탕 베르베르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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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나탕 베르베르(Jonathan Werber)'의 '심령들이 잠들지 않는 그곳에서(Là où les esprits ne dorment jamais)'는 꽤 독특하고 매력적인 미스터리 소설이다.


세상엔 참 신기한 게 많다. 그 중에서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만큼 진짜같은, 다르게 말하면 거짓된 흔적이나 증거같은 걸 찾기 어려운 것들도 있는데, 그건 대게 여러겹에 걸친 심리적인 속임수와 기계적인 장치 등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렇게 만들어진 대표적인 실제인 듯 신기하고 생생하면서도 가짜임을 분명히 하는 것이 바로 마술이다.

한자문화권에서는 언젠가부터 마법과 마술을 구분해 부르면서 판자지적이 능력인 마법과 기술적인 속임수인 마술을 구분하기도 한다만, 영어로 말하면 둘 다 Magic으로 딱히 구분하지 않는다.

이는 역사적으로 마술이 마법처럼 이용되었기에 그런 것이기도 하지만, 다르게 말하면 그만큼 둘이 구분되지 않는다는 것이기도 하다. 마술사들이 어디까지나 재능을 발휘한 마술쇼임을 분명히 하는 것도 그렇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반대로 그러지 않는 마술사가 있다면 그는 분명히 사기꾼이라 할 만하다. 초능력이나 심령술처럼 말이다.

이 소설은 그 중 심령술을 주요 소재로 삼고, 한 탐정 회사가 마술사를 통해 심령술사의 실체를 파헤치려고 하면서 시작한다.

주인공인 '제니'가 대상인 '폭스 자매'에게 접근해 그들의 수수께끼를 파헤쳐 나가는 이야기는 꽤나 흥미롭다. 그와 더불어 나오는 탐정 회사의 이야기라든가, 그들의 매뉴얼을 통해 살펴보는 탐정술, 그리고 제니의 아버지가 남긴 글을 통해 얘기하는 마술 이야기등도 꽤나 재미있다. 이것들을 한번에 늘어놓는 게 아니라 하나씩 조금씩 공개를 하며 이야기와 함께 볼 수 있도록 한 것도 좋아서 각각에 피로해지지 않고 흥미롭게 볼 수 있게 구성했다.



*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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