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 오브 킹즈 QUEEN OF KINGS
탁윤 지음 / 이층집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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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 오브 킹즈’는 중세스런 판타지 세계를 배경으로 한 로맨스 소설이다.

생각보다 익숙한 느낌을 많이 받는다. 워낙에 로맨스와 판타지가 조합된 소위 로판물이 많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주류라 할 수 있는 중세스런 서양 판타지 느낌의 로판이라서 더 그렇다.

소재도 마찬가지여서, 창세 또는 건국에 얽힌 신화라든가 그와 얽힌 신비한 힘, 그리고 그것이 이제는 거의 없어져 일부만이 갖고있다는 것 같은 것도 상당히 클리셰적으로 느껴진다.

주인공도 그렇다. 사생아라는 출신, 그렇지만 정당하다 할만한 혈통 역시 물려받았으며, 그 때문에 모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왕의 자리에 오르지만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노골적인 무시와 왕실을 둘러 싼 음모 뿐, 그렇다고 도망갈 수도 없어서 혈혈단신으로 버텨내야 한다. 이런 기본 설정도 꽤나 익숙한 것이다.

이렇게 (괜찮고 무난하기에 자주 써서) 익숙한 것들을 조합했으니 그럼 평타 이상은 하는 이야기냐 하면, 그건 좀 애매하다. 잘 몰입이 안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캐릭터의 변화가 너무 급작스럽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첫인상이 부정적인 것으로 바뀌고, 그게 다시 반전되서 호감이 된다는 것 자체는 그렇게 나쁜게 아니다. 이런 뒤집기 기술은 작가가 캐릭터를 다르게 재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데다, 캐릭터 자체도 단순하지 않게 만들어줌으로써 이야기도 좀 더 뒤엉킨, 그래서 예상하기 어려운, 흥미로운 것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뒤집히기에 합당한 과정과 이유는 분명하게 납득할 수 있도록 그려야만 한다. 예를 들면, 사실은 오해였다는 식으로 말이다. (지겹지만, 줄기차게 쓰이는데는 이유가 있다.)

그러나, 이 소설 속 인물들의 감정변화는 그 속도가 쫌 너무 빠르다. 과정 자체가 그럴 뿐 아니라, 그 전에 마땅히 그럴만한 캐릭터라는 복선이 깔리는 것도 아니라서 갑작스러워 보이고 잘 납득이 안된다. 그래서 로맨스 쪽으로는 좀처럼 몰입을 할 수가 없다.

이야기의 전개랄까, 그런 진행 밑에 깔린 기본 설정 같은 것도 그런 면이 있다. 애초에 아무런 추종세력도 없이 여러 왕의 위에 서는 엽합국의 여왕에 올라선다는 것부터가 이상하다. 최소한 꼭두각시로 이용해 먹으려는 세력이라도 있어야 가능한 거 아닌가. 그래서 모두의 노골적인 무시와 협박을 받는다고 하면서도 막상 하는 짓이라곤 꽤나 온건한(?) 짓 밖에 없다는 것은 좀 우습기도 하다. 왕실의 암투라는 게 이렇게까지 온건한 거였나.

주인공의 심정과 행동도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자신의 관념을 꿋꿋이 지켜나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충분히 활용해서 상황을 해쳐나가는 것도 아니고, 주도적이지도 않고, 결단력이 있다거나, 하물며 순수하거나 착한 것도 아니어서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나 자꾸 멈칫하게 된다.

좋게 본다면 현실적인 인물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만, 부정적으로는 캐릭터가 제대로 잡히지 않은 것처럼도 보인다.

부가적으로 문장도 좀 아쉬웠는데, 번역본은 아니라고 하지만 저자가 서양 소설 플랫폼에서 주로 활동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한국어 문장이 좀 어설픈 번역본같은 느낌이 있다. 캐릭터성과 안맞는 대사는 좀 깬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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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쉬운 재미있는 물리 - 계산식 하나 없는 발칙한 물리 수업
미사와 신야 지음, 장재희 옮김, 송미란 감수 / 미디어숲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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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와 신야(三澤 信也)’의 ‘세상에서 가장 쉬운 재미있는 물리: 계산식 하나 없는 발칙한 물리 수업(東大式やさしい物理: なぜ赤信号は世界中で「止まれ」なのか?)’은 일상 곳곳에서 찾을 수 있는 물리 법칙들을 쉽게 알려주는 책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쉽다는 거다. ‘가능한’이라거나 ‘최대한’ 그렇다는 게 아니라 그냥 진짜로 쉽다. 기호화된 수식이나 계산법 같은 것도 없고, 물리 이론 역시 특별한 용어 대신 일상적인 수준의 어휘를 이용해 충분히 풀어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얻은 장단점은 분명하다. 가볍다는 거다.

그래서 잘 읽힌다. 거기엔 일상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이나 물건 등에 있는 물리를 소재로 선택한 것도 한몫한다.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을 다루다보니 ‘정말로 왜 그럴까’라고 흥미를 갖기 쉽고, 그것을 너무 자세한 것까지 파고들지는 않은 선에서만 다루기 때문에 읽으면서 막히는 부분이 없다. 그래서 마치 가벼운 상식을 읽는 것처럼 쉽게 읽어나갈 수 있다.

대신, 깊이는 얉다. 앞에서 상식처럼 읽을 수 있다고 했던 것은 물론 비유적 표현이었지만, 어느정도는 실제로도 그런 측면이 있다. 즉, 기본적인 교육과정을 수료한 현대인이라면 이미 알고있을만한 내용들이 다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해준다기보다는 기왕이 알고있던 과학상식이 올바른지 확인해보는 느낌도 좀 든다. 여러 과학지식을 살펴보는데 관심이 있고, 그래서 새로운 것을 더 알고싶어하는 사람에게는 그렇게 적합하지 않다는 얘기다.

반대로 새롭게 물리에 관심을 가져보려는 사람에게는 물리에 겁을 먹지않고 흥미와 재미를 느끼게 해주기에 꽤 적당하다. 내용도 그렇고, 가볍고 쉽기 때문에 조금은 ‘더 깊은 거는 없나?’하는 일종의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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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힘이 세다 - 김시습의 금오신화 1218 보물창고 23
강숙인 지음, 김시습 원작 / 보물창고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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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힘이 세다 - 김시습의 금오신화’는 말 그대로 금오신화 읽기를 담은 책이다.




김시습이 지은 금오신화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금오산에서 지은 새로운 이야기라 하여 금오신화(金鰲新話)라 이름붙은 이 책은 다섯편의 작품을 담은 일종의 소설집으로, 걸출한 시인이었던 그가 특별히 써낸 소설이라는 점이나 최초의 한문소설이라는 점 때문에 자주 언급되곤 한다.

수록작들은 모두, 생육신으로서 계유정난(癸酉靖難)을 지나왔던 깁시습 본인의 이야기가 다분히 담긴, 자전적인 내용들로 이뤄져 있어서 그가 계유정난과 조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엿볼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

이 책은 금오신화를 한글로 옮긴 것 뿐 아니라 각각의 이야기 사이에 김시습 본인과 그에게서 소설 공부를 받는 동자승 하나를 등장시킨 이야기를 집어넣어 꽤나 노골적으로 금오신화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얘기하기도 한다.

이런 성격 때문에 책은 조금 학습서같은 느낌도 들긴 하는데, 당초에 자신의 심경을 소설로 적어냈던 김시습과 같이 그런 내용도 소설의 형태로 적어 마치 죽 이어지는 이야기처럼 연이어 읽을 수 있게 한 구성이 좀 재미있다.

금오신화의 수록작들은 꽤나 노골적으로 쓰였기 때문에 잘못 이해하기는 어렵긴 하나 원문이 한문소설이었다는 점과 여러편의 시가 함께 실려있다는 점 때문에 한글로 옮긴 것임에도 그렇게 잘 읽히지는 않는다.

어느정도 의도를 갖고 쓴 이야기라 그런지, 꽤 흥미로울만한 소재와 전개를 하고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재미있게 읽히지는 않기도 한다.

책에서는 김시습이 시나 직접적인 글 대신 소설을 택한 이유를 이야기가 가진 힘 즉 재미 때문이라고 제시하는데, 충분히 현대화된 문장으로 다시쓴 이야기를 통해 그걸 직접 느끼게 하기 보다는 그러하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제시하는 해설부분을 통해 학습하듯 알게 한다는 것은 (책의 제목을 생각하면 더욱) 좀 아쉽다.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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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탐정의 구조 대모험
소피 게리브 지음, 한성희 옮김 / 시원주니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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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 게리브(Sophie Guerrive)’의 ‘공룡탐정의 구조 대모험(Dinosaur detective’s search-and-find rescue mission)’은 공룡을 소재로 한 그림책이다.



그림책이기도 하면서 또한 이 책은 놀이책이기도 하다.

깨알같이 그려진 여러 그림들 속에서 원하는 대상을 찾아내는 소위 숨은그림찾기 책[^1]이라고 할 수 있는데, 거기에 공룡탐정이라는 주인공 캐릭터를 더하고 여러 지역의 다양한 사람들이 탐정을 의지하며 이러저러한 것을 찾아달라고 의뢰하는 형태로 이어지기 때문에 전혀 다른 그림들이 이어지는데도 끝까지 묘한 일관성을 느끼게 한다.

그러면서도 비행기를 타고서 먼 거리까지 갈 수 있기 때문에 전혀 다른 장소들을 방문 할 수 있어서 그림책으로서의 다양성까지 잘 갖추었다. 그저 서로 다른 장소이기만 한 것 뿐 아니라 그곳을 채우고 있는 건물이나 사물등의 요소들은 물론 색감까지도 신경써서 조금씩 다르게 구성했기 때문에, 각 그림들은 개성있고 지루하지도 않다.

책장을 넘기면서 새로운 색과 테마로 구성된 그림을 감상하고, 그곳에 그려진 여러 요소들 중에서 의뢰건과 탐정이 찾고자 하는 것들을 찾는 것은 꽤 재미있다. 찾아야 할 요소를 그림이나 글 중 어느 하나로만 표현하지 않고, 어떤 건 그림으로 어떤 건 글로 표현해 문해력을 요하기도 하는 것 역시 긍정적인 점이다.

자잘한 요소들로 가득채운 그림은 색감과 표현력이 좋아 보는 맛도 있다. 각 요소의 시인성 좋아서 해당 요소를 발견하면 분명히 알아볼 수 있다. 경계나 색 등을 모호하게 그림으로써 알아보기 어렵게 만드는 식이 아니라 많은 것 중에서 일치하는 것을 찾는 식의 숨은그림찾기라 가능한 점이다.

끝나고 나서, 마치 도전과제처럼 더 찾아볼 것을 던져주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림과 구성 모두 괜찮은 숨은그림찾기 책이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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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의 세 딸
엘리프 샤팍 지음, 오은경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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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엘리프 샤팍(Elif Shafak)’의 ‘이브의 세 딸(Three Daughters of Eve)’은 동양과 서양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튀르키예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어떤 면에서 이 소설은 좀 사회소설같아 보이기도 하다. 정치적으로나 문화적으로도, 특히 종교적으로 혼란스러운 이스탄불을 배경으로 발전한 것 같으면서도 낙후되어있고 현대적인가 하면 지독한 과거 답습을 내보이는 모습을 다소 비판적으로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튀르키예가 이슬람 문화권에 속하는만큼 그런 것들 중 상당수는 여성문제에 대한 것인데, 그렇다고 저자는 노골적인 페미니즘성을 드러낸다든가 하는 식으로 작품을 소모하지 않고, 단지 지금도 벌어지고 있을 일들을 거기에 엮인 여러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독자 스스로 느끼고 생각해보게 한다. 그러니까, 앞서 했던 ‘다소 비판적’이라고 했던 것도 독자가 우겨넣어준 것이 아닌 나 자신의 판단으로 느낌 것이란 말이다.

이런 전달 방식은 굉장히 훌륭하다. 매력적인 캐릭터, 흥미로운 이야기와 미묘한 어긋남 같은 것 없이 잘 버무려져 있기 때문에 더 그렇다.

튀르키예 이스탄불 출신으로 세계적이라 할만한 옥스퍼드 대학에 입학한 주인공 ‘페리’를 중심으로, 매력적인 교수 ‘아주르’와 그녀 부모의 이야기 등을 현재와 그리고 작은 연결고리로 이어진 과거 회상을 통해 튀르키예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서서히 전개해나가는게 꽤나 흡입력있다.

물론 그런식으로 흘러나오는 이야기가 꽤 많다보니 처음부터 거론되었던 중요한 비밀을 일부러 뒤로 더 뒤로 끌고 가는 듯한 답답함이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그 사이를 매꾼 이야기들이나 그것들의 연결도 나쁘지 않으며 최종적으로 밝혀질 진실을 더욱 궁금하게 하기 때문에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

튀르키예에 관심이 있든, 여성문학에 관심이 있든, 신이나 인간에 관심이 있든, 꽤 흥미롭게 볼만한 소설이다.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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