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거짓말쟁이들 - 살아남기 위해 속고 속이는 생물 이야기
모리 유민 지음, 이진원 옮김, 무라타 고이치 감수 / 키라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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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 유민(森 由民)’이 쓰고 ‘무라타 고이치(村田 浩一)’가 감수한 ‘숲속의 거짓말쟁이들(ウソをつく生きものたち)’은 생물을 독특한 시점으로 살펴보는 책이다.

제목이 상당히 관심을 끈다. 왜냐하면 그런 게 있어? 라는 생각이 퍼뜩 들어서다. 거짓말이란 소위 고등한 지적 활동을 한다는 머리큰 포유류, 그러니까 인간이나 그에 준하는 생물들에게서만 나타나는 사회적인 활동이라고 생각하기 쉬워서 그렇다.

이는 일종의 인간 우월주의에 의한 편견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대충보면 대체로 맞는 직관인 것도 사실이다. 흔히 생물의 행동을 본능과 이성으로 나눈 것도 규칙적으로만 행동하느냐 그것을 뒤틀 수 있느냐를 구분한 것이라 할 수 있고, 패턴을 벗어나 착각을 일으키는 행동을 하는 것을 폭넓게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그런 행동은 소위 고등 생물들이 더 다양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대부분 같은 종끼리만 통용되는 제한적인 것일 확률이 높다. 거짓말이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사기 행위만 봐도 그렇다. 인간끼리, 같은 언어, 유사한 가치관까지 가지고 있을 경우에만 가능한 것이니까.

그렇기에 이런 거짓말은 대부분 자연 속에선 완전 무용지물이다. 반대로, 원초적인 것들은 언어 뿐 아니라 종까지 뛰어넘어 굉장한 효과를 발휘한다. 예를들어, 다른 생물이나 자연의 일부처럼 보이게 하는 ‘의태’처럼 말이다.

이쯤되면 좀 눈치를 챘겠지만, 이 책 제목의 ‘거짓말’은 좀 잘못 쓴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보다는 ‘속임수’가 더 적절하다.

생물들의 속임수는 실로 다양한데, 종에 따라 조금씩 다른 면을 다룬 것도 좀 재미있다. 곤충 등은 대부분 의태같이 겉모습에 의존한 속임수를 다뤘다면, 개에 이르러서는 시각적인 것에서 벗어나 심리적인 속임수를 다루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거짓말을 함으로써 인간의 그것 역시 개와 같은, 그 연장에 있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하기도 한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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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패
미아우 지음 / 마카롱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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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패’는 정조의 비밀 편지를 모티브로 쓴 소설이다.

역사를 다룬 것이 아니라, 단지 그 편린만을, 심지어 ‘모티브’로 삼았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소설은 굳이 말하자면 순도 100%의 허구라 할 수 있다. 역사 소설이라고 하면 쉽게 기대할법한 역사 고증같은 것 보다는 순수하게 소설적인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말이다. 이것은 이 소설이 가진 한계이면서, 또한 장점이기도 하다.

실제 역사의 편린을 가져다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 작품의 한계는, 역시 실제 역사(보다 정확하게는 정설로 여겨지는 역사)와 어긋나는 부분들이 있기 마련이라는 거다. 이 소설은 당장 캐릭터 설정부터가 꽤나 그렇다.

반대로 장점이라면, 애초에 역사 고증을 뒤로 넘겨둔 것인만큼 그런 것에서 자유로운데다, 정사의 미묘한 의문점들을 부각시키며 흥미를 돋구고, 만들어낸 이야기인만큼 소설적인 완성도가 비교적 더 괜찮기 쉽다는 거다.

꽤나 심리학적이고 인류학적인 방법을 통해 다른 사람의 진심을 읽어낼 수 있다고 하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것도 좋아서, 그가 휩쓸리게 된 사건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미묘한 심리 싸움, 일종의 두뇌게임 같은 것을 벌이는 식으로 이야기를 끌고가며 역사물이면서도 꽤 현대적인 픽션의 재미도 잘 살렸다.

역사와 허구를 꽤 잘 엮어낸 편이다. 기본적으로는, 가상의 인물이 등장하는 만큼, 100% 허구라 할 수 있다만, 일단은 역사적 사실을 기본 배경으로 하기도 했고, 정조의 비밀 편지 일부를 파편적으로 인용하며 그걸 소설적으로 어떻게 재해석했는지를 보여주기도 하는데, 이게 가상의 이야기에 묘한 실제감을 부여해주고 반대로 이러한 뒷 이야기가 그런 비밀 편지가 있게 만든 것은 아니냐는 상상력을 불어넣는 역할도 한다.

역사 소설은 좀 어려운게, 늘 왜곡 문제가 따라붙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정하고 당시나 시대상을 철저히 재현해 담아낼 것이 아니라면, 아예 소재로만 삼고 고증에서 벗어나 보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드는데 집중하는 게 나은 선택이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처음부터 방향성을 확실히 잡은 게 좋았던 것 같다.



* 이 리뷰는 문화충전200%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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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나 - TRACK 2. 내가 알고 있는 나를 뛰어넘기 위한 달리기 마스터피스 시리즈 (사파리) 13
제이슨 레이놀즈 지음, 김영옥 옮김 / 사파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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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레이놀즈(Jason Reynolds)’의 ‘파티나(Track 2: Patina)’는 ‘트랙 시리즈(Track Series)’ 두번째 책이다.

첫번째 시리즈에 이어, 이번 책에서 주인공으로 초점이 맞춰진 아이는 ‘파티나’다.

그녀에겐 집안에 애로사항이 있다. 아무런 전조도 없이 급작스럽게 아빠가 죽은데다, 심지어 그 이후까지 썩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심에 빠져서였는지 엄마가 심한 당뇨에 걸리게 되면서 결국 두 다리까지 절단하게 되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투석 치료를 받아야만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다행히 삼촌과 숙모가 그녀 자매를 맡아주면서 투석 치료를 위한 병원 이동이라든가 학교 생활을 도와주기도 한다만, 언제나 파티나에겐 이 상황에 대한 묘한 불만감이 있다.

그러나, 동생도 돌봐야 하고 얹혀사는 신세이기도 해서 그녀는 그런 심정을 해소하는 대신 안으로 꾹꾹 담아두기로 한다. 그래서 겉으로는 성실히 맡은 일을 하고 주변과도 크게 부딛히지 않으면서 잘 지내는 것 같지만, 어딘지 불안한 구석을 보이며, 그것이 조금씩 새어 나오며 문제가 되기도 한다.

그녀의 사정은 그녀에게 무력감을 주기도 하는데, 결국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을 들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승부에서 이기고 자신을 증면하는 것에 조금은 집착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저자는 이런 마음 상태를 직접적으로 얘기하는 대신 그녀가 생활하면서 겪는 일들과 그것들에 대한 반응 등을 통해 자연스러우면서 공감가게 잘 그렸다.

트랙 팀이나 학교 친구, 삼촌과 숙모, 그리고 동생이나 엄마와의 일화를 통해 생각이 조금이 바뀌어 가는 것이나 억눌러 담고 있던 것을 해소하는 것 역시 그러해서, 주인공의 성장도 자연스럽게 알게 한다.

그래서 끝을 다소 불확실하게 맺었는데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완결성은 꽤나 좋게 느낀다.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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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새끼 잡으러 간다
염기원 지음 / 문학세계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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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새끼 잡으러 간다’는 뒷골 땡기는 가족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라고 하면, 살짝 거짓말이다. 일부만을 좀 과장해서 표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초반은 그러 전제를 깔고, 그리하여 뱉게되는 ‘오빠 새끼 잡으러 간다’로 시작하기 때문에 거의 후반까지는 그렇게 여겨지며, 더불어 한국사회의 일부분을 보여주는 현대사적인 드라마처럼 보이기는 한다.

물론 이러한 특징은 딱히 소설이 끝날때까지 없어지거나 하지는 않는다. 다만, 예상 외의 지점에서 뜻밖의 방향으로 들어가서, 심지어 그걸 생각보다 깊게 풀어놓는 것은 생각지 못한 거였다.

이것이 이 소설을 다른 드라마들과는 다르게 느끼게 한다. 뭐랄까, 해당 내용을 전파하기 위한 수단으로 ‘소설화’라는 도구를 택한 것 같기도 하달까. 소설에서 언급하는 사회의 부조리함 같은 것들은 그래도 등장인물의 서사에 속한 것으로 여겨진다만, 본격적으로 ‘오빠 새끼’가 저지른 일이 드러나는 장면의 내용들은 그보다는 일종의 강의나 시사 칼럼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건, 부정적으로는 이야기에 대한 집중력을 흐트러지게 만든다. 소설을 집어든 사람은, 대놓고 소설로 써낸 XX학 같은 게 아닌 이상에야, 그런 걸 기대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긍정적인 것은, 그 전까지 보여주었던 등장인물들의 서사나 성격같은 것들이 결국 그에 다다르게 했음을 이해할만 하다는 거다. 과거 회상을 통해 두서없이 돌아본 것 같았던 것들이 일종의 복선이 되어 그러한 결말에 다다른 것은 꽤나 핍진성있다.

일부러 노리고 그런 것 같지는 않지만, 꽤나 그럴듯한 사기수법을 얘기하며 일종의 경각심같은 걸 갖게하는 역할을 하는 것도 긍정적으로 볼만하다.

다만, 실제 사기수법을 참고하고 거기에 괜찮은 캐릭터와 이야기까지 보여줬던 사기 만화 ‘검은 사기’에 비하면, 드라마와 지식전달(호통?) 부분이 자연스럽게 섞여있지 않고 너무 큰 색 차이를 보이는 것이 아무래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래도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내는 솜씨나 마무리가 나쁘지 않아 전체적인 읽기 경험은 양호한데, 2년동안 무려 8편의 소설을 집필해 조만간 하나씩 출갈할 거라고 하니 다른 책에서는 어떤 색과 이야기를 보여줄지 꽤 궁금하다.

기대해볼만한 작가가 아닐까 싶다.



*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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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가자 1
카스미 유코 지음, 이소연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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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미 유코’의 ‘집으로 돌아가자’는 같이 살게되는 젊은 남녀의 로맨스를 그린 만화다.

어린 남녀라고 해도 되겠다. 하나는 정식으로 활동하는 작가이긴 하지만 대학생이고, 다른 하나는 아직 10대 고등학생 신분이니까.

이런 어린 애들이 어쩌다가 같이 살게 되었느냐 하면, 작가 양반이 워낙에 낯을 가리는지라 누나가 일종의 대역을 맡아 외부 인터뷰를 했기 때문이다. 그걸 곧이 곧대로 믿고는, 좋아하는 작가와 함께할 수 있다는 것에 혹해서, 자세한 건 따지지도 않고 덕컥 입주 가사도우미를 맡았던 게 문제였다.

결국 남자라는 걸 알고, 심지어 까칠한 말을 듣기까지 하니, 그대로 집에 돌아가버릴까 하기도 한다만은, 사실은 표현이 서툴 뿐 따뜻한 사람이라는 걸 알고는 계속 도우미로 있기로 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여기까지 이야기의 기본 설정만 봐도, 꽤나 많이 우려진 클리셰들을 조합한 것인데다, 군데군데 미묘한 구멍들까지 있다는 걸 알 수 있을거다. 애초에 어린 남녀가 함께 살면서 겪게되는 일들을 가볍게 그리려는 생각으로 설정한거다보니 다소 무리가 있는 것도 대충 밀어붙여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실을 배경으로 하는 현대 로맨스인만큼 보다 사실적인 전개였으면 하고 바랬던 사람에게는 조금 아쉬울 만하다.

로맨스 부분이 다소 성급하기 때문에 더 그렇다. 이전 상황으로 끊임없이 되돌아가면서 고구마를 강제로 맥인 것 같은 느낌을 들게하는 모 인기작품들처럼 한없이 답답하게 전개하지만 않는다면, 감정이 점차 변화해가고 그것을 스스로가 자각해가는 과정같은 것을 다소 천천히 그렸어도 좋았을텐데, 단 몇화만에 깊이 사랑에 빠져버린 것으로 만들어버려서 깊게 공감하기는 어렵다. 아무리 좋아하던 작가였어도 인간적으로는 초면인거나 마찬가지인데, 그래서 그런 에피소드들도 생기는 건데, 처음부터 두권 정도로 완결을 보려는 계획이었던 건지, 중간을 좀 과하게 건너뛴 느낌이다.

캐릭터를 한쪽으로 치우치게 한 것도, 어쩌다가 오해가 생기는 게 아니라 일부러 오해하게끔 말을 하는 것 같은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 주변에서 그정도로 오해를 쌓는 사람을 경험한 적도 있고, 다소 치우친 캐릭터를 만들었다고는 했지만 나름 각각이 가진 성격적인 결함에 대해 얘기한다든가 그것들의 시너지 같은 것이 괜찮은데다, 꽤 익숙한 클리셰들을 사용해서 그런지 각 에피소드나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도 나쁘지 않아서 전체적으로는 나름 괜찮게, 무난하게 볼만하다.

1권에서는 오해 후 해소라는 다소 단순한 구도만을 반복했는데, 서로에 대해 좀 더 알고 관계가 깊어진다면 얼마든지 다른 구도나 전개를 사용할 수도 있으므로 이들의 이야기를 얼마나 길게 끌고갈건지나 그게 어느정도나 괜찮을 것인지는 하기 나름에 달린 것 같다.

이후를 나름 가볍게 기대해볼 만하다.



* 이 리뷰는 CBCM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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