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걷는 여자아이 푸르른 숲 38
델핀 베르톨롱 지음, 권지현 옮김 / 씨드북(주)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델핀 베르톨롱(Delphine Bertholon)’의 ‘밤을 걷는 여자아이(Celle qui marche la nuit)’는 한 소년의 기묘한 경험을 그린 소설이다.

이야기는 대도시에 살던 소년이 가족 사정으로 한 시골마을로 이사하면서 시작한다. 친구와도 헤어지고, 심지어 대도시 인프라라고 할만한 것들과도 멀어지게된 소년은 처음엔 불만스러웠던 이모의 선물 일기장을 실로 유용하게 잘 써먹는데, 그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형태를 띔으로써 일종의 체험기처럼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게 만든다.

일종의 공포소설이기도 한 이 소설이 이런식의 구성을 택한 것은 굉장히 큰 장점이다. 마치 ‘진짜로 있었던 일’인 것 같은 분위기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이게 이야기가 가진 긴장감을 더욱 끌어올리고 주인공에게 더 이입해서 보도록 만든다. 몰입감이 중요한 이야기에서 이런 회고록 형식을 많이 사용하는 것도 그래서다.

이야기가 1인칭으로 진행된다는 것도 주요한 장점인데, 앞서 말한 것을 부각시키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쉽게 드러나지 않는 비밀스러운 부분을 자연스럽게 만들어내면서 과연 어떤 사실들이 숨어있을지 흥미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뒷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는데, 안그러면 뒷심이 빠져 자칫 짜친 느낌을 남길 수도 있어서다.

그런 점에서, 작은 유령소동으로 시작해 과거의 이야기로 이어졌다가 마침내 유령과 과거, 그리고 주인공의 이야기까지가 무난하게 해소되도록 만든 구성이나 그 이야기 전개가 꽤 괜찮은 소설이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공포물로서의 정도가 좀 약하기는 하지만, 중간에 유명 공포물을 연상케 할만한 좀 섬뜩한 장면들도 있어서 이쪽 장르로서도 나쁘지 않다.

마지막에 떡밥도 좀 남겼겠다, 시리즈물로 이어가도 괜찮겠다 싶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더코드
캐럴 스티버스 지음, 공보경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캐럴 스티버스(Carole Stivers)’의 ‘마더코드(The Mother Code)’는 아포칼립스와 인공지능, 인간성을 소재로 한 SF 소설이다.

소설은 크게 두개의 파트로 나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인류가 대충 멸망한 포스트아포칼립스 상황에서 신인류라 할 수 있는 아이들이 ‘마더’라는 로봇과 함께 세상을 돌아다니며 생존을 도모하고 자기와 같은 아이들을 찾아다니는 이야기가 그 하나고, 어쩌다가 그렇게 됐는지를 구인류 어른들을 통해 보여주는 이야기가 다른 하나다.

둘의 시기 차가 얼마 안되는 것에서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이 둘은 딱히 철저하게 구분되어있다거나 한 것은 아니다. 포스트아포칼립스라는 것 자체가 아포칼립스 이후를 말하는 것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그래도 이것을 단순히 시간 순으로 이어붙이지 않고 둘을 교차해 보여주는 식으로 흥미를 끌어올리고, 두 이야기가 이어지는 데까지 끌고가는 것도 잘 했다. 덕분에 딱히 신선한 소재를 사용한 것은 아니지만 꽤 괜찮다.

2020년 작인 이 소설은, 2019년 이후 많은 소설들이 그래했던 것처럼 다분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에서 영감을 받은 느낌을 풍긴다. 다만, 그것을 노골적으로 차용하지않고 나름 고전적인 소재라 할 수 있는 생화학병기와 연결지음으로써 차별점을 두기도 했다.

이게 생각보다 좋았던 것은, 인간짓을 함으로써 멸망을 초래한다는 점이라든가 계속해서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려는 것을 통해 인간의 어리석음을 절로 느끼게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아포칼립스 상황과 그 이후의 이야기 전개, 그리고 그것들의 연결성을 갖게 하기도 한다. 이게 이야기가 너무 우연에 기댄 것처럼 보이지 않게 해서 나쁘지 않게 짜여졌다고 느끼게 한다.

물론,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이상한 것이나 의문스러운 것도 있고, 쓸데없이 나왔다가 아무 의미없이 사라지는 것이나 저자가 성의없었다고 할만한 부분도 있어 좀 밟히는 건 사실이다.

그래도 전체적인 이야기 전개는 매끄러운 편이라 잘 읽히고, ㅈ간, 바이러스와 백신, 유전자, 인공지능, BCI, 모성애 같은 소재나 구인류와 신인류, 어른과 아이같은 식으로 대비되는 요소 등을 꽤나 적절히 활용했기 때문에 끝까지 괜찮게 볼만하다.

번역은 전체적으로 무난하나 분명히 오역으로 볼만한 것이 남아있어 좋진 않았다. 문맥을 통해 유추할 수 있기는 하다만, 고유명사를 틀리는 건 좀. 교정때라도 걸러냈으면 좋았으련만 싶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TULiPE 2 : 튤립의 여행 팡 그래픽노블
소피 게리브 지음, 정혜경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피 게리브(Sophie Guerrive)’의 ‘TULiPE 2: 튤립의 여행(Les voyages de Tulipe)’은 튤립 시리즈 두번째 책이다.

여행기 같은 것도 아니고 튤립을 중심으로 한 것도 아니라서 좀 의아할 수도 있는 이 책은, 단발적인 여행이 아니라 삶이라는 긴 여정의 일면에 대해 담고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꼭 게으름뱅이같아 보이기까지하는 튤립은, 오늘도 어제 역시 그랬던 것처럼 자신이 애정하는 나무 밑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아. 조금 달라지긴 했다. 새해를 맞아 그도 새롭게 결심을 했기 때문이다. 바로,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 애쓰는 것도 하지 않기로.”

한때,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 이미 아무것도 안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고 더 적극적으로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는 말이 인기를 끌면서 많은 사람들에게서 널리 쓰이던 때가 있었다. 이것은 지금도 좀 남아있어(예전만큼의 인기는 아니나), 자신의 늘어지고 싶은 상태나 심정을 표현할 때 종종 쓰이곤 한다.

이 말이 인기를 끌었던 것은 빡빡한 현실 때문에 갈수록 더욱 지쳐만 가는데도 많은 것들이 게으름거리로 취급을 받는 세태 때문에 혹시나 비난을 받게될까 꺼리게 되면서 도저히 정신적 여유를 찾을 수 없던 꾹 눌러진 마음을 콕 집어서 시원하게 대변해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튤립은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그러한 생각에서조차 벗어나겠다고 말한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아무것도 안하는 것까지 애써 어떻게 해야한다는 식으로 하려 한다니, 따져보면 여유는 무슨 조금도 정신적 압박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만을 드러내는 씁쓸한 말이기 때문이다. 그런 것마저 떨쳐낸 튤립은 세삼 더 여류롭고 편안해 보인다.

책은 이런 꽤 진지하게 생각해볼만한 거리들을 마치 가벼운 농담따먹기라도 하는 것처럼 코믹하게 담아냈다. 그래서 얼핏 시트콤같지만, 심리나 상황에 대해 곱씹을만한 점이 많아서 어느순간 진지한 사고에 빠지게 한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몬 케이크의 특별한 슬픔
에이미 벤더 지음, 황근하 옮김 / 멜라이트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에이미 벤더(Aimee Bender)’의 ‘레몬 케이크의 특별한 슬픔(The Particular Sadness of Lemon Cake)’은 독특한 능력을 지닌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일종의 판타지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주인공인 ‘로즈’가 가진 독특한 능력 때문이다.

그녀는 음식을 먹으면 그것을 만드는데 관여한 사람들, 멀게는 식재료를 만든 사람부터, 유통을 위해 가공한 사람, 가깝게는 그걸 요리한 사람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왜 그녀만이 그것을 느낄 수 있는 걸까. 혹시 착각인 것은 아닐까. 단지 기분의 문제라거나, 어쩌면 정신적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닐까.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되었기에, 스스로도 남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기에 로즈는 자신의 능력에 의문을 갖기도 하고 그걸 따라가는 독자 역시 왜 그런지 생각해보게도 하지만, 막상 이야기를 계속 따라가다보면 그걸 아는 것은 물론 그런 능력 자체도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로즈의 능력은 설사 그녀가 알기를 원하지 않더라도 반드시 그것을 마주하도록 만드는 장치같은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느닷없이 다가오는 타인의 날것에 가까운 감정은 그것 자체로도 기분 나쁠 수 있어 문제가 될만하나, 그게 가까운 사람의 은밀한 것이라면 훨씬 심각해진다.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까 하는 것에서부터, 그 사람과 터놓고 얘기할지나, 다른 사람에게 발설할지까지 여러가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개개인의 은밀한 비밀을 다루기 때문에 다소 판타지적인 소재를 사용했지만, 이야기는 그렇게 신비롭거나 하지만은 않다. 오히려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꺼내놓기 때문에 좀 무거운 편이다.

그걸 동화적인 상상력으로 그려낸 솜씨가 꽤나 좋다. 전체적인 이야기 뿐 아니라 중간 중간의 장면들도 꽤나 인상에 남는데, 그게 이야기의 이면을 보여주기도 하기에 더 그렇지 않나 싶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외계 고양이 클로드 1 - 추방된 황제 외계 고양이 클로드 1
조니 마르시아노.에밀리 체노웨스 지음, 롭 모마르츠 그림, 장혜란 옮김 / 북스그라운드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니 마르시아노(Johnny Marciano)’, ‘에밀리 체노웨스(Emily Chenoweth)’가 쓰고 ‘롭 모마르츠(Robb Mommaerts)’가 삽화를 그린 ‘외계 고양이 클로드 1: 추방된 황제(Klawde: Evil Alien Warlord Cat #1)’는 재미있게 볼만한 SF 창작동화다.

SF에서 가장 흔히 사용하는 소재가 외계 생명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외계 지적 생명체로, 바이러스나 미생물 같은 정도가 아니라 집단으로써 문명을 이루고 충분히 소통할만한 언어를 갖춘 생명체가 SF에선 흔히 등장한다. 이렇게까지 넓은 우주에 그런 생명체가 인간뿐이라는 것은 좀 믿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상상력을 통해 그려진 생명체들은 때론 극단적으로 발달되거나 비약된 신체를 갖고있기도 한데, 의외로 인간이나 지구 생물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경우가 더 많다. 아무래도 그 편이 감정이입할 수 있는 이야기를 끌어나가기 좋기 때문이다.

그런 점은 이 소설도 다를바 없다. 겉보기에는 고양이와 똑같은 생명체인데, 지적 능력이나 그를통해 축적한 과학력은 어마무시해서 지구인들은 아직 상상에만 머무르고 있는 것들도 수월히 만들어 낸다. 예를들면, 순간이동 장치같은 것 말이다.

이야기는 그를 통해 지구로 ‘추방’된 전 황제가 한 가족에게 ‘클로드’란 이름을 얻어 같이 살게 되지만 다시 황제로 돌아가려는 꿍꿍이를 버리지 못하고 되돌아가기 위한 장치를 만들고, 그 와중에 클로드를 데려왔던 아이 ‘라지’와 생각과 의견을 주고 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있다.

그걸 클로드와 라지 각자의 시점에서 그린 이야기가 교차되는 식으로 풀어냄으로써 한쪽에서의 이야기가 다른 쪽에서는 어떻게 보였는지나,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을 때 다른 쪽은 뭘 하고 있었고, 그게 자연스럽게 둘의 이야기가 완성되도록 만들었다.

전혀 다른 문화를 가진 둘이 서로를 오해하며 코미디를 자아내면서도, 묘하게 각자에게 적절한 도움을 주기도 하고, 그런 경험들이 하나씩 쌓이며 정을 느끼기도 하며, 소심하고 회피하는 것에 익숙했던 라지에게 용기를 주고 한발짝 나아가는 것도 보여주기도 한다.

이게 외계 고양이의 이야기나 라지의 시골 자연 캠프 이야기 등과 잘 버무려져, 전체적인 이야기의 구성과 완성도가 좋다.

꼭 긍정적이라고만 할 수는 없지만, 개성있고 미워할 수만은 없는 악당 고양이 캐릭터도 좋아서, 다음에는 또 어떤 소동극을 보여줄지 사뭇 기대된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